「아시잖아요, 은채씨도. 그 놈이 절대로 제 정신으로 그런 일을 할 놈이 아니라는 거.」
「그래요. 그러니 더 직접 만나서 물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전 지금도 솔직히 하시는 얘기 다 못 믿겠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이때 이미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현택이 하는 말이 진실일수도 있다는 것을..
그 날 쓰레기통에 버려져있던 3개의 콘돔.. 평소와 달리 심하게 부어있던 자신의 비부.. 그리고 다음 날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던 수호. 그 모든 것들이 지금 현택이 하는 말대로라면 납득이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현택은 조용히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이건 뭐에요..?」
「...정 못 믿으시겠다면 거기에 수호랑 한 카톡창 보세요.」 난감한 표정으로 현택이 말했다.
조심스럽게 그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화면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이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우읍...」
그녀의 눈동자는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르며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순간적으로 입을 틀어막은 가녀린 손가락 사이로는 낮은 신음과 같은 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결국 간신히 손에 쥐고 있던 현택의 휴대전화조차 떨어뜨린 그녀는 이내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그 상태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은 몇 초 뒤 검은 색으로 화면을 감추어버렸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대화창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위로선물이다. 여친 생길 때까지 가끔씩 이거 보면서 딸이나 잡아ㅋㅋ]
대화창의 말미에 적혀있던 수호의 메시지. 그리고 고정되지 않은 앵글로 촬영된 동영상과 사진들.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릿속을 멋대로 헤집고 다니며, 조금씩 그녀의 마음을 허물어가고 있었다. 정말로 그가.. 그가 그랬단 말인가.. 심지어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진 휴대전화를 줍는 현택의 얼굴에 도저히 눈앞에 울고 있는 여자를 마주하고 있는 남자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미소가 스쳐갔다.
'크크..씨x. 사람들이 쳐다봐서 대놓고 웃지도 못하겠고..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어 죽겠구먼.'
은채는 30분 넘게 울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하도 울어 새빨갛게 충혈 된 눈과 하얗게 질려 수척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현재 그녀의 상태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현택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도 수호에게 직접 묻고 싶으세요?」
「... ...」
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택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수호는.. 어쩌면 지금 자기 자신보다 훨씬 더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스스로를 책망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녀가 원치 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지도 모른다.
「..지워주세요.」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네?」 현택은 짐짓 못 들은 척 되물었다.
「그러니까..그..동영상이랑 사진들..전부 다 지워달라고요.」
「아~ '그거'요? 그럼요. 당연히 지워드려야죠.」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무릎을 치던 현택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기가 만연해 있었다.
「그리고 저는 오빠한테 아무 얘기 안할 테니까.. 현택오빠도 아무 말 말아주세요. 그냥 오빠랑 저 둘만 알고.. 아니 아예 그 날 일은 전부 잊어버리는 걸로 해요.」
아무리 남자친구의 잘못도 있다지만 현택을 자신을 범한 남자이다. 그런 그에게 뺨을 때리고 욕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지만,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오히려 그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래..이 사람만 입 다물고 있으면.. 오빠와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잘 지낼 수 있어. 나만 잊으면 돼. 나만 괴로우면 돼.'
이걸로 됐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20:35 - 수호의 시점]
「그때 그 여자는 아직도 만나냐?」
「아 걔? 왜 궁금하냐? 크크」
지난 번 현택의 얘기가 꽤나 자극적이었긴 한 모양이다. 평소 이런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던 주영이가 먼저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아니..뭐 안 헤어지고 잘 만나나해서.」
이미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주영이 변명 비슷한 말을 늘어놓았다.
「헤어지긴 뭘 헤어져. 걔는 그냥 섹파야. 흐흐. 아무 때나 가서 쓸 수 있는 내 전용 좆물받이. 오케이?」
「..야 대체 그런 건 어떻게 만드는 거냐?」
「그런 건 영업비밀이지 새끼야. 아무튼 뭐가 궁금한데? 아.. 내가 얘 후장 처음 딴 얘기는 해줬던가? 크크.」
「미친 놈. 더럽게 무슨 후장이야.」
나는 그렇게 핀잔을 주었지만 내심 그런 행위가 실제로도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새끼야. 이게 쪼임이 뒤져. 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왜?」
「대가리가 정상인 년이면 지 똥구멍으로 하고 싶겠냐? 어지간한 걸레년도 후장으로 하는 거는 싫어하는 애 많아. 그렇다고 강제로 할 수도 없는 게 관장도 해야 되고, 이게 여자가 가만히 있지 않는 한 넣기가 힘들거든. 이 년도 하지 말라고 징징대는 거 개지랄을 해서 겨우 관장시키고 엎드리게 해놨는데 또 막상 넣으려고 하니까 무섭다고 기어서 도망가고.. 어휴..」
「ㅋㅋ왜 저번처럼 묶어놓고 하지 그랬냐?」
「야,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얘가 거의 경기를 일으키더라. 존나 깜짝 놀랐어. 거의 게거품물면서 싫다고 버둥대는데.. 까딱하다가는 뭔 사단이 나겠다 싶어서 그만 뒀다니까.」
「헐.. 근데 어떻게 했어?」
「한번 그 난리를 치고 나니까 얘가 잔뜩 겁먹어서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하더라고. 크크. 두 손은 발목 잡으라고 하고 엉덩이만 치켜들게 한 다음에 그 자세로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움직이면 묶어놓고 한다고 협박하면서. 근데 로션 발라서 넣는데도 이게 빡빡해서 잘 안 들어가. 힘 빼라고 하는데도 “못하겠어요.. 진짜 못하겠어요..” 계속 이 지랄..」
거기까지 이야기한 현택이 잠시 말을 멈추었지만 더 이상 어느 누구도 그의 말에 추임새를 넣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이야기에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은 아님을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크크크큭. 그래서 ‘오늘은 못 하겠구나’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이 년이 그 자세로 계속 있으니까 힘이 들었던 모양이야. 하긴 거의 기합 받는 자세로 꼼짝없이 10분을 넘게 씨름하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힘을 주고 있기는 한데 아까랑 달리 조금씩 귀두부분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더라고.. 드디어 들어간다 하는 순간 지도 느꼈는지 또 도망가려고 하는 걸 머리채를 확 잡아 챈 다음에 그대로 뿌리까지 쑤셔 박았지. 후장 아다도 아다라는 건지. 이 년이 비명을 어찌나 크게 질렀는지 내가 다 깜짝 놀라서 조용히 하라고 그랬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