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26)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그가 메시지를 통해 밖으로 나갈 것을 지시했을 때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는 했지만 그의 요구는 예상보다 훨씬 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왜? 난 지금 하고 싶은데.」 어이가 없을 정도로 뻔뻔한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목소리가 너무 컸던 나머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조차 그의 말을 들은 듯 보였고, 몇 명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흥미롭다는 듯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목소리 좀 낮춰요!」

「그러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얼른 들어가자고.」 라고 말하며 그가 턱 끝으로 가리킨 곳은 옆 건물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이었다. 

「미쳤어요? 수호오빠가 언제 올 줄 알고 지금 저런 데를 가요?!」

..아니. 정말로 미친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단호히 싫다고 거절하거나 내가 왜 그런 데를 당신이랑 가야 하는지 따져 묻는 것이 아니라, 고작 저런 핑계 밖에 댈 수 없다니 말이다.

「흠.. 그것도 그러네. 금방 나오기에는 시간이 아깝긴 하지?」 그렇게 말한 그는 다짜고짜 내 손목을 잡아채더니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술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야구연습장 아래의 주차장 구석이었다.

「뭐예요? 여긴 왜.. 꺅!」 

하지만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내 머리위에 손을 얹고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섬주섬 벨트를 끄르더니 이내 내 눈앞에 자신의 남성을 덩그러니 꺼내 놓기에 이르렀다.

「빨아.」 

「미쳤어요? 이런데서..」 

「싫어? 지금이라도 어디 들어갈까?」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한다. 12시 27분. 

이미 밖에 나온 지 2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어찌됐든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의심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치맛자락을 붙잡은 채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으음..」 차가운 공기 탓인지 평소보다도 완전히 작아져있는 그것을 입에 물자 그에게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차갑게 식어있던 그의 물건은 입 안에서 빠른 속도로 온기를 되찾으며 팽창해나갔다. 흥분한 그가 갑자기 허리를 쓰기 시작하는 바람에 나는 그만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픔보다는 팬티가 훤히 드러나고 있을 자세에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는 그런 내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이미 한 발짝 다가와 눈앞에 그것을 들이밀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를 째려보았을 뿐, 결국 다시금 입을 벌려 그의 것을 입 안 가득 머금었다.

「얼굴에 묻히기 싫으면 뒤로 빼지 마라.」

그의 물건에서 뿜어져 나온 백탁의 액체가 목젖을 때리는 순간에도,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눈을 감고 그의 사정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내 입 안 가득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로 인해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우욱..」 구역질이 올라왔다.

「뱉어도 돼.」 

「!」

언제나와 같이 삼키게 할 줄 알았던 나는 의외의 허락에 얼른 구석 화단으로 달려가 입 안에 있던 것들을 전부 뱉어내기 시작했다. 

「우웩- 우웩-」 그것은 뱉어낸다기보다는 차라리 토해내는 것에 가까운 행위였다. 하지만 입 안 구석구석 엉겨 붙은 그의 흔적은 계속된 토악질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자..잠깐만요..이..이런데서.. 흑!」

그것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엉덩이가 서늘해진 것을 느낀 나는 미처 입가에 늘어진 그의 흔적을 닦지도 못한 채 다급하게 외쳤지만, 익숙하게 입구를 찾은 그의 물건은 기어이 미끄덩하고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그의 물건에 묻어있던 타액과 정액으로 가까스로 삽입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애액이 전혀 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진 그 행위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조차도 충분히 만족하는 듯 보였고, 그 뻑뻑한 상태에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어윽.. 어윽..」

그가 허리를 부딪쳐 올 때마다 작게 벌어진 입에서는 타액과 간헐적인 신음이 뒤섞여 새어나오고 있었다. 혹시라도 누가 듣지는 않을까 불안한 와중이었지만, 생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극심한 고통은 도저히 참기 힘든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오늘도 여지없이 질 안 깊숙한 곳에 그대로 그 뜨거운 정액을 토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여운을 느끼려는 듯 욕구를 푼 뒤에도 삽입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제는 아예 그 상태 그대로 느긋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온 몸이 뻐근할 지경이라 그에게서 빠져나오기는커녕 벽을 짚고 서있는 것이 고작인 상태였다. 

「야. 수호 왔대. 얼른 들어가자.」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내게서 빠져 나갔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여전히 한 손으로는 벽을 짚은 채 s나머지 한 손으로 겨우겨우 속옷을 추켜올리고 있었다.

「잠깐 잠깐-」

갑자기 그가 그런 나를 제지했다. 그리고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내 허벅지에 걸쳐있던 팬티에 자신의 성기를 쓱쓱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흐. 그냥 입으려니 영 찝찝해서 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입술을 깨물어 참았다. 그리고 말없이 그의 분비물로 얼룩진 속옷을 끌어올렸다. 다시 술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가 사정한 흔적이 새어나오는 느낌에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어야 했는지 모른다. 

.

.

.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16:45]

고개를 숙인 채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의 양 어깨가 심하게 들썩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울음을 참아보려 하지만 복받치는 서러움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듯. 그녀의 울음소리는 조금씩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터지는 눈물을 참지 못한 그녀가 테이블에 엎드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는 지독하게 처절하여 마치 짐승의 그것과 가까운 소리로 카페 안에 무겁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서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현택이었다.

수업 중이던 은채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은 약 2시간 전이었다.

[..은채씨 문제가 생겼네요..]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였지만, 발신인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응? 내가 이 사람 번호를 언제 저장했지?'

은채는 의아했지만 자신이 지난 번 만났을 때 많이 취해서 기억을 못하는 것 뿐 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가 보낸 메시지의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은채는 그가 남자친구의 친구라는 생각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메시지를 이어갔다.

[아 현택오빠~ 그 날은 잘 들어가셨어요?^ ^ 근데 문제가 생겼다니요?]

[..혹시 지난 토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호가 얘기 안하던가요?]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라니. 

그 날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단 말인가? 무슨 일이길래 나한테 직접 연락을 하지?

혹시 자기가 너무 취해서 남자친구의 친구들 앞에서 무슨 큰 실수라도 한 건가?

은채는 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하고 있었지만, 또 대놓고 물어보기에는 어떤 대답이 들려올지 겁이나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죄송해요.. 사실 제가 그 날 술을 너무 마셔서 잘 기억이 안 나요ㅠㅠ ..제가 뭐 실수한건가요?]

한참을 망설인 끝에 보낸 은채의 메시지. 하지만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표시가 뜨고 난 뒤로도 현택은 한동안 아무 답신이 없었고, 그런 침묵은 더욱 은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10분이 지나서야 현택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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