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1X년 7월 26일 10:12 pm>
"..아,앗!.."
"아, 미안. 조심할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건네지만, 기찬의 시선은 한 곳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 시선의 끝에는 다리를 둥글게 말아올린 채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유라가 있었다
이미 둘은 원활한 관계를 위해 전희를 보내기로 합의했기에, 기찬은 자신의 손가락을 이용해 가벼운 페팅을 시도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 기찬은 행여나 상처가 날까봐 손톱을 바짝 깎고 윤활제도 충분히 발라둔 상태였지만 방심하지 않고 조심스레 움직여 간다.
그 덕분인지, 유라는 조금 전부터 자신도 모르는 신음을 조금씩이나마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 좀 어때?"
기찬은 유라의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더욱 부드럽게 손가락을 놀린다. 뿌리 끝까지 들어가있는 중지를 가볍게 들어올린다. 녀석은 가벼운 압박감과 함께 그녀의 신경을 자극한다.
"..이상해요...이상해요..으..."
유라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지도 못하고 눈을 질끈 감는다.
정말 이상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그것은 오히려 간지러움에 가까웠고, 기찬이 손가락을 까닥거릴 때마다 자신은 어쩔줄 몰라하며 파르르 떨어댄다.
익숙치 않은 감각에 울먹임과 창피함이 마구잡이로 뒤섞이지만 적어도 이것이 고통이 아님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아! 자, 잠시!.."
갑자기 느껴진 압박감에 놀란 유라는 그만 소리를 질르고 말았다.
어느새 다가온 기찬의 검지가 자신의 구멍을 지긋히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중지가 들어와 있었지만 기찬은 조금도 개의치 않은 듯, 검지마저도 자신의 안으로 들어보낼려고 한 것이다.
"..그..아직..으..."
"아파? 오늘은 가능할거 같은데,"
기찬은 구부린 검지로 구멍을 콕콕 찔러댄다. 아직이라고 말한 유라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구멍은 꽤나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약간만 힘을 준다면 검지도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두개는 좀..."
하지만 유라는 덜컥 겁이 났다. 아무리 기찬의 말을 따르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무서움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당하고싶진 않았기에 그녀에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럼 뭐, 오늘도 평소처럼 해줄게."
그 말과 함께 기찬은 유라의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그는 혀를 이용해서 유라의 클리토리스를 핥았다. 요 며칠 꾸준히 해왔던 터라 찝찔한 맛이 영 익숙했다. 그리곤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며 보지의 구석 구석을 애무했다.
혀는 참으로 신기했다. 힘을 뺀 혀는 충분히 부드러웠지만, 힘을 준 혀는 생각보다 꼿꼿했다.
그는 두가지 방법을 모두 이용해서 유라의 보지를 자극해갔다.
"하악!"
그녀가 놀란다. 달뜬 신음소리가 파르르 떨려나왔다.
기찬은 물론 자신의 손가락도 잊지는 않았기에, 유라의 항문에 단단히 틀어박혀있는 자신의 중지를 천천히 움직여갔다.
"..으, 으으!!.."
너무나 강렬한 자극이었던걸까, 유라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치 세상이 핑그르 도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음부에서 시작된 자극이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는다. 부끄러움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그런건 마치 사치와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필사적으로 버텼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오줌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가락은 더욱 더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깊숙히 찌르고 빠르게 빼낸다, 마치 섹스를 하는 것 처럼.
당장이라도 멈추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풀어질 때로 풀어진 괄약근은 계속해서 그 움직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엄마..엄마아..."
유라의 울먹거림이 커질수록, 기찬의 움직임도 점점 빨라졌다. 처음엔 빡빡하게 느껴졌던 좁은 구멍이, 이제는 아무 것도 아닌 양 흐물흐물해져 있다.
그것은 그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기찬은 천천히 중지를 뽑아냈다. 반마디도 걸치지 않을만큼 아슬아슬하게, 그리곤 빠르게 검지를 포개서 다시 찔러넣었다.
들어갔다, 약간 빡빡한 감이 있었지만 성공했다는게 중요했다.
그는 손가락을 찔러넣은 채 얌전히 기다렸다.
아무리 그래도 손가락 한개와 두개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마구잡이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충분한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파? 유라씨 괜찮아?"
기찬은 슬쩍 고개를 들어 유라를 올려다본다.
"..이상해요..으..이상해..요.."
몸을 배배꼬며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고통에 찬 표정은 아니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항문을 파고든 손가락이 두개로 바꿨다는 사실도 아직까지 모를까,
기찬은 뭔가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분명 석철이 그랬다, '만약 손가락 두개를 받아들이고도 큰 무리가 없다면, 한번 시도해돌만 하다'고.
기찬은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다.
관장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그녀에게 시켰다.
콘돔은 미리 두박스나 사놓고 쟁여놓은 상태다.
좀 빡빡하긴 하지만 손가락도 두개나 들어갔다.
하하-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오늘이 바로 "그 날"인 것 같았다.
기찬은 시험삼아 손가락을 V자로 벌려본다. 장내의 탄탄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와, 이런 곳에 자지를 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기찬은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
"유라씨, 잠시 이렇게.."
기찬은 유라의 허리를 감싸곤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는 이미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었기에, 전적으로 자신이 힘을 써야했다.
몇번 낑낑댄 기찬은 결국 유라를 엎드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배쪽에 베개를 대면 더 좋다는 석철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후,"
잡티 없는 깨끗한 피부와 잘록한 허리라인, 그녀가 엎드린 자세는 매번 볼때마다 아찔했다.
그 가운데,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로 유라의 조그만 그곳이 보였다.
예뻤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 예뻤다.
'석철이 새끼랑 어울리다보니 자신도 변태가 된건가?'
그러고보니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거 같다.
'아니, 어쩌면 원래부터 변태 끼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게 자신을 흥분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찬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빳빳해진 자신의 물건에 콘돔을 씌웠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하면 된다.
하지만..
'좆대가리나 들어갈 수 있을까..?'
이상하게도 좀 처럼 확신이 들지 않았었다.
확실히 평소보다는 벌어져 있는 것 같았지만, 그 곳은 생각보다도 훨씬 좁아보였다.
'...모르겠다, 계속 하다보면 되겠지 뭐.'
하지만 이제와서 물러설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자신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 뿐이었다.
기찬은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띵-
기찬은 일단 휴대폰 동영상 녹화버튼을 눌렀다.
오늘은 하나도 놓칠 수 없었다. 행여 조명이 칙칙한 모텔이라 잘 찍히지 않을까봐 일부러 자신의 방에 유라를 데리고 오지 않았던가,
영원히 간직할 영상이다. 속 편하게 지금부터 찍는게 나았다.
기찬은 우선 윤활제부터 집어들었다. 그리곤 아낌없이 그녀의 엉덩이에 쏟아부은 다음, 구석구석 꼼꼼히 발랐다.
혹시 몰라, 손가락을 써서 구멍 안쪽까지 발라본다. 여전히 손가락 한개쯤은 무리없이 들어간다.
느낌은 좋았다.
"자, 이제.."
기찬은 침대 위로 올라가 어정쩡하게 섰다. 그리곤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뻐끔한 항문에 갖다댔다.
미끈거리는 감촉이 콘돔 너머로 느껴진다. 하지만 위치는 맞았는지 자지는 크게 흔들리지도 않고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기찬은 분명하게 느꼈다.
여기서 자신이 계속해서 버틴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분명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확신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유라였다.
기찬이 자신의 몸을 뒤집자, 유라는 '이제서야 섹스를 하는구나..' 싶었다. 후배위는 최근 그가 자주하는 체위였기 때문이었다.
관계가 끝날 때까지 엎드리고 있는 건 익숙하진 않았지만, 이제 어느정도 요령이 생긴 탓에 그녀는 꽤 버틸만 했다. 게다가 오늘은 기찬이 베개까지 깔아줬기에 한결 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오늘도 거기, 만지겠지...'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의 항문에 손을 대는 기찬의 행동 때문이었다.
아니, 차라리 손만 대면 그냥 모른 척 얼굴을 붉히면 그만인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손가락으로 찔러들어오곤 했다.
멈칫거리며 조심스레 다가오던 그의 손길도, 이제는 당연한 수순처럼 파고 들어온다.
처음엔 제발 하지말아달라고 애원하던 자신도, 이제는 다리를 슬쩍 벌리며 그의 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마치 당연하게, 당연하게도 이렇게 해야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 곳을 훤히 보여준다는 것 만으로도 죽을만큼 창피한데, 이제는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곤 한다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부끄러움 만큼은 영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으읏..! 지금도 또..'
몇번을 겪는다해도 결코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감각이 자신의 항문에서 느껴진다.
방금도 손가락 하나가 쑥-하고 들어온 것이다.
윤활제가 충분히 발라져있어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지만 깜짝 놀라기엔 충분했다.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게 그나마의 위안으로 다가왔다.
"흐으.."
가볍게 찔러대던 손가락이 재미를 보고 빠져나갈 때까지, 유라는 침대시트를 꽉 움켜쥔 채 버텼다.
묘하게 저릿한 감각이 항문 안쪽에서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한 채 그녀는 양 무릎과 양팔에 단단히 힘을 준다.
이제부터는 그를 받아낼 시간이었다. 이렇게 힘을 주고 버티는 건 그녀 스스로가 터득한 자그마한 요령이었다.
'응?..'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항문에 다시금 뭔가가 닿았다.
'..오늘은 시작하기도 전에 자주 그러네..'
기찬은 항상 섹스를 하는 도중에 자신의 항문을 지분거렸다. 오늘도 당연히 그럴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뭐..'
순서가 조금 바꼈다고 자신이 뭐라고 할 것도,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기에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으윽!"
그런데, 그런데 이건 진짜 이상했다. 항문에 닿는 느낌이 평소와는 달리 묵직했던 것이다.
'중지,는 아닌거 같고 그럼 엄지 손가락인가?...'
'!'
아니다, 아니야. 더 큰게 있었다.
더 굵고, 무서운, 더 아픈게 있었다.
유라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움켜쥔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너무 너무 무서워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기찬이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아 꾹 참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한동안은 얌전했던 기찬이었다. 결코 따뜻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윽박지르거나 벌벌 떨게 하진 않았었다.
잠자리도 그랬다.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찔러넣는게 아니라 충분한 전희를 거친 후에 삽입하는거라, 한결 수월하게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아픔보다는 묘하게 달뜬 느낌이 들어, 솔직히 막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어쩌면 동철오빠보다는 그가 좀 더 부드러울지도..'라고 생각하다가 화들짝 놀란 적도 ...사실은 있었다.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지나면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유라는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을 그대로 쏟아냈다.
지금 기찬이 밀어대는 그곳보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아팠다.
#
"흑..하지..마세요..하..지마세요..흐흑..."
기찬은 난감해졌다. 자신이 낑낑대는 동안, 유라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녀를 반응을 봤을때, 결코 협조적이지만은 않을거라는 것.
"하지 마세요..제발요..하, 하지 마세요..."
그나마 소리지르지 않고 애원하는게 다행이랄까, 기찬은 입맛이 썼다.
'아..조금만 있으면 되는건데, 눈치하나는...젠장!'
"그, 지난번에 나랑 약속 했잖아. 동철이 만나고나서 하게 해주겠다고 했잖아, 응?"
기찬은 지난 번의 약속을 들먹이며 유라를 설득했다. 물론 이렇게 독단적으로 하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지..끅, 마..세요..엉엉... "
하지만 유라는 계속해서 울며 애원할 뿐이었다.
기찬은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의 자지는 아직 유라의 항문 입구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녀는 벌써부터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그정도면 다행이지, 방금 전부터 버둥거리는 유라를 짓누르느라 기찬은 촬영중인 스마트폰도 내려둔 상태였다.
이래서는 기념적인 영상 촬영은 커녕, 성공도 힘들어 보였다.
"시발, 시바..."
한껏 욕지거리를 뱉어낸 기찬은 유라의 허리와 엉덩이를 짓누르고 있는 양손에 힘을 가했다.
들썩이던 그녀의 몸이 개구리 마냥 납작해지며 버둥거림이 멈췄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고 더욱 힘을 줘갔다.
기찬은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지금의 상황을 파악해갔다.
순순히 하는건 이미 틀어졌다.
고분고분하게 할 수만 있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어느 누가 항문을 웃으면서 대주겠는가, 아무리 자신이 유라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해도 그건 무리였다.
'진정, 진정. 후..'
애당초 큰 기대는 없었기에 기찬은 빠르게 다음 계획으로 나아갔다.
일단은 유라를 제압했다. 울고 떼쓰는 건 여전했지만 적어도 도망치기 위한 발버둥은 없었다.
지금이라면 한손으로도 충분히 제압가능하리라 생각한 기찬은 조심스레 오른손을 빼냈다. 그리곤 남은 왼손으로 유라의 허리춤을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그녀의 허리가 내려가며 다시 한번 항문이 활짝 드러났다.
아쉽게도 유라의 저항으로 인해 기찬의 자지는 이미 그곳에서 미끌어진 후였다.
짜증이 아주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번쯤은 참아주기로 마음먹고 기찬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다시 한번 자신의 귀두 부분을 정확하게 그녀의 항문에 맞췄다. 그 순간 유라가 다시금 허리를 들썩였지만, 기찬은 힘으로 그것을 무마시켰다.
"잔인하게 당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으름장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나마 있던 유라의 조그만 저항마저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도가 수월하게 나가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윽박지름이 오히려 유라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고, 그녀는 당연하게도 몸을 움츠리고야 말았다.
결국 더욱 좁아진 구멍, 그것은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고스란히 떠넘겨진다.
자신의 물건 너머에서 전해지는 반발력만 봐도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젠장..흡,"
기찬은 다된 밥에 괜시리 재를 뿌린 것만 같아 욕설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겨우겨우 삼키며 참아냈다.
여기서 한번만 더 실수를 하면 오늘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다, 말 한마디 한마디도 조심해야할 판이었다.
유라가 파들파들 떤다. 그녀를 누르고 있던 손으로도 충분히 느껴질 만큼,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다니깐."
괜찮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괜찮지 않을거에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기찬은 머쓱한 마음에 대충 얼무어버린 것이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서기는 글렀다.
그냥 최대한 빨리, 그리고 덜 아프게 해주는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기찬은 생각했다.
다행히도 이런 답답한 상황까지 예상했는지, 석철은 몇가지 팁을 주기도 했었다.
'야, 진짜 안된다 싶으면 걍 자지를 똥꼬에 딱 들이밀고는 버텨! 10분, 20분이 걸리더라도 무조건 버텨. 그럼 무조건 뚫린다!'
분명 녀석이 그랬다, 이렇게 버티다보면 결국 힘이 빠지는 쪽은 막아서는 쪽이라고. 찌르는 쪽의 나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말이다.
석철이 녀석이 누군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타입은 절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의 경험은 진짜였기에 한번 그를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기찬은 허리춤에 힘을 주곤 조금씩 유라의 항문을 압박해갔다. 여전히 그곳은 비좁고 탄탄했지만, 자신은 절대로 허리를 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기찬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한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것은 두 대의 같은 차를 동일한 장소에 1주일간 방치하는 것이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한대의 유리창을 아주 약간 깨놓았다는 것.
하지만 1주일 후, 그 차이는 전혀 다른 결과로 다가오게 되었다. 유리창이 약간 깨진 차는 배터리와 타이어가 이미 사라져있었고, 각종 낙서나 투기, 파괴로 인해 완전히 파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작은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헉, 헉.."
기찬은 연신 허리를 흔들어댄다. 이젠 조금의 막힘도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기찬은 아래를 내려다 봤다.
벌어질대로 벌어진 유라의 항문이 자신의 거친 움직임을 용케 받아내는게 적나라하게 들어온다.
짜릿한 감각이 기찬의 몸을 관통한다.
'됐다, 됐어! 성공했어!'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아니 두번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임을 그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잘록하고 미끈하게 빠진 허리라인과 육감적인 골반이 자신의 시야를 어지럽힌다. 어찌 그냥 넘어갈 수가 있을까, 잔뜩 성이 난 자신의 분신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껏 재미를 본다.
이미 몇번이나 손을 아래로 뻗어 확인을 했었다. 유라의 보지구멍은 분명 자신의 물건 아래에 있었고 그 곳은 허전하리 만큼 비어있었다.
자신이 들락거리고 있는 구멍은 틀림없는 항문이었다.
기찬은 이 모든게 꿈만 같았다. 분명 성공하지 못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다, 불과 5분 전만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해냈다, 해낸 것이다. 신이 난 그는 더욱 허리를 거세게 허리를 흔들어댔다.
살과 살이 비벼지며 이상한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기찬은 그런 것따위에 신경 쓸 겨늘이 없었다.
계속해서 흔들어대는 허리춤과는 상관없이 기찬의 의식은 이미 10분 전의, 믿을 수 없던 바로 그때로 되돌아가 있었다.
기찬과 유라는 여전히 몸을 맞대고 있었다. 에어컨을 충분히 틀었음에도 모텔 방안은 그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하지만 기찬의 얼굴은 잔뜩 구겨진 채 좀처럼 펴지질 않고 있었다.
게다가 막막함이 밀려왔는지, 그의 입에선 짜증섞인 막막함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젠장할..!"
기찬은 허리를 빼며 한숨을 푹 하고 쉰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석철이 녀석의 말이 맞다는걸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더럽게 어렵다.
하지만 될 것이다.
'되기는 개뿔..'
그것은 정확히 절반에만 해당했고, 그 증거로 자신은 조금의 진도도 빼지 못한 채 여전히 낑낑대고 있을 뿐이었다.
10분? 20분? 도대체 그 많은 시간들이 전부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시도가 전혀 없었던건 아니다. 나름 몇번의 기회가 있었고, 자신은 석철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유라였다.
어찌 겨우겨우 구슬려서 얌전히 만든 다음에 힘을 줘볼려고 하면 그녀는 여전히 무섭다고 기어서 도망가기 일 쑤였고,
어찌 또 한번 어르고 달랜 뒤에 똥구멍을 살살 후벼 파볼려고 힘을 주기만 하면 허리를 들썩이며 반항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못하겠다고 하는거라면 이해라도 하지,
'아니, 유라씨 분명 약속한건데 이렇게 안지키고 버팅기면 저보고 어떡하란거에요? 약속한거잖아요, 하게 해주겠담서요? 지금 배짱장사해요? 이런다고 그냥 없던 일 되냐구요, 네? 자꾸 이러면 저도 똑같이 합니다, 똑같이 한다구요. 저도 여태껏 했던 약속들 하나도 안지키고 유라씨처럼 마음대로 해볼까요, 엉?!'
기찬이 약속 운운하며 지킬 것을 강요하자, 펑펑 우는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것도 유라였다.
그런데 시도 할때마다 이 난리니 기찬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 안되겠네 진짜! 유라씨 그러지 말고 엉덩이 좀 확 뒤로 빼봐요, 아님 똥구멍을 양손으로 벌려라도 보던가!"
기찬의 애원섞인 윽박지름에 유라는 벌벌 떠는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고 양쪽으로 벌려갔다.
"또 하란건 냉큼한다니까, 후후~"
엉덩이를 쭉 빼고 벌리고 있는 그녀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기찬은 약간의 짜증이 해소되는 것만 같아 작게 웃고 말았다.
착하게도 말은 잘 듣는 유라였다.
'근데 그럼 뭐해, 할려고하면 또 기어서 도망갈게 뻔한데..'
윽박지르면 자세잡고, 쿡쿡 찌르면 도망가는 뭐..
긴 대치 속에서 기찬이 얻은 건 그 정도가 다 였다.
이해는 간다. 생전 처음 겪는 상황일테니까 무서운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말을 들어야 아프지않을텐데, 기찬은 정말로 유라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후,"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간격이 너무나도 컸다.
그것은, 자신의 말에 따라 어설프게나마 엉덩이를 벌리고 있는 유라도, 다시금 자지를 움켜쥐고 항문에 갖다대는 자신도.
서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분명히 조금씩이지만 자신의 귀두가 유라의 항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잘한 저항으로 쉽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진행방향 마저 틀린건 아니라는 것에 의의를 둘 만했다.
쭈욱-
기찬은 윤활제를 아낌없이 짜냈다. 하룻밤 재미로 다 써버리기엔 그것은 분명이 많은 양이었지만, 이까짓 윤활제 한통 따위 그동안 공들인 시간에 비하면 조금도 아깝지도 않았다. 차라리 다 써서라도 성공한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였으니까.
하지만 그 뿐이었다. 또 한번의 지루한 대치가 5분넘게 지속되고 있었고, 기찬은 충분히 지쳐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제대로 싸지도 못하고 몇십분을 발기한 채로 덜컹 있는게 다인데. 이러다간 단단했던 발기도 한풀 꺾일 판이었다.
유라도 마찬가지였다. 엉덩이를 들춘 자세로 한참을 버틴 탓인지, 아까 전부터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비참하지만 그렇게나마 겨우 버티고 있는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전부였다.
'응?'
그 순간이었다.
잔뜩 힘을 주고 버티던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약간, 아주 약간이지만 분명히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든 기찬은 자신의 귀두를 쳐다봤다. 어느새 귀두의 절반 정도가 그녀의 항문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했다. 그냥 살에다 갖다댄게 아니라, 무언가 열려가는 느낌을 확실히 받은 것이다.
자신의 짐작이 맞았는지, 유라 역시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기찬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녀도 눈치 챈 이상 또 한번 밀어낼려고 안간힘을 쓸게 분명했다. 여기서는 물러서면 안되는 거라고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유라가 허리를 들썩이며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도 느낀 것이리라.
기찬은 손을 뻗어 유라의 머리채를 움켜잡아 당겼다.
"아악-!"
그녀의 얇은 목이 부러질 듯 치켜 들린다.
그리곤 그와 동시에 허리에 힘을 줘 자지를 뿌리 끝까지 쑤셔 박았다.
"으..어어..."
꺽꺽대며 유라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친다. 깜짝 놀란 기찬이 황급히 베개로 유라의 얼굴을 짓눌렀다.
행여나 오해한 누가 신고라도 한다면 곤란해지는건 자신이니까.
베개로 유라의 입을 막은 상태에서 기찬은 조심스레 허리를 움직여봤다.
자신의 사타구니의 털들이 그녀의 엉덩이에 닿는다.
뒷치기는 많이 해봤기에 자신의 하복부에 찰팍하고 부딪히는 엉덩이의 감각 자체는 익숙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게 너무도 달랐다.
미칠듯이 조여대는 감각이 자지 전체를 애워싼다. 그리곤 동시에 당장이라도 밀어낼 듯 강렬한 배출감이 유라의 항문에서 느껴진다.
"크으..!"
확실히 보지랑은 달랐다. 마치 빡빡한 튜브 속에 주먹을 넣고 버티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한발을 뗀거나 다름없는데, 여기에서 만족할 자신이 아니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그대로 토해질 것만 같은 감각에 주의하며, 기찬은 단단히 힘을 주고 버티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삽입한 이상, 유리한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뒤의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자신은 열심히 피스톤질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자신, 그리고 아무렇게나 흔들리고 있는 유라의 몸. 그것 만이 지금의 모든 것이었다.
기찬은 머쓱해졌다.
그동안 충분히 관계를 맺어온 유라였지만, 항문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름의 소중한 첫경험이나 다름 없는게 아닌가. 게다가 유라를 달래며 애시당초 그녀와 약속한 것도 있었다.
'무슨일이 있더라고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하겠다.' 라며 불안해하는 그녀를 어렵게나마 달랬었다. 물론 그 순간만큼은 기찬도 애틋한 마음이 들어 진실되게 맹세했었다.
"헉..헉헉..!"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잔뜩 힘을 줘서 박아대며 그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구겨가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아, 이게 아닌데..흐...'
기찬은 유라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에 불같이 일어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허리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니, 이제는 멈출 수 없다고 보는게 맞았다.
'..그게 뭐 어때서,'
기찬은 쓸데없이 솟아오를려고 하는 찝찝함은 발로 밟아 뭉개버린다.
비록 자신이 많이 헝클어버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섹스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것은 이미 그걸로 지나간 것, 이제와서 돌이킬 수도 없었다.
'우리가 무슨 정상적인 사이도 아니고 말야.'
그러니 이딴 생각이나 할 이유가 하등 없다.
그리고 막말로 자신과 유라가 꼭 약속을 지켜야하는 그런 평등한 관계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딴건 남자친구인 동철이 새끼한테나 바라는거지, 자신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이었다.
기찬은 일부러 더욱 힘차게 허리를 움직여갔다.
놀란 그녀의 몸이 둥글게 말렸다. 분명 5분 전이었다면 자신의 하물은 맥없이 밖으로 빠져버렸겠지만, 이미 잔뜩 길을 내놓았기에 유라의 항문은 큰 문제없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찬의 시선이 발갛게 달아오른 유라의 목덜미에 멈춘다.
그러고보니 유라는 노란 머리색이 참 잘 어울렸었다. 처음 만났던 그날에도, 아니 동철이 녀석이 보여준 페이스북 사진에서도 그녀는 노란 머리였다.
아마 스스로가 잘 어울리는 색을 알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싸 보이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활기차고 생기넘치는 매력을 물씬 풍길 뿐.
한번도 얘기한 적 없었지만 기찬은 그런 유라의 머리가 너무 좋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가 아무렇게나 흔들린다. 그리고 자신은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유라의 얼굴을 대놓고 훔쳐본다.
'울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왜 그게 궁금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찬은 유라의 머리 끄댕이를 확-하고 당겼다.
약간의 억눌린 신음소리와 함께 유라의 고개가 뒤로 재쳐졌다. 그랬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마구 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유라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방울진 눈물도 아니었다. 무언가가 터져버린 듯이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아무튼 그것은 유라의 얼굴을 타고 내려와 베개를 흠뻑 적신다.
대충 힐끗 보기만 하더라도 고개를 절로 흔들만큼의 많은 양이다. 그렇게 그녀는 축축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끄럽지는 않았다. 아니, 그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는게 맞는 표현 같다. 정말 아무런 소리도 없었으니까.
마치 누군가가 음소거 버튼을 눌러버린 마냥 유라는 그렇게 조용했다.
기찬은 그런 그녀를 보며 가슴 한 켠이 덜컥하고 주저앉는 것을 느꼈다.
「 내가 정말로 유라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나는 이제 진짜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구나. 」
하지만 동시에, 그 못지않은 저열한 쾌감이 가슴 속 깊숙한 어떤 곳에서 송글송글 솟아오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처음 유라를 범했던 그 날도 이 정도의 짜릿함은 아니었다.
'그럼 이게 뭘까, 이게 뭐지?'
뭐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는 것, 하나의 인격체를 가장 완벽하고 처절하게 만드는 것, 두번 다시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버리는,
굳이 설명하지면, 자신이 온전하게 차지하지 못한다면 부숴버려서 남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바로 그것에 가까웠다.
'이제 그녀는 절대로 자신을 떠나지 못한다'
기찬은 그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했다. 그리곤, 비로소 자신이 온전하게 유라의 처음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으윽!!"
꾸역꾸역 막아왔던 사정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걸까, 기찬은 그와 동시에 더욱 빠르게 허리를 털어댔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는 진한 사정을 했다.
기찬은 한방울이라도 더 짜내기 위해 유라의 몸을 사정없이 움켜쥐어갔다.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에 마구잡이로 그의 손자국이 새겨진다, 그리곤 그와 동시에 콘돔의 끝이 뜨거운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갔다.
"..흐,"
기찬은 제대로 마무리 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유라의 몸 위로 쓰러진다. 남자의 몸무게는 여자가 버틸 수 있는게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그녀도 쓰러진다.
둘의 몸이 겹쳐졌다.
거친 들숨과 날숨이 서로의 귀를 갑지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서로에 대한 어떠한 교감도 없었다.
그저, 결과에 대한 격렬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기찬은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평소라면 못해도 세번은 했던게 자신인지라 쉽게 믿을 순 없었지만, 오늘은 정말로 피곤했다.
아니, 그것은 피로감 때문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 증거로 자신의 하물은 여전히 발기한 채로 유라의 항문에 틀어박혀 있었다. 심지어 단단하기까지 했다.
그런 자신이 고작 한번으로 나약한 소리를?
아니다.
만족감, 어쩌면 그것은 커다란 만족에서 오는 상실감 때문일지도 몰랐다.
다시 한번 기찬의 자지가 꿈틀댄다. 몸은 확실히 팔팔했다. 젊은 나이 탓인지 한번 싸는 정도로는 자지가 잘 죽지도 않았다.
기찬은 유라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댄다. 부드러운 젖가슴이 손 안에 가득 찬다, 마치 떡과 같은 살집의 감촉은 그를 다시금 흥분시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여전히 평온했다.
'쩝, 한번 더 하고 싶었는데...하하,'
지금은 그냥 한숨 자고 싶었다. 유라와 함께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그래, 자고 일어나서 또 하지 뭐.'
기찬은 그대로 눈을 감는다.
그녀의 살냄새가 자신을 코 끝을 간지럽힌다, 조금이지만 시큼한 땀냄새까지도.
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이젠 이 모든게 익숙해져만 있었다.
기찬은 팔을 뻗어 유라의 허리를 감싼다. 잘록한 라인이 그대로 느껴진다. 매번 벗기고 만져댄 곳이었지만 이렇게 그녀를 품에 안아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를 다루는 자신의 손길이 눈에 띄게 조심스럽고 보드라워 스스로도 깜짝 놀랄만 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나면 꼭 포옹해주고, 그게 매너다 임마!'
석철이 녀석이 신신당부했던 마지막 말이 메아리 처럼 귓가를 맴돈다. 그 당시에는 그 따위 것은 충분히 사치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좀 달랐다.
'가끔은 이렇게 안아주는 것도...'
기찬은 애써 끝마디를 삼켰다. 더 얘기했다간 유라와의 관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설사 자신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운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놓아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악!"
유라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온다. 괜히 심통이 난 기찬이 다시 한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왜, 끝난줄 알았어? 끝났을까봐? 응?"
기찬의 움직임은 더욱 거칠고 갑작스러웠다.
사실 스스로도 사정 직후라 걱렬하게 움직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한시라도 빨리 지워내고 싶었기에, 그는 더욱 무리하고 있었다.
"으으, 으으윽..!"
이번만큼은 버텨낼 수 없었던 건지, 유라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기찬은 그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관계 내내 신음을 속으로 삼키던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는게 사람인데, 그녀는 억지로 참았으니까 말이다.
충분히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좋다.
이게 진짜 유라의 모습이었다.
기찬은 더욱 허리를 흔들어댔다. 자신의 하복부가 연신 그녀의 엉덩이를 짓이겨간다. 살과 살이 맞닿는, 기분 좋은 찰팍거림이 방 안을 울렸다.
힘든 것도 초반의 잠시 뿐. 힘이 살짝 빠졌단 기찬의 하물은 다시금 단단해졌고, 그는 발정난 숫캐마냥 허리를 흔들며 유라의 항문을 유린해갔다.
"어때, 똥구멍도 그렇게 나쁘진 않지? 안그래? 크크크,"
기찬은 유라의 귀에 대고 온갖 상스러운 말을 속삭였다.
그 모양새가 지나칠만큼 집요했기에 유라는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정작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든 건 또 한번 그를 받아내야한다는 두려움이었다.
"흐, 흐흑!.."
결국 버티지 못한 유라는 결국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그들의 두번째 밤은 다시 시작되었다.
띠리리-!
"으..."
요란한 알람소리가 방 안에 울리자마자, 기찬은 한바탕 욕지거리를 내뱉곤 스마트폰을 움켜쥔다.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알람을 껐다.
그는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평소 아침 잠이 많았기에 특별히 요란한 알람음을 골라 뒀었는데, 정말 화딱지가 날만큼 시끄러웠던 탓이다.
게다가 알람이 울렸다는 건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의 기분은 더더욱 가라앉아만 갔다.
당장의 갈증이라도 해소하고자, 기찬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생수를 집어들어 입을 가져다 댔다.
벌컥벌컥- "푸하-!" 생수 한병을 시원하게 비운 기찬은 생각보다는 훨씬 상쾌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시선이 멈춘 침대의 한켠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유라가 있었다.
재빨리 껐다지만 꽤 요란한 알람소리였을텐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다.
가녀린 목덜미에서부터 시작한게 뽀하얀 등, 잘록한 허리를 지나 기찬의 눈에 속속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끝엔 풍만한 유라의 엉덩이가 덜렁 나와있었다.
"흐흐,"
기찬은 낮게 웃으며 유라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말캉거리면서도 쫀쫀한 감촉이 손 한가득 느껴졌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끝내주는 감촉이라 그는 생각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은 기찬이 손가락을 사용해서 엉덩이 사이를 벌린다.
그러자 길고도 길었던 어젯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발갛게 부어있는 질 입구가 보인다. 정액인지 애액인지 알 수 없는 하얀 자국이 주변에 덕지덕지 말라붙어 있었는데, 그 자국은 유라의 보지를 지나 앙증맞은 항문까지 이어져 있었다.
'쩝..'
어젯밤, 4번째였나 5번째였던가? 기찬은 자신의 물건으로 신나게 유라의 보지를 쑤시고 있었다.
아무튼 이리저리 체위를 바꾸던 중 자지가 빠져버렸고 기찬은 황급히 다시 구멍으로 밀어넣었는데,
'아, 아으..아아악...'
유라가 펄떡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하필 그게 항문이었던 것이었다.
콘돔? 그런건 당연히 없었다. 그런건 애당초 다 떨어진지 오래였고, 어차피 유라가 피임약을 먹는걸 알고 있었기에 섹스를 할때면 기찬은 항상 거리낌 없이 노콘을 고수했었다.
어쨌든 자신이 유라의 항문을 다시 한번, 그것도 생으로 쑤셨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두어번 허리를 흔들어 버린 뒤였다.
아무리 그래도 생으로 하는건 약간 찝찝했었다.
똥구멍, 말 그대로 똥이 나오는 구멍이 아닌가? 아무리 관장을 했다지만 그래도 생으로 하고 싶진 않았다. 소중한 자신의 물건에 똥칠을 할 수는 없었던 기찬은 황급히 빼내려고 했지만, 결국 그는 그러지 못했다.
'끄, 아으..꺼으으...'
자신의 아래에 깔려 고통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밀어내던 유라와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고통과 수치심의 그 모든 것, 마치 꼬챙이에 꿰인 개구리가 마구 버둥대는 모양새와 그녀는 별반 다를 바 없어보였다.
'결국 그대로 항문 안에다 사정해줬지.'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가슴팍을 밀치던 유라의 힘 없는 손을 아무렇게나 치워버리곤, 자신은 사정했다. 그것도 아주 시원하게 말이다.
기찬은 손가락을 세웠다. 말라붙은 정액이 찝찝하긴 했지만 유라의 항문을 슬쩍 건드려봤다. 적당한 반발력과 함께 건조한 살가죽이 손끝에서 마찰되어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뿐이었다.
몇시간 전 만해도 신나게 쑤셔대던 항문은 이제 더 이상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잔뜩 오므라들어 있었다.
기찬은 아쉬움에 계속해서 손가락을 놀렸다.
더러운 구멍이다. 관장을 충분히 했음에도 똥냄새가 날 것만 같은, 그런 빌어먹을만큼 더럽고 음란한 구멍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손이 갈까?'
가볍게 스치던 손가락은 점점 집요하게 변해가서 이제는 아에 대놓고 유라의 항문을 지분거리고 있었다.
어차피 손가락 한개다, 고작 손가락 한마디 쯤은 너도 괜찮으리라.
기찬은 계속해서 그녀의 항문을 후벼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으응.."
잠에 빠진 와중에도 찝찝한 이물감을 느꼈던 것인지, 유라는 몸을 뒤척이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 결국 손가락은 허무하게 빠져버렸고 기찬은 아쉬움에 입맛만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쯧!"
사실 작정하고 한다면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뻐근한 하물은 좀더 휴식이 필요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재미를 볼 방법은 충분히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찬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하하, 뭐 그래도.."
기찬은 기분이 좋았다. 중간에 의도치않게 저지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괜찮았다.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고, 충분히 남는 장사였으니까.
처음은 어렵다.
맞다.
하지만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의 다음은?
더 이상 자신을 거부하지 못하리라.
그녀의 몸에 남긴 자국들이야말로 확실한 '어젯밤'의 증거였다.
그것들은 반드시 자신을 다음의 기회로 인도해줄 것이다. 그것도 훨씬 수월하게 말이다.
기찬은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러 향했다.
솨아아아-
가벼운 샤워를 통해 어젯밤의 여운을 씻어낼 수 있었고, 그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 와중에도 유라는 여전히 쌕쌕대며 잠에 빠져있었다.
그 모습에 기찬은 순간적으로 실소를 금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이 피곤했을리라.
자신만 해도 하복부가 이렇게나 뻐근한데, 그녀는 아마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제대로 걸어다닐 수나 있을려나?'
나중에 일어난다면 모르긴 몰라도 꽤나 고생할게 뻔했다.
그는 지갑에서 만원짜리 두장을 꺼낸 다음 쪽지와 함께 남겼다.
「일어나면 괜히 무리하지말고 이걸로 밥 시켜먹어요. 잘하는 정식집 번호도 같이 적어놨으니까.」
기찬은 마지막으로 유라를 한번 훑었다.
티없이 하얀 살결, 잘록하면서도 나올 땐 나온 실루엣까지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눈요깃 감이 되었지만, 기찬은 이불을 끌어다 유라의 몸을 덮어주었다.
"감기 걸릴라.."
들으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것은 기찬 스스로도 놀랄만큼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머쓱해진 걸까, 잠든 유라를 뒤로한 채 기찬은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귀찮아 죽을만큼의 출근길이, 이상하게도 약간은 즐거운 것 같다고 생각하며 기찬은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201X년 8월 17일 09:13 pm>
엉덩이를 계속해서 치켜들고 있는건 꽤 힘든 일이라, 유라는 아까 전부터 허벅지가 뻐근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연신 짓이겨오는 기찬의 움직임에는 적당함이 없었기에, 마치 성난 멧돼지가 자신을 밀어부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그나마 할 수 있는거라곤, 그저 머리가 침대 헤드에 부딪히지 않도록 손을 뻗어 막는게 전부였다.
"흐흐, 좋지? 좋아? 헉헉!"
연신 허리를 흔드는 기찬이 헐떡이며 물어온다.
지겹게도 들어온 질문이었다. 그는 항상 관계 도중에 좋은지를 물어왔고, 그것은 매우 집요했었다.
반드시 확인하겠다는 확고함,
그 안에는 자신 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원했다는 식으로 못을 박고픈 그의 바램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사실 유라는 너무 힘들었다. 거기가 무척이나 쓰라렸던 탓이었다.
그와의 섹스는 끔찍하리만큼 싫었지만, 솔직히 행위 자체가 항상 고통의 연속인 것은 아니었다.
기찬과 수많은 밤을 보냈던 자신이었다.
이제는 알고 싶지 않더라도 서로의 몸에 대해선 익숙했었고 또 그게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와의 섹스에서 가끔씩 달뜬 신음을 흘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기찬은 거칠어도 너무 거칠었다.
전혀 배려심 없는 그의 움직임을 감당하기엔 자신의 애액은 너무나도 적었던 탓이다.
"네, 좋아요, 좋아요..."
하지만 비참하게도 기찬의 말에 고분고분 대답을 한다.
그를 위한 말을 속삭이고, 그를 향해 다리를 벌린다.
그게 지금의 "자신"이었다.
"그래, 그렇지. 하하!"
그런 저렴한 대답에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는 연신 체위를 번갈아가며 허리를 흔들어재꼈다.
그러길 얼마가 지났을까, 기찬의 움직임이 가빠졌다. 그것은 그가 곧 사정을 한다는 신호와 같았기에, 유라는 서둘러 준비를 했다.
더욱 다리를 벌려 그를 깊숙히 받아들인다. 온몸을 비틀며 교태를 부리는 "척"을 한다. 마치 황홀한 듯이, 자신도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연기를 했다.
한창 박아대던 기찬이 유라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 순간 몸 한곳에 구멍이 난듯 허전함이 덮쳤지만, 그녀는 방심하지 않고 기찬의 명령을 기다렸다.
"으으, 입에, 입으로..!"
오늘은 입으로 받아내라고 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유라는 무릎걸음으로 서둘러 다가간다. 그리곤 기찬의 하물을 입에 물었다.
그와 동시에 울컥거리는 정액이 입천장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유라는 기찬의 물건을 정성스레 빨았다. 마치 달콤한 사탕을 입 안 가득 굴리듯, 자신의 최선을 꺼내서 그에게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서 토할 것만 같았다. 비릿하고 토할것 같은 정액이 입 안을 가득 메워서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어차피 그가 허락하지 않는 한 자신은 조금도 멈출 수 없었기에 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굴며 그를 만족시켜갔다.
"뱉어도 돼."
그런데 기찬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
유라는 정말 깜짝 놀랐다.
뱉어도 된다니,
그가 항상 입으로 처리하게끔 시켰을땐 정액을 꼭꼭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사정이 끝난 후에도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쑤셔대는 탓에 유라는 항상 정액을 삼켜왔었다. 그러고나면 기찬은 만족한 듯, 웃으며 자신의 입에서 자지를 빼내곤 했었다. 단언컨데 꺽꺽거리며 게워낸 것 말고는, 구역질나는 그 것을 제대로 뱉어낸 기억은 단 한번도 없었다.
"으웨에엑.."
유라는 황급히 티슈를 뽑아 기찬의 것을 뱉어냈다.
걸쭉한 정액이 혓바닥에 잔뜩 눌러 붙어 있었지만 삼키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헐떡이는 숨이 심장을 아프게 조인다. 하지만 거기엔 고통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역질나는 그 물을 삼키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것, 기찬의 정액을 제대로 입으로 받아냈다는 것,
그리고,
'다행이야, 머리에 정액이 튀기라도 했다면...완전 늦었겠지?'
자신의 얼굴이 아닌 입 안에 싸주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젠가, 사정을 끝낸 그가 유라의 머리에 슥-하고 자지를 닦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났었고, 그녀의 머리엔 이미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버린 뒤였다.
뭐, 그럴 수도 있었다. 기찬이 한 짓궂은 행동 중에서는 약한 편이었으니까. 그까짓 머리, 그냥 감아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너무도 아슬한 날이었다.
기숙사 통금시간,
기찬의 생떼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만나긴 했지만 매우 늦은 밤이었고, 유라는 평소보다 서둘러 허리를 움직이며 그를 만족시켜냈다.
이제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나서야 겨우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는데, 기찬이 덜컥 저질러 버린 것이었다.
'이번만은 절대로 늦을 수 없었다. 이번엔 정말로 쫓겨날 수도 있었다.'
그런 압박감에 시달린 유라는 결국 물티슈로 머리카락을 대충 닦고는 서둘러 기숙사로 달렸던 것이었다.
다행히 아슬하게 늦지는 않았지만, 택시 안에서 킁킁대며 힐끔거리던 기사님과 유난히 자신을 노려보던 기숙사 사감언니의 행동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하필 오늘도 아슬할 뻔 했었는데 잘 넘겼다, 유라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안도하고 있었다.
"뭐해? 이리와."
어느새 침대에 벌러덩 누운 기찬이 자신을 부른다. 마치 이걸 배고 누우라는 듯이, 자신의 팔을 툭툭 치면서 말이다.
시큼한 땀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게 기찬의 것인지 아님 자신의 몸에서 나는지 알 수 없을만큼 지쳐있었기에, 유라는 고분고분히 그의 팔을 배고 누웠다.
"..."
아무런 말도 없었다. 유라는 이럴 때가 가장 겁이 났다.
'한번 더 할려고 그러는 걸까? 그런거라면 시간이 촉박한데...'
늦지 않게 갈려면 아까보다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
그가 충분히 흥분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엉덩이를 흔들고 ...익숙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자극적인 신음도 흘리리라,
"그.."
유라가 그렇게 마음을 다잡을 무렵, 기찬이 입을 열었다.
"요즘 동철이랑 자주 연락해?"
"네??"
갑작스런 기찬의 말에 유라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동철오빠의 안부를 물어오다니, 그는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왜 갑자기 그런걸 물어보는거지?
'혹시 자신과의 관계를...'
"동철이랑 연락 하냐고."
연이은 기찬의 되물음에도 유라는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손이 벌벌 떨렸다.
"저, 그게, 그..그..."
눈물이 찔끔 나왔다. 동철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부터 그녀는 조금도 참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 모습에 아차-했던 기찬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요즘 나랑만 붙어있고 하니까 동철이한테 연락 잘하나 싶어서 물어본거고, 별거 있는건 아니니까.."
"으, 으흑.."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 유라에게, 기찬은 혀를 끌끌 찬다.
최근엔 잘 울지도 않았다. 무슨 짓을 해도 꾹 참아내던 유라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에게도 동철은 확실한 아킬레스건이었던 것 같았다.
기찬은 기분이 이상했다.
유라가 우는게 싫었다. 아니, 우는건 좋아하긴 하는데.. 아무튼 이건 아니었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 동철이 면회나 갈까?"
결국 참지 못한 기찬이 사고를 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