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01X년 6월 27일 01:12 am>
[...아무튼 그렇게 겨우 골뱅이 하나 주워가지고 말야, 이 형님이 그나마 주말을 덜 외롭게 보냈다는거 아니냐~]
요즘 석철이 녀석이 부쩍 문자를 보내온다.
기찬은 혀를 툴툴 찼다.
'귀찮아.'
별 얘기는 없었다. 으레 그렇듯 20대의 발정난 숫캐들의 클럽 탐방기, 딱 그 정도가 전부였다.
[시바, 근데 뽕을 얼마나 넣었던지 다 벗기고 나니까 가슴이 아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가감없이 오픈하는 석철의 성생활 경험들, 그것만이 유일하게 기찬의 호기심을 당기곤 했다.
[..그래서, 하긴 했냐?]
남의 은밀함을 엿본다는 것만큼 흥분되는게 있을까, 기찬은 아닌 척하며 석철의 다음 말을 유도해간다.
[내가 쓴 돈이 얼만데, 당연히 먹어야지! 바로 두발 쏴주고 시작했다는거 아니냐!]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왈왈' 짖냐며 석철이 발끈했다.
[뭐.. 가슴은 작아서 좀 별로였는데, 의외로 골반이랑 힙라인은 죽여주더라, 크..! 보니까 완전 골아 떨어졌길래 작정하고 쑤셔댔는데, 아침에 제대로 걸어나갔는지는 모르겠다. 흐흐~]
작정했다라..
다른 사람이면 허세로 치부하고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석철은 달랐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기찬은 학과에 떠돌던 석철의 소문을 떠올려봤다.
학기 초만해도 석철은 이미지가 좋았다. 탄탄한 몸에 남자다운 외모, 거기다 선배도 잘 챙기는 깍듯함까지.
그렇다고 반듯하다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호탕한거고 까놓고 말하면 마초끼가 다분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뭐, 그런 서글서글한 모습에 끌린 몇몇 여자 선배들이 석철에게 접근했었고, 뭐 자연스레 잠자리를 가졌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관계 중에 흥분한 녀석이 그 여선배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른 것.
'박석철 저 놈, 은영이랑 하다가 목 졸랐다던데?'
'진짜? 지난번에는 뺨도 때렸다고 하더니만, 저 새끼 잠자리 버릇 완전 개차반이네, 개차반이여.'
개차반,
그 뒤로부턴 석철은 개차반으로 통했다.
'엑, 소문이 벌써 퍼졌어!? 에라이 걸레년들, 좋다고 할땐 언제고.. 그딴걸 흘리고 다니는지, 참나!'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음에도 석철은 큰 걱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당당했다.
'아이고 선배님~ 제가 주말에 현지를...흐흐, 사진 보시겠어요?'
'흐, 흠흠... 다른 애는 없냐?'
'오우, 그럼 지난주에 제가 먹은 아영이 사진도 보여드릴까요?'
그는 몇몇 여학우들과의 관계 사진을 돌려가며 남선배들과 동기들의 관심을 잡아갔다.
효과는 있었다. 여학우들 사이에서 흘러나가는 소문은 어찌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남학우들은 모른척 석철을 눈감아주곤 했다.
그가 날뛰면 날뛸수록 예쁘장한 여학우의 야릇한 사진들을 받아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그런 "황금알의 거위 배"는, 녀석이 남자친구 있는 여선배까지 건드리게 되면서 스스로 갈라졌다.
그 뒤론 도망치듯 군대, 제대후 자퇴로 이어진 석철의 행동으로 인해 소문은 빠르게 잊혀져갔다.
[암튼 요즘 클럽에 가면 여자틀이 팅기기는 엄청 팅겨, 보지에 금칠한 것도 아니고말야. 뭐 그래도 했으니까 흐흐, 야, 사진 볼래? 완전 허벌창, 허벌창 크크!]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찬과는 조금씩 연락이 닿아있던 석철은 여전히 그에게 연락을 해왔던 것이었다.
기찬은 몇번 울리는 스마트폰을 인내심있게 기다린 다음, 석철이 보낸 사진들을 본다.
어두운 조명, 제대로 잡히지 않은 초점들 사이로 헐벗은 여성의 몸이 들어온다.
기찬은 다음 사진을 눌렀다. 잔뜩 클로즈업 된 여성의 음부, 그걸 가르고 들어가있는 남성의 하물까지도.
그의 손은 빠르게 사진을 넘겼고 그럴수록 사진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가랑이를 활짝 벌리게 하고 찍은 사진,
골아떨어진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나온 안면사정 사진,
음부에 단단히 박혀들어간 비타500,
그리고 뻐끔하게 벌어진 항문 사진까지 말이다.
[흐흐, 마지막 사진은 예술 아니냐?]
[..야, 너 저기도 한거냐?]
[딱 보면 모르냐? 시원하게 내가 뚫어줬지! 아마 저 년 당분간 변비 걱정은 없을걸? 크크!]
빨갛게 부르튼 채 뻐끔한 여성의 항문이 방금 전까지의 일을 사실로 만들고 있었다.
[이년이 그래도 뒷구멍은 꽉꽉 물어주더라. 맛있는 자지를 아는가보지 흐흐~]
괜히 오버하듯 떠벌리는 석철의 말투에 기찬은 이상하게도 속이 뒤틀렸지만, 딱히 그를 나무랄 건덕지는 없었다.
아니, 애당초 자신이 왜 그렇게 발끈하는지도 몰랐다.
...
그렇게 알 수 없는 부글거림이 얼마간 지속 되었을까, 기찬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꽉꽉 물어준다고?'
자신은 실패했던 것을,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성공해버린 석철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나는 손가락 한마디도 못 넣었는데..'
기찬은 괜히 입맛이 썼다.
부글부글한 속은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며칠 전의 일이 녀석의 사진 위로 천천히 오버랩 되어갔다.
며칠 전의 그 날,
석철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욕구를 무한정 드러냈던 바로 그 날, 끝내줬던 그날, 자신은 유라와 화끈한 잠자리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 한창 후배위로 그녀를 조지고 있던 와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엉덩이 사이로 우연히 자신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유라의 조그만 그곳이었다.
똥구멍,
그저 똥을 싸는 곳.
특별히 그런 쪽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애써 관심 가진적도 없었다.
'솔직히 더럽지, 더러워. 근데...'
이상하게 그 조그만 구멍에 자꾸만 눈이 갔었다.
그저 자신의 허리놀림에 따라 조금씩 움찔대는 그곳이 어느새 자신의 시선을 잡아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이 들어가서 발그레한 유라의 볼 만큼이나 발갛던 똥구멍, 기찬은 그게 약간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왠지 냄새도 안날거 같네, 흠..'
그렇게 말도안되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기찬은 그녀의 항문에 손가락을 밀어넣었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손가락 한마디가 채 밀려들어가기도 전에 끝났다. 대경실색한 유라는 비명과 발버둥으로 기어코 그를 물러서게끔 만든 것이다.
기찬은 억울했다.
어차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곳이었다.
어쩌다 손가락을 넣는다 한들, 거기서 뭔가 더 나갈 생각도 없었다. 멀쩡한 보지가 있는데 굳이 똥나오는 곳을 쑤셔대고 싶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변태!' '저질!'이라며 소리지르고 우는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털끝만큼도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기찬은 '호기심이었다', '실수로 잘못 찔렀다' 같은 변명으로 엉엉 우는 유라를 적당히 달랜 뒤에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진정한 그녀를 다시금 엎드리게 한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오랜만에 후장도 따보고, 암튼 완전 주말에 완전 빡시게 놀았다. 크~!]
[새끼, 살살 좀 놀아라. 그러다 칼 맞을라.]
기찬은 괜한 핀잔을 석철에게 날린다.
하지만 석철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는지 계속해서 문자를 이었다.
[야 근데 후장 진짜 개쩔지 않냐? 조임도 좋고 은근 꼴리고 말야. 난 이제 가끔씩 안해주면 사정도 잘 안되던데, 넌 안그러냐?ㅋㅋㅋ]
[..뭐래,]
갑자기 화제의 방향이 자신에게로 쏠린다.
조악한 열등감이 자신의 위장을 쥐어짜내지만 딱히 받아칠 말이 없었다.
어쨋든 그는 해봤고, 나는 못해봤으니까.
[솔직히 준비하는게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재밌잖아! 너는 유라씨랑 몇번씩 하냐? 한달에 한번? 보름에 한번? 아님 일주일에 한번 이상?ㅋㅋ]
석철은 "이미 해봤지?"는 가정 하에, 기찬과 유라의 은밀한 사생활을 캐내고 있었다.
기찬은 석철과의 대화가 갈수록 난감해져만 갔다. 해본 적 없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손가락 하나? 그것도 마디가 들어가기도 전에 끝난 그거?
[조~오?다~ 지난번 보니까 유라씨 골반이..어후~! 난 진짜 그런 여자 있으면 시발 완전!!]
녀석의 타겟이 유라로 바뀐다.
[..아, 너 이런거 안좋아한다고 했던가? 큼큼, 미안하다 쏘리~~ㅋ]
기찬은 문자를 보는 눈이 점점 좁혀져갔다.
유라와 자신이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시시덕거리며 씹어댈만큼 가벼운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얘기를 할만큼 석철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이새끼 분명 지난번 호프에서도 그랬다. 그때도 분명 노골적으로 유라한테 껀덕거렸다. 내가 눈치를 주자 사그라들긴 했지만 굳이 숨기진 않았었다.
그런데 또 이런 도발을?
기찬은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붉은 열감이 후끈하게 느껴진다.
기찬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은 다음 생각했다.
뭘까? 이게 뭘까?
약간의 시간이 지난다.
덕분일까? 머리가 살짝은 식었는지, 그제서야 녀석의 숨겨진 의도가 어렴풋이 보였다.
뻔했다.
석철은 지금 아닌 척 하면서도 자신과 유라의 진도가 궁금했던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라"의 진도.
자지를 입에 몇번 물어봤는지,
얼싸는 해봤는지,
노콘은? 질내사정도 경험이 있나?
...혹시 항문섹스도 가능한가? 아님 거긴 아직..?
그딴걸 지금 골뱅이년 따먹은 사진 몇장에 슬쩍 묻어서 물어보는 거다.
기찬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위화감의 정체를 알고나니, 석철의 수작질이 너무나도 하찮아 보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딴 새끼의 그럴싸한 무용담에 열등감을 가졌던 거라구?'
어이가 없었다.
사실 녀석이 풀어놓는 얘기의 대부분은 사먹은 여자에 대한 것,
'요새 안마는 망했다~ 요즘은 오피가 좋네~' 그러다 어쩌다 한번씩 나오는게, 오늘같은 클럽 얘기들이었다.
주말에 남탕 투성이의 클럽에서 몇시간 고생하다가 겨우겨우 줏어온, 그것도 필름이 끊어진 걸레 골뱅이년으로 으X으X한 썰들.
물론 후장섹스는 석철이 녀석이 처음 자랑하는 것이긴 했다.
뭐 사실 까놓고 말해서 그 골뱅이년이 얼굴이 완전 썩창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화장 떡칠의 오크년의 똥꼬를 굳이 따고싶지는...
하지만 뭐 녀석도 흔치 않은 기회였을테다.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그렇게 의기양양했겠지, 인정한다.
그래서 뭐?
정작 녀석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건 내가 쥐고 있는데?
분명히 그 골뱅이년은 유라보다 못생겼을 것이다.
아니, 아마 여태껏 석철이 만나본 여자들 중에서도 유라는 손에 꼽히는 외모와 몸매일 것이다. 어쩌면 녀석이 만나지 못한 최고일지도 모른다.
[응응? 안그래? 기찬아 너도 얘기 좀 해봐라ㅋㅋ..]
이 안달나는 재촉의 문자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니고 뭐겠는가.
하하!
기찬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입 밖으로 내보냈다.
방음이 잘 안되는 원룸의 구조 상, 다른 집에서 항의가 올 수 있었지만 그는 그냥 시원하게 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웃어버리곤 기찬은 석철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지난번에 호프에서 "우리 유라"가 나 오랄 해준거 말해줬잖아. 그걸로 그냥 퉁치지?]
[아, 새끼 쪼잔하게.. 그건 그냥 니가 말로만 해준거잖아! 막말로 내가 그게 니 좃물인지 요플레 먹다 흘린건지 어떻게 아냐!?]
일단은 한번 팅겨보니 반발이 꽤 거세다. 바꿔 말하면 분명 그만큼 안달났다는 것.
[그러니까 그 딱! 알 수 있게 사진같이 뭐 그런.. 크, 흠흠, 흠! ..이 형님은 귀한 사진도 보내줬는데 흠흠, 너도 뭐 그..아님 뭐 너네는 항문섹스 어떤식으로 하는지나..하하! 뭐 서로 공유하면 또 좋은 방법이나 색다른 방법으로 즐길 수도 있고 흠흠..]
석철은 아예 대놓고 자신의 성적취향을 오픈하며 기찬에게 바짝 달라붙는다.
'미친 새끼.. 내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는데, 친구 여친 똥구멍에 껄덕거려?'
기찬은 석철의 수작질에 욕지거리가 올라왔지만, 어차피 녀석에게 큰걸 바란건 아니었다. 어찌보면 알아서 굴러들어왔기에 천천히 문자를 찍어보낸다.
[사실 우리는 그쪽으론 안해봐서..]
일단은 녀석이 알고싶은 방향으로 제시,
[에이~~ 뭐야, 이 자식 완전 쑥맥이네, 크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석철의 문자는 'ㅋㅋㅋ'가 태반을 도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좀, 음..더럽진 않나 싶어서 그냥~]
[이 새끼, 아직 맛을 모르네ㅋㅋ 임마~ 여자는 말야 자고로 구멍이 3갠데 그걸 골고루 써줘야..!...]
기찬이 먹이를 던져주자 덥썩 물어재낀 석철은 신나서 자신의 얘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자기가 어디서 뭘 해봤고, 얼마만큼 더럽게 놀아재껴봤는지부터 한번에 두명의 여자와 자본 것과 초대남으로 초대에 응해본 경험까지도.
듣기 싫은 자기자랑과 허풍도 섞여있었지만, 기찬은 석철을 골려줄 생각에 싫은 표정 없이 그의 문자를 꼬박꼬박 받아줬다.
[항문섹스 진짜 완전 쩌는데.. 아, 이거 이 형님이 가서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거 참, 하하..~]
그러면서 슬쩍 떠보는 녀석의 개소리가 정말 발정난 개소리처럼 들린다.
기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문자를 보냈다.
[조만간 해봐야겠다.]
[응? 뭘?]
자기 얘기만 잔뜩 늘어놔서인지 석철은 갑작스런 기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찬은 개의치 않고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
[똥구멍말야, 똥구멍. 안그래도 네 말 들으니까 좀 땡겨서, 우리 유라도 색다른 경험 시켜줄 겸해서 조만간 해볼려구.]
[아, 아, 음..]
기찬의 말이 갑작스러웠던 걸까,
[근데 음, 그게 사실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 또 여자들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서..]
석철이 녀석이 은근히 말을 바꾼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조악해서 그 안의 숨은 뜻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마, 존나 아까우니까 유라씨랑 하지마라!'
석철의 변명은, 그렇게 기찬에게 들렸다.
'돌아이 새끼 아냐, 이거?'
마치 내가 하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자신인 것처럼 구는 녀석의 행동에 구역질이 나왔지만, 기찬은 모르는 척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괜찮아~ 걔는 내 말 잘들어. 정액도 존나 싫어하는데 내가 삼키라면 군말없이 잘 삼켜, 뭐 약간 구역질은 하지만.. 아, 또 지난번엔 생리 중이었는데 내가 하자고 하니까 고분고분하게 다리도 잘 벌리더라. 똥구멍도 분명 잘 대줄걸?]
[아.. 유라씨가 흠, 너를 그..많이 좋아하나보네 하하..ㅋ]
아님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던걸까, 석철은 눈에 띄게 말을 늘리고 있었다.
[유라가 나 쫓아다닌다는거 내가 말 안했나? 암튼 걔는 내가 하자는대로 다 해주니까 그건 니가 걱정할게 아니고,]
[..진짜? 막 진짜 하기 싫고 그런 것도..?]
[그렇다니까~ 걔는 지가 눈물 뚝뚝 흘리면 흘렸지, 내가 해달라는건 무.조.건 해주는 애니까 걱정 안해도 돼.]
기찬은 계속해서 유라에 대해 언급했다.
[무.조.건 해준다구, 뭐.든.지]
'(사진과 동영상을 쥐고 있는) 내가 원한다면 뭐든지 해주는 애',
"기찬이 원한다면 뭐든지 해주는 애",
알리지 않은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울림이 되어 석철의 마음을 울린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흘린 의도는 충분히 캐치하고도 남았을 것,
[흐흐, 유라씨가 그런 사람이었나, 크흐흐!]
다행히도 녀석은 알아서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상상해가고 있었다.
[석철아, 그러니까 후장섹스 요령 좀 알려주라. 성공만 한다면야, 내가 진짜 찐~~하게 한턱 쏜다!]
[아, 알았어. 내가 진짜 1단계부터 차근차근 알려줄테니까.. 잘 좀 부탁한다 흐흐..!]
쯧쯧-
기찬은 혀를 끌끌 찼다. 서로가 생각하는 목적은 어마어마한 갭이 있지만 별수 있나, 뭐 상상은 자유니까.
대신 니가 가르쳐준거, 니가 해보고싶은 것들, 하나도 빠짐없이 유라한테 내가 해줄게.
내 자지로, 내 좆방망이로로 다 해볼테니까 넌 그냥 닥치고,
[내가 잘 부탁해야지~]
방구석에서 좆이나 까 잡숴.
#
어젯밤의 시덥지않은 여파로 기찬은 아침부터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다.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유라를 불러내고 싶었지만,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는 자신의 하물을 주물럭거리며 입만만 다실 수 밖에 없었다.
느낌 상으론 오늘 밤은 4발 이상도 가능한데..
눈 앞에 유라의 엉덩이가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 일하러 가기 진짜 싫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자신이 먹고 자는 모든 돈이 월급에서 나왔다.
자신의 성격에 저축을 할 리 만무했고, 지금 일하는 곳에서 짤리면 당장 방부터 빼야할 처지니 기찬은 군말 않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뭐, 일 끝나고라도 잠깐 볼까."
일은 늦게 끝나겠지만 한시간정도는 여유시간이 날 것 같았다. 한시간이면 빠듯하긴 했지만, 우리가 느긋이 샤워하고 분위기 잡았던 적이 있던가?
옷을 벗는 둥 마는 둥 하며 박고 박히는 일상의 반복이었으니, 어찌어찌 두세번은 가능하리라 본 것이었다.
'몇일은 못봤으니까 뭐,'
게다가 최근에는 시험기간이라며 끙끙대는 그녀를 위해 3일정도는 따로 호출을 하지 않았었다.
이 정도면 오늘은 무리해서 불러낸다 한들, 유라쪽에서도 딱히 할말은 없을 것이다.
'일단 석철이 말대로 자주 보기는 해야하니까,'
게다가 밤에 충분히 생색낼 생각을 하니 기찬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엔 뭘 해달라고 할까~"
지난번엔 불알을 빨아달라고 했었다. 울먹이면서도 얌전히 입을 가져다대는 유라의 얼굴은 정말로 최고여서, 기찬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걸쭉한 사정을 해버렸다.
'목까시를 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건 너무 침범벅이 되니까 음, 오랜만에 69?'
질펀한 엉덩이에 코를 박아넣고 주물럭거리는게 꽤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오늘도 뭔가를 요구하고자 결심하며 기찬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휴대폰에는 어젯밤까지 떠들던 석철과의 문자가 그대로 화면 창에 떠 있었고, 기찬은 한창을 떠들던 그의 말을 떠올렸다.
[일단 여자들은 항문 건드리는거 존나 싫어해. 뭐, 사람마다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케바케고.. 왜냐고? 야, 생각을 해봐라! 누가 갑자기 니놈 똥구멍에 손가락을 푹- 쑤셔넣으면 기분이 좋겠냐? 그렇지! 당연히 아파하지! 근데 너는 좆대가릴 집어넣어야하는 건데..아무리 너 좋다고 매달리는 유라씨라도 똥구멍 좀 찢어질 각오는 해야하는 거라고. 응? 찢어지면 어떡하냐고? 뭐 어쩌긴 어째, 졸라 울고 너는 뺨맞고 그러고 쫑이지 뭐! 내가 경험상 보니까 첫시도에 실패하면 왠만한 여자들은 하기 싫다고 안할려고 그러더라. 그러니까 뭐다? 그렇지! 처음이 제일 중요하다 이거지! 그러니까 진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접근해보자구. 일단 여자들이 항문에 그닥 호의적이지가 않아. 너 다른 사람한테 똥구멍 보여주고 싶냐? 그렇지? 끔찍하지?? 근데 걔네는 보여줘야하거든. 게다가 좀 있으면 누가 손가락으로 후벼파고 좆도 막 들락날락해야하고 딱 그렇단 말야. 솔직히 넣는 거는 오일 좀 때려부으면 거진 다 들어가. 좀 더러운거야, 미리 관장하고 비누로 잘 씻으면 되고. 뭐 암튼, 문제는 잔뜩 긴장한 항문 근육을 풀어줘야한단 말야. 이건 별 수 없어, 그냥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풀어주는 수 밖에 없더라. 뭐.. 혀를 쓰거나 손가락을 천천히 한개씩 삽입하면서 풀어지면 두개, 세개 이렇게 늘려가는게 무난하지. 흠, 이건 내 방식인데 나는 처음에 보빨을 해주면서..아 너 보빨은 이미 해봤지? 오 그래 오키오키, 암튼 그렇게 보빨을 해주면서 슬쩍 항문 쪽으로 혀를 좀 놀려주는거지. 처음엔 흠칫하겠지만 너만 모른 척 계속 해주면 분명 유라씨도 얌전해질껄? 그리고 두번째는 뭐냐면 뒷치기나 서로 껴안고 할때 있잖아. 그때 양손으로 엉덩이를 콱 움켜잡고는 막 벌려대라는거지! 그래, 그렇게 막 콱콱! 그냥 막 처음엔 흥분해서 그런 척 하면서 검지나 엄지를 슬슬 움직여. 당연 똥구멍 쪽으로! 그리곤 지장 찍듯이 지긋이 누르고만, 아니다 그냥 대고만 있어라. 절대 찌르지말구!! 내가 지난번에 죽이는 애 만났었는데, 시발.. 내가 병신같이 힝분해서 실수로 찔러버렸거든, 아 시바! 거의 다 딴거였는데 하... 아, 미안하다 너무 옆길로 새버렸네,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아 그래 대고 있는거. 암튼,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여자들이 깜짝 놀라거든? 막 놀라서 항문을 조이기 시작할텐데, 그때 손가락도 조금씩 자연스레 빨려들어가게된다~ 이 말씀이지! 알겠냐? 암튼 그렇게 딱 보름만 해봐, 버티는 여자가 없더라. 뭐? 너무 길다고? 으이구, 미친놈이.. 적어도 한달은 잡아도 될까 말까인데 너는 그래도 유라씨가 순순하다고 하니까 그정도로 잡은거다 이새끼야! 그따구로 할거면 맨날 보지나 파던가!! ...그, 그래 나도 너무 화내서 미안하다. ...암튼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일단 여기까지고, 기본적으로 준비는 잘하고.. 관장은 잘 하고, 정 안되면 콘돔이라도 꼭 껴라. 그리고 끝나고 나면 꼭 포옹해주고..]
의외로 녀석은 상세하고 조바심 없이 설명을 해줬었다. 역시 여자를 많이 먹어봐서 그런건지,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매너는 소문과는 다르게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자주.
기찬은 다시금 석철의 말을 되새기며 유라에게 문자를 보낸다.
잘못한다면 두근대는 마음까지 가버릴 것만 같아,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유라씨 시험공부 잘하고 있죠? 그렇다고 너무 앉아있으면 안좋으니까 오늘 밤에 바람 좀 쐽시다! 밤 11시에 사거리 앞에서 봐요~ ^^]
밤에는 아무리 개차반처럼 굴더라도, 기찬은 적어도 문자는 매너있게 보내는 편이었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유라의 입단속을 잘 시킨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휴대폰을 볼 수도 있다.
근데 내가 보낸 막말과 음란성의 문자가 딱- 왔다면? 그녀도 무마할 수 없는 일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이기에 기찬은 항상 조심하고 있었다.
'으, 아무리 그래도 당장은 한발 뽑아야겠는데..'
그는 꺼덕거리는 자신의 하물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출근할 순 없었기에 기찬은 스마트폰 사진앨범을 뒤적여 저장해둔 동영상 폴더를 창에 띄운다.
<05_14_유라얼싸>
<05_15_유라보지빨기>
<05_18_유라목까시_구토>
<05_21_유라노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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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_20_유라불알빨기>
거기엔 날짜와 짧막한 머리표가 찍힌 동영상 한무더기가 쏟아져 나왔다.
제목만 빠르게 훑어보더라도 그동안 그녀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만큼, 기찬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둔 것이었다.
"보자, 다음 동영상 제목을.. 유라똥꼬? 유라후섹? 음, 후장개통이 좋겠네! 유라후장개통! 크크~!!"
기찬은 노골스런 제목에 만족하며 웃었다.
'꽤 힘들어하겠지? 엄청 아파서 몸을 이지러지 막 뒤틀지도 몰라. 그래도 하나도 빠짐없이 잘 찍어놔야겠다.'
처음하면 거의 무조건 찢어져서 피가 나는 항문이기에 처녀, 비처녀로 나눠야한다는 석철의 우스갯소리를 빌린다면, 자신도 얼추 그녀의 첫남자가 되는거나 다름 없었다.
똥구멍의 남자.
저속한 울림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첫 족적이라는 말에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설레고야 만다.
하하, 그녀가 살면서 나 말고 몇명의 남자와 항문으로 하게 될까?
어쩌면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불확실함에 기찬은 가볍게 떨었다.
아무튼 그녀의 기억에 평생 새겨질 일을 되도록이면 있는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다. 당연히 공들여 찍어둘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건 나중의 일이고, 기찬은 당장의 자위를 위해 목록을 훑어보는 중 한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05_27_유라첫질싸>
그가 제일 좋아하는 영상이었다.
10분짜리의 짧은 영상, 사실 어둡고 크게 특별한 것 없는 여느 셀프카메라 야동과 같았지만 적어도 기찬과 유라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았다.
기찬은 냉큼 그 영상을 골랐다.
별것 없는 정상위가 2분 30초 가량 지나면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상은 사실 거기서부터가 진짜배기였다.
[나 그냥 안에다 싼다~]
툭-하고 던지는 말 한마디에 아래에 깔린 여자가 미친듯이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얼굴은 유라였고, 낄낄대며 휴대폰을 들이대는 남자는 사실 기찬이었다.
아래에 깔린 유라의 거센 저항만큼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이 멈춘건 그로부터 1분 후,
아찔한 단말마가 스피커를 찌르고난 뒤에 유라의 울음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하지만 기찬은 아랑곳 않고 카메라를 위로 올린다.
흔들리는 유방마저도 내팽개친 채 엉엉 울고있는 유라의 얼굴이 앵글에 잡힌다.
[..하지, 하지..말랬..잖아요..엉엉...]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상황이었지만, 기찬은 그런 그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아, 미안 미안, 너무 좋아서 말야.]
그 뒤로 몇번의 꿈틀거림이 지나가자, 카메라를 든 손이 점점 뒤로 멀어진다. 기찬이 유라에게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촬영은 거기서 끝이 나지 않았고 카메라는 기찬이 떨어져나온 유라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영 어둡네 이거,]
조악한 조명이 마음에 안들었던 것일까, 그의 말과 함께 켜지는 플래시는 끝나버린 그녀의 사타구니를 날카롭게 비춘다.
엉망진창인 그곳, 얼마나 난폭했는지 주변의 얇은 살들은 이미 빨갛게 부어있다. 그 가운데, 잔뜩 말려져 들어간 구멍에서는 꿀렁대는 백탁의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와. 대박, 대박!]
촐싹대는 기찬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신을 욕보이지만, 유라는 좀처럼 다리를 오므리지 못한 채 그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비췄다.
뻐끔하게 구멍이 뚫린 그곳, 애액과 정액으로 들러붙은 음부의 털들, 어느새 항문까지 흘러내린 정액까지도, 카메라는 날카롭게도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 유라씨, 이거 입으로 좀 빨아줄 수 있지?]
이윽고 무릎 걸음으로 침대를 기어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에게 자신의 더러워진 하물을 입으로 청소시키기 위한 행위, 동영상은 슬슬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으, 시발..으 시발, 존나..으으..!!"
그와 비례해서 손은 더욱 빨라진다. 부풀어오른 자지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사이에 동영상 안의 나는 착실히 유라의 가슴께까지 도달해서는 자지를 입에 들이밀고 있었다.
[엉엉..끅..끄윽...]
엉망진창의 얼굴, 카메라를 코 앞까지 들이밀어도 여전히 아이처럼 울고만 있는 유라의 상태,
그 모든걸로 보았을때 그녀가 능독적으로 기찬의 물건을 받아들일 리는 없어보였다.
기찬은 그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윽박 질러갔다.
[어허, 어허! 아, 해야지 아~~]
유라는 반사적으로 입을 벌린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학습된 행위, 그녀의 눈은 여전히 초점없이 눈물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크..~ 그렇지! 이빨 쓰지말고 그렇게 꿀꺽꿀꺽 삼키라고~]
기찬은 그녀의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듯, 자지를 유라의 입속으로 우겨 넣었다. 그리곤 허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었던 흉물스런 물건은, 그녀의 입을 몇번 들락거린 것만으로도 금새 깨끗해진다.
[와, 이거 금새 깨끗해졌네. 다시 써도 될것 같은데? 하하하!]
짖궂은 웃음소리가 화면을 흔들더니, 금새 까매진다.
이미 10번도 더 봤던 동영상이다, 기찬은 동영상이 슬슬 끝나가는걸 알 수 있었다.
"크윽..크으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참을 이유가 없다는게 맞는 쪽일 것이다.
기찬은 방만하게 사정을 했고, 타이밍 좋게 동영상 역시도 거기서 끝이 났다.
"하아..."
티슈를 가지고 올 겨를도 없었다. 동영상을 재생한 그 순간부터 기찬은 자신의 하물에서 손을 뗄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받아내지 못한 정액은 마구잡이로 솟아올라 방안 구석구석으로 뿜어져 나갔다.
기찬은 그 거리가 마치 자신의 흥분척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는 마구잡이로 싸질러댄 자신의 흔적 앞에서 꽤나 큰 창피함에 휩싸였다.
숨고 싶을만큼 저열한 행위들, 하지만 반대로 기찬은 다시금 자신을 견고히 합리화 시켜갔다.
'흐, 흥, 그렇게 굴면 어느 누가 배기겠어?'
맞다, 그녀가 잘못한거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 날 딱히 "질내사정을 해야겠다!" 같은 걸 계획한 건 아니었다.
'처음할 때는 콘돔을 끼고 하기도 했고...'
뭐..도중에 걸리적거린다며 벗겨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이쪽에서도 생각을 해주긴 해줬으니까.
문제는 다른거였다.
하필 약간의 몸살을 앓고 있던 유라의 몸에는 약간의 미열이 남아있었던 것이였다.
약간, 아주 약간.
하지만 그 약간이 섞여버린 보지는 평소와는 너무나도 달랐었다.
그 안은 마치 자신의 분신을 녹여버릴듯 강렬했고, 몇배나 더 강하게 자신을 물어줬었다.
마치 자신을 쥐어짜는 듯한 움직임,
굳이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 솔직히 그건 불가항력이었고 그 뒤로는 뭐, 동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질내사정 그리고 설겆이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곰곰히 따져보자면, 그러니까 그녀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다는게 기찬의 생각이었다.
서로에게 실수가 있었던 부분이었다.
자신은 약간 무책임했던 점, 그녀는 몸이 뜨거웠던 점,
아마 그 누구라도 저런 상황에서는 배기지 못했을게 틀림없었다.
맞다, 틀림없다.
아닌게 아니라, 영상의 실제 주인공인 자신만 하더라도 이렇게 못 참지 않는가?
그 날은 유라가 지나치게 야했다.
"크, 아무튼 이게 진짜였지."
기찬은 닦아낸 티슈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생각했다.
지난달부터 피임약을 먹고있는 유라였기에, 기찬은 내킬 때마다 마음껏 안에다 싸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질내사정이었다.
콘돔이 아무리 얇아지고 좋아진다 한들, 살과 살이 닿는 느낌보다 더 좋을 순 없었기에, 그가 강력히 사전피임약을 권한 결과였다.
처음엔 거부감을 드러내던 유라도, 거듭되는 기찬의 무책임한 행동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고, 한결 편한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기찬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심한 생리통을 앓았는데, 피임약의 복용으로 그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 한편으론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편해진만큼 스릴은 분명하게 줄어들었다.
비록 처연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유라는 더 이상 질내사정 따위로 발버둥치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녀는 뒤돌아 앉아 스스로의 처리를 할 뿐, 그리곤 자신이 시키는대로 다음 요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곤 했다.
덕분에 기찬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져갔지만, 침대 위의 행위에 관해서만큼은 유라도 그럭저럭 그를 받아내곤 있었다.
"나도 해보고 싶다.."
사실 자신도 석철이처럼 항문으로 해보고 싶었다. 석철에겐 괜시리 더럽다고 했었지만, 사실은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그걸 인정하고 입 밖으로 꺼낼때까지가 조금 어려웠을 뿐, 솔직히 유라라면 똥을 싸는 모습을 봐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정말 이상했지만, 맹세코 사실이었다.
아마 자신은 유라를 쓰러트릴 것이다. 그리곤 쓰러진 가랑이 사이로 다가가 구멍에 물건을 맞춰보겠지.
평소와는 다른 구멍, 깜짝 놀란 그녀는 순간적으로 얼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곤 그녀를 움켜쥐곤 부드럽게 속삭인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목소리가 유라를 달래다보면, 어느새 나는 그녀의 안에 들어가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곤 부드럽게 허리를 흔든다.
완벽했다.
기찬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나도 항문에다 해보고 싶다.."
기찬은 한번 더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얇은 벽의 원룸이다, 아마 귀가 좋은 누군가가 들었을 수도 있었다.
기찬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가 없었다.
"유라 똥구멍에 하고 싶다..."
"유라야 똥꼬로 하고싶다.."
"유라야, 유라야.. 한유라..."
입에서는 계속해서 퇴폐적인 말들이 흘러나왔다.
"유라야, 항문은 내가, 내가..."
그것들은 나의 귀를 통해 들어간다. 그리곤 주문처럼 내 안을 맴돌아, 다시금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자신은 지금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완벽한 그녀. 비록 내가 가지지 못했지만, 이미 누군가가 앗아가버렸지만,
"하지만, 나도 그녀의 처음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대신할 목표는 코 앞까지 와 있었다.
#
유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매우 조심스럽고도 난처한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린다.
나는 단박에 그것이 거절의 요청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늘 밤 11시는 너무 늦어서..조금 빨리 만나면 안될까요?..]
[흠,]
[사실 기숙사 때문에..지난번에 또 늦어서 퇴교될뻔한거 사감 언니한테 정말 많이 빌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시간이 안되서,]
[죄, 죄송합니다..!]
분명 화가 났다, 화가 났구나.. 기찬의 짧은 말투에 유라는 잔뜩 움츠러 들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만나는게 어려운건 아니었다. 고작 1시간, 두 세번정도 그를 받아내면 되는 일, 게다가 요즘 기찬은 자신의 시험을 위해 편의를 봐준터라 싫은 티를 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차라리 저녁이나 오후면 모를까, 밤 11시는 정말 힘들었다.
이미 무단외박으로 기숙사 사감에게 3번이나 걸린 유라였다. 퇴교조치를 빌고 빌어 겨우 무마시켰는데, 오늘 또 나서게 되면...자신은 정말 쫓겨나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바빠요?]
펑소였으면 벌써 윽박 질렀을 사람이 고분고분하게 나오니, 유라는 더욱 무서워졌다.
아니, 어쩌면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폭발한걸지도 몰랐다.
[저, 저 이번엔 진짜, 진짜로 쫓겨날..수도 있어서 그게, 그...]
이상하게 기찬의 목소리만 들으면 말을 더듬는 유라였다. 마치 숨겨왔던 말더듬이가 튀어나온 듯 말이다.
한번은 짜증난다며 자신을 마구 윽박지른 적도 있었다. 그게 너무 서러워 펑펑 울었는데, 그날은 또 울었다고 모텔에서 호되게 당했었다.
[주말에는 제가 꼭 시간을 내서 갈게요. 4시간, 아니 6시간도 같이 있을 수 있어요..그러니까, 그..]
부디 그가 자신의 말투에 더 화를 내지 않았으면 하는게 지금 그녀의 작은 바램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주말에 봐요.]
기찬은 유라와의 짧은 통화를 마쳤다.
비록 김 빠지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기찬은 괜찮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기찬은 괜찮았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평소같은 화는 조금도 나지 않고 오히려 약간의 안도감이 머리를 감쌌다.
'한발 뽑아서 그런건가.'
아니, 미묘하게 다르다.
기찬은 출근 준비를 하며 생각했다.
맛있는 롤케익은 그대로도 맛있지만, 차가운 냉장고에 식히면 더욱 맛있어진다.
그녀가 바로 롤케익이었다.
기찬은 스스로를 돌아봤다.
'오늘 만났으면 큰일 났겠지,'
분명했다.
아마 어떻게든 1시간 안에 결판을 보고자 더욱 난폭하게 굴었겠지.
마음만 앞서서 이것 저것 해보다 결국 그녀를 더욱 움츠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녀를 위한다? 아니, 더더욱 그것은 아니었다. 단지 기찬이 원하는 것의 형태가 조금 비슷했을 뿐, 속 알맹이는 완전히 달랐다.
적당한 구슬림과 창피함, 치욕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들이 자신이 원할 때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기찬은 그것을 가지고 싶었다.
강간은 쉽다. 하지만 기찬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는 유라를 손에 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길들이고 싶었던거다.
'기회야.'
기찬은 주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아직 미숙한 그 행위를 좀더 능숙하게 학습할 시간이 주어진다.
조급하게 굴지말자.
석철이 녀석도 그렇게 말했다.
'빨라야 2주, 적어도 한달'
그녀가 충분히 익을 수 있는 시간이 딱 그만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