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1X년 6월 13일 08:45 pm>
"우와~ 완전 미인이신데? 기찬이 이 녀석 어디서 이런 분을.."
"하하~ 그 동안 내가 바빠서 그랬지, 이 형님이 또 능력이 없진 않다니까."
"이 새끼 입은 살아가지고. 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유라씨. 반가워요. 전 기찬이 친구 박석철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한유라라고 합니다."
"목소리도 예쁘시네요. 혹시 여동생이나 주변에 유라씨 같은 괜찮은 분 있으면 소개를 좀.. 이건 제 명함입니다. 하하."
슬쩍 명함을 내밀며 객쩍은 소리를 건내는 석철의 행동에, 기찬은 픽하고 핀잔을 줬다.
"야야, 얼마나 봤다고, 게다가 너한테 여자 소개시켜주면 우리 유라 사람들 한테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냐?"
"야, 내가 어때서 그러냐? 이자식이!"
몸이 보통 이상의 크기인 석철이 버럭하자 위압적인 분위기가 흘렀고, 유라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고 만다.
"!"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란건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은 기찬의 행동이었다.
조금이라도 얼굴의 긴장을 푼다면 엉망진창의 표정이 나올것만 같아, 유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표정을 관리한다.
"그만해라~ 우리 유라 놀라잖아. 왜 사람을 겁주고 그래?"
그녀를 옆구리에 낀 기찬은 마치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양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아.. 유라씨 이거 장난이에요, 남자끼리 하는 장난. 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하하!"
아차 싶었던 걸까, 석철은 황급히 말투를 바꿔 유라를 진정시켰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남자끼리 있다보면 으레 험한 말이 오가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동철 오빠도 그랬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석철아 우리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어디 들어가자. 계속 이러고 있으면 우리 유라 배고파서 쓰러져."
"아아~ 그렇지, 괜히 밖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자고. 저기 앞에 저기로 가자!"
그가 가리키는 곳은 복고풍의 아기자기한 포차 술집이었다.
'또 술...'
유라는 인상이 어두워졌다.
"...술, 안마시면 안될까요?"
행여나 석철이 들을까, 그녀는 나지막히 기찬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에는 씨알도 안먹힐 단단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라씨 한잔 받으세요!"
맞은 편에 앉은 석철이 유라에게 잔을 권한다. 하지만 유라는 좀처럼 그 잔을 받아들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 제가 주는 술은 받기 싫으세요?"
"아뇨, 그런게 아니라.."
"그럼 한잔 받으세요, 손 떨어져요!"
호탕하게 웃으며 계속 술을 권하는 석철이 이제는 아예 얄밉게만 느껴졌다.
분명히 그에게선 호의가 느껴졌지만 그녀가 원하는 방향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뭐해, 안받구. 내 친구 무안하게 할 셈이야?"
나지막하지만 심지있는 음성이 바로 옆에서 들린다.
기찬이었다.
"바, 받을께요..!"
그는 가부장적인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유라를 걷어찼고, 그녀는 황급히 석철의 술잔을 받아든다.
"이야, 너 내가 아는 그 서기찬 맞냐? 유라씨를 완전 휘어잡고 산다?"
"하하, 그냥 뭐 그런게 있어~"
이럴줄은 몰랐다는 듯이 깜짝 놀라는 석철 앞에서 기찬은 한껏 으스댄다.
그랬다, 정말 그런게 있었다. 아무리 싫더라도 그녀는 기찬의 조그만 반응까지도 거부할 수 없었다.
'하아..'
유라는 원래 술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매력을 느낀 적도 없었다.
학생때까지 살았던 고향은 워낙 시골이라서 그런지 흔한 편의점 하나 없었고, 그나마 주변에서 접하는 술도 소주나 막걸리가 태반이었다.
몰래 술을 구해온 동철의 이끌림에 마지못해 한 두잔 마셔본 적은 있었지만 속이 화끈하고 살짝 어지러울 뿐, 도대체 왜 이걸 마시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곤 했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되서 상경하고나서 알게된 술은 그녀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술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보는 술들과 다양한 컨셉,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흥겨운 분위기, 서로가 서로를 재지 않아도 되는 자리들까지도.
그녀가 처음 겪은 신입생 환영회의 술자리는 그랬었고, 그것은 그녀로 하여금 충분한 호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유라가 꼬박꼬박 술자리에 참석하거나 하진 않았다.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의 주머니가 다들 그렇듯, 겨우 먼지나 빗겨갈 수준이었고 그것은 그녀 역시도 포함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술자리가 주는 분위기는 충분히 즐거웠기에, 주머니의 여유가 생기면 가끔씩 마음이 맞는 여자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곤 했었다. 잘 마시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동철에겐 아직 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종종 술자리에 참석한다는 걸 안다면 아마 깜짝 놀랐으리라.
"유라씨, 원샷! 원샷!"
유라는 눈치없는 석철이 뭐라고 외치든 말든 단번에 술잔을 꺾었다.
소독용 알콜같은 향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입안에 계속해서 남는 찝찔한 단맛은 덤이다.
하지만 이젠 술이 싫었다, 아니 술 자체가 무서웠다.
처음 기찬을 만난 이후로 매번 술을 마실때마다 꼭 문제가 생기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셔본 적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필름이 끊겼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알몸으로 기찬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에 더욱 놀라, 정신을 잃었다는 것쯤은 그녀 스스로가 뒤로 밀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필름이 끊기다니..친구들과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 순간 어질어질거리는게 강해지는 시점이 오곤 했었다. 그럴때면 항상 술잔을 내려놨었고, 정신을 잃는다던가 하는 문제는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 날 기찬과 함께간 칵테일Bar에서는 기억이 좀처럼 이어지질 않았다.
분명 그와 함께 가게로 들어섰었고 뭔가 세련된 분위기에 살짝 감탄을 했던것까지는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굉장히 예쁜 칵테일 한잔이 자기 앞에 놓였던 그 부분까지도 말이다.
칵테일은 달콤했다. 소주에 비한다면 훨씬 쉬웠기에 처음에는 술이 아닌 쥬스라고 착각하기도 했었다.
그런 칵테일 몇잔을 마셨다고 정신을 놓아버린 스스로가 이해할 수 없었다.
'술이 약해졌나..'
사실 동철이 군대를 가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심 울적한 유라였다. 더군다나 상경해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외로움도 더해지곤 했다.
"유라씨 잘 마시네요. 한잔 더 받으세요!"
아직까진 괜찮았다. 약간 얼굴이 붉어지긴 했지만 어질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유라는 긴장을 풀지 않고 조심스레 석철의 술을 다시 한번 받았고, 술자리의 분위기는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유라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우자, 석철이 녀석이 의자를 바짝 당겨 다가왔다.
"이 새끼.. 야! 어떻게 된거야??"
그의 말은 주어, 목적어 몽땅 잘라먹은 형태였지만, 석철의 눈에 일렁이는 열기에 그 나머지 모두가 담겨 있었다.
"뭐가?"
하지만 기찬은 짐짓 모르는 일이라는 듯, 심드렁하게 굴었다.
"몰라서 묻냐? 어디서 저런 죽여주는 여자를 구했냐는거지! 얼마나 됐어? 어디서 만난거야? 클럽??"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석철은 한무더기의 궁금증을 토해놓는다.
"흐흐."
그런 그가 재밌었는지 기찬은 말없이 술잔만 기울였다.
"아 새꺄, 뭐라고 말 좀 해봐."
안절부절을 넘어 애원에 가까운 그의 모습에 기찬은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소주가 달았다.
석철은 그가 연락을 이어오는 몇 안되는 동기 중 한명이었다.
건장한 체격에 외향적인 성격의 그는 동기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고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고향을 떠나 타향으로 온 기찬이 인맥을 비집기 위해서는 마당발인 석철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비록 그런 계산적인 관계로 접근하긴 했지만, 석철은 꽤 괜찮은 녀석이었다. 술도 잘 마셨고 재밌는 구석도 많았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서글서글함이 그레겐 있었기에, 기찬은 내심 석철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캬~ 딱 내 스타일인데 말야, 쩝.."
여자에 대해 지나치게 찝적대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학기 초까지는 우호적이었던 석철의 평판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사건도 녀석의 더러운 버릇 때문이었다.
'하필 CC를 건드려서는..'
2학기 중간고사 쯤이었나, 한창 공부로 바쁜 학과 독서실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마침 기찬도 그 자리에 있었던 터라 재미난 구경을 빠짐 없이 관람했었다.
놀랍게도 얽혀있던 두사람 중의 한명이 석철이었고 다른 한명은 학과의 남자 선배였다.
알고 봤더니 석철이 놈이 여기저기 학과의 여자들에게 찝적거리다가 웬 여자 선배랑 몇번 놀아났던 것이었다.
문제는 그 여자 선배가 CC였고, 남자친구도 우리 학과의 선배였다는 점이었다.
꼬리가 너무 길면 잡히는 법, 두 사람의 이상 기후를 감지한 남자선배는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독서실에 난입해서 석철과 주먹다짐을 벌인 것이었다.
뭐, 그 다음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남자 선배는 폭력사건으로 자퇴를 했고 여자 선배는 유학을 갔다나 뭐라나.
암튼 그렇게 까발려진 석철의 품행은 두고두고 학과의 입에 오르락거렸고, 녀석은 1학년을 채우자마자 도망치듯 입대를 해버렸다.
"진짜 내 스타일인데, 캬!"
"야 야, 아무리 그래도 남자친구가 앞에 있는데 좀."
"흐흐, 그렇긴 그런데. 아 이거 참..~!"
기찬이 피식 웃으며 석철의 행동을 나무랐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본성을 드러냈다.
"근데 어디서 만난거야? 클럽에서 주울 스타일은 아닌거 같은데?"
"뭐, 일하는데서 만났지."
"아, 너 무슨 주점 주방에서 일한다고 했던가. 손님으로 왔었어?"
"응, 뭐 그랬지."
사실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기찬은 석철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짜집기를 해갔다.
"이야~ 저정도면 네가 공 많이 들였겠는데?"
당연히 내쪽에서 껄떡거렸다는 듯이, 석철은 대놓고 자신을 깔고 들어간다.
물론 자신에 비하면 유라가 훨씬 괜찮은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까지 얕잡아 보이고 싶진 않았다.
"별로, 지가 나 좋다고 먼저 접근한거라 난 한거 없지."
"푸하하? 새~끼, 무슨 구라를 그렇게치냐. 저런애가 뭐가 아쉽다고 너를, 킥킥."
"..."
"야, 솔직히 진짜 여자친구 맞긴하냐? 아니 뭐, 널 못믿어서 그런건 아닌데. 요즘 여자친구인 척 해주는 알바도 있다고 하고 뭐..."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강도가 지나치게 세다.
석철은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기찬의 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긁어댔다.
맞아, 저 새끼 저러는거 진짜 싫었었지.
기찬은 비로소 생각이 났다.
석철과는 꽤 자주 다녔다. 일주일에 세번 이상은 함께 밥을 먹었거나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에겐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석철은 자신을 은근히 아래로 깔고 봤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같이 어울리긴 하지만 자신과 나는 급이 다르다는 식의 행동을 은연중에 보였었고, 그때마다 찝찝하긴 했지만 기찬은 대충 넘기며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하도 오랜만에 만나다보니, 그런 감정마저도 까먹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 되게 오랜만에 만났지?"
"뭐, 그렇지. 내가 먼저 군대 갔고, 너도 좀 있다가 입대했잖아. 나는 제대하고 바로 학교 때려쳤으니까 뭐~"
"그럼 거의 3년 가까이 됐네."
"하하, 그런가?"
기찬은 여전히 으스대는 석철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예전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자신의 곁에는 유라가 있었다.
"3년이면 적잖은 시간인데, 아직 그렇게 날 찌질한 놈으로 생각하고 있었냐?"
"어, 어?"
당당하게 나오는 기찬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석철은 말끝을 흐린다.
"아니 뭐 그냥..."
하지만 석철의 눈은 여전히 도발적으로 기찬을 훑어내리고 있었다.
한번쯤 꺾어줄 필요가 있다, 기찬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존나 재밌는거 해볼까?"
"..뭘?"
"유라가 나 좋다고 따라다닌다는 증거."
그리곤 기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미쳤어요? 여기서 어떻게 그래요..!"
"못 할건 또 뭐고?"
유라는 기찬이 하는 말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엔 자신이 너무 취해서 그랬나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도 또렷하게 들렸고 그 의미도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 다만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강짜를 부리고 있었다.
유라가 뭐라고 하든 말든 기찬은 막무가내로 그녀를 남자 화장실로 끌고 갔다.
"!"
행여 누가 있을까봐 유라는 잔뜩 웅크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자화장실에는 기찬과 유라를 제외한 그 누구도 없었다.
"하하, 괜찮다니깐~"
아니, 이걸 정말 다행이라고 봐야하는 걸까..
그런 의문에 제대로 사로잡히기도 전에 기찬은 자신을 허름한 칸으로 밀어부쳤다.
"나도 곤란한거 알아. 그치만 지금 하고 싶은데 어떡해?"
어느새 그는 자신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기찬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유라는 당황할 틈도 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만다.
"이런 더러운 곳에 우리 유라씨를 엎드리게 하고싶진 않거든."
이상한 악취와 퀘퀘한 담배연기들. 말마따나 화장실은 너무 더럽고, 또 좁았다.
그의 말처럼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행위가 가능해보이지 않았다.
'혹,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정말 상상이라도 끔찍했다.
"솔직히 이런데서 박히고 싶진 않을텐데 쉽게 가자고."
기회를 주는 듯한 그의 말투에서 유라는 한줄기의 희망을 엿보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씻겨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입으로 한번 뽑아봐, 지난번 보다 잘하는지 겸사겸사 확인도 할겸 말야."
"..."
입으로? 지난번처럼 이라니?
유라는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차라리 농담이었다고, 그냥 장난친거라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해준다면, 비록 상대가 기찬이라고해도 해맑게 웃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벨트를 풀어내고 팬티 채로 바지를 내렸다.
"뭐해, 안빨고?"
"..."
화장실 칸은 매우 좁았기에, 꺼덕거리는 기찬의 물건은 자신의 허벅지를 연신 찔러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보채는 것만 같아서 유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기찬의 눈이 뱀의 혓바닥처럼 느껴진다. 그는 시선이 자신의 몸을 까끌까끌하게 핥아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라에겐 거부할 권리 따윈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오직 하나 뿐이었기에, 유라는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말은 잘 듣네."
차갑다.
바닥의 물이 그녀의 무릎을 적셔갔다.
누군가의 오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수돗물이길 간절히 빌 수 밖엔 없었다. 자신은 기찬의 허락없이는 제대로 일어날 수도 없는 몸이었기에..
"하읍.."
유라는 조심스레 그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꼬물거리는 그것은 어느새 자신의 목젖을 찔러대고 있었다.
"흐어..~ 좋은데."
컥컥대는 자신과는 다르게 기찬은 얄밉도록 만족스런 신음을 흘린다.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유라는 목구멍을 더욱 활짝 열었다. 그러면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을 탐하곤 했기에, 그의 물건을 최대한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으..컥!!"
아니나 다를까, 그의 물건이 힘껏 찔러 들어온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괴로웠다.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나았다. 자신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굴지 않더라도, 어차피 그는 허리를 밀어댔을게 분명했다.
그건 너무나도 괴롭고 치욕스러웠기에,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목구멍을 열어주는게 덜 괴로웠다.
"슬슬 나올 것 같으니까 준비하고,"
그런 그의 친절함이 싫었다.
"얼굴에 튀는게 싫다면 그냥 바로 받아서 삼키든가."
기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쓰고 비릿한 정액이 그녀의 입안을 채워간다.
끈적거리고 역겨운 맛이 혀를 지배하기 전에 유라는 그대로 정액을 목구멍 안으로 흘려넣었다.
"켁켁-!"
하지만 삼키는 속도보다도 정액을 쏘아대는 세기가 강했던 탓인지, 유라는 연신 사례들린 기침을 쏟아냈다.
"옳지, 옳지."
기찬으로서는 고분고분하게 자신을 따라준 유라가 대견했기에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준다.
"흑..."
유라는 울컥 울음을 터트린다. 이건 어쩔 수 없었던 거였지, 스스로가 원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친 그녀에겐, 그의 손길마저도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역겨워...'
입 안 가득 퍼지는 정액의 비릿함도, 더러운 화장실의 악취도 아니었다.
"이제 빼도 돼."
그것은 사정이 끝나서 쪼그라든 그의 물건을,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입에 물고 있는 자신에 대한 혐오였다.
남자화장실에 들어왔던 것처럼, 기찬은 유라의 손을 꼭 붙잡고 화장실을 나섰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있는 석철이 보인다.
"여어~ 나 혼자 놔두고 둘이서 어딜 갔다온거야?"
혼자서 제법 심심한 시간을 보냈을텐데, 석철의 얼굴에는 지루함보다도 초조함이 가득 수를 놓고 있었다.
남자화장실에 들어왔던 것처럼, 기찬은 유라의 손을 꼭 붙잡고 화장실을 나섰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있는 석철이 보인다.
"여어~ 나 혼자 놔두고 둘이서 어딜 갔다온거야?"
혼자서 제법 심심한 시간을 보냈을텐데, 석철의 얼굴에는 지루함보다도 초조함이 가득 수를 놓고 있었다.
"뭐, 그냥."
심드렁하게 말하는 기찬과는 달리 유라는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기찬보다도 먼저 화장실로 갔었다. 그러다 도중에 그의 손에 끌려갔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10분, 아니 15분은 족히 걸린 것 같았다.
자신이 석철이라도 충분히 이상하다 여길만한 시간이었다.
"흐음~?"
"커플이 같이 자릴 비웠으면 '그런가보다~'하고 알아서 이해해야지, 뭘 그걸 캐고 그러냐."
기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소름끼쳤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커플"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말, 그 말에 유라는 왈칵 눈물이 치솟을 것만 같았다.
「오늘 친구 만나는데, 유라씨가 여자친구인 척 좀 해주면 안될까요?」
「그건..」
「그냥 '척'이에요. 대충 말만 좀 맞춰주고 그러면 오늘은 정말 고마울거 같은데...」
유라는 그렇게 약하게 나오는 기찬을 본 적이 없었다.
「..알았어요, 오늘만이에요.」
그래서 였을까, 왠지 그가 안되어 보이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승낙하고 말았다.
「우와! 진짜죠? 유라씨 완전 고마워요!」
기찬이 자신을 향해 활짝 웃는다.
'그렇게 좋을까, 후후..'
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따라 웃다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여기서 같이 기뻐한다면, 평범하게 시간들을 보낸다면 도무지 동철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미 자신에겐 그를 만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쨌던 간에 자신은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했다.
'동철 오빠가 이해 해줄까..'
그건 자신의 이기심이었다.
「그럼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봐요. 미리 연락할게요.」
「네, 알겠어요.」
유라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 그 부탁을 받아들였지만 자신에겐 아무 것도 없었다.
이번에 기찬의 친구 앞에서 자신이 싹싹하게 잘 군다면, 기찬이 조금은 자신을 달리 봐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저 약간만이라도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만 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고마움은 부탁할 그때의 잠깐에 불과했고, 친구 앞이라 그런지 오히려 기찬은 자신을 소유물 마냥 마구 주무르고 끈적한 스킨쉽을 요구했었다.
자신이 바보 같았다.
아직까지도 기찬의 변덕을 마치 희망인 양, 바라고 있는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
기찬에게 뭘 바랬던건지...
그 와중에 석철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유라를 향해 입을 연다.
"어, 유라씨 입 주변에 뭐가 묻었는데요. 하얀게..."
"어, 어..읍!!"
분명히 확인했다. 기찬이 나가고 간 후에 분명히 거울을 봤었고, 그래도 혹시 몰라 몇번이고 입을 헹궜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유라는 황급히 손으로 입 주변을 가렸다.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뛰쳐가고 싶었지만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석철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어 이건.."
석철의 목소리에 의뭉스러움이 점점 번져간다. 그가 눈치챈 것만 같았다.
자신의 입에 묻은 정액을 확인한다면 석철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 뒤로 나를 보는 그의 시선을 어떻게 이겨내야한단 말인가.
'엄마..'
유라는 정말 죽고만 싶었다.
그때였다.
"휴지조각이 붙었었네."
옆에 앉아있던 기찬이 몸을 돌려 자신을 막아준다. 그리곤 있지도 않은 휴지조각을 떼내는 척을 하며 행동을 맞춰줬다.
"아, 아.."
"으이구, 칠칠맞긴. 그러니까 살살 닦으라니까~"
"오, 오빠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빈말이 아니었다. 유라는 위기에서 자신을 감싸준 기찬의 행동에 정말로 감사하고 있었다.
그리곤 그가 자신을 막아주는 사이, 유라는 재빨리 입 주변을 정리했다.
"아, 그랬어? 오, 진짜네! 유라씨 이제 깔끔하시네요. 하하!"
깔끔하다는 석철의 말에 유라는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석철은 다음 약속이 있었고, 그들은 이쯤에서 술자리를 파했다.
"이야,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유라씨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뵈요!"
"네, 석철오빠 들어가세요~"
"하하, 네!"
석철이 저 멀리 골목을 꺾어 사라져갈 때까지 유라와 기찬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곤란한 상황인 자신을 기찬이 도와준건 확실했기에, 적어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제대로 건내고 싶었다.
"..으, 음.."
"아까 놀랐지?"
하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아 우물쭈물하는 사이, 기찬이 먼저 얘길했다.
"아, 네.."
"조심 좀 하고.. 뭐 암튼,"
"에?"
그 말과 함께 기찬은 유라의 손을 잡고 이끈다.
"에?는 무슨, 오늘 불금인데 이제 시작이지."
그가 순순히 자신을 보내줄 리 없었다. 역시는 역시다.
'하지만..'
가볍게 한숨을 내쉰 유라는 기찬이 이끄는 방향으로 향했다.
아까 술집에서 자신을 감싸줄 때는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가 닿는 손길 하나도 벌레의 더듬이인 마냥 징그럽고 혐오스러웠는데, 이상하게도 그땐 그정도로 나쁜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달가운 건 아니었다. 여전히 그가 무섭고 앞으로의 일이 막막했다.
연신 자신의 몸을 훑는 기찬을 봤을땐 오늘도 분명 하자고 달려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물론 그게 끔찍하게 싫긴 하지만..
왠지 오늘은 그를 조금은 덜 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했다.
'미, 미쳤어!'
유라는 거세게 고개를 흔든다.
아무리 그가 자신을 구해줬다 하더라도, 방금 전 스스로가 한 생각은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다.
기찬과 자신에겐 일반적인 접점이 없었다. 그와는 절대로 그러한 관계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억압했고 마음대로 휘둘렀다. 어쩌다 울음이라도 터지면 더욱 더 달려들어 마음껏 몸을 유린하곤 했었다.
게다가 자신에겐 동철이라는 어엿한 남자친구가 있지 않은가, 기찬은 그저 자신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비열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 생각에 유라는 자신을 끌고가는 기찬에게 저항해본다.
"..집에 갈래요."
"개소리,"
하지만 기찬은 칼같이 그녀를 잘라냈다.
"..."
어차피 자신이 버텨봤자 그의 힘을 이길 리 만무했다. 괜히 기찬의 심기를 건드려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느니 얌전히 몸을 내주는게 나을지도 몰랐다.
어느새 그와의 관계 횟수가 두 손으로 넘어가고 있었기에 유라로서는 자연스레 요령을 터득한 결과였다.
'아무리 몸은 더럽힐 수 있어도, 그래도 마음까지 뺏어갈 순 없어..!'
유라는 다시금 마음을 다 잡았다.
아무리 자신을 욕보인다해도, 자신은 동철의 여자였다. 견디고 견뎌낸다면 동철은 전역을 할 것이고 그가 자신을 감싸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그녀를 버티게 할 수 있는 다짐도 그런 생각 앞에서는 언제나 심하게 흔들리곤 했다.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 그리고 오늘도, 앞으로도 몇번이나 그를 받아낼 자신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유라가 침울해하던지 말던지, 어느새 기찬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모텔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곤 마치 엘리베이터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그녀를 물고 빨며 가만놔두질 않았다.
"자, 잠시..!"
유라는 갸날픈 목소리로 기찬에게 애원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그의 손을 더욱 과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만 있어!"
기찬은 유라의 치맛속을 더듬어 팬티를 붙잡아 단숨에 내려버린다. 그리곤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녀의 여린 곳을 연신 유린해갔다.
"뭐야, 이렇게나 젖었으면서 어디서 내숭이야."
자신을 희롱하고 깎아내리는 기찬의 으름장에도 유라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만큼 거칠고 무자비했기에, 그녀로썬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 일이었다.
찔꺽-찔꺽-
"..아흑!"
자신의 가랑이에서 나는 소리라고 도무지 믿고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자신의 몸이 내고 있었다.
"꽉꽉 물어주는게 벌써 흥분한거 같은데, 어때? 여기서부터 박아줄까?"
"가, 가서 해요. 방에 가서 제발.."
띵-
기찬이 고민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그들의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하지만 무릎까지 내려온 팬티는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기에, 유라는 그의 팔에 매달려 겨우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꺄악!"
겨우 겨우 방에 도착한 유라는 채 한숨을 몰아 쉬기도 전에, 기찬에 의해 침대로 내팽개쳐진다.
"자, 잠깐.."
"잠깐은 무슨,"
유라는 뒷걸음질치며 침대 베드 쪽으로 기어가봤지만 이내 그에게 발목을 붙잡혀 질질 끌려 내려온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괘씸했던걸까, 기찬은 유라의 무릎에 걸려있는 팬티를 완전히 벗겨버린 다음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리게 한다. 그러자 거뭇한 털과 함께 그녀의 소중한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악..!!"
유라는 굴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해보지만 그럴수록 그의 손아귀는 자신의 발목을 단단히 조여갔다.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유라는 발버둥치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는게 전부였다
"방에 가서 하자면서 금새 말을 바꿔?"
그 말을 남기고 기찬은 유라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다.
"..흐윽.."
유라의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좀더 흐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순 거짓말쟁이다.
말로는 아닌 척 해도 몸은 정직한지 유라는 벌써 가랑이 사이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기찬은 한방울도 놓치지 않고 싹싹 핥아댄다.
시큼한 향과 찝찔한 맛이 입가를 감돌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혀를 사용했다.
"으으.."
힘으로 억누르고 있는 유라의 다리가 잘게 떨린다. 기찬은 그녀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행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애액이 흘러내린 허벅지를 혀로 쓸어올리고 가랑이의 까슬한 털에 얼굴을 입술을 부빈다. 그리곤 천천히, 하지만 자비없는 움직임으로 그녀의 구멍에 입을 댔다.
"아아악!!!"
그녀는 지나칠 정도의 자극에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댄다. 하지만 기찬은 무심하게 혀를 움직여갔다.
한마리의 뜨거운 뱀이 유라의 구멍을 헤집는 동안, 기찬은 서둘러 바지 벨트를 풀어내린다. 혀를 통해 느껴지는 감촉으로는 그녀의 구멍도 충분히 준비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찬의 물건은 잔뜩 화가 난지 오래였기에, 그의 귀두는 이미 새어나온 쿠퍼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사실 아까 전 술집 화장실에서 한발 뽑았다고는 하지만 입과 보지는 엄연히 달랐다.
유라의 곤욕스러운 표정을 감상하기에는 오랄이 최고였지만, 마구 뒤흔들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감이 있었다.
정말로 그녀를 울부짓게 만드는데는 섹스만한게 없었다.
"..하아, 하아.."
그녀의 가랑이에서 입을 뗀 기찬이 허리를 바짝 당겨 앉는다. 꺼덕거리는 자지가 이따금씩 그녀의 허벅지를 쿡쿡 찔러댄다.
"코, 콘돔..제발.."
유라는 쌕쌕대는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
기찬은 고개를 당겨 그녀를 내려다본다.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은 자신을 쳐다보지도 못한다. 입 주변에서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것은 침이 분명하다. 헝클어진 머리는 덤이다.
'참 나, 이제 와서 피임이 뭐가 중요하다고..'
콘돔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항상 질내사정을 하는 건 아니었다. 배나 엉덩이에 싸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가끔은 짓궂게 입으로 처리하게끔 시키기도 했었다.
뭐.. 어쩌다가 타이밍을 못 맞춰서 안에 싸는 경우가 없진 않았지만, 그럴때마다 사후피임약을 챙겨먹이긴 했었으니 임신에 대한 부분은 나름 신경 써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콘돔을 요구했다, 울음으로 범벅이 된 순간에도 항상.
'어쩌면 내 자지가 생으로 찔러대는 그 자체가 싫었을지도 모르지..'
문득 기찬은 불쾌해졌다.
자신이 동철이었다고해도 이렇게 굴었을까?
그 녀석보다는 자신과 몸을 섞은 횟수가 더 많을텐데, 어찌보면 몸정은 이쪽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직도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유라에게 기찬은 적잖은 괘씸함을 느꼈다.
"아, 콘돔? ..흐음, 딱 10초만 그냥 넣고 있을게, 약속!"
어차피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부도수표처럼 남발했다. 그리곤 유라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기찬은 곧바로 허리에 힘을 실었다.
"으윽!"
자신의 물건이 그녀의 살을 가르고 그 안에 단단히 자리잡는 것을 느낀다.
이미 유라의 구멍은 침과 알 수 없는 액체로 범벅이 되어있었기에 기찬은 단숨에 뿌리 끝까지 삽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아아..!!"
한번에 끝까지 꿰뚫린 탓일까, 유라는 활처럼 휘어버린 허리를 든채 전신을 잘게 떨어댔다.
"흐어.."
기찬은 자신도 모르게 볼썽사나운 신음을 흘리고 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보지에 박힌 자신의 물건이 녹아서 사라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천개의 손이 자신을 쥐여준다면 이런 기분일까?
기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극의 연속을 위해 허리를 연신 흔들어댔다.
"좋지? 좋지?"
노골적인 그의 물음이 오갔지만 유라로써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몸이 그에 의해 흔들리게 놔두는게 고작이었다.
"씨바.. 존나 좋네, 헉헉.."
유라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린다.
'거..짓말쟁이..'
10초는 한참 전에 지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기찬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울던가 말던가, 기찬은 자신의 정액을 쥐어짜기 위해 속도를 점차 높여갔다.
[야, 자냐?]
[아니ㅋㅋ]
새벽이었건만, 석철은 마치 기찬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칼같은 답장을 보내온다.
[야, 근데 진짜였네 ㅋㅋㅋ]
[그럼 진짜지.]
기찬은 피식 웃으며 석철에게 문자를 보낸다.
[진짜 오랄 해줬다니까. 내가 해달라고 하면 다 해줘, 걔는.]
[나는 그래도 설마 했지. 난 처음에 네가 유라씨 입에 정액 싸고 오겠다고 해서 개소리 한다고만 생각했지, 진짜로 그렇게 할 줄은.. 햐, 유라씨도 이제보니 꽤 음탕하시네ㅋㅋ]
석철의 반응이 꽤 괜찮다. 부러움과 동경에 찬 반응, 그리고 약간의 질투까지도 말이다.
[암튼 재밌었지?]
[엉ㅋㅋ]
[그럼 나 이제 바쁘니까 연락하지 마라.]
[엥, 어딘데??]
기찬은 침대 베드에 거들먹거리며 한껏 기댄다.
[모텔.]
[오오! 했냐? 했어??]
[우리 헤어진지 2시간도 더 지났다..~]
기찬은 에둘러 말했지만, 석철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와, 씨바!!]
석철의 반응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정도 이런 루트를 예상했을거다. 아마도 녀석은 따로 원하는게 있을 터,
[그.. 유라씨 몰래 사진 몇장만 찍어서 보내주면 안되냐..ㅎ]
[지금?]
[응ㅎㅎ]
미친새끼,
아무리 자기 쪽에서 미끼를 던졌다지만 뻔뻔하게 덥썩 무는 녀석도 정상은 아니었다.
[걍 자라~]
그 메세지를 끝으로 기찬은 아에 휴대폰을 꺼버렸다.
이만큼 놀려먹었으면, 그동안 내가 겪었던 열등감 정도는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았다.
쏴아아-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샤워하고있는 유라에게 집중할 차례였다.
끼익-
유라는 샤워가운을 두르고 욕실을 빠져나왔다.
"다 씻었어?"
"네.."
촉촉함이 유라의 목소리에도 스며 들었는지, 오늘따라 그녀가 더욱 야릇하고 묘하게만 느껴졌다.
이미 두번이나 한 뒤였지만 기찬은 다시금 하물이 뻐근해지는 감각을 느낀다.
기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라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얼굴에 머뭇거림이 피어오르지만, 그건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그럼 2차전에 돌입해야지."
그 말을 끝으로, 기찬은 유라의 마지막 샤워 가운을 벗겨내렸다.
유라는 그의 요구에 따라 침대에 엎드린다. 기찬을 향해 엉덩이를 내민 자세가 부끄러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견뎌낸다.
그가 자신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그리곤 연신 주물럭댔다.
"으.."
이 정도는 버틸만 했기에 유라는 얌전히 있었다.
얼마동안 엉덩이를 주물럭거렸을까, 그 징그러운 손길은 이윽고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간다.
기찬은 갈라진 골을 슬쩍슬쩍 희롱하다가, 기습적으로 그 틈을 활짝 벌린다.
'흡!'
갑작스런 기찬의 행동에 유라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흐음..~ 보지만큼이나 똥구멍도 예쁘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치부를 감상한다.
"여긴 안했지?"
하다니, 뭘? 동철오빠와?
유라는 왈칵 울음이 치솟았다. 창피함을 넘어서 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자신의 반응마저도 낄낄대며 즐길게 분명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자신은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아야 했다.
'이까짓거, 이까짓거..!'
유라는 시트를 움켜쥔다. 비참하게도 지금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건, 손아귀의 시트가 전부였다.
이윽고 그의 열기가 자신의 몸을 짓누르며 덮쳤고, 유라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으음.."
한참을 뻗어있던 기찬이 겨우 정신을 차린다.
지금 몇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탁자를 더듬어 휴대폰을 찾는다.
[AM 7:34]
벌써 아침이었다.
기찬은 뻐근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방 안은 어젯밤의 열기를 보여주듯 마구 벗어재낀 옷가지가 널부러져 있었다.
기찬은 고개를 돌려 유라를 쳐다본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신과는 다르게 그녀는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외박했다고 또 난리나겠네."
그러고보니 어젯밤 유라가 간곡하게 부탁하긴 했었다.
「저 기숙사 들어가야 돼요..외박신청 안해서..이번에도 이러면 저 진짜 쫓겨나요..」
하지만 술자리였던 터라 기찬은 듣는둥 마는둥하며 그녀를 추근댔었고, 당연하게끔 그런 부탁은 완전히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뭐, 별 수 있나. 이미 저지른건데 어떻게든 되겠지."
기찬은 쿨하게 넘겨버린다. 나중에 유라가 깨어난다면 골치 좀 썩겠지만, 어차피 자신은 그녀의 부탁따위 들어준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라에게로 눈을 돌린다.
자신의 옆에서 잠에 빠져있는 그녀는 당연하게도 나신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엔 그의 흔적이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몇번이나 했더라..'
하도 정신 없었던 터라 기찬은 좀처럼 횟수를 헤아리지 못했다.
그나마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한창 뒷치기를 할때였던 것 같다. 자신의 아래에서 개처럼 엎드린 유라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기찬은 괜시리 짓궂은 짓을 해보고 싶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항문을 지분거렸다.
'그리고 울렸지, 쩝..'
솔직히 반쯤은 장난에 가까웠었기에 금방 빼줄 생각이었다. 그, 왜 어린애들이 똥침하면서 장난치는 수준의 장난 말이다.
[아아아악!!!!]
하지만 유라는 정말 무섭게 소리지르며 펑펑 울어댔었다.
[씨, 씨발! 조용히 안해..!!]
그 뒤로는 기억이 군데군데 끊겨서 희미했었다.
'한마디도 안 들어갔었는데..'
서럽게 울어대는 유라를 몇번 윽박질렀고, 자신에 대한 반항에 대한 괘씸죄로 무리해서 허리를 움직인 정도?
암튼 울고불고 난리치던 그녀가 다리를 조이지 못할때까진 했던 것 같았다. 거기까지가 확실하게 남아있는 그의 기억이었다.
기찬은 자고 있는 유라의 아랫쪽으로 몸을 숙인다. 그러자 자신의 눈 앞에 모양좋고 박음직스러운 엉덩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는 손을 움직여 그것을 찰떡처럼 주물러댔다. 자신의 손아귀에 따라 엉덩이는 아무렇게나 모양이 바뀌며 갈라진 틈을 슬쩍슬쩍 드러낸다.
"참나, 야동보면 걔네들은 잘만 하던데. 이게 뭐라고.."
솔직히 앞으로 더한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까짓 손가락 좀 넣어봤다고 난리치는 그녀가 잘 이해되질 않았다.
아직도 그렇게 아까운건가?
기찬은 그동안 자신이 유라를 너무 신사적으로 대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유라를 협박하는 입장이었다면, 아마 그녀는 벌써 만신창이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 정도면 정말 괜찮은데 말야, 암 그렇고 말고.'
자신이 짓궂게 굴긴했지만 그래도 막 굴리진 않았는데 말이다.
그냥 이렇게 하다보면 유라도 적응할거라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그런 그녀도 시간이 주는 익숙함에는 버틸 수 없을거라 생각했었다.
분명 나중에는 어렵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억의 되새김질은 오히려 그를 적잖은 열등감에 빠뜨렸고, 어젯밤의 즐거웠던 시간과는 다르게 기찬은 좀처럼 찝찝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되버린다.
처음엔 유라와 해보고 싶었다. 자신의 인생에서도 저런 예쁜 여자와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찌어찌해서 여기까지 굴러왔고 처음의 목적도 달성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녀와 자는건 좋지만, 달리보면 자신에겐 그냥 그것 뿐이었다.
'하..'
적어도 지금만큼은 평온하게 자고 있는 유라를 보자, 기찬은 씁쓸해졌다.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자꾸만 마음이 기우는 쪽은 오히려 자신 같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녀가 몸을 막 굴리는 헤픈 여자였다면, 적어도 죄책감은 들지 않았을텐데...
유라를 만나는 동안 수십, 수백번도 더 넘게 생각해본게 또다시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기찬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당긴다.
"이미 늦었다, 새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윽박지르듯 소리를 내뱉었다.
연기가 자신만큼이나 어지럽게 흔들린다.
솔직히 이런 기회라도 없었으면 자기가 유라같은 여자를 만날 수나 있었을까. 아니, 만나는 건 고사하고 한번 해볼 수나 있었을까?
하지만 자신은 분명 욕심을 부리고 있었기에, 그걸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그녀의 몸은 끝내주지.'
매번 할때마다 유라는 자신을 불끈대게 만들었으니 그건 사실이었다.
기찬은 눈 앞의 유라를 샅샅이 훑는다.
어젯밤에 그렇게 싸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물건이 빳빳하게 고개를 세운다.
섹스라도 할 수 있는게 어딘가?
맞다.
공짜로 먹는게 어딘가?
어쩌다 오피라도 사주고 먹을려고하면 15만원씩은 꼬박꼬박 갖다 바쳐야하는데, 그래봤자 할 수 있는 행위는 한정적이었다.
군말없이 정액도 먹어내고, 치욕스런 플레이도 버텨낸다. 어젯밤은 반항이 조금 있긴 했지만, 결국 그것마저도 자신에게 허락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러모로 유라가 훨씬 나았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일까, 기찬은 꿀꿀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직 그녀와 해보지 못한게 너무나도 많았다. 이런 시덥지않은 것들은 모든 것을 다 해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래, 아직은 멀었지.'
해보고 싶은게 너무도 많았다, 동철 녀석이 상상할수도 없을만큼의.
"가령, 이런 것도 말이지."
기찬은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한무더기의 옷가지를 발로 슥슥 헤집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기찬의 발엔 조그만 천 쪼가리가 딸려 나온다.
그것은 유라의 팬티였다.
기찬은 그것을 주워들고는 창가로 향한다. 삐걱대는 나무 문을 열자 철로된 샷시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다지 열어보진 않았는지 샷시는 굉장히 뻑뻑했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창문을 열었다.
"읏차..~"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도 팬티를 밖으로 던져버렸다.
"흐흐.."
나중에 팬티가 없어진걸 안다면 유라는 어떤 얼굴로 울음을 터트릴까?
'하하, 그것 참 볼만하겠는 걸~'
생각만으로도 자지가 불끈거렸다.
시계를 보니 퇴실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한번? 잘만하면 두번정도까진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새벽까지 흔들어댄 탓에 적잖이 뻐근대는 허리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 앞의 먹음직스러운 걸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찬은 딱딱해진 분신을 꺼덕이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유라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고, 돌아누워있는 탓에 그녀의 깔끔한 등이 훤하게 눈에 들어온다.
기찬은 능숙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벌린다. 어젯밤이 꽤나 격렬했다는 걸 반증하듯 유라의 그곳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아무래도 당장의 삽입은 불가능해 보였다.
러브젤이라도 있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당장 그런게 있을 리가 없었다.
"별 수 있나, 침이라도 발라줘야지 뭐."
괜히 억지로 하다가 찢어질 수도 있고 해서, 이번 기회에 큰맘 먹고 인심쓰자고 기찬은 생각했다. 괜히 아침부터 그녀와 실갱이를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찬은 유라를 똑바로 눕힌다. 덜렁이는 두 쪽의 가슴이 방만하게 흔들리며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고 빨고 싶었지만, 이 바닥에도 순서라는게 있는지라 기찬은 우선 유라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거뭇한 털 사이로 그녀의 소중한 부위가 수줍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거는 또 졸라게 싫어해요..~"
지난번에도 한번 보지 빨아보겠다고 30분 가까이 쌩 지랄을 했던 기억이 스믈스믈 솟아올랐지만, 그러던가 말던가 기찬은 유라의 양 허벅지를 탄탄하게 틀어쥐었다.
그녀를 깨울 시간이었다.
손아귀에 들어오는 적당한 탄력을 느끼며 기찬은 유라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은 다시금 후끈한 열기로 가득채워졌다.
기찬은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한다.
모텔을 찾다보면 은근히 두고 나오는게 많았다. 지난번엔 지갑을 두고 나올 뻔해서 식겁한 기억도 있었다.
다행히 빠트린건 없어보였다. 사실 지갑이랑 휴대폰만 챙기면 거의 다 챙겼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찬은 시계를 한번 보곤 유라에게 넌지시 말을 건다.
"슬슬 나가자, 배고프네."
"..."
내가 말을 걸거나 말거나 그녀는 무언가를 분주하게 찾고 있었다.
기찬은 유라가 찾는게 뭔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짜증 섞인 말투로 그녀를 닦달한다.
"퇴실 시간 다됐는데 나갈 준비 안하고 뭐해?"
"아우.."
"빨리 가자니까, 추가금 나온다고."
단계를 높히는 그의 음성에 자리잡은 가시를 느꼈는지, 그제서야 유라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기찬을 불렀다.
"..저.."
"왜, 뭐 없어졌어?"
"패, 팬티가..."
"팬티가 없다고?"
차마 팬티가 없어졌다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말끝을 뭉개버렸지만 기찬은 잘도 알아듣고야 만다.
"지금은 뭐 입었는데?"
배려심 하나 없는 말투로 자신을 훑어대는 그의 태도에도 유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없어요, 아무 것도.."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찬의 눈동자는 자신의 하복부에 멈춘다.
마치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의 시선에 유라는 지독한 수치심을 느꼈지만, 달리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기찬 뿐이었기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같이 찾아봐 주시면 안될까요.."
함께 찾는다면 훨씬 빨리 찾아낼 수 있으리라, 물론 기찬은 수고스럽게 나서준다는 빌미로 자신을 또 한번 흔들고 놀겠지만 그래도 이대로 모텔을 나서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기에, 유라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에게 부탁했다.
"흠,"
분명 장난스럽게 웃으며 몇가지 조건을 금방이라도 붙여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찬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딱 잘라 말했다.
"없어."
"네?"
기찬의 말은 너무나도 뜬금없고 갑작스러웠기에 유라는 그저 멍청히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없다고, 네 팬티."
하지만 그는 더욱 확실하게 못을 박아온다.
"그게 무슨.."
유라는 당황스러웠다. 멀쩡한 팬티가, 그것도 자기가 분명히 입고 온 팬티가 없단다. 양말도 아니고 그게 없어질 수가 있는건지, 그녀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기억 안나? 우리가 어젯밤에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
유라는 기찬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진짜로 엘리베이터 기억 안나?"
그제서야 유라는 그가 말하는 '시작'을 알 수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기찬은 그곳에서 벨트를 풀곤 삽입을 시도했었고 자신은 너무나도 놀라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왔었다.
"그때 내가 네 팬티도 벗겼잖아."
슬슬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다. 유라는 움찔하는 와중에도 조심스레 기억을 더듬었다.
"아.."
그러고보니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가 분명 자신의 가랑이에 손을 댔었고 마구잡이로 팬티를 끌어내렸었다. 그리곤 방에 들어와선 자신을 침대로 던졌고, 순순히 그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 그럼 팬티는요..?"
그가 벗겼으니, 그가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엘리베이터."
기찬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유라는 그의 인내심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제발 아니길 바라며 다시 한번 매달렸다.
"그게 무슨.."
하지만 너무나도 귀찮게 굴었던 탓일까, 기찬은 그대로 왁-하고 터져서 유라를 윽박질러갔다.
"바보냐?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뒀다니까. 치워도 벌써 누가치웠겠지, 지금 시간이 몇신데!"
"..."
"멍청한게, 지 팬티 하나도 간수 못해놓고 그걸 왜 나한테 찾아?"
유라는 한가닥 희망을 걸고 기찬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는 잔인하게 그것을 뭉개버렸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유라를 할퀸다.
"..."
그러게 누가 엘리베이터에서 하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니고, 얌전히 모텔까지 왔는데 그 몇 초를 못참아서, 아니 애당초 내가 원해서 이런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왜..
많은 말들이 머릿 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유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어차피 그에게 닿지도 않을 말, 아무렇지
않은 척 꾹 참아보지만 스스로가 너무 서글퍼 맺히는 눈물까지 막진 못했나보다.
"야, 또 질질 짜냐?"
"..흑!"
신경질적인 기찬의 말투에 유라는 그만 왈칵 울음을 쏟아낸다.
비단 오늘 뿐만이 아닌, 그동안의 서운함이 봇물처럼 밀려온다. 균형을 잡을 수 없을 만큼의 흔들림이 자신을 움켜쥐어갔고, 지금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를 멈추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스스로도 그게 얼마나 오래전에 지나쳐버렸는지 알고 있었기에, 유라는 그저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울면 뭐라고 했지?"
기찬은 훈계조의 말투로 으르렁대며 유라의 치맛폭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그는 항상 그랬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화내고 짜증을 부렸지만, 한편으론 흥분을 숨기지 않은 채 헐떡거리곤 했었다.
'울때마다 야한 사진 찍게 할거야, 알았어?'
기찬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사진을 늘려갔다. 심한 경우에는 인상을 찌푸렸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신에게 촬영을 요구했었다.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지만 그를 거부할 순 없었다.
일단 해보고 싶은게 생기면 기찬은 몇번이고 끈덕지게 달라붙어 자신을 괴롭혔다.
양보는 없었다, 무조건 해야만 했다. 만약 조그만 반항의 기미라도 보인다면 동철을 들먹이면서까지 그녀의 의지를 꺾었다.
'니 남친이 너때문에 탈영하는거 보고싶어!?'
때문에 유라는 그동안 기찬의 앞에서 몇번인지도 모를만큼의 자세를 취했었다.
티셔츠를 들춰서 속옷을 드러내게하고 찍는 정도는 아주 경미한 수준, 보통이 브래지어를 풀고 기찬의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야했다.
수치심은 컸지만 익숙함은 좀 더 빨랐다. 그리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될 때쯤, 이미 자신은 팬티를 벗고 그의 앞에서 다리를 벌리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일단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난 뒤에는 괴롭힘이 잦아들긴 했지만, 잔뜩 할퀴어진 마음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를 쓸수록 오히려 강한 반발력처럼 터져나온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그녀의 마음이 되어 흘러내렸다.
유라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둥글게 말았다.
"죄, 죄송..흑흑.."
이미 한참을 늦은걸 알지만, 그래도 터져나온 울음에 대한 사과를 뒤늦게나마 한다.
"아냐, 아냐, 계속 그렇게 울어~ 난 계속해서 사진 찍으면 되니까."
"..."
"이야, 이러다 내 휴대폰 터지겠다. 우리 유라씨 사진만 4기가네? 동영상은 무서워서 세 보지도 못하겠는걸~"
대수롭지 않은 듯 툭-하고 내뱉는 말이 왜 그리 아플까,
"이거 다 지울 수 있겠어? 몸을 한참 굴려도 안될거 같은데..."
마치 절대로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식으로 기찬은 말꼬리를 흐린다.
정말 무섭지만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벌써 기찬과 만남을 가져온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지워낸 사진은 몇장 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거지에 못이겨 억지로 찍은 사진이 더 많아 그의 휴대폰 앨범은 갈수록 두툼해져갔다.
'사진은 금방 지울 수 있어요, 유라씨.'
분명 기찬은 처음에 그렇게 말했었다.
스무장 남짓의 사진쯤이야 금방이라도 지울 수 있다고, 하기에 따라 한번에 5장 정도는 거뜬하다고,
하지만 그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고 유라는 매일매일 지쳐만 갔다.
사실 사진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걸 다 없앤다 한들, 기찬은 또 다른 핑계를 대며 자신을 옭맬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힘들어..'
안그래도 요즘들어 기찬의 요구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슴이 훤하게 파인 옷을 입도록 하는가 하면, 장소에 상관 없이 자신을 마구 주무르곤 했었다.
게다가 관계를 맺을때도 콘돔을 일일이 챙기기 귀찮다며 피임은 알아서 준비하라는 둥, 비참할 만큼 자신을 몰아부쳤었다.
어떨땐 마치 자신을 창녀 보듯 내려다 볼때도 있어, 유라의 자존감은 날이 갈수록 깍여만 가고 있었다.
"걍 가자, 어차피 여기에 없는거 더 찾아서 뭐해."
더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는지, 기찬은 자신의 짐을 챙기며 유라를 재촉했다.
"..그래도.."
"아, 진짜! 뭐하자고!! 그럼 여기 계속 있을거야? 네가 돈 낼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기찬은 마구 소리지르며 유라를 윽박질러댄다.
"..."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그렇게 자신을 막 대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의 소유물이라도 된 듯, 기찬은 험한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냈었고 그것은 잠자리까지도 이어지곤 했었다.
'좋아? 좋아? 자지를 보지로 꼭꼭 물어대니까 좋아?'
'그렇지! 그렇게 혀로 귀두 뒷부분을 살살 핥으라니까...크!'
'야, 너 진짜 동철이가 처음 맞아? 솔직히 말해봐 그동안 누구랑 몇번 했어?'
'뭐? 아니라고?? 근데 왜 이렇게 허리를 잘 돌려?'
노골스런 말투와 직접적인 표현들은 마음을 멍들게 했고, 때로는 날카롭게 후벼파기도 해서 유라는 숱하게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때리는 등의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가끔씩 버럭하고 소리지르는 기찬의 모습을 볼때면, 그녀는 앞으로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정신차려, 한유라!'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치솟은 구역질을 억지로 눌러 삼킨다.
그가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
다리를 벌리라면 벌리고, 핥으라면 핥으면 된다. 삼키라고 한다면 기꺼이 삼킬 수 있었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뒤가 뻔했기에 유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구겨진 치마를 간단히 정리하며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기찬은 오직 자신의 몸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바라는 건 없고, 바래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기찬에게 애원할수록, 그는 더욱 자신을 옭아맬게 분명했다.
아직까지도 입 안에서는 씁쓸한 기찬의 정액 맛이 감돌았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었고,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나가요."
"흐흐, 가자고~"
어느새 다가온 기찬은 유라의 어깨를 감싼다. 만약 누군가가 본다면 사이 좋은 커플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그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유라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기찬의 손길이 자신의 곳곳을 훑어내려가지만 꾹 참는다.
그리곤 다시 한 발자국 옮겼다. 팬티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치마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은 방만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래도 걸어나갔다.
슬프게도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모텔의 뒷문으로 나온 둘은 꼬불꼬불한 샛길을 지나 어느 허름한 국밥집에 들어섰다.
"이모~ 여기 순대국밥 두그릇요!"
기찬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문을 하곤 적당한 자리에 걸터앉았고, 유라 역시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었다.
'으..!'
의자의 차가운 금속재질 때문인지, 유라는 자신의 허벅지에 닿는 날카로운 감촉에 움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앉았다"는 그 자체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유라는 모텔을 나선 그 순간부터 한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불안감, 게다가 어젯밤은 기찬의 요청에 의해 타이트하고 짧은 스커트를 입지 않았던가.
행여 스커트가 말려올라갈까봐 그녀는 움직이는 내내 치마 끝단을 조그맣게 움켜쥐곤 걸었었다.
'그래도 앉을 수 있으니깐..'
비록 의자가 조금 더럽긴했지만 그정돈 지금의 그녀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윽고 국밥 두그릇이 나왔고, 기찬은 걸신 들린 듯 국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안 먹어요? 배가 별로 안고픈가봐?"
"..아, 아뇨. 먹을게요."
앉아있다는 것 자체만 생각했던 유라로써는 기찬의 다그침에 뒤늦게 수저를 들었다.
조심스레 국물을 맛본 유라는 허겁지겁 국밥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이 초조해서 얼른 집으로 가고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막상 코 앞의 밥을 보니 식욕은 자신을 배신하고 있었다.
"하하, 배 많이 고팠나보네요."
"아, 네. 아무래도 좀.."
생각해보면 끼니를 거른지 한참이나 됐었다. 어젯밤 석철씨와의 만남은 왠지 모르게 불편한데가 있어서 금방 수저를 내려 놨었다.
기찬을 만난다는 초조함에 점심도 걸렀으니 거진 24시간을 굶은거나 마찬가지였다.
"하긴, 어제 그~렇게나 격하게 보냈는데 배가 안고프면 말이 안돼죠. 안그래요?"
기찬은 마치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었다. 덕분에 가게 안의 눈들은 모두 유라를 향했다.
서빙을 하시는 아주머니에서부터 아버지뻘 되시는 아저씨들 까지도.
"......"
유라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출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직접적인 말은 없었지만 그들의 음흉한 눈과 언짢은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거 풋고추가 엄청 실한데~ 고추 안 먹어요? 고추 엄청 좋아하잖아요,"
어느새 기찬은 밑반찬으로 나온 풋고추를 다분히 의도적으로 유라의 코 앞까지 들이밀었다.
"그, 그만하세요.."
"왜요? 이건 안 빨아먹고 깨물어먹어도 되는건데? 아, 혹시 빨아먹는 고추가 더 좋나~?"
"...킥킥!"
결국 가게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대각선 맞은 편에 있던 중년 남성무리였다.
허름하고 땀에 젖은 옷,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수염은 그들이 일용직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중 한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을 은근하게 훑어가는 것도, 때로는 음흉하게 자신의 가슴팍에 머무르는 것을 알았지만 유라는 애써 모른 척 시선을 피했다.
"아 저, 저 풋고추 좋아해요. 헤헤..~"
유라는 기찬이 들이민 풋고추를 받아 한입 깨물었다. 알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씹었다.
유라는 눈 앞에서 실실 웃어대는 기찬이 너무나도 미웠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의 장난은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테니까.
아마도 계속해서 자신을 쥐고 흔들 것이고, 그때마다 일일이 저항하기엔 자신은 너무나 미약했다.
그저 모른 척,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받아내야만 했다. 그게 기찬이 바라는 것이었고, 그가 가장 빨리 실증내는 방법이었으니까.
저항하지 말자.
그를 자극하지 말자.
결국 유라가 선택한 것은 최소한으로 웅크려서 이 거센 폭풍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
그런 유라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는지 기찬은 별다른 말 없이 국밥을 계속 떠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유라는 모처럼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맛이 있는지 어떤지는 딱히 알 수 없었지만 그나마 걱정없이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모 잘 먹었어요, 수고하세요~"
식사를 마친 둘은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후..'
밥을 먹는 내내 꼬리표마냥 따라다니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유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붙이고 있던 엉덩이를 떼서 다시금 거리를 활보해야한다는 중압감에 가슴이 답답해져만 갔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찬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마트폰만 연신 두드릴 뿐이었다.
"아 맞다, 유라씨 이쪽으로!"
"네?"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기찬은 유라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보자, 이쪽으로 잠깐만요."
그가 향한 곳은 국밥집의 뒷쪽. 따로 분리된 화장실이 덩그러니 있는 그런 곳이었다.
기찬은 행여 누군가가 있을까봐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좋아, 아무도 없고.. 흐흐~"
좁고 낡은 화장실 문까지 꼭꼭 열어보며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유라의 팔을 확 낚아챘다.
"왜, 왜 그러세요?"
"아, 됐고. 벽 짚고 엎드리기나 해요."
기찬은 우악스럽게 굴며 벽으로 유라를 밀쳤다.
"아앗!"
딱딱한 벽이 그녀를 덮쳤다. 낡은 건물의 거친 시멘트는 유라의 피부를 따갑게 할퀴어간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두려운건 자신을 어거지로 다루는 기찬의 태도였다.
"아,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유라는 벽을 짚고 엎드렸다. 하지만 그걸로도 모잘랐는지 기찬은 그녀를 더욱 벽으로 밀어부쳤고, 결국 유라는 얼굴이 닿을만큼이나 벽에 바짝 붙고나서야 겨우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찬은 볼썽사나운 그녀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애당초 치마는 길이가 너무도 짧아 제대로 가려줄 수가 없었고, 결국 유라의 엉덩이는 기찬의 앞에서 맨살을 훤히 드러내고야 말았다.
잘익은 복숭아 같은 엉덩이, 그리고 그 가운데의 갈라진 틈과 조막만한 구멍.
"보지구멍은 벌써 꽉 다물었네? 역시 젊은게 좋다니까~"
유라의 소중한 그곳을 살피던 기찬은 이윽고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어 그녀의 질 입구에 갖다대었다.
"!! 뭐, 뭘..!"
"아아, 고추 고추~"
그가 꺼내든 것은 방금 전 순대국밥집에서 가지고 나온 풋고추였다. 그 전부터 벼르고 있었는지 기찬은 기어코 풋고추를 챙겨나왔던 것이었다.
"악!"
뾰족한 고추의 끝이 유라의 입구를 찔렀다. 날카로운 비명에 움찔할 만도 하건만, 기찬은 아랑곳 않았다.
"아, 아파요.."
고통을 참지 못한 유라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해봤지만, 기찬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짓궂은 장난질에만 몰두해갔다.
차라리 시간을 쓴 만큼 결과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라는 힘들게 고통을 감내하며 견디어봤지만, 오히려 기찬은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었다.
"어휴, 아침까지 그렇게 쑤시다 나왔는데도 구멍이 왜 이렇게 좁은지 원.."
작고 얍실한 풋고추, 기찬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풋고추는 작았다. 농담으로라도 실제 남성의 물건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말이다.
그런데 도무지 풋고추는 유라의 구멍 속으로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짜 이상하네 이거.."
아침까지만해도 신나게 박아대던 보지가 아니던가? 한무더기도 아니고 달랑 풋고추 한개쯤은 손쉽게 들어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잘못은 사실 기찬에게 있었다.
경험이 적은 유라의 구멍이 좁은 탓은 둘째치더라도,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내내 기찬이 거칠게 박아댄 탓에 유라의 구멍은 꽤나 혹사되어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꽤 많이 부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걸 기찬이 알 리 없었고,
"씨바, 존나 이건 똥구멍보다 더 빡빡한거 같네, 하..!"
또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기찬은 슬슬 짜증이 났다.
사실 풋고추 이런거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한.. 장난 같은 거였다.
그래 장난, 재미로 즐기는 뭐 그런 거!
왜 그 외국 야동 보면 짖궂은 애들 몇명이 여자 보지에 이것 저것 넣는 것 처럼, 자신도 재미 차원에서 가볍게 풋고추 하나 꼽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노팬티의 그녀, 가랑이 사이에는 풋풋한 풋고추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유쾌한 코미디 같았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마음에도 유라는 좀처럼 자신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 유라씨가 긴장해서 힘주고 있으니까 이런거 아니에요, 힘 좀 빼봐요!"
"..."
"아 씨,힘 좀 빼보라고!!" 유라는 왈칵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 이렇게 되버린 상황 자체가 두려웠다.
기찬이 제멋대로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대낮부터 이럴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화를 내기 시작한 그는 정말로 무서웠기에 유라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뾰족한 고통에도 입술을 깨물어가며 버텨간 것은, 오로지 기찬에 대한 공포심이 때문이었다.
푹-
그때였다. 기찬은 검지를 세워 유라의 구멍 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아악!"
유라는 갑작스러운 통증에 그만 주저앉을 뻔했다. 마치 자신의 그곳을 불로 달군 젓가락으로 헤집는것만 같았다.
"이게 보니까, 영 안 젖어서 그런거 같네..~"
찔꺽, 찔꺽-
살을 가르는 소리와 기찬의 무신경한 말이 동시에 기분 나쁘게 퍼진다.
배려심을 꾹 짜낸 애무까지도 전희라고 볼 수 있을까?
유라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몸을 틀어댄다. 하지만 작정한듯 자신의 소중한 곳을 후벼파고 있는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허, 유라씨 자꾸 꾀부리네. 다리에 힘 빡! 안줘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기찬은 손을 거칠게 놀리며 유라를 다그쳐갔고, 그녀는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으며 용케 버텨갔다.
"제발, 살살 좀.."
지금 유라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부탁,
'하, 꼴리긴 또 존나 꼴리네.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애석하게도 잔뜩 흥분한 기찬에겐 조금도 닿지
않았다.
어떻게하면, 얼마나 어떻게하면 좀 더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을까.
더 울게 만들고, 더욱 애원하게하고, 엉망진창의 상황으로 그녀를 밀어넣을 수 있을까.
기찬의 관심사는 오직 그 뿐이었기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풋고추를 유라의 그곳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흡-!"
"조용!"
유라의 단말마 마저 윽박지른 기찬은 고추를 요리조리 돌려 찔러넣었다.
이미 그녀의 구멍 안을 차지하고 있던 검지로부터 매끈한 고추의 표면이 느껴진다.
제법 깊숙한 곳까지 고추가 들어왔음을 확인한 기찬은 천천히 검지 손가락을 빼냈다.
그런 그의 손가락에 묻은 투명한 애액, 기찬은 피식-하고 웃는다.
"뭐야, 아닌 척하더니만 역시.. 꼭 아니라고 빼는 것들이 밝힌다더니, 젖은걸 보니 유라씨도 꽤 좋았나봐요? 크크."
멍청한 소리다.
사람의 몸은 현상에 대해 반응하게 되어있고, 유라 역시도 자연스레 애액을 분비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입에 레몬을 박아 처넣었을때 나오는 침도 맛있어서 그런거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을 음탕한 사람으로, 피해자에서 아에 동조자로 몰아세우는 기찬의 태도에 유라는 핑- 하고 머리가 돌았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텨낸다.
"...이제 일어서도 될까요?"
끝났다는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의 앞에서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던 유라였다.
"아? 아아, 맘대로 하세요."
자신의 기분따윈 상관없는 그의 건성스런 대답을 이정표 삼아 유라는 천천히 허리를 일으켜갔다.
비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 멋대로 말려올라간 스커트 자락이 방금 전의 행위를 대변해주고 있다.
"..."
유라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옷차림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비참했다.
차라리 농락하듯 자신을 다루던 그와의 어젯밤이 나았다. 물론 좋았다는게 아니었다. 충분히
힘들고 거친 관계였고 아직까지도 끔찍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의 비참함은 아니었다.
이건 진짜 "농락"이었으니까.
옷차림 정돈이 끝난 듯, 유라는 똑바로 몸을 세웠다.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미니원피스는 그녀의 몸을 잘 감싸고 있었고, 어디 하나 헝클어진 곳 없이 완벽했다.
뭇 남성들의 시선을 잡아챌만 했지만, 그건 복장의 이상함의 문제가 아닌 지나친 섹스어필의 부분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모습은 다시금 말끔해졌지만, 유라는 자꾸만 느껴지는 불편함에 좀처럼 미간의 주름을 필 수가 없었다.
손톱 아래에 가시가 박힌거 같은, 정확하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부자연스러움.
"아.."
그녀는 금새 그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풋고추의 꼭지다.
가랑이 사이로 튀어나온 고추의 끝이 자꾸만 사타구니에 닿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라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 뭐해요, 끝났으면 빨리 나가죠."
기찬이 재촉한다.
이윽고 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기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달랑거리는 꼭지가 자꾸만 자신을 자극해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지만, 그녀로선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저, 이제 여기서 갈게요.."
"아, 네 뭐 그러세요."
충분히 욕구를 해소했는지 기찬은 더이상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필요하면 또 부를게요."
하지만 그 뿐, 그는 내일이 되면 또 다시 자신을 찾을테고, 나는 그를 위해 몸단장을 해야할 것이다.
"아 그리고, 기숙사 사감한텐 집에 일이 있었다고 대충 둘러대봐요."
뒤늦게나마 기숙사 통금을 어긴 것에 대해 기찬이 말을 꺼냈다.
"집에 일이 있었다고 하면 거의 봐줄거에요."
궁핍한 변명, 게다가 이미 지난번에 써먹었던 것이다. 그것도 그가 시켰던 레퍼토리였다.
이번에는 도무지 둘러댈 방법이 없다는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기찬에게까지 말할 순 없었다.
어차피 그는 알고싶지도 않을테니까.
"네."
나는 그가 듣고싶어한 순순한 대답을 들려주곤, 그를 배웅했다.
유라는 바로 옆의 편의점으로 들어가 팬티 한장을 샀다.
"봉투에 담아주세요."
대낮에 이런 차림으로 팬티를 사는게 신기했던걸까, 계산을 치르는 동안 남자 알바가 연신 자신을 힐끔거리며 훔쳐봤지만 그녀는 그런걸 의식할 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유라는 지하철 공용 화장실로 향해, 대충 빈칸을 찾고 들어갔다.
"..후,"
짧게 호흡을 고른 그녀는 다리를 좌우로 벌리곤 가랑이 사이로 손을 가져다 갔다.
"읏..!"
몸 밖으로 이물질이 빠져나오는 이상함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는 자신의 그곳에서 풋고추를 끄집어냈다.
시큼한 냄새와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고추, 그것은 마치 기찬의 물건처럼 느껴져 유라는 황급히 휴지통에 버렸다.
"..."
이제 거의 끝났다, 팬티만 입으면 끝이었다.
그럼 이제 기찬의 변태같은 명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이상한 짓, 이런 짓따위 두번 다시..!'
하지만 그녀는 팬티를 쥐고서도 좀처럼 입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팬티 입지마, 입지 말라고!'
기찬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눈을 감아본들 벗어날 수 없었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음을 깨달았다.
유라는 힘겹게 한숨을 쉬었다.
하루의 피로감이 이제서야 몰려와 어깨를 짓눌렀다.
거기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떠오른다.
'기숙사 어떡하지..'
지난번 외박으로 잔뜩 성을 내던 사감언니의 호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걸 변명이라고 해? 내가 너 남자 만나러 간거 모를거 같아? 한유라 너 아무튼 지금이 두번째야. 다음번에도 또 그러면 바로 퇴사신청 넣는다! 알았어!?'
사감 언니를 찾아가서 빌고 빌어보겠지만, 이번엔 진짜 방법이 없어보였다.
최악의 경우, 정말로 방을 빼야 할지도 몰랐다.
'갈 곳도 없는데..'
지방에서 상경한 자신이 갈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문득 유라는 자신의 고민의 핀트가 미묘하게 틀어진걸 눈치챌 수 있었다.
기찬과의 원하지도 않은 잠자리, 그리고 외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다른 걱정거리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
'나 힘들긴 한걸까..'
..솔직히 알 수가 없었다.
이젠 그가 자신을 불러내는게 힘들긴해도 ..예전만큼 역겹진 않은 것 같았다.
하루종일 그와 뒹굴었다는 것보다도, 당장은 기숙사 문제가 더욱 자신을 끙끙 앓게 했다.
유라는 좁은 화장실 칸에 쭈그리고 앉았다. 바닥의 알 수 없는 물에 스커트 자락이 젖어들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니, 이상하긴 한걸까.'
오히려 역겨운 건 익숙해져가는 자신이었다.
도대체 그동안 몇번이나 그와 잠자리를 보낸걸까?
유라는 숨이 턱하고 막힌다.
..쉽게 세어보지 못할만큼 많은 밤이었다.
아마도 자신은 그 이상의 횟수를, 여전히 기찬에게 바쳐야 할게 분명했다.
울고 싶었다.
처음엔 자신의 순정때문에 슬펐다. 정말 많이 울었다.
지금은 그에게 다리를 벌리는 자신이 억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음이 나오진 않았다.
아마 나중엔 그게 익숙될까봐 우울했다. 그땐 정말 억지로라도 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정말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