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23)

나의 아내(23)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사실은 제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허물없는 친구지요.

제가 그 친구한테 제 근황을 모두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내가 약간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 보자 황급히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물론 자세한 건 빼구 말입니다.

예를 들면 부장님 신상에 관한 건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사모님 얘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 상당히 관심을 보이더군요.

당연하지만..."

벌개지는 내 얼굴을 바라보자 그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제가 그 친구한테 말한 이유는요..."

미스터 서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그의 와이프에게 넌즈시 자기의 뜻을 비치자, 거의 자지러질 듯하며 놀라는 그녀

에게 더 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단다.

섹스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하는 그녀였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그녀의

절대적인 반응에 더 이상 시도할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랬다가는 아마 당장이라도 이혼을 하자고 달려들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지금 말하는 친구였다.

결혼 전에는 사창가에도 같이 출입할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상의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허물없는 둘 사이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쇼킹한 이야기에 그 친구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날 밤 내내 그 친구는 이유모를 거부감, 그러나 뇌리에서 끈적 끈적 떠나지 않는

저 밑바닥 본능으로 부터 오는 흥분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급기야는 새벽, 자기 옆에 소록 소록 잠들어 있는 귀여운 아내의 몸을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아까 들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열병에 걸린 듯 흥분에 몸을 떨며 아내의

몸을 파고드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릿 속에는 자신의 품에 안겨 몸을 벌리고 있는 남의 여자와 역시 낯 모를 남자

팔 안에서 흐느적 거리는 자신의 아내가 떠올랐다.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어스름한 불빛 아래 눈을 감은 채 무아경을 숨차게 헤메는 아내의 얼굴이 바로 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 위에 뜨거운 입김을 아내의 얼굴 위에 뱉어 내며 헉헉대는 또 다른 남자의

얼굴이, 음흉스레 미소 짓는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자신의 손바닥에 와 닿는 아내의 종아리의 감촉이, 그리고 허벅다리의 감촉이, 또한

가녀린 허리와 가슴의 촉감이 너무나 감미로왔다.

다음 순간 거칠게 아내의 몸을 유린하며 부벼대는 다른 낯 모를 남자의 투박한 손길이

하얀 아내의 살결 위에 오버랩 되었다.

그럴 순 없었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쾌감이 온몸을 감싸며

어느새 아내의 몸 속 깊숙히 자신의 정액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 위에 더하여 내질러져 자궁 속 깊은 곳에서 엉키어 섞여 지는 다른 남자의

허옇게 질펀한 정액을 상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친구는 미스터 서에게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 미스터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다음 주 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라 함은 미스터 서와 친구 부부 그러고 나와 나의 아내이다.

남은 날수는 나흘이었다.

그동안에 그 친구는 그의 아내를 설득하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여의치 않을 경우 강제 집행(?)도 불사한다는 contingency plan도 세워 놓았다.

장소는 그 친구의 집이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화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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