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 (18)
월요일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격렬한(정신적으로) 주말 후의 월요일
아침은 정말 버티기가 힘이 들었다.
커피를 진하게 하여 두세잔을 마셨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부릅뜬 눈은
내려 않기만 했다.
이런채로 책상 앞에 않아 있느니 차라리 누워 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마침 부서장은 외출을 했는 지 방에 보이지 않았다.
집이라야 사무실에서 10여분 거리 이므로 한 두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온다해도 별일이 없을 듯 싶었다.
아무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고 슬그머니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좀 드는 듯 했지만 기왕에 생각했던 대로
집으로 차를 몰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34층 짜리의 고층 아파트이다.
아침 잠이 많은 아내는 지금쯤 잠을 자고 있을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하고는 잠을 깨우지 않도록 내가 가진 열쇠로 살그머니 아파트의
문을 열고 들어 섰다.
신발을 벗고 거실 안으로 들어 서려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눈앞의 광경이 무언가 달라 보였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곧 알아 차렸다.
거실의 한가운데에 놓인 소파 위에는 낯선 남자의 웃도리가 걸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의 몸은 긴장하고 있었다.
머리털이 쭈삣하는 것 같았다.
침착하게 나는 다시 거실을 둘러 보았다.
현관 바닥에는 역시 남자의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옷이 걸쳐진 모양하며 신발이 놓여진 모습으로 미루어 불의의 침입자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안방 문이 약간 열려 있었다.
살그머니 다가가고 있는 나의 귀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주 자그마한 소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게 무엇 소리라는 것은 거의
직관적으로 금방 알 수 있었다.
규칙적인 남녀의 숨소리와 웅얼거리는 소리가 방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몸을 최대한 감추고 방안을 들여다 본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벌거 벗은 두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몸이 되어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다.
낯 익은 여자의 몸을 밑으로 깔고 거무스름한 피부의 육중한 체구가 아래
위로 흔들리고 있었다.
햐얗고 매끈한 여자의 다리가 위로 들려 올려진 채 남자의 엉덩이를 감고
있었다.
침대의 삐걱대는 소리가 거친 숨소리들에 섞여 들려 왔다.
여자는 분명한 아내였고 남자는 한눈에 미스터 서임을 알 수 있었다.
울컥 문을 열고 안으로 돌진하려던 나는 어떤 생각에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대신 몸을 최대한 숨긴 채 두 남녀의 관계 장면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나의 하복부가 팽창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목을 한껏 구부린채 내민 혀로 아내의 목덜미며 젖가슴을 핥고
있었다.
어느 새 알았는 지 녀석은 아내의 최대 약점인 목덜미를 집중 공략하고
있었다.
아내의 이미 붉게 충혈된 하얀 목덜미를 남자의 혓바닥이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아내는 입을 반 쯤 벌리고는, 사내의 혀가 쉽게 자신의 목을 핥을 수
있도록 하려는 듯 목을 한껏 뒤로 젖혀 흰 목을 드러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간간히 숨이 찬 듯 끙끙거리고 있었다.
둘은 관계를 시작한 지 이미 한참이 지난 듯 했다.
사내의 페니스는 아내의 몸 중심부에 깊숙히 박힌 채였고
아내의 엉덩이가 아래 위로 움직일 때 마다 맞받아 치듯 녀석의 육중한
엉덩이는 아내의 하복부를 짓 이기듯 내려 찧고 있었다.
사내의 몸이 내려 찧을 때 마다 두 몸이 '퍽퍽'거리며 마주 치는 소리..
약간 빠져 나왔다가 다시 아내의 몸 속에 깊이 박히는 놈의 페니스가
내는 질구와의 마찰음...
출렁거리는 침대의 삐걱대는 소리...
나의 심장은 방망이질 치고 있었고, 나의 하복부는 팽창해질 대로
팽창해져 있었다.
어느새 나의 손은 그 위를 거머 쥐고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나 자신 알 수 가 없었다.
나 모르게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기는
커녕, 내눈 앞에서 정사를 벌이던 엊그제 보다 더욱 흥분이 되다니..
생각나는 게 있었다.
지난 번 아내와 미스터 서를 내 눈 앞에서 관계를 시킬 때 나도 흥분을
하기는 했었지만, 서울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사를 벌인 후 그 이야기
해 줄 때 보다는 덜 흥분했었던 것이다.
단지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 데도 불구하고..직접 볼 때 보다 더 흥분을
할 수 있었다니..
그런데 지금 아내가 나 몰래 정을 통하는 장면을 눈 앞에 보고 있는
나에게는, 배신감과 함께,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더 큰
흥분이 밀려들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고 있는 사이
둘은 관계를 시작한 지 이미 오래가 된 듯 절정이 가까오고 있었다.
이미 본 바 있는 눈에 익은 절정의 순간이었다.
아내의 몸짓과 숨소리로 미루어 오르가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내도 몸이 빨라 지며 절정을 향하고 있었으나 노련한 솜씨로 아내가
최고조에 이르기를 기다리며 최후의 순간을 조절하고 있는 듯 했다.
드디어 아내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절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사내의
엉덩이는 한껏 들렸다가는 아내의 몸의 중심부를 향해 내려쳤다.
그러기를 두세번 남자의 몸이 요동친 후, 남자는 아내의 몸위에 너부러
졌다.
아내도 손을 남자의 목에 감은 채, 들려졌던 다리는 침대 위에 八자로
벌려져 마치 아무렇게나 팽겨쳐 졌다.
남자는 죽은 듯이 조용했으나 아내는 아직도 숨을 고르는 듯 할딱거리고
있었다.
옷 위로 거머쥔 나의 페니스도 힘에 겨운듯 잦아 들고 있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도 우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굳이 미스터 서가 나에게 얘기도 없이 나의 집에 스며들었을까?
그리고 아내는 또 왜?
우선 나는 이 자리를 빠져 나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차고 회사로 돌아 오면서도 아까의 아내와 사내의 정사 장면들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