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10)
쌀쌀한 바깥 기온 때문인지 방안의 따스함이 더욱 느껴졌다.
한적하고 나른한 오후였다.
침대에 누워 지난 2개월 동안 나에게 벌어졌던 일 들을 떠올렸다.
하나, 둘, 셋.....아홉. 아홉명이었다.
웬일인지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다음 순간 몸이 짜릿하고 오그라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몸을 구석 구석 핥고, 올라 타고, 헉헉 대며 나의 얼굴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던 그들..
평범하기만 했던 가정의 보통 여자였던 나를 남자들이 그토록 탐닉할
줄은 몰랐다.
그들도 그들이려니와 나도 나 자신의 변화에 놀랄 지경이었다.
내가 이렇게 배짱 좋은 색녀였던가?
나는 손을 나의 사타구니로 옮겨 팬티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아까 집어 넣은 화장지를 바꿔 넣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상하게도 섹스를 한 후 하루 정도가 지나서야 안에 있던 정액이
흘러 나온다.
어제 잠자리를 같이 했던 그 사람을 떠올렸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어제의 그 남자는 남편이 준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 하기로 했다.
아마 남편도 내 이야기를 들으면 좋아하고 흥분할 것이 틀림 없었다.
문제는 나 였다.
내가 타락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스운 자문일 지도 모른다.
이미 타락해도 한참 타락한 형편 없는 여자 인지도 모르는 데..
몇 일전 나는 집 근처의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기 위해 현대 본사 빌딩
앞을 지나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앞을 바라보고 걷고 있었는 데 누군가 나를 아는 체 했다.
"아니 이거 제수씨 아닙니까?"
나에게 반색하는 그는 내 아주버니가 아니라 남편 회사 상사였던
이부장이었다.
그는 남편이 국외로 발령을 받아 나가기 전 부서의 직속 상사였다.
남편이 고스톱을 좋아 해서 가끔 회사 사람 들이랑 집에 와서 밤 늦게
까지 놀곤 했기 때문에 잘 아는 편이 었다.
약간 마른 체격에 보통 보다는 좀 키를 가진 점잖은 분이었다.
그는 반색을 하며 자기가 마침 시간이 있는 데 차나 한잔 하자고 했다.
나는 남편의 상사의 이러한 제의가 다소 이례적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싫다고 할 이유가 별로 없어서 찻집에 마주 앉았다.
그는 앉자 마자 남편이 잘 계시냐는 질문부터 했다.
어떻게 지내냐는 둥...
평소에 말이 없었던 분인 데 그날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었다.
그리고 헤어 졌다.
그 다음 날 아침 이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침 수첩을 뒤적이다 보니 우리집 전화 번호가 있길래 전화했다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나는 좀 느낌이 이상했다.
그러나 남편의 상사였고, 남편이 한국에 돌아 오면 다시 윗사람이 될 지도
모르는 터 였기 때문에 그리고 순한 인상이 호감도 가는 그 였기 때문에
그가 다시 만나자는 제의를 받아 들였다.
"저, 오늘은 직장 얘기는 관두고 그냥 살아 가는 이야기를 하기로 하지요.
요즘 어떻게 소일 하십니까?
x과장이 밖으로 나간 지가 너무 오래 되어 힘드시지요?"
나는 이남자가 나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야기 하면서 연신 나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슴을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가 하면 내가 화장실에 갔다 올 때 나의 몸을 다리 끝까지
핥고 내려가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민을 했다.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봤길래.
여기서 끊고 일어 서야 하나.. 아니면 ......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남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를 기분 나쁘게 할 순 없다고.
나의 간사한 변명이었다.
솔직히 그의 눈길이 싫지 않았다.
이미 낯 모르는 남자들과 질펀한 밤을 즐겼던 나였다.
술을 먹기 시작한 이부장의 은근한 목소리가 나의 몸을 간지럽혔다.
"'제수씨, 그러고 보니 그 동안 많이 이뻐지셨어요."
"뻔한 거짓말 하시네요"
내가 웃으며 그의 농담을 받아 넘기자 약간 소심한 성격이었던 그는
자신감을 얻은 듯 나에게 술을 권했다.
그가 화장실을 가 있는 동안 나는 거울을 꺼내 얼굴을 고쳤다.
화장실에 갔다온 그는 내 맞은 편 자기 자리에 앉으려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 옆에 앉아도 될까요?"
이제 그의 의도가 명백해졌다.
나는 다시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