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장. 남자친구 (2/9)

18장. 남자친구

"서지현.. 좀.. 할 말이 있어..."

주번이라 늦게까지 남았던 지현이는 웬 남학생이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약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 그리고 너는 누구니..?"

"어.. 너는 3반 이경민 아니야..?"

같이 집에 가려고 기다려 준 친구 인영이가 그 남학생을 알아봤다.

"으응.. 그래.."

그 남학생이 인영이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일인데..?"

"저.. 그건..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 좀 할래..?"

지현이는 잠시 그 경민이라는 남학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또래에 비해서는 좀 큰 편인 키에 평범하지만 호감이 가는 인상을 가진 아이였다.

하지만 지현이는 딱 잘라 거절했다

"싫어.."

그리고는 약간 벙찐 표정의 경민을 나두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지현아 같이 가.."

옆에서 바라보던 인영이도 지현이를 따라 사라지자, 경민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하

고 웃고 말았다.

"호 오...  이거 재미있는 걸.."

먼저 앞서가던 지현이를 쫓아온 인영이가 친구의 어깨를 감싸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야

기를 했다.

"응..?  뭐가..?"

지현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이경민 말이야..  보니까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

"에엑..! 설마.."

"기집애..  설마는 뭐가 설마야..  너도 대충 눈치를 챘으니 그렇게 딱 잘라 자리를 피한 

거잖아..."

인영이가 지현이의 귓가에 짓궂게 속삭였다.

"............."

지현이가 뜨끔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걷기만 하자, 인영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

정으로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어떡할 거야..?"

"뭐가..?"

"경민이가 너한테 프로포즈라도 하면..."

"난.. 별로 생각 없어.."

"우와.. 뜸도 안 들이고 바로 잘라 말하네...  그래도 경민이 정도면 괜찮은 편인데..."

"그래..?  그 애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니...?"

"뭐.. 그런 편이지.. 그렇다고 아주 잘생기거나.. 운동을 잘한다거나.. 그런 것 보다.. 성

격이 좋으니까 친구가 많아... 하긴 뭐.. 생긴 것도 호감은 가는 편이잖아..."

"흐응.. 그렇구나.."

지현이가 약간 수긍이 간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 혹시..?  서울에 남겨두고 온 남자라도 있냐..?"

"뭐..?  그게 무슨.."

인영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지현이가 깜짝 놀랐다.

"그런 게 아니면 너무 단호한 게 이상하잖아.. 이전에도 너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좀 있었잖

아.. 그런데 다 거절하고서는.."

"아 아냐..  그런 거.."

지현이는 '서울에 남겨두고 온 남자'라는 말을 듣자, 왠지 뜨끔하여 당황하였다.

순간 '아빠'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그냥..  나 어쩌면 2학기 때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 남자친구 사

귀어도 어차피 헤어져야 하잖아.."

지현이는 마치 아빠와의 관계를 인영이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양 황급하게 둘러대었다.

"하긴.. 그렇겠다..."

인영이는 지나치게 당황해하는 지현이가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언젠가는 이 친구와 헤

어져야 한다는 것이 벌써부터 서운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가 강릉에 온 지도 어느덧 6개월 가까이 되어갔다.

처음 작년 2학년 가을에 지현이가 이곳에 전학을 왔을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기도 했었다.

외가라고는 하지만 사실 명절 때나 오던 곳이었고, 지현이는 그 동안 서울을 떠나 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강릉에 온 후 본격적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사실 지현이는 그 동안의 사정으로 마음먹고 글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녀의 재능은 곧 국어선생님의 눈에 띄었고, 비슷한 취향의 아이들에게도 어느 정

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정도 강릉에도 익숙해졌고, 3학년에 올라온 뒤에는 친한 친구들도 생기

게 되었다.

인영이도 그 중의 하나인 여학생이었다.

지현이에게는 친한 여자아이들 뿐 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남자아이들도 많았다.

전학생이라는 호기심에다 용모도 아름다운 지현이였으므로, 그 중에는 2학년 때부터 좋아한

다고 따라다닌 남학생들도 두어 명 있었다.

하지만 지현이는 그런 남자아이들의 관심을 또래 아이들다운 감정으로 그냥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지현이는 자신의 현재 상황 때문에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고, 때문에 그 

남학생들을 딱 잘라 거절했었다.

그리고 그들도 너무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질렸는지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3학년 올라와서 경민이라는 남학생이 새로 나타난 것이다.

지현이가 경민이라는 남학생을 만난 그 며칠 뒤였다.

외숙모 심부름으로 동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낮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지현이 아냐..  이런데서 만나네.."

"응..?  아...!"

놀란 지현이가 돌아다보니 이경민이었다.

"안녕..."

"으응.. 너도 잘 있었니.."

"그래..  참.. 지현이 너 이 근처 사나보지..?"

"응.. 그래..  그럼 너도..?"

"아 아냐.. 친구네 집에 놀러왔다가..."

경민이 옆에 있는 남학생 둘을 가리켰다.

"아.. 안녕.. 만나서 반갑다.."

그 남학생들은 좀 멋 적은 듯 지현이에게 인사를 하더니, 친구의 옆구리를 한번씩 쿡 찌르

고는 슬쩍 자리를 피해주었다.

"어.. 야 임마..  아...  지현아.. 저 녀석들 신경 쓰지마..  참.. 모처럼 만났는데.. 우

리... "

"아니 괜찮아.. 그럼 잘 가.."

그때 계산을 마친 지현이가 경민의 말을 끊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편의점 문을 열고 나서려 했다.

"아.. 잠깐..  지현아.."

"왜..?"

"근처에서 이야기 좀 할래..?"

"난 할 말이 없어.."

지현이가 무시하고는 문을 열고 편의점을 나갔다.

"잠깐만.."

경민이 따라 나와서 지현이의 팔을 붙잡았다.

"어머..  왜 이러니..?"

지현이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쳐다보자, 경민이 내친 김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널 좋아하니까.."

"뭐..?"

"제대로 못 들었어..?  그럼 다시 말할게..  좋아..아니 사랑해... 사실은 2학년 때부터였

어..."

경민은 지현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단호하게 고백을 하였다.

"............"

지현이는 갑작스런 경민의 고백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어설프게 고백을 한 다른 녀석들과는 틀릴 거야.."

"이..이야기 끝났니..?  그럼..  나 이만 갈게..."

지현이는 얼굴이 붉어진 채 더듬거리다가 휙 돌아서서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등뒤에서는 경민이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좀 끈질긴 녀석이라고... 승낙을 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집으로 돌아오며 지현이는 왠지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는 느낌이 다른 남학생이었다.

그 경민이라는 남자아이는..

이전의 좀 어설퍼서 귀찮다고까지 여겨졌던 남학생들과는 어딘지 다른 느낌의 아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이전처럼 그 자리에서 딱 잘라 "싫어.."라고 말해주지 못하고, 그 자리를 빠져 나오고 말았

다.

그 후에도 경민은 계속 지현이에게 프로포즈를 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지현이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것은 그 때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경민은 이런저런 일로 지현이와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호감을 얻으려 진심으로 노

력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지현이가 있는 곳에서 경민이 눈에 띄는 경우가 점점 많

아졌다.

그 때문인지 어느새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경민이 지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지나가던 선생님마저 "둘이 잘 어울리는데.." 하고 놀리실 정도였다.

물론, 이런 주변의 분위기는 경민이 평소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호감을 주는 학생이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남자친구라..?

지현이는 경민으로 인하여 새삼 이 단어를 떠올려 보았다.

왠지 지현이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보이던 그런 단어였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그런 단어일 것이겠지만, 지현이에게는 왠지 거리가 

느껴지는 단어였다.

서울에 있을 때도 좀 친한 남자아이들은 있었지만, 이성친구로서 여겨지지는 않았었다.

어쩌면 지현이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부터 지금까지 지현이에게 남자는 오직 한사람, 아빠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생활에서 엄마의 흉내를 내야 했으므로 항상 아빠를 의식해서 행동했고, 모든 생활이 

아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런 것이 어느덧 당연하게 생활로 자리잡았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또래의 남자아이들은 그저 미숙한 어린아이들일 뿐 남자라고 생각

되지는 않았었다.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경험 때문에 많은 기준을 아빠에게 맞추다보니, 또래 남학생들은 그

저 유치할 뿐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강릉에 와서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이전의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강릉에 오면서 아빠를 중심으로 돌던 그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틈새로 경민이라는 남자아이가 여기에 침입자처럼 파고 들어왔다.

그것은 지현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제였다.

사실 지현이는 강릉에 와서도 자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낮선 환경에 적응 못하여 엄두를 못 내었었지만, 조금씩 강릉이 익숙해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다시금 밤마다 몸 속 깊은 곳에서 스믈스믈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여전히 꿈속에 나타나서 이제 막 성의 감각을 알기 시작한 어린 소녀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지현이는 점점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져주시던 아빠의 손길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외가식구들이 들을까 조심조심 소리를 죽여가면서도, 그 날의 아빠 손길을 

기억하려 애를 쓰며 안타깝게 자신의 몸을 더듬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한 두 차례의 폭풍이 여자아이의 몸을 흥건히 적신 채 지나가면, 지현이는 

그 여운 속에 남은 욕망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는 했다.

지현이는 이러는 자신이 혼란스러웠다.

지현이의 아빠에 대한 감정은 처음에는 그저 어린아이다운 아빠에 대한 사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어느 사이 이상적인 이성을 아빠에게서 찾게 되면서, 사춘기 소녀의 두근거

림과 순수한 사랑이 스며들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날의 성경험으로 말미암아, 여자아이는 어느새 아빠에게 성적인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밤마다 지현이를 괴롭히는 아빠를 향한 성적인 갈등.

지현이는 지금 이런 자신의 감정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지현이도 중3 이었다.

이전까지처럼 아직 모르는 것이 많던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내면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자신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고, 그 때

문에 지금의 자신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마음과 생활을 아빠를 의식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조금씩 자기의 삶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이때 다가선 '남자친구'라는 단어는, 따라서 지현이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

다.

지현이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빠를 향해 느끼는 성적인 갈증과 함께, 이제는 사춘기 소녀

로서 평범한 이성교제에 대한 열망 또한 느끼고 있었다.

지현이도 이제 평범한 소녀처럼 그러고 싶었다.

솔직히 그녀로서는 이전까지 같은 또래 남자아이들에 대해 이런 감정이 없었으므로 당혹스

럽기도 했다.

자신에게 아빠말고는 처음으로 이성으로서 호감이 가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경민에게 이성으로서 끌렸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되고 익숙해지면서, 그의 친근하고도 호감 가는 웃음을 자주 보

게 되면서, 왠지 아빠말고 처음으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그녀의 곁에 아빠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래도 아직 지현이는 아무런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다.

자신에게 불현듯 찾아온 이런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어느덧 5월이 왔다.

어린이날이라 학교에 가지 않은 지현이가 편안하게 쉬며 책을 보고 있을 때였다.

오후쯤에 밖에서 돌아온 외숙모가 지현이를 부르셨다.

"어.. 지현이 너.. 마침 집에 있었구나..."

"왜요..?  외숙모..."

"오늘 별로 할 일 없지..  그럼.. 나랑 같이 좀 나가자.."

"어디 가시는데요..?"

"응... 지금 단오제 하잖니.. 그래서 남대천 쪽에 장이 서는데.. 마침 이불거리나 좀 장만

하려고..."

"단오제요..?"

"응..  아... 너는 한번도 본 적이 없겠구나..  왜.. 그저께부터 크게 행사하는 거 있잖

니.."

"아..! 그거요..."

"잘 되었네..  그럼.. 외숙모랑 같이 가자..."

외숙모는 어린것이 아빠와 떨어져 지낸다고 안쓰러워서, 무슨 일이 있으실 때면 꼭 지현이

를 챙겨주곤 하셨다.

외숙모는 처녀 적부터 엄마와도 친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예전 엄마의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다.

"그럴까요..?"

"그러려무나.."

마침 오늘 집에 계시던 외할아버지도 신문을 보다가 말씀하셨다.

"네..  그럼..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아버님.. 그럼 지현이 데리고 좀 다녀올게요..."

"그래라.. 태영이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  으차..  자.. 태영아.. 할애비하고 놀자.."

외할아버지는 이제 2살이 되는 사촌동생을 안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모처럼 외숙모와 함께 외출을 한 지현이는 단오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둘이서 즐

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이불거리를 사려는 외숙모를 따라 한 가게에 갔을 때였다.

문득 심심해서 이불거리를 고르고 있는 외숙모 곁을 벗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북적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흐음.. 오늘이 휴일이라서 그런가..? 사람이 꽤나 많네..."

그런데 그때 저쪽 멀리에서 낮 익은 얼굴이 하나 지현이의 눈에 들어왔다.

경민이었다.

아마도 가족들과 같이 나온 듯 짐꾼 노릇을 하고 있었다.

'윽.. 하필이면 여기서도 저 애를 만다나니.. 질기다.. 정말..'

지현이는 혹시나 저쪽에서 자기를 알아 볼까봐 슬쩍 몸을 숨기려 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경민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가족들한테 뭐라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빠져 나와서 지현이 쪽으로 뛰어오는 것

이었다.

"에구구.. 저 녀석.. 휴일이라고 짐 좀 들라 시키려고 했더니만.. 그새 빠져나가네..."

경민의 등뒤에서 엄마인 듯 한 아주머니가 야단치는 것이 지현이에게까지 들렸다.

"풋..."

그 소리를 들은 지현이가 살포시 미소짓고 있는데, 그녀 앞으로 다가온 경민이 말을 걸어왔

다.

"안녕.."

"으응.. 안녕.."

"헤.. 이거 정말 우리 인연 아니냐.?  이런 곳에서도 만나게.."

"어머.. 누구니..?"

마침 가게에서 나오던 외숙모가 경민을 보고 놀라며 물으셨다.

"아.. 외숙모.  얘는요.. 그냥 학교에서..."

"안녕하세요.. 지현이 친구 경민이라고 합니다.."

경민이가 선수를 치며 인사를 하자 지현이가 그만 당황하였다.

"어머..! 얘..  친구라니..."

"어머.. 우리 지현이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니..?  몰랐네..."

외숙모가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경민이를 반겨주셨다.

"어.. 아 아니에요.. 외숙모..."

"괜찮아..  우리 지현이도 이제 남자친구 사귈 때도 되었지 뭐... 이렇게 이쁜데..."

외숙모가 웃으면서 지현이 엉덩이를 톡톡 쳐주셨다.

"아.. 저 그게..."

지현이가 외숙모에게 무어라 변명을 하려는데 경민이가 갑자기 말을 했다.

"저.. 지현아..  딴 데서 우리 이야기 좀 할래..."

"어..? 안돼..  외숙모랑 같이 장봐야 한다고..  짐도 있고..."

"아냐 괜찮아.. 나 혼자 들 수 있으니... 지현이 너는 친구와 좀 놀다가 와.."

뭔가 오해를 하신 외숙모가 알아서 경민을 배려해 주며 자리를 피해주셨다.

"어..!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지현이가 당황하여 거절했지만, 넉살좋은 경민 덕분에 결국 그렇게 해서 둘만 남게 되었다.

"너..."

어처구니없어진 지현이가 화가 난 표정을 지었지만 경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이.. 화 풀어.. 지현아...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냥 재미있게 놀자..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나갈래..?"

"후 우..."

지현이는 좀 화가 났지만, 왠지 웃은 낮의 경민에게 화를 내기도 뭐해서 그냥 한숨을 쉬고

는 따라 나섰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마지못해 

따라나섰던 지현이도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게 되었다.

그것은 경민이 지현이를 사소한 것까지 편하게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는 참 편한 아이로구나..'

지현이는 문득 옆의 경민을 보며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이 돌아오던 길에서였다.

지현이가 극구 사양을 하였지만 시간이 좀 늦었기 때문에 진우가 집까지 바래다준다며 따라

왔다.

"너어.. 사실은 이 핑계로 우리 집 알려는 거지..?"

"앗..! 들켰냐..?"

"하여튼..."

그렇게 두 사람이 장난스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에 경민이 갑자기 진지해지며 말을 꺼내었

다.

"저...."

"응..?  뭐..?"

지현이는 경민이 갑자기 무게를 잡자 왠지 불안해져서 되물었다.

"언제.. 대답을 들을 수 있니..?"

".....?"

"내 프로포즈..."

"아...!"

지현이의 표정도 같이 굳어졌다.

"다른 아이들처럼 분명한 거절을 당하지 않았으니.. 나는 아직 희망이 있겠지..?"

"............."

잠시동안의 침묵 후 지현이가 대답을 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나는 2학기 때 서울로 돌아가...  사귀어도 어차피 헤어져

야 한다고.."

"괜찮아..."

".............."

"지금.. 대답을 해줄래..?"

다시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지현이는 어느새 이전과는 달리 망설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저... 며칠 만.. 더 시간을 줄래...?"

순간 긴장되었던 경민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그래... 기다릴게...  그나저나 다행이다... 거절이 아니어서... 그럼 며칠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아으으... 아읏... 으으응... 으응... 아.. 하아..."

지현이는 뜨거운 숨결을 토하면서도 혹시나 그 소리가 새어나갈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안타깝게 허덕이고 있었다.

이미 지현이의 작은 손가락은 자신의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으로 흥건히 적셔져 있었고, 

그녀의 몸 전체도 땀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계속되는 아빠의 꿈, 그리고 그 때문에 습관이 되어버린 자위.

그렇게 15살 먹은 소녀의 어린 보지는 촉촉하고 뜨겁게 젖은 숨결을 토하는 듯 했다.

지현이는 이렇게 점점 관능을 알아 가는 자신의 몸을, 아빠의 손길을 기억하고 잊지 못하는 

자신의 몸을, 정말이지 어찌해야 좋을 지 몰랐다.

"아...  하아..  으으음..  으응..  흐으응..."

그러나 지현이의 손가락은 왠지 젖은 보지입구 언저리에서만 맴돌다가 음핵 사이를 헤매고 

있을 뿐, 그 안쪽의 여린 보지 속살 속으로는 파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어린 보지 입구가 옴찔 옴찔 물을 토하며 어서 넣어달라고 칭얼거리고 있었지만, 여

자아이의 작은 손가락은 차마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물론, 지현이는 그 동안 자위를 해오면서 그 속으로 몇 번 손가락을 집어넣어 본 적이 있었

다.

그러나 왠지 그 때 느껴지던 감각은 아빠 때와는 다른 낮설음과 통증이었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서투를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지현이는 자신의 보지구멍은 자기 것이 아니라,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

저도 들었다.

그 작고 뜨거운 구멍을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현이의 작은 손가락은 주인 없는 방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는 수줍은 

아이처럼 그렇게 그 언저리만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촉촉이 젖은 보지입구 언저리와 두 장의 꽃잎들, 앙증맞은 작은 음핵, 그리고 저 밑

의 부끄러운 구멍 사이를 왕복하는 여행만으로도 여자아이는 충분히 끝까지 오를 수 있었

다.

"아.. 아아...  아으윽..  아 아빠...  으으응.. 으응..  아 아아앙..."

그렇게 아빠를 생각하며 끝내 절정에 오르고 만 지현이는 탈진한 듯 침대 위에 축 늘어져 

가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아...  하 아..."

'아... 또 하고 말았어...  자꾸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참을 수가 없어..  아빠

를 생각하면...'

지현이는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들어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경민이 생각이 났다.

지금은 그에게 느끼는 호감이 사랑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인 것만은 분명

했다.

'어쩌면.. 아빠를 향한 이런 비정상적인 마음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지도 몰라...'

지현이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빠를 향한 지현이의 마음과 그리움은 아직 순수한 것이지만, 그 사이로 고개를 쳐

드는 성적인 갈증은 소녀를 두렵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현이는 그런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지현이는 약속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그리 많이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었다.

저쪽에 좀 긴장된 표정의 경민이 쉽게 눈에 뜨였기 때문이다.

"많이 기다렸니..?"

"아 아니야..  좀 전에 왔어..  참.. 우선 뭐 하나 먹자..."

"응.."

"아.. 내가 살게.. 뭐 먹을래..?"

"어.. 고마워..  뭐 먹을까..?  그냥 치킨버거 세트로 할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내가 먼저 자리를 잡아 놓을게.."

지현이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쪽의 경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미안해.. 따로 만나자고 해서..  그냥 학교에서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애들 눈에 띌 거 

같아서.."

경민이 세트메뉴들을 들고 자리로 오자 지현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니야..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는 걸.."

"응..?  왜..?"

"만약에 거절하는 거였다면 구태여 따로 만나자고 하지는 않았을 테니.."

경민이 조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 이거 아냐..?"

"뭐..?"

"네가 나한테 먼저 만나자고 한 것.. 이게 처음이라는 것 말야..'

"........!"

지현이는 왠지 편안해지는 마음이 들며 경민을 바라보았다.

"너..  너무 자신만만해 하는데.. 그러다가 내가 거절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윽..  그건..."

순간 경민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조심스러워졌다.

"호 혹시..  거절하는 거니..?"

경민의 표정이 너무 굳어지자, 돌연 지현이가 참지 못하고 "픽.."하고 웃음을 보이고 말았

다. 

"응..?  왜 웃어..?"

"걱정 마..  그런 건 아니니까.."

"어.. 그럼 승낙하는 거야..?"

경민이 순간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했다.

"아 아냐..  아직은.."

"에..? 그럼.."

"조건부야.."

"조건부..?"

"응.. 아직 연인이나 그런 것은 부담스러워..."

지현이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경민의 눈을 응시하며 계속했다.

"하지만..  그냥 친구로 지내면서.. 내 감정을 확인할 시간을 좀 더 줘..."

"..........."

"그래 줄 수 있어..?"

경민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현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그렇게 해서 지현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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