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출근
누나가 새해첫날부터 부산을 떨었다. 누나가 아는 그룹관계자의 연락이 왔다고 했다.내가 대학4년을
마치고 이력서를 낸 것만 해도백여건이 훌쩍 넘어있었다.올A는 아니지만 난 자신이 있었다...누구보
다..잘할수있다고 생각했지만 사회는 내가 앉을 의자를 마련해주지 않았다.그래서 난 늘 서류면접에
서 떨어졌다...그게 내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신체에대한 미움은 곧잘 부모님에게 돌아가
곤했다.35살인 누나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날 지긋이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갔다...누나가 처음 남식
에게 직장문제를 꺼냈을때만해도 남식은 완강히 거절했었다..그는 자신감이 있었다..패기에 넘쳐있었
고 아마..늘 자신을 어린아이로만 보는 누나의 슬픈눈빛이 남식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랐
다...결과적으로 남식은 실패했고 누나는 성공한 셈이었다.
출근 전화를 받고 한참동안 기쁨과 떳떳하지 못한 빽으로 들어갔다는 양심의 혼란 때문에 한동안 방
바닥에 넋을 놓은채 앉아있었다. 전화기속으로 흘러나오는 조금...퉁명스런 목소리게 확 때려치우고
말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은 지금 여기아니면 정말 갈때도 받아줄때도 없었다...컴퓨터관련아
르바이트도 어느정도여야지.. 생계수단으로 삼을수는 없었다..누구처럼 장사를 해보는것또한 생각해
보지 않았던건 틈求?.하지만 미지에 새계에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남식을 더욱 위축시키고 자꾸 낙
방만하는 입사시험에 절망까지 겪고있을때의 구원자의 손길이었던 것이다....떳떳하게 대학4년을 우
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자부심도 자신의 외향적인 문제도 이젠 그에게 그냥 똑같은 공부하는 학생
처럼 받아주지 않는다는...남식은 늘 다르게 생각해왔다고 생각했지만..이렇게 무작정 시험조차 볼수
없다는 조건에 무척이나 힘들어했었다...정말 건설인부라도 될까하는 막연한 생각까지 해보지만 시작
해놓고 금새포길할만한 일은 그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일인 만큼 그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면
하루하루를 보내야했다..
"자기야!...지금 어디야?...취...직...어떻..게.."
"음..하하...됐어..됐다구...!"
남식은 현실과 양심속에 혼란을 겪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회사에 나가기로 마음을 굳혔
다...그도 약간찜찜한면도 없지않았지만 그녀에게 이번에서까지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
었다..빽이면 어떠리...대기업인데하는 생각에 잠시간의 번뇌는 씻은 듯 사라졌다.
"어머..진짜야! 어딘데..어디야?...나두 볼수 있어?"
"하하...너무 그러지 말라구..내가 뭐하고 했어..붙는다고 했지?"
허풍을 떨었다..그래도 즐거웠다..그녀의 목소리에서 자신을 향한 그리움을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었
다.
"보경아~~~ 사람~~~~~해..."
"음..훌쩍...나두..사랑해..정말.?뮌?.사랑해...~~~"
이보경..이름도 찬란한다..그녀를 얻기까지의 사투는 정말 말로 표현할수 없다...지금 그녀는 집에
감시망을 뚫고 내게 전화를 건거다...말하자면 면회다...수많은 남성들의 구혼을 뿌리치며 내게 온
이유도 내게 그녀에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뭐..자세히 설명하자면...동정심...보호본능
을 자극했다고나 해야할까...난...지금생각하면 끔찍하지만....울었다..많이 울었다..자주 울었다..
크게 운건 아니고...눈가에 눈물이 고일정도로..애처롭게...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그녀 스스
로 날 깍두기로 만들어줄때까지 ...이작전은 처음엔 씨알도 안 먹혔다...왜?..난 가진게 없었다..귀
여운 외모빼고는 그녀의 애인감으로...공부쫌 잘하는거(그녀의 리포트써주기...과제발표하기등등.. )
시시콜콜한것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내 물건이 이쁘다나 뭐라나~~~~~~~
그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내 앞에 나타났다...화장을 덜한 듯 부시시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녀가
집에서 겪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그리고 난 남들 보기에 그녀가 아주 못생긴 추녀로 보
이길 바란다...혹시 임자있는 그녀에게 찝쩍이라도 된다면 난 그에 맞설 힘이 없다...지금 그녀의 부
모님를 감당하는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의 키를 맞추는게 나를 위해서나 그녀를 위해서나 서로에게 편했다...난 지금 8cm가량의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있다...누나의 청바지를 빌려입어 다리와 신발사이의 편차를 줄였다...바지가 땅에
끌려도 난 폼에 죽고 폼에 살만큼 그녀를 애타게 원하고 있었다...이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생계
문제다....그녀는 나의 삶이고 현재이며 미래이기 때문에 난 이렇게 그녀를 위해 맞춘다는 생각으로
명동거리를 휘적고 있다...간혹 할머니들의 손바닥 세례..."호호..귀엽네...~~' 그것만 자제해준다면
좋겠다..그래서 미성년자출입딱지가 붙어있는곳이 제일 싫다...그래서 난 그녀의 친구들을 하나도 모
른다...내가 한없이 불쌍해 보이지만 그래도괜찮다..어떻게 생각하면 그녀는 군말없이 나를 불법시설
로부터 감싸주려고 날 부르지 않았을수도 있기때문이다.특히 술도 못마시는 잼뱅이라서 그렇게 미련
이나 후회같은건 없다.오히려 그녀의 배려가 느껴져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난쟁이와 거인이 지나가신다....명동거리를...
꼬마의 손을 꼭 잡은 여인이 엄마처럼 보인다..수근수근...
야~~~~귀엽다.....나랑놀자....소년??..
이쁘게 입을필요도 없고 패션을 가장할필요도 없다...나와 그녀가 이 거리를 걷는자체만해도 기사이
고 해프닝이기 때문이다...난 전생에 왕자였나보다...그녀를 얻었다는 우쭐함에 써본 말이다...험
험...그녀는 지금 임신3주로 접어들고 있다..난 얘기아빠인셈이다...'날 우습게 보지마라...내 애인
이 화날 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