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9)

-4부 왕(王)(3)-

낙랑왕이 발견된 산성을 향해 강행군 중이던 고구려군은 사위가 

어두워질 무렵 별동대가 전멸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왕은 연락병을

통해 각부대의 지휘관들에게 모이라는 지시를 보내고  전 부대에 

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왕이 크게 염려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 손실은 각오한 것이었다.  

왕은 모인 장수(將帥)들에게 의견을 내보라고 말했다.

"살아남은 병사들 말로는 적이 대궁을 썼다고 합니다. 아마 동예가

잘쓰던 그 대궁 같사옵니다."

"대궁? 노(努) 같은 것이옵니까?"

비교적 젊은 장군이 대궁을 말한 늙은 장군에게 묻는다.

"한경(韓經) 자네는 대궁을 모르는 모양이지? 하긴 동예가 대궁으로

위세를 떨치던 때가 20년도 전이니까. 그 때는 아마 자네는 젖먹이

었을걸?"

일동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누구도 아군의 패전을 크게 염려하는

것 같지 않았다. 전쟁에서 부대 한둘쯤 전멸하는 것은 흔한일이었다.

개전초부터 승승장구하던 고구려군은 그 정도 쯤이야 하는 여유가 있었다.

왕도 즉위이전부터 대궁에 대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대책은 있는가?"

"물론이옵니다. 전하. 대궁은 발사속도도 늦고 정확도도 매우 떨어집니다.

따라서 두세개 집단으로 기병을 나누어서 첫 번째 집단이 적의 공격을

유도한다음 나머지가 측면을 찌르면 간단히 무찌를수 있습니다."

"흐음....허허. 그렇지 그건 상식이지.."

"그리고 대궁에 모든 것을 건 군대를 쳐부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동예가 그것만 믿다가 자멸(自滅)한것입니다. "

회의의 결론은 거의 다 나가고 있었다. 대궁을 두려워 할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신중하기로 소문난 한 백발의 장군이 입을 열었다.

"하오나 전하..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가 있습니까? 별동대가 전멸했다

면 낙랑왕은 이미 빠져나갔을 것이옵니다. 추격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은데....그리고 동예의 대궁이 실전에서 위력(威力)을 떨쳤던 것이 20년도 전인

데 그것을 활용할줄 아는자가 적에게 있다는 것은 쉽게 볼일만은 아니

옵니다.  "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의견을 말해보라. 목파(穆波) "

"이대로 회군(回軍)하여 수도와 북방의 아국(我國)접경의 적성을

탈취하면 썩어빠진 낙랑왕이 도주 했다손 치더라도 이나라는 끝이옵니다.

제 생각으론 저들이 압수이남의 군을 이끌고 반격한다고 하더라도

아군의 특기가 성방어전인데 어찌 우리를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먼저 번 전투에서 보았듯이 적군은 군대가 아니옵니다. 거성이 많다지만

성들이 스스로 싸우는것도 아니고 군대가 용감해야 되는것인데 ..어렵지않게

이일(수도와 북부 낙랑성 공격)을 할수 있을것입니다.

지금 산성에 가보았자 도망가는 적왕의 뒷꽁무니만 볼뿐이옵니다. 

그리고 아군 별동대를 공격한 적군의 위치도 불확실하여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생각되옵니다. "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낙랑국은 두 개로 분단된다. 다만 요동과 압수

이남의 적군이 공격해올것이고 거란이 요동(낙랑의 서쪽국경)을 차지하기

위해 남하해 올 수도 있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거란은 현재 

고구려와 동맹중이었지만 그것은 고구려에게 크게 타격을 입어 어쩔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지 결코 고구려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낙랑이 약화되어 요동이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면 거란은 동맹을 파기하고 서라도 차지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거기다가 시간을 끌면 후연(後燕)이 어떻게 나올지 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왕만 잡아 죽이면 그걸로 낙랑 전토는 고구려의 것이

되는 것이다. 구심점이 없어진 왕국(王國)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는 뻔한 것이다. 

왕은 처음부터 목파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다른 강적들과의 전쟁도 

말끔히 마무리한 자신이 이따위 삼류국가와의 전쟁에서 불명확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어떻해든 산성까지 가서

적왕의 소재를 찾아 잡아죽일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고구려 별동대를

섬멸한 적군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아온

무능한 낙랑군에 대한 인상이 그를 지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이 결심을 굳히자 지휘관들은 그대로 자기 부대로 돌아갔고 행군이 다시 

시작 됐다. 

자기부대로 돌아간 목파는 왕의 생각에 납득할수 없었다.

군의 행동은 확실해야 하는 것이다. 낙랑왕을 잡을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형도 생소한 적국의 영토로 자꾸 들어가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군하면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대도 말이다.

회군하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도 잘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고구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 인내심을 가지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왕국하나 멸망시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현왕도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했다지만 아직 확실히 멸망시킨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것이다 .그것을 이렇게 간단히 생각하려 하다니..

목파는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부장(副將)에게

부대 지휘를 맡기고 자신이 직접 50기정도의 기병을 이끌고 고구려군 선두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정찰을 확실히 하기 위해 서였다. 

중무장한 보병은 힘겹게 걷다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기병을 보고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명고는 금새 후회하기 시작했다. 부대를 너무 도로에 가깝게 매복시킨 것이다.

위장을 잘한 탓에 발각되지는 않았지만 벌써 세차례에 걸쳐 적정찰대가 지나

가는 바람에 간담이 써늘해지곤 했다. 

매복작전은 어려운 것이다. 설화나 신화속에서는 그것이 쉽게 성공한 것 처럼 

보이지만 고대 군대는 치장이 화려하고 빛에 반사되는 장구를 많이 장비하고 

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띠는 법이었다. 그것이 성공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적군이 정찰을 거의 않했거나 했어도 소홀히 한 경우만이 이었다. 근래의

전투에서 매복은 아주 드물게 사용되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고구려군은 정찰이 빈번하게 그것도 정밀하게 행해지고 있었다. 다른 

군대였다면 아무리  한밤중이지만 벌써 발각되었을 것이다. 

자명고군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얼굴에 진흙을 바르고 온몸에 잡초를 뒤집어쓴

상식을 초월한  위장탓이었다.

자명고는 네 번째 고구려 정찰대가 지나가자 도로에 인접한 숲에 매복해있던

창병과 근위대를 궁병이 숨어있던 갈대숲까지 이동시켰다. 

정찰이 더욱 많아지는 것을 보면 적의 본대가 가까이 온 모양이다. 

자명고는 사전 탐지를 위해 근위병 몇 명과 함께 처음 매복한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근위대에 줄을 연결해 적이 나타나면 세 번 공격신호는 

5번을 당기는 것으로 약속을 하였다. 적이 가까워 졌다는 분위기를

느낀 낙랑군은 하루종일 행군과 전투에 지치고 밥한끼 제대로

못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저 멀리 호수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끝에서 이번에는 꽤많은 숫자의 기병으로

보이는 검은 덩어리가 오고 있었다. 

보통 10병 내 외로 정찰대가 이루어지는데 반해 50기는 되 보였다.

자명고와 병사들은 적 본대가 오는 것으로 알고 반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접근하던 기병무리가 여러갈래로 갈라지는 것으로 봐서 또 정찰대인 것

같았다. 몇 무리는 그들이 매복하고 있는 숲 앞 도로를 그대로 지나쳐 갔다.  그러나

마지막 한 무리는 공격예정 지점인 도로에 서서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숲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명고와 병사들이 숨어있던 관목 숲 앞까지 다가오자 심장이 터질 것 같

았다. 도로변에는 키가큰 대목(大木)이 많고 작은 나무나 풀이 없어 숲의 안쪽에

숨어 있던 중이었는데 그들은 거기까지 온 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뒤로 기어서 빠져나가지도 못한채 자명고는 머리를

풀속에 처박았다. 이런... 이젠 끝장이구나..심장박동소리가 너무 커 적에게

들릴 것 같은 기분이 들자 호흡마저 멈춘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왕에게 호원장담하던일.  숲 속을 지날때의 부하들의 사투(死鬪)..

그는 필사적으로 떨리는 마음 진정 시키며 고개를 들어 좌우 병사들을 

살펴 보았다. 머리를 처박고있는

자도 몇 명이었지만 역전(歷戰)의 근위대 용사들 답게 가까이 오는 고구려

병사들을 검의 손잡이를 힘껏 부여잡고 노려보는 자들이 더 많았다. 자명고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말을 탄 채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잡목가시에 말이 찔리자 뒤로 물러서며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서서 말 위에서 무언가를 자기들끼리 

말하고 있었다. 사내들의 땀 냄새와 특유의 악취가 10보정도 떨어진 자명고의

코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낙랑말과 고구려말은 비슷했지만 무슨 말인지 자세히 알아 들을수는 없었다.

자명고는 어서 그들이 돌아가기를 빌었지만 아예 말에서 내려 나무밑에

주저 앉는 자까지 있었다. 

"대장님 어떻게 하죠?"

옆으로 바짝 기어온 병사가 그에게 물었다. 자명고도 마땅히 뭘해야

될지 몰라 머뭇거렸다.

"기다려봐라.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수 없었으나 곧 새벽이 오고 해가 뜰 것이다. 

날이 밣으면 모든 것은 끝난다. 시간도 지체되고 눈앞에 고구려인들 때문에

자명고는 신경이 폭주할 것 만 같았다.  목구멍에 자꾸 위액이 넘어와 구역

질이 날 것 같았다. 신경을 혹사하면 흔히 있는 자명고의 병이었다.

그때 갈대 숲에 매복하고 있던 병사들중

한명이 그에게 와서 고구려군 본대가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산중턱 시야가 터진 곳에 배치된 병사가 멀리서 달빛에 수많은 병장기를 반짝이

며 오며 긴 대열을 발견하고 그에게 알린 것이다. 자명고가 있는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리였다.

그 제서야 그는 자기들 바로 앞에 있는 고구려 병사들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혹시

매복공격을 당하더라도 자신들을 먼저 쳐야하므로 본대가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제 방법은 둘중 하나였다 . 먼저 저들을 소리나지 않게 죽이거나 

아니면 본대가 왔을 때 그대로 기습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이 통하기에는 낙랑군 주력병력이 도로에서 너무 떨어져있었다.

처음 뒤로 병력을 물릴 때 정찰대만 피하고 다시 앞으로 이동시킬생각이었는데

눈앞의 고구려인들 때문에 그렇게 못했던 것이다. 병력이 너무 적었다.

적이 아군의 기습을 눈치채더라도 숫자가 많아 충격력이 크다면 적이 길게

늘어선 대형이므로 이쪽에 승산이 있겠지만 숫자가 5000내외로는 무리였다. 

실제로 고구려군 은 2만 오천정도였지만 자명고는 3만오천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명고는 적군선두는 그냥 보내고 중앙을 공격할 생각이었으므로 오히려 선두와

후미가 낙랑군 측면으로 돌아와 공격당할수도 있는 일이다. 발각되는 시간이

빠르다면...

이제 적군 본대가 자명고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숲에서 아직 먼거리였지만

가을의 명절 때 자주 본 불꽃 행렬 같은 병기의 행렬이 확연히 눈에 띠었다.

정신차려라. 자명고야. 정신을..너는 너를 믿지 않았느냐? 합리적인

네  사고에 항상 자부심을 가지지 않았느냐. 덜 떨어진 다른자들과 다르다고

얼마나 많이 외쳤느냐..  실제 적을 가까이서 보는것과 멀리서 보는것과는 틀린법

이었다. 산성의 대전에서 그렇게 평온하던 그도 막상 눈앞에 적을 대하니

공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것이다.

이제 방법은 하나였다. 눈앞의 이자들을 죽이고

병사들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들은

전부 숲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아직 멀리있는 본대의 눈에 띠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 바로 옆에 엎드려있던 병사의 귀에 대고 내가 뛰쳐나가면

모두 일어나 앞에 있는 놈들을 죽이라고 말했다. 한놈이라도 살려서

보내면 모든 것은 끝장이라고 강조하고 옆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그 병사도 자기옆의 병사에의 귀에 속삭이고  전원에게 같은 방식으로

지시가 전달됐다.

본대가 접근해 오고 있었다. 자명고는 계속 머뭇거렸다. 자신이

검을 들고 일어나지 않으면 다른 병사들도 가만히 있을것이다.

이대로 그냥 숨어있을까? .만일 적 정찰대와 싸우다가 발각되면 어떻게 되지?

별동대를 쳐부순 공만 해도 난 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닌가? 난 이나라를

싫어하지 않았는가...

겁에 질리고 갈등하는 자신이 점점 혐오스러워졌다.

극심한 자기혐오가 느껴지는 순간 그는 벌떡 일어나 적을 향해 뛰어갔다.

십보의 거리를 빠른속도로 다가간 그는 말위의 적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원래 적과 직접 붙어 대전(對戰)한적은 한번도 없는 그였다.. 그가 일어나자 주변의

병사들도 일어나 고구려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고구려인들은 사람보다 말이 더 놀라

뛰어오르며 자기 주인을 떨어 뜨렸다.

"적이닷~~.."

고구려군의 외침을 들으며 자명고는 말위의 사람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방향이 잘못되

갑주에 튕겨나오고 말았고 공격당한 고구려인이 칼을 휘둘러 자명고의 투구를 

두조각 내버렸다. 그는 그 충격에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어둠속에서도 뻘겋게 상기된

고구려인의 두눈이 보였다. 고구려병사는 재차 검으로 그의 목을 찌르려하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누군가가 그를 찌른 모양이다. 자명고는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검을 양손으로 잡고 다리를 덜덜 떨며 주변의 적병을 찾아 검을 휘둘렀다..

귀를 찢을듯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리며 낙랑병사들은 하나둘씩 적을 죽였다. 

자명고도 우왕자왕하며 검을 휘둘렀지만 정작 자신의 칼에 인간의 신체가 찔리는 

감촉은 한번도 느끼지 못했다. 

순식간에 고구려인들은 전원이 참살됬다. 고구려의 장군 목파도 거기서 죽었다.

놀란 말들이 빠져나가려하자 병사들은

고삐를 잡아 당기면서 말을 달래고 그래도 듣지 않는 말은 목을 베어버렸다.

자명고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덜덜 떠는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양다리가 풀려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입속으로 쏟아져 나오는 토사물을 손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시체를 치워라. 말들도.. 어서.. 어서 웩"

토사물로 손이 더러워졌고 병사 한명이 그를 부축하며 숲안쪽으로 이끌었다.

"누가 가서 부대를 원래 위치로 돌리라고 해라. 어서 .시간이 없다."

자명고는 고개를 들어 고구려군 본대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500보 내외의 거리로

보였다. 병사들은 시체들을 둘러매고 숲안쪽으로  끌고가고 말들은 전부 목을 

베었다. 달랠 시간이 없었다.

대기하고 있던 낙랑군은 수많은 거북이가 해안을 찾아 가듯 기어서 원래위치로

이동했다. 자명고가 자기병사들 사이로 들어가 자리에 엎드렸을때는 고구려군 선두

가 앞쪽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궁병이 먼저 1발을 발사 하고 나머지 전부대가 돌입하기

로 사전에 약속 했었다. 그는 재차 그런 계획을  불러온 장교들에게 확인시켰다.

선두의 기병이 지나고 아마 중군(中軍)인듯한 보병의 무리가 지나가기 시작했다.

고대에 쓰이던 전차(戰車)도 여럿 보이는 것이 아마도 군량수송용으로 쓰이는 것

같았다. 자명고는 궁수대와 연결되 있던 끈을 세 번 잡아 당겼다. 공격준비 신호였다.

갈대밭에 엎드려있던 낙랑 궁수대는 일제히 일어서서 시위를 당기며 공중을 향해

조준했다. 다시 다섯 번을 당기자 1500발의 화살이 일제히 공중을 향해 발사됬다.

왕은 도로 좌측의 호수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달빛에 반사되어 조용히 흔들리는

물결이 아름다운 여인의 속살 같았다. 그는 낙랑을 정복하면 이곳에 별궁(別宮)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다 일순 달이 기러기때 모양의  수많은 검은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는 것을 보며 의아야 하다가 주위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을

들었다.

적이 기습해  온 것이다. 수많은 화살이 그의 주변에 떨어져 병사들이 무더기로

죽어갔다. 그리고 우측 숲에서 함성을 지르며 적병이 밀물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왕은 적에게 밀려 자신의 말까지 밀어대는 병사들에게 고함을 치며 독려했지만

혼란에 빠진 대열은 수습할 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린 고구려병은 호수까지 밀려들어가

수도 없이 익사했다. 왕은 말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장교들의 손을 계속 거부했다.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말이 움직이기 불가능했기 때문에 왕을

피신시키기 위해 그랬던것인데 왕은 건방진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억지로

끌려 내린 왕은 누군가의 등에 엎혀 호수의 수심이 무릎까지 닿는곳을 통해 간신히

빠져나올수 있었다. 도망가는 그의 등뒤에서는  아비귀환의 지옥도(地獄道)가 

연출 되고 있었다.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虐殺)이었다. 아군의시체는  

좁은 길목에 무릎까지 찰정도 널려있고  서로 먼저 도주하기 위해 쓰러지고 

그것들을 또 밟아서 압사하는자도 속출했다.

뒤로 빠져나온 왕이 후방에 위치하고 있던 기병대에 공격을 명하자 후위군은

중앙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후퇴하는 아군병사들 때문에 대열이

문란해지고 피아식별이 어렵자 어둠속에서 같은  편끼리 서로 찌르는

참극(慘劇)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왕의 둘째 아들이자 호동의 형이던

호무(胡舞)왕자도 자기편의 칼에 찔려 거기서 죽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 칼날같이 날카롭던 우리 고구려군이..

그리고 내가 이럴리 없는데. 이것은 꿈이야 !꿈이라면 어서 깨어다오..

그것은 자신감 과잉 상태에 있던 고구려의 왕에게는 자기불신(自己不信)의 

첫시작이었다.

봉정산의 전투가 개시 될무렵 고구려 서쪽의 유라의 성(城)에서는 

이제막 욕정(欲情)에 눈을 뜬 유라와  숙민이 내전의 정원에서

달빛을 받으며 건석과 음사(淫事)를 벌이고 있었다. 

숙민은 양손으로 나무를 붙잡고 엉덩일를 뒤로 내민 자세로 서있고

그옆에는 유라가 무릎끊고 앉아 입술을 벌리고 있었다. 둘다 완전한

나신(裸身)이었다. 달빛에 비추어지는  싱싱한 소녀의 육체와 농익은 유부녀의

육체가 미묘한 대비를 이루며 미치도록 요염(妖艶)했다.

탐스럽고 풍만한 숙민의 엉덩이와 유라의 앵두같은

입술을 바라보며 건석도 역시 나체로  우람한 근육을 과시하며 스스로 성기(性器)를

주무르고 있었다. . 이미 한차례 정사를 마친 후인 듯

유라의 벌려진 입술가장자리에 하얀 정액이 묻어 있었다. 건석은 성기를

풋풋한 소녀의 입속에 집어 넣어 타액으로 젖게 만들더니 꺼내서  숙민의

엉덩이 살을 벌리며 보지에 삽입했다. 이제 건석은 여자들의 감각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년들은 자신의 노예였다. 그가 옛날에 

거늘였던 여자 노예와 마찬가지인 년들이었다. 다만 그녀들과 비교할수도

없을정도로 아름답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숙민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보지의 쫄깃한 촉감을 즐기며 박아대던 그는 성기를 빼내 다시 유라의 입에

물렸다. 유라는 개처럼 헐떡 거리며 그의 물건을 핣아댔다. 모친의 애액을

맛있는 듯이 핣아 입속으로 집어 넣었다.

모친과 함께 건석과의 성애(性愛)에 빠진지 3개월째 

유라는 성이 주는 쾌감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16세 소녀의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그녀는 욕정에 모든것이 함몰된 백치같은 상태였다..

그녀에게 더욱더 그런 상태가 된 것을 부추기게 한 것은 어머니의 태도였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가 옆에서 같이 건석에게 몸을 내맡기게 되자 그녀가 

배우고 암송한 어떠한 도덕과 인륜에 대한 지식도 쓸모없는 것이 되버렸다.

숙민은 자신이 진정한 사랑에 빠진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시절 보았던 

국내성의 기녀들처럼 그녀는 자기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진정으로 건석을 사랑했다. 그의 앞에서 오줌을 누고 그의 정액을 

맛있게  마시고 그가 요구 하는 모든 음란한 행위를 서슴없이 하면서 그것이 

그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사랑이었다. 

건석은 사랑따위를 알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원한 것은 숙민의 육체

그것 하나 뿐었고 그녀가 온전한 인간이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녀가 자아를 

갖추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욕정에 맞는 한 마리 암컷이기만을 

바랬다.

소녀의 입과 성숙한 여인의 보지를 왔다갔다 하며 즐기던 그는 유라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소녀의 얼굴에 걸죽한 정액을 듬뿍 싸냈다. 눈을 감고 유라는 얼굴에

쏟아지는 정액세례를 황홀한 듯한 표정으로 전 부 받아낸다. 유라는 조심스럽게

턱으로 흘러 밑으로 떨어지는 정액방울을

적당한 크기의 젖가슴을 밑에서 잡아올리며

받았다.. 소녀의 탐스런 젖가슴에 하얀정액이 군데군데 떨어졌다. 그녀의 어머니 

숙민은 그러한 딸의 얼굴과 젖가슴에 묻은 정액을 혀를 길게 꺼내  열심히 핣아 

입으로 가져간 다음 소녀의 입에 입을 맞추고 나누어 먹는다. 황홀한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정액을 딸과 같이 나누어 먹는 것이... 남자의

정수를 혀로 상대의 입속을 휘저어 마지막 한방울까지 목구멍에 넘긴  모녀는

건석의  쪼그라든 성기를 함께 빨고 핣았다. 건석은 그런 모녀를 보며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 시간 멀리 흑수(黑水) (연해주 지역)부근

그해 17세인 호동은 낙랑원정에 자신이 참가하지 못한것을 불평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호동에게 낙랑같은 썩은 국가를 치는데 너까지 갈필요가 없다면서

그를 동말갈과의 최전선에 위치한 지역의 작은 성으로 보냈다. 호동의 두형은

아버지를 따라갔다.

15세에 말갈족장 우길타 와의 첫 전투에 참전한 이래 호동은 많은 전쟁을

경험하여 이제는 소년티를 벗고 완전한 전사(戰士)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낙랑원정에 참여하지 못한것에 불평은 하면서도 좋은 점도 있었다.

그 전까지 그는 항상 단위부대의 대장이면서도 실제 지휘는 경험많은

부지휘관들이 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서 1000명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진정한 부대장이 된 것이다. 

동말갈은 말갈의 잔당으로 구성된 나라여서 고구려에 적대적이긴 했으나 

우길타의 대패의 영향으로 고구려와의 접촉을 극력 피하고 있었다.

호동이 현재 있는 성이 세워지자 그들은 국경선을 100리가까이 동쪽으로

옮겨 버렸다. 그만큼 고구려를 두려워한 것이다. 

호동의 부대가 맡은 임무도 전투나 방어 임무가 아니라 주로 정찰과 동말갈내에 

있던 고구려 첩보조직과 의 접선, 정보 획득이었다. 흑수서쪽에 있던 호동군은

흑수동쪽으로 자주 정찰대를 파견하여 정보를 얻고 귀환하는 고구려 세작(간첩)을

호위하는 일을 주로 하였다.

자명고와 자신의 아버지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줄 알리 없엇던 그는 따분해

하면서 오늘밤은 자신이 직접 흑수 동쪽으로 가겠다고 부하들에게 알리고

준비를 하라고 했다. 말갈은 겁을 집어 먹고 있어 대규모 군사행동은

자제하고 있었지만 흑수 동쪽에는 소규모 적부대가  매복하거나

호동군과 마찬가지로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고 있어서 결코 안전하기 만 한

지역은 아니었다. 며칠전 파견된 고구려군 정찰대가 적의 매복에 걸려

1명만 살아남고 전멸한 일도 있었다. 그런 탓에 부하들은 호동을 만류했다.

"전하께서 너희들에게  그러든? 내가 위험한 일을 하거든 말리라고?"

부하들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실은 왕이 은밀히 호동의 부하장교들을

불러 호동을 잘 부탁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걱정마라. 위험한 짓은 않할테니까.. 나는 정찰이나 매복에 대해 잘모르거든?

그러니까 ..이번일도 경험삼아 조심해서  해볼테니까 너무 말리지만 말아라"

아직 여린 마음이 있던 호동은 부하들이 더 말리면 자신이 나가지 못할 것

이란 것을 알고 급히 말을 타고 성밖으로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뒤에서 병사들이

허겁지겁 호동의 뒤를 따라 나왔다.

-4부 왕(王)(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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