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의 로마와 쯔바이핸더 검객-65화 (66/67)

EP.65 나른한 오후(1)

“소, 손님? 일어나셨나요?”

노예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일어났다니?

일어났다는 건, 내가 한때 잠들어있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난 방금 누워서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하반신을 만져보았다.

매끈했다.

평소에 만져지던 그 꺼끌거리는 음모가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제모 끝났어요?”

“네, 끝났습니다.”

그나저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감도 잡히지가 않는다.

사실 고대 로마에는 수면마취 기법이 존재했었단 말인가?

“전 기억이 없는데요.”

“그게…”

내 어깨에 질척이는 오일을 바르던 노예는, 잠시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워낙 편하게 주무시고 계셔서, 깨울 수가 없더라고요.”

“아.”

편하게 있겠답시고 눈 감았다 아주 곯아떨어져버린 모양이다.

하긴, 처형식 끝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격렬하게 떡도 쳐버렸는데 졸음이 안 오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다.

살인과 교미는 둘 다 상당한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활동이니까.

그런 격렬한 육체활동 뒤에는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기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근데 어째 너무 많이 회복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자지가 또다시 단단하게 발기해 버리고야 말았으니.

딥슬립의 영향으로 자지가 다시 풀발을 해버리고야 말았다고.

미치겠네 진짜.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노예 상대로 성적인 수치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 최소한 여기 기준으로는 그렇다.

여긴 고대 로마고, 로마에서는 로마의 상식을 따르는 것이 맞다.

그리고 노예에게 알몸을 보이며 봉사를 요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분명 보편적인 상식이다.

“크흠.”

하지만 무의식의 차원에서 여러모로 민망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반자동적으로 시선을 회피함과 함께 마른 헛기침이 나오게 되었다.

“오, 오해에요!”

그런데 노예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아, 그 하반신은… 그게 원래 제모를 할 때면 발기를 시킨 상태에서 해드려야 안전해서, 의도적으로 약간은 애무를, 그, 아니! 발기를 시키긴 했지만!”

아니, 얘는 갑자기 왜 이래.

왜 갑자기 말을 더듬어대며 고해성사를 하는 건데.

“성추행은 아니었어요! 그럴 의도도 없었고요! 진심이에요!”

대충 들어보니 어떤 맥락인지 슬슬 이해가 간다.

내 민망함으로 인한 헛기침 소리를 듣고서 자신이 뭔가 잘못한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더 큰 분란이 생기기 전에 미리 사과를 하는 것이겠지.

원래 세상에서도 이상한 것 가지고 직원들 트집잡아서 개지랄하는 진상들은 항상 존재하는 편이었고, 그 중에서 가장 대처하기 애매한 트집은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것이기 마련이니까.

심지어 얘는 취직한 자유시민이 아니라 그냥 노예다. 신분 자체에서 밀리는 상태라고.

그러니 뭔 미친 남자가 성추행이랍시고 발광을 해대면 심히 곤란할 수밖에 없을 거다.

“아니 뭐, 괜찮아요.

솔직히 여기 여자들이 거근에 굶주려 있다는 걸 감안해볼 때, 이 노예도 약간의 사심은 채웠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도 발기 좀 했다고 해서 내가 심각하게 손해보는 건 없다.

이 노예가 역겨울 정도로 못생긴 것도 아닌데.

오히려 외모는 상위권에 속한다 보는 게 맞다.

또랑또랑한 눈빛의 큼직한 갈색 눈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전형적인 미인의 요소들 중 하나이니까. 내 취향에는 검투사 눈나들이 더 맞는 것 같지만,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그냥 넘어가주는 게 맞겠지.

최소한 난 그렇다고 본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마사지 재개해드리겠습니다.”

내 머리맡에서 미약하게 안도의 한숨이 느껴졌다.

분명 당연한 행동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뿌듯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에 맛들리면 좋지 않겠지만, 한 번 정도야 괜찮겠지.

-찹, 찹.

정적 속에서, 오일에 적셔진 살이 흔들리며 튕기는 소리만이 났다.

어깨부터 시작해 양팔과 가슴팍, 그리고 복근에 이르기까지.

근육이 뭉친 곳을 꾹꾹 눌러주며 피로를 풀어주는 손길에 온 몸이 저절로 나른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사지 마사지 하는 거구나.

가느다란 손가락의 촉감과 올리브 오일의 질척이는 느낌이, 마치 좋은 꿈과도 같았다.

이대로 기분좋게 잠에 빠져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발기잇.

자지가 지 혼자 나른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껄덕대며 솟아올랐기에 그러했다.

아마 여성의 섬세한 손길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는, 이 미묘한 분위기가 본능을 자극하는 탓이겠지. 아니면 방금 제모를 마쳐서 생긴 뭔가 어색한 느낌 탓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이유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좆물을 싸지르고 싶은 기이한 충동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노예한테 대딸을 쳐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아니지.

부탁해도 되지 않나?

“…발기가 안 풀리는데, 좆마사지 하면서 대딸도 좀 쳐 줄 수 있어요?”

“농담이 짓궃으시네요.”

“농담이 아닌데요?”

그러자 노예는 한창 복근을 눌러대던 손길을 멈추고서는 얼어붙고야 말았다.

마사지사 노예가 성적인 요청도 받아줄지는 미지수지만, 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대딸도 따지고 보면 마사지의 일종이라 볼 수가 있을 테니까. 손을 통한 자극으로 상대방에게 쾌감을 주는 행위가 아닌가.

그럼 그게 마사지지 뭐야.

“원하신다면 해드릴 수야 있죠. 근데 전 여창이 아니라서…”

하지만 노예는 여전히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하지를 못하였다.

지금 대체 뭔 상황인지 알지 못해서 몸을 사리는 것이겠지.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한 확신을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원한다면 정액 나온 거 좀 먹어도 됩니다.”

“그럼 사정하실 때 혹시 귀두에 입 대고 마셔도 될까요?”

아니, 뭐 1초도 안 되어서 바로 사심을 드러내버리네.

급격한 분위기 변화가 약간은 당황스러워 반사적으로 질문을 내뱉었다.

“…굳이?”

그러자 노예는 곧장 어투를 바꾸어, 약간은 조급하다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모욕감을 줄 생각은-“

앞으로 노예를 대할 때 함부로 말하면 안될 것 같다. 특히 여자 노예 상대로는.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질을 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아니, 그 진정하시고. 마셔도 돼요.”

내 대답에, 노예의 얼굴은 다시 편안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정 그러고 싶다면 말이지.’

요즘 확실히 느끼는 것인데, 이 세상 여자들은 정액에 환장을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의 모든 여자들에게 정액냄새 페티시가 기본 장착이 되어있는 것 같다.

원래 세상이라 해서 남자들이 애액에 환장하지는 않았었던 걸 감안해보면 좀 기이한 느낌이 든다. 어쩌다 이 세상 여자들은 이런 특이한 취향을 가지게 된 것일까.

여자의 근력이 월등히 강해진 것과 모종의 상관관계라도 있나?

“그럼, 남근 마사지 먼저 해드리면서 정액도 뽑아드리겠습니다. 제 입술이 귀두에 닿는 게 싫으시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순간 이게 양다리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이곳의 성관념은 내 상식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노예에게 성욕을 푸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코페시도 지 없을 때 꼴리면 참지말고 노예한테 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건 양다리가 아니다.

심지어 이건 삽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애무만 받는 거니까.

-찔거억…

올리브 오일로 범벅이 된 손을 둥글게 모은 채, 노예는 자지를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러자 마치 애액투성이 보지에 좆을 꽂아넣는 것마냥 야한 소리가 났다.

-찔걱, 찔걱, 찔걱.

하지만 대딸을 받는 감각은 삽입섹스를 하는 것과는 크게 다른 느낌이었다.

상대방을 가버리게 하겠다는 본능 하에 짐승처럼 허리를 놀리는 게 아니라, 그저 편안하게 누운 채 서서히 느껴지는 쾌감을 마음 놓고 즐기는 행위이기에 그렇다.

온 몸의 힘을 풀고서, 그저 순수하게 봉사를 받는다는 느낌.

철저하게 상하가 구분되어있는, 섹스와는 다른 방향의 쾌감이다.

이건 이것대로 중독될 것 같단 말이지.

이러다가 진짜 성욕의 노예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탁, 탁, 탁, 탁.

하지만 그런 심각한 생각은 쾌락에 의해 지워져 공허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좆에 기름칠이 다 된 것인지, 노예의 손길은 점점 빨라져 내 사정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에 점차 좆물에 대한 탐욕이 섞여들어갔다. 그저 의무에 의해 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사심이 담긴 행동이었다.

그렇게 마사지는 점차 음란한 애무가 되어갔다.

-탁, 탁, 탁!

번들거리는 자지로 대딸을 받은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자지 밑에서부터 자극이 찌르르 울리며, 기둥이 약간이나마 부푸는 듯 했다.

명백한 사정의 신호.

노예 또한 내 하반신의 상태를 알아챈 것인지, 언젠가부터 요도 끝에 키스하듯 입술을 갖다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극적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

참을 필요도 없었고.

-뷰릇, 뷰르릇!

“쪽♡”

지멋대로 분출된 정액을, 노예는 한 번에 깔끔하게 빨아먹었다.

“굉장히… 진하시네요.”

그러고는 올리브오일로 기둥 밑쪽, 불알과 연결된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애무했다.

마치 무리하게 일한 불알이 고장나지 말라며, 격려를 해주는 듯한 친절한 손길이었다.

이래서 이 세상의 남자들도 성노예를 사는 건가 싶다.

대등한 위계의 애인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꼴림이 느껴지니 말이다.

"손님, 혹시 애인이 있으신가요?"

느닷없는 노예의 질문에 순간 흠칫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앞서 말했듯 이건 양다리가 아니니까.

"네, 같이 왔죠."

“그렇다면 그 분은 굉장히 운이 좋으신 분이겠네요. 이 정도로 매력적인 남근은 절대 흔하지가 않으니까요.”

나름 질투라도 할 법한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다.

다른 남자들의 알몸도 많이 보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노예는 그저 싱긋 웃으며, 다정한 어투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그럼 이제 엎드려주실까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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