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의 로마와 쯔바이핸더 검객-46화 (47/67)

EP.46 도무스(3)

힘들다.

근육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정체모를 무언가에게 기운을 죄다 빨려버린 듯한 느낌.

이건 마치 10살 때 처음으로 검도학원에 가서 낑낑거리며 죽도를 휘두르고 집에 온 다음 날 전신을 감싸게 되는 기력이 쇠한 느낌과도 같다.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건가?

그리 생각하며, 내 가슴팍에 느껴지는 의문의 말랑함의 정체를 파악해보고자 애쓰며 눈을 떴다.

그러자 마치 유럽의 컨셉 호텔에 들어와있는 듯, 선선한 아침공기와 황금빛 햇살로 물든 화려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의 왼쪽에 난, 격자무늬 창살이 새겨진 창문은 다소 불투명했지만 투광시키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호수와 꽃, 푸르른 수목과 님프로 추정되는 요정이 그려진 프레스코화는 실로 아름다웠다. 꼭 고대 로마에서나 볼 법한 그림체란 말이지.

고개를 내리자 구릿빛의 살갗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 위에, 갈색 피부의 미녀가 누워 잠들어 있다.

…그 탄탄한 보지로 내 좆을 꽉 문 채.

정황상 근거를 통해 추론하건데, 아마 회귀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런 불건전한 생활을 하며 지내지 않았으니.

이제서야 슬슬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기 시작했다.

어제의 나는 살짝 미쳐있다가 점점 더 정신이 나가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고, 그 광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코페시의 가슴에 얼굴을 박아넣었었다.

그러다가…

거하게 떡을 쳐버렸지.

“오, 시발.”

고급 와인이랍시고 너무 들이켜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그냥 긴장이 풀려버려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의 미친 짓거리들은 분명 평생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젖꼭지에 얼굴을 비벼? 허벅지에 좆대가리를 문질러대고?

이래서 사람은 음주를 하면 안된다.

“우으음…”

내 움직임에 반응해 깬 것인지, 코페시 또한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름다운 청록색 눈동자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다정한 어투로 물었다.

“잘 잤어?”

뭐라 할 말이 없어,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을 마주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도통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론 이페이아랑 떡쳐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하룻밤을 같이 보낸 적은 없다. 여자와 아예 같은 침대에서 자버린 건 이게 처음이다.

-포옹…

한편 코페시가 내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눕자, 그녀가 물고 있던 자지가 빠져나가 바람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코페시의 질에선 투명해진 액체가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추가로 적셨다.

저게 다 내 정액인가? 저렇게나 많다고?

“아… 참 많이도 했다 우리, 그치?”

“내가… 얼마나 쌌지?”

기묘한 행복감에 사로잡힌 표정의 코페시에게 진중한 투로 묻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 적지는 않을 걸? 못해도 최소 여섯, 일곱 번? 사실 중간부터는 나도 안 세긴 했어.”

“…미친.”

내가 하루에 여섯 번, 또는 그 이상을 사정할 수 있는 미친놈이었단 말인가. 물론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빌빌거리느라 정액이 쌓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좀 괴상한 수준의 정력이긴 하다.

좋아해야 하는 건가?

“이제 엄-청 난폭하게 굴던데, 많이 다급했었나 봐? 막 불알이 터질 것 같고 그랬던 거야?”

“…그렇지는 않고.”

코페시가 대놓고 놀리는 어투로 그리 말했지만, 솔직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입에 좆을 처넣다가 싸지르고, 뒤로 박다가 싸지르고, 등등의 온갖 미친 짓들을 고려하면 난폭했다는 말 밖에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똑똑

“주인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문 밖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투를 통해 짐작해보자면 아마 노예인 모양이다.

“…벌써 아침이야? 그래, 들어와.”

이런 젠장할.

난 재빨리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야 당연하게도 알몸이었으니까.

방 안으로 들어온 노예는 금발머리에 벽안이었다. 게르만 출신 노예인 건가?

가만히 멈춰 서서 살짝 고개를 숙인 노예를 향해, 코페시는 아주 익숙한 태도로 이것저것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내 튜닉 저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그거 좀 빨고, 이 침대보도 좀 빨고… 미안, 오자마자 일거리를 너무 많이 만들어주네.”

“아닙니다, 주인님.”

“그럼 물수건으로 나랑 얘 간단히 닦아줄래? 어제 묻은 게 많았어서. 내 옷이랑 얘 옷도 좀 갖다주고. 얘 키 되게 크니까, 최대한 큰 걸로 찾아봐.”

참으로 자연스럽게 일을 시키는구나. 그것도 대놓고 알몸을 드러낸 채로. 물론 동성이니 별 생각 없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

이게 평균적인 로마인의 마인드인가?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밤은 즐거우셨는지요?”

“넌 상상도 못할 걸.”

코페시는 씩 웃으며 그리 답했다.

잠시 뒤, 노예는 다른 한 명과 함께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 그리고 새 옷가지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내 몸도 닦으려고 한 명 더 불러온 모양이다.

“아마 좀 여러 군데 묻었을 테니까, 꼼꼼히 좀 닦아줘.”

그러자 노예는 물수건으로 코페시의 알몸을 구석구석 닦기 시작했다. 정액과 침, 애액이 말라서 눌러붙은 가슴골과 배꼽, 입 근처와 질 안쪽까지.

“으… 추워.”

하지만 코페시는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쩌면 그녀의 알몸을 보고있는 상대가 노예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존나게 부끄러웠다.

술김에 좆을 좆대로 놀린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처음보는 여자에게 알몸을 드러내고서 물수건으로 사타구니를 청소당하고 있다니.

이게 뭐야 시발.

“뭐야, 또 섰어? 한 번 더 하고 싶어?”

“…조용히 해.”

촉촉한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자지를 닦아지고 있으니, 발기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껍질도 끝까지 까서는 귀두 밑부분까지 자극하는 것마냥 문지르고 있다고.

돌아버리겠네.

“되게 크지?”

하지만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페시가 슬슬 섹드립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예, 정말 크네요.”

새로운 물수건으로 내 가슴팍을 닦던 노예가 잠시 내 물건을 잡아보더니, 반쯤 감탄하는 투로 그리 말했다.

“저거 크기만 한 게 아니라, 되게 빳빳하더라고. 빠는 맛이 장난이 아니라니까?”

어제 황제도 그렇고, 이 동네 인간들은 섹드립을 대놓고 뱉는 경향이 있다. 근데 존나게 부담스럽다고, 이 망할 것들아.

한편 코페시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날 지긋이 바라보더니, 가벼운 어투로 말을 건넸다.

“아, 맞다. 나 없을 때 정액 빼고 싶으면 쟤네들한테 부탁해도 돼. 성욕 해소 안된다고 어제처럼 이상한 난동 같은 거 부리지 말고. 남성용 성노예로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건 대충이라도 알고 있겠지. 그렇지, 얘들아?”

뭔 개소리야 저건. 꼴리는데 주위에 지가 없으면 그냥 노예한테 박으라고?

참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터무니없는 농담이라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로마라 해도, 노예한테 그냥 막 좆을 박아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예, 주인님.”

“예, 주인님.”

…농담이 아니었어?

어안이 벙벙해진 사이, 날 닦아주던 노예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 분은 이제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어… 손님이라고 불러, 일단.”

그리 혼란에 휩싸인 사이, 어느새 세척이 전부 끝나버렸다.

코페시와 나 모두 어젯밤의 부산물은 모두 씻어 없애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미녀는 깨끗한 민소매 튜닉을 걸치며 노예들에게 물었다.

“후우, 상쾌해라… 그래서 오늘 아침은 뭐지?”

“빵과 치즈, 말린 무화과와 꿀 섞은 포도주, 그리고 우유입니다. 나머지 두 주인님들은 이미 다 드시고 외출하셨으니,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맛있겠네. 너도 아침 먹을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샅바 비슷한 속옷을 입고 그 위에 튜닉을 걸쳤다.

솔직히 바지가 없으니 뭔가 허전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바지 입는 건 군인들 밖에 없기에 바지 입은 남자는 무조건 야만인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최소한 옷 입는 시간은 줄어들었으니, 그거라도 위안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그렇게 이불과 시트를 정리하는 노예들을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오며, 코페시에게 이상한 단어의 뜻을 물어보았다.

“…남성용 성노예라고?”

“그래, 귀족 자제들이 사는 여자 노예들. 그런 게 있어. 그 중에서 딜도 차고 박는 거 잘하거나 클리 비벼질 때 신음 잘 내는 애들은 여성용으로도 팔리고.”

“그건 또 뭔 소리야?”

“여색 좋아하는 여자들 있잖아. 나야 잘 이해가 안되지만, 당장 테스티아랑 이페이아만 해도 존나게 보비는 사이라고. 그럴 바에야 그냥 남자를 따먹고 말지, 도대체가…”

뭔가 엄청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내 정신이 아직 멍하다.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안된다.

“어쨌든, 보통 여자들한테 딜도 차고 박으라 하면 그건 그냥 싸우자는 소리거든. 상대를 남자 대용으로 취급하는 거니까. 근데 단순히 보비는 걸로는 만족 못하는 여자들이 있어서, 그런 사람들 수요로 여색용 성노예라고 해서 따로 품목이 있다더라.”

분명히, 이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내가 방금 대체 뭔 미친 소리를 들은 것이지?

좋다, 정리해보자.

일단 남자들이 동성애를 즐기던 원 역사와는 다르게, 여기서는 여자들 간의 동성애가 꽤나 만연한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또한 여기선 좆 달린 쪽이 따먹히는 취급이라 페니반을 찬 여자가 수치스러운 취급을 받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페이아는 양성애자였던 모양이다…?

테스티아야 스파르타인, 즉 그리스인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이페이아가 양성애자라니.

근데 테스티아와 이페이아가 서로 보비던 사이였다면, 난 테스티아에게서 이페이아를 NTR한 판정이 되는 건가? 근데 내가 이페이아를 꼬신 게 아닌데? 이러면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좀 많이 혼란스럽다. 사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째 시야가 살짝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으… 이 집엔 대체 노예가 얼마나 있는 거야?”

이대로 가다간 정신이 이상해지고야 말 것 같아서, 재빨리 대화주제를 바꿨다.

“음… 잡일 노예 두 명이랑 요리사 노예 하나, 다 합치면 셋이네. 이것보다 더 늘리기에는 아무래도 돈이 좀 없어서. 은퇴한 다음 먹고 살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노예 셋에 고급 단독주택이라니. 미쳤네.

“돈을 적게 버는 건 아닌 모양이네, 그러면.”

“아무래도 랭킹은 꽤나 높은 편이니까. 제대로 된 경기 한 번 뛰면 꽤나 벌지.”

“대략 얼마나?”

“대략… 5000데나리우스? 근데 이건 내가 적게 버는 거고, 이페이아나 테스티아는 한 7000까지는 널널하게 땡기고도 남을 걸.”

아니 잠깐만, 내가 받은 제대 상여금이 3000데나리우스 아니었나?

근데 이것보다 많은 금액을 그냥 경기 한 번 뛰고서 얻어간다고?

“아니, 이게 무슨… 너희들 부자였어?!”

“완전 부자까지는 아니지. 우린 피서용 빌라도 없다고. 한 6년 정도 있으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아직은 아니야.”

…이 정도면 그냥 적당히 좆이나 대주면서 붙어먹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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