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의 로마와 쯔바이핸더 검객-44화 (45/67)

EP.44 도무스(1)

로마 동쪽의 한 호화로운 도무스에, 통곡하며 울부짖는 키 큰 사내가 하나 있었다.

울분과 한탄에 절어 내지르는 광기에 찬 비명은 저녁 하늘에서 메아리치며 비미날레 언덕 전체로 울려퍼졌다.

키 큰 사내의 이름은 글라폴레스.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군공을 세워 시민권을 얻은 엄연한 로마 시민이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할 수 없었다.

그토록 귀하게 여기던 보물, 자신의 대검을 빼앗겨 버렸기에.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하아…”

2층 침실에서 끝도 없이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코페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저 검을 이리 아끼는 것일까. 코페시는 글라폴레스의 고함을 배경 삼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자신의 소유인 검을 마음대로 가지고 다니지 못한다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심각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만 해도, 거의 어르고 달래면서 질질 끌고 온 수준이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해야 진정시킬 수 있을까.

코페시는 뜻밖의 고난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사실, 글라폴레스가 자신의 대검을 소지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로마 시내에서는 법률에 의거해 허가된 인력을 제외하고는 무기 소지 자체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지가 불가능하다 하여 소유권 또한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들고 온 무기는 시청에 보관되며, 매달 보관료 또한 지급된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연금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그 무기를 시청에서 빼내오는 건 굉장히 어렵다. 시장이나 그 이상급 고위직의 허가가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글라폴레스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해는 저물고,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고뇌했고, 누군가는 격렬히 분노하고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씨발련.

“아아아아아아아악!!!”

씨발련이 내 검을 앗아갔다.

로마의 시장이라는 직함을 단 씨발련이.

그러고는 그 망할 시청에 감금시켜놨지.

이건 어찌 보면 고전적인 중세 동화와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가 있다.

탑에 갇힌 공주와 사악한 용, 그리고 그 지랄을 수습하려 가는 기사.

차이점이라면 공주와 용의 종족이 바뀌었다는 것이겠지. 지금 이 상황에서 공주는 검이고, 용은 시장이 된 것이다.

내가 연회를 즐기고 있는 빈틈을 노려서 가장 소중한 걸 빼앗아가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내 쯔바이핸더를 구해야 한다.

탐욕에 찌든 사악한 시장에게서 구해내야만 해.

하지만 그건 분명 쉽지 않을 거다. 시청 주위에는 분명 시장만큼이나 좆 같은 새끼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을 테니.

그들의 피 속엔 분명 마마이트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사악한 존재니까.

내가 해악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 두려워서, 내 검을 납치한 거다. 분명 사악한 마마이트의 음모가 개입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하기엔 지금의 나는 너무나 나약하다.

역설적이게도, 쯔바이핸더 없이는 쯔바이핸더를 구할 수 없다.

어느새 내 머리 속에서 음슴한 사무실의 만행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 쯔바이핸더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지?

이대로 가다간, 내 검이… 내 검이!

녹슬고 변질되어 버리고야 말 거야!!

“아, 안돼! 안돼!! 안돼애애애애애!!!”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끓어올랐다.

울분과 분노, 그리고 한의 집합이 내 영혼을 불태우고 있다.

나로 하여금 폭력을 휘두르라고 종용하고 있어.

시장!

시장을 죽여야 한다.

내 검의 명예를 모욕하고, 능욕한 새끼를 살려둘 수는 없다.

시장을 죽이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거다. 사악한 시장의 모가지를 따면 로마의 시민들은 날 영웅으로 떠받들 것이 틀림없으니까.

그러니 힘을 길러야 한다.

그동안 검술에만 너무 많이 의지했다.

쯔바이핸더 검술을 익히는 것에만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맨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리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져서 만나러 갈 수 없을 땐, 난 아무런 힘도 쓸 수가 없다. 이것은 잘못되었다.

절망적이다.

내 쯔바이핸더는 내게 영광과 명예를 안겨주고서도 앓는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난 이리도 무력하단 말인가?

물론 쉬운 길도 있다.

시청에서 매달 나오는 소정의 보관료를 받으며 그저 체념하고 사는 방법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는 것이다.

고작 몇 푼의 데나리우스를 대가로 내 오랜 친구를 유폐된 채 버려둘 수는 없어.

그동안 함께해왔던 2년 7개월의 시간은 쯔바이핸더의 물결치는 칼날에 새겨져 있다. 내 인생의 일부가 녹아들어가 있다는 소리이다.

그러니 검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내 인생에서 2년 7개월의 시간을 내다버린다는 소리와도 같다.

그리고 인간은 인생의 1/12를 포기하고선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생물이다.

내 검 없이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침대에서 잠을 자도, 심지어 탄탄한 허벅지로 가득 찬 하렘을 꾸린다 해도, 잠시 좋을진 모르지만 그 인생에는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대검이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아... 으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끝이라고는 없을 허무함이 악몽과도 같이 몰아닥치며 다시금 내 정신을 헤집어놓았다.

간신히 진행되던 사고도, 이성도 허공으로 증발해 사라져버렸다.

생각을 지속할 수가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공허로 가득찬 심장과 이 삭막한 방 뿐이다.

분위기 있는 등잔불도, 고급스러운 가구도 이 공허를 채우진 못한다.

이 방에는 쯔바이핸더가 없다.

그렇기에 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이건,

지옥이다.

“으아아아아아악!!!”

-똑똑

“그… 들어가도 될까?”

노크소리, 그리고 코페시의 목소리였다.

“…그래, 들어와도 돼.”

어떻게든 감정을 추스르려 애써 보았다. 순간적인 충동에 휩싸여 집주인에게 지랄을 해대는 일은 막아야 했으니까.

문이 열리자, 갈색 피부의 알렉산드리아인이 심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나타났다. 그러고는 조심스러운 어투로 말을 걸어왔다.

“일단, 진정해 봐. 진정할 수 있겠어?”

천천히 걸어오던 코페시는 내 옆, 즉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진정하기 어렵다.

이 상태로 계속 있다가는 제정신을 유지한 채 대화할 수 없을 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행을 일삼다가 이 집에서 쫓겨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네 검을 뺏긴 건 안타깝지만, 지금은 아직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러니까 진정해.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우리가 같이 방법을-“

어째서인지, 코페시의 목소리가 점차 옅어져갔다. 그러며 삐이이이하는 이명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우며 울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막아야 해.

뭐라도 해야만 한다. 이성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렇게 된 이상, 본능을 따른다.

"내, 내 말 듣고... 응?"

코페시의 가슴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그러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쓰으으으읍…!”

코페시의 가슴골에서는 장미꽃 향기가 났다.

본디 큰 가슴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누구의 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금 실제로 진정이 되고 있으니까.

이명도, 울분도 잠재워졌다. 실로 놀라운 효과다.

일종의 신경안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튜닉에 가려져서 잘 안보일 뿐, 코페시의 가슴은 실제로 상당히 큰 편이었다. 말랑말랑하고 푹신한 느낌이 매우 편안했다.

그래서 가슴에 얼굴을 아무 생각없이 비벼대자, 젖꼭지가 발기하는 감각이 분명히 느껴졌다.

내 뺨의 촉각과 청각을 통해서.

“으읏…”

코페시의 약한 신음에 내 좆은 그만 심각하게 꼴려져 버려서 발기해버렸다.

이에 난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달라붙어, 잔뜩 발기한 좆을 그 탄탄한 허벅지에 비벼댈 수밖에 없었다.

그야 당연히 진정을 하기 위함이었다.

잔뜩 발기한 자지를 가라앉힐려면 일단 어딘가에 비벼서 욕구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천으로 된 속옷에 가로막혀 있기야 하지만.

하지만 발기가 풀리기엔 코페시가 입은 튜닉이 너무나 짧았다.

등잔불에 반사되어 구릿빛으로 빛나는 탄탄한 허벅지가 너무나 꼴려서, 비비면 비빌수록 발기가 풀리긴 커녕 점점 더 단단해지기만 했다.

“씨발, 진정, 진정이 안돼. 안된다고.”

이상하게도 코페시와 내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거의 얽히다시피 해버렸다.

“이, 미친… 뭐야, 이게?”

속옷 위로 내 자지를 만져보던 코페시가 그리 중얼거리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바다를 닮은 청록색 눈동자가 내 시야의 정면에 들어왔다.

그 눈동자는 성욕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잔뜩 흥분한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새 입술이 맞닿고 혀가 섞이기 시작했다.

“…츕, 츄릅♡”

입술이 서로 떨어지자, 침은 실처럼 길게 이어져 코페시의 튜닉을 살짝 적셨다.

타액이 섞여 촉촉해진 입으로, 코페시는 어이없다는 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고 싶어?”

-툭

나를 침대 위로 밀쳐 눕히고는 속옷을 끌어내렸다.

그러자 이미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좆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밤공기가 차가워서인지, 감각이 잔뜩 민감해진 좆은 껄떡거리며 움찔거렸다.

코페시는 그 냄새나는 자지를 긴 혀로 쭈욱 훑었다.

불알 밑부분부터 귀두 끝부분까지, 마치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듯이. 그 음란한 광경은 흔들리는 등잔불에 비춰져 지극히 비현실적으로도 보였다.

“하아아…♡”

그녀는 잠시 혀를 내밀어 귀두를 지탱하다가, 그 밑쪽 껍질에 싸여있는 성감대를 혀로 핥아댔다.

꿀렁거리며 흘러내리는 쿠퍼액을 혀에 잔뜩 묻힌 채, 코페시는 쾌락에 찌든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는 가느다란 눈웃음과 함께 되물었다.

“나한테 좆뿌리까지 따먹히면서, 잔뜩 쌓인 정액 찍찍 싸지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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