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조금 많이 돌아버린 초인(1)
인간의 감각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몽골인들의 평균 시력은 존나게 높아서, 대략 3.0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뭐가 있는지도 모를 거리의 사물을 명확하게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눈에다가 망원렌즈를 박고 다니는 사람이라 해도 무방할 테지.
그런 기인들을 초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내가 봤을 때, 그들은 존나 초인이 맞다.
보라, 뭐가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 거리에 있는 숲 속의 멧돼지를, 그것도 투창으로 정확히 두 눈알을 꿰뚫어서 단번에 죽이고는 그 큼직한 시체를 들처메고 걸어오는 나체의 여자를.
저게 초인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이페이아는 초인이 맞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고 믿기로 했다.
저게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는 건 말이 되지가 않는다. 아니, 말이 돼서는 안된다. 그건 일반인에게 너무 불공평한 처사다.
"글라폴레스! 바지 올리지 말고 있어봐! 이거 대갈통에 창 꽂힌 것만 빼고 빨아서 닦아줄게!!"
백탁액 묻은 초인은 보지에서 내 정액을 질질 흘리며,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멧돼지 시체를 판판한 바위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나저나 아까 전에 지 입으로 정액 새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자궁에 채워달라더니 뭐니 발광을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아, 젠장. 정액 다 샜어… 하."
왠지 많이 흘러내린다 했어.
"맞다, 너, 지금부터는 그냥 반말 까라."
"...예?"
"너 정도로 큰 좆은 흔치가 않다고. 그러니까 앞으로도 자주 봐야될텐데, 계속 격식 차리면서 불편하게 만들 꺼야? 아니잖아."
창날을 뽑아내다 말고 날 똑바로 쳐다보는 이페이아. 그녀는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정액을 핥아 먹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제정신으로 이 여자와 소통하고자 했다면 아마 지금쯤 이성을 잃고 발악하고 있었을 꺼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 상대로, 굳이 제정신을 유지하며 대화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럼 호칭을 뭘로 부르는데? 시발년?"
"지랄 말고, 그냥 이페이아라고 해. 서로 씹질할 때는... 뭐, 꼴리는 대로 부르던가 알아서 해."
선후임 사이에서 결코 오갈 수 없고 오가서도 안 되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페이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투창을 뽑아내 혁대에 꽂았다.
근데 확실히 투창이 강하긴 한 모양이다. 머리뼈 뚫고 튀어나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비록 내가 입고 있는 갬비슨&사슬갑옷 콤비가 웬만한 화살도 막아주는 절륜함을 자랑하긴 하지만, 저딴 걸 가슴팍에 직격으로 맞으면 방어고 뭐고 없을 것 같다.
앞으로 1주일 동안 꾸준히 게르만 놈들의 투창질이 죄다 빗나가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다. 유스티티아한테 기도하면 들어줄려나. 아님 전쟁의 신 마르스에게?
나중에 선임들한테 물어보든가 해야지.
"어쨌든 정액 줘서 고맙다, 야. 네 덕택에 투창 한 번으로 바로 멧돼지를 잡아버렸네. 돌아가면 고기 맛있게 구워줄게."
수치심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없다. 어느 상황이던 자부심에 가득찬 표정으로 당당하게 대응한다. 그것이 이페이아다.
이게 미친년인건지, 그냥 자긍심이 넘치는 인간인건지...
"자지 좀 내밀어봐. 좆물 맛이나 볼 겸 해서, 입으로 청소해줄게."
허벅지에서 새어나오는 정액을 다 처먹고도 모자랐던 건지, 이페이아는 내 자지를 혀로 받히며 살살 핥아먹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하압-♡"
입을 크게 벌리더니 내 물건을 베어 문... 것은 아니고 청소펠라를 하기 시작했다.
"츄릅, 츄르릅"
애무를 한다기보다는 강한 압력으로 체액 찌꺼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 더 가까웠지만, 그렇다하여 쾌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정액에 미친년인가 진짜.
"윽..."
"으웁?!"
그 탓인지, 아니면 자지를 꽤나 오랜 시간동안 밖에 내놓고 있어 민감해졌던 탓인지, 내 좆은 또 한 번 정액을 토해냈다.
"웁, 흐웁♡"
눈앞의 이페이아가 너무 꼴리게 행동해서 그런 건지 정액을 꽤나 많이 나온 듯 했고, 그에 따라 이페이아의 목도 연신 꿀렁여댔다.
"훕, 흐으웁♡"
-꿀꺽, 꿀꺽, 꿀꺽...
눈을 치켜뜬 이페이아의 목에서는 정액을 삼키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소리 들으니까 좆이 진정되기는커녕 더 세워지는 느낌이긴 한데, 체력이 증발해서 그런지 오히려 힘들기만 하다.
젠장할, 진짜 착정당했네.
"흐, 푸하, 꺼흑."
정액을 다 삼켰는지 자지에서 입을 뗀 이페이아는,
-쪽, 쪽.
침을 좀 삼키고는 내 물건에 쪽쪽거리며 키스를 했다.
너무 자극적이라서 부담스러운데 이거.
"좆이, 쪽♡, 존나 잘 익었네♡ 존나 맛있어♡"
말투나 표정이나 맛이 좀 간 느낌이다. 원래는 멀쩡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대체 왜 반응이 이 지경이지.
"끅♡"
이페이아가 초점이 풀린 맹한 표정을 한 채 약한 트림을 했다.
진한 밤꽃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졌다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이페이아는 부끄러움 따윈 느끼지 못하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자지가 진짜… 그거 잘 관리해. 그거, 끅♡, 좆물 그렇게 진하고 많이 나오는 것도 재능이라고."
그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이페이아는 뭔 괴상한 소리를 해댔다. 1시간 전의 나라면 경악을 했겠지만, 인간은 본래 적응의 동물인 법이다.
여긴 2세기다.
망할 고대라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그나저나… 이렇게 진한 좆물은 먹어본 적이 없어. 뭐 비결이 있나? 매일 굴이라도 먹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는데. 아니, 애초에 정액 맛을 관리하는 미친새끼가 있기는 해?
"대충 동방의 신비라 치고 넘어가."
"재미없게."
손에 묻은 정액을 쪽쪽 빨아먹던 이페이아는 혀를 쯧쯧 차더니, 혁대를 주워서 입고 온 천을 둘둘 묶고는 왼쪽 어깨에 맸다.
그래, 나도 옷 입어야지.
속옷 위로 바지를 끌어올려 다시 입자, 뭔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 모를 축축함… 아, 설마.
“아, 망할.”
바지 뒷부분이 흙에 범벅이 되어버렸다. 왠지 축축하다 했지.
이래서 야외섹스는 함부로 하면 안된다. 아니, 애초에 야외섹스는 신중히 해도 안되는 거다. 그걸로 아다를 떼는 건 더더욱 안되는 거고. 사람이 대체 왜 야외에서 떡을 칠려고 드냐고.
물론 따지고 보면 불쾌한 경험은 아니긴 했지만.
무엇보다 나도 순간 눈 돌아가서 미친 듯 박아버렸으니 할 말은 없다. 근데, 시발. 그 결과를 생각했었어야지.
그래도 뭐, 내버려두면 알아서 마르긴 할 거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이 사태의 원흉, 즉 이페이아를 쳐다보았다.
문신이 새겨진 알몸 위에는 검은 빛의 가죽 혁대 만이 둘러져 있었다. 즉, 옷이라 불리는 천 두 쪼가리 마저 입지 않았다는 소리다.
"뭐야, 옷 안 입어?"
"병영 근처에 가면 입을꺼야. 보지에 좆물이랑 보짓물 늘러붙은 거 닦기도 해야하고. 그리고 지금은 어차피 우리 둘밖에 없는데, 뭐 어때."
이미 떡쳤으니까 나신을 보여도 상관없다는 논리인가.
물론, 고대 켈트에 알몸전사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알몸을 드러내는 일에 무관심한 건가?
근데 생각해보면, 고대 그리스도 알몸으로 따지면 유명하긴 하니까. 알몸성애자 경향이 켈트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냥 고대 유럽 전반의 공통적인 특징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가 남녀역전 세상이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여기 여자들은 평소에 그냥 더우면 막 웃통을 까거나 그러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냥 이페이아가 여기 기준으로도 미친년일 가능성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
하여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를 없으니, 대체 뭔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거의 분명한 것은, 이곳 남자들의 평균키가 나보다는 확실히 작다는 것. 그리고 나 같은 180cm 대의 장신은 전혀 흔하지가 않다는 것.
당장 이페이아만 봐도 170cm은 확실히 넘는 것 같으니, 어쩌면 남녀 간 키 차이가 뒤바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렇다면 이 세상 남자들의 평균키는 150후반 정도 될 것이다.
…키 차이가 좀 많이 심각한 것 같은데. 이거 제대로 사회에 녹아들 수 있기는 한 건가.
“야, 야! 글라폴레스!!”
상념을 깨는, 익숙한 목소리. 이페이아가 날 부르고 있었다.
“…뭐?”
“계속 꾸물대면 고기 썩는다고!! 빨리 따라와!!”
어느새 이페이아는 어깨에 멧돼지 시체를 걸쳐맨 채, 왔던 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 고기 신선도. 중요하지.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뒤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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