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3)
이페이아가 그 두 개의 유일한 옷가지를 벗자,
탄력있는 가슴과 복근, 털 하나 없이 깨끗한 둔덕, 그리고 몸 전체에 칠해진 문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문신이 아닌, 각각의 문신이 합쳐져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일종의 그림과도 같았다.
양 가슴에는 빛을 발하는 한 쌍은 둥근 덩굴 모양의 문신이, 배에는 넓게 가지를 펼친 큼직한 나무가 새겨져 나름의 미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배꼽 밑에는...
"어때? 멋있지, 그치?"
자궁과 질을 상세하게 묘사한 음란한 문신과 그 주위를 감싸는 나무뿌리가 그려져 있었다.
"퍄, 좆이 그냥 터질려고 하네? 음란한 새끼."
감탄 섞인 혼잣말을 내뱉으며, 이페이아는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순순히 정액을 내놓도록 해."
"…예? 뭐, 뭐요?"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대체.
"아니, 들어봐. 나랑 비긴 남자는 네가 처음인데, 그런 인간의 정액이라면 내가 강해지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이페이아는 심히 괴이한 논리의 주장을 내뱉으며,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탁.
이윽고 오른손으로 내가 등을 기댄 나무를 짚고, 왼손으로는 내 자지 위를 쓰다듬으며, 내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큰 걸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돌아버리겠네.
저 한 쌍의 새파란 눈동자 너머에 뭔가가 꿈틀거리는 듯 하다. 저것이 바로 광기의 색채인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슬슬 제정신을 잃어버리고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러니까 강한 남자의 정액을 받으면 그만큼 강해질 것이다?"
"잘 이해했네. 하지만 걱정 마, 지쳐서 쓰러질 정도로는 안 할테니까."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대체 어느 미친년이 숲 한복판에서 사람을 덮칠 생각을 해버리냐고. 이딴 게 사람이냐?
"아니, 하… 내숭을 내다버리라니까? 내 좆대가리가 그냥 터질려고 하는데, 좀 뽑아먹으면 안되냐?”
이페이아는 답답하다는 듯 그리 말하며, 자신의 사타구니 밑으로 손을 뻗어서 기다란 뭔가를 끄집어냈다.
귀두 부분이 없고, 일정한 두께로 휘어진 목재 딜도였다.
...딜도를 가져왔어?
"정액은 무조건 자궁 안에다 채워놓고, 혹시 내가 까먹으면 이 자궁 마개 끼워놔. 기껏 받은 정액이 질질 새면 아깝잖아."
딜도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자궁 마개인 모양이다.
그래, 뭐. 자궁 마개 정도야 가끔씩 가지고 다닐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안 그래. 안 그렇다고. 제발 그러지 마.
“어… 음…”
처음 보는 미녀가 날 착정하려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그닥 기분 나쁜 상황이라 하긴 어렵다.
역강간 페티시가 딱히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기분이 좋은 게 대부분일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그렇지가 못하다.
난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모양이지.
그렇게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던 그때, 이페이아가 순간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아니, 뭐야. 너 설마 이게 처음이냐?”
사람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 재주가 있으시네.
“…너 솔직히 그닥 어린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그 나이에 아직도 동정인 남자가 있다고? 그럴 리가…”
아니, 이 씨발련아. 말을 왜 그따위로 하는 건데.
24세에 아다면 그게, 씨발, 어? 문제가 있는 거냐? 문제가 있는 거냐고. 이 망할 세상에, 평생을 모쏠아다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동정이구나… 좆이랑 얼굴이 아깝다. 키가 좀 작았으면 괜찮았었을 텐데.”
어느새, 이페이아의 말투에는 미약한 동정심이 스며들어 있었다.
비참하기 그지없다. 존나 심한 모욕이라도 당한 기분이다.
"아니, 뭐 설명이라도 해줄까? 설마 구멍 구분 못한다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 좀 하죠?"
“동정 주제에, 야한 건 또 좋아하나 보지? 뭐 어디서 야설이라도 보고 다니면서 좆이나 껄떡대는 거야? 아니면 여자들 씻는 거 보고 몰래 좆물 싸재끼면서 상상이라도 해?”
“아니, 그딴 짓 안 했다고.”
"개꼴리는 새끼. 닥치고, 그 존나 큰 좆이나 내놔."
나름의 항변을 해봤으나, 이페이아는 들은 채도 안하고 천박한 음란패설을 내뱉었다.
"햐, 엄청 크네♡"
그러곤 순식간에 벨트를 풀고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벗겨버렸다.
염병, 3초 정도 멍 때리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진행되어 버렸다.
땀에 쩔은 채, 단단히 발기한 자지를 보자 이페이아는 얼굴 전체를 파묻듯이 하며 숨을 들이쉬었다.
"휴우, 휴우우... 잠깐 맛만 보고 박게 해줄게."
그야말로 눈이 돌아간 그녀는 입을 크게 벌려 좆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츕, 휴릅, 츄르릅."
스쿼트를 하듯 양 옆으로 다리를 벌린 채, 왼 손으로는 자신의 클리를 만지작거리며 내 물건의 맛을 음미했다.
"푸하-. 아다새끼치고는 맛이, 참 진하네. 동방애들은 다 이래?"
"...어, 글쎄요?"
약간 정신이 맹한 상태에서 답을 했기 때문일까, 이페이아는 날 향해 약한 비웃음을 날리고는 말을 이었다.
"됐다, 됐어. 말 할때마다 분위기 다 깨네. 닥치고 내 보지에 좆이나 박아, 이 멍청한 숫말새꺄."
"뭐, 뭐?"
"내 말 못 들었냐? 좆 큰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숫말 동정새끼, 닥치고 좆이나 놀려서 정액이나 내놓으라고."
사람을 대놓고 도발하는 말투로, 이페이아는 내 위로 슬슬 기어올라왔다.
"가만히 있어도 제대로 따먹어 줄 테니까, 제대로 세우고나 있어라. 재미없는 아다새끼."
이페이아는 그리 말한 뒤, 그대로 내 허리 위에 올라탔다. 흔히 기승위로 부르는 자세로.
질척하기 그지 없는 감촉이 전달되며, 엄청나게 조여대기 시작했다.
“확실히, 흣♡ 크긴 크-읏?!”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매도나 당하며 따먹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가리를 좆같이 털어댄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 자궁이 터지든 말든 좆까라 그래라.
꼴리는 대로, 박아버릴 거다.
씨, 발련.
"흐, 흐극♡ 이, 새끼 존나 발정났어♡"
-찌걱찌걱찌걱!
양손으로 허리를 잡고, 거칠게 좆을 놀린다. 어디까지 닿나 한번 보자.
"하, 한번에 자궁이랑 닿았, 흐그으읏♡ 존나 커, 씨발♡ 진짜 말 자지 같아앗♡"
“이, 시발련-“
순간, 이페이아가 무너지듯 내 얼굴을 덮치더니,
“으웁, 웁♡”
그대로 혀를 집어넣어 입을 틀어막았다.
“으흡♡”
침과 침이 서로 섞이고, 애액이 좆에 의해 반죽되듯 질척이며 음탕한 소리가 났다.
-찌붑찌붑찌붑
마치 영혼까지 빼먹으려는 것마냥, 이페이아는 거칠게 혀를 빨며 허리를 놀려대었다.
"읍, 흐읍♡ 훕♡"
거친 숨결이 그대로 내 목구멍까지 흘려들어오자, 이성이 점차 마모되어갔다.
오직 촉감과 넘쳐나는 자극, 그리고 성욕이 뿜어내는 열기만이 남았다.
***
“이, 수말 새끼, 좆은 존나 커♡ 시발♡”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이페이아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말 좆을, 어떻게 아는 건데, 시발, 말이랑 떡쳐보기라도 했어?”
뭔가 말투가 거슬리는 관계로, 찰랑거리는 단발 머리를 붙잡고 이페이아의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혀는 암캐처럼 쭉 내밀고, 눈동자는 위로 올라가 흰자가 더 많이 보이는 천박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으헷♡ 존나 잘 글거엇♡ 보지에 짐승좆 꽉꽉 들어차서 너무 조타고♡ 읏♡"
"이런 미친년..."
순간, 조임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딱 말을 잃게 할 정도의 질압과 온도였다.
"정액, 내놔♡"
그때, 이페이아가 눈을 희번떡거리는 상태로 헤헤거리며 내 얼굴을 직시했다.
오르가즘과 장난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광기어린 표정.
언제부터였을까, 난 다시 섹스의 주도권을 빼앗기고야 만 것이다.
"으, 윽..."
"좆물 싸고 싶, 흐잇♡, 싶지? 빨리 내 자궁에 좆물 채워, 발정은, 존나게 났어♡"
뜨거운 체온과 계속 조여드는 질압 속에서 난 약간의 이성을 잃어버렸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힘이 빠져나간다.
"허억..."
사정의 순간이었다.
"좆...물, 많이도 싸네, 흐읏♡"
혀를 쭉 내민 채 오르가즘을 느낀 탓인지, 이페이아의 입가 주변에는 끈적이는 침이 가득했다.
이페이아는 혀로 그것들을 싹 핥으며 보지에서 내 물건을 뽑아냈다.
공기가 차갑다. 체액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 진해..."
갑자기 이 모든 게 다 저 여자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도발도, 사실 내 저돌성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니었을까.
저 여자가 날 따먹기 위해, 내가 저 여자를 따먹는다고 생각하게끔 날 조종한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뭔가 진 것 같은, 손해를 본 듯한 좆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시발-"
"쉿. 잠깐만."
뭐야, 갑자기?
느닷없이 차가워진 목소리로 내 말을 끊은 이페이아.
그녀는 주섬주섬 일어서더니 바닥에 떨궈뒀던 혁대에서 창을 하나 꺼냈다.
"...대략 이쯤."
이페이아는 상체를 뒤쪽으로 기대듯 숙이고, 오른발을 뒤로 뺐다.
그러고는 창을 역수로 잡은 채, 머리 위로 올리고는 수평으로 쭉 팔을 뻗어,
-휘이이익!
힘차게 던졌다.
숲 속으로.
...뭐야, 뭘 향해 쏜 거야? 여기 여자들은 원래 떡치고 나면 환각을 보는 건가?
그때 이페이아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맞혔다."
"뭐, 뭘요?"
난 당황해 물었으나, 켈트인은 담담히 답했다.
"멧돼지 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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