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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또 다른 비밀. (5/16)

5장. 또 다른 비밀.

예전에 쓰던 방으로 옮긴 지현이는 아직도 떨려오는 가슴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녀의 작은 몸을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아...  아빠...'

사실 그 동안의 지현이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딸인 지현이의 영혼이 사라지고 대신 엄마의 영혼이 딸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모두 이

야기를 만드는 재능을 가진 한 어린 문학소녀의 상상력이었을 뿐이었다.

지현이가 사고로 깨어났을 때 눈앞에 처음 보인 것은 낮설은 하얀 천장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영문을 몰라 움직이려던 지현이는 곧 자신이 꼼짝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산소호흡기가 덮여있는 작은 입에서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

았다.

그리고 눈앞에 간호사의 얼굴이 보이고는 금새 사라졌다.

그때서야 비로소 지현이는 자신이 병원에 있는 것을 알았다.

`내 내가 왜..? 병원에 있지.. 응?  어 엄마는.. 엄마 어디 있어..?'

지현이가 애타게 엄마를 찾으며 속으로 울부짖고 있을 때 의사들이 들어와 그녀를 살펴보았고, 

곧이어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어..! 아 아빠...'

그러나 역시 아무 소리도 말할 수 없었고, 자신을 바라보며 울고있는 아빠를 보며 지현이도 그

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자신이 엄마와 타고 가던 버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럼.. 엄마는.. 엄마 어떻게 되었어요?  아빠.. 아빠..'

그러나 이런 지현이의 외침을 들을 수 없는 아빠는 의사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고, 지현이는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지현이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뒤에도 사고의 쇼크로 며칠 동안을 말을 할 수가 없었

다.

그러나 어느새 주변의 분위기로 모든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엄마는 돌아가신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가.

`흐흐흑... 어 엄마.. 흐흑...'

그렇게 지현이는 밤중이면 남 몰래 시트를 덮고 울었다.

지현이가 이렇게 남 몰래 우는 것은 아빠 때문이었다.

그녀가 엄마를 잃은 것 만큼이나 가슴 아팠던 것은 바로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아빠를 볼 때였

다.

아빠도 지현이 때문에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가 잠든 척하고 있을 때 딸아이를 바라

보며 눈물짓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어린 가슴도 매어졌다.

`아... 아빠...'

누구보다도 외동딸을 귀여워 해주셨고, 사랑해주신 아빠. 지금 누워있는 딸을 보며 하늘나라로 

간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저녁에 깜박 들었던 잠에서 깨보니 아빠가 검은 정장을 입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외삼촌도 같은 차림이었다.

`아.. 오늘 엄마 장례식이었구나..'

지현이는 곧 알아챘다.

지현이는 아빠가 자신을 보면 더 슬퍼할까 해서, 잠이 깼다는 것을 모르게 살며시 다시 눈을 감

으며 이런 상념들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빠와 나 우리 둘 뿐이야. 엄마는 안 계셔..  흐흑...  아빠 너무 슬퍼 마세요. 저도 

슬프지만..  제가 엄마 대신으로 잘 보살펴 드릴게요..."

그때, 아직 지현이가 잠에서 깬 것을 모르는 아빠와 외삼촌이 나누는 이야기가 두런두런 들렸

다.

"아.. 처남.. 이제 수진이도 저 세상으로 갔으니.. 나 혼자서 지현이 데리고 어떻게 살지.."

"형님.. 그런 약한 소리하지 마세요."

"그래도 세상에서 그 누가 수진이를 대신할 수 있겠어?"

`아 아빠...'

지현이는 숨죽여 울먹였다.

지현이는 저녁에 들은 아빠의 말이 자꾸 머리 속에 맴돌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세상에서 그 누가 수진이를 대신할 수 있겠어?'

오늘도 침대 옆 의자에는 아빠가 자신을 간병하느라 웅크리고 주무시고 계신다.

`낮에 엄마 장례를 치르느라 무척 피곤하실 텐데..'

어린 딸아이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아빠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샘솟고 있었다.

`그래..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셨던 아빠에게 누구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을 거야.. 슬프지만.. 

나도.. 하지만 사실인걸.. 오히려 날 보면 엄마 생각이 나서 더 슬퍼하실 거야...'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던 지현이는 마침내 아이의 어린 마음에 맹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엄마가 되자.

자신이 아빠에게 아내가 되자.

자신이 아빠에게 돌아가신 엄마처럼 행동하자.

`아빠가 슬퍼하시지 않게 돌아가신 엄마를 되돌려 드리는 거야..'

하지만 딸인 자신이 어떻게 아빠에게 엄마처럼 보일 수 있을까?

그렇게 연 이틀을 고민하던 이 어린 소녀는 문득 언젠가 읽은 책이 생각났다.

자신이 이야기를 쓴다고 소재를 찾아서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이런저런 책 중에서 초자연적 현상

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들을 모아 논 아동용 책이 있었다.

그 책에는 사고를 당해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20년을 살았다는 미

국 시골마을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그런 심령현상을 `빙의'라고 했다.

그때 지현이는 세상에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문득 떠

오른 것이다.

`그래..! 어쩌면 이런 이야기라면 아빠도 믿어주실 지 몰라...'

일단, 이렇게 마음을 먹자 지현이의 어린 마음에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지현이는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집안 일을 도왔었다.

특히, 고학년에 올라오면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요리들을 배워두었기에,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흉

내를 낼 수 있었다.

요즘 들어서는 두 분 다 늦으실 때 지현이가 직접 저녁을 짖기도 했으므로 집안 일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처럼 보이기 위해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꾸며대고, 엄마 말투를 흉내내는 것들도 문

제없어 보였다.

지현이는 아직 어리지만 어른들이 보는 소설도 많이 읽었고, 백일장 같은데서 상도 많이 타고, 

이야기를 잘 짓는다고 선생님한테 칭찬도 많이 들었었다.

또한 지현이와 엄마는 비밀이 없을 만큼 다정했던 사이여서 그녀가 자꾸 졸라대면 엄마는 처녀 

적 이야기나 아빠와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하셨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엄마가 비밀 일기장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지현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처녀 적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엄마는 사실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책을 내겠다고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몰래 기록한 비밀 일기장을 쓰고 계셨다.

아마 책을 내면 아빠를 놀라게 해주려고 비밀로 하셨던 것 같다.

지현이는 엄마가 그 일기장을 숨겨두는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몰래 훔쳐보고는 했다.

훔쳐보는 것이 나쁜 일이란 것은 알지만, 엄마가 자기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하는 호기심과 혹

시 이야기를 쓰는데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에 훔쳐보았다.

사실 지금 지현이가 쓰는 일기장에 열쇠를 잠가놓고 습작을 하고 있는 것도 엄마를 흉내내서였

다.

그 일기장에는 이미 지현이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녀가 좀 더 큰 뒤에 알아야 할 

내용들도 들어있었다.

물론, 디테일한 내용은 없었지만 어린 지현이는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곤 했었다.

그리고 그 일기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상적인 문구가 하나 있었다.

- 남편은 오늘도 나를 `나의 작은 입술'이라고 불러주었다. 기뻤다. -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아직 어린 지현이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비밀스러운 느낌을 풍겼

으므로 호기심 많은 여자아이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이렇게 지현이는 이미 엄마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어린아이의 맹랑한 생각이 현실화된 것은 지현이의 말문이 열리던 그 날이었다.

"아...."

자신의 말문이 열린 것을 안 지현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을 간병하다 침대에 엎드려 주무

시는 아빠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

그러나 곧 그것을 멈추었다.

이전에 한 생각들이 떠오른 것이다.

`어떻게 하지.. 저 정말로 할까? 하지만.. 과연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어 주실까? 크게 

혼이 날 텐데...  하 하지만.. 아빠를 위해서야.. 아빠에게 엄마를 돌려주는 거야...'

한참을 망설이던 지현이는 마침내 마음을 굳히고는, 속으로 몇 번이고 자신이 할 대사들을 만들

어서 엄마의 말투로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아빠를 깨우고는 긴장된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여..여보..."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발적으로 내뱉은 이 맹랑한 한 마디는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곧 여자아이는 자신이 한 행동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빠의 반응은 당연히 황당해 하는 것이었고, 혹시 딸이 미친 것은 아닌지 긴장하는 표정이 역

력했다.

`어 어떻게... 아...'

지현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곧 알아채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었다.

만약에 여기서 물러서면 큰 불행을 겪고 슬퍼하는 아빠를, 그리고 며칠 밤낮으로 자신을 간병한 

아빠를 놀린 못된 딸이 될 것 같았다.

`아.. 이러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난 그저 아빠가 걱정되어서...'

그것은 순간적으로 한 거짓말이었지만 작은 거짓말을 은폐하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한다고, 결

국 지현이는 이야기들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미친 것 아니예요.. 저.. 수진이가 맞아요.."

아빠는 지현이의 행동에 그녀를 정신과 의사에게 보이기도 했다.

지현이는 덜컥 겁이 났지만 똑똑하게 잘 대처했고, 자신이 엄마라는 이야기는 아빠 앞에서만 했

다.

물론, 아빠는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일은 점점 더 되 돌이킬 수 없게 되어갔고, 지현이는 결국 속으로 결심을 했다.

`그래.. 이렇게 된 것 끝까지 해보는 거야.. 이젠 어쩔 수가 없잖아...'

어떻게 하면 아빠를 믿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엄마의 비밀 일기장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옛날 이야기들을 몇 개 아빠에게 들려주었다.

좀 효력이 있는지 아빠의 표정에 동요가 보였지만, 이내 인정을 안 하시고 병실을 나가려고 하

셨다.

말도 안 되는 소리들만 하는 딸아이에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았다.

`어 어떻게.. 역시 안 되는 거야..  이제 정말 어떻게 하지..? 지금 와서 다 거짓말이라고 어떻

게 이야기 해...'

어떻게 이 사태를 무마해야 할지 몰라 속으로 울상을 짓던 그때, 지현이의 뇌리에 순간적으로 

어떤 단어가 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단어는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두 번째 문장이 되어 본능적으로 여자아이의 입에서 

흘렀다.

"하지만 당신은 늘 나를 '작은 입술'이라고 불러주지 않았어요..?"

순간, 병실을 나가려던 아빠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떨리는 몸짓으로 돌아서서 자신을 쳐다보는 그 혼란스러운 아빠의 눈빛을 보는 순간 어

린 지현이도 알 수 있었다.

`아... 아빠가 내 말을 믿어 주셨어.."

지현이는 아빠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신 것이 너무나 기뻤다.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것 같았지만, 나름대로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지현이의 이야기가 현

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지현이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여.. 여보.. 정말 당신 수진이 인 것이지..?"

지현이가 떨리는 마음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는 한동안 말이 없이 그녀를 안고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만 계셨다.

그 후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실수하지 않게 항상 엄마의 말투를 흉내내는 것은 신경 쓰이는 일이었지만, 사소한 실수들은 아

직 새 몸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 여기고 아빠는 신경 쓰지 않으셨다.

일단 한 번 믿기 시작하자 지현이도 놀랄 정도로 아빠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 되어갔다.

아마 아빠는 그렇게 엄마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고 계셨는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지현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편으론 기쁘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뭉클했다.

그리고 자신이 엄마가 되어서 발생할 사소한 문제들을 아빠와 상의하면서 아빠가 자신을 "여

보..","당신..","수진이.." 라고 엄마처럼 불러줄 때면 어린 여자아이의 마음에도 왠지 모를 미

묘한 감정이 일기도 했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는 딸인 자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을 받아들인 아빠에게 서운함도 

조금 있었지만, 퇴원하던 날 자기 방에서 딸 생각을 하며 우시는 아빠를 보고는 그런 마음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역시 아빠는 지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인 것이다.

그러나 지현이는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아빠에게는 아내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할지라도, 결국은 지현이로서 살아가야 하므로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어린 마음에 그저 쉽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저 걱정거리라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이 풀려서인지 지현이로서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실수를 할 때가 있었지만, 그것도 어린아이의 생활에 적응을 잘 했을 뿐이라고 둘러대면 되었

고, 많이 걱정했던 주방 일이나 집안 일들도 이제 익숙해져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같은 방을 쓰는 것도 오랜만에 따듯한 아빠 품에서 잠들 수 있어 좋았다.

최근 들어 초경을 겪었지만 다행이 간호선생님이 돌봐주셔서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아빠가 태어나서 초경을 두 번 겪은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는 정말 당황했었다.

만약에 집이었다면 초보라는 것이 뻔히 보여서 들통이 났을 텐데.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지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말 큰 문제가 그녀의 운명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이 여자아이는 모르고 있었다.

정말 아빠가 딸인 지현이의 몸 속에 있는 영혼이 아내 수진이라고 믿어버린 이상 정말로 되 돌

이킬 수 없게 된 것이 있다는 것을.

지현이에게 그 문제가 현실로 들이닥친 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처음에는 아빠가 같이 목욕하자고 했을 때 좀 망설였었다.

5학년 때도 창피하다고 아빠랑 같이 안 했는데, 6학년이 되어서 같이 목욕하는 것은 왠지 부끄

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아빠와 같이 목욕하는 부녀지간의 정을 나누고 싶었다.

비록 아빠가 엄마와 하는 목욕이라 생각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아빠와 욕실에 들어간 것이다.

샤워만 하겠다는 아빠를 등을 밀어드리겠다고 우긴 것도 다 딸로서의 애틋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빠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생소한 것이었다.

무언가 자신을 구석구석 벗겨 내리는 끈적끈적한 눈길, 순간 지현이는 여자아이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몸을 움츠렸다.

`아.. 아빠가 왜 이러시지..?'

지현이는 아직 어렸지만 남자의 시선으로부터 본능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여자아이로서의 자각을 하자 지금까지 정겨워만 보였던 아빠의 알몸을 보는 것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겨우 겨우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며 아빠의 등을 밀어드렸다.

그러나 일을 끝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자신의 등도 밀어주신다면서 돌아앉으신 아빠

의 아랫배를 보게 된 지현이는 숨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커다랗게 발기하여 자신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세운 어른의 자지.

그것은 어린 여자아이로서는 처음 보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예전에 같이 목욕을 할 때는 아빠는 타올로 아래를 가렸었기에 본 적이 없었다.

지연이의 작은 알몸은 작게 떨고만 있었고, 가슴은 콩당 콩당 뛰었다.

아빠가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망쳐 들어온 듯 안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하아.. 하아.. "

지현이의 가슴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아.. 어 어떡해.. 창피하게.. 이젠 부끄러워서 아빠 얼굴을 어떻게 봐.."

그러면서도 아까 본 그 무섭게 생긴 물건이 잊혀지지 않는 듯 눈앞에 떠올랐다.

물론, 지현이도 사춘기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조금은 호기심이 있었지만, 그것은 꼬마아이들의 

꼬추를 보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아.. 싫어.. 싫어..."

지현이는 떠오르는 영상을 지우느라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현이는 어떤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아빠였다.

부끄러워서 숨을 죽이고 있던 지현이는 아빠가 등뒤에서 껴안아오자 순간 놀라서 움찔 반응을 

하였다.

처음에 지현이는 그저 아빠가 아까 일 때문에 놀란 자신을 다독거려주려 들어온 줄 알았다.

그러나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상했다.

알 수 없는 이야기들, 아빠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그러나 곧 아빠 입에서 아직 어린 지현이에게는 생소한 그 어떤 단어가 들려오자, 지현이도 비

로소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 아...!"

아직 초등학생이라 해도 6학년인데 요즘 아이들이 그 단어를 못 들어봤을 리는 없었다.

비록,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가? 아니면 막연히 들어만 봤느냐? 의 차이는 있어도 말이다.

하다 못해 학교에서 성교육이라도 이미 받았을 나이였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어린 지현이로서는 그저 막연한, 그리고 먼 훗날의 일 일뿐이었다.

설마 이런 것이 어린 그녀에게 바로 현실로, 그것도 집안의 일로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하던 것

이었다.

순간 지현이의 가슴은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의 머리 속은 멍해지고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어린 그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로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란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지금 딸이 아니라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

그때서야 지현이는 미처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큰 실수를 깨달았다.

`아 아... 그렇구나... 내가 왜 미처 몰랐지..?  엄마, 아빠는 부부인데 당연하잖아..."

지현이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지만 그때 지현이는 지금보다 더욱 어렸었고, 사실 `섹스'라는 단어조차 미처 모를 때였다.

그 순간, 지현이는 자신의 앞섬을 열며 파고들어 오는 낮선 손길을 느꼈다.

딸의 몸 속으로 파고드는 아빠, 아니 사내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지현이의 수줍은 가슴을 가린 여아용 브래지어에 아빠의 손끝이 닿자, 여자아이는 찌릿

한 전류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화들짝 놀랐다.

`아.. 안 돼...'

순간 어떤 알 수 없는 위기감에 지현이는 아빠의 손길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두려운 듯 앞섬을 여미고 있었다.

아빠는 그녀의 행동에 놀라는 듯 했다.

지금 지현이가 아내인줄 아는 아빠로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

여자아이는 지금까지 마냥 다정했던 아빠가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지현이의 작고 애처로운 몸 속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저 저... 시 싫어요..."

지현이가 겨우 용기를 내어 작게 이야기를 하자, 순간 아빠의 표정이 굳어지셨다.

그리고 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한참을 침묵하고 계시던 아빠는 드디어 "그만 두자.."시며 지현이에게 자기 방에서 지내라고 하

시고는 방을 나가셨다.

"하 아..."

순간 지현이의 작은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흐르고는 긴장이 풀렸는지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아직도 오해하고 계셨지만 일단 위기는 넘긴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 다시 아빠가 돌아오실 지 몰라 두려웠음으로 지현이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겨

우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그고는 침대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지현이는 무서웠다.

지금 자신이 마주하게 된 상황이 어린 여자아이로서 마냥 무서웠고, 또한 앞으로 닥칠 일들이 

두려웠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해야 하겠지만, 이미 자신을 아내라고 믿는 아빠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쯤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차마 자신이 그간 감쪽같이 아빠를 속여온 사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고, 그로 인해 아빠가 실망

하는 모습을 바라볼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지현이는 생애 처음 두려웠던 첫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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