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8/11)

#5

여자는 경찰이 돌아가고 난 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박차장과 마주쳤다.

부러 여자를 기다린 거 같았다.

“저기.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눈앞에 보이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구. 정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여직원들이 나를 개똥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다 알아. 그냥 똥 한 번 밟았다 생각하고 넘어가 주라. 내가 정말 잘 할게. 앞으로 부서 이동 있으면 같이 계속 일 해야 하는데 빨리 풀어버리자 응?”

여자는 그의 말대로 계속 같이 얼굴을 봐야하는 박차장이 이번 일로 회사를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고소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가 먼저 사과할 때 못 이기는 척 넘어가기로 했다. 차라리 이 일을 빌미로 그의 입을 막아버리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 같았다.

“좋아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성추행으로 고발하고 싶지만 먼저 뉘우치고 사과하시니 이번에는 넘어 가 드릴게요.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그 땐 용서 없어요. 아시죠?”

“다...당연하지. 걱정 마. 그럴 일 없을 테니까. 그리고 자기랑 친한 그 친구한테도 잘 말 해줘. 내가 사과했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알았으니까 박차장님이나 입조심 하세요.”

박차장은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그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먼저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자는 그 웃음을 보니 속이 더 메스꺼웠다. 여자가 사무실에 들어가니 박차장이 사람들에게 뭔가 얘기하고 있었다.

“자자. 여기 주목하세요.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제가 이번에 승진도 하고 했으니 내일 크게 한 턱 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내일 배 터지게 먹고 신나게 놀 생각만 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제가 한 번 쏜다고 하면 엄청나게 쏘는 거 다 아시죠? 그렇게 아시고 일 들 하세요.”

여자는 난처해 졌다. 자신도 승진을 했으니 참석해야 될 거 같은데 지금의 기분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일의 충격으로 쉬고 싶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상큼이 김기혁이 여자에게 와 말했다.

“선배. 선배도 내일 참석 하시는 겁니다. 이럴 때 일수록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기분 푸는 게 제일 좋습니다. 선배도 승진한 주인공이니 내일 예쁘게 입고 오십시요.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그럴게요.”

그가 그렇게 말하니 참석 안 할 수 없었다. 박차장 때문에 난 짜증이 그로 인해 사라지는 듯 했다.

여자는 벌써 내일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있었고 백마 탄 기사처럼 나타나 자신을 구해 준 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여자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박차장의 흔적을 지워버리려 한참을 씻었고 김기혁을 생각하며 또 한참을 옷을 골랐다. 그러다 오늘 신랑과 전화 한 통도 못 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잠이 들었다.

여자의 출근은 다른 날 보다 빨랐다. 어제의 일로 다른 부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치기 싫어서 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오늘 입은 의상 때문이었다. 당분간은 조신하게 입고 다녀야 할 것 같았지만 예쁘게 입고 오라고 한 김기혁의 말이 마음에 걸려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몸매가 훤히 드러나고 섹시 해 보이는 옷으로 골라 입었다. 오로지 김기혁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다.

하얀색 바탕에 꽃무늬가 프린트 된 스판 재질의 원피스로 가슴 부분이 깊이 파여 젖가슴이 훤히 드러나는데다 골반 조금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짧은 길이 때문에 허벅지가 많이 노출되는 의상이었다. 그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야하지만 유난히 발달 된 골반 때문에 옷이 엉덩이에 착 달라붙으며 늘어나 상당히 관능적으로 보였다.

다른 직원들의 시선이 걱정되긴 했지만 막상 입고 나오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는 내내 수많은 남자들이 여자를 힐끔 거리며 쳐다봤고 어떤 남자들은 노골적으로

“와~ 예쁘다. 저기 좀 봐.”

라며 수근거렸다. 여자는 기분이 점점 좋아졌고 매력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남자들의 관심조차 못 받는 여자들을 생각한다면 자신은 행복한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출근을 하니 1층 로비 게시판에 어제 사건에 대한 공지가 붙어 있었다. 확대 된 합성 부분의 사진과 얼굴 사진이 블로그에서 가져왔다는 등의 내용이 나와 있었다.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이 여자의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줬다.

막상 출근을 하니 다시 신경이 쓰여 여자는 누가 보기 전에 유니폼부터 갈아입었다. 입고 온 옷을 정리하며 오늘 밤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김기혁이 황홀해 하는 표정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며 역시 입고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러는 자신이 우스워 피식 웃음이 났다.

어느새 사람들이 모두 출근을 했지만 매일 여자를 훔쳐보던 조부장의 방은 오늘도 불이 꺼진 채 쓸쓸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적 충격으로 여행이라도 갔겠지 생각하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날 밤 목격자가 아직 안 나타났다는, 사실에 불안해졌다. 사진에 대한 문제는 해결됐지만 조부장과의 일이 사내에 알려진다면 더 큰 파장이 일 게 뻔했다. 그 때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회사까지 그만 둬야할지 몰랐다.

여자는 박차장만 아니라면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만 아니라면 여자의 몸을 조건으로 건다 해도 받아 줄 생각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박차장은 아닌 거 같았다. 그가 목격자였다면 벌써 여자를 협박해 몸을 요구했을 게 분명했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여자는 직감적으로 왠지 오늘 중에 그 자가 접근해 올 거 같았고 누구든 상관없으니 빨리만 나타나 달라고 기도했다.

금요일 밤이라 선약이 많아서 인지 회식은 절반 정도의 인원이 참석했다. 여자의 부서 직원이 20명 정도 되는데 그 중 남자 5명과 여자 7명이 1차 회식장소인 고기집으로 향했고 술자리가 무르익는 사이 남직원 1명과 여직원 3명이 빠져나갔다. 1차가 끝나가자 박차장이 2차를 외쳤고 술이 얼큰하게 취한 남자직원들은 콜을 외친 반면 여직원들은 시계를 보며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그 이유는 회식 중간에 빠져나간 남직원이 김기혁이기 때문이었다.

여직원들이 회식에 참석한 이유는 박차장과 여자의 승진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기혁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김기혁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여자들은 오늘 모두 자신들의 외모를 한껏 뽐내기로 약속이나 한 듯 여성스럽거나 섹시한 복장이었고 그것은 단 한 사람 김기혁 때문이었다. 그런데 김기혁이 어딘가로 부터 온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나자 여직원 들이 하나 둘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다. 1차 회식 끝까지 남아있던 여직원들은 혹시나 김기혁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있었는데 2차로 옮길 때까지 그가 나타나지 않자 또 두 명이 도망을 갔다.

여자 역시 실망 해 집에 가고 싶었지만 주인공은 갈 수 없다며, 한 곡 만이라도 하고 가라며, 매달리는 남직원들에 붙들려 할 수 없이 노래주점까지 가게 되었다. 여자와 함께 노래주점으로 향한 또 한 명의 여직원은 김기혁의 동기이자 여자의 1년 후배인 송채은 이었는데 여우같은 선배들과 달리 신입이라서 감히 간다는 말을 못 한 거 같았다.

어쨌든 여자는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분위기를 보다 빠져나오기로 했다. 다들 많이 취해 있으니 화장실에 가는 척 나오면 될 거 같았다.

남자들은 많이 취했음에도 들어오자마자 술부터 시켰다. 마지막까지 남은 남자는 박차장, 차과장, 송과장, 그리고 여자와 입사 동기인 임찬식이었다.

입사 때 부터 임찬식은 동기라는 걸 빌미로 여자와 가까워지려 찝적 거렸는데 그는 여자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해병대 출신의 전형적인 마초 스타일로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여자는 야라야리하고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꽃미남을 좋아하는데 지금의 신랑이 딱 그런 남자였다. 어려서부터 부유하게 자란 여자에게 남자의 경제력이나 집안등은 아무 의미 없었다. 그저 자신의 이상형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신랑이 사귄지 한 달 만에 청혼했을 때 바로 승낙해버렸다. 주위에서 미친 짓이라고 말려댔지만 여자의 눈에 낀 콩깍지는 벗겨낼 수 없었다.

여자의 빠른 결혼 결정에는 임찬식도 한 몫 했다. 여자는 애인이 있다고 하는데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임찬식을 빨리 떼버리고 싶었고 때마침 청혼을 해 준 신랑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여자가 결혼을 하자 임찬식은 그의 남자다운 성격답게

“가시나, 행복하게 잘 살아라. 그래도 혹시 불행 해 지면 내한테 온나. 내는 여자 과거 따지는 그런 남자 아니데이.”

라고 말한 뒤 그 뒤로 더 이상 여자에게 추근 대지 않았다. 여자는 갑자기 말도 안 거는 그가 약간 서운하긴 했지만 지금의 신랑에 푹 빠져 금방 잊어버렸다.

여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빠른 결혼을 후회한 적이 있는데 그건 김기혁이 입사했을 때였다. 만화책에서 튀어 나온 것처럼 생긴 그를 처음 본 뒤 여자는 며칠 밤을 잠 못 이뤘는지 모른다. 그때는 신랑에게 괜히 짜증도 많이 냈었다. 하지만 여자의 짜증을 다 받아주며 자신이 무조건 잘 못했다고 하는 신랑을 보니 자신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생각하며 정신이 들었다. 자신이 사랑해서 결혼한 남자는 지금의 신랑이고 그에게는 아무런 잘 못도 없었다.

여자는 김기혁을 그냥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집에 가면 사랑하는 신랑이 있고 출근하면 김기혁이 있으니 굳이 결혼을 후회하고 그럴 필요 없는 거였다.

여자는 나이가 어려서인지 육체적인 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김기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최근 부르르를 만나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고 조부장에게 노출을 시도하면서부터 가끔 여자의 노출을 훔쳐보고 있는 김기혁의 시선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 때마다 여자는 조부장 때와는 다른 뭔지 모를 짜릿함을 느꼈는데 그것은 흠모하는 남자가 자신을 훔쳐보는데서 오는 두근거림 때문이었다.

여자는 그가 오늘 부르스를 신청하면 못 이기는 척 그의 품에 안겨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관심도 없는 남자들 틈에 있으려니 답답해 미칠 거 같았다.

부르르 언니의 말을 따르자면 어떤 남자의 시선이든 차별하지 말고 즐기는 것이 맞겠지만 김기혁에게 잘 보이려고 과감한 옷을 입고 왔는데 다른 놈들이 눈요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하지만 룸 안에 들어와 쇼파에 앉는 순간부터 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출이 시작되었다.

이곳의 쇼파는 앉으면 밑으로 깊이 꺼지는 형태여서 아무 생각 없이 앉던 여자는 엉덩이 부분이 쑤욱 가라앉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뒤로 안 넘어지기 위해 반사적으로 상체를 앞으로 숙였는데 그 바람에 치마 단이 골반 쪽으로 당겨 올라가 허벅지 안쪽이 훤히 드러났고 그 순간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집중되었다. 입구 쪽에 서 있던 차과장과 송과장은 못 봤겠지만 여자의 앞쪽에 서 있던 박차장과 임찬식은 여자의 팬티를 본 거 같았다. 여자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엉덩이를 들어 치마 단을 급히 끌어 내렸고 그러자 스판 재질의 치마가 늘어나 엉덩이에 착 감기며 남자들의 가슴을 더 설레게 만들었다.

쇼파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자가 신은 힐의 높은 굽 때문에 여자의 무릅이 쇼파 좌석의 높이 보다 한 참 올라가 있었는데 여자가 등을 등받이에 대고 기대면 마주보는 자리의 박차장과 임찬식에게 치마속이 보일 것 같았다. 지금은 여자가 그들을 의식해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지만 조금만 정신을 놓고 방심하면 그들에게 좋은 눈요기 거리가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여자는 긴장을 놓지 않기 위해 뒤로 기대지 않고 무릎을 모은 뒤 상체를 앞쪽으로 숙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남자들의 시선이 여자의 가슴으로 향했다. 원래부터 가슴 라인이 깊이 파인 대다가 여자가 몸을 숙이자 가슴이 아래로 향하며 육감적인 속살이 더 풍만하게 보였다.

여자는 화장실에 간 송채은을 위해 구석자리를 비워 둔 채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쇼파의 중앙에 앉았는데 그것은 신입 여사원을 위한 배려였다. 여자 자신도 신입시절 상사들 눈치 보느라 집에도 못 가고 어디에 앉아야 할지 당황하고 있었는데 그 때 정선배가 여자를 자신의 옆 구석자리에 앉혀 주었고 여자는 정선배의 배려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정선배는 여자에게 어려워 할 필요 없고 하기 싫은 건 하기 싫다고 분명히 말하라고 알려줬다. 술에 취해 정신 못 차리고 들이대는 남자들을 옆에서 막아 주었고 그러다 안 되면 자신이 대신 나가 그들과 부르스를 쳐 주기도 했다. 여자도 결국엔 부르스를 추긴 했지만 정선배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남자들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여자는 오늘 회식에 참가 안 한 정선배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던 정선배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게 너무 속상해 마주 앉은 박차장을 노려봤다. 원래의 박차장이라면 진작부터 여자에게 달라붙어 추근거렸겠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인지 1차 때 부터 여자와 떨어져 앉더니 이곳에 와서도 옆자리가 아닌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여자가 노려보자 노래 책자로 시선을 피하며 옆에 있는 임찬식에게 괜히 빨리 노래를 고르라며 신경질을 냈다. 그런데 여자가 앞자리에 시선을 뺏긴 사이 여자의 양 옆에 차과장과 송과장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여자가 당황하며 송채은의 자리라고 말하려는 순간 차과장이 먼저 선수를 쳤다.

"에이 뭐야. 대리 달더니 양 옆으로 남자 거느리고 싶은 거야?"

"그게 아니..."

"알아. 알아. 신입도 아니고 대리까지 달고 쑥스러워하긴. 승진 기념으로 송과장이랑 내가 양 옆에서 시중들어 드리지요."

"그래. 공주님처럼 모실 테니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 해."

송과장까지 거들고 나서자 여자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보다 상사인데, 이미 앉은 사람을 일어나라고 하기도 뭐 했다. 송채은이 들어오자 박차장과 임찬식이 양쪽으로 몸을 옮겨 가운데 공간을 만들었고 둘 사이에 그녀를 앉게 했다. 송채은도 오늘 예쁜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여자만큼 짧거나 타이트 하지는 않지만 대신 양쪽으로 옆트임이 나 있어 쇼파에 앉는 순간 조금 전 여자처럼 옆트임 부분이 엉덩이 바로 밑까지 당겨 올라가 맨 허벅지가 옆으로 노출되었다. 남자들의 시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당황한 송채은이 조금 전 여자가 했던 것 처럼 등받이에 기댄 채 엉덩이를 들고 치마를 끌어 내린 뒤 다시 앉았다.

그런데 여자는 송채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방금 전 상황 때문에 당황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 일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았다. 여자가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송채은 쪽에 있는 박차장의 팔이 쇼파 깊숙이 들어가 있었고 송채은이 불편한 표정으로 박차장을 쳐다봤기 때문이었다. 송채은은 차마 말은 못하고 손을 빼달라는 의미로 눈빛을 보냈지만 박차장은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못 된 버릇이 또 나오기 시작한 거였다.

송채은은 안되겠는지 엉덩이를 임찬식 쪽으로 빼보려 뒤척였는데 박차장의 손바닥 위로 엉덩이만 비비는 꼴이 될 뿐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손바닥 위로 전해지는 엉덩이 감촉을 느끼며 짜릿했는지 박차장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엉덩이 감촉을 느끼며 느끼하게 웃고 있는 박차장을 보니 오바이트가 올라올 거 같아 여자가 말했다.

"송채은 씨. 채은씨가 막내니까 먼저 나가서 노래해요. 얼른 일어나요. 어서."

송채은은 여자의 말이 떨어지지 무섭게 책자를 들고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갔고 박차장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송채은이 노래를 고르는 사이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들어 왔고 임찬식이 나서서 테이블을 정리하며 말했다.

"자. 술이 왔으니 제가 한 잔씩 올리겠습니데이."

"술은 여자가 따라줘야 제 맛인데. 막내 채은씨가 따라주지?"

박차장이 못 마땅한 듯 말하자 임찬식이 특유의 너털 웃음을 내며 말했다.

"하이고, 박차장님. 요즘엔 그랬다가 성추행이다 뭐다 해서 잡혀갑니데이. 이번엔 제가 한 잔씩 올리고 다음번에 송채은씨 보고 따라 달라 그러면 되는 거 아입니꼬. 이래야 남녀평등이지예. 자. 승진하신 박차장님부터 한 잔 받으시고요. 차과장님,송과장님도 받으시고, 그리고 승진한 우리 이쁜 동기님도 받으~시고, 동기야 축하한데이. 내는 니가 잘 될 줄 알았데이. 마지막으로 우리 후배님도 한 잔 받아라. 노래는 잔 받아 놓고 골라도 된 데이."

모든 잔이 채워지자 임찬식이 건배를 외쳤다.

"박차장님과 우리 동기의 승진을 위하여~"

"위하여~"

첫 잔이라 그런지 모두들 단숨에 잔을 비워 버렸고 여자와 송채은도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전부 들이켰다. 잔이 비워진 뒤 송채은이 술을 따라야 되나 노래를 불러야 되나 망설이는 것 같아 여자가 나섰다.

"채은씨는 노래 불러. 이번 잔은 내가 돌릴 테니까."

여자가 할 일을 정해주자 그제야 안정이 됐는지 송채은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앉은 자세로는 술을 따를 수 없을 거 같아 여자는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술병을 들었다. 박차장에게 먼저 술을 따르기 위해 상체를 숙이자 허벅지 뒤 쪽이 시원해지며 억지로 밑으로 당겨져 있던 치마 단이 엉덩이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치마가 올라가자 상대적으로 가슴 앞쪽이 느슨해지며 밑으로 내려갔는데 브래지어가 없었다면 젖꼭지까지 보일 정도였다. 앞뒤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탓에 여자는 빠르게 판단해야 했다. 그래도 뒤 쪽은 머리를 일부러 숙여서 보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 같았고 더구나 송채은이 앞에 있는데 노골적으로 치마 속을 들여다보지는 않을 거 같았다.

반면에 벌써 앞쪽에서는 박차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가슴 안쪽을 훑고 있었다. 소름이 돋은 여자는 술병에서 왼손을 얼른 뗀 뒤 가슴 앞섬을 가리며 술을 따랐고 임찬식의 잔까지 채우고 난 뒤 치마단을 끌어 내리며 쇼파에 다시 앉았다.

그런데 여자가 앉을 때 뒤 쪽에서 뭔가가 빠르게 비켜지는 느낌이 들었고 여자는 본능적으로 차과장과, 송과장이 여자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송채은이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마 자신들도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송채은 역시 둘의 행동을 보며 당황스러웠겠지만 그렇다고 여자에게 일러바치기도 난감한 입장이였다.

그래서 여자는 어차피 보여준 거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남자들의 성향을 잘 알면서도 원인 제공을 한 건 여자 자신이었고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여자는 자리에 앉아 차과장과 송과장에게도 한 잔씩 따라준 뒤 앞에서 노래하고 있는 송채은을 바라봤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 때 묻지 않고 순수해 보여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스러운 발라드는 그녀와 잘 어울렸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볼이 붉어지는 게 여자가 봐도 사랑스러웠다.

여자는 정선배가 여자를 처음 봤을 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생각하며 자신도 정선배처럼 송채은을 잘 돌봐줘야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송채은이 노래를 마치고 들어오려하자 여자는 그녀를 박차장으로 부터 떼어 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박차장 같은 인간은 신입이라 어려워 한다는 걸 이용해 아까처럼 추행을 할 게 뻔 했다.

여자는 옆에 앉은 차과장을 툭 치며 말했다.

“다음은 차과장님이 한 곡 하세요. 채은씨가 이 쪽으로 앉아.”

“뭐야. 나 아직 노래도 안 정했는데.”

차과장은 눈치 없이 노래방 책자를 펼쳐 노래를 고르려 했고 송채은이 머뭇거리다가 박차장과 임찬식의 사이에 다시 앉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차장은 차과장의 노래가 시작되자 늘 그랬듯 송채은에게 술을 권하며 추근거리기 시작했다.

“채은씨 내 술 한 잔 받아.”

“조금만 주세요. 저 술 잘 못 해요.”

“술은 그럴수록 자꾸 더 마셔야 느는 거야. 자. 쭉 들이켜. 쭉.”

채은이 마지못해 잔을 비우자 박차장은 다시 술잔을 가득 채웠다.

“자. 한 잔 더해.”

“차장님. 금방 마셨는데요.”

“알았으니까 딱 한 잔만 더 마셔. 술 마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래. 그리고 술이 얼큰하게 취해야 상사한테 평소 못 했던 말도 하고 개기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

채은은 어쩔 수없이 다시 잔을 들었고 천천히 잔을 비우고 내려 놨다.

“그래. 옳지. 잘 마시네. 채은씨 애인 있어?”

“네?”

“애인 없으면 나는 어때? 나랑 사귀자.”

박차장이 능글거리며 말하자 임찬식이 끼어들었다.

“에이. 박차장님 나이를 생각하이소. 채은씨랑 거의 스무살 가까이 차이 안납니꼬.”

“나이가 뭔 상관이야. 서로 마음만 맞으면 되는 거지.”

“에이. 그래도 차장님은 아니지예. 채은씨 내는 어떤교? 박차장님보다 내가 훨씬 안 난교?”

여자는 채은을 도와줄까 하다가 지금의 상황이 재밌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박차장이야 원래 아무 여자한테나 들이대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임찬식도 채은에게 관심이 있는지는 몰랐었다.

“찬식이 너는 또 왜 끼어드냐. 똥차부터 장가 좀 가자.”

“차장님 저 사귀는 사람 있어요.”

채은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찬식이 또 끼어들었다.

“에이 채은씨, 사귄다고 다 결혼하는교? 동기야 그러지 말고 내가 얼매나 좋은 놈인지 말 좀 해도.”

찬식이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자 여자는 박차장보다는 차라리 찬식이 낫겠다고 생각되 거들었다.

“채은씨. 찬식씨 정도면 괜찮지 않아?. 남자답고 좋잖아.”

“선배님. 저 진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채은이 조금 전 조용한 목소리와 달리 질색을 하며 말하자 임찬식은 민망했는지 일어나며 말했다.

“아이고 무서붜라. 디게 쪽팔리네. 바람 좀 쐬고 올랍니더.”

“죄송해요.”

채은이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찬식은

“괘안타. 괘안타.”

하면서 밖으로 나가 버렸고 차과장도 담배를 피우려는지 함께 나갔다.

찬식이 나가자 다시 박차장이 추근거렸다.

“우리 채은씨가 애인이 있다고 하니 되게 섭섭하네. 그럼 사귀자고 안 할 테니 대신 나랑 부르스 한 곡만 춰주라. 내가 요즘 너무 외롭고 서글퍼서 그래. 승진을 해도 기쁘지가 않네. 그 정도 위로는 해 줄 수 있잫아?”

“채은씨 괜찮으니까 싫으면 싫다고 말 해.”

여자는 박차장이 귀찮게 하는 거 같아 채은을 도우려고 말했다. 하지만 채은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에요. 싫긴요. 안 그래도 제가 먼저 신청하려고 했어요. 박차장님 승진 기념으로 저랑 한 곡 춰요.”

그녀의 말에 신이 난 박차장이 채은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좋아. 가자고. 채은씨 보기보다 화끈한 데가 있네.”

좋다고 말하긴 했지만 박차장의 손에 끌려 나가는 채은의 표정은 너무도 불안해 보였다. 여자는 자신이 괜찮다고 했는데도 굳이 박차장과 춤을 추겠다는 채은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술 더 떠서 먼저 신청하려 했다니 말이다. 여자는 송채은이 박차장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박차장님. 끈적끈적하고 아주 긴 곡으로 하나 선곡하겠습니다.”

송과장이 말한 뒤 부르스를 추기에 적당한 경음악이 흘러 나왔고 박차장은 채은을 끌어안고는 구석 쪽으로 몰아갔다. 여자가 그들을 주시하는 사이 송과장이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도 한 곡 추는 게 어때?”

송채은까지 나서서 추는 마당에 여자는 그의 신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송과장의 손에 이끌려 앞으로 나갔고 그의 팔이 여자의 허리를 잡아당기자 여자의 하체가 송과장의 하체와 밀착되었다.

송과장은 키가 190에 가까운 거구로 큰 덩치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 씨름부에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덩치만 컸지 운동신경이 둔해서 단 한 번도 입상을 하지 못했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3수를 한 뒤에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평소에는 느릿느릿하고 둔한 편이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다혈질이라 그가 화가 났을 때는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며 피했다. 하지만 보통 때의 그는 힘든 일에 늘 앞장서고 여직원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여자는 송과장의 물컹한 물건이 느껴지자 순간 몸이 경직되었지만 처음 겪는 일도 아니라 금방 긴장을 풀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리고 그가 리드하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박차장 쪽을 주시했다. 역시나 박차장의 두 손은 이미 송채은의 엉덩이 위에 걸쳐있었고 채은의 반응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채은은 박차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박차장은 채은이 거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좀 더 노골적으로 채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고 여자는 가서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송과장의 손이 여자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송과장을 노려보자 송과장이 불쌍한 표정으로 간절히 부탁했다.

“조금만. 응? 조금만...”

여자는 덩치가 산만한 그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자 피식 웃음이 났고 긍정의 의미로 다시 박차장 쪽을 바라봤다. 송과장은 여자의 웃음에 마음이 놓였는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쓰다듬기도, 주무르기도 해가며 여자의 감촉을 느껴나갔다.

여자가 다시 박차장을 봤을 때 그의 손이 채은의 허벅지 쪽을 더듬고 있었다. 허벅지 바깥 쪽을 더듬던 손이 치마의 옆트임 안쪽으로 파고들더니 맨 살을 만지며 조금씩 치마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박차장이 저렇게까지 하는데도 가만히 있는 채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큰 약점을 잡힌 게 분명해 보였다. 여자는 말려야 할지 아니면 채은이 민망해하지 않게 모른 척 해줘야 할지 고민됐다.

그런데 남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송과장의 손바닥이 여자의 엉덩이를 위쪽으로 쓸어 올릴 때 마다 옷감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치마가 위로 당겨졌었고 여자는 엉덩이 아래쪽 맨살에 그의 손바닥이 닿는 걸 느끼고서야 자신의 치마가 많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자는 깜짝 놀라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송과장의 양 손이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며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 치마가 더 위로 올라가 버렸고 그의 단단한 물건이 여자의 팬티 아래 둔덕을 강하게 압박했다. 어렸을 때 씨름부 였다는 송과장을 여자가 힘으로 밀어낸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여자를 구석의 벽 쪽으로 밀어붙인 뒤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쉿, 가만있어. 음악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응?”

여자는 그에게 꼭 붙들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행히 중간에 튀어 나온 노래방 기계와 모니터가 가리고 있어 저쪽 팀과는 서로 볼 수 없는 위치였다. 노래방 기계를 중심으로 양쪽 빈 공간에 서로의 몸을 숨기고 있는 샘이었다.

“여기 있으면 안 보이고, 너도 봤겠지만 저 쪽도 정신없어서 우리 신경 안 쓸 거야.”

“이거 엄연한 성추행인 거 몰라요?”

“알아. 정말 미안해. 그런데 어제 그 사진을 보고 난 뒤로 니 엉덩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아. 해달라는 거 다 해 줄 테니까 딱 한번만. 이 곡 끝날 때 까지만, 응?”

여자는 당황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박차장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일단 송과장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저 좀 놔주세요. 아프단 말이에요.”

“미...미안. 그럼 허락한거다.”

엉덩이를 옥죄고 있던 손이 느슨해지자 둘 사이에 작은 공간이 생겼고 송과장의 구두가 여자의 눈에 살짝 들어 왔다. 여자는 시간을 끌수록 자신이 더 불리해 질 걸 알기에 그가 방심한 지금을 노리기로 했다. 하지만 엉덩이를 더 빼보려 하자 그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잠깐만요. 이것 좀 놔주세요."

"왜?"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요. 손 좀 내리게 잠시만요."

송과장은 여자가 팔을 밑으로 내리려 하자 그제야 그 의미를 알았는지 여자에게 공간을 조금 더 내줬다. 여자는 불룩한 바지 앞부분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다가 살짝 움켜쥐었다. 송과장은 여자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뜨거운 입김을 내 뱉으며 전율을 느꼈고 여자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그 때를 노려 여자는 왼 발을 뒤로 빼서 체중을 실은 뒤 그 반동을 이용해 오른 발로 힘껏 송과장의 발을 내리 찍었다. 송과장은 여자의 힐이 박히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고 여자는 왼쪽 무릎으로 송과장의 얼굴을 강타했다.

송과장은 여자의 연속 공격에 뒤로 벌렁 넘어갔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마지막 일격이 가해졌다. 그가 얼굴을 감싸고 있는 사이 여자의 발이 성난 그의 물건을 걷어 찬 것이다. 송과장은 이제 저항할 힘을 완전히 상실했고 엄청난 고통에 바닥을 뒹굴 뿐이었다. 여자는 송과장에게서 떨어진 뒤 올라가 있던 치마를 재빨리 끌어 내렸다.

박차장은 송채은이 자신의 부르스 신청을 흔쾌히 응하자 기쁘면서도 의아했다. 신입직원들이 상사를 어려워 해 어쩔 수 없이 응하기는 하지만 채은의 경우 그와는 달라 보였다. 망설이며 눈치를 보거나 한 번 빼보는 게 일반적인데 처음부터 그럴 작정으로 온 사람처럼 주저함이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먼저 신청하려 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사실 박차장은 채은이 무슨 이유에서 그랬든 상관없었다. 신이 난 박차장은 자신의 목뒤로 채은의 팔을 감게 한 뒤 그녀를 끌어안았다. 박차장의 키가 작아서 힐을 신은 채은의 키가 더 컸고 보통의 남자들이 편하게 팔을 내려 여성의 허리를 감는 것과 달리 박차장은 팔이 채은의 골반 위에 걸쳐지는 형태가 되었다.

“이런, 내 키가 작아서 손이 엉덩이 위로 갔네. 기분 나쁘면 말하라구.”

“아니요. 괜찮아요. 편한대로 하세요.”

박차장이 리드하는 데로 몸을 맞기며 괜찮다고는 했지만 채은은 긴장한 듯 경직 되 있었다. 용기 내어 호랑이 굴에 들어가긴 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떨고 있는 토끼 같았다.

박차장은 상대의 약한 모습에 한 없이 강해지는 본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앞의 먹이 감을 보고만 있는 다는 건 박차장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상대가 약해 보일 수록 강하게 짓밟는 게 그의 원칙이었다.

박차장이 골반 위에 있던 손을 천천히 밑으로 내리자 채은의 푹신한 엉덩이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옆에 있는 여자의 엉덩이만큼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풋풋하고 탱탱한 느낌이 박차장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더구나 엉덩이에 손이 닿는 순간 채은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게 박차장에게 전해져 그를 더 자극시켰다.

박차장은 엉덩이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채은의 반응을 보기 위해 강하게 양 손으로 움켜쥐었다. 순간 채은의 몸이 더 경직되며 파르르 떨렸지만 어떠한 거부감이나 저항도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왠지 치마 속을 공략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박차장은 송과장 쪽의 상황을 살폈다. 여자의 풍만한 엉덩이 위를 더듬고 있는 송과장의 손을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가며 부러웠다. 어제 끝장을 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분했고 맛보다가 만 여자의 속살을 떠올리자 안타까움이 더 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았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있듯 송채은 같이 청순한 스타일들이 오히려 쉬울 수 있었다. 박차장은 치마의 옆트임 안 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허벅지 바깥쪽을 쓰다듬었다. 어려서인지 피부 감촉이 야들야들했다. 이 쯤 되면 제지하며 반항할 때도 됐는데 채은은 파르르 떨기만 할 뿐 박차장의 목을 끌어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박차장은 옆 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채은을 노래방 기계 옆 구석으로 몰고 갔다. 다행히 송과장도 여자를 반대쪽 구석으로 몰고 가는 게 보였고 이제는 서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이제 박차장은 더 이상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옆트임 안으로 들어가 있던 손을 위로 확 밀어 올리자 팬티만 걸친 채은의 하체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 순간 채은의 양 팔이 그의 목을 꽉 끌어안는 바람에 밑을 볼 수 없었지만 그것은 박차장에게 회심의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채은의 행동은 박차장이 하는 대로 놔두겠다는 허락의 의미였다.

박차장은 허리위로 끌어 올린 치마를 왼쪽 팔로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시킨 뒤 오른손을 채은의 팬티 안으로 집어넣었다. 보통은 팬티 위를 공략하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게 순서겠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 따위가 필요 없었다. 손바닥 안으로 잡히는 말랑말랑한 촉감이 박차자을 흥분시켰고 손바닥에 눈이 있다면 그 야들거리는 속살을 보고 싶었다. 어떤 팬티를 입고 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것을 보려 한다면 채은이 부끄러워 도망쳐 버릴 거 같았다. 지금 박차장이 해야 할 일은 채은을 흥분시키는 거였다. 채은 스스로가 감은 팔을 풀게 만들어야 했다.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을 빼 팬티 앞 쪽으로 집어넣자 부드러운 피부 옆으로 까실거리는 음모가 만져졌다. 손가락 사이에 넣고 만지작거리자 간지러운지 채은의 허벅지에 살짝 힘이 들어갔고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음모 사이를 파고드는 순간 손가락 끝으로 촉촉한 감촉이 느껴지더니 곧 목적지인 클리토리스에 도착했다.

짧고 뭉뚝한 박차장의 손가락이 민감한 곳을 자극하자 채은이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빼보려 했다. 하지만 벽에 막혀 물러날 수 없었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입술을 깨물며 그의 손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어느 정도 촉촉해지기 시작하자 박차장은 가운데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구멍을 찾아 나섰고 보이지 않았지만 몇 번의 움직임 끝에 손가락을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손가락이 들어오는 순간 아직은 아픈지 채은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걸 모르는 박차장의 손가락은 점점 깊숙이 들어갔다. 박차장은 채은의 신음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채은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사실 채은은 충분한 윤활액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너무 아파서 쾌락의 신음이 아니라 고통을 참고 있었다. 그 때 옆쪽에서 송과장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박차장은 본능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채고 급히 손가락을 뺀 뒤 채은의 옷을 원래대로 끌어 내렸다.

여자가 박차장 쪽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여자를 가로 막았다.

"선배,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안 그래도 송과장님네 애가 안들어서 걱정인데 아주 씨를 말리시려는 겁니까? "

여자는 자신의 바로 앞에서 웃고 있는 김기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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