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1)

#2

여자가 매력적인 그녀를 처음 만난건 몇 일전 일이였다. 여직원들중 친한 두 명과 회사내 변태 색출에 관한 의견도 나눌 겸 회사 근처 곱창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남자들은 이상하다는둥 왜 여자를 훔쳐보고 싶어할까라는 둥 수다 중이였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만취된 남자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니들 처럼 치마를 짧게 입고 야시시하게 다니는데 안쳐다 볼 수 있겠냐며 치근덕거리기 시작하더니 은근슬쩍 의자를 옆에 끌어 놓고 앉아 한 여직원의 허벅지를 만졌다.

그 여직원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지만 조폭같아보이는 남자들의 인상 때문인지 아무도 도와주려 나서지 않았다. 그나마 이 곳이 여자들의 단골집이였기에 주인아저씨가 왜 그러시냐고 나서기는 했지만 옆에 앉은 조폭같은 녀석이 뭘 보냐고, 남자랑 여자랑 밀당하는거 처음보냐고 소리치자 여자들쪽으로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른 한 녀석이 이번엔 여자의 엉덩이를 쓰다듬었고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낮선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아저씨들. 조용히 돌아가시지. 여자들이 싫어하잖아.”

“뭐야. 이건... 워~ 이 언니가 더 쎄끈한데. 왜, 언니가 대신 좀 놀아줄텐가?”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니 여자가 봐도 정말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고 서 있었다.

“어떻게 놀아주면 되는데?”

“이야. 이 언니 화끈하니 말이 좀 통할거 같네. 기왕이면 몸도 좀 통해보자.”

하며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던 남자가 일어나 손을 대려하자 순간적으로 남자의 팔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어때 몸도 잘 통하지? 우리 호흡이 척척맞는데. 어디 더 해볼까?”

재밌다는 듯 미소짓는 스키니진 그녀에게 남아 있던 두 녀석이 동시에 달려들었고 그녀는 또 순간적으로 그 둘의 팔을 꺽어 바닥으로 밀어버렸다. 그녀가 양팔로 두 녀석을 짓누르고 있는 사이에 먼저 내동댕이쳐졌던 녀석이 벌떡 일어나 테이블 위의 소주병을 들고 그녀쪽으로 달려갔다. 여자들이 그녀에게 뒤를 보라며 위험을 알렸지만 그녀는 두 녀석을 제압하느라 그대로 당할 것 같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검은색 구두발이 날아와 소주병을 든 녀석의 면상을 걷어찼다. 매끈한 검정색 슈트를 갖춰입은 남성이였다. 슈트의 남자는 녀석의 손목을 꺽어 들고있던 소주병을 바닥에 떨어지게 한 뒤 녀석의 무릅 안쪽을 걷어 차 그대로 무릅을 꿃게 만들었다.

“무슨일이야?”

슈트의 남자가 두 녀석의 팔을 꺽고 있는 그녀에게 묻자.

“보면 몰라? 치한 교육중이잖아.”

하며 슈트입은 남자를 향해 잉크를 했다.

“내가 좀 늦었지? 이 동네 주차할 대가 너무 없더라구 멀리 대고 오느라 늦었어. 그나저나 애들 팔 좀 풀어줘라. 피 안통해서 죽으려그런다.”

스키니진 여성이 팔을 놔주자 두 녀석은 무릅꿃고 있는 나머지 녀석을 데리고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여자와 일행은 두 사람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몇 번을 고개숙여 인사했고 그 둘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며 오히려 여자들에게 놀라지 않았냐며 안정을 시켰다. 여자의 일행 중 제일 고참인 언니가 감사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하자 슈트의 남자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잘 됬군요. 그럼 저는 괜찮고. 여기 이 미인분만 좀 부탁드립니다. 사실 좀 전에 급한 연락을 받고 저녁식사 함께 못 할 것 같다고 말하려고 들어오던 참이였거든요.”

“무슨 급한 연락?”

“지금은 좀 그렇고 다녀와서 말해줄게. 어때 나 없어도 이분들이랑 식사 괜챃지? 곱창 먹고싶다고 했는데 혼자 먹기도 그렇잖아?”

“어머, 그러시군요. 걱정말고 일보세요. 여자들끼리 맛있게 먹을테니까요.”

고참언니가 말하자 스키니진 그녀는 고맙다며 합석을 했고 슈트의 남자는 그렇게 사라졌다.

여자들은 다시 소동전의 주제인 남자들의 여성신체 훔쳐보기에 대해 얘기를 해나갔고 슼니진 그녀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언제나 변태같은 남자들과 맞서 싸워줄 것 같던 그녀의 입에선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끌리면 보고 싶어지는게 인간의 본능이고 그 다음은 가지고 싶어지는 거라고 말했다. 여자들이 맘에드는 옷이나 가방을 발견하면 계속 보고 싶고 결국에는 가지고 싶어하는 것과 남자들이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계속 보고 싶고 결국엔 자고 싶어지는 것이 별 차이 없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금전적인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예쁜 물건에 시선이 가듯 남자들도 예쁜 여성의 신체에 시선이 가는건 본능에 의한것이라는 것이다. 단지 사회적 시선과 체면 때문에 대놓고 못 보고 슬쩍 훔쳐보는거라고. 그녀가 여자들에게 물었다. 잘생기고 멋진 호감가는 남자가 자신을 쳐다볼때의 기분은 어떠냐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그 때는 싫지 않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단지 별로인 남자들이 쳐다보는게 싫었던거였다. 그녀는 멋진 남자든 못생긴 남자든 자신을 훔쳐보는것에 대해 이해하며 싫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예전에 자신도 여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남자들을 이해하므로 그들이 자신을 보며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거였다.

여자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못생긴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게 느껴지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 있냐고 묻자 그녀가 빙그르 미소지으며 돈이 없어서 당장 살 수는 없지만 예쁜 명품 가방이 보고싶어서 샵에 갔는데 살거 같지 않은 손님이 눈에 거슬린 직원이 ‘넌 이런 가방 살 돈도 없잖아’ 라는 눈 빛으로 잡상인 보듯 대한다면 기분이 어떨거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자들은 자신들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그 때 참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슬펐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자들이 호감가는 여성을 뒤에서 훔쳐보다가 그 여성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여성이 기분나뿐 투로 째려보면 비슷하게 상처받는다고 했다. 그래도 싫은 남자에게 억지로 웃어 줄 필요는 없지 않냐고, 그랬다가 그 남자가 오해라도 하면 더 골치아프지 않냐고 여자들이 묻자, 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다.

웃어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는 거다. 남자들이 보면 자신이 이뻐서 보는구나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인데 남자 스타일 따져가며 예민하게 굴 필요 없다는 것이였다. 그 남자가 당장 어떻게 하자고 덤비는 것도 아니고 혹여나 사귀자고 한다면 그 때가서 싫다는 의사를 밝히면 되는데 지레 혼자 생각하고, 미리 선을 긋고 오바하는게 더 볼쌍사납다고 말했다. 누군가 여자들에게 비싼 명품가방을 쳐다도 보지 말라고 말한다면 어떻겠냐고. 그녀의 결론은 남자들이 쳐다보면 내가 이뻐서 그러나보다 생각하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여자들의 유니폼에 몰래 이상한 짓을 한다거나 아까의 남자들처럼 싫다는 여자에게 억지로 치근대는 것을 절대 안된다고 구분지어 말했다. 그러건 엄밀한 범죄고 그냥 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자들은 그녀가 너무 멋져보였다. 찌질한 남자들에게 까지도 관대한건 그녀가 가진 매력와 자신감 때문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여자도 그녀처럼 쿨하고 멋진 여성이고 싶었고 그녀와 친해지면 자신도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여자들의 만류에도 쿨하게 자신이 계산을 한 뒤 상담할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갔다. 명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로망 에이전시 대표 부르르’

그리고 다음날 여자는 ‘부르르’라고 하는 그녀를 퇴근 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어제는 다른사람들 때문에 말하지 못했지만 왠지 그녀라면 좋은 해결책을 알려줄 것 같았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그녀가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빨간색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자칫하면 속옷이 보일 것 같았다. 여자같으면 사람들 시선 때문에 치마단을 내리며 조심스러워했겠지만 그녀의 앉은 자세는 너무도 당당해 그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언니가 먼저 오셨네요. 제가 늦은건아니죠?”

“아니, 나도 금방 왔어요. 뭐 마셔야죠?”

그녀가 묻자 여자는 자신이 사겠다며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주위의 남자들이 그녀의 허벅지를 힐끔거리는게 느껴져 여자가 말했다.

“언니, 남자들이 자꾸 언니 다리 훔쳐봐요.”

“뭐 어때요. 본다고 닳는것도 아니고.”

“그래두요. 정말 기분 안빠요?”

“기분 나쁘긴요. 내 스스로 다리에 자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입은거고, 남자들이 쳐다보니까 기분 좋은걸요.남자들은 냉정해요. 예쁘지 않으면 외면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자들이 나를 봐야 그 기를 뺏어올 수 있어요.”

“기를 뺏어요?”

“그래요. 기를 뺏죠. 남자들은 여자의 특정 신체부위를 보거나 야릇한 상상으로 흥분하면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한 기분이 드는데 그 순간 기가 빠져나가죠. 빠져나간 기는 그들의 시선을 타고 옮겨져 내 다리를 통해 내 몸속으로 들어오죠. 그럼 내 몸에 묘한 긴장감이 생기는데 그 긴장감이 내 몸을 탄력있고 어려지게 만들어요. 그런 경험 해본적 없나요?”

“그러고보니 저도 있었던거 같아요. 그럼 그게 기를 뺏어 오는거였군요.”

“맞아요. 미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사실이라고 믿어요. 내 몸이 그걸 느낄 수 있거든요. 한번 해볼래요?”

“네?”

“고개는 돌리지 말고 눈동자만 오른쪽으로 돌려봐요. 거기 원빈 닮은 멋진 남자가 보일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정말 멋진 남자가 그녀들 쪽을 힐끔거리며 보고 있었다.

“보...보여요. 되게 잘생겼다.”

“저 남자를 찌릿하게 만들어서 기를 느껴봐요.”

“네? 어떻게요.”

“저번에 보니까 당신, 꽤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지고 있더군요. 하지만 지금의 앉은 상태로는 당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없죠.”

순간 테이블 위에 있던 진동기가 커피가 준비되었음을 알렸다.

“커피 나왔나봐요. 제가 가지고올께요.”

“내 말 잘 들어요. 커피를 들고 와서 쟁반 채 그냥 놓지 말고 엉덩이를 최대한 저 남자 쪽으로 내민 뒤 천천히 커피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놔요. 커피를 놓을 때 살짝 골반을 좌우로 움직여봐요 그리고 허리를 많이 숙일 수록 당신의 엉덩이를 보고 있는 저 남자의 목이 더 타들어 갈꺼예요. 당신은 저 남자의 기를 다 빨아들일 수 있는 너무도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지고 있어요.”

“너무 부끄러워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요. 자신의 끼를 믿어봐요.”

커피를 가지러 가면서 여자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는 너무도 설득력있게 들렸고 지금 여자의 머릿속은 옆 테이블 남자의 시선을 끌어오는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커피를 받아온 뒤 내려 놓으며 청바지속 엉덩이를 그 남자 쪽으로 최대한 내밀어 보았다. 그 순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남자의 시선이 자신의 엉덩이로 향하고 있고 그 시선을 따라 흘러들어온 남자의 기운이 엉덩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간 다리가 후들거려 쟁반을 떨어뜨릴 뻔 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의자에 앉았는데 엉덩이를 타고 들어온 남자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에 전율이 느껴졌다.

“저 남자, 당신 엉덩이에 완전히 꽂혔는걸. 느껴지지 않았나요?”

“느... 느껴졌어요.”

“어때요. 지금. 저 남자의 기운이 온몸에 가득 느껴지지 않나요?”

“맞아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는데도 마치 저 남자가 내 몸을 만지고 있는것만 같아요.”

“전기가 통해서 감전된거 같죠?”

“네. 그래요. 정말 신기해요. 언니 말대로 저 남자의 시선을 타고 기가 전해진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뭐 아무려면 어때요. 느낄 수 있다는게 중요하죠. 남자의 기를 빨아들이는 느낌 어때요?”

“온몸에 피가 빨리 돌면서 긴장감이 흐르는게 묘한 느낌이예요.”

“그 맛을 알았으니 이젠 점점 더 남자의 기를 받고 싶을 거예요. 분명한건 이런일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는 거예요. ”

“제가 음탕해지는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요. 남자들이 여자에게 홀리듯 남자를 홀리고 싶은 욕구도 여자에겐 본능인거예요. 그 동안 여자들은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규범에 억눌려 성적 욕구를 표현하는걸 죄악처럼 생각하도록 교육받아 왔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가요?”

“모... 모르겠어요. 혼란스럽네요.”

“처음엔 그럴꺼예요. 오랫동안 머리에 박혀있던 생각이 바뀐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죠. 하지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남들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는거예요. 무슨 범죄를 저지르는것도 아니잖아요. 남자의 시선을 빼앗고 기를 느끼는게 죄는 아니죠. 남자들이 여자를 보는게 죄가 아니듯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는 옷을 입을 때 조금 더 자신의 매력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봐요. 사는게 즐거워질꺼예요.”

“남자들의 시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받아들여라. 그거죠?”

“맞아요.”

여자는 왠지 자신이 그녀를 점점 닮아가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남자들의 기를 빼앗다보면 그녀처럼 당당하고 더 매력적인 여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무슨 고민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오늘 조부장에 대해 말하려 왔었다는게 생각났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사실 언니에게 상담할 일이 있거든요.”

여자는 조부장에 관한 자신이 아는 모든 내용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의견을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네요. 얼마나 욕구를 참을 수 없었으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물론 저도 조금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지금도 제 옷에 사정하면서 흐릿하게 풀린 조부장님의 눈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제가 남편이있는 유부녀인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남자들이 여자에게 끌릴때 그 여자가 유부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처녀는 임자가 없어서 끌리는거고, 또 유부녀는 남의 것이기 때문에 끌리는 거죠. 여자들도 안정되 보이는 유부남에게 많이 끌리잖아요. 끌리는데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요. 그저 본능에 이끌리는 거죠. 조부장이라는 사람도 본능에는 어쩔도리가 없었을거예요. 당신은 치명적으로 매력적이니까요. 당신을 보고 끌리지 않는다면 숫컷이 아니죠. 특히나 당신의 매력적인 뒷태 그리고 엉덩이라인을 보고서 말이죠.”

여자는 그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여자의 워너비인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자신을 보며 그런 행동을 한 조부장도 자신의 매력에 빠져버린 한 명의 숫컷에 불과하며 그 스스로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여자 자신의 매력이 대단한거였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그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정말 제가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왜 이래요. 본인도 잘 알면서. 여기에있는 남자들 아까부터 계속 그쪽만 훔쳐보고 있는데 못 느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나니 왠지 그런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이곳 모든 남자들의 기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파르르 떨리며 전율이 느껴졌다. 기를 빨아들이는 기분이 이런것이구나 또 한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럼 언니의 의견도 조부장님 일은 신랑 말대로 다른 사람이 발견할때까지 그냥 두라는 거군요.”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네? 다르다뇨? 사람들에게 알릴까요?”

“아니. 그런뜻이 아니구, 이걸 말해도 되나 모르겠네.”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당신에게 좋은 쪽으로 이용해 볼 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그 사람 회사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면서요? ”

“저에게 좋은 쪽으로요? 설마. 부장님이랑. 아니겠죠?”

여자는 혹시나 누가 들을까봐 작은 소리로 물었다.

“본인이 원한다면 나쁠 것도 없죠. 강제로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합의하에라면 문제될거 없을거 같은데.”

“언니, 지금 무슨 소리하고 계신거예요? 저는 결혼한 여자라구요.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주란 말씀이세요? 그 분이 아무리 기러기아빠고 불쌍해 보인다고 해도 그런건 아니잖아요. 언니에게 실망이예요.”

여자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얘기하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난 자주라고 말한적 없는데.”

“네? 그럼 무슨 뜻이예요?”

“자. 일단 진정 좀 해. 너무 흥분했어 지금.”

“무슨 뜻이냐니까요?”

“너무 앞서가지마.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자라고 얘기한 적 없어. 그냥 그 사람이 지금 간절히 원하는걸 하게 해주라는거야.”

“자는게 아니면 간절히 원하는게 뭐죠?”

“페티쉬라고 들어봤어?”

“알아요. 남자들이 여자 스타킹 같은거 좋아하고 그런거 말하는거죠. 회사 언니가 그러는데 쓰레기통에서 스타킹이 없어지는걸 보면 그 사람 페티쉬가 분명하다고 했어요.”

“어설프게 알고 있네. 내가 정확하게 알려줄게. 페티쉬란 어느 특정 부분에 집착하는 걸 의미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페티쉬 성향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여자들도요?”

“그래. 여자들도. 당신은 남자의 외모를 볼 때 제일 먼저 어떤 걸 봐? 솔직하게 말해봐. 나같은 경우는 턱선을 먼저 보거든.”

“저는 어깨요. 남자의 넓은 어깨를 보면 설레더라구요.”

“그런걸 페티쉬라고 하는거야. 내가 남자의 얼굴 턱선 페티쉬라면 당신은 넓은 어깨 페티쉬야. 이런식으로 남자들도 여자 신체의 특정부위에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엉덩이에 집착하면 엉덩이 페티쉬, 다리에 집착하면 다리 페티쉬가 되는거지. 물론 엉덩이의 골반 라인에서부터 다리까지 함께 좋아할 수도 있어. 많은 남자들은 여자의 스타킹에 끌리는 이유는 스타킹이 여성의 골반,엉덩이, 허벅지,종아리 그리고 발까지 모두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야. 여성이 벗어 놓은 스타킹에는 이 모든 체취가 남아 있거든. 그래서 페티쉬 성향은 복합적으로 나타나. 발 페티쉬인 사람들은 여성의 발 뿐만 아니라 스타킹, 양말, 그리고 하이힐이나 부츠까지도 함께 집착을 하게 되는거지. 당신은 남자들 엉덩이는 어떻게 생각해?”

“물론 예쁘게 튀어나오면 좋겠지만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요. 우리 신랑도 엉덩이엔 살이 거의 없거든요. 하지만 어깨는 굉장히 넓어요.”

“재미있는 거 알려줄까? 통계에 따르면 이성을 볼 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주로 본다는거야. 당신처럼 엉덩이가 발달되고 어깨가 좁은 사람은 이성을 볼 때 엉덩이보다는 넓은 어깨를 선호하게 되고 나처럼 얼굴이 계란형인 사람은 남자의 각진 턱선에 끌리게 된다는거지.”

“와. 신기해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거 같아요.”

“그와 반대로 호감가는 이성의 얼굴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선호한데. 항상 거울로 보는 자신의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 이성에게 호감이 간다는 거야. 그래서 남이 보기엔 별로 안 예쁘더라도 자신의 자식이나 손자를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거지. 참 재밌지 않아?”

“언니는 참 아는것도 많은거 같아요. 다 공부하신거예요?”

“책에서 읽은 거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 조부장이란 남자의 그런 페티쉬 욕구를 충족시켜주라는거지. 당신이 그를 흥분시키면 시킬수록 그 사람은 당신에게 더 집착하게되고 당신의 부탁은 왠만해서는 거절하지 못할꺼야.”

“어떻게 하라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씩 조금씩 당신을 보여줘.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조부장만 볼 수 있도록. 조부장 앞에서 유난히 엉덩이를 더 내민다든가. 치마 속에 있는 가터벨트같은걸 살짝 보여주는거야. 물론 조부장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해. 되도록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그리고 책같은걸로 본인의 얼굴을 가려준다면 조부장이 마음놓고 당신을 볼 수 있겠지.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조부장이란 사람의 머릿속엔 온통 당신 생각들로만 가득차서 가슴앓이를 시작할거고 상상속에서 수차레 당신을 간음할거야.”

“어떻게 그래요?”

“아까 나랑 한 얘기들 잊었어? 그냥 당신은 한 남자의 기를 뺏어가는거 뿐이야. 그 사람은 사회적 체면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섣불리 당신에게 덤비거나 하지는 못할꺼야. 그런 사람이였다면 몰래 훔쳐보는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작업을 걸어 왔겠지.”

“그냥 그렇게 자극만 해주면 그 사람이 내 편이 되준다는건가요?”

“그래. 그 사람이 들을 수 있게 고민같은걸 슬쩍슬쩍 흘려. 그러면 그 남자는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서 안달할거야. 지금은 그 사람 머릿속에 여러 여직원들의 모습이 골고루 자리잡고 있젰지만 어느순간 부터는 온통 당신만 생각하게 되는거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고 그냥 조부장이란 사람의 기를 빼앗아야겠다 이렇게만 생각해.”

“하지만 조부장님을 떠올리면 그 날 밤 그 풀린 눈동자가 떠올라 그럴마음이 생길지 모르겠어요.”

“원래 좋은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 사람이 당신에게 잘해줬던 일들을 떠올려봐. 언제 그 사람이 존경스럽게 느껴졌지?”

“말단 사원들에게까지 존칭을 써주시고 화를 잘 안내시고, 아 맞다. 전에 제가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려서 선배에게 혼나고 있는데 조부장님이 오셔서 실수 할 수도 있다며 제 편을 들어주신적이 있어요. 그 땐 정말 우리 아빠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봐. 그런 좋은 기억들이 있잖아. 조부장이란 사람은 원래 좋은 사람이야. 단지 성적인 해소가 안되니까 약간 안좋은 방식으로 해소하려한 죄밖에 없어. 당신을 생각하며 자위를 한다고 해서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헤를 끼치는건 아니잖아.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른 여자를 생각하며 자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결혼을 한 남자라도 말이야.”

“결혼을 한 남자들도요? 사춘기 때 그런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설마 결혼해서까지.”

“아마 당신 남편도 그럴걸. 길에서 우연히 본 여자의 뒷모습에 흥분해서 당신과 자는동안 그 여자를 떠올렸을지도 몰라.”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신랑이 얼마나 보수적인데요. 다른 여자는 쳐다도 안본다구요.”

“조부장이란 사람을 보구서도 그런말이 나와? 조부장과 당신 남편이 뭐가 다를까? 겉으로보기엔 둘다 보수적인거 같은데. 원래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겉으로 깨끗해보이는 사람이 본능적으로는 더 억눌려있고 조그마한 틈만 생긴다면 욕구가 화산처럼 터져나오기 쉽다구.”

“그래도 우리 신랑은...”

순간 여자는 자신에게 조부장의 흔적이 뭍어있는 유니폼을 입어보라고 말할 때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던게 떠올랐다. 그녀가 말한 내용대로라면 남편도 조부장처럼 자신의 본능적인 욕구를 억누르며 사회적 관습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단지 아내에게 그걸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언니 얘기를 듣고보니 우리 신랑도 그럴 수 있겠네요. 우리 신랑도 나 몰래 어디가서 그러면 어떻하죠? 그 사람도 해소할 곳이 필요하단 말이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당신 신랑이 가장 걱정하는게 뭐라고 생각해?”

“걱정하는거요? 내가 실망하는거?”

“맞아. 바로 그거야. 본능을 감추고 억누르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혹여나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야. 사실 어쩔 수 없는 본능인건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여자의 엉덩이라도 쳐다보면 변태라고 매도하고 손가락질하잖아. 마치 자신은 성인군자인것처럼. 그런식으로 욕망을 억누르고 살다보니까 수 많은 범죄들이 나온거야.”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편 사랑하지?”

“네. 당연히 사랑하니까 같이 살죠. ”

“답은 간단해. 남편도 평범한 남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주는거지. 오늘이라도 당장 가서 진지하게 대화를 해봐. 나는 당신을 사랑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니까 다 말해보라고. 남편이 순순히 다 얘기할 때 놀란다거나 혐오스러운 듯 바라보지마. 그랬다가는 강하게 부정하면서 자신을 더 깊숙이 숨길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남편도 똑같은 남자다 하고 받아들여. 그러면서 남편의 성적 성향을 알아내봐. 생각했던거보다 더 충격적일 수도 있을거야. 하지만 다 이해한다고 말해줘. 그리고 받아들여. 어떻게 하면 같이 그런 욕망들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지 노력해봐. 그러면 둘 사이에 숨겨진 벽은 없어지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될거야. 남편과 얘기한 후에 나에게 알려줘. 내가 도울 수 있을거야.”

여자는 조부장에 대한 상담을 하러 왔다가 남편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남편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해하겠다고, 그리고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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