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21)

말을 꺼냈으면 마저 잇지..

남편은 조용히 들릴랑 말랑 ‘끝까지..’라고 주억거린다.

키득... 

뭔진 몰라도, 그런 남편이 약해보인다는 귀여운 생각에-

주연은 그의 볼을 어루만져주며 가볍게 입을 맞춘다.

“호호.. 뭘까, 우리 멋쟁이 서방님~? 무엇땜에 이렇게 서운하셔서..”

“아니라니까~ 그냥.. 그 때 널 안던 그자식이 너무 부러워서 하는 말이야”

“...... 즉, 제가 성민씨랑 그럴 때.. 질투를 느꼈어요..?”

“그런 셈이지.. 얼마나 질투가 나고 기분이 이상하던지..”

“.......... 그래요..”

주연도 남편 몰래 가벼운 한숨을 짓는다.

.........

그렇게 후회할 사람이, 그때 왜 그렇게.. 쉽게 친구들 승낙을 받아들였어요?

잠깐 스쳐지나갔던 그 시간도.. 이렇게 아파할꺼면서..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은 몸을 섞으면서,

마치 작은 고해성사라도 하듯~ 성민과의 사이에 있던 일을 훌훌 털어놓기로 했다.

깨작 깨작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작은 것도 한번쯤 되짚어보기로 한다.

주연은 남편의 노골적이고 낯뜨거워지는 질문에도..

천천히 가쁜 숨을 쉬며 상냥하게 대꾸해주었다.

세 번, 네 번째로 이어지는 정사.

오늘 열 번 채운다더니, 네 번째까지 뜨겁게 정열을 불사르던 현서...

마지막 한방울의 정액까지.. 아내의 축축한 몸 안에다 모두 부어 넣고는,

그대로 추욱~ 침대 위로 늘어지는 것이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주연도 살짝, 몸을 뒤틀어 남편 옆에 눕는다.

곧이어 몇초 지나지 않아, 아무 기척이 없길래 의아한 그녀.

웬걸.. 드르렁~~~ 드르렁~~~ 

신나게 코를 골며 남편이 잠에 빠져든 것 아닌가?

맙소사.. 깔깔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이는, 미쳐 내가 정말.. 빼지도 않고..

퐁~ 그제야 오랜 시간 동안, 남편과 아내를 이어주던 결합부가 분리된다.

아팟... 

너무 오래 몸 안에 틀어박혀 있어서인지,

의외로 그의 분신을 조심스럽게 꺼내자.. 보지가 얼얼했다.

빨갛게 부어오른 자신의 음순을 들여다보며, 주연도 멋쩍게 웃는다.

조용히 타월과 티슈를 가져와 남편의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닦아주었다.

에고...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대로 잠까지 들까..

오늘 하루 내내 직장에서 시달리느라 피곤했을텐데,

아내와 사랑까지 나누느라 심신이 지쳤을 것이 틀림없다.

고마운 생각이 들어 남편의 몸을 스슥- 손바닥으로 만져준다.

따듯하게 샤워물에 몸을 맡기면서, 문득 생각해본다.

남편이 아까 관계중에 하려던 말이 왠지 짐작가는 것이다.

단 한가지, 자신이 했던 말이 신경쓰인다고 했는데..

그 말? 

“끝까지 닿았어..” 라는 말이 아닐까?

쏴아아아.......

개운하게 몸을 적셔주는 장대비 속에서 생각한다.

나도 참.. 진짜 별것도 아닌 이런 일로 신경을 쓰고..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남자들은 신경이 쓰일까?

아무 의미도 없는.. 섹스 중에 무심결에 뱉은 말인데..

나 알아요, 바보..

말을 꺼내지나 말지, 입 모양으로 다 보였어..

끝까지 닿았어.. 라는 그 말이죠?

그건 그냥, 관계중에.. 많이 흥분해서 혼자 떠든 소린데..

쏟아지는 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전신을 적셔주는 가운데, 

주연의 머릿속은 대수롭지 않은 고민에, 오히려 잠기고 있었다.

참, 현서씨도 실없게.. 후훗..

-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성민과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한 날...

어찌 이렇게 달갑지 않은 시간은 일찍 다가오는지?

잠시 잊고 있던 악몽같았던 시간이 바로 오늘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악몽이 될 수도 있고..

제 3자가 아닌 당사자가 느낄때는 또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주연은, 아침 출근길에 남편의 차를 타고 같이 시내로 나왔다.

쉽사리 남편과 마주 잡은 손을 떼지 못하고...

마치 이 순간이 기나긴 이별을 예비하는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떨어지지 못하는 두 사람.

출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오래 있지 못하는데도,

현서는 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아내의 깊은 눈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연도 역시 마찬가지다.

“쿡쿡, 어쩌려고.. 이래요..?”

“.... ㅎㅎ 내가 뭘..”

“시계를 봐요, 지금 여덟시 반이예요~”

“알아.. 가야지..”

“뭐가 그리, 미련이 남으셔요?”

“......... 아니야”

“어서요, 차 막혀요 여보..”

“주연아”

“네... 현서씨”

“너는 나를.. 믿지?”

“ ? 생뚱맞게.. 호호.. 당연히 여보야를 믿죠..

제가 우리 낭군님이 아니면, 세상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왜~ 넘치잖아~?~ 처제, 처이모, 엄마 등등..”

“푸핫! 뭐예요... 우리 가족 식구들 말구~~”

“하하. 시원하게 웃으니까 보기 좋다..”

“응~ 덕분에, 아까는 조금 억지로 웃었는데, 이제 긴장이 마니 풀렸어요”

“그래? 지금 좀 편안해?”

“예... 괜찮은 것.. 같아요”

마주 잡은 손이 살며시 떨리는 걸 느끼며..

서로 주고 받는 내용과는 정 반대로,

손을 떼려하자, 오히려 드드드드... 드릴처럼 떨리는 남편의 손이었다.

그 모습에.. 주연도 아연실색하며

서둘러 남편의 땀이 찬 손을 다시 잡아주는 것이다.

“괜찮아.. 너무 긴장을 많이 하면 원래 이래”

“무슨..... 이런 적이 달리 언제 있었다고, 이래요?”

“아니래두~ 니가 날 몇 년씩이나 봤는데?”

“어멋,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서운하게...”

“..... 쩝, 미안해.. 내가 너무 신경이 서있나보다”

현서는 진짜로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얼마나 많은 긴장으로 가슴속이 꽉 차 있을까?

이렇게 사랑하는 소중한 와이프를..

암덩어리 세포가 드글드글 넘칠지 모를, 짐승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아무리 의연하게 떨치려 해도 견디기 괴로운 일이다.

자꾸만 애꿎은 성민을 향한 저주만 퍼붓게 된다.

“갈게”

“응... 저기, 여보!”

“... 응?”

“아까, 저보고 당신을 믿냐고 하셨잖아요.

... 당신도 저를, 믿으시는 거죠..?”

“...........”

현서는 가만히 웃더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을 안하지?

의아하게 바라보는 아내를 뒤로 하고,

부우웅~ 많이 늦은 출근시간을 재촉하며~ 멀어져갈 뿐이다.

뭘까..

마지막에 보였던 그 의미심장한 미소는?

주연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척 다정했던 현서가 헤어지는 그 순간에, 말을 아끼며 웃음으로 대신하자..

더욱 마음이 미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주연의 옷차림은 성민이 주문해온 그대로다.

토요일 오후, 현서와 성민이 나눈 톡 내용을 참고한 것이었다.

느닷없이.. 그 날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나와달라는 것이다.

주연과 현서는 동시에 액정을 보며, 어떤 스타일일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에이~ 이건 너무 무난하잖아?”

“음.... 이런 옷은 보기 흔한데..”

“ㅋㅋ 이 새끼는 변태라서..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집착하는 모양이지~”

“호호호~ 너무했어요~ 여보.. 깔깔”

“아니 정말이야, 아무거나 입고 나온들 지가 뭔데..”

성민은 주연의 색상과 컨셉을 간결하게 요구했다.

화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짙은 갈색 파스텔톤의 미니 스커트.

그리고 상의는 생동감 있는 컬러의 노란색.. 폴라 티셔츠를 입으라는 것이다.

브라운 계열의 치마와 상의는 주연도 좋아해서,

평상시 집에 몇벌 배치해두고 있었는데..

꼭 고급스런 느낌을 주면서도 색감이 따스한 상의를 입고 나오란다.

참 특이한 사람... 별걸 다..

뒷담화까지는 잘 하지 않는 주연도, 그의 취향을 수용하며 약간 불평을 한다.

그것 덕분에 제법 값비싸게 주고.. 

짙은 은행잎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예쁜 폴라 티를 샀기 때문이다.

이거~ 비싼 거라구우~? 

안 이쁘다고 하기만 해봐라.. =.=

그런 귀여운 생각을 하며,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벌써 아홉시 정각인데...

이 이는 안 늦게 도착했을려나?

핸드폰 액정을 불안한 듯 어루만지고 있다.

주연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딜까.

분당구 정자동의 조용한 까페 골목 언저리였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일단 아침에, 브런치와 커피를 함께 하자는둥...

아침부터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성민의 요구.

현서는 불평을 하면서도, 아내를 그곳까지 데려다준다.

참고로 현서와 주연의 신혼집은 서울 송파구 삼전동.

직장이 논현동인 현서는, 아내를 위해..

일부러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와, 역방향으로 그녀를 데려다 준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테니 그러지 말라고 말려도..

꼭 데려다 주고 싶다고 우기는 통에, 그러라고 했다.

“그나저나... 왜 안와..”

약속시간을 넘긴 시각.

오전 9시 15분이 되자 주연은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높은 힐을 신고 왔더니 발목이 조금 아프다.

그 와중에, 아까부터 응큼한 남자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멋진 그녀의 옷차림에 여러번 작업을 걸었던 것은 작은 소득(?)이었다.

160대 후반의 큰 키에, 글래머러스한 체형.

가슴은 풍만하지만 아래로 쳐지지 않고..

결혼만 했을 뿐, 아직 처녀시절의 몸매 그대로라서,

결혼 반지만 없으면 전혀 유부녀인줄 모를 정도로~

주연의 팽팽한 몸매는 늘씬하고 보기 좋았다.

빨간색의 다소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브라운 스커트와 어울리기 위해 살색 스타킹을 신었다.

역시 성민의 희망사항대로, 밴드 스타킹이다.

약간 흘러내릴 기미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평소엔 잘 착용하지 않는..

하얀색 가터벨트까지 그 위에 입었다. 

아름답다.

신체 비율도 워낙 좋고, 옷걸이도 훤칠한 주연.

무난한 길이의 스커트를 입었지만 굽이 조금 높아서,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도 짧아 보였고

그와 반비례해서 그녀의 예쁜 다리는 더욱 길게 느껴진다.

세련된 의상의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렇게 까페 상권 주위에 서 있으니..

근사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자태를 자아낸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여인의 길게 찰랑이는 갈색 머릿결이 은은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어려보이는 대학생 하나가 쭈빗 쭈빗 거리면서..

먼 발치에서 침을 흘리며 주연의 고운 맵시를 훔쳐보다가,

용기를 내어 다가와 연락처를 따려 했다.

진땀을 흘리며 정중하게 거절하며 웃어준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길,

이 망할... 사람이 얼른 안오니 자꾸 나만 난처해지네..

라고 조그맣게 성민의 흉을 보고 있었다.

아! 진짜...

아홉시 이십 오분인데..

오래 이어진 기다림의 끝에, 조금씩 뇨기가 느껴져 화장실에 가고 싶은 그녀.

살짝 섹시한 허벅지 사이를 배배 꼬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때마침 빵빵~ 클랙슨이 울리며 누군가 다가온다.

뭐야.. 시끄럽게..

규모가 제법 큰 벤츠 S 클래스 차량이었다.

자꾸 빨리 안 비껴가고 자기 근처에 과시하는 것처럼 근처를 어슬렁댄다.

뭐야 이 놈은? --...

주연도 괜시리 그 차의 존재가 부담되었다.

가뜩이나 짙은 선팅으로 차체 내부도 안보이는 차인데..

흠.. 차는 좋네..

여하튼 기분이 왠지 찜찜해서,

저도 모르게 차에서 조금씩 멀리 떨어지려는데..

그때, 벤츠의 운전석 문이 덜컥~ 열렸다.

..... 어?

“오래 기다리셨죠, 주연씨?”

“...... 성, 성민씨..?”

“하핫~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수원에서 출발하는데.. 차가 많이 막혔어요..”

“......... 괜찮아요..”

“왜 그러고 멀거니 서 있어요?

자~ 일단 어서 탑시다 ㅎㅎ”

“이거.. 성민씨 본인 차.. 맞아요?”

“예? 맞는데요..

뭘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저를 보세요.. 하하~”

“...... 아니예요..”

“자~ 어서 타십시오~”

“네.. 실례하겠습니다..”

이거, 정말이야?

남편 말로는... 집도 가난한 사람이라고 분명 그랬고,

자가용도 있을 턱이 없을 거라고 혼잣말로 그랬는데..

주연은 옆에 앉아 있는 남자가 왠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지난번 자신의 집에서 보았을 때에 비해서 말이다.

차나 재산 같은 것에 크게 마음을 빼앗기거나 속된말로 아주 환장하는..

그런 된장녀와 같은 부류를, 주연도 같은 여자로서 경멸하는 편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그들과 많이 달라~ 라고 생각하며 잘난척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개념있게 살고 공평한 사고방식은 갖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물질이 사람을 이루는 다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초라하고 불쌍하게만 알았던 사람이, 지금은 너무나 다른 사람으로 여겨져서 당황스러웠다.

이건 뭔가를 분명히 숨기고 있는 비밀스런 설정일거야.. 나를 놀래켜 주려 한다거나..

그렇게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채우며~

주연은 조수석에 앉아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가다듬었다.

행여나 치마가 너무 짧거나, 스커트 내부의 속옷이 보이지 않도록..

언제 성민이 자신의 몸을 넘볼지 모르기에.. 스스로 철통같은 면모를 보이려는 것이다.

두근 두근 떨리는 그녀의 마음을 뒤로 하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성민의 차가 요리 조리 많은 차들을 솜씨있게 제치고 앞으로 나간다.

=

46p 길이입니다..^^ 대충 쓰지 않습니다.

제가 3부에서 추천수로 미션 부과를 드린 것 때문에, 죄송한 마음에 되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근에는 가능하면 짧게 짧게 자주 쓰는 추세로 가려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군요.

약속은 지킵니다. 제가 여러분께 요구했으니.. 알맞은 타이밍에 저도 올려야죠.

오랜만에 본편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4부까지의 이야기 흐름과, 독자 여러분들께서 예상했던 추측과 많이 비슷하셨나요?

지난회의 댓글을 보니.. 여러분께서 기대하시는 이야기와, 제가 전개하려는 줄거리 간에

엇나가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제 생각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가지 넌지시 말씀드리면,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복수극'입니다.

그것에 주안점을 두고 보시면 감정 이입도 한결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어느 쪽에 감정을 주입할지는 여러분께서 판단하셔야겠죠 ㅎㅎ

이번회도 추천 매너 있게 참여 부탁드립니다.

적정한 추천수는 850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댓글은 100 개면 됩니다.

현재까지는 저의 전적인 주관으로 모든 스토리가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중심 노선은 유지합니다.

다만 가끔 보면서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식으로 

간혹 가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반영해보고 싶습니다.

늘 독자와 작가가 서로 즐기고 윈윈하는 소라 소설계가 되기를 바라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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