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서는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펼쳐지자,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저 같잖고 건방진 녀석을 반쯤 패죽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이 방 안에 단 둘이 있을..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놈이 어떤 행각을 펼칠지.. 굉장히 궁금하기도 하다.
“주연씨, 거듭 말하지만 나 아까..”
“...... 네..”
“주연씨랑 한번 섹스한 뒤에, 몸에 여운이 진하게 남아서,
정말 아쉬워서.. 아무리 잠자려고 해도 한숨도 못 자고 있었어요..”
“........”
대화내용은 보나마나였다.
아내는 잠결에 자다 깨서, 이게 왠 날벼락인가.. 하고 있을 것이다.
단 한 사람.. 성민만 몸이 달아올라서
어떻게 하면 감언이설로.. 자기 아내를 꼬셔서 한번 더 몸을 섞어볼까..
그런 수작을 부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당장 들어가서 반쯤 흠씬 두들겨 패도 역성이 풀리지 않지만,
흥분된 가슴을 다스리며.. 둘의 대화를 더 엿듣는다.
아내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주로 감미로운 목소리로 (연출인지 분위기를 잡기 위함인지)
성민만이 애틋하게, 감정을 담아 호소하는 분위기였다.
주연은 그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고 있었다.
“........ 그래서..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주, 주연씨.. 아시잖아요.. 제가 이 시간에 굳이 모신 이유를..”
“.........
풋.. 이해는 하고 있어요, 저도..”
“그래요, 제, 제 맘 알고 계신거죠, 주연씨도?..”
“그야.. 알고는 있죠.. 저도 아까전에 실은.. 살짝, 아쉬웠으니까..”
의외로, 고분 고분히 말을 듣던 주연의 반응도 괜찮다.
현서의 눈과 귀가 조금씩 커진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약간.. 심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아내는,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잔잔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침실에 저희 남편이 곤히 자고 있으니까요..”
“네, 네~ 그거야, 조용하게만 하면요.. 어떻게든..”
“........... 호호,
만약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성민씨가.. 책임지실 거예요?”
“그거는.. 꿀꺽..
제, 제가 뭐가 되었든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 미친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현서는 눈에서 불이 튀는 심정이었다.
지금 정황을 보아하니, 아내는 이미 저놈에게 반쯤 넘어가는 모양이다.
순간 허탈한 배신감이 몰려온다.
아무리 가엾고 딱한 처지의 놈이라고 해도..
내가 공식적으로 허락해주는 시간대가 아닌데,
이렇게 은밀한 둘만의 기회를 감히 가지려 하다니...
분노로 몸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작은 방은 문에서 가까운 쪽에 침대가 놓여 있고 안쪽은 평평한 바닥 구조로 되어 있었다.
목소리가 잘 들리는 걸 보니.. 둘은 침대 위에 걸터 앉아 대화중인 것 같은데...
조용히 밀담을 속삭이는가 싶더니, 대화의 흐름이 뚝 끊긴다.
벌써?
몇 마디 건네지 않아, 둘은 작은 합의점을 찾은 듯 싶다.
도저히 문을 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현서는 땀에 젖은 손을 잠옷에 닦은 후,
아까의 성민처럼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쥐고 돌린다.
아아......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은, 능히 짐작은 했지만..
현서에게 있어서는 안되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다정한 연인처럼 꼭 끌어안고
달콤한 혀와 혀의 입맞춤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쪼쫍, 쭈쥽... 소리를 내며..
아내는 수줍음 가득.. 발그랗게 뺨을 적시고 그에게 안겨 있었다.
성민의 품 안에 쏙- 들어가 있는 그녀..
주연은 두려움과 함께 조마조마한 가슴이 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이래도 되나, 겁을 먹으면서도..
작은 설레임도 드러나는 얼굴이다.
“쪼옵.. 쪽...”
“흐흐, 어때요.. 나랑 하니까~ 더 기분 좋죠?”
“......... 몰라요.. 그런 질문은 하지 마세요..”
“흐흐흐.. 쪽~ 쫍! 이래도~?”
“아이... 쫍.. 푸흡..
너무 짖궂게 핥지 말아요..”
혀와 혀가 뒤섞이며 뜨거운 타액과 열기를 교환하는 입맞춤..
그리고 함께 이어지는 믿기지 않는 대화 내용...
현서는 눈 앞의 광경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내 이 연놈들을 그냥..
그렇게 키스만은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큼지막한 주먹에 힘이 꽈악, 들어가며 부르르- 크게 떨리고 있었다.
사실 현서가 모르는 것이지만, 주연이 짧게 성민과 주고 받은 내용이 있었다.
지킬 것은 철저히 지키되.. 키스를 그렇게 간절히 원하니,
어쩔 수 없이 입맞춤까지만 허용한다는 이야기였지만...
그런 내막을 전혀 모르는 현서에게는 어떻게 보였겠는가?
순진한 줄만 알았던, 착한 아내가...
완전히 쓰레기 같은 친구놈에게 바람난 걸로 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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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회에 안내드린대로 출장차 하루 지나서 올립니다.
22일 저녁 기준으로, 4일만에야 추천수 600을 어렵게 넘겼네요..
추천과 댓글은 ‘무료로’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작은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이번 편처럼 술술 읽히는 경우 적은 페이지 같아보일 수 있는데.. 한글 문서 36페이지 분량입니다.
비양심 독자님들, 한가지 아셨으면 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서 글을 올리는 만큼, 여러분도 걸맞는 매너를 보이시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께서 호응하시는 대로, 저도 행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시는 분들께... 그 따듯한 관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5월 1일 저녁)
산호초 작가입니다... 추천수를 보고 고민하다가 글을 수정합니다.
28일에 글 올린지 하루만에 추천 600을 돌파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
긴말은 않겠습니다. 850 에 근접해야 차회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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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2일밤에 남긴글을 보고 세 독자분들께서 쪽지를 주셨습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_-;
예정대로 위의 숫자가 되면 올리겠습니다.
글을 읽을때만 신나고, 내가 안눌러도 누가 눌러주겠지~ 이런 안일한 마인드로 도망가는 분들..
사람 생각이 다 똑같습니다. 다 여러분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독자분들 참여는 꼭 하고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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