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1)

그런데 현서는 달리 성민쪽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외간 남자에게 몸을 내어준 아내를 다정하게 토닥여준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안쓰러워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다.

성민은 그런 친구의 이율배반적인 얼굴을 보고..

무척이나 가증스럽게 느껴져서, 몰래 쓴 웃음을 지었다.

잠시 동안 아내의 탐스러운 유방과 배, 그리고 허벅지에 묻어있던

치열한 정사의 흔적들을 골고루 타월로 닦아주는 남편.

이어서 아내의 붉은 빛 입술과 달달한 키스를 나눈다.

쪼좁.. 쪼옥.. 쫍...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기에 심히 낯뜨거워지는..

부부간의 쪼좁거리는 살가운 키스 소리가 보란 듯이 퍼진다.

그 소리와 광경을 바라보는 친구도, 짙은 미련이 남은 얼굴이었다.

나도.. 저렇게 입맞추고 싶은데.. 젠장, 제기랄..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쳐진 페니스를 휴지로 닦는 일 뿐이다.

실컷 아내의 귀여운 입술을 오물 오물 먹은 뒤, 

쮸우웁... 침을 흘리며 입을 떼내는 남자.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아직 친구는 옷도 입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성민이 너, 왜 그러고 서있냐?”

“으응?...”

“몸이라도 씻던가하지, 왜 옷도 안입고 가만히 보고 있냐구”

“아~ 그야...”

아내를 품에 감싸며, 홀로 떨어진 친구에게 묻는 남자.

그의 품에 안긴 여인도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친구를 보았다.

오호라~? 그렇구만...

씨익 웃는 현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성민을 놀려주고 싶었다.

“아하~ 너.. 아직 미련이 남았구나 그래..

우리 와이프하고 아직, 한번 더 하고 싶은가본데?”

“그게 그게.. 그.. 한번만 더.. 하면 안될까..”

“야 짜샤 좀 크게 말해라, 패기없게 기어들어가지 말고”

“한, 한번 더.. 주연씨랑 하면 안돼??”

주연은 부끄러운 얼굴로 남편의 눈치만 보고 있다.

과연..?

현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다.. 생각좀 해봐야겠는걸..”

“여, 여보..”

“일단 가서 몸을 깨끗이 씻고와”

“왜 굳이 씻으라고..?”

“씻고 나서 다시 즐기든지 다시 생각해보자고”

“그럼, 지금은?”

“햐~ 이 녀석 왜이러지 정말?

야, 너 주연이랑 그렇게 즐겨놓고.. 개념이 없냐?”

“.... 미안해”

“일단 우리 부부도 시간을 가져야하니까, 자리좀 비켜주라”

“으응, 알았어, 미안하다”

병신이 사사건건 미안하다고.. 쫑알 쫑알..

조금 전까지 있었던 진득한 정사의 여운이 아직 머리에 남아,

현서로 하여금 무서운 질투심에 몸서리치게 했다.

아마 성민과 둘뿐이었다면 욕 꽤나 해줬을 것이다.

성민은 별수없이 시키는 대로.. 옷가지를 들고 나간다.

문을 조용하게 닫고 나왔다.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기분도 개운하지 않았다.

꿀꺽..

방금 전 돌아나온 안방문을 다시 달칵.. 조심스레 열어본다.

흐악....

눈 앞에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잡아먹을 듯 모두 금지시켰던 그가..

지금은 콘돔같은 것 없이.. 생 자지를 푸욱~ 힘차게 꽂으며 

아내를 부둥켜 안고, 뜨거운 입맞춤과 펌프질에 빠져있었다.

...........

끼이이..

다시 조용히 문을 닫는다.

-

그날 늦은 밤.

8시부터 시작해서 남편과 남편 친구의 몸을 이어서 받아들인 아내.

몹시 지치고 피곤한 상황에서 부부는 서로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성민은 부부가 따로 마련해준 별실에 누워 잠을 청하는 중이다.

그런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잠도 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오만 잡생각이 그득했다.

제대로 마음 먹은 대로 주연을 취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부터,

이럴땐 이런식으로 진행해볼걸.. 하는 뒤늦은 후회.

그런 여운을 남기며 잠을 설치고 있었다.

씨발... 영 잠도 안오고..

내 집도 아닌 곳에서 이러고 있으려니 죽을 맛이군..

아까 집에 가려던 시간만 해도 차가 끊기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새벽 한시가 지난 상황..

남아 있는 이유도 별것 없었다.

아침이 되면 밥도 차려줄테니,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나 더 하자는 것이다.

썩 내키지 않는다.

친구랍시고 이렇게 초대해 귀한 아내를 품에 안게해준 것은 좋았지만,

그 외의 위압적으로 지시하고 부리는 모습들은..

성민이 예전에 알고 있었던 현서의 옛 모습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 그런 것에 큰 기대도 안했고, 사람의 천성이 어디 가겠냐.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 뒤척.. 고민에 잠겨 몸을 뒤척거리는 남자.

잠시 무언가를 결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벌떡! 몸을 일으켜 방을 나왔다.

“오늘은 우리도 많이 지쳤으니까, 이 쯤에서 그만하자”

“뭐... 그만하자고.. 여기서?”

“으응 그래, 좀 미안하긴 하다~ 기껏 씻고 왔는데 아하하..”

“그.. 그러면..”

“일단 너도 그렇고 우리 부부도 피곤하고,

내일 일찍 다시 일어나서 밥부터 먹고 시간을 가져보자, 응?”

아까 현서가 아내를 옆에 끼고, 은근슬쩍 협박어린 웃음으로 던진 말이다.

빌어먹을...

옆에 와이프만 없었다면 그렇게 부드럽게 말하지도 않았을 거다.

방을 조용히 빠져나온 후,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성민은 느릿 느릿한 발걸음으로 아마 곤히 자고 있을 부부의 방문을 향해 다가간다.

두번만 하게 해줬어도 내가 뭐라 안해.. 

고작 단 한번밖에 못했는데... 이럴 거면 왜 나를 불렀어?

아침에 자고 인나면 밥 먹고 나서, 그짓을 할 기회나 분위기가 생기겠냐고..

주연을 떠올릴 수록, 다시 발기하는 육봉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대로 잘 순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럼 지금, 성민이 하려는 짓은 뭘까..?

어디서 이런 미친 용기가 솟아났는지..

기이이이...

안방문을 조용히 잡고 열어본다.

곤히 자는구나.

나는 이렇게 밤잠 못이루고 힘들어 하는 중인데..

성민은 큰 마음을 먹고, 터벅 터벅 침대로 다가간다.

부부의 드러 누운 침대 앞에 조용히, 우뚝 서서

새액- 새액- 

드르렁.. 드르렁..

자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어여쁜 주연의 얼굴만 보던 성민.

그래, 까짓거..

결심을 굳히자,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리고는 장롱에서 가까운, 오른쪽에 누워서 자고 있는 주연을..

슬그머니, 그녀의 몸 아래로 두 팔을 끼워넣고-

조심스레.. 천천히.. 그렇게 잠든 주연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이다.

숨막히게 떨리고 설레이는 상황.

부드럽게 그녀의 달콤한 몸을 잘 끌어안는다.

주연의 근사한 몸이 살짝, 체중에 실려 성민의 두 팔 안쪽으로 안겼다.

풀썩-

아주 가볍다고 할순 없지만, 성민의 단단한 몸에는 가뿐했다.

이제 여길 빠져나가기만 하면 돼..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주연의 온기가 매우 따듯하다.

현서 쪽을 힐끗, 살피지만..

이 빌어먹을 자식도.. 아까 자신을 내쫓은뒤 몇차례나 힘을 쏟은 뒤라

어지간한 흔들림으로는 일어나지도 않을 것 같았다.

슬금.. 슬금.. 몰래 도둑고양이처럼, 주연을 두 팔로 받치고.. 방을 빠져 나온다.

달칵.. 방문까지 조용히 닫고, 확인 완료.

후아~ 됐구나!

새액- 새액-

여전히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친구의 아내를 들여다보고,

씨익~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미소를 짓는다.

온화하기 그지 없는 얼굴로..

무언가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민은 부둥켜 안은 주연의 나긋한 몸을..

소중하게 껴안고, 아까전의 별실로 향한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 정말 매력적으로 생겼다.

보고 또 볼수록, 조금도 질리지 않는 참한 얼굴이..

성민의 왼쪽 가슴팍에 자리한 작은 심장을 쿵쿵쾅쾅- 뛰게 만든다.

좋아..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즐겨보자..

..........

30분 정도 지났을까.

새벽 두시가 가까워진 시각.

드르렁~ 드르렁~ 소리가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자던 현서.

소변이 마려워 문득, 잠에서 깬다.

평소 아내도 그렇고 둘다 물을 많이 마시는 체질이라,

간혹 가다 오밤중에 깨서 화장실을 가곤 했다.

스윽- 단잠에 빠져 있을 아내쪽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엇, 아내가 없다?

..... 화장실에 갔겠지, 뭐..

별다른 의심이 들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둘은 새벽녘에도 화장실을 종종 간다.

때로는 자다 일어나, 화장실 앞에서 웃으며 마주치기도 하니까.

슬그머니 장난기가 동하여- 용변을 보고 있을 아내를 골려주고 싶었다.

벌떡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다가간다.

어? 불이 꺼져있다.

화장실에 있는게 아니었나..?

아차?!!!

그제야, 현서는 퍼뜩- 강하게 정신이 드는 것이다.

잊고 있었구나.. 오늘은 성민이 와 있다는 것을..

설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설마...

두쿵- 두쿵-

만에 하나라는, 터무니없을 상황을 가정하며..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성민에게 마련해준 작은 방을 향해.. 조용히 다가간다.

꿀꺽...

여기 아니고서는 주연이가 있을 곳이 없잖아..

몸의 모든 세포가 예민하게 벌떡 일어나며

모든 오감 기관이, 작은 별실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향해 작동하고 있었다.

문 앞에 가만히 서서, 감히 열 생각은 못하고

후흡~......... 길게 심호흡을 한다.

틀림없이 여기 있는 걸 거야.

이 미친.. 개자식이..

슬그머니 오른쪽 귀를.. 조용히 문에 대고 귀기울여본다.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의 조곤 조곤 낮게 깔리는 말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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