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45)

 세리파: "쟤는 왜 저래?"

 -헤롱 헤롱~

 다리가 완전히 풀려서 비틀거리는 트랭크스의 얼굴은 천상을 거늘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환희에 가득차 있었다.

 셀: "뭐 그런 일이 있어."

 나는 신경을 끄라고 한 다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트랭크스에게 오반이에게 연락을 취해보라고 하였다.

 트랭크스: "아우...셀...? 오반이와 연락을 취해보니 지금 오반이는 오공과 함께 집에 가 있대요."

 천공의 신전이 아니라?

 나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 뒤 내게 소식을 알려주는 트랭크스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 나는 손오공에게 새로운 천하제일무도회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려 했는데 이러면 일정이 바뀔지도 몰랐다.

 셀: (역시 이럴 때는 손오공을 만나러가는 편이 낫겠군.)

 다른 Z전사들은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부처 같은 대인배다.

 아무리 최악의 악당이라도 그냥 믿어준다.

 이유도 없이 믿어준다.

 성선설을 믿기 때문일까?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믿어준다.

 소년 만화 만세!

 적도 시간만 지나면 친구가 된다.

 정의의 친구만들기 펀치!

 주먹으로 우격다짐하면 우리는 모두가 친구!

 나 너랑 친구 먹을래! 싸우자!

 이것이 소년만화다!

 셀: (일단 손오공과 주먹다짐은 했으니 친구가 됐겠지.) ←어이!

 나는 다른 Z전사들에게 가서 어렵게 설명하느니 그냥 손오공을 만나서 설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Z전사들은 도망을 치려고 하거나, 우선 싸우려고부터 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들은 나를 싫어한다. (으윽, 조금 상처입었어. 나처럼 착한 이가 어디있는데!)

 괜히 그들에게 다가가 상처입느니 나를 믿어주는 손오공에게 가서 소식을 전하고 그의 마음을 얻는 편이 나았다.

 셀: "트랭크스, 우리는 이대로 손오공의 집으로 가도록 한다. 안내해줘."

 트랭크스: "그래도 되겠어요?"

 트랭크스는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자신이 무마해주겠다며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말해왔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셀: "한번 생긴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는 법이야. 그리고 내가 왜 드래곤볼을 모으고 있는지 잊은거냐?"

 나는 강해지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학살, 흡수했다.

 그탓에 악명이 높아진 상태.

 그런 나의 잘못을 깨닫고, 잘못을 빌기 위해 사람들을 부활시키려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트랭크스: "....알았어요."

 한번 생긴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는 법이라며,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표정(연기였는데. ㅋㅋ)을 보며 트랭크스는 같이 괴로워하며 나를 동정해주었다.

 크크큭, 어리석은 년.

 이미 나에게 급속도로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본분도 잊고서 나를 변호하고 싶어했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스톡홀름 현상! 납치법과 같이 있다보니 그에게 동료애와 동질감을 느끼고 그를 친구처럼 착각해서 똑같이 동화되어버리는 현상이다!

 이 여자의 몸과 마음은 이제 내 꺼다.

 사랑이란 착각 속에 빠져버린 그녀는 늪에 빠져버린 사람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어버릴 것이다.

 내가 그녀로 하여금 더욱 안달이 나게 만들테니까.

 -슈우우웅~!

 그렇게 우리들은 새로운 목적지로 손오공의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손오공의 집은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도심에선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아마도 수련을 목적으로 해서) 그래도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손오공: "오랜만이군. 셀."

 손오공은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나를 반겨주었다.

 셀: "흥, 나야 뭐 그렇지."

 트랭크스도 손오공과 재회를 해서 기뻤는지 고개를 꾸벅거렸다.

 손오반: "트랭크스!"

 하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반겨준 것은 역시 미래의 스승이자, 현재의 동생같은 소녀 손오반이었다.

 그녀는 언니처럼 다정한 트랭크스에게 돌진하듯 달려가 그녀에게 안겨갔다.

 트랭크스: "잘지냈어? 오반?"

 손오반: "응, 그리고 나 7성구도 찾았어!"

 손오반은 우리랑 떨어져서도 열심히 드래곤볼을 찾았는지 자신이 찾아온 드래곤볼을 보여주었다.

 이럼으로써 우리는 3개의 드래곤볼, 즉 1성구와 5성구, 그리고 7성구를 모을 수 있었다.

 셀: (다른 Z전사들은 몇 개나 찾았을지 궁금하군.)

 어쨌든 이 상황이라면 순식간에 드래곤볼을 전부 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손오공: "그런데 이곳에 무슨 일이지?"

 셀: "음. 그게 다름이 아니라..."

 나는 어둠의 상인 포아그라에게서 들었던 초인들을 위한 천하제일무도회에 대해 언급을 하며,

 Z전사들도 참가를 해보는 것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손오공: "그런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오히려 그런 기회가 없을까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다구!"

 손오공은 누구보다 기뻐하며 그 소식에 펄쩍 펄쩍 뛰었다.

 하긴 싸움을 좋아하는 전투민족 사이어인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셀: (잠깐, 사이어인?)

 나는 아차하는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재회를 기뻐하느라 미처 챙기질 못했는데, 실은 내가 손오공의 집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악한 얼굴의 세리파: "....버독?"

 또다른 순혈의 사이어인 세리파는 놀란 눈으로 손오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마 손오공의 모습에서 그의 아버지인 버독의 모습을 보았던 듯 싶다.

 셀: (빙고!)

 나는 세리파가 손오공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잃은 모습을 쳐다보곤, 힐끔 손오공의 옆을 훔쳐보았다.

 찌찌: "...."

 거기엔 언제나 시끄러운 손오공의 아내인 찌찌가 팔짱을 끼고는, 자신의 남편을 멍하니 쳐다보는 세리파를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안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셀: (흐흐흐. 예상대로군.)

 나는 손오공의 집안에 생길 수 있는 불화의 씨앗을 보면서 사악한 미소를 몰래 지었다.

 셀: (이럴때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주는 것이 악당으로서의 도리!)

 손오공 집안의 불화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 당연한 패턴아니겠는가.

 나는 의아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세리파를 내려다보는 손오공에게, 세리파를 소개시켜주며 그녀가 손오공과 같은 순혈 사이어인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손오공: "그게 정말이야?!"

 손오공은 당연히 눈을 크게 뜨고는 세리파를 다시 쳐다보았다.

 베지터가 아닌 또다른 사이어인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그는 놀라워했다.

 손오공: "정말이네? 정말로 꼬리가 달렸어!"

 사이어인이 맞다는 걸 확인한 손오공은 굉장하다는 듯 감탄했다.

 그리고는 세리파에게 동질감을 느꼈는지 그녀에게 다가가 환하게 반겨주었다.

 세리파: "...."

 그렇게 다가오는 손오공을 보며 얼굴을 살짝 붉히는 세리파.

 그녀답지 않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아무 말 없이 손오공을 바라만 보는 세리파라니!

 그녀는 오공이 싫지 않은 듯 거부하지않고 그가 물어오는 말에 성실히 대꾸를 해주었다.

 그건 무뚝뚝하기만 하던 그녀답지않은 너무나 귀엽고 수줍은 행동이었다.

 셀: (후후,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두 사람에게 그렇게 서로에게 편안하며,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이 서로 혈연관계이기 때문!

 둘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겠지만, 피의 이끌림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무식한 사이어인들이기에 그런 건 더욱 심할지도.

 세리파는 무엇보다 손오공의 아버지인 버독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변치않아서 손오공의 모습에 버독의 모습을 발견하곤 급속도로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손오공도 그런 건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세리파에게 상상이상의 친절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자에 대해선 바보같던 그답지 않은 친절이었다.

 그는 자신의 친아버지 버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를 데려다 키워주고 사랑해준 것은 무천도사의 제자이자 할아버지였던 손오반이었으니까.

 그는 세리파가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것도 모르고서 그녀에게 무한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셀: (완전히 오이디푸스 스토리구만.)

 이러다가 정말 손오공과 세리파 간에 연분이라도 날 지경이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사실도 모르고서 한 나라의 여왕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말았다.

 그런 것처럼 같은 사이어인이라는 동질감 속에 손오공과 세리파는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죽이 맞아서 대화를 했다.

 찌찌: "..."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이제는 불안한 모습으로 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손오공의 아내인 찌찌.

 그녀는 여자에 대해 담백하고 무관심하던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며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셀: (오호라. 이건 상상이상인데?)

 손오공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거야 피의 이끌림이니 어쩔 수 없다해도 찌찌가 이토록 질투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런 찌찌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셀: (이건 이용해먹을 수 있겠군.)

 나는 찌찌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셀: "둘의 사이가 참 좋죠?"

 찌찌: "...!"

 당연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자 그녀는 경계를 했다.

 셀: "아마 두 사람이 둘 다 사이어인이라 그럴겁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찌찌: "하지만..."

 여자란 참 웃기는 존재이다.

 누군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면(아니면 그러는 척을 해주어도) 자신의 속내를 다 토해놓고 상대에게 의지하려 든다.

 물론 그래서 사기꾼 같은 카운셀러들이 돈을 버는 것이지만.

 셀: (하지만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

 여성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여성들의 수다는 그렇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커니즘.

 수다를 많이 하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간의 우울증 발생율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셀: (내가 해줘야 하는 건 그저 간단히 맞장구만 쳐주면서 들어주기만 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것만으로도 여성들은 상대가 자신의 말을 열심히 잘 들어준다며 서로 말이 잘 통한다고 착각을 한다.

 물론 여성들은 직감이 강해서 상대가 건성으로 듣고 있다면 오히려 크게 실망을 하기 때문에, 진지하게 듣고 있음을 어필해야만 한다.

 셀: (당연한 이야기지. 내가 앞으로 공략할 상대인데 진지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후후후.)

 오반과 트랭크스는 내가 찌찌랑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손오공을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전부 대화에 빠져있자 심심했는지 나가서 대련이나 하고 오겠다며 나가버렸다.

 셀: (흠. 대련이라.)

 나는 오반과 트랭크스가 대련을 하겠다며 나가자, 손오공에게 오랜만에 대련을 해보자며 제안을 하였다.

 손오공: "오, 그럴까?"

 대련이나 결투라는 말처럼 녀석을 끌어들이기 쉬운 방법은 없을 것이다.

 역시 전투 민족.

 버독을 닮은 손오공이 대련을 한다는 말에 솔깃해진 세리파는 자신도 그걸 구경하고 싶다고 하였다.

 셀: (흐흐흐, 계획대로!)

 나는 손오공과의 대련을 핑계로 그의 전투력을 측정해보려 하였다.

 -파앗!

 손오공의 집 앞에선 때아닌 초인들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나의 제안으로 시작된 미니게임은 손오공과 트랭크스, 그리고 나와 손오반 간의 대련을 시작으로 거행된 뒤 손오공과 나와의 대결로 이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손오반은 엄청나게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내게 약했다. 아직까지는 나의 라이벌이라 부를 정도의 실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손오공: "그럼 저번에 천공의 신전에서 못 다했던 대결을 해볼까?"

 눈에 안 보일 정도의 스피드! 그리고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기의 싸움!

 결과적으로 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그가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물론 나의 진짜 목적은 그것이었고 말이다.

 세리파: "!!!"

 세리파는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곤 경악했다.

 세리파: "설마 전설 속의 초사이어인...?!"

 전투민족인 사이어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속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게 실재하는 것임을 알게 된 세리파는 마치 구세주를 보는 것 같은 경외로움에 빠져버렸다.

 안 그래도 사랑하던 버독을 닮은 사내였는데 그런 대단한 모습을 보자 완전히 반해버린 모습이었다.

 셀: (어이 어이, 그 녀석, 당신 아들이라구?)

 나는 속으로 그런 세리파를 비웃으며, 손오공에겐 패배를 인정했다.

 셀: "역시 초사이어인 모드는 강하군. 못 이기겠어."

 손오공: "그런 것치고는 정말 강해졌더군. 셀, 그동안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나봐?"

 셀: "그래. 쉽게 강해지는 방법은 있지만 그런 건 안 하기로 했으니까."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하면 나는 쉽게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속죄를 할 겸 안 쓰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수련을 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손오공은 되려 그런 나의 모습을 좋게 보았는지 씨익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등을 팡팡 두들겨 주었다.

 손오공: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앞으로도 종종 나랑 같이 대련을 하자구."

 녀석은 좋은 대련상대를 찾았다며 순수하게 기뻐했다.

 마치 친구를 대하듯 친근한 모습. 정말 손오공은 적과 아군 상관없이 강자를 좋아했다.

 세리파: "...."

 멍한 눈으로 손오공을 빤히 쳐다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씨익 썩은 미소를 지었다.

 셀: "어이, 손오공. 이 여성분하고도 한번 싸워보는 것이 어때?"

 손오공: "어? 이 사람이랑?"

 셀: "그래. 지금은 약할지 모르지만, 이 여자에게도 강한 상대와 싸우면 싸울수록 그 상대와 비슷할 정도로 강해지는 사이어인의 유전자가 있어."

 손오공: "아! 그렇구나!"

 선천적인 전투민족인 사이어인들은 적이 강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키워주려는 바보같은 면이 있었다.

 베지터도 그러했고, 손오공도 그러했다.

 나의 말에 완전 기뻐한 손오공은 세리파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선 그녀와 땀이 흐를 때까지 대련을 하고 그녀를 가르쳐주었다.

 찌찌: "....."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찌찌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게다가 다정해보이는 둘의 모습에 그녀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셀: (흐흐흐, 그정도 가지곤 부족하지.)

 나는 그녀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 위해 손오공과 세리파에게 같이 목욕을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땀도 흘리고 했으니 다같이 씻자면서.

 손오공: "난 좋아!"

 세리파: "응. 나도."

 세리파나 손오공이나 싸움만 아는 바보들이라 그런지, 알몸으로 같이 목욕을 하러 들어가는 것을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역시 전투민족!

 남녀구분없이 같이 싸우고, 또한 험한 생활을 같이 해서인지 서로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둘이 쉽게 승낙을 하는 것을 보곤 생각 이상으로 일이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셀: "그럼 먼저 들어가 있어. 나는 아이들에게도 말하고 올테니."

 손오공: "응."

 자신이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르고서 고개를 끄덕인 손오공은 세리파와 함께 욕탕을 들어갔다.

 셀: (흐흐흐.)

 나는 그길로 찌찌에게 달려가 그녀에게 놀라운 일을 보았다며 그녀의 마음을 동요시켰다.

 찌찌: "그게...무슨 말이에요..? 남편이 바람이 났다니..?"

 셀: "글쎄, 어서 와보시래도요."

 찌찌: "손오공, 어째서...?"

 대련 후 자신의 남편과 미모의 여전사가 같이 목욕탕에 들어간 모습을 본 찌찌는 처음엔 불신을, 그러다 곧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갔다.

 찌찌: "으드득~!

 게다가 욕탕 안에서도 서로의 몸을 바라보며 다정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 마치 연인 사이 같지 않은가?

 셀: (아주 분위기 좋구만.)

 나는 맹렬히 분노하는 찌찌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고로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를 NTR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산산조각 내는 것이니까.

 셀: "아무래도 두 사람은 사이어인이라는 동질감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다가, 같이 대련을 하며 서로의 몸에 대해 점점 호기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찌찌: "...!"

 셀: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서로의 몸을 꺼리낌없이 내보이고 어루만져줄리 없죠."

 -주루륵

 맹렬히 화를 내던 찌찌의 눈에서 슬픔의 눈물이 흘렀다.

 이런, 조금 죄책감을 느끼는데?

 나는 찌찌가 그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금 미안해졌다.

 전투 민족이라 예의범절같은 건 때려치운 손오공이나 세리파와는 달리 찌찌는 순수한 지구인이었다.

 당연히 예의범절이나 규범 같은 것을 잘 따졌다.

 어렸을 때는 비키니 비슷한 옷을 걸치며 천방지축 같이 행동하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우마왕의 무남독녀이자 좋은 집안의 규수였다.

 게다가 손오공을 위해 신부수업까지 열심히 받았을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한 면도 있다.

 물론 그 엄격한 면이 가정까지 넘어와서 원작에서 원성이 자자했지만.

 찌찌: "흑흑..."

 그러니 이렇게 남사스럽게 남녀가 같이 목욕탕에, 그것도 생판 남인 두 남녀가 들어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의지할 곳이 없어진 그녀는 멍하니 서서 서럽게 눈물을 보였다.

 -스윽

 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의지할 곳이 없어진 그녀에게 의지할 곳이 되고자 해서...

 찌찌는 그런 나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

 셀: (슬슬 쌀이 익어 밥이 되어가고 있군. 그럼 이게 그 결정타다!)

 나는 찌찌를 안아주는 한편, 꼬리로 세리파의 발 밑을 노리고서 미끄러운 체액을 쏘았다.

 -찌익~!

 세차게 뿜어져 나간 그 액체는 세리파의 발밑에 뿌려졌고, 마치 비누액처럼 욕탕 안을 더럽혔다.

 셀: (크크크)

 나는 회심의 미소를 띄고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기대했다.

 찌찌: "후우우...훌쩍! 고마워요. 셀...."

 겨우 슬픔을 몰아낸 찌찌는 자신이 외간남자에게 안겨있다는 걸 깨닫고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손가락으로 훑어내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로워보였다.

 그동안 원작의 팬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찌찌는 정말 현모양처일 뿐이었다.

 세상의 여느 어머니들처럼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가정이 붕괴되지 않을까 고심하는 것이지

 무조건 공부해라 돈 벌어오라 떼를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잘못이라면 자식들 걱정은 털끝만큼도 안한 채 맨날 싸우러 돌아다니는 손오공과 결혼을 했다는 것 뿐.

 거의 홀몸으로 두 자식(앞으로 태어날 손오천 포함)을 키우느라 고생을 하는 그녀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강한 여성인지를 알 수가 있다.

 셀: "아니요. 조금 기분이 나아지셨다면 다행입니다. 부인."

 나는 친절한 사람의 가면을 쓰고서 부드럽게 그녀를 위로했다.

 셀: "앗?!"

 하지만 나는 곧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경악을 했고, 그 모습을 본 찌찌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찌찌: "아...!!"

 거기엔 세리파와 손오공이 알몸인 상태로 서로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충격과 혼란, 그리고 놀람이 찌찌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찌찌: "이...이..손오공, 바보~~~!!!"

 그녀는 끝내 참을 수 없어졌는지 큰 소리로 그렇게 폭언을 쏟아붓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손오공: "어라? 찌찌? 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손오공과 세리파는 멍청하게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셀: (하하, 저 띨띨한 표정 좀 보라지!)

 하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손오공은 발이 미끄러진 세리파를 부축해주려고 하다가 입술과 입술이 부딪친 것 뿐이니까.

 남녀가 같이 넘어지면 꼭 키스을 하게 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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