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5 (5/26)

#05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누나에게 미리 이야기를 했다고는 하나 이렇게 늦은 적이 없었기에 상준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

은정이의 끈끈한 교태를 거부하고 돌아서기가 쉽지 않았지만 상준은 누나가 걱정할까 급한 마음에 간단한 키스를 나눈 후 집을 빠져 나왔다.

상준이 아파트 단지를 막 나오려는데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누,,,누나야?"

어두워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만은 또렷했다.

"왜 여기있어?"

"응, 그냥...."

"나 기다린거야?"

"응? 으응....바람도 쐴 겸 그냥...나왔지...뭐..근데...별일 없었지?"

"별일 이라니. 별일 있을게 뭐 있다구..."

"어...그래....빨리...들어가자.."

상준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누나가 왜 초조한 얼굴로 있었는지, 늦은 이 시간에 왜 은정이 집 앞에 있는지를.....

누나의 여린 심성이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누나가 자신을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안그래도 은정과 먹은 술 때문에 적당히 취기가 올라 있는데 뜻 밖에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런 누나의 마중을 받으니 기분이 한껏 고조된 것이다.

"누나,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왜? 뭐가 상준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을까?"

"응....누나가 이렇게 나를 마중나오니까....마치...아내가...서방님..마중나온거 같잖아.....히히히"

"뭐어? 애는...."

수연은 눈을 흘겼지만 결코 기분 나쁘지 않았다.

"부인, 자 팔을 끼시지요."

"아쭈, 이 쬐끄만게...."

수연은 상준의 넓은 등을 손으로 톡톡치면서도 살짝 팔을 끼었다.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늦은 밤이면 아직은 조금 쌀쌀했다.

서로 반팔을 입은 관계로 팔짱을 낀 두 사람의 맨 살이 서로의 체온은 따듯하게 데우고 있었다.

수연은 타인의 체온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남편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도 섬뜩해질 때가 많았는데.......

"왜 이쪽으로 가니? 이렇게 가면 한참 돌아가야 하는데"

"응. 누나랑 이렇게 오랫동안 데이트 할려구? 하하하"

"피, 애는"

그때 화려하게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상준의 시야에 들어 왔다.

"누나? 우리 저기 노래방 갖다 갈까?"

"노래방?"

"왜? 싫어?"

"아....아니야.."

"매형 들어 왔어?"

"아니...오늘도 못들어 온데..."

상준은 시무룩한 누나의 기분을 풀어 주려 일부러 나이트 DJ 억양을 흉내 내었다.

"싸모님, 오늘 싸모님의 구겨진 청춘 팍팍 다려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하하하"

"나..노래..못하는데...."

수연은 아주 기분좋게 끌려 가고 있었다.

둘의 노래는 공통점이 있었다.

상준은 오랜동안 사회와 격리되었기에 최근 노래들을 전혀 몰랐고, 수연은 위붓 아버지의 일로 대인접촉을 꺼렸기에 노래방에도 거의 가질 않았다.

그래서 흘러간 옛 노래를 찾아 그들은 기분좋게 부르고 있었다.

상준은 아까 마신 양주에 맥주를 섞다보니 약간 정신이 어질했고 수연도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동생과 마시다보니 다리에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자, 이번에 부를 곡은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 싸모님, 자 나오시죠..."

"어어? 애...상준아, 나...춤 못춰"

"누나도 참, 춤 추자고 하는건가, 오누이의 애정 표시지. 자, 빨리 나와"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수연은 상준이 부르는 노래 가사가 자신의 마음에 깊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맞잡은 손에 힘을 약간 실었다.

상준은 처음 수연의 팔을 잡았을 때 훅 끼쳐 오는 향에 아찔해져 있었다.

아까 은정이에게서 났던 냄새는 달콤한 암컷의 냄새였다면 수연에게서 나오는 향은 이제 처음 우려낸 녹차향처럼 진하진 않지만 전신을 맑게 감싸는 그윽한 향이었다.

상준은 1절이 끝나자 수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나, 오랫동안 행복해야되, 알았지?"

"하..후우...어...그...으래.."

수연은 건장한 사내의 뜨거운 숨결이 귓속을 파고들자 짜릿함이 온 몸에 퍼지며 다리에 힘이 쭉 풀렸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다 보니 상준의 어깨를 잡고 그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다.

"괜찮아 누나?"

"응...그래..괜찮아.."

수연은 쑥스럽기도 했지만 지금 너무 편했다. 자신을 험한 세상에서 지켜주고 구해 줄 유일한 남자처럼 느껴졌다.

다시 상준의 숨결이 예민해진 귀속으로 파고 들었다.

"누난 너무 이뻐"

"하악...상..준아.."

상준은 누나의 갑작스런 포옹에 놀랐으나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정신을 집중해보니 누나의 봉긋한 유방이 자신의 가슴으로 전해지고 있고,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누나의 둔덕 살집이 자신의 물건을 통해 느껴져 왔다.

그러자 상준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서히 물건이 발기해 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한번 성난 물건은 식을 줄 몰랐다.

상준의 심벌을 느끼는 것은 수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몰랐으나 점점 딱딱한 물건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곳을 누르며 압박해 들어오자 수연은 당황스러우면서도 흥분이 되어 갔다.

징그럽게만 여겼던 사내의 물건이 자신을 묘한 흥분에 휩싸이게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수연은 오래 전에 보았던 상준의 물건이 떠 오르자 숨이 가빠지며 더욱 흥분에 싸여 갔다.

수연이 상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수연의 목줄기가 상준의 눈 앞에 나타났다.

예쁜 사슴같던 가늘고 긴 목.

상준은 자신도 모르게 수연의 목줄기에 가볍게, 그러나 뜨거워진 입술을 맞추었다.

"허..으응..."

상준은 억지로 참으려는 수연의 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연은 얇은 플레어 치마를 뚫고 들어 오는 상준의 뜨거움에 참을 수 없었다.

이러다가는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사...상준아...이제...가자..."

이미 노래는 한참 전에 끝나 있었다.

"응? 그...그럴까?"

집까지 오는 길은 약간의 서먹함이 있었다.

상준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내가 나쁜 놈이지. 누나를 지켜줘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들다니....'

상준이 자기 방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데 수연이 불렀다.

"상준아?"

"왜 누나"

"고마워"

"뭐가?"

"날.....행복하게...해..줘서"

수연이 그 말을 할 때는 얼굴이 홍조가 되었다.

스스로도 쑥스러운지 상준에게 상큼한 미소를 한번 짓더니 빠른 걸음으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야 호!!"

상준도 기분이 좋아져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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