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50)

4월 27일 

“하으음...”

“잘했어.”

레인은 오늘 아침도 펠라로 자신을 깨운 키아라를 칭찬해주었다.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벗은 몸으로 스스로 몸을 비비며 레인의 성욕을 자극하는 그녀는 훌륭한 알람시계였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하아... 하아...”

그리고 그 모습을 침을 흘리며 욕정 하는 노예가 한 마리. 묶인 채로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 채, 혼자 레인을 보며 음란한 미소를 흘리는 캐서린이었다. 

“주인님, 이 흉측한 물건은 뭡니까?”

“변태노예지. 맞는 걸 즐겨.”

“그런가요? 제가 때려 봐도 되겠습니까?”

“때리지 마. 반대로 쑤셔줘.”

캐서린의 건방진 말에 키아라의 눈에서 가학적인 빛이 스쳤다. 분명 일전에 레인은 키아라에게도 마조히스트의 가능성을 엿봤지만 그 성향을 굳이 개발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앞으로도 검투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욕정한 암캐가 되어버린 마당에 맞는 것을 즐기게 된다면 그건 오히려 분별력을 떨어뜨릴 테니까. 앞으로도 레인의 앞으로 오는 수많은 건방진 노예들의 여왕으로서 키아라는 군림해야 한다. 

“어?? 싫어..! 주인니임~ 주인님이 만져주세요..”

키아라에게 당한다는 것이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싫은 것도 잠시뿐.. 3P조교를 통해 래티샤의 몸을 가지고 놀며 배운 기술들을 하나하나 쓰기 시작했다. 싫다고 도리질을 치면서도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키아라에게 당한다는 사실에 흥분을 하며 하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아앙!!! 나보다 못한 년에게.. 가버려!!!”

“이 년이 미쳤나? 그대로 보지에다가 칼을 박아줄까?”

엄청난 말로 매도를 하는 키아라와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에게 굴욕감을 느끼며 절정에 오르는 캐서린. 보고 있자니 참으로 좋은 관경이었다.

“어때? 마음에 들었나?”

캐서린의 음부와 허벅지는 음란한 눈물이 가득 쏟아져 있었다. 이미 이 상황에 맛을 들인 그녀는 뜨거운 숨을 내 쉬면서도 더 건방진 말로 키아라를 자극한다.

“고작 이런 건 주인님의 절반도 안 돼. 멍청하고 멧돼지 같은 년.”

짝-!

뺨을 때리고 또 때린다. 최대한 모욕적으로. 코를 거꾸로 들어 올려 흉측하게 보이게 만든 다음 레인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레인은 두 노예의 표정을 확인했다. 아주 잘하고 있다. 한쪽은 가학을 즐기고, 한쪽은 피학을 즐긴다.

꽈악-!

“아악!! 아파... 에헤헤...”

유두를 잡고 비틀며 손가락으로 튕기자 아파하면서도 웃음을 흘리는 변태노예. 

“대가리의 구석까지 썩었군.”

“음란한 암캐주제에! 너도 나랑 다를 거 없잖아? 주인님!! 주인님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요!”

키아라의 매도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더 괴롭히도록 유도한다. 연기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캐서린은 아주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건방진 그 입을 놀리지 못할 때까지 괴롭혀주지.”

결과적으로 캐서린의 소망은 이뤄졌다. 키아라는 더욱 가학적인 미소를 띠며 캐서린의 보지에 손가락을 한 번에 4개씩 집어넣었다.

“흐악!!! 아파!!!”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

쑤욱-!!

아프지만 몸은 정직하게 꿀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미 즐기고 있었다. 

“흐아악!!!! 아파!!! 아프다고!!!”

“세게 해달라고? 그렇게 해주지!!”

푹푹푹!!

“하아악!!! 아파!! 좋아!! 더 해줘!!! 더!!!!”

반항도 잠시뿐. 약 10분간 집요하게 괴롭히며 끊임없이 매도하자 이젠 오히려 당하는 쪽이 요구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키아라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입술을 씰룩이며 캐서린의 뺨을 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건방진 입을 놀리는 법을 가르쳐 주지! 내 보지나 핥아!”

키아라는 아예 캐서린을 눕혀진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음부를 비비며 강요했다.

“누가... 그런 짓을..”

쑤욱-!

“하앙!!! 할게요!! 하겠습니다!!”

손가락이 이번엔 5개가 통째로 들어가자 기뻐하며 키아라의 꽃잎을 혀로 미친 듯이 빨기 시작했다. 목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미친 듯이 혀를 놀려 키아라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만이 자신에게 찾아오는 쾌락도 있을 거란 것을 이해한 것이다.

“더 세게 빨아! 건방진 년!! 네 년의 버릇을 고쳐서 주인님께 알맞은 오물처리 노예로 조교시켜 주지!”

“네!! 더 괴롭혀 주세요!!! 아악!! 아파요!! 좋아요!!! 더!!!”

레인은 흐뭇하게 두 의자매의 결합을 보며 래티샤가 마침 가지고 온 당근주스를 마셨다. 자고로 화기애애한 노예상인의 집안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저.. 주인님..”

“왜?”

“헤헤헤...”

괜히 헤실헤실 웃으며 레인의 앞에서 몸을 배배꼬며 살짝 미소를 짓는 캐서린은 꽤 사랑스럽게 보였다. 팔아치울 생각을 했는데, 어쩐지 아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캐서린에게 이런 사실을 말해줄 필요가 없다. 

“귀찮다. 저리 가라.”

“아잉~~ 주인니임~~.”

한껏 애교를 부리며 귀엽게 웃는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다. 펫 노예로 키워버릴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주인니임~~~.”

“귀찮다니까?”

발로 가슴을 차 주었지만 이 또한 애정으로 받아드리는 이 노예는 흥분이 되었는지 얼굴을 붉혔다. 더 모멸 찬 조교를 하면 할수록 이 노예에겐 포상이 된다. 이런 성향의 노예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체벌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않는다. 

“저.. 주인님 벗고 있어도 되나요?”

“뭐?”

레인은 그제야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헤헤.. 주인님에게 알몸 보이는 거 좋아요.”

“난 싫어. 못생겨가지고.”

어딜 가도 예쁘다, 귀엽다는 말만 들으며 살아왔다. 수많은 남자들에게 자신은 여신이었고, 여자들에게는 질투심을 사는 것이 그녀의 일생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자신을 특별한 무언가로 대접하지 않는다. 그녀는 일생을 남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무시하는 데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무언가를 요구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다. 

“주인니임...”

스스로 몸을 낮춰 자신을 걷어찬 발에 머리를 비볐다. 레인은 사정없이 그녀의 머리를 발로 밟고 그녀의 볼에 발바닥을 문질렀다.

“아앙!! 감사합니다!!!”

“좋아 죽겠지?”

“네... 굴복하는 거 너무 좋아요... 주인님께 목줄이 채워진 개처럼... 그렇게 절 만들어 주세요...”

“그거야 네가 하기에 달렸겠지.”

“하앙!!!”

더 세게 얼굴을 문지르며 차갑게 대답하자 오히려 기뻐하며 순수하게 기쁨의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야, 캐서린.”

“네, 주인님..”

“너 날 위해서 어디까지 변할 자신이 있냐?”

“뭐든지.. 해보겠어요.. 주인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면.. 더 많은 즐거운 일을 가르쳐 주시는 거죠?”

자신의 입장을 잘 아는 노예는 밉지 않다. 

“그야 네가 하기에 달렸겠지.”

철썩-!!

“흐앙!!”

무방비하게 드러난 새하얀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려쳤다. 따끔하고 아프겠지만 이 또한 쾌감으로 승화한다.

“아악!! 하아.. 하아.... 후후후...”

“주인님, 바쁘십니까?”

“아니, 왜?”

“래티샤님..”

갑자기 자신의 흥을 깬 래티샤를 원망스럽게 입술을 삐죽 내어 보이며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눈치껏 존칭을 먼저 붙인 것은 칭찬받을 만한 것이었다.

“조교가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확인해 볼까?”

생각보다 빨리 끝나 솔직히 놀랐다. 처음으로 노예들이 키워낸 노예다. 겨우 4일. 사실 가르칠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주인님.. 저랑 놀아주세요..”

간곡히 애원하며 레인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는 캐서린에게 레인은 차갑게 대답했다.

“벽보고 서 있어.”

“히잉...”

“명령에 잘 따르면 상을 주지.”

“네! 알겠습니다.”

토라질 듯 찡그린 표정은 곧바로 화색이 돌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벽을 보고 서 있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일단 키아라와 래티샤의 첫 작품(?)을 감상하기로 했다.

“이름은?”

“로나이시입니다, 마스터.”

“뭘 배웠지?”

“주인님께 충성하며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그분의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주인님의 허락아래에 마스터의 명령을 받을 것을 명령받은 상태입니다.”

‘호오! 썩어빠진 캐서린보다 훨씬 노예 같군!!’

하지만 레인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일부러 지었다.

“너처럼 볼품없는 년을 조교시키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주인님께선 저 같은 하찮은 노예에게도 기회를 주실 정도로 자비로우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좋아. 그래도 머리가 돌덩어리는 아닌 모양이군. 지금 내가 뭘 원하는 거 같지? 한 번 말해 봐.”

“저기 벽에 서 있는 노예를 가지고 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호오?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이지? 화나지 않아? 저기 벽보고 있는 멍청이가 너보단 자기가 더 낫다고 하던데? 너랑 같은 취급을 받는 게 기분 나쁘다고 그랬어. 그랬지?”

“네. 그랬어요.. 주인니임..”

“그랬다고 하지? 화나지 않아?”

“분명 전 쓸모없는 노예입니다. 감히 주인님께서 온정을 베풀어주셔서 이렇게 숨을 쉬고 있지만 내키시면 언제든 저를 도축장에 보내시겠지요. 그게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 믿으며 행동한다면 절 그냥 죽이시진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전 저 노예보단 제가 더 낫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캐서린 이리 와봐.”

캐서린과 로나이시를 서로 마주보게 시켰다.

“어쨌든 동기잖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이야기라도 해봐.”

“너가 나보다 더 낫다고? 웃기지 마셔! 키도 작달막하고 얼굴은 주근깨투성이에 빈약한 몸까지~~ 너 같은 년보다 못하느니 죽는 게 낫거든?”

“마스터, 죽여도 됩니까?”

“뭐.. 뭐야??”

캐서린은 깜짝 놀랐다. 처음 봤을 때만해도 별것 아닌 겁에 질린 노예였는데, 지금의 눈빛은 명령만 떨어지면 정말 자신을 죽일 각오도 되어 있다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할까?”

“주인님!!!”

캐서린은 충격을 받은 듯.. 손을 꽉 쥐고 덜덜 떨었다. 

‘내가 너무 건방져서? 아니야.. 난 이제 주인님께 착한 노예라고.. 주인님.. 아니죠? 그렇죠?’

“주인님, 저도 이 노예를 키우는 건 반대합니다. 이런 쓸모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노예는 기회가 되면 주인님을 무는 습성을 가졌겠지요.”

래티샤가 냉정하게 말하며 키아라에게 눈짓을 보내자 키아라는 곧바로 캐서린의 어깨를 누름과 동시에 무릎 뒤쪽을 발로 차서 간단하게 제압했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나? 손가락 마디마디를 잘라서 씹어주지.”

키아라의 눈빛은 진심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잔혹함이 깃들어 있었다.

“캐서린.”

“주.. 주인님...”

“난 널 믿을 수가 없어. 너 같이 제멋대로인데다가 거짓말도 능숙하고, 표정도 쉽게 바꾸는 녀석은 웃고 있는 모습 뒤로 어떤 칼을 갈고 있을지 모르는 법이거든.”

“아!! 아니에요!! 절대 그러지 않아요! 전.. 주인님의 개가 되고 싶어요!! 주인님만 바라보고 살게 해주세요!!”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넌 어차피 제대로 조교가 되어도 팔 생각이었어.”

“흑흑... 제발.. 주인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론 정말 주인님만 보고, 주인님만 생각하고, 주인님께 충성을 바칠 게요.. 전 잘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주인님이 시키신다면 뭐든지.. 뭐든지 할게요!!!”

“좋아. 래티샤, 준비한 걸 가져와.”

“네.”

래티샤가 가져온 것은 뜨거운 화로였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벌겋게 달아오른 브랜드 문양을 찍는 낙인. 래티샤를 조교할 때는 설득시켜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타투를 그려주었고, 키아라는 기본적으로 충성심이 넘치는 노예이기에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에드베르토 세르빌리를 익혀 마법의 낙인을 찍어줄 것이다. 하지만 이 노예는 상상 이상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품을 가졌고, 확실하게 충성심을 확인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아주 작은 불씨가 거대한 산을 태우는 것이다. 그런 실수를 레인은 하고 싶지 않다.

“옷을 벗겨.”

“네.”

초라하게 알몸이 되어 4명에게 둘러싸인 캐서린은 완벽한 먹잇감처럼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엎드려.”

“아아...”

캐서린은 겁에 질렸다. 앞으로 자신에게 있을 일을 직감한 것이다. 뜨거운 화로에서 낙인을 꺼낸 레인은 캐서린의 뒤로 가서 엉덩이 위로 약 10cm 정도에 낙인을 가져가 멈췄다. 뜨거운 열기가 엉덩이에 전해지며 공포심과 두려움에 몸에서 땀이 흘렀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캐서린에게 없었다.

“네가 스스로 찍어.”

“!!!!”

레인은 캐서린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잔혹한 명령을 내렸다. 보통은 움직이지 못하도록 형틀에 묶어나, 다른 노예들이 붙들게 만들고 찍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스스로 낙인을 찍는 것은 그 이상의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

“못하겠어?”

“주인님.. 잘못했어요... 뭐든.. 아...”

뭐든지 하겠다고 스스로가 말을 내뱉었고 이제 책임을 져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뭐든지 하겠다고 네가 스스로 말한 거야. 네 엉덩이를 들어서 낙인을 찍어. 그럼 내 노예로 인정해주지.”

“아아...”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키아라와 래티샤, 로나이시를 보았지만 셋은 하나같이 비웃는 표정으로 캐서린을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못하겠어? 역시 넌 거짓말쟁이군.”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캐서린은 다급하게 소리치고 두 손을 꽉 쥐었다. 해야만 한다.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두렵다. 고통을 즐기는 법을 이 남자에게 배웠지만 이건 그 상상이상으로 괴로울 것이다.

“하아... 하아..... 후우... 후우우....”

스스로 심호흡을 하며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설마 자신의 아름다운 몸에 그런 흉악한 것을 찍도록 시킬지 몰랐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레인의 생각은 달랐다. 이정도로 해낼 각오가 없다면 지금 그만두는 게 낫다.

“주인님... 해낼게요.. 해낼게요...!! 전 할 수 있어요!!!”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답을 강요하며 잔인한 형벌을 가하기 위해 숨을 참고 마지막 각오를 다졌다.

“으아아아아아!!!”

스스로 허리를 튕겨 올리며 엉덩이를 치켜들어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에 살을 지졌다.

치이이이익-!!!

“으으으으윽!!!!”

“움직이지 마!!! 버텨!!!”

“끄으으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으!!!!!!!!”

이를 악물고 고통에 도리질을 치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다. 버텨내야만 한다. 스스로 쉽게 내뱉었던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렇게 상황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주인님은 옳다. 언제나 옳다. 

“끄아아아아아!!!!!!!”

레인이 낙인을 떼어주자 힘이 급격히 빠진 캐서린은 바닥에 쓰러졌다. 레인은 초라하게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노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귀에 속삭여주었다.

“넌 이제 내거야.”

‘감사합니다.. 주인님...’

캐서린은 이렇게 레인의 세 번째 노예가 되는 첫 번째 관문을 이제 겨우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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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684골드

지출내역: 

집 임대료지출(집세+노예의 방 임대+촉수괴물의 방 임대): 88골드

편안한 노예용 옷 세트: 10골드

샌들(캐서린 용): 5골드

식비 및 잡비: 20골드

<캐서린 부카케조교 & >

“많이 아팠지?”

“흑흑...”

캐서린은 레인에게 안겨  눈물을 흘리며 서러움을 표현했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는 너무나 끔찍했다. 작고 하얀 귀여운 오른쪽 엉덩이의 한 가운데에 흉측한 낙인이 새겨지고 말았다. 죽을 때까지 이 낙인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이 캐서린을 더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흐아아앙... 주인님.... 너무해요...”

너무나 가혹한 처사에 캐서린은 투정을 부리며 레인의 몸을 손으로 밀치듯 때렸다. 키아라는 이 건방진 행동을 응징하고자 나서려고 했지만 레인이 먼저 손으로 제지하며 모두 각자의 위치로 갈 것을 지시했다.

“넌 이제 내거야. 죽을 때까지. 절대로 벗어날 수 없어.”

“흑흑... 소중하게 대해주실 거죠?”

“그럼~ 넌 사랑스러운 내 노예인데. 사실 설마 네가 진짜 스스로 낙인을 찍을 줄은 몰랐어. 정말 대단한 용기였어.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어떤 노예도 보여주지 못한 바로 그런 모습이었지.”

“흐아앙!! 주인님이 절 의심하실 줄은 몰랐어요...”

“음.. 이건 내가 잘못한 게 맞는 것 같네. 우리 캐서린의 마음이 상했는데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상냥하게 눈을 맞추고 아기를 다루듯 볼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확실히 그녀는 하얀 사슴처럼 귀엽고, 고양이처럼 새침한 맛이 있다. 다소 진중한 성격의 래티샤와 키아라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친다. 적당히 팔려고 했는데 이젠 오히려 레인이 이 노예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주인님만 있으면 되요.. 전 감히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어요.. 이제야 깨달았어요.. 제 몸은 제 것이 아니라는 걸요.. 주인님께서 모든 것을 허락해 주었기 때문에 제가 이곳에 있고,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도요.. 평생 주인님께 충성을 바치고 싶어요..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갔어요... 어째서 키아라 언니와 래티샤님의 행동들이요...”

“캐서린이 알고 봤더니 주인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착한 노예였네? 이렇게 귀여운 아이에게 내가 몹쓸 짓을 해버렸으니..”

“아니에요! 주인님께서 허락하신 이 문양은.. 제가 주인님의 물건이라는 증표잖아요? 주인님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잖아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요..”

스스로에게 격한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에서 이겨내도록 시키는 것은 무척 도박에 가까운 조교법이다. 실패한다면 완전히 마음이 꺾일 것이고, 그 동안 조심스럽게 준비해온 모든 작업들을 일순간 허사로 돌릴 수도 있다. 반면 성공한다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한층 달라진 마음가짐을 가진 노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레인은 노예상인이고, 노예를 조교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확률게임에서 노예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이리 와서 누워.”

레인의 무릎에 캐서린이 엎드리자 먼저 레인이 한 일은 머리카락을 묶어주는 일이었다. 다른 노예에게서 찾기 어려운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로서, 고유의 특징인 만큼 잘라내기엔 아까웠다. 

‘능숙하시네.. 손이 마치... 내 머리카락을 연주하는 것 같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프지 않도록, 섬세하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레인은 마치 자신에게 그토록 심한 잔소리를 하던 엄마와 닮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던 엄마, 남자에게 속아 자신을 낳고 자신의 인생도 찾지 못한 채 불쌍하게 살아온 엄마가 문득 떠오르는 그런 손길이었다.

캐서린은 엄마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은 자신을 가지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한편에 득실거리고, 자신을 시기하는 여자들이 반대편에 득실거리는 곳이다. 남자들은 여자를 이용하고 소유하고 정복하고 싶어 한다. 캐서린은 그런 남자들을 역으로 이용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곳에 떨어진 게.. 혹시 나에게 내려진 벌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수많은 노예들이 슬레인에 떨어져 한 번쯤은 하게 되는 질문에 캐서린도 드디어 도달했다. 단 한 번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솔직한 적이 없었다. 거짓말은 그녀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최고의 연기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자 대중들은 그녀에게 환호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로 누군가를 유혹하고, 필요하면 그들을 협박하기도 하고, 그들에게서 돈과 명성을 얻어내기 위해 싸우며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갔다. 경쟁은 그녀의 생활이었고, 거짓은 그녀의 실체였다. 하지만 그런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주인님...”

“왜??”

“전.. 거짓말쟁이에요..”

“오늘 보니까 정말 솔직하던걸?”

“... 제가요?”

“그럼~ 난 오늘 캐서린이 용기 있게 맞서는 모습에 감동했어. 넌 이 흉터가 어떻다고 생각해?”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끔찍해요... 이런 흉터가 제 몸에 새겨지다니...”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야. 자연스러워.”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도 있어요.. 전 항상.. 남들의 이목을 살피며 살아왔어요.. 제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누군가를 연기하기 위해서... 하지만 주인님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요..”

그녀는 항상 웃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웃고 있던 적이 없었다. 어디가 자신이고 어디가 자신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넌 어쩌다 여기 오게 되었니?”

레인은 천천히 그녀에게 과거를 물어보았다. 그녀를 만났던 노예시장의 무대 위에서는 마치 모두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가치가 높음을 선언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게 보였던 그녀였다. 여기까지는 모든 노예상인들이 본 그녀의 평가였다. 하지만 레인은 달랐다. 이 노예는 보기와는 달리 무척 여리고 고독하다. 겉으로 보이는 강하고 당찬 모습들 뒷면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나약함이 엿보였다. 고양이처럼 귀여운 눈망울의 깊숙이 자리한 우울함에 흥미를 느낀 레인은 그녀에게 돈을 입찰했다. 300골드에 그녀를 얻은 것은 운이 따라준 일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물론 제 집은 아니고요. 기획사에서 얻어준 집이었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어요.”

“네가 살던 세계에서도 어른이었나 봐?”

“헤헤.. 아니요. 사실은 마시면 안 되지만, 넓은 집에 혼자 있으니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거든요.”

“조금 따끔할 거야. 약을 발라줄게. 소중한 나의 캐서린의 엉덩이가 덧나면 안 되니까.”

“감사합니다, 주인님.”

자신의 몸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지만 오히려 그 예속감이 자신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캐서린은 조금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 뭐 술보다도 전 사실 마약도 했었으니까요. 어른들이 만든 규칙 따위는 상관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머리가 자꾸 아프더라고요. 자꾸 토하게 되고 눈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 같고..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약을 받았어요. 너무 힘들게 일했으니까.. 아마 거의 4년 동안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을 거예요. 피곤한 건 일상이었고, 살이 찔 수도 없었죠.”

“힘들었겠구나.”

“헤헤.. 사실 힘든지는 몰랐어요. 그냥 데뷔하고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어딜 가더라도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가득했죠. 사실 이곳은 정말 편해요.”

“여기가 편하다고?”

“여기선 절 아무도 알아보지 않잖아요. 전 밖에 돌아다닐 때, 변장을 하고 다녀야만 했었어요. 답답했지만 누군가가 절 알아보면 인파가 몰리고 그럼 잠깐 뿐인 일상이 깨지는 건 둘째치더라도 저를 관리하던 회사 측.. 그러니까 이곳으로 말하자면 길드에서 무척 불편해 했기 때문에 어쨌든 숨기며 살아왔어야만 했죠.”

“도대체 넌 어떻게 지금까지.. 버텨온 거니..”

레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가 연기에 능숙한 만큼, 레인 또한 연기에는 도가 튼 사람이다. 캐서린은 자신을 위로하는 주인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묵묵히 털어놓았다.

“그냥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에요. 아무튼 의사가 준 약을 적당히 침대에 던져놨던 거 같은데 그 옆에 마약도 같이 뒀었거든요. 버릇처럼 마약을 보자 손이 자연스럽게 마약에게 갔어요. 흡입하고 나니 몽롱한 기분이 들어 술을 집었었는지, 처방된 약을 집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약을 먹었을까요? 아니면 술을 마셨을까요? 어쩌면 둘 다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기억이 끊어졌는데 다시 눈을 뜨니까 우리 안에 갇혀서 도시 안으로 끌려가고 있더라고요.”

18살. 레인과 래티샤보다는 한 살이 많고, 키아라보다는 한 살이 어린 나이. 아마 그녀는 마약과 처방된 약, 술.. 이 3가지를 동시에 복용하고 어떤 문제가 생겨 죽은 모양이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고,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 채 그렇게 천천히 죽어가는 것조차 모르고 죽어버린 그녀. 

이곳에 떨어진 노예들은 기본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고 나약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슬레인이라는 곳 자체가 노예들의 입장에서는 악몽과도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가 어떤 슬프거나 불행한 사연들을 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이곳이 자신들에게 내려진 벌이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쉽게 자포자기해버려 가치를 상실하는 경우 또한 많았다. 하지만 캐서린은 다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장대로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무척 강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에헤헤.. 후련하네요..”

“정말 잘 했어. 예쁘네.”

캐서린의 눈에서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새에 눈물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캐서린이라고 하는 노예는 심한 마조히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걸로 무작정 조교를 한다면 그저 맞는 것을 즐기는 암캐 한 마리에 불과할 것이다. 레인의 눈에는 캐서린은 그 이상으로 쓸모가 있는 노예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때론 위로와 정신적인 따뜻함을 함께 줘야만 한다. 

“아.. 정말 신기해요.. 왜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 하루는 그냥 다 때려 치고 싶은 날도 있었거든요? 사람들은 곤란한 질문을 마구 던지고, 수많은 마이크와 카메라에 둘러싸여 숨을 쉬기도 어려울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여긴 뭐랄까? 휴가 온 기분도 조금 들어요. 솔직히 무섭고 위험한 곳이기도 하지만, 주인님 곁에만 머무른다면 이 위험한 곳도 절대로 위험하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래도 주인님처럼 자상하고 좋은 분을 만나서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쪽-

스스로 먼저 뽀뽀를 하며 예쁘게 웃어주는 모습은 전혀 거짓이 섞여있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캐서린은 진심으로 레인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복종과는 거리가 먼 형태의 복종. 어쩌면 너무 간단한 계기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관계. 그렇기 때문에 노예 낙인은 흔들릴 수 있는 그녀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붙잡을 것이다. 외모에 집착하며 쉬는 시간에도 스스로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거울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는 이 노예는 틀림없이 자신의 엉덩이에 새겨진 흉터를 보며 자신의 존재의 의의를 되새길 것이다. 

“휴우... 그래도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왜? 겁나?”

“아이... 참... 주인님껜 가장 애교가 넘치고 귀여움을 받을 노예는 저예요! 그것만큼은 아무에게도 양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전 여자들과 친구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고민이 있었다니 몰랐네?”

“네...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앗! 제가 혹시 주인님이 하실 일을 방해하는 건..”

“괜찮아. 가끔 우리 이렇게 고민을 말하는 시간을 가질까?”

“정말요?! 그래도 괜찮나요?!”

캐서린은 눈을 반짝이며 무척 기뻐했다. 역시 이 노예는 외로운 고양이였다. 가학적인 맛에 눈을 떴다곤 해도 그걸 24시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심하게 되어버리면 스스로 자해를 하며 기쁨을 느끼게 되어버리는데, 심각한 경우엔 스스로 자살까지도 선택해버린다. 

그래서 레인은 이 외로운 고양이에게 ‘친구’라는 것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래티샤와 키아라와의 유대관계를 만들어 준다면 아마 자신의 몫을 해내고도 남을 것이다. 분명 캐서린은 훌륭한 자질이 많은 노예이다. 단지 단점이 너무 크게 보여서 노예시장의 피라드조차도 저평가를 해버린 그런 물건이었을 뿐.

“잘 가.”

“이제라도 정신 차리세요.”

“쳇! 귀엽지 않긴.”

“마스터, 감사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다시 뵐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냐, 너도 잘 가라.”

노예상인길드에 로나이시를 돌려주러 온 레인은 일부러 캐서린을 동행시켰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캐서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똑똑한 노예는 레인의 다른 두 노예와는 달리 무척 상황판단이 빠르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치밀하다. 

“흠? 제법이군! 성공보수 300골드에 속도보상 400골드, 총 700골드야. 이제 조교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모양이지?”

“그런 셈이죠. 요즘은 뭐 재미난 일 없어요? 저번에 그 감옥 안에 있던 언니는 뭔 죄를 지었데요?”

사정을 다 알고 있지만 레인은 적당히 말을 던져보았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으니까.

“별거 없어. 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마.”

“에이~ 그렇게 나오시면 더 궁금하잖아요?”

“꼬맹아, 겨우 걸음마를 뗀 주제에 건방지게 나랑 말대답이나 하자는 거냐?”

“뭐, 싫음 말고요. 가자.”

“네..”

캐서린은 안젤리카와 레인의 눈치를 살피며 레인의 손을 붙잡고 따라갔다.

“잠깐! 오늘은 의뢰를 받을 생각이 없어?”

“네? 없는데요?”

레인은 안젤리카의 표정에서 그녀가 지금 뭔가 숨기는 것이 있고, 또 자신하고 어떤 대화를 더 하고 싶다는 것을 포착했다. 

“받아가.”

“이젠 노예상인길드가 강요도 하는 가요?”

“유명인사가 맡긴 건데 해보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걸?”

“누구요?”

“그건 말 못하지.”

레인은 헛웃음이 나왔다. 안젤리카는 생각보다 초조해 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도 보였다.

‘노예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에 있으신가? 위대하신 안젤리카님?’

저 거만한 암퇘지를 묶어서 뜨거운 그네에 태우고 살이 익어버릴 때까지 울부짖도록 만들고 싶다는 게 레인의 작은 소망이다. 안젤리카가 데려온 볼품없는 노예가 진짜 명망이 있는 자의 노예라면, 까짓 거 어차피 얼마 되지 않는 명성 따윈 날려버려도 안젤리카를 엿 먹이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이 노예를 D+하인으로 만들어 와! 선금은 100골드 지급하지.”

“훗, 그러죠.”

레인은 속으로 안젤리카를 비웃었다. 유명인사가 맡긴 일이 고작 D+랭크의 하인 따위를 만들어 오는 것이다? 그런 개소리는 익히 들어본 적이 없다. 뭔가 뒤로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지만 레인은 그냥 속아주기로 했다. 어쨌든 저쪽에서는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으니까. 덤으로 수월하게 래티샤와 키아라의 도움으로 골드를 얻을 테니, 자신은 남는 시간을 더 유익한 일에 보낼 수 있다.

레인이 두 마리의 노예를 끌고 길드 밖으로 나가자 길드마스터는 안젤리카에게 다가왔다.

“네가 볼 때, 저놈이 뭐하는 놈인 것 같나?”

“그냥 평범한 노예상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못 캐내었으니 내 앞에서 변명하는 말로 들리는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단 한번이라도 일을 그르친 적이 있었습니까?”

“없었지.”

꽈악-!

“으읏...”

왼쪽 가슴이 찌부러질 듯 세게 잡아당기는 마스터의 손길을 안젤리카는 거역하지 못했다. 

“잘 해.”

짧지만 분명한 협박. 도대체 안젤리카는 어떤 약점이 잡힌 것일까? 안젤리카는 그의 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좋아. 바로 그런 자세야. 큭큭큭큭...”

길드 마스터는 만족스러운 듯 엉덩이를 때려주며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 다행히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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