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50)

4월 19일 

“음.. 개운하군. 다들 몸은 어때?”

“전 괜찮습니다.”

“전 조금 배가 아파요..”

“저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오늘까지 섹스를 하면 아마 하루는 쉬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정말 괜찮아?”

레인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키아라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흐읍!! 네.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 좀 더 즐겨줄지 알았는데. 그럼 이건 어때?”

“네? 무슨.. 앗?!”

키아라는 깜짝 놀라 손으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붙잡았다. 미세하게 진동이 자신의 동굴 안에서 느껴졌다. 

‘뭐야.. 이거? 이상해!! 마치 질 안을 마사지하는 듯한... 이상한...’

“어때?”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더 할까?”

“네... 주인님..”

순순히 쾌락을 받아들이자 반대로 레인은 바이브의 전원을 껐다.

“아...”

아쉬워하는 키아라가 재미있지만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다. 오늘은 저대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보고 싶은 모습은 스스로 진동이 오도록 해줄 것을 요청 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왜? 할 말이 있으면 지금 해.”

“그게... 더 느끼고 싶습니다..”

“흠, 키아라는 생각보다 음란하네? 내 자지만을 원하는 사랑스러운 나만의 노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봐? 설마 다른 남자의 자지도 받아들이면 지금처럼 기뻐할까?”

“아, 아닙니다! 결코 그럴 순 없습니다!”

“그런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걸?”

위이이잉-!

“하으읏!!”

다시 진동이 시작되자 키아라는 필사적으로 레인의 명령을 상기하며 바이브가 보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진동의 강도를 중간 정도로 더 세게 했다.

위이이잉!!!!

“하아앙!! 주인님.. 주인님이 주시는 바이브에 가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레인은 다시 바이브의 전원을 껐다.

“아...”

“왜? 방금한 말하곤 다르잖아?”

“죄송합니다..”

“좋아. 벌로 오늘은 진동을 주지 않겠어. 불만 없지?”

“네, 없습니다.”

“좋아, 래티샤는 오늘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해놔. 키아라, 알비나를 준비시켜. 넌 나와 함께 농장으로 간다.”

집 밖으로 노예들을 데리고 나온 레인은 곧장 농장으로 향했다. 수간은 농장노예로서 배울 소양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아직도 가르쳐야 할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수간이 완벽해 질 때까지 이틀에 한번 꼴로 시킬 것이고, 다른 날은 기본적으로 농장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들을 쌓게 해주어야 한다.

“어젠 어땠어?”

“솔직히 기분 좋았습니다.”

“아직도 날 원망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 새로운 쾌락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 사이에 많이 바뀌었군. 돼지한테 당할 땐 죽을상이더니.”

“네, 그랬지요.. 하지만 어제 래티샤님께서 저를 위해 희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느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녀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이죠..”

“네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이게 오늘 네가 공부해야 할 문서들이다. 이 농장에서 쓰이는 서류들은 무척 간단하지. 물건을 받고, 팔고, 대금을 받고, 지출한 것들이 전부야. 개인에게 판매한 기록들은 이곳에 남긴다. 그리고 다른 가게에 납품한 기록은 이곳에 남긴다. 궁금한 건 물어봐.”

“사실 너무 간단해서 그다지 외울 건 없네요. 예전에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의 장부에 비하면 매우 간단해요.”

“그야 소대가리들이 적어왔으니 그렇지. 좀 더 세부적으로 적어줘야 해. 가령 예를 들면 재고파악에 관한 건 아주 날림으로 머리 숫자만 적어놨잖아? 가축들의 병에 걸렸는지, 죽어가는 건 없는지, 도축을 빨리 해야 할 개체는 무엇인지와 같은 것들도 일일이 매일 확인을 하며 기록을 해야 해. 적당히 하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 한 번 체크하고,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하루 3번은 확인해야겠지.”

“네, 알겠습니다.”

“아예 할 수 있다면 처음엔 번거롭더라도 모든 가축들을 번호로 매겨서 각각 사육일지를 적으며 관리하는 게 최선이겠지. 어때? 할 수 있겠어?”

“네! 해보겠습니다!”

“좋아, 번호를 매길 땐 헷갈리지 않도록 종류별로 고유코드를 만들고 그 뒤에 번호를 매겨. 이를테면 소는 A1번으로 시작하고 돼지는 B1으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알비나는 의욕적으로 공책을 들고 이것저것을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흠, 제법인 걸? 확실히 산업화세계에서 왔다는 노예들은 몸으로 일하는 것보다 머리를 쓰는 일에 능한 노예들이 확실히 많아.’

수많은 다른 세계에서 온 노예들은 각각의 특성이 있다. 기계와 공장이 많은 세상에서 온 알비나와 같은 노예들은 서류처리와 같은 일들에 능한 경우가 많다. 반면 험한 자연환경을 가진 곳에서 온 노예들은 힘이 세거나 몸이 재빠르다. 노예들을 오래 데리고 있으며 그들의 적성과 능력을 찾아내는 노력을 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일반적으론 빨리 조교시켜서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예들이 쉽고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치고 팔아버리는 게 이득이다. 거의 두 시간이 지날 무렵 알비나는 빼곡하게 기록을 한 공책을 가지고 와서 레인에게 건넸다.

“다 했어요. 낙인 같은 걸 찍지는 못하니까 일단 우리의 위치와 특징을 옆에 같이 적어뒀어요.”

생각보다도 더 훌륭했다. 어쩌면 이 노예는 이런 상황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개인비서와 같은 역할을 가르치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렇듯 노예의 조교는 항상 노예에게 최적화된 것들만 가르칠 수는 없다. 다만 여건에 맞도록, 그 와중에도 스스로 잘하는 일을 연결 지어서 원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뿐이다.

“잘했어. 그 다음엔 바티칸의 공식문서를 보는 방법을 알아야 해. 다른 곳보다도 특별한 물건들이 제공되어야 하는 곳이거든. 이 도시의 정점에 있는 분들에게 직접 납품되는 것이니까 특별히 더 신경써야하지. 서류의 양식도 달라. 하지만 적는 내용은 그리 다를 건 없지. 거래내역서, 그에 기초해 발행되는 증서들, 물건을 수령받기 위해서 임시로 발행되는 것들도 있지. 복잡하지?”

“음.. 사실 제가 살던 곳에선 흔히 하던 일들이라서 그렇게 어려운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래? 그럼 네가 설명해봐.”

알비나는 유창하게 증서들의 목적과 사용용도,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록들의 의미와 보관해야 하는 중요한 문서들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다르게 이해하는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녀의 지식은 이미 갖춰져 있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아마 비서로서 B+랭크에 준하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짐작할 수준이다. 즉, 차고 넘친다고 봐도 좋다.

“정말 대단한데? 솔직히 이런 건 머리가 나쁘면 가르치기도 힘든 건데 말이야.”

“음.. 제가 사는 곳에선 일상생활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요..”

“좋아, 그 다음은 농장의 운영비용에 대한 지출의 기록과 서류의 정리에 대해서 해보자고.”

약 두 시간에 걸쳐 이것저것을 상세하게 설명을 이어나갔고 알비나는 꼼꼼하게 그의 설명을 들으며 모르는 것을 적어나갔다. 

‘농장일도 결국은 동물들을 각각 하나씩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일이지. 어린아이를 돌봐왔다고 하니 비슷한 일을 결국 하는 건가?’

레인은 한눈에 봐도 의욕에 넘쳐 열심히 공부하는 그녀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저런 의욕의 뒷면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생존본능이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레인은 생존본능이 강한 노예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살고 싶다는 욕심은 하고 싶지 않은 일조차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반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는 노예들은 조교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설득하고 달래야만 하고, 조금만 불편한 일이 생겨도 주저앉아 도움을 바란다. 물론 쉽게 포기하는 성격의 노예에게도 장점은 있다. 적당히 구슬리고 귀여워해주다 보면 기본적으로 쉽게 순응하는 성격들이 많기 때문에 쓸데없는 기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사실이니까.

“오늘 다 배울 필요는 없어.”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시던지.”

한가롭다. 손님이 찾아오는 것도 거의 없고 심심하다. 청소는 키아라가 열과 성을 다해서 하고 있으니 손가락하나도 까딱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 농장의 고정된 고객들은 이틀에 한 번씩 온다. 정말 한가롭다. 

위이이잉!

“흐응!!!”

심심해서 바이브의 버튼을 누르자 키아라는 일하다 말고 허리를 뻣뻣하게 세우곤 몸을 살짝 비틀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닙니다, 주인님.. 하아... 하아...”

당혹감 뒤로 비치는 쾌감에 사로잡힌 암컷의 모습이 레인은 무처 재미있어서 한 번 더 진동을 느끼도록 버튼을 눌렀다. 몸을 쓰는 것을 즐기는 성향을 가진 노예들은 섹스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하고 적극적인 경향이 크다. 이런 노예들은 섹스로 길들이는 방법 또한 하나의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키아라는 그런 섹스에 미쳐있는 노예로 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왔던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래티샤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도록 해야 한다. 검투노예야 차후에 올 노예를 사서 써도 그만이다. 이는 키아라를 입수했을 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정의롭고 올곧으며 그 이면엔 어두운 일들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그런 점을 레인은 사랑하는 것이다. 

“숨이 거칠어졌네. 조금 쉬지 그래?”

“아닙니다.. 주인님께서 주신 일을 완수.. 흐윽!!”

위이이이잉!!!!

“빠지겠다. 빨리 손으로 잡아.”

“앗!!”

절정에 오르기 직전에 바이브의 전원을 끄자 그제야 놀라 자신의 손으로 바이브의 끝부분을 붙잡고 다시 예쁜 꽃잎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때?”

“그게..”

위이이잉-!!!

“하앙!!!”

결국 교성과 함께 침을 흘리며 기쁜 표정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레인의 명령을 상기하며 끝까지 바이브를 자신의 보지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이거..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아... 주인님.. 더 해주세요....’

위이이잉!!

“흐아앙!!!”

가볍게 두 번째의 절정까지 오자 이젠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인님의 자지를.. 저의 보지에 박아주세요... 주인님의 손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싸늘했다.

“싫은데? 키아라는 내가 아니면 느끼지 못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거짓말을 한 거잖아. 벌로 넌 앞으로 나와 섹스를 하지 못할 거야.”

“흑!! 그런!!!”

“불만 있어?”

곧바로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키아라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건방지게 주인님께 요구를 하고 말았습니다. 부디 주인님께서 흡족해하실 노예로 저를 조교시켜 주세요. 흑흑...”

불쌍해 보이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레인의 가학심을 부추기는 걸 모르는 불쌍한 키아라는 최악의 악수를 선택하고 말았다. 과연 최악일까? 어쩌면 돌아갈 곳이 없는 슬레인의 노예에게 걸맞은 올바른 변화인지도 모른다.

“싫어. 넌 벌로 앞으로 100일간 나에게서 어떠한 애무나 포상도 받지 못할 거야. 앞으로 넌 평생 바이브를 차고 살거니까 그렇게 알아.”

“흑흑흑....”

키아라는 자신이 우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서러워서? 아니다. 그와의 애정이 담긴 섹스를 하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바이브에 가버린 자신이 한심해서? 확신할 수 없다. 그냥 눈물이 차올라 또 울고 울었다. 하지만 상냥한 자신의 주인님은 그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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