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50)

4월 18일 밤

집에 홀로 남은 키아라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미칠 것만 같았다. 

‘주인님께서 나에게 실망하셨을까?’

자신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래티샤는 주저하지 않고 수간에 동참하고 싶다고 스스로 자진했다. 하지만 자신은 선뜻 그렇게 행동할 수 없었다. 오히려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는 자신이 알비나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그런 일은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레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웃고 있지 않았다. 

‘트리스테인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도 포기했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위해 선택한 길이었건만 자꾸 후회가 되고, 그 후회스러운 마음이 자신에게 죄책감을 안긴다. 

딸깍-!

‘앗?! 주인님이다!’

키아라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잽싸게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훈련 열심히 했어?”

“네?”

“넌 항상 쉬는 시간을 주면 혼자서 구석방에서 검을 휘두르잖아?”

“아.. 네! 그렇습니다! 그랬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놓고는 또 다시 침울해졌다. 도대체 어디까지 자신이 레인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랑인 것일까?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싶고, 매달리고 싶고, 갈구하고 싶다. 그만이 자신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자꾸 그런 생각이 나 눈물을 흘릴 것 같지만 키아라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나약한 다른 노예들처럼 자신이 변한다면 레인은 실망할 것이다.

“무거워. 좀 받아줘.”

“앗! 죄송합니다!”

레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알비나였고 뒤에서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힘겹게 걸어온 것은 래티샤였다. 두 노예의 공통점은 확실했다. 온몸에 바르고 있는 허연 정액들,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엉망인 얼굴에서는 쾌락의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좀 씻겨줄래?”

“주인님께서 먼저..”

“빨리 재워야 내일의 조교를 할 수 있어.”

“앗! 알겠습니다!”

키아라는 레인의 명령을 기쁘게 수행했다. 레인의 목욕 노예로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긴 해도 열심히 배운 만큼 씻기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기사시절 단련 후 회복을 위해 배웠던 마사지를 해주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힌 후, 두 여인이 잠드는 것을 확인하곤 레인이 있는 방으로 다가갔다.

‘으.. 오늘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지..’

키아라는 막상 문을 두들기려고 했다가 최근 레인의 방에 자신이 밤마다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갑자기 망설여졌다. 애타는 손은 그의 문을 두들길 듯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딸깍!

“앗?!”

“키아라? 무슨 일이야?”

마치 운명이 이끈 것처럼 이번엔 레인이 먼저 문을 열어주자 키아라의 입에는 기쁜 미소가 걸렸다.

“죄송합니다, 주무시는데 방해를..”

“아직 안자는데? 그보단 내 방 앞에서 무슨 일이야?”

“그게...”

딱히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난감했다. 혹시라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가 자신을 더 이상 아끼지 않아줄 것 같아서 두려웠다. 검을 들고 싸우는 것보다도 그에게 미움 받는 것이 두려운 사랑에 빠진 노예가 그녀의 새로운 정체성이었다.

“복잡한 생각이 드는 모양이네. 잠시 들어와.”

‘역시 자상하신 분..’

오늘도 사랑하는 주인님이 자신의 응석을 받아주는 것에 감사하며 방을 따라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그게...”

키아라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안하게 느낄 때, 레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거나 얼굴을 만져주며 격려했다. 한참을 다 말하고 나자 속이 후련해졌다. 

“그랬구나. 내가 키아라를 좀 더 잘 살펴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네.”

“아닙니다! 당치 않습니다!! 전 주인님의 발끝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쉿! 자고 있잖아.”

“앗! 죄송합니다..”

“으이구.. 정말 넌 놀리지도 못하겠다. 이렇게 순진해서야..”

레인은 손을 뻗어 그녀의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부드럽고 윤기가 넘친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직 그녀는 노예로서 한참 부족하다. 진정한 노예는 자신이 좋고 싫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명령에 따르고 어떻게든 수행해 내야 한다. 내면에 두려운 마음 때문에 일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그 노예는 조교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 바로 키아라가 그런 상태다.

“죄송합니다.. 이런 응석을 부리는 노예를 용서해 주십시오..”

“으휴.. 요 귀여운 것.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주인님은 언제나 제게 과분하신 분이십니다. 하지만 전.. 그런 주인님에게 다가가는 걸 좋으면서도 머뭇거리고.. 그래서 더 죄송스럽고...”

“흠.. 그렇단 말이지?”

레인은 결국 키아라에게 부족한 것은 프라이드가 너무 높고,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많이 변하기는 했어도 그녀는 한평생을 엄격하고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를 비롯한 수많은 성적인 조교에 대해서 무척이나 즐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약간의 죄책감도 느낀다. 그렇다면 스스로 쾌락에 익숙해지고 즐겁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럼 이걸 써보자.”

“네? 이건..”

키아라는 깜짝 놀라면서도 레인이 꺼낸 물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남성의 그것과 똑같게 생긴 길쭉하고 검은 물건의 용도를 도저히 짐작하고 싶지 않았다.

“왜? 못하겠어?”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뻣뻣하군.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벌려.”

“네..”

키아라가 순순히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잡아 고정시켰다. 어떤 일을 레인이 하더라도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앗?!”

레인의 혀가 그녀의 음부 사이로 밀고 들어가더니 마음껏 속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하앙... 주인님..”

몸이 비틀어질 것 같을 때마다 스스로 마음을 잡고 버텼다. 하지만 그가 주는 쾌락은 너무나 강렬했다.

“흐윽!!!”

레인의 혀가 꽃잎에서 나와 클리토리스를 핥기 시작했다. 정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애무에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기도 전에 사랑스러운 그분의 손가락이 자신의 꽃잎 안으로 들어왔다.

“하응... 주인님.. 가버릴 것 같아요... 아앙!!”

하지만 가버리기 전에 레인의 애무는 멈췄다.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토라지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지만 레인에게 응석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그의 손길을 기다렸다.

쑤욱!

“아읏!!”

키아라는 깜짝 놀랐다. 방금 보여준 검은 막대기를 자신의 안으로 삽입한 것이다. 다행히 길이나 굵기가 제법 우람한 레인의 그것보다는 못한 것이지만 그렇다곤 해도 섹스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은 그녀의 보지로서는 이것도 충분히 크게 느껴졌다.

푹푹-!

“아으읏!! 하앙... 아아앙.... 이상해요.. 주인님.. 주인님의 것이 아닌데.. 그런데.. 느껴져요..”

키아라는 막상 레인의 것이 아닌 물건에 느끼는 자신에게 그가 실망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그래서 스스로 벽을 쌓고 걱정하는 아주 귀찮은 습성이 있다. 레인은 그런 그녀를 근본적으로 개조할 생각이다.

“어때? 마음에 들어?”

“주인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어요.”

“그럼 내가 내일 당장 널 데리고 가 말에게 삽입당해라고 해도 괜찮다는 거네?”

“그건...!!”

당혹감과 두려움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하게 대답해. 난 거짓말을 하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솔직히.. 두려워요.. 하지만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전 할 수 있어요. 주인님께 사랑받고 싶어요. 그게 제가 사는 이유에요..”

“으휴.. 아레나에서 보였던 그 무시무시하고 도발적인 키아라는 어디에 갔어?”

“주인님 앞에서만.. 그런 거예요. 당신은 너무나 거대하고 위대하세요. 전 당신 앞에서 아무 저항도 할 수가 없어요.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눈을 뜨고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당신의 곁에 머물고 싶은 생각만 미친 듯이 들어요.”

“후후.. 이렇게 착하고 귀여운 널 어떻게 그런 모진 일을 시키겠니?”

레인은 애초에 그녀에게 동물의 좆을 느끼게 할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키아라는 그런 용도로 쓸 필요가 없으니까.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짧은 시간에 최선의 조교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효율적인 조교를 해야만 한다. 키아라는 노예검투사라는 할 일이 뚜렷하게 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레나에서 만날 그녀의 적수는 모두 챔피언의 반열에 오른 노예들이다. 따라서 그녀에게 섹스는 적당한 당근의 역할에 당분간은 한정할 것이다. 다만 오늘부터 시행할 이 조교는 그녀를 보다 노예스럽게 바꿀 것이다. 

“이제 일어서. 바이브가 빠지지 않도록 손으로 받치고 있어.”

“네..”

몸 안에 들어온 길쭉한 느낌을 느끼며 이것을 넣었다 뺐다하며 놀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다. 그가 허락한다면 해보고 싶다. 아니, 그가 허락하지 않더라도 혼자 남겨졌을 때 스스로 자위를 해보고 싶다. 어째서 이런 놀이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가 내릴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앞으로 딱 열흘만 버텨봐.”

“네?”

“절대로 내가 빼라고 허락하기 전까진 빼지마. 이건 주인으로서 네게 내리는 명령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명심해. 자고 있을 땐, 정조대로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자. 그 이외의 시간엔 정조대를 무조건 벗어. 화장실이 가고 싶다면 나에게 보고를 해. 네 멋대로 뺀다면 그땐 정말로 실망할 거니까.”

그렇게 키아라의 새로운 조교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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