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흐암!! 이제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아침이 밝아오고 래티샤의 활기찬 모습에 둘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침대신세지만 확실히 누가 봐도 어제보다 더 밝아져 있었다.
“그래도 아직 무리 하지 마. 네가 아프면 내 마음이 아프니까.”
“헤헤.. 주인님 감사해요..”
래티샤는 자신보다도 작은 소년에게 몸을 낮추었고 소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키아라의 눈에는 래티샤의 표정이 그저 순진무구한 소녀의 얼굴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비치는 표정이 어딘가 야릇하다는 걸 눈치 챘다. 척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어젯밤 ‘어떤 짓’을 했기에 그녀의 기분이 많이 좋아져 있다는 것 까진 이해했다.
“자! 그럼 식사부터 할까? 조금만 기다려 줘.”
“네!”
레인은 익숙하게 앞치마를 두르고 식당으로 향했다. 깡통을 까자 딱딱한 쌀 덩어리가 나왔다.
“뭘 만드시는 건가요?”
“수프의 일종인데 죽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쌀 덩어리에 물을 붓고 오래오래 끓이면 끝이에요. 아픈 사람에게 좋죠.”
“신기하네요..”
래티샤는 레인이 가져다 준 식사를 오늘도 깔끔하게 먹었다. 가끔 먹다가 흘릴 때마다 곁에서 자상하게 입술을 닦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격려해주는 모습에 키아라는 조금 감동했다. 곧 식사가 끝나고 다시 잠이 들자 둘은 다시 거실로 나왔다.
“레인님은 정말 자상하시네요.”
“하하, 좋아하는 사람에겐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죠.”
“그런 건가요??”
키아라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레인을 알아보고 싶었다. 이 남자는 분명 자신이 살던 트리스테인에서 살았다하더라도 ‘좋은’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남자이니 틀림없이 래티샤가 진심을 다해 사랑을 바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물론 밤에 하던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것만으로 저렇게 사랑을 속삭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결론지었다.
“어차피 이게 전부인 걸요.. 마음 같아선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데 그럴 사정은 안 되고..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오히려...”
“아니에요! 부담가지지 마세요.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건 결단코 아니에요! 그보다 일단 저희도 식사부터 하죠.”
“네.”
둘은 오늘도 마주앉아 사료를 씹었다. 꽤 지독한 맛이지만 왠지 그와 함께 하는 식사는 즐거웠다. 사실 어제도 혼자 집에 있으며 그가 오는 것만을 기다렸다.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현실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기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기를 몇 번, 그와 마주한 것이 기쁘다가도 어색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결국 참다못해 먼저 마음속에 있는 말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레.. 레인님! 절.. 당신의 노예로 삼아 주세요!”
“... 네?!”
레인이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의자에서 균형을 찾았다. 그런 모습도 키아라에겐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게만 보였다. 지켜주고 싶다, 아껴주고 싶다. 그리고 어떤 남자인지 더 알아보고 싶다.
“갑자기.. 왜..”
“신세를 지며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힘든 사정에 이렇게 절 돌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언제까지고 기대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하겠습니다.”
“아...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그럼 혹시 검투사 대회에 나가보시지 않겠어요?”
“그게 뭐죠?”
“콜로세움에서 다른 검투사와 싸우는 거죠. 보통 처음 등록하고 5번 정도는 죽이는 목적의 싸움은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긴 해요.”
“그걸 하면 돈을 벌 수 있습니까?”
“네. 하지만 매일 검투경기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고 보니 마침 오늘이 경기 날이네요. 한 번 가보시 겠.. 아니네.. 무기가 없죠.. 기본적인 갑옷도 없고...”
“무기가 없다고 해도 전 기사였습니다. 그리 쉽게 당하진 않습니다.”
“하긴.. 어차피 5번을 이기기 전까진 보통은 겨우 검투사로서 기초만 뗀 노예들도 많이 나오니 아마 적수가 없으시겠죠.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뭐죠?”
“규정된 갑옷이 아니면 거의 벗고 싸워야 해서..”
“....”
곧바로 울상이 되자 레인은 허둥지둥대며 손을 흔들었다.
“죄송해요!! 역시...”
“상관..없습니다... 제가 결정한 일.. 제가 슬레인을 떠나기 전까진 전 당신의 검투노예입니다. 이곳은 마음을 읽는 마법도 있으니 이 정도 마음가짐이 되지 않으면 그때처럼 검투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겠지요. 앞으론 제가 스스로 당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절도 있는 동작으로 스스로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레인의 노예로서가 아닌 트리스테인의 기사로서이기는 했지만 일단은 스스로 숙이고 들어온다는 걸 말릴 이유는 없다.
‘생각보다 너무 순진해서 쉽군. 하지만 아직 멀었어.’
레인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키아라를 자신의 검투노예로서 받아들였다.
“후아.. 긴장되네요.. 다치시면 안돼요..”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주인님의 명성에 걸맞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수대기실에서는 검투사들과 주인들의 경기 전 마지막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출전하는 노예들이 대부분이기에 싸우기 전 마음가짐이나 숙달된 기술, 약점을 가르쳐주며 독려하는 주인들과 노예들로 대기실은 꽉 차 있었다.
“하하.. 키아라님이 그렇게 불러주시니 정말 키아라님의 주인이 된 거 같아서 너무 기쁘네요.”
“제가 선택한 분이십니다. 부담스러워하지 마십시오. 말씀도 부디 편하게 하십시오.”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성격이 레인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기사란 자고로 노예와 다를 것이 없는 족속이다. 특히 그녀처럼 고지식하고 원리원칙만을 강요받으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잘못된 명령이라고 해도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그 일을 행한다. 아주 잘 훈련된 개와 그들의 차이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알았어요. 키아라가 진지하게 임하는 만큼, 저도 그럼 진지하게 키아라는 제 노예라고 생각할게요.”
“감사합니다.”
“저기.. 그보단 옷은 좀 어때요?”
“... 솔직히 벗은 것과 그다지 차이점을 못 느끼겠습니다..”
돈이 없는 레인은 제대로 된 갑옷이 아닌 사슬 비키니를 샀다. 이 의상은 전형적인 검투사 조교에 쓰이는 의상으로 방어구가 아니라 가볍고 반짝이는 무대 의상에 가까운 복장으로 최소한으로 재단되었기 때문에 가려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 끈으로 된 팬티와 브라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벌거벗었다고 표현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죄송해요... 돈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아닙니다. 사정이 나쁜 것에 저도 일조를 하는 만큼 꼭 이겨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말씀은 편하게 해주십시오. 주인님께서 노예에게 얕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한쪽 무릎을 꿇고 레인의 손등에 키스를 했다. 평소에 늘상 하던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뭔가 조금 어색했다.
“하하.. 고마워요. 그럼 키아라의 이름으로 돈을 조금만 걸어둘게. 꼭.. 다치면 안 돼.”
자상한 미소로 자신을 안아주고 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키아라는 지켜보았다. 그냥 귀여운 꼬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놀라운 구석도 많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만나온 남자들에겐 없는 자상함이 있었다. 남자들이란 언제나 그녀에겐 경쟁자였다. 그들을 이기고 성검 에스텔을 얻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아버지는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다는 말 한마디조차도 하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에 비하면 그는...
‘정신 차려라. 난 트리스테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시간에도 제국에게 유린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백성들을 떠올려라. 전하께서 주신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돌아갈 길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래! 레인님과 래티샤님도 함께 가자고 설득해봐야겠다.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지낸다면 둘은 정말 행복해 질 수 있겠지.’
스스로를 설득하고 눈을 감고 집중을 했다. 이제 곧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안전한 마이너대회라고 해도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전쟁이란 것이다.
“나가라. 네 차례다.”
“네.”
문지기의 호명에 대답을 하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 거대한 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이 귀를 울렸다. 밖에서 봤던 거대한 돔형 건물의 안은 상상 이상으로 더 거대했다. 그리고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등장에 모든 사람들이 환호를 지른다.
“어이!! 탱탱한 엉덩이!! 네년한테 돈 걸었으니까 죽어도 이겨!!!”
“얼굴에 몸매가 그냥... 그냥 집에다가 깔개로 써도 아깝지 않겠는데?”
‘천박한 놈들.’
키아라는 관객들의 반응에 인상을 쓰면서도 무대 중앙으로 왔다. 지금도 자신이 나와 싸우는 것을 걱정할 레인을 떠올리며 저들의 저질스러움을 상기했다.
“아름다운 왕국 트리스테인의 기사, 오늘이 처녀출전인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노예 키아라입니다!”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야유소리가 여기저기가 들렸다. 키아라는 버릇대로 자신의 손에 모래를 묻혀 비볐다.
“상대는 유명한 검투사를 배출한 친애하는 로시니우스의 노예입니다! 과학이 발달한 세계에서 온 격투가 롤라입니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상대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고 왔다. 이미 이런 환경에 낯설지 않다는 증거였다.
“한쪽이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거나 죽기 전까지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경기 시작 전, 두 여인이 서로를 마주본 가운데 진행요원이 주의사항을 몇 가지 일러주었다. 둘 중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진다. 키아라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가무잡잡하고 제법 우락부락한 몸에 키도 자신보다 조금 더 컸다.
“어이, 예쁜이! 주인님께 엉덩이나 흔들지 왜 이런 흙바닥에 왔냐?”
“...”
키아라가 도발을 무시하자 롤라는 반드시 죽이겠다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큭큭.. 네년의 예쁜 얼굴을 뼈가 드러날 때까지 후려갈겨주면 주인이 참 좋아할 거야. 살고 싶으면 울면서 자비를 구걸해라.”
“그럼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넓은 모래밭 위에 서 있는 둘은 서로의 눈빛과 몸짓을 살피며 서로를 잠시 탐색한다. 척 봐도 체급차이가 분명했다. 롤라는 근육질의 몸집이 컸고, 키아라는 키가 크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가느다란 체형이었다.
슝~!
공기를 가르며 날아온 주먹을 키아라가 숙여 피하자 사람들이 환호한다. 몸을 숙이자 곧바로 날아오는 상대의 무릎 두 손으로 막았지만 무게차이 때문에 몸이 붕 떠서 흙바닥에 등이 닿는다. 재빨리 몸을 뒤로 굴려 일어났지만 롤라는 기세를 몰아 일방적으로 몸을 밀치며 파고들었다.
“피하다가 끝낼 셈이냐? 앙?! 난 두들기다 끝내니 좋다만!!”
쉬지 않고 날아오는 주먹을 이리저리 피하면서도 틈새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상대는 확실히 주먹을 쓰는 법을 배운 티가 났다. 그저 아무 노예나 붙잡고 조금 가르쳐서 대회에 보냈을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퍽-!
“큭..”
결국 잘 피하다가 배에 한방을 맞아버리고 말았고 몸이 뒤틀리는 충격이 느껴졌다.
“아프지? 지금이라도 꿇고 빌면 그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진 않을 거야.”
‘어지간히 시끄럽군.’
약 5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일방적인 경기 내용에도 끝이 나지 않자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칼을 쥐어줘!!!”
“이런 지루한 경기를 보여주려고 골드를 받았단 말이야?!!!”
blood!! blood!! blood!! blood!! blood!! blood!! blood!! blood!!
이미 관객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그들이 노예들의 피를 갈구하기 시작했다는 건 이 싸움이 둘 중 하나의 죽음을 보겠다는 의미가 된다.
“어이! 이젠 죽이지 않으면 끝내지 않는다는데 어쩔 셈이야?”
“살아서 나가야 한다. 난 나의 사명을 다해야 하니까!”
“그럼 피하지만 말고 덤비라고!!”
주먹과 발을 마구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결국 벽 근처까지 몰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그들에게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경기를 보내는 노예들에게 욕설과 모욕이 담긴 언사를 마구 뱉으며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다.
‘좋았어, 지금이다!’
키아라는 뻗는 주먹을 피해 벽으로 달려가 벽을 차고 뛰어 올라 아름답게 포물선을 그리며 순식간에 롤라의 머리 위를 넘어갔다. 그리고
우드득-!!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머리를 붙잡아 반대로 꺾자 순식간에 목이 뒤틀리며 숨이 끊어졌다. 단 한 번의 반격. 검이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육탄전으로 이길 방법은 거의 없었고 결국 단 한방에 걸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가 방심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관객들은 조용했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버린 경기 결과에 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로 마무리 해!!!”
어떤 관객이 던진 것은 나이프였다. 관객들은 피를 원하고 있다. 깔끔하게 목이 꺾는 결말을 바란 것이 아니다. 키아라는 롤라의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어서 경기장 중앙으로 향했다.
kill!!! kill!! kill!!! kill!! kill!!! kill!! kill!!! kill!!
숨이 끊어진 롤라의 머리를 붙잡은 키아라는 목을 칼로 찔러 깔끔하게 베었다. 하지만 이런 단검으로 뼈를 자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무게를 실어 발로 내리찍어 머리와 몸통을 분리시켰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이제야 환호했다. 과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들은 피를 보았고 싸움에 진 노예의 시체는 구워져 관객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키아라는 이 미친 관경에 열광하는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끼며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롤라의 일그러진 머리를 자신에게 욕을 한 관객에게 집어 던져주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주인님.”
집을 돌아오는 내내 키아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사로서 자신의 무력을 이런 불의의 곳에 썼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쾌했다. 하지만 이건 자신이 선택한 일.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은 죄송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일단 몸부터 씻어도 되겠습니까?”
몸에 뭍은 먼지와 죽은 자의 피에 광채가 나던 하얀 피부는 그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나오자 귀여운 자신의 주인님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 컵에 든 쥬스를 건넸다.
“형편에 드릴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는 무척 불쾌했지만, 자신을 향해 상냥함을 보이는 소년에게 진심으로 키아라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저...”
“뭐든 말씀하십시오.”
“그게.. 오늘 솔직히 많이 불편하셨죠? 고귀하신 기사님이 이런 일을 하시게 되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불쾌하냐고 묻는다면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네, 무척이나 불쾌했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건 배운 적도 가르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곳의 생활방식이 아닙니까? 전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주인님의 노예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약속된 대로 제가 트리스테인에 돌아가기 전까지는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눈빛이 레인은 마음에 들었다. 이런 깨끗한 영혼을 가진 노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앞으로 조교하게 될 노예 역시도 순순히 따라올 것이다. 그녀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설득력이 있다. 이런 노예가 열과 성을 다해서 자신의 조교를 돕는다면 새로운 노예도 조금 더 쉽게 순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긴...”
“앗!”
경기 중에 맞았던 곳을 손으로 살짝 만지자 따끔함에 몸을 움찔거렸다.
“아.. 역시... 이렇게 다치면 안 되는데..”
“다치는 건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안 돼요! 키아라는 여자아이잖아요!! 여자아이는 보호받아야 해요!!”
“네?”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신보다도 약한 주제에 자신을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소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연고에요. 비싸긴 하지만 금방 낫는 물건이죠. 옷을 벗고 잠시만 누워주세요. 상처가 남기 전에 지워드릴게요.”
레인은 자신의 침대에 키아라가 눕자 그녀의 옆으로 가 이리저리 살피며 연고를 발라주었다.
‘정말 자상한 남자다. 좋은 사람..’
하루의 노곤함이 몰려와 피곤한 것 같아 눈을 잠시 감았다.
“뒤로 돌아 누워 주실래요?”
“네..”
조금 자고 싶었다. 그래서 노곤하게 몸에 긴장을 풀었다. 그의 손이 자신의 목과 어깨를 시작으로 부드럽게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편안해지며 이대로 푹 자고 싶었다. 등을 시작으로 허리 그리고 엉덩이로 손이 내려가..
“앗?!”
“네?!! 왜 그러세요?”
“갑자기 거길 만지시면!!”
키아라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너무나 편안해 가만히 있었지만 갑자기 자신의 엉덩이에 남자의 손이 닿자 본능적으로 놀라 몸을 일으킨 것이다.
“죄송해요.. 하지만 몸이 너무 뻣뻣하게 굳어 있어서.. 이렇게 하면 조금 편안해 지실 거 같아서...”
솔직히 기분 나쁘진 않았다. 키아라는 자신이 너무 과민했다고 생각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게 너무 놀라서 그만..”
“아니에요. 싫다면 억지로 하진 않을게요. 정말 미안해요..”
“아닙니다! 주인님께서 절 위해 해주신 일인 만큼 끝까지 해주십시오!”
“정말요? 네~ 그럼 다시 누워주세요.”
‘어? 이게 아닌데..’
혼란스러워 엉겁결에 승낙을 해버렸고 레인은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와.. 정말 예뻐요... 잘 익은 빵처럼 예쁘게 부풀어 올라있네요.”
“그런 말씀은... 실례입니다..”
“아..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런 것이 처음이라... 마음대로 하십시오.”
키아라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레인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이 성에 무지하고 고지식한 기사는 성적인 어떤 보상들이 낯설고 이상하며 두렵워 할 정도다. 그렇기에 서서히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조금씩 맛을 들이게 해야만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게끔 천천히 길들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변하게 만들 수 있다.
레인은 약간의 미약성분이 들어있는 마사지 오일을 꺼내 손에 듬뿍 발랐다. 이 오일은 피부에 스며들며 성적인 쾌감을 유도한다.
‘차가워.. 뭘 하는 거지?’
키아라는 방금 작게 거절한 것만으로도 울상이 되는 마음이 여린 레인을 더 놀라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묵묵히 누워서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미끌 거리고 이상한 느낌이 온몸에서 전해진다.
“다리도 주물러 드릴게요.”
“네...”
기다랗고 아름다운 다리를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거리며 주물러 주는 것이 너무나 시원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슬레인에는 자신의 일을 훌륭하게 해낸 노예에게 주인이 포상의 개념으로 이런 마사지를 해줘요. 어때요?? 조금 편안해 지셨나요?”
“네.. 솔직히 너무.. 좋습니다. 신기한 기분이에요.”
“그럼 엉덩이 쪽도 해드릴게요.”
“.. 네. 주인님.”
지금까지 너무나 기분이 좋았기에 거절하는 것도 우스워 결국 자신의 몸을 소년에게 맡기기로 했다. 소년의 따뜻한 손길이 엉덩이를 이리저리 문질러주며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엉덩이의 끝부분을 살짝살짝 매만지다가 탄력있는 엉덩이를 흔들 듯이 가볍게 두들기고 손바닥으로 힘을 줘 강하게 밀었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하아...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아.. 키스.. 키스 할 때처럼...’
“정말 아름다운 엉덩이에요. 한번 쯤 깨물어보고 싶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깨물어 줘... 그럼.. 무척 기분이 좋을 것 같아...’
미약성분의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었고 이미 반쯤 눈이 풀렸지만 그저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키아라는 납득했다.
“헛?!”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자신의 다리사이로 레인의 손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몸이 많이 뭉쳤네요. 조금만 풀어드릴게요.”
“네...”
심장이 쿵쾅거리고 뛰는 것 같았다. 무서운 기분도 들었지만 반대로 기대되는 마음도 커졌다. 정말 이상한 감정이었고 이게 남자를 알아가는 것이 아닐지 생각을 했다.
“하아...하아.....”
꿀쩍-
레인은 키아라의 꽃잎 사이로 살짝 흘러내린 애액을 보며 미소 지었다. 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된 그녀는 작은 흥분에도 쉽게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비부를 문질러주며 애가 닳도록 마구 괴롭혔다.
“하아앙... 하으으... 후우... 후....”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리면서도 눈을 감고 더 느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보였다. 한번쯤은 가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어때요?”
“정말.. 좋습니다.. 하늘에 붕.. 뜬 기분..”
“더 좋게 해드릴게요. 다리를 살짝 벌려주세요.”
“네...”
키아라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들으면서도 묘하게 기쁜 기분이 들었다.
“하읏!!”
레인의 손가락의 끝마디가 꽃잎 사이를 부드럽게 긁어주듯 나오다 들어가기를 반복하자 키아라는 미칠 것만 같았다. 부끄럽고 이상하다고 여기면서도 몸은 그런 이상한 행위에 더욱 집중하며 더 원하고 있다.
“조금 더 기분 좋아지고 싶죠?”
“네... 더... 해주세요...”
평소의 진지한 모습과 달리 무척이나 순해져 레인에게 쾌락을 구걸한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레인은 그녀의 등 위로 자신의 몸을 포개듯 누워서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려 앉히고 두 다리를 자연스럽게 벌렸다.
‘이건 설마...’
어젯밤 보았던 바로 그 자세였다.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며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정말 아름다우세요.”
“가..감사합니다. 흐응!!”
탱탱한 공처럼 탄력이 넘치는 가슴을 주무르자 키아라는 콧소리를 내었다. 유두를 손가락으로 꼬집듯 살짝살짝 비틀다가도 부드럽게 주물러주고 젖꼭지 위를 손가락으로 비비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 하아.... 하아.... 후후후...”
너무 좋아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야한 웃음을 흘리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꽃잎사이로 천천히 레인의 손이 내려가자 그녀 스스로 어제의 래티샤처럼 다리를 벌렸다.
‘몰래 본 걸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군. 그럼 기념으로 한 번 가게 해줄까?’
키아라의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자 그녀는 몸을 살짝 떨기 시작했다. 이미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었기에 첫 오르가즘을 선사해주기로 결심하곤 클리토리스를 마구 매만지다 꼬집어주길 반복했다.
“아아... 아..!! 좋아요... 하으윽!!!!”
결국 키아라의 허리가 살짝 꺾였다가 반대로 오므라지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꿀럭꿀럭...
꽃잎 사이에서는 달콤한 꿀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살짝 풀려 기뻐하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해주고 쉬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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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1844골드
지출내역:
사슬 비키니: 5골드
검투사 경기 승리: +50골드
검투사 경기 배당금: +500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키아라
<키아라 도우미 조교 & 처녀 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