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라 입수 & 기본복종심 조교>
4월 7일 아침..
우우우웅-!!!
수많은 기계들이 저마다 움직이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노예들은 하나같이 하얀 옷을 입고 있다. 노예도시 슬레인에서 거의 유일한 의료 센터인 테크노스피어는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독보적이고 정확한 기술, 짧은 시간의 완쾌율을 자랑하는 곳이다.
푸슈슈슈...
기계가 멈추고 안에 있던 증기가 밖으로 빠져나오자 간호사들이 다가가 관 뚜껑 같은 기계의 문을 열자 안에 보이는 것은 나신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길고 아름다운 몸은 잡티하나 보이지 않았고 피부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었다. 아름답고 풍성하게 자란 약간 웨이브가 있는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 아래로 가늘고 예쁜 눈썹이 보이고 그 아래로 감은 두 눈은 마치 잠에 든 공주님처럼 감겨있었다.
“고생했어.”
익숙한 소년의 목소리에 그녀는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처음 보인 것은 자신의 주인님인 남자였다. 자신보다도 더 소중한 자신만의 주인님, 그녀에게 소년은 단순히 사랑하다고 표현하기엔 단어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에게 복종의 기쁨과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아 준 단 하나의 존재, 사랑? 존경? 경외? 이런 하찮은 단어로 주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게 느껴진다고 소녀는 스스로 느꼈다. 작은 복종의 씨앗이 싹을 틔워 몸속 구석구석,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그 뿌리를 내려 완벽하게 ‘그’만의 노예로서 새롭게 태어났다.
“주인님! 앗?!”
소녀는 기쁜 마음에 기계에서 나와 자신의 주인님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넘어질 뻔했고, 주위의 간호사들이 그녀를 부축했다.
“아직은 회복기간입니다.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정말 잘 했어, 아프진 않았어?”
래티샤는 작은 칭찬에도 환희에 찬 모습으로 감격스럽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테크노스피어의 주인이자 의사인 휘케바인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곤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흠, 잘 버텼군? 좋아. 일단 회복실로 보내.”
“주인님...”
소녀는 다시 만난 자신의 주인님이 멀어지는 것이 괴로웠다. 오로지 그만을 바라보고 싶다. 하지만 응석을 부릴 수는 없다. 작게 자신의 애정을 표시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괜찮아. 조금 쉬면 곧 다시 만나니까 잘 다녀와.”
“네.. 주인님..”
황홀해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주인의 손길을 진심으로 느끼며 스스로 머리를 비볐다.
“흠, 대단하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충성심이 강한 노예를 만들 수 있었지?”
래티샤가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본 테크노스피어의 의사 휘케바인은 노예의 주인인 키가 작고 귀여운 외모의 소년에게 물었다. 아마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노예를 만난 존재라고 한다면 그녀 역시 top 10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 그녀의 눈에도 저 노예는 확실히 달랐다.
각성 시스템, 그것은 노예의 외모와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주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하게 바꾼다.
“조금이라도 움직였으면 아마 얼굴이 비뚤어졌거나 뼈가 이상하게 붙었겠지. 정말 깔끔해. 고통을 버티는 정신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수술인데 저걸 버티다니 솔직히 다시 봤다, 꼬맹아.”
“하하하, 제가 제일 아끼는 노예니까요. 약속대로 비용은?”
“2000골드만 받도록 하지. 쳇, 지금까지 성공한 케이스가 딱 2건이라서 공돈 벌고 기계나 녹슬지 않게 굴려보나 했더니 네게 당할 줄이야.”
최고의 의사라는 대외적인 평판과는 별개로 슬레인 최고의 과학도이자 예술가이기도 한 그녀는 노예들과 머저리들이 가져오는 성병과 기생충, 낙태와 같은 일을 처리하는 것을 결코 즐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그 일을 혐오한다. 그래서 최고의 노예를 만들기 위해 더욱 아름다워지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물로서 일반 성형기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각성시스템을 드디어 완성했다.
하지만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 이 각성시스템은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적게 잡아도 5000골드 이상을 받아야 손해가 없다. 더군다나 각성을 할 노예가 수술도중에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괴로워 몸을 비튼다면 곧바로 수많은 기계들이 엉뚱한 곳에 작업을 하게 될 것이고 정말 괴물 아닌 괴물이 탄생해 버린다. 결국 그래서 기껏 만들어 뒀더니, 쓸 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극상의 소질을 가질 노예가 최대한 비싸게 거래 되어도 2000골드면 충분한데, 5000골드나 쓰면서 노예가 망가지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이런 미친 짓을 시도하려는 이는 거의 없었다.
“퀸트가 좋아할만 하군. 이런 걸 적어 줄 정도라면 때가 되면 내게 필요한 노예도 납품해 주겠나?”
휘케바인은 놀라운 결과물에 땅딸보 꼬맹이 레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 땅딸막한 노예상인에게 기대를 거는 귀족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최선을 다해 원하시는 노예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레인은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췄다. 이로서 조금 더 나은 노예상인으로서 한 발자국 전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