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50)

4월 5일 오후..

“으흐흐흐흐..... 흐흐흐흐....”

“아무래도 완전히..”

“미쳐버렸네?”

발로 차고 뺨을 때려봤지만 반응이 거의 없었다. 허공에 멍하게 응시하고 죽은 시체처럼 그저 머리를 까딱거린다.

“너 이름이 뭐야?”

“몰라..... 아무것도 난 몰라...”

“넌 뭐하는 년이야?”

“노예입니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합니다... 이헤헤헤헤헤헤!!!”

정신 나간 웃음을 기괴하게 흘리는 그녀의 얼굴엔 동공이 완전히 풀려있었다. 

“아무래도 이 장난감은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봅니다.”

“그런 모양이네. 이제 어떻게 할까?”

이렇게 정신이 완벽하게 붕괴된 노예는 이제 더 이상 조교도 불가능하고 쓸모도 없다. 적어도 지성을 가진 노예로서는 말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길은 세 가지가 있다. 돼지처럼 살을 찌워서 고기로 도축이 되거나, 착유 시술을 받고 평생 죽을 때까지 젓을 짜는 암소가 되어 농장에서 사육되는 것, 마지막으로 하피의 자궁을 이식해 죽을 때까지 알을 낳는 암탉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주인님께선 달걀을 좋아하시니 알을 만드는 노예로 쓰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에이, 그러려면 농장을 임대해야 하는데, 그건 귀찮아. 그렇다고 근처 농장에 맡기자니 그건 효율성이 없고.”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래티샤에게 레인은 은근슬쩍 말을 던졌다.

“죽일까?”

“어떻게 죽이시겠습니까?”

“따 줘. 깔끔하잖아.”

레인은 래티샤에게 자신의 단검을 쥐어주었다.

“네가 해. 네가 기획한 일이니까 마무리는 네가 하는 게 옳겠지?”

순간 래티샤의 눈빛이 흔들렸다. 강철보다 단단하고 악귀보다도 지독했던 그녀의 마음이 처음으로..

“왜 못하겠어? 못하겠다면 내가 할게.”

“아닙니다, 해내겠습니다. 주인님을 위해서!”

래티샤는 마릴의 머리카락을 잡아 목이 잘 보이게끔 잡아 당겼다. 레인의 포근한 미소를 보며 무언가 결심한 듯 스스로 나이프를 들어 최후를 맞이할 노예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이헤헤헤헤헤...”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 불쌍한 노예는 오늘 죽는다. 잠시 망설일 기색도 보이지 않고 래티샤는 자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미쳐버린 노예의 목에 찔러 넣었다.

푹-!

피쉬쉬쉬쉬쉬!!!!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래티샤의 몸을 흠뻑 적셨다. 래티샤는 그 비릿한 맛을 느끼며 담담하게 마릴의 숨통이 완벽하게 끊어지도록 더 찌르고 또 찔렀다. 나중엔 무엇을 찌른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미친 듯이 칼을 박아 넣었다.

“헉...헉헉...헉....”

털썩-

마릴은 30년도 되지 않는 불쌍한 인생을 이렇게 쓰레기처럼 마감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래티샤는 머리를 잡고 울부짖었다.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다. 그저 겁을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이 팔려나가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도 이렇게 죽일 계획은 없었다. 

“래티샤!! 래티샤!!!!!”

레인은 래티샤의 목을 붙잡아 그녀에게 눈을 맞추었다. 공포, 불안함이 지배하고 있는 이 불쌍한 노예가 레인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미쳐있다. 누구보다도 잔인하고 사악하고 비열하며 저급하다. 딱 자신에게 딱 맞는 아주 좋은 소재다. 그녀는 레인을 위해서 스스로 진화했다. 그것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으며 끔찍한 모습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레인은 이보다도 더 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주인님..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이러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래, 그랬겠지. 하지만 네가 만든 작품이야.”

“흑흑.... 이건.. 너무...”

“왜? 이제 와서 미안해? 너와 저기 죽은 고깃덩어리는 차원이 달라. 넌 개미를 실수로 밟아 죽였다고 미안함을 느껴? 아니지? 저건 개미새끼야. 아무런 가치도 없는 개미새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전.. 주인님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요. 하지만.. 이런 결말을 바라진 않았어요. 그저 전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고요..”

레인은 최대한 자상함을 담아 래티샤를 안아주었다. 자신이 비뚤어져 있는 끔찍한 괴물인 만큼, 자신의 비서노예도 이렇게 망가져 있어야만 한다. 적어도 노예하나 죽이는 걸로 질질 짜는 찌질이는 필요 없는 것이다.

“어때? 내가 하는 일이? 이래도 날 믿고 따를 수 있겠나?”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솔직히 전.. 구제불능이에요... 이런 건 정말...”

“잘 들어, 래티샤. 너와 나의 목표가 뭐지?”

“주인님이 최고의 노예상인이 되시는 겁니다.”

“틀렸어! 날 그땐 하찮은 놈으로 아직까지 생각했나? 난 이 도시의 지배자가 되고 말 것이다!”

그 순간 래티샤는 레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평소의 작고 귀여운 외모에 힘도 없는 그런 소년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마치 수백 년을 살아온 악마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목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이 폭력적인 것만이 있는 건 아냐. 폭력과 겁박은 어디까지나 수단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쓰면 결국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결국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극단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로 저렇게 말이야.”

레인은 비로소 결심했다. 이 아름답지도 않고, 머리도 둔한 노예를 가장 지독하고 완벽한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기로 말이다.

“무조건 밀어붙이라는 게 아니야. 때론 네 살을 내어줘도 상대의 뼈를 취하는 그런 생각을 해내란 말이야!”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읽어! 상대의 생김새, 행동, 성격, 말투, 직업, 현재의 감정 이 모든 것들을 조합해 어떻게 행동할지,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을 해. 그리고 그런 반응을 이용해서 우리가 원하는 조교를 하는 거야. 우리가 조교할 수 있는 노예들과 조교할 수 없는 놈들까지도 말이야. 자신이 조교 당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마구 잡고 흔들어 대란 말이야!”

레인은 오랜만에 감정이 격해져 래티샤의 목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예뻐서 미칠 것만 같다. 지금 당장이라도 미친 듯이 범하고 싶다. 지금 그에겐 그녀가 여신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 방법이 때론 이번의 너처럼 고통과 학대만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때론 천박하고 멍청한 노예를 위해 그년의 더러운 보지를 혀로 빨아주며 기쁘게 느끼게끔 하는 그런 짓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겠어?”

“아.. 알겠습니다!!!”

“이번처럼 상대가 너한테 순순히 당해주는 노예가 많을 것 같아? 천만해. 미안하지만 넌 여자 중에서도 약한 편이야. 머리를 써. 폭력은 모든 해결책이 되지 못해. 겉으론 지는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성공한 조교가 되는 것이야. 우리의 일은 단순한 순종적이고 어떤 스킬을 배운 노예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야. 당신만의 노예, 당신만의 물건을 만들어 주는 아름답고 거룩한 일을 하는 거라고. 조금 더 교활하게!! 때론 잔인하게!! 때론 비굴하게!! 때론 치사하게!! 때론 굴욕적이게!! 때론 고통스럽게!! 때론 너무나 달콤하게!! 때론 당당하게!! 우리 앞에 올 멍청한 노예들에게 달콤함과 씁쓸함을 끝없이 맛보여주며 서서히 조교를 완성해 나가는 예술을 우리는 해나가고 있는 거야!”

“네! 주인님! 명심하겠습니다.”

래티샤의 눈에는 어느새 절망이 걷히고 생기가 솟아나 있었다. 완벽하게 이 노예는 레인의 신체의 일부처럼 변했다. 스스로 자해를 해라고 시키면 목을 그을 자세까지도 되어 있을 것이다. 레인은 이런 노예가 필요했다. 외모는 어차피 시간에 의해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것. 멍청한 것은 배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마음자세는 보통의 지독함으론 할 수 없는 일이며 맹신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아직 래티샤의 조교는 끝나지 않았다. 레인은 다정하게 래티샤의 입술을 탐했다. 가장 지독한 조교는 사랑과 맹신을 합친 것이다. 그녀에게 자신과 무관한 가치 없는 죽음 앞에서 사랑이라는 지독한 독약을 먹인다. 

“넌 나의 래티샤야. 처음 만났던 그 울보, 귀염둥이가 나에게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어. 너는 나의 가장 가까운 나의 몸과도 같은 존재야. 넌 나의 분신이야. 넌 또 다른 나야. 넌 나의 거울이야, 래티샤,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아. 난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도 네가 꼭 필요해. 넌 오로지 날 위해서 숨을 쉬고, 먹고, 생각하고 느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레티샤의 눈에서는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어느 이름 없는 여관의 메이드 따위가 아니었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노예로서 진화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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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3379골드

지출내역: 

인체소변기 구입: 100골드

구급연고: 10골드

노예구입: 75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죽인 노예: 마릴 (경동맥 관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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