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50)

4월 3일

다음날 집안의 분위기는 어느때보다도 우중충했다. 온몸이 멍투성이에 옷이 찢어진 자리엔 찢어진 상처가 보이는 래티샤는 바닥에서 사료를 입으로만 주워 먹었다. 동물보다도 못한 노예에겐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저기.. 주인님...”

레이첼도 깜짝 놀랐다. 그토록 자상하고 상냥한 주인님이지만 때론 화가 나면 정말 무서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잘못한 건 자신이 아니니 적당히 눈치만 본다면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하곤 말을 걸었다.

“응, 왜?”

“오늘도 외출 나가시나요?”

“음, 그러려고. 너도 같이 가자.”

“감사합니다, 주인님.”

래티샤는 분했지만 자신의 위치를 인정했다. 레이첼은 주인의 옆에서 식사를 한다. 자신은 바닥에서 짐승처럼 입만을 사용해 사료를 우물거린다. 하지만 아직 끝났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희망이 보일 거란 생각만 막연히 들었다.

“래티샤.”

“네.”

“화장 해본 적 있지?”

“네, 있습니다.”

“레이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도록 예쁘게 꾸며. 앞으론 거기까지도 네가 할 일이야. 넌 어차피 그런 것 밖에 못하니까 그거라도 잘해. 만약 어제처럼 쓸데없는 감정으로 레이첼의 얼굴을 엉망으로 해두었다면 살아있는 걸 후회하게 해주겠어.”

살벌한 그의 말에 레이첼은 머리를 땅에 대며 복종의 의사를 표시했다.

‘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저쯤 되니까 조금 불쌍하긴 하네?’

엉망이 된 얼굴로 자신의 드레스를 입히고 예쁘게 화장해주는 래티샤를 보니 조금 마음이 안됬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잠깐 동안만.

‘바보~~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모자란 너 같은 거랑 내가 같은 선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해.’

“언니, 죄송하지만 화장이 오른쪽이랑 왼쪽이 안 맞아요.”

“미안...”

“똑바로 좀 해주세요. 못하겠으면 주인님께 못하겠다고 하시던지요.”

‘언젠간 네가 널 밀어내고 말 거야..’

래티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굴욕적인 메이크업을 했다. 죽을 만큼 싫은 일이지만 레인의 명령이었기에 최선을 다했고 레이첼도 스스로의 얼굴이 마음에 드는지 화장을 체크하며 예쁜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어요, 언니. 돌아올 때, 주인님께 장난감이라도 사와 달라고 부탁해 드릴게요. 그래도 우리가 같은 식군데 언니혼자 쓸쓸하신 건 죄송스러워서요.”

“쓸데없는 헛소리는 집어쳐.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거니? 두고 봐. 너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거니까. 내가 더 낫다는 걸 보여줄 거야.”

“아하하? 어떻게요? 그런 떡이 된 얼굴로요? 아니면 그 빈약하고 못난 몸으로요? 아니면 텅빈 머리로요?? 그냥 인정하고 포기하세요. 죽었다 깨어나도 언닌 절 못 이겨요. 아유~~ 찡그리니까 더 병신같아 보이네요.”

레이첼은 래티샤의 얼굴에 침을 탁 뱉곤 문 밖에서 서 있는 레인의 곁으로 갔다. 래티샤는 자신의 얼굴에 붙은 침을 손으로 닦아 자신의 입에 넣었다. 

“난 네 목구멍에 내 똥을 집어넣어주겠어.”

래티샤는 빌어먹을 여우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곤 뒷정리를 시작했다.

“주인님~ 오늘은 어디로 데려가 주시나요? 극장? 레스토랑? 아니면~~”

“레이첼, 미안하지만 오늘은 조금만 조용히 해줄래?”

“앗! 죄송합니다..”

“그래, 역시 레이첼은 참 착하구나.”

거리를 걸으며 보이는 수많은 노예들을 레이첼은 비웃었다. 얼마나 능력이 모자라고 바보 같으면 저렇게 벗고 돌아다니는 꼴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게 되었단 말인가? 자신처럼 똑똑하고 순종적이고 예쁘기까지 하면 주인들은 자신의 물건을 자랑하고 싶은 욕심에 꾸미지 않고 배기지 못한다. 이 남자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영원히.. 

똑똑-!

“주인님? 여긴??”

“내 친구집이야. 잠시 들렀다 갈까?”

“네!”

“내 친구라곤 해도 슬레인에선 모두가 경쟁자야. 네가 하는 행동에 따라 내 평판이 달라지겠지.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네, 명심하겠습니다.”

“어서오시오. 친애하는 내 친우여.”

‘우와... 징그러..’

레이첼은 문을 열고 나온 남자를 보곤 깜짝 놀랐다. 정말 그가 레인의 친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큰 키에 엄청나게 뚱뚱한 살집, 무슨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온 몸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그의 집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게다가 최악인 건 이 남자는 대머리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우스님.”

“주인님의 노예 레이첼이라고 합니다.”

“하하! 예쁜 손님이 있었군! 일단 들어오시죠.”

집안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항상 깨끗한 레인의 집만을 보다 이곳을 보니 돼지우리와 다를 바를 못 느끼겠다는 게 레이첼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흠, 얼굴도 제법 반반하고 예쁘군요.”

“그렇죠? 제가 자랑하는 제 노예입니다.”

‘역시 주인님... 감사해요..’

레이첼은 조심스럽게 레인의 손을 잡곤 그의 온기를 느꼈다. 아무리 더러운 곳이라고 해도 그가 함께 있다면 무섭지 않다. 행복할 수 있다. 

“하하!! 맘에 듭니다!! 정말 맘에 들어요!! 제법 순수해 보이는 눈빛 사이로 드러나는 시커먼 썩어빠진 정신이 엿보이는 게 정말 재미있는 노예군요!!”

‘어?? 뭐야???’

레이첼은 순간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뭔가 심상치 않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다. 이건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산송장 같은 창부 따위를 판매할 만큼 재미없는 사람이 전 아닙니다. 처음엔 조금 버릇이 없겠지만, 버릇이 되도록 쑤시고 쑤셔주면 스스로 엉덩이를 내밀고 유혹하는 매력이 있는 게 특징이죠.”

“저.. 주인님..”

레이첼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을 비릿한 눈으로 바라보며 숨을 죄여오는 듯한 돼지 같은 인간의 집에서 나가고 싶었다.

“아앗!!!!”

레이첼은 깜짝 놀랐다. 루시우스가 자신의 손을 쬐고 있던 화로에서 인두를 꺼내 자신의 가슴을 지졌다. 자랑스러운 레인의 소유물임을 알리는 브랜드 낙인위로 새로운 낙인이 찍혔다.

“싫어... 싫어요.. 주인님... 제가 잘못 했어요.. 제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레이첼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레인의 다리를 잡고 사정했다.

“이거 봐요. 시커먼 속내 뒤로 이렇게 어리석다니까요? 가지고 놀면 놀수록 재미있을 거예요.”

“하하하!! 그렇겠군요! 뭐, 마음에 안 들면 고기로 만들어서 먹으면 그만이긴 하겠지만!!!”

“싫어요.. 제발.. 주인님..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아앗!!!”

루시우스는 거칠게 레이첼의 머리를 쥐었다. 이미 아름답게 한 화장은 온통 번져 엉망이 되었고, 풍성하게 올린 머리카락은 거친 손에 쥐어져 그 빛을 잃어버렸다.

“돈은 현관에 있는 자루에 있소. 난 지금 당장 이 노예를 써보고 싶어서 말이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필요하면 불러 주십시오. 더 마음에 드는 년을 올바른 가격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싫어!!! 주인님!!! 제발!! 주인님!!! 흑흑.. 잘못했어요.. 절.. 여기 버리시면 안 돼요!!!”

“넌 이제 내 거다!! 잘게 썰린 고기가 되어 식탁에 올라가고 싶거든 그 건방진 입을 놀려라!! 크하하하하!!!”

루시우스가 냄새나는 자신의 팔을 뻗어 머리채를 움켜쥐고 레이첼을 끌고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레인은 조용히 웃으며 손을 흔들곤 배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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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3564골드

지출내역: 

식비 및 생활비: 30골드

기타 정보수집 비용: 20골드

레이첼 브랜드 타투: 10골드

화장품 세트: 30골드

판매: 레이첼 (+1500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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