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무서워요..”
“괜찮아. 내 곁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아침이 밝아오고 레인은 레이첼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레인님! 오늘은 빨리 나가시는 군요. 앗! 혹시 그년은?”
집근처의 농장에서 일하는 미노타우르스는 레인의 옆에 있는 작은 노예를 보곤 눈을 번뜩였다.
“흐흐흐.. 미안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그렇군요. 핫하! 아쉽네요. 뭐 필요한 건 없습니까?”
“음, 신선한 계란이 좀 필요한데 얼마죠? 그리고 크림도 조금 구하고 싶네요.”
“크림 같은 건 여기에서 판매하진 않습니다. 화이트타운으로 가셔야지요. 하지만 달걀은 화이트타운의 가스트로노미콘보단 싸게 드릴 수 있습니다. 화이트타운이 분명 달걀 5개에 10골드였지요? 전 5개에 7골드에 드리겠습니다.”
레인은 예전부터 뻔질나게 출입한 정육점 옆에 붙어있는 식료품점의 식재료들의 가격을 훤히 꿰고 있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하며 틈틈이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했었고, 실제 납품 가격은 달걀 5개에 5골드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슬레인 어디에서도 그 가격에 달걀을 구할 수는 없다. 농장의 주인과 가스트로노미콘의 주인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그렇기에 독자적으로 싸게 구매가 가능한 것이고,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다. 아마 이런 사실을 레인이 떠벌리고 다닌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목이 날아가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축구공을 대신해 그의 머리를 차고 놀 것이다.
“20개만 준비해 주세요. 아마 저녁이 되기 전엔 돌아올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흐흐흐..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시면 제게 하루만 빌려주십시오.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드리겠습니다.”
“후후후.. 조만간 그럴만한 물건을 찾아보도록 하죠.”
서로 비릿한 웃음을 주고받으며 악수를 했다. 미노타우르스는 몬스터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당히 신사적인 자들이 많다. 물론 크기가 클수록 상대를 깔보고 포악한 경우가 많지만, 2m에서 4m정도의 미노타우르스는 오히려 사람보다도 더 예의가 바르고 성실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웃을 하나 정돈 알아두는 건 레인에게도 득이 된다. 레인의 브랜드 마크를 기억하는 만큼, 혹시라도 노예가 도망치고 그가 붙잡게 되면 레인의 앞에 끌고 와 줄 것이다.
“우와.. 괴물이 말도 하네요..”
“실례야. 모습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멍청하거나 어리석다고 여겨선 안 돼. 오히려 인간들보다도 오래 살았고, 연륜과 경력이 저들에겐 있지. 인간들끼린 멍청하게도 서로 속이고 물어뜯고 뺏고 싸우지만, 저들은 달라.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만큼, 끈끈하고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네... 앗! 저기 더 큰 몬스터가 있어요!!”
‘아무래도 나에게 집중하기보단 다른 호기심이 있는 물체에 먼저 끌리는군.’
지극히 당연했다. 이제 겨우 12살이 넘은 호기심이 넘치는 작은 시골마을의 영주의 어린 딸에겐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수밖에. 슬레인은 노예들의 말을 들어보면 독특함이라는 수준에서는 아주 뇌리에 박힐 정도로 신기한 곳이라는 평가들을 들었었기에 레이첼의 반응이 그리 신기하진 않았다.
“레이첼, 너무 내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마.”
“네.. 저기.. 주인님..”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는 모습은 분명 뭔가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레인은 레이첼을 놀리고 싶어졌다.
“부끄러워?”
“으...”
“너 말고도 다 벗고 다니잖아? 너만 입고 다니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지 않아?”
“그.. 그래도..! 그.. 그래! 너무 추워요!! 저.. 그래서 말인데요...”
“좋아. 내가 옷을 사준다면 넌 날 위해서 뭘 해줄 수 있는데?”
“마사지요! 더 잘해볼게요.”
“솔직히 말해줄까? 아침엔 정말 엉망이었어. 아프고 간지럽고 짜증스러웠지. 아, 그래도 스스로 리밍을 시도한 건 정말 잘했어. 오랜만에 날 욕정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그건 확실히 흠.. 칭찬해줘야 마땅하지.”
리밍이란 애널을 혀로 애무하는 것을 뜻한다.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저항감이 생길 수 있는 일이기에 처음 성적인 접근을 하는 노예에겐 일반적으로 곧바로 시키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흑.. 생각만 해도 아직도 아픈 것 같아요...”
‘흠... 보통 다른 세계의 암컷들은 처음 하는 걸 무척이나 대단한 일로 여기는 것 같던데.. 역시 뭐라도 조금 해줄까?’
노예의 주인이라고 해서 뭐든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노예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때때론 노예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 그게 때론 노예가 주인보다 우선되는 듯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레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앗?! 주인님?!”
레인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친절하게 레이첼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아프면 곤란하니까 그런 거야.”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약간 쑥스러운 듯한 뉘앙스로 레인은 말했고
‘어.. 생각보단 자상하네..’
레이첼은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조금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동안 지독하게 보였던 인간이 갑자기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하는 일을 해주자 이상야릇한 기분이 느껴지며 왠지 모르게 호감이 생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야.. 저 인간은.. 나쁜 인간이야... 흑... 아빠가 이 사실을 알면.. 슬퍼하실 텐데..’
레인의 뒤를 따라가며 혼자 여러 생각들을 했다가 말기를 반복했지만 뾰족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주인이라는 남자가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안도가 된다. 그런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머리가 복잡해졌다.
“엇?! 안녕하세요!”
“어?? 디아나???”
레이첼은 깜짝 놀랐다. 뜻밖의 장소에서 디아나가 환하게 웃으며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정하게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예쁘진 않지만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있었다.
“레이첼 아가씨, 오랜만..은 아니죠? 하하...”
어색하게 웃는 디아나에게 레이첼은 먼저 다가가 안겼다.
“보고 싶었어.. 그렇게 가버릴 줄은.. 흑... 얼마나 걱정했다고!! 이 바보야!!”
“에.. 일이 그렇게 되어 버렸는걸요.. 그보단 어쩐 일이세요?”
“얘한테 필요한 옷을 하나 사주러 왔다.”
“편한 옷으로 드릴까요?”
“저.. 주인님 제가 골라도 되죠?”
“그러시던지. 10골드보다 싼 옷으로 사.”
“와아!!”
기뻐하며 디아나와 함께 옷들을 고르는 모습을 레인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레이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불안하게만 여긴다면 어떤 조교를 하더라도 발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이나와의 만남은 필요한 요소였다. 다이나는 아마 이 슬레인에서 가장 운이 좋은 노예 중 하나일 것이다.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귀족들의 집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노예들에게 있어선 가장 최고의 선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로 안전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세르빌라 퀸트가 그녀를 팔 이유는 없다.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옷을 입고 생활할 수 있으며 일과도 일정해서 휴식시간도 보장된다. 특히 매질과 같은 학대를 받을 일이 전혀 없다. 그리고 레이첼이 그런 것들을 인식하는 순간, 레인에게 복종하면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복종하는 자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많은 노예상인 머저리들은 노예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기를 기대하며 조교하지.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 나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쳐야 하는 노예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노예면 충분해. 저런 적당히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는 년은 굳이 복종심이 높을 필요는 더더욱 없지.’
레인은 슬레인의 남성들에 비해 키도 작고 힘도 약하다. 그렇기에 강제력으로 노예를 다루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설령 힘이 된다고 하더라도 노예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하는 일은 노예의 가치를 깎는 일이고, 그만큼 자신의 화풀이 때문에 이윤이 줄어든다는 것은 레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기로 했다. 꼭 노예가 자신을 맹목적으로 충성할 필요는 없다는 것. 물론 어디까지나 그럴만한 머리를 갖춘 노예에 한정한 이야기이긴 하다.
“주인님! 이걸로 하고 싶어요!!”
척봐도 10골드가 넘는 옷이었다.
“얼마지?”
“그게.. 12골드입니다.”
“이거 사주세요. 헤헤헤.. 주인니임~~.”
없던 애교까지도 부리며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지만 레인은 허락해주기로 했다.
“좋아. 그 대신 내가 바라는 걸 하나 들어줘야겠어.”
“와아!! 감사합니다!!! 디아나! 이거 입고 갈래!!”
‘입고 돌아다니라고 명령한 적은 없다만.. 뭐 상관없지.’
디아나는 자신이 얼마나 철이 없는 행동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어디까지 막 나가는지 한 번 지켜보고 싶었다.
“헤헤.. 잘 어울리죠?”
“확실히 예쁘네요. 그렇지요?? 주.. 아니.. 레인님...”
“하하.. 디아나, 벌써 내가 그리워 진거야?”
“아이 참...”
얼굴이 살짝 붉어진 디아나가 귀여워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옆에서 괜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도...”
“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선 씩씩하게 뒤돌아서서 엉뚱한 곳을 쳐다본다.
“자, 여기 15골드.”
“옷은 12골드인데요?”
“3골드는 너 가져. 네 덕분에 돈이 제법 있으니까 팁이라고 생각해.”
“앗!!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레인은 디아나의 배웅을 받으며 괜히 팔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에헤헤~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주인님. 또 이렇게 나가고 싶어요.”
“헤에.. 오늘은 어딜 다녀오셨어요?”
“그냥 화이트타운이랑 여기저기.”
하루 종일 레인의 곁에 붙어 다니며 쉬지 않고 떠들었기에 힘이 빠질만도 한데, 오히려 레이첼은 더 건강해져 있었다.
‘겁도 많고 여리지만, 반면 호기심도 많고 외향적인 부분도 있다는 거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건 좋은 거야.’
“에헤헤.. 주인님~~”
어느새 스스로 애교를 부리는 레이첼의 볼을 살짝 꼬집어보았다. 통통한 볼 살이 꽤 만지는 맛이 있었다.
“기분이 많이 좋나보구나?”
“네! 에헤헤... 주인님이랑 목욕하고 싶어요!”
‘여전히 건방지군. 그래도 스스로 나서겠다고 말하는 건 좋은 거지.’
“그래, 그럼 씻고 밥 먹을까? 준비할 수 있겠어?”
“네. 저녁식사는 사 오신 계란으로 드릴까요?”
레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래티샤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들어갔고 잽싸게 달려온 레이첼은 레인의 외투를 받아 들었다.
“방에 걸어두면 되죠?”
“그래, 하고 곧장 욕실로 와.”
“네에~!”
제법 씩씩해지자 그래도 예쁜 얼굴이라 밉게 보이진 않는다. 레인이 욕실에 도착하기 전에 잽싸게 달려와선 그의 신발을 손으로 벗긴 후, 가지런하게 욕실 입구에 두었다.
“참 잘하네?”
“헤헤.. 주인님을 따르면 좋은 일이 있잖아요. 그럼 당연히 잘 따라야겠죠?”
노예로서 마음가짐과는 아주 거리가 멀긴 하지만 우선엔 이정도로 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욕실로 들어왔다.
“뭐해?”
“네?!”
“네가 직접 벗겨줘야지. 목욕노예는 그런 것도 다 하는 거야.”
“네, 주인님. 그럼.. 벗길게요..”
여전히 남자의 손이 부담스러운지 눈을 불안하게 깜빡거리며 레인의 옷을 벗겼다.
“속옷 같은 건 입으로 벗겨봐. 내가 기쁘도록 말이야.”
“앗! 네..”
반쯤 울상이 돼서 억지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일단 시킨 대로 한다는 점은 장하다고 할 수 있다. 레이첼이 레인의 팬티를 입으로 물고 슬며시 내리자 팽창한 레인의 자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늘 아침 자신의 몸에 들어왔던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며 신기해 한다.
딱-!
“아얏!!”
놀리고픈 마음에 이마에 딱밤을 때리자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는 모습이 꽤 귀엽게 보였다. 나름 이런 매력도 써먹을 구석이 있지 않을지 레인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노예라고 해서 천편일률적으로 공장에 찍어낸 듯 무미건조하고 명령에만 복종한다면 그건 정말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고위귀족들은 그런 노예들을 싫증낸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그냥 잘못이 없어도 노예를 죽인다. 왜냐면 단지 싫증이 났으니까. 그만큼 슬레인의 잘 조교된 노예들은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조교를 더하면 더 할수록.
“뭐해? 네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을 가르쳐 줘야 해? 스스로 생각을 하고 움직여. 적어도 배운 것 내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설마 지체 높은 브인 집안의 영애..”
“바인이에요!”
“정정해주지. 바인 영주의 아리따운 영애가 멍청하게 자신을 보이게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으으...”
“왜? 못하겠어? 네가 못하면 래티샤를 부르면 돼.”
“아.. 아니에요!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레인은 속으로 웃음이 터지는 걸 참으면서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주인님의..”
“알았으니까 서론 그만 깔고 빨아. 기다리다 죽겠다.”
“흐읍... 하음.....”
스스로 입을 벌려 레인의 자지를 머금곤 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꽤 귀여워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그렇지. 부드럽게 감싸듯이.. 좋아...”
츄릅.. 츄릅.....
부끄러워 눈을 감고 레인의 자지를 입으로 애무하면서도 자신의 귓가에서 들리는 음란한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핫?!”
“왜? 내가 만지면 안 돼? 내가 더 놀랐잖아?”
“죄송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마치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기토끼처럼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밥상 같았다. 레인은 사악한 미소를 짓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있는 레이첼의 위를 덮쳤다.
퍽퍽-!
“아앗!! 아파요.. 조금만 살살... 흑...”
“왜? 싫어?”
“흑흑.. 너무 아파요.. 조금만.. 자상하게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주인님.”
“흠.. 그렇단 말이지?”
“네.. 흑흑...”
“네가 오늘 뭘 잘못했는지는 기억하니?”
“네? 제가요??”
“하나씩 이야기 해볼까?”
레인은 거칠게 자신의 자지를 뽑아 레이첼의 보지를 찍어버리듯 쑤시면서 죄를 하나씩 읊어주었다.
푹!
“아읏!!”
“내가 분명히 10골드 이하의 옷을 사라고 했는데 더 비싼 옷을 고른 죄.”
푹!!
“아흐흑!!”
“난 네게 옷을 사준다고 했지, 그걸 그 자리에서 입어라고 명령한 적은 없었어. 그게 두 번째.”
퍽퍽!!
“흑흑흑...”
“멋대로 주인보다 앞서나가서 위험하게 돌아다닌 죄. 네 기분에 따라서 멋대로 반말을 한 죄.”
퍽퍽퍽퍽!!
“잘못했어요.. 주인님.. 잘못했어요.. 흑흑...”
“뭘 잘못했는데?”
“흑흑흑.. 전부요..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 주인님.. 제발...”
“싫어.”
사악하게 웃고는 마음껏 레이첼을 즐겁게 범했다.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고 밤이 되었지만 조교는 계속된다.
“저....”
“왜? 나랑 같이 자는 게 싫어?”
“그게...”
“귀족이었다며? 침대에서 지내는 게 일상이었지? 아무래도 내가 너한테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불편하고 어려웠을 텐데, 막 내가 강요하고 말이야, 그렇지?”
“아..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없어요!! 주인님.. 전 앞으로 주인님 말씀에 잘 따르는 노예가 될게요!!”
스스로 겁을 먹곤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비비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앞으로도 오늘처럼 아프게 괴롭혀도 상관없는 거지?”
“네...? 아...”
“왜? 싫어? 싫으면 싫다고 말해.”
“그.. 그게...”
싫다고 말하면 억지로 괴롭힐 것이고, 좋다고 말하면 좋아하니까 괴롭힐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머뭇거리고 말았다.
“이리와. 옷은 벗고.”
“흑....”
벌써부터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두려움을 느끼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레인은 정반대로 갈 생각이다.
“옆에 누워. 그렇지. 레이첼은 참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나네.”
‘왜 이러는 거지? 이번엔 무슨 짓을 하려고...’
작게 몸을 떨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혼난다는 사실을 기억하곤 억지로 대답을 한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너무 기뻐요.”
“그래? 그럼 또 해볼까?”
“히익!!”
레이첼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아프고 괴롭겠지만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이 싹트고 말았다. 아마 금방 끝날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을 감았다.
‘어?? 뭐지?’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자신의 주인님이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었다. 마치 소중한 애인을 다루듯. 그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뭘 하려는 거야.. 또 나한테 어떤 짓을 하려고..’
레인이 꺼내든 것은 어떤 액체가 담긴 병이었다. 액체를 손으로 짜서 묻히더니 가슴을 시작으로 온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하앙...!!”
부드럽지만 간지럽고 미묘한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교성이 새어나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는 그저 아프기만 한 남자의 손길이 오히려 뭔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부드러워.. 좋은 냄새가 나... 너무.. 너무.. 좋아?!’
“하앙!! 으으으...!!”
몸이 부르르 떨리며 태어나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맛본 소녀는 혼란스러웠다. 겨우 손으로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후후, 귀엽네? 정말 사랑스러워.”
‘뭐라고 한 거지?’
레이첼은 레인에게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유린하고 학대하는 사람이 내뱉은 의외의 말에 혼란스러웠다. 몸도 마음도.
“몸에 힘을 빼. 편안하게.. 그렇지. 정말 부드럽고 좋은 몸이야.”
천천히 자신의 몸을 뒤로 돌리고선 등을 부드럽게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이런 건.. 처음이야.. 뭐야? 도대체.. 이상해.. 남자가 몸을 만지는데.. 싫지 않아.. 어째서?’
경험이 적은 만큼 성적인 욕구가 낮은 노예를 위해 개발된 최음성분이 들어간 마사지 오일은 이렇듯 작은 비용(10골드)로 좋은 효과를 낸다. 긴장한 노예의 정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복종심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보통은 정말 훌륭한 노예에게 아주 드물게 제공되는 포상이다.
“정말 예뻐, 이렇게 예쁜데 내가 널 어떻게 그냥 둘 수 있겠어?”
“네... 그렇군요... 하으읏!!”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부드럽게 반죽하듯 주무르며 살짝 때리자 온몸이 저릿저릿한 기분에 감싸이며 또다시 쾌감에 사로잡혔다.
‘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요...’
몸에 힘이 빠지고 자연스럽게 침대에 축 늘어져 입에선 침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앗항!!! 하아앙!!!”
손바닥으로 꽃잎 주위를 매만지며 톡톡 두들기자 너무나 기뻐 스스로 다리를 벌렸다.
쪽!
‘주인님의 혀... 너무 좋아요..’
몽롱해진 기분을 느끼며 레이첼은 레인의 키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처음으로 스스로 팔을 그의 목에 두르고 혀를 움직였다. 한참을 붙어있다가 서서히 떨어지자 둘의 눈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헤헤헤...”
방금까지도 두려웠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녹은 것 같아 레이첼은 너무나 신기했다.
“어때? 마음에 좀 들었어?”
“네.. 이제 무섭지 않아요.”
“그래, 오늘도 정말 잘 해줬어. 정말 영문도 모른 채, 여기에 와서 많은 게 힘들 텐데 그런 걸 더 잘 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레이첼이 이렇게 웃으니까 보기 좋은 걸? 앞으론 더 많이 웃게 만들어주고 싶네.”
“네.. 흑.. 감사합니다. 주인님..”
“에이, 울면 안 돼지. 앞으로 레이첼은 웃어야 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진짜 명령이야.”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달콤한 말에 레이첼은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모든 것이 부당하고 어렵고 괴롭다고만 생각했지만 막상 그렇지 않다는 희망을 오늘은 많이 보았다. 자신에겐 정말 좋은 주인이 있고, 그 주인은 자신을 팔더라도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 줄 거란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레이첼은 그다지 떠나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다. 연애라는 걸 해본 적은 없었지만 막연히 아버지를 경호하던 기사를 보며 혼자 상상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로 벌어진다고 믿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수월하게 거부감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주인님.. 부탁하나만 해도 되나요?”
“응, 뭐든 해봐.”
“저.. 절 안아주세요.. 주인님이 원하시는 만큼.. 세게... 주인님만 바라보는 여자로 절 만들어 주세요. 주인님의 모든 것을 제 몸에 새겨주세요.. 이 노예의 건방진 부탁을 부디.. 들어주세요..”
스스로 레인에게 안겨 몸을 비비며 유혹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레인의 자지를 입에 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를 하며 그가 자신을 더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머리카락까지도 뒤로 쓸어 넘겼다.
‘건방지고 콧대가 높은 귀족인 줄 알았더니, 그냥 외로움을 많이 타는 작은 토끼였군.’
레인은 흐뭇한 미소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레이첼과 마음을 나눴다.
.
.
.
.
.
.
.
.
.
.
현재 소지금: 2154골드
지출내역:
레이첼의 평상복: 12골드
팁: 3골드
집세: 50골드
입욕제 및 비누: 10골드
수건 등 가전집기들 구입: 50골드
달걀 20개: 28골드
최음 마사지 오일(고급): 10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레이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