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펄 백마조교 & 대회출전>
3월 20일
“얌전하네요..”
“멍멍!!”
“봤지? 이렇게 머리를 쓰라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멍멍!!”
블랙펄은 무척 온순해져 바닥에 앉아선 엉덩이를 스스로 흔들며 주인에게 애교를 떨기 위해 머리를 비볐다.
“좋아. 꼬리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구나?”
“멍!”
애널꼬리를 툭툭 만지자 움찔거리며 꽃잎사이로 꿀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야성적인 블랙펄은 몸은 무척이나 민감하고 레인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쾌락에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레인은 정조대에 설치된 자물쇠를 풀고 조금 남아있던 촉수액을 손가락에 발라 꽃잎 사이로 집어넣고 마구 쑤셨다.
꿀럭꿀럭..
“멍!! 멍!!! 머어어엉!!!!”
환희를 느끼며 허리를 부르르 떨곤 기쁨에 찬 눈빛으로 레인의 발을 정성스럽게 핥는 모습은 완벽한 개, 그 자체였다.
“어때? 즐겁지? 나랑 있으니까?”
“멍!! 멍멍!!”
‘떠드는 소리만 바뀌어도 못 봐줄 모습은 아니군. 적당히 팔아치울 생각이었는데 어쩔까나?’
자신도 모르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레인은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두들겨 노예가 그 위로 올라오도록 시켰다.
“착하구나.”
찰싹!
“머어엉!!”
애널에서 느껴지는 자극과 보지 안에서의 화끈거림에 또 다시 부르르 떨며 꽃잎은 달콤한 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 힘이 넘치고 체력이 무지막지한 바보천치 개새끼는 레인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최대한 빼두어야 한다. 힘이 넘치는 건 자신이 원하는 순간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겨우 이런 걸로 가버리면 안 되지.”
레인은 애널 꼬리를 잡곤 무자비하게 뽑아내었다.
“꺄흥!!! 멍멍멍!! 멍멍!!”
허리를 꺾으며 미칠 듯한 교성을 지르며 헐떡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레인은 애널꼬리를 다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집어넣고 뽑아내었다. 촉수괴물의 애액으로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데다 애널까지 밤새 개발되어 몇 번 뺐다말았다는 반복하는 것으로 완벽하게 힘을 뺄 수 있었다.
“하아...하아....”
“우와... 저게 그렇게 즐거운 건가요?”
“왜? 부러워? 너도 해줄까?”
“넷?! 아.. 그게...”
“미안하지만 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안 돼.”
“네..”
실망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레인은 은근슬쩍 놀려보았다.
“넌 앞으로도 섹스교육은 시킬 생각이 없어. 네게 넌 어디까지나 개인비서이자 하인, 최종적으론 노예관리를 맡는 슈퍼바이저 노예로 키울 거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네가 제대로 해냈을 때 이야기지.”
“네..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주인님.”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처지를 상기하는 래티샤가 마음에 든 레인은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걱정 마. 이 짐승이 완벽하게 제 일을 해내게 되면 제대로 된 포상을 해 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화기애애한 식사를 마치고 래티샤에게 몇 가지 블랙펄을 제어하는 법을 가르쳐 준 레인은 밖으로 나왔다. 현재 수중에 있는 돈은 561골드. 아껴 쓰면 제법 오래 버틸 돈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블랙펄에게 들어갈 비용들을 생각하면 푼돈이라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대회까지는 앞으로 5일이 더 남아있다. 블랙펄이 촉수괴물의 애액에 취해 오전은 완전히 쾌락에 절어 있을 것이고, 오후쯤 되어 힘이 빠졌을 때 조교를 할 생각이었기에 밖으로 나가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간단한 일이 있다며 물어 볼 생각이다.
“어머~ 며칠 안 보이더니, 꼬맹이. 잘 지냈어?”
“안젤리카씨도 잘 지냈어요?”
“후후.. 여전히 볼기짝을 때려 울려주고 싶은 얼굴이야. 그런데 어쩌지? 오늘은 일감이 없는데 말이야.”
“아침인데도 일감이 없어요?”
“뭐, 팔자라고 하는 거지. 요즘 부쩍 일감이 많이 줄었어. 그래서 말인데, 그 이유를 아는 것 같다고 여겨지는 년이 지금 여기에 있거든? 네가 물어봐 줄래?”
“제가요? 제가 묻는다고 대답을 할까요?”
“뭐, 저번 일이 워낙 놀라워서 혹시나 네가 뭘 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지.”
“어디에 있는데요?”
“지하 3층 감옥.”
“알았어요. 한 번 가보죠.”
어차피 심심하던 참이었고, 길드의 지하로 가본 적이 없었기에 좋은 기회라 여긴 레인은 경비의 뒤를 따라 걸었다. 지하 1층과 수많은 노예들이 있었다. 용도별로, 때론 의뢰인의 인지도에 따라서. 당연히 D랭크 급으로 조교할 노예도 넘쳐났다.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날 이리로 데려온 이유는 뭐지?’
여러 의문을 느끼며 지하 3층으로 가자 퀴퀴한 냄새가 났다. 피 냄새와 습한 물 냄새가 코를 찌러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저 년입니다.”
“넌.. 뭐지?”
손과 발이 각각 사슬에 묶여 강제로 몸을 펼치고 있는 나신의 여자였다. 몸에는 심각한 흉터들과 갖은 상처들. 채찍질을 심하게 맞은 모양이었다.
“전 레인이에요.”
“넌 뭘 하려고 나에게 왔지?”
“안젤리카에게서 이야기를 해보라는 말을 들어서요.”
“흥! 나한테서 한 마디도 듣지 못할 거다!”
단호하게 독설을 내뱉으며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여자를 흥미롭게 레인은 살펴보았다.
“몸에 낙인도 없으신 걸 봐선 브랜드를 가진 노예는 아니군요. 그럼 귀족? 에이~ 그것도 아니겠죠. 귀족이 설마 이런 곳에서, 그것도 노예상인길드에게 잡혀서 고문을 당했겠어요?”
“...”
“음, 믿을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저 대화를 해보라고 해서 온 거에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겠죠.”
“꺼져라! 흥, 순해 보이는 얼굴로 날 꼬득여 얻어낼 것은 없을 거니까!”
“그래요.. 뭐 그러죠.”
다시 홀로 올라온 레인은 안젤리카에게로 갔다.
“뭔가 알아냈나?”
“아뇨, 전혀 대화할 생각이 없나본데요.”
“흥, 그럼 그렇지. 네가 해결 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어. 가 봐.”
“저 여자를 데려와서 지금까지 뭘 했어요?”
“채찍질 좀 해주고, 윤간도 해봤고, 수간도 해봤는데 한 마디도 안 해. 다른 고문을 해볼 생각도 했는데 보다시피 몸이 저래서 오래 못 갈 것 같거든.”
“흠. 제가 해결하면 얼마를 줄 수 있으세요?”
“호오, 감히 나와 흥정이라도 하자는 건가?”
“전 상인이에요. 대가가 없는 일을 하진 않죠. 노예상인길드도 제게 득이 되니까 오는 것이고요.”
“오~ 그런 말도 할 줄 아는군, 좋아. 500골드를 주지.”
“겨우요? 노예상인길드의 배포가 겨우?”
“선금으로 200골드를 주겠어. 성공하면 800을 주지. 어때? D-급 노예를 4마리나 만들어야 하는 돈이야. 네게 적은 돈은 아니겠지, 어때? 실패하면 대신 400골드로 돌려줘야겠어. 내게 흥정을 한 대가야.”
레인은 어깨를 으쓱거리곤 안젤리카가 주는 200골드를 들고 밖으로 나와 방랑자의 구역에 위치한 미스트라의 진귀품점으로 향했다.
“어서 오시지요.”
괴기스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머리카락이 작은 실뱀들로 이루어져 꿈틀거리고 있고 눈에서는 요기가 감돈다. 얼굴은 아름다웠던 흔적이 있지만, 타락한 탓인지 지금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다. 하반신 역시 꿈틀거리는 뱀의 그것과 완벽하게 동일하다. 솔직히 보지구멍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걸 물어보는 미친놈은 아마 슬레인에서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최강의 5인의 마법사 중 하나, 바로 미스트라의 진귀품점의 주인 미스트라 여사님이다.
“안녕하세요. 연고를 좀 사려고 왔는데요.”
“연고라.. 어렵지 않지요. 하지만 직접 만드실 생각은 없는 것입니까?”
“아하하.. 그게 좀 급해서요.”
이 가게의 가장 특징 중에 특징은 자신의 물건을 팔기보다는 자신에게 마법약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지식을 전해주는 것을 주인이 즐긴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싸도 사갈 사람은 사니까 먹고 사는 덴 별 문제가 안 되는 모양이지만.
“50골드입니다.”
“이거 하나면 어느 정도 쓸 수 있죠?”
“팔 하나가 잘린 정도는 붙이겠죠.”
“더 많이 쓸 수 있는 건 없나요? 일일이 바르는 건 좀..”
“그럼 엘릭서로 하시지요? 100골드입니다. 액체로 된 이 약물은 절단부위에 뿌리고 붙이면 잘 붙을 겁니다. 단 어긋나게 이상하게 붙이면 되돌리기가 힘들어지니 유의하십시오. 그리고 살점이 뜯겨져 나갔거나 피부가 벗겨진 경우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다시 원래 위치에 붙여서 조금만 뿌려주면 곧 아물 것입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해 가십시오. 비싼 물건을 보이게 들고 다니면 화를 입는 법입니다.”
미스트라는 작은 털실로 만든 주머니에 포션이 깨지지 않도록 잘 집어넣어 레인에게 건넸다. 그녀는 괴기스럽고 끔찍함 몰골과는 달리 무척이나 친절하고 예의바르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 지옥 같고 적자생존만이 유일한 법인 슬레인에서 그녀의 친절함에 감동한 일화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점심 전까진 들어가려고 했는데, 밤까지 조교를 해야 하려나?”
다시 화이트타운으로 돌아와 30골드에 값싼 노예를 사온 레인은 노예상인길드의 지하실로 들어갔다.
“뭐지?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먼저 말을 걸어주시네요?”
“흥... 곧 죽을 것 같아서 유언이나 남길까 했다.”
몸은 거의 망가졌지만 목소리는 여유가 있었다. 적어도 레인은 이 여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숨기는 것이 없다면 억울함을 호소하고 괴로워했을 것인데, 이 여자는 대놓고 자신이 지지 않고 죽음에 임박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즉, 적어도 노예상인길드가 싫어할 만한 일을 하긴 했다는 뜻이 된다.
“저기, 이거 여기에 좀 잘 묶어 주세요. 손 발 뿐만 아니라 팔꿈치 부분에도 하나, 팔 끝부분에도 하나씩. 다리도 마찬가지고요. 몸을 비틀거나 하면 피곤하니까 몸통이랑 목도.. 네~ 감사합니다.”
“읍읍?!!!”
경비는 방금 사온 따끈따끈한 노예를 바닥에 야무지게 묶어 주곤 밖으로 나갔다.
“뭘 할 속셈이지?”
“음, 그냥 심심해서 좀 놀려고요. 누난 거기서 그냥 구경만 하세요.”
방안에 즐비한 고문도구 중에 날카로운 메스를 집은 레인은 노예의 갈비뼈가 갈라지는 부분의 움푹 파인 배를 찔러 넣었다.
“으읍!!!”
“흥흐흐흐~~”
콧노래를 부르며 메스를 아래쪽으로 그어나갔다. 신기술로 개발된 단분자 커터인 탓에 아무런 저항 없이 살이 그대로 잘려나간다.
“우와~~ 이거 죽이네! 하나만 달라고 해볼까?”
뱃가죽을 열어서 창자를 꺼내 빙글빙글 돌리며 장난을 쳤다. 노예는 정신을 잃고 싶었지만 이미 약물로 머리만 정신을 남겨둔 상태라 정신은 온전했다.
“진짜 기네요. 어떻게 이렇게 긴 물건이 안에서 있는 걸까요? 놀랍지 않아요?”
천진난만한 웃음을 하며 커터로 깔끔하게 내장을 1m 정도 잘라내었다.
“으아~ 안은 더럽네요. 괜한 짓 했나? 미안하니까 다시 붙여 줄게요.”
잘라낸 창자를 밖으로 끄집어내고 남은 창자를 엘릭셔 포션을 부어 다시 붙게 만들었다.
“자~ 이건 곧 죽을 누님에게 주는 선물~”
해맑게 웃으며 잘라낸 창자를 잡혀온 여자의 목에 걸어주었다.
“에이~ 자꾸 떨어지네~ 묶어 줄게요. 이야~ 이러니까 꼭 목걸이 같네요! 혹시나 풀려나거든 그걸로 줄넘기해볼래요? 의외로 질기고 잘 늘어나서 되더라고요.”
‘뭐지? 이 미친놈은?’
이걸로 끝낼 생각이면 애초에 시도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이번엔 도끼에요. 우와~ 날카롭네요. 한 번 써 볼까요? 읏차!”
높게 도끼를 들어 노예의 발목을 내려쳤다. 하지만 서툰 탓에 도끼의 반대편이 발목뼈를 때리고 말았다.
“으읍!!!!!! 으읍!! 으읍!!!”
“그만해! 미친놈아!! 뭐하는 짓이야?”
“에이.. 한 번에 잘라보려고 했는데.. 왜요? 저 혼자 노는 거잖아요? 아가씬 거기서 구경하세요.”
그리곤 다시 도끼를 들어 발목을 내리치자 이번엔 정확히 뚝! 하고 잘려나갔다.
“으읍!!! 으으읍!!!
“우와~~ 아프겠다... 아프죠? 이게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거든.”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어차피 난 곧 죽는다. 겨우 그런 걸로 날 협박할 셈인가?”
“에이~ 자꾸 절 그런 나쁜 사람으로 만들래요? 전 그냥 혼자 놀려고 온 거라니까요. 자 이제 다시 포션을 붓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반대쪽으로 발목을 붙였다.
“어라?! 반대로 붙였네? 아이구.. 미안해서 어째...”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다음은 반대쪽인 오른쪽다리를 통째로 잘라내었다.
“피가 많이 나오네. 걱정 마요. 내가 죽이지 않는다는 약속은 지킬게.”
레인은 웃으며 오른팔을 잘라내곤 그 자리에 다리를 붙이곤 포션을 뿌렸다. 똑같게 오른팔도 오른쪽다리가 있던 쪽으로 잘 붙여 주었다.
“휴우!!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만!! 그만!!! 도대체 넌 뭐하는 놈이야?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미친놈!! 넌 제정신이 아니야. 그만해라고!!”
레인은 상큼하게 무시하곤 왼팔의 절반을 뚝 잘라 이번엔 45도 각도로 비틀어서 붙여주었다.
“히야! 창의성이 너무 부족한 작품이 되고 말았네요. 미안해요. 아팠죠? 내가 다 치료해 줄게. 걱정 마.”
다시 단분자 커터를 들어 두 개의 유방을 잘라낸 다음 반대로 또 붙여주었다. 노예는 거의 실성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내가 몹쓸 놈이지.. 이제 보내 줄게요. 고마웠어요. 아가씬 자유에요.”
묶여있던 끈들을 모두 풀어주고 재갈까지 벗기자 노예는 입을 열었다.
“차라리.. 죽여줘.. 제발.. 죽여줘...”
“에이~ 이 좋은 세상에 죽으면 쓰나요? 걱정 마세요. 제가 안젤리카에게 잘 말해 뒀으니 앞으로 생명연장 포션도 팍팍 뿌려줄 거고요. 밥도 사료 같은 거 말고 제대로 된 식사가 나올 거예요. 근데 이걸 어쩌죠? 붙여 놓은 몸은 되돌릴 방법이 없는데... 에헤헤~ 미안해요. 그래도 자유로운 게 최고다. 그렇죠?”
몸이 엉망으로 붙은 노예는 자신의 새로운 몸을 움직여 칼을 붙잡으려고 했다. 옆으로 팔다리가 이상하게 꺾여 있을 수 없는 모양새로 기어가 칼을 잡았지만 비틀려버린 탓에 목을 찌를 방법이 없었다.
“제발.. 제발.. 죽여주세요... 흑흑... 부탁드리겠습니다.”
“싫~~어요. 경비~ 이거 좀 치워주세요.”
흉측한 몰골이 된 릴다를 본 경비는 흠칫 놀라면서도 조용히 릴다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어때요?”
“미쳤어.. 넌.. 미쳤어!! 이 악마!!!”
“몰랐어요? 여긴 지옥이라는 것도? 아까 보셨죠? 죄송하지만 우린 아가씨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어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이곳에서 여러 실험을 하거든요. 저렇게 비틀려서 두면 스트레스 때문에 좀 빨리 죽긴 하던데 최대 2년까지도 산 걸 본적이 있어요. 근데 더 중요한 건 방금 보여준 건 시작일 뿐이죠. 더 재미있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어때요?”
“미쳤어! 너희들은 미쳤다고!”
레인은 릴다의 창자를 죄수의 입에 밀어 넣었다.
“자, 마지막 기회에요. 미안하지만 살아서 나갈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빨리 고통 없이 죽을지, 아니면 정말 죽을 방법도 없을 정도로 고통 속에서 살아갈지는 아가씨 선택이에요. 고문당하면서 1분, 1초가 얼마나 느린지 겪어봤죠? 그것보다 수백 배는 더 힘든 고통이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몰라요. 마지막 기회를 드릴게요. 딱 10초! 충분하겠죠? 그럼 세겠습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레인은 의자에 앉아 하품을 했다.
“... 정말 고통 없이.. 죽여주는 거냐?”
“네. 약속은 지켜요. 누님이 잘 모르시나 본데 제가 바로 이 길드의.. 앗차차.. 이건 말하면 안 되는 거라 비밀♡”
사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적당히 거짓말로 있어 보이는 척 했지만 상대는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알겠다.. 뭐든 물어봐라.”
원하는 답이 나오자 레인은 싱긋 웃고는 800골드를 챙기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갔다.
“... 그 꼬맹이가 한 짓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안젤리카님.”
안젤리카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슬레인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한 놈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순수하고 귀여운 얼굴 뒤에 숨겨진 검은색으로도 표현이 되지 않는 인간은 단언컨대 본 적이 없었다.
“죽여주세요.. 제발...”
“엘릭서 포션을 뿌려 붙인 겁니다.”
“하!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네. 내가 놀랄 만한 일도 있을 줄이야.. 그 꼬맹이 정체가 뭐야? 혹시 신분을 숨기고 가난한 노예상인 놀이나 하는 대귀족인가? 어쩌면 네크로폴리스 가문의 일파인지도 모르겠어. 조사해 봐, 최대한 빨리!”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발.. 죽여주세요.. 잘못했어요.. 죽고 싶어요.. 제발...”
안젤리카는 엉망으로 몸이 붙어 돌아다니는 노예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네크로폴리스의 해부 공연이 시시해지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뭐지?”
“앗! 마스터님!!”
이리저리 흉측한 노예를 보더니 재미있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봐, 안젤리카.”
“네! 마스터!”
“잘라서 붙였으니까 다시 원래대로 붙여보는 건 어떨까? 엘릭셔 포션 있지?”
“네, 몇 병 있습니다. 곧바로 가져 오겠습니다!”
안젤리카는 평소의 오만하고 건방진 말투와는 달리 공손하게 행동하며 최대한 빠르게 포션을 찾기 위해 달렸다. 그녀 또한 두려운 것은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음, 오늘 길에 이것저것 사왔어.”
“와아! 과일이네요?”
“전에 사과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어? 제가 그랬나요? 너무 감사해요! 역시 주인님 밖에 없어요.”
래티샤는 감격에 겨운 모습으로 레인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많이 아팠지?”
“아니에요. 제가 제 일을 똑바로 못한 것인 걸요.”
“그렇다고 때릴 것까진 더더욱 없었는데.. 미안해.”
“아이 참... 주인님이시니까 당연히 그 정돈 하실 수 있죠.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맞고 나서 많이 울었는데요..”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자 레인은 래티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봐.”
“조금.. 원망도 하고 그랬는데.. 그게.. 죄송해요..”
“괜찮데도 그러네.”
“흑흑.. 저도 모르게 주인님께 응석을 부리고 있었어요. 여긴 너무 무섭고 위험하고, 하지만 주인님은 너무 따뜻하고 자상하시고..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당연히 주인님이라면 뭐든 해결해 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해결하실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럼 전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잖아요? 그런 단순한 생각도 못하면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주인님께 일을 미뤄버리고 말았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정말 죄송해요..”
“에이 참.. 기껏 웃어달라고 비싼 과일을 사왔더니, 울면 어떡해? 자자, 그치고. 이거 몇 개 씻어서 가져와. 같이 먹자.”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환하게 웃으며 레인이 건넨 사과봉지와 바구니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좋은 장점들이 소심하고 줏대 없는 기질 탓에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는 게 저것의 제일 큰 문제지. 때리는 건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서 때리긴 했는데, 그런 감정을 절대 상대가 모를 것이라 믿으면 안 돼.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을 해야지. 다행히 충성심은 오히려 늘어나서 손해 본 건 아니네.’
그보단 더 궁금한 물건이 있었기에 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어디 간 거야?”
드르렁-! 푸우...
“얼씨구.. 왜 이런데서 쳐 자빠져 자냐.. 어두워야 잔다는 올곧은 신념이라도 있나?”
손으로 쿡쿡 찌르자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레인인 것을 확인하곤 그대로 달려들었다.
“아야! 아프잖아!”
머리 하나는 더 큰 블랙펄에게 깔려 레인은 아프고 짜증이 났지만 착한 주인으로서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멍!! 멍멍!! 헥헥헥헥!!”
“그래, 잘 있었어?”
혀로 마구 레인의 얼굴을 핥고는 쭈그리고 앉아 명령을 기다린다. 확실히 복종심은 어느 정도 담보가 되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레인을 따르면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 레인을 따르면 편안해 진다. 레인을 따르면 쾌락을 느낀다. 이 3가지를 집중적으로 주입을 한다. 그게 블랙펄에게 내린 레인의 처방이었다.
“멍멍!!”
스스로 자신의 엉덩이를 내밀곤 애널 꼬리를 가지고 장난을 쳐 달라고 유혹한다. 지체에 가까운 지능인 만큼, 이런 쾌락에 중독이 되면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이 무척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정조대를 사서 채워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자위만 하며 24시간을 보내도 이상할 게 없는 지능이니까.
“자, 이걸 입어보자.”
“멍?”
레인은 오늘의 메인 아이템인 백마마구를 꺼냈다. 이것은 가죽 코르셋으로 백마 경주대회에 나오는 백마의 손을 등 뒤로 묶어 오로지 달리기에만 전념하도록 만든 물건이다.
“자 다리 들고, 꼬리가 걸리적거리는데, 뭐 상관없지. 대충 입어보자고.”
옷을 입히자 조금 불편한지 몸을 배배꼬았지만 큰 불편함은 없는지 순순히 받아들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좋아?”
“멍?”
“좋아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기신세가 될 텐데.”
“멍멍!”
독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쌍한 짐승은 그저 레인의 모든 일이 옳다고만 여기며 짖었다.
뒤로 손이 묶인 곳에 있는 커다란 링에 두꺼운 줄로 마차를 연결한다. 오늘은 마차가 아닌 가구를 끌겠지만. 사실 가구가 훨씬 크고 무겁다. 거대 몬스터들의 집으로 개조된 만큼 무게하난 확실히 보장이 된다는 것도 장점. 사실 이런 것까진 생각하지도 않고 계약한 집이었기에 부차적인 이익을 본 기분이었다.
“흠, 가슴이 덜렁거려서 보기 좋네.”
찰싹-!
“멍!!”
팔을 뒤로 젖히자 코르셋 위로 자리한 가슴은 더욱 내밀어져 그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심심해서 겨드랑이를 살살 간질이자 꺄르륵 소리를 내며 무척 좋아했다. 그 다음엔 앞만 보도록 설계된 눈가리개를 씌웠다. 어차피 경주에 나가는 말은 옆을 봐서는 안되는 규정이 있기에 지금부터 익숙해져야만 한다.
“우와.. 신기한 옷이네요. 그보단 가슴이..”
“참 크지? 덜렁거리는 건 덤이고.”
“사과 드세요.”
“너도 먹어.”
예쁘게 잘라진 사과는 한 눈에 봐도 정성이 묻어났다.
“멍멍!”
“너도 먹고 싶냐? 아!”
“아아!”
팔이 묶인 채로 가슴을 덜렁거리며 블랙펄은 사과를 잘도 받아먹었다.
“이상한 옷이네요.”
“입어볼래?”
“네?! 제가요?!”
“왜? 싫어?”
“아니요. 하지만 어울리진 않을 것 같아서..”
스스로 자비 없이 작은 가슴을 보며 불평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지만 할 일은 따로 있다.
“멍멍!”
“넌 비싼 건 참 좋아하는구나? 더 먹어라.”
한 조각을 더 건네자 기뻐하며 받아먹는 모습에 뭔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 당장 해보자.”
“네?”
영문을 몰라서 되묻는 래티샤는 내버려두고 단단한 경주용 끈을 가져와 블랙펄의 뒤로 묶인 팔 뒤에 있는 단단한 고리에 매달고 끈의 끝을 집의 대들보로 쓰인 기둥에 단단히 묶었다.
“자, 이제 사과를 들고 저 멀리 가보자.”
줄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래티샤에게 사과를 먹여줄 것을 명령하자 곧바로 달고 맛있는 사과조각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헥헥?! 깨앵!!”
사과를 먹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려 나갔지만 짧은 줄 탓에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래티샤 넌 아무리 봐도 참 사랑스러운 것 같아.”
“넷? 주인님도 참..”
얼굴을 붉히는 래티샤는 노예보다는 확실히 사랑에 빠진 소녀가 맞다.
“입에 넣어줄래?”
“네!”
포크로 찍어 입으로 건네자 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입으로 씹어서 잘게 부숴서 넘겨줘.”
“네..”
불게 홍조를 띠고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사과를 씹어선 레인에게 모든 애정과 사랑을 바쳐 건네주었다. 확실히 자신이 좋아서 긍정적으로 하는 키스였다.
“멍멍!!! 멍!!!”
마치 항의하는 것처럼 블랙펄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조교를 위해서는 래티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레인이 선역이라면 그녀는 악역. 최대한 질투심이 생기도록, 그리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모든 것들은 래티샤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으음... 어땠어요?”
스스로 팔로 레인의 목을 감싸고 끈적끈적한 눈길을 보낸다. 레인은 그런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면서 또 다른 사과조각을 재촉했다.
“하음... 츕..츄릅..”
“멍멍멍멍!! 멍!!!”
화가 있는 대로 나서 머리를 땅에 박자 피가 나기 시작했다. 이 단순한 동물은 이렇게 쉽게 낚인다. 물론 그나마 똑똑한 노예도 자신의 한 마디에 이렇게 낚여서 훌륭한 연출을 한 것이지만.
“래티샤, 블랙펄에게 사과를 가지고 가봐. 그리고 절대 먹이지마.”
“네.”
“컹컹!! 크앙!!!”
화가 나서 발길질을 하는 앞에서 레티샤는 레인의 지시에 따라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 아삭거리는 소리에 귀가 쫑긋거리고 그 달콤한 맛을 기억하며 분노한다.
“이번엔 약 올려 봐.”
“네..”
의미를 이해하진 못하면서도 래티샤는 충실히 연기를 했다.
“먹고 싶지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어머~ 맛있다~!”
“으아으아으아!!”
결국 눈에 핏기가 서린 채, 이빨까지 드러내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저기.. 풀어주면 절 때리지 않을까요?”
“큭큭큭.. 그럴지도? 조심해야겠네.”
“히잌!”
“됐고, 이번엔 저 바보의 뒤로 가서 이걸로 내가 시킬 때 때려. 이 회초린 따끔하긴 해도 놀라게 하기 위한 용도니까 세게 때려도 상관없어.”
“네.. 알겠습니다.”
“블랙펄, 여길 봐.”
“멍멍!! 멍!!”
래티샤의 행동에 항의하듯 화를 내며 레인의 다리에 얼굴을 문질렀다. 절대적인 복종의 눈빛이 아주 마음에 든다.
“먹고 싶지? 그럼 밥값을 해야지. 너 때문에 없는 살림에 비싼 거만 먹이고 있다는 걸 네가 알 리는 없으니까.”
일단 사과를 먹이자 곧바로 기분이 좋아지며 레인에게 꼬리라도 흔들고 싶은 것처럼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이미 뒤로 돌아간 래티샤는 안중에도 없었다. 눈가리개만으로도 주변의 상황을 쉽게 잊을 만큼 나쁜 머리가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 하나 더 먹자. 어때, 맛있지?”
“멍!!”
“좋아. 이제 때려.”
“멍? 캐앵!!!”
살벌한 소리와 함께 매를 맞자 깜짝 놀라 몸이 앞으로 튕겨지듯 뛰쳐나갔지만 매여 있는 줄 때문에 바닥에 나자빠졌다.
“훌륭하군. 반응이 빨라서 아주 좋아. 잘 했어.”
아파하면서도 레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과를 하나 더 입에 물리자 곧바로 기분이 나아진 듯 눈을 깜박였다.
철썩-!
“캐앵!!”
철썩-!
“캥!!!!”
이런 방식으로 몇 번을 더하자 매를 맞음과 동시에 무조건 앞으로 달리려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분명 이 암말은 무척이나 빠를 것이다. 하지만 빠른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땐 멈춰야만 한다. 메인이 되는 경기장은 무척이나 위험한 장애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명령에 늦게 반응하거나, 본능적으로 피하질 못하게 되면 그대로 목이나 발목이 잘려버릴 수 있다. 그럼 남은 건 도축 뿐, 기껏 투자한 돈도 회수 못하는 꼴이 된다.
“좋아. 아주 잘 했어.”
“끼잉.. 끼잉...”
눈물을 흘리며 블랙펄은 레인에게 기대 이 상황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일차적인 것은 통과했다.
3월 23일
화이트타운의 중심가에 위치한 콜로세움. 이곳은 피와 모래와 욕망이 살아 꿈틀대는 곳이다. 놀 거리가 없는 슬레인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단연 검투사 경기다. 하지만 반면 백마대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인기를 누리는데, 수많은 주자가 나와 단판제로 하는 만큼, 승자를 맞추면 그 액수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휴.. 내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네.”
“멍!”
블랙펄은 온순하게 레인의 옆에 앉아 몸을 기대며 애정을 과시했다. 이곳은 경기를 들어가기 전 대기실, 아직까지 경기시간이 조금 남아있기에 모든 대회 참가자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꼬마야, 어디서 그런 실한 년을 구해다 온 거냐?”
“20골드에 샀어요.”
“멍!”
“어유~ 귀엽게도 생겼네. 먹음직스럽게도 생겼고..”
“에헤헤..”
짝-!
“깽!!”
경쟁자 노예상인은 블랙펄의 머리를 잡고 때렸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상대가 약해보이면 대놓고 기를 죽여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괜찮아?!”
“크르르...”
블랙펄은 곧장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을 때린 상대에게 덤비려고 했다.
“앉아.”
“끼잉...”
곧바로 내려진 레인의 명령에 어째서 자신을 말리느냐고 슬픈 소리를 내면서도 블랙펄은 순순히 순종했다.
“흥, 제법이군. 척 봐도 아우라가 너보다 위에 있는 년인데, 잘 길들여 놨군.”
경쟁자는 블랙펄에게 침을 뱉고 지나가자 곧장 레인은 자신의 옷으로 블랙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렇지??”
“헤헤헤..”
아예 어제는 하루를 통째로 쉬게 시켰다. 그리고 더욱 자신에게 의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섹스교육만 시켰다. 덕분에 레인도 오늘 제법 피곤했지만,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넘쳐나는 성적욕망의 흔적이라.. 이걸로 이렇게 쉽게 길들일 수 있을 줄이야.’
상대가 이성적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동물에 가까운 본능으로 살아가는 블랙펄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상대를 믿고 따르는 것뿐이다. 어쩌면 이 노예는 절대적인 노예로서의 복종심을 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이렇게 길들일 수는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이 더 쉽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왜? 한 번 더 느끼고 싶어?”
레인은 코르셋 바깥으로 빠져나온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돌리고, 힘을 줬다 빼며 자극을 더해 최대한 편안한 기분이 되도록 유도한다.
“으으응... 헤헤헤...”
손이 뒤로 묶인 불편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블랙펄의 아래쪽은 축축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때?”
“멍멍!”
고맙다며 꼬리를 치는 것 같은 모습에 레인은 흐뭇해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출전 시간 5분 전입니다. 모두 준비 해 주십시오.”
“가자, 오늘 잘 부탁해.”
“멍멍!!”
빰빠빠라빰빰빰~!!!!
와아아아!!!!
“와아아...”
레인은 눈에 들어온 어마어마한 관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빼곡하게 들어선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웅장한 나팔소리와 함께 준비된 말들이 자신의 자리로 들어선다.
“불편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멍!”
깃털로 장식된 가죽굴레를 블랙펄에게 씌웠다. 재갈이 단단히 고정되어 강제로 입을 벌리고 코를 들어 세우는 이상한 물건이지만 이 물건은 대회 필수품목이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다행히 많은 긍정적인 신호들로 익숙해져서 착용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꼬마야! 옆에 있는 년이 젖이라도 주던?”
“와하하하!!”
어설퍼 보이는 레인에게 방금 블랙펄을 도발한 기수가 소리치자 옆에 있던 기수들도 덩달아 비웃었다. 이곳은 경쟁의 세계, 약한 자는 빨리 사라져주는 쪽이 편하다.
“괜찮아. 오늘 잘 해보자.”
“멍멍!!”
“각 기수들은 제 자리로 가십시오!”
콜로세움의 경기진행을 맡은 병사가 소리치자 마차를 탄 기수들이 제 자리로 갔다.
빠빠빠빠빰!!!
웅장한 나팔소리가 울리자 환호하는 군중들이 조용해졌다.
“오늘 콜로세움에 찾아오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 될 이 경기는 장애물이 없는 개인타임트라이얼 경기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장애물이 있는 경기를 선호해왔습니다만, 때론 오로지 스피드에만 집중하여 열광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본성 아니겠습니까? 오늘로 2회째인 이 대회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르카스! 푸르카스!”
경기를 주최한 자가 가장 고급스러운 관객석에서 일어나 청중들에게 소리치자 사람들은 그를 환호하며 노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슬레인의 최고의 엔터테이너, 지금 이 도시의 모든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만든 것은 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즉, 그는 인간이 아니다.
“모두 저들에게 주목해 주십시오. 저들에게 여러분의 귀중한 골드와 운을 나눠주십시오. 독주타임트라이얼은 오로지 달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대회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스스로의 운을 시험하기 위해서 위험한 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대회를 시작합니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울리자 레인은 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준비!!! 시작!”
짜악-!
주변에서 채찍을 때리고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왜 출발을 하지 않는 거지?”
“포기한 건가?”
“쯧쯧, 콜로세움도 옛날 같지 않군. 저런 함량미달의 조련사를 출전시키다니.”
우우~~!!!
사람들의 야유가 레인에게로 쏟아졌다. 하지만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짜악-!
“멍!!!”
그제야 출발하자 레인에게 돈을 건 사람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꼬맹이! 그년과 반반씩 잘라서 교접시켜 줄까?!!!”
“빨리 달려라고!! 이 멍청아!!!”
욕들을 들으며 레인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승부는 지금부터니까.
짜악-!
레인의 채찍이 블랙펄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자 블랙펄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보통 백마로 쓰이는 노예들은 본래의 세계에서 군인과 같은 험한 일을 했거나 체력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다고 해도 대자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생존해온 블랙펄의 민첩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달립니다!!! 빠릅니다!! 도대체 저건 뭐죠?!”
경기를 중계하는 자의 흥분된 목소리에 사람들은 더욱 환호하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들. 너희들끼리 나자빠지는 꼴을 보고 싶었지.’
이제 겨우 2회째 대회였다. 지금까지 백마들을 조련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대와 경쟁하고, 장애물과 싸우는 것을 훈련시켜 왔다. 당연히 이들은 필요 없는 몸싸움을 즐긴다. 경쟁자를 탈락시키기 위해 서로의 마차를 부딪치게 하고 백마들이 함정에 걸리도록 만드는 트릭에 강하다. 그렇게 10명의 기수 중 5명이 이미 낙오하고 말았다.
“달려!! 더 빨리!!”
짜악-!! 짜악-!!!
“멍!! 멍!!! 멍!!!!”
아프다고 항변하면서도 이틀 동안 조련한 것을 기억하는 블랙펄은 달리고 또 달렸다. 넓은 콜로세움을 세 바퀴 도는 것이 룰의 전부. 이미 한 바퀴를 돌고 선두와 반 바퀴 정도 차이가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빠른데?”
“도대체 저렇게 빠른 걸 어디에서 가져온 거지?”
“장애물 경기라면 목이 날아갔겠지만, 어차피 이건 빨리 달리면 그만이니까.. 대단한데?!”
“꼬마야!! 더 달려라!!!”
사람들이 서서히 레인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미 현재 1위부터 4위까지는 제법 백마경주에서 이름을 떨친 자들이다. 그들의 백마 역시 우승경력이 있다. 그렇기에 반전이 없는 대회인 것이다. 반면 레인은 저들에게 생소하다. 그렇기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레인에게 응원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더 빨리 달려!!”
레인이 거의 뒤까지 붙은 걸 알자 앞에 있는 기수는 백마를 더 세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반면 레인은 고삐를 당기며 방향을 틀도록 시켰다.
“멀리 돌아서 달립니다!! 구석으로 최대한 짧게 돌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에 레인은 힘이 솟았다.
“젠장!! 더 달려라고!!”
짜악-!!
“으악?!!!”
결국 앞에 있던 말은 주인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보다 빨리 달리다 발이 엉키며 넘어졌고 주인이 탄 마자는 옆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젠장!! 쓸모없는 년!! 5골드에 고기로 만들어 버릴까보다!!”
화를 내며 자신의 말에게 채찍질을 무차별하게 가하며 분을 풀었지만 그는 그렇게 리타이어. 자연스럽게 레인이 4위로 올라섰다.
“어이, 저 멍청이가 뒤졌어.”
“큭큭큭... 초짜한테 당하고 꼴 좋지.”
“이봐,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말이야.”
그들은 서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 바닥에서 유명한 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슬레인에서는 자신의 건강한 신체가 최고의 무기인데, 대회 중에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죽을 수 있는 이런 경기를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는 일인데다가 대회에 자주 참여하는 자들이 새로 온 신입을 일단 제거하고 본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블랙펄!! 천천히!!”
고삐를 최대한 세게 쥐었지만, 아직 훈련이 덜 되어 있는데다 이미 가속도가 붙어버린 블랙펄은 3인의 마차 사이로 들어가고 말았다.
‘젠장!’
“큭큭큭.. 꼬맹아 제법이구나.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그 암말도 제법인 걸? 칭찬해주지.”
“감사하네요. 이제 제 차례인가요?”
“눈치는 빠르네! 그거 아냐? 이 마차는 말이야 바퀴 부분이 부실하거든? 코너에서 살짝 돌아갔을 때 치면 그대로 빠져버리지.”
‘그렇게 나올 거라 생각은 했지.’
레인도 레인대로 생각이 있었다. 어느새 두 바퀴가 지나고 마지막 바퀴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곧 코너를 향해가기에 자연스럽게 마차들의 속도가 조금 줄어들었다.
“잘 가라! 꼬맹아!!!”
“고생 많았다!!!”
레인을 조롱하며 서서히 마차와 마차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블랙펄!! 먹어!!!”
“멍멍!!!”
레인이 꺼내든 것은 고기가 달린 낚싯대였다. 정확히 블랙펄의 눈앞에 고기가 보이자 블랙펄은 달리다 말고 빠르게 멈춰섰다.
“엇?!!!”
“젠장!!!”
쾅-!!!
레인의 옆을 감싸고 있던 두 기수가 허무하게 부딪쳐 자멸하고 말았다. 이로서 이 대회에서 낙오한 말은 모두 8마리.
“냠냠... 멍멍!!”
“맛있지? 이젠 달려야 해.”
짜악-!
“멍!!!”
기뻐하며 다시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 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1위인 조련사는 당황했다. 절반 바퀴 밖에 남지 않았지만 상대는 서서히 자신을 향해 착실하게 거리를 좁히고 있다. 타임트라이얼대회는 체력의 소모가 심각한 대회다. 잠시 멈출 구간인 장애물이 없기에 그저 달리고 또 달릴 뿐이다. 자연스럽게 장애물에 익숙한 말은 순발력이 좋은 반면에 지구력이 약하다. 거기에 레인처럼 가볍지 않은 주인들은 말의 부담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가지 단순한 요인들이 쌓여 서서히 체력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가자!!”
짜악-!!
“멍!!!”
“골인!! 선두가 들어왔습니다!! 승자는.. 무명의 레이서 레인과 그의 암말 블랙펄입니다!! 두 번째 타임트라이얼대회의 챔피언을 기억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환호했고 레인은 그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대회가 끝나고 곧바로 레인은 연고를 꺼내 블랙펄에게 발라주었다.
“많이 아팠지?”
“멍..”
따끔해서 몸을 움찔거리는 그녀를 엎드리게 시키곤 연고를 발라주었다.
“허? 너 미친 거 아니냐?”
경기 전에 자신에게 시비를 건 남자였다.
“왜요?”
“노예새끼한테 50골드짜리 연고를 바르다니. 돈이 많은 거냐? 그런 것치곤 옷이 낡아빠졌고. 정체가 뭐냐?”
“노예상인이에요. 그리고 노예라고 해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죠. 그래야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옳지, 착하다.”
“멍멍!!”
레인이 자신을 치료하는 것을 알리는 없지만 그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블랙펄은 레인의 얼굴을 핥았다. 그녀는 대회의 룰과 같은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어떤 무언가를 이겼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시할 수 있는 지능은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자, 이것도 먹어.”
“멍멍!!”
“하.. 이런 새끼한테 지다니..”
레인과 노예의 이상한 짓거리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남자는 자신의 노예를 데리고 돌아갔다. 패배한 노예의 몸에는 이미 화풀이로 여러 군데 채찍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 년이라면.. 어쩌면 유명해지는 건 엄청 빠를지도 모르겠어. 문제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노예를 조교시키는 건 좋은데, 팔아먹긴 애매하단 말이지.’
자신의 브랜드 낙인을 찍어 판매하면 그 노예의 품질에 관해서 당연히 사람들의 귀에 민감하게 들어오게 된다. 원하는 수준 이하의 노예를 판매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가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C-급까지의 노예는 그런 걱정은 덜하다. 오히려 이런 경우는 사는 사람도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고, 명성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속은 놈이 멍청하다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반면 C+급 이상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복종심을 비롯한 모든 것들에 대해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물건을 상대는 구매한다. B+급부터는 사실상 귀족들의 요구이기에 더욱 엄격해진다. 레인이 걱정인 것은 자신의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것보다도 그 노예를 팔아먹는 문제였다. 언제까지고 고작 몇 백 골드에 연연하며 D,C급의 노예만 팔아치울 순 없는 것이다.
“하하하!! 이거 참, 대단했소!”
모두가 나가고 한참을 블랙펄을 돌봐주고 있던 그때, 레인의 앞으로 뱃살이 나온 뚱뚱하지만 고급스러운 로브를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운이 따랐을 뿐이죠.”
“흠, 운이라! 하긴 그 정도로 강력한 체력과 힘을 가진 말을 구한 건 분명 운이라고도 할 수 있지!”
과연 그럴까? 레인은 속으로 남자의 말을 조소했다. 레인이 사지 않았더라면 이 멍청한 개는 아마도 지금쯤 농장에 가있거나 도축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짝에 쓸모가 없으니까.
“땀에 젖은 모습이 인상적이군. 좀 만져봐도 되겠소?”
“네. 물론이죠. 블랙펄, 앉아.”
“멍!”
엎드려 누워있던 블랙펄이 바닥에 편하게 앉자 뚱뚱한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예에게 편한 자세를 하도록 시키다니.”
“이 노예는 말입니다. 당연히 다리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아야지요. 무릎을 꿇고 오래 있으면 다리 근육에 무리가 옵니다. 특히 무릎 쪽이 약해지면 큰일이죠.”
“허! 그런 것인가?! 말을 파는 놈들은 그런 말은 안하던데?”
“제가 다뤄보며 느끼고 고친 것들입니다.”
“흠! 그렇군! 좋아, 내 소개를 먼저 하지. 내 이름은 줄진이네. 보시다시피 세르피스 가문의 일원으로서 그들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네. 자네에게 산뜻한 제안을 하나 할까 하는데 말이야.”
“네, 말씀하십시오.”
“이 땀에 젖고, 섬광처럼 빛나는 몸과 강한 근육들, 솟구쳐 오르는 본능! 이 모든 것들을 난 사랑한다네. 이런 것들에 내 몸은 쉽게 달아오르지. 아하하! 내가 초면에 무례한 말을 했나?”
“아닙니다.”
하지만 레인은 이 남자가 뭔가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보통 돈이 충분하다면 이런 운을 띄우진 않을 것이다. 흥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귀족쯤 되는 자가 천박한 일반인에게 흥정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통 보이진 않는다. 즉, 꽤 부유하게 산다고는 해도 이 남자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아무튼 내가 경주 챔피언을 얼마나 가지고 싶은지는 당신은 모를 것이오! 사고 싶소! 정말 미칠 듯이 가지고 싶소! 심지어 나는 내가 스스로 조교도 시켜보았소!!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내 몸은 테크노스피어에서 치료받는 신세가 되었었지. 무엇을 숨기겠소? 난 그대의 노예를 살 돈이 없소. 챔피언 하나에 1년 치 봉급을 몽땅 때려 박아도 부족하니 이 도시의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는 그대도 잘 알 것이라고 믿소.”
레인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대의 말은 아직 그랜드 챔피언은 아니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위용과 능력은 충분히 그랜드 챔피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소. 난 돈이 없소. 하지만 대신에 특별한 걸 지불할 수는 있소. 정말 괜찮은 것이오. 이걸 줘버리면 세르피스 가문에서 좋아하진 않겠지만, 내가 그들에게 충성하길 바랐다면 내 월급을 더 올려줬어야지, 그렇지 않소?”
아무래도 수다쟁이인 이 남자의 말을 무작정 신용하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때였다.
“바로 이것이오.”
“이것은?!”
레인은 그가 품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뱀의 형상을 한 아름다운 세공이 된 팬던트 목걸이 안에 있는 것은 작은 보석이었다.
“흥미가 있나보군요. 우리 가주께서 집중력과 본성을 강력하게 하기 위해 특별한 아티펙트를 항상 착용하시는데 그 중에 하나지. 이 부적을 만들 수 있는 자는 나 하나 뿐이요.”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었군.’
“이 부적을 착용한 사람은 전투에서의 고통과 공포를 매우 잘 견디게 되오. 그러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이 영향을 받게 될 거요. 당신의 아우라는 더 강력해지고, 동시에 전투 중 상대가 당신을 스캔하는 것도 막을 수 있소.”
분명 훌륭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무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레인으로선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멍?”
예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분명 이 개새끼는 둔다면 충분히 제값을 해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에는 그녀가 지금 있어서는 안 된다.
“좋습니다. 바꾸기로 하지요.”
“하하!! 어린 친구가 화끈하군!!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직 브랜드 낙인도 없다니!! 이런 귀한 걸 그리 쓰면 되나? 에드베르토 세르빌리를 익히고 찍어줄 생각이었나?”
“그런 셈이죠.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그럼! 이 훌륭한 말을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자! 여기 뱀의 목걸이가 있네!!”
목걸이를 받아들어 목에 매자 확실히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고위급 귀족들의 전유물인 아티펙트인 만큼 그 능력에는 거짓이 없음이 확실했다. 실제로 자신의 옆에 있는 블랙펄이 놀란 눈을 껌뻑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데려가십시오. 이제 이 노예는 당신의 것입니다.”
레인의 차가운 말에 블랙펄은 뚱뚱한 남자와 레인을 번갈아보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말이 오가는 것을 눈치 채곤 불안한 기색으로 레인의 다리를 소중하게 감싸며 머리를 비볐다.
“이리 온! 착하지!! 흠, 멍청한 모양이군.”
“그 전에 말이 통하는지도 의문입니다만..”
“상관없지. 에드베르토 세르빌리!!”
“멍!!!!”
그 순간 블랙펄의 가슴팍에 선명한 브랜드 자국이 새겨졌다. 이로서 완벽하게 거래가 성립한 것이다.
“멍멍!!! 멍!!!”
블랙펄은 싫다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브랜드 낙인을 찍어도 곧바로 넘어오지 않다니. 차차 길들이면 되겠지만 귀찮겠어. 도미니 딕텀!”
상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노예에게 모든 명령을 따르도록 지시하는 마법을 쓰자 블랙펄은 레인의 다리를 놓아주곤 줄진의 옆으로 다가가 엎드렸다.
“그럼 인연이 닿으면 또 보도록 하지!! 하하하하!!!”
그렇게 블랙펄은 뱀의 목걸이와 맞교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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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1351골드
지출내역:
엘릭셔 포션 구입: 100골드
릴다 구입: 30골드
사과 구입: 10골드 (20개)
건사료 구입: 20골드 (한 포대)
연고 구입: 50골드
수입내역:
안젤리카의 부탁: +1000골드
아티펙트 획득: 뱀의 목걸이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판매 한 노예: 블랙펄
쓰다 버린 노예: 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