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50)

<블랙펄 펫 조교>

3월 19일

“헛?!”

레인은 자지가 뽑혀져 나갈 것처럼 아픈 감각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우풉!! 츄릅!!! 츕츕...”

“너 뭐하냐?”

어젯밤 내내 괴롭혀 주었건만 이 노예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커헉... 그만.. 그만...”

“쭙쭙.. 츄릅!! 츄르릅!!”

“으윽!!”

결국 아침부터 기가 완전히 빨려 침대에 드러눕고 말았다. 

“헤헤헤...”

“그래.. 아주 자~~알 했다.”

그야말로 선사시대의 야만적이고 격정적인 밤이었다. 조교를 하려고 했다가 반대로 자신이 완벽하게 따먹히고 만 상황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오로지 순수하게 욕망만을 쫒는 소녀의 몸부림에 레인의 자지는 더 이상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삼켜지고 또 삼켜졌다.

“아... 제 아침 봉사가...”

래티샤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힘이 없는 레인은 손을 휘휘 저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야!! 야!! 안 돼!!”

“우웅?”

소녀와 숙녀 사이의 성숙함과 발랄함을 모두 갖춘 블랙펄의 모습은 욕정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예쁘지만, 레인은 지금 무척 피곤했다.

“에헤헤...”

“아.. 내 분수를 모른 대가를 이런 식으로 치르는구나..”

레인의 눈에서는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져 흘렀다.

“후.. 사료 세 주먹..”

“네? 그렇게 많이.. 아.. 눈이 퀭하세요..”

걸신들린 사람처럼 레인은 사료를 흡입했다. 씹지도 않고 먹고 또 먹었다. 이대로 평소처럼 먹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태어나서 섹스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냉정하게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주제파악이 된 하룻밤이었다.

“에헤헤~~”

반면 레인을 바라보며 연신 빙긋빙긋 웃고 있는 블랙펄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부족과 떨어져 처음보는 숲에서 헤매고 있던 때, 이상한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 없는 촘촘한 물건(그물)으로 자신을 잡곤 어딘가로 끌고 갔다. 그리곤 앞에서 뭐라고 소리를 몇 번 지르더니 이상한 틀(육변기틀)에 자신을 묶곤 똥과 오줌을 받아먹도록 시켰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배가 고팠고,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데다 코를 막은 채로 입을 강제로 벌려둔 도구라 먹지 않고서는 숨을 쉴 수가 없는 구조였다. 단상 위로 끌려 나올 때도 쉽지 않았다. 자꾸 따끔거리는 뱀 같은 물건(전기채찍)에 맞는 것이 아파서 피하다보니 나온 것뿐이다. 

그러던 때에 자신의 아픈 이빨을 뽑아주고, 맛있는 먹이를 줬으며, 더러워진 몸을 씻겨준 수컷이 나타났다. 직감적으로 이 수컷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 줄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확신을 했다. 몸이 허약하다는 것은 분명 수컷으로서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자신을 기쁘게 할 줄 알고 있다. 분명 이 수컷을 따라다니면 맛있는 음식과 쾌락이 있을 것이기에 스스로 이 수컷의 암컷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웃지 마라. 하아...”

“저기.. 후회되세요?”

“그건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

“저희는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마음껏 누리네요..”

래티샤와 레인은 오늘도 건사료가 전부다. 이제 사료는 다 떨어졌고, 새 포대를 사와야 하는 때가 되었다. 혼자 있을 때와 비교해 셋이 되자 기하급수적으로 식비가 늘었다.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무지한 노예에게 복종심을 키우기 위해선 당근이 필수적이었고 감히 자신들도 먹지 못하는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먹였다. 오늘은? 당연히 그런 거 없다.

“먹어. 네 분량이다. 넌 조금 더 크니까 더 준 거야. 하아.. 말만 알아들어도 소원이 없겠네.”

“그래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예쁘긴 하네요.”

“음.. 신기하게 생기긴 했지.”

이국적인 외모는 일부 노예에게는 하나의 축복과 같은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령 검투사가 그러하다.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는 독특한 외모를 가진 검투사가 실력을 갖춘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에 쏠리며 브랜드의 명성이 날로 커질 것이다. 사실 레인도 이 멍청한 노예를 검투사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 일단 충동구매를 해본 것이다. 어차피 20골드 밖에 안 되는 저가였으니까. 문제는 어제 쏟아 부은 부대비용만 이미 그 비용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으에...”

맛이 없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혀에 묻은 사료를 손바닥으로 긁어내고 있었다. 

꽝-!

“히잉...”

“아프냐? 먹는 걸 버리면 안 돼!”

‘안 돼.’라는 말의 의미를 다행히 이해한 블랙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부족의 여전사라더니 의외로 남편에게는 순종적인 풍습이 있는 모양이었다. 

“먹어.”

도리도리-

버리면 안 되는 것과는 별개로 이젠 정말 싫다고 거부를 했다. 레인은 지금이라도 당장 이 노예를 고기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리고 싶었다. 미노타우르스에게 헐값에 던져줄까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이 년이라면 기뻐서 엉덩이를 흔들며 봉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꼴을 볼 바에야 차라리 자신이 목을 잘라서 길에 돌아다니는 쥐의 먹이로 파 먹히게 던져줄 생각이다.

“자, 이건 아주 맛있는 거예요. 먹어 봐. 아앙!!”

“우우.. 아앙...”

마지못해 입을 벌리는 블랙펄의 입 안으로 사료를 밀어 넣어 주었다.

“퉷!! 아하하!! 아하하하!!”

뱉은 사료가 레인의 얼굴에 붙은 모습을 보더니 즐거워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래티샤에게서 얻은 작은 존경심까지도 잃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노예상인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때리는 것은 절대로 금해야 하는 상황. 때려서 말을 잘 듣거나 이해를 하면 다행인데, 반대로 자신에게 진심으로 덤비거나 힘을 쓴다면 아마 농장에서 죽는 날을 기다리는 노예들처럼 개 맞듯이 맞고 노예길드로 도망쳐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안젤리카는 기다렸다는 듯 노예길드의 명예를 실추시킨 대가로 낙인을 온몸에 찍어 길거리에 던져버릴 것이고, 그런 무능하고 멍청한 노예상인을 지나가는 자들은 무참히 두들겨 맞으며 생을 마감할 것이다.

‘좋아. 이건 실험이야. 내가 진짜 최고의 노예상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면 이런 병신에게 질 수는 없어. 난 이 노예의 가치를 최고조로 끌어내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팔아치워 버려야지. 젠장..’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접시에 담긴 블랙펄의 사료를 입에 넣어서 오물거리며 씹었다. 지독하고 역겨운 맛. 차라리 귀족들의 똥오줌을 받아먹는 쪽이 향긋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이 노예를 쓸 만한 물건으로 만들고 말리라.

“읍?”

블랙펄의 입술이 레인의 입술과 닿는다. 혀를 이용해 그녀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입안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는 사료를 블랙펄의 입안으로 옮겼다.

“으읍?!!”

싫다고 반항하였지만 여기서 질 생각은 없었다. 더욱 격렬하게 키스를 했다. 분노와 짜증과 살의의 깊이만큼 정성스럽고 사랑스러운 키스를. 서서히 블랙펄은 눈을 감더니 레인에게 순종하기 시작했다. 사료를 넘기는 소리가 목에서 들렸다.

“어때? 괜찮지?”

“우와... 입으로.. 먹을 걸...”

은근히 래티샤는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이런 빌어먹을 짓을 하는 자신을 이해할 만큼 안타깝게도 그녀는 똑똑하지 않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입 벌려. 아아!!”

결국 5번도 더 진하게 키스를 해주고 나서야 아침식사가 끝났다. 

“그럼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우으...”

“목줄을 채워놓으니 진짜 개 같네. 그래도 다행이야. 여기 가구들은 튼튼하다 못해 무겁기 까지 하니까.”

인간을 위한 시설이 애초에 아니었던 만큼 제 아무리 힘이 센 블랙펄이라고 해도 가구를 들어낼 힘은 없었다. 어차피 인간이란 한계가 뚜렷하니까. 그 사실에 레인은 무척이나 감사했다.

“혹시나 똥오줌을 싸거든 곧바로 치워줘. 바로 환기시키고. 몸도 가능하면 닦아줘. 여긴 돼지우리가 아니니까.”

“네, 명심할게요.”

집 밖으로 나오자 머리가 시원해지는 쾌감을 레인은 느꼈다. 노예도시에서 남자란 자유를 만끽하는 생명체다. 노예로서의 삶을 부득이하게 간접체험(?)을 했다는 사실은 죽을 때까지도 비밀이다. 아무리 래티샤가 쓸모 있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일을 발설한다면 그 자리에서 목을 잘라내고 고기로 만들어 씹어 먹을 생각이다.

“레인님 아니십니까?”

비틀비틀 걸어가는 레인을 보며 인사를 건넨 것은 다름 아닌, 농장에서 근무하는 미노타우르스였다.

“잘 지냈어요?”

“후후.. 저번엔 감사했습니다. 100골드를 그렇게 쉽게 벌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덕분에 흥미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어요. 보지가 헐렁거려서 못쓰겠더군요. 조이는 맛도 없고. 아예 느끼지도 못하는지 무감각해졌더라고요.”

“사실 인간의 사이즈로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죠. 더군다나 저번에 데려온 노예는 아이 아니었습니까? 박히다가 죽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큭큭큭.. 그 점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덕분에 재미있는 쇼를 봤는걸요.”

“하하하! 자고로 암컷이란 수컷에게 끝없이 박히고 또 박히고, 박히다보면 고분고분해지고 스스로의 처지를 깨닫고 엉덩이를 내미는 동물이지요.”

‘부러운 자식..’

옷을 걸치고 있지만 밖으로 그 형체가 뚜렷하게 나타날 정도로 거대한 자지는 크기뿐만 아니라 그 힘도 압도적이다. 그들은 지치지 않는다. 그들이 마음먹고 박아버리면 사실상 쓸 만한 보지로서 기능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기에 사실상 그들의 손을 거친 노예는 섹스도구로서 가치는 상당히 하락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비슷한 사이즈의 몬스터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지만.

“전부터 궁금했는데, 어떻게 혼자 저 많은 노예들을 관리하는 건가요?”

“간단합니다. 여기까지 온 노예들은 하나같이 결국 길들이기를 포기한 주인들이 노예에게 마지막까지 비참한 고통을 주기 위해서 보내지는 게 보통입니다. 고통 받고 처절하게 망가진 노예가 스스로 가축이 되어 도축이 되는 순간까지도 온순해지는 꼴을 당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죠.”

“흠, 반항하거나 싸우려고 시도하는 노예도 있지 않나요?”

“보통은 여기까지 끌려오면 눈치를 채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네. 맞습니다. 가끔 이빨을 드러내며 건방진 소리를 늘어놓는 년들도 있지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붙잡고 쑤십니다. 처음엔 소리를 지르고 시끄럽지만 1시간 이상 지난 시점에서는 더 이상 반항을 하지 못하죠. 그래도 또 쑤십니다. 결국 정신을 잃는 것이 확인 될 때까지 말이죠. 그 다음엔 저기 있는 특수한 틀에 묶어 둡니다. 그럼 여기 있는 돼지와 말들이 알아서 강간을 하죠. 그렇게 한 달 정도 입에 정액과 물만 먹이며 키우면 완벽하게 동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아프고 괴로운 것은 제 년들이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죠.”

“흠.. 스스로 인간인 걸아니까 고통에 반응한다라..”

“자신이 동물임을 깨닫고 완벽하게 이성을 놓는 순간,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온순한 암컷으로 스스로를 자각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스스로 똥오줌도 가릴 의지까지도 날려버리는 것이죠.”

“흠...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하하! 이제 일을 해야겠습니다. 또 부탁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네. 다음에 또 뵐게요.”

농장을 지나쳐 화이트타운의 콜로세움으로 들어간 레인은 관객석에 앉았다.

‘그 년은 자기가 인간이라는 자각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야. 그럼 저건 노예가 아닌 동물의 수준이라는 건데.. 검투사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잖아?’

완벽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 빌어먹을 가축을 죽을 때까지 인두로 지지는 상상을 했다. 꽥꽥거리는 꼴을 보면 오늘밤은 시원스럽게 잠이 잘 올 것만 같았다.

“하앗!!”

채앵-! 챙!!

검투사를 키워내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는 노예들과 그녀들을 독려하는 주인들의 모습이 경기장 가득히 보인다. 우아하게 상대의 칼을 피해 몸을 비틀며 적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격을 가하거나 하는 저런 동작들은 배워야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백보 양보해서 블랙펄이 동물적인 육감으로 반응을 다른 검투사보다 빠르게 한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무기가 블랙펄이 전혀 겪어보지 못한 채찍이나 이국적인 형태의 무기라면 아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목이 달아나고 말 것이다. 이래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딱 하나 농장에 있는 가축과 다른 점이라면 자의식이 있기는 있다는 거지. 하지만 본능에 가까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없으니 뭔가를 가르치는 것도 어렵겠지...’

“달려!! 거기선 더 빨리 달려야지!”

촤악-!

“히힝!!!!”

그때 레인의 앞에 조교중인 백마와 주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백마, 그것은 과거 초창기에 슬레인을 건설하던 자들이 살던 곳에서 유행하던 놀이라고 한다. 말을 전차에 매고 달리게 시켜서 가장 빠르게 들어온 자가 승리자가 되는 단순하지만 즐거운 이 여흥거리를 즐기고 싶었던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이 곳에는 말이 없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하지만 가축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귀하고 비싸게 취급되기에 진짜 말을 이용한 마차경주는 엘리트 귀족들만이 은밀하게 그들만의 경기장에서 즐기는 놀이다. 반면 이곳은 노예가 넘쳐난다. 그래서 슬레인의 주민들은 생각을 바꿨다. 

‘노예를 말 대신에 달리게 하자.’

말이 쓰던 마구와 같은 물건들이 노예의 체형에 맞도록 개조되었다. 처음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센 노예라고 해도 전차와 그 위에 앉아 있는 주인이나 조련사를 태우고 달린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과 근성, 자발적인 복종심 위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 정신 나간 경주에 참여하는 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고삐를 한 번 당기면 천천히! 두 번 당기면 더 천천히!! 정신 차려! 실전이라면 철사줄에 목이 달아났다!”

“히힝!!!”

경주를 준비 중인 노예를 보며 뭔가 머릿속을 스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재빨리 집으로 돌아온 레인이 문을 열자 보인 것은...

“히잉.. 죄송해요.. 주인님..”

“캬앜!!”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고 있는 블랙펄은 가구를 물어뜯고 있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래티샤가 보였다.

“뭐하니?”

“그게.. 주인님이 나가시자마자 목줄을 잡아당기더니, 잘 안되기 시작하니까 가구를 부술 생각으로 물어뜯기 시작했어요.”

두통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았지만, 이 쓸모없는 두 년을 쓸모 있는 년으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일이다. 

“그게 변명이야?”

“네?”

짜악-!

“어..? 주인님...”

“일어서. 두 번 말하지 않겠어.”

갑자기 일어난 일에 가구를 물어뜯으며 으르렁거리던 블랙펄도 어리둥절하며 둘을 쳐다만 봤다.

짝-!

“아파요...”

“내가 왜 때리는 것 같아?”

“전.. 잘못이 없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요! 하지만 말을 듣지 않아요.. 할 수 없는 걸 시키셨는데 어째서 절 때리는 거죠?”

“바로 그런 자세가 문제라는 거야.”

레인은 쌓여있던 짜증을 모두 실어서 래티샤의 뺨을 후려갈겼다.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문지르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넌 네가 뭐라고 생각하지?”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네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겨우 묶여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걸 상대로 두 시간 동안 손가락하나도 까딱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인지 물었어.”

“하지만.. 어떻게...”

“좋아. 이번엔 네가 몰랐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주겠어. 하지만 비슷한 일로 나를 화나게 한다면, 그때는 널 지하에 있는 싸구려 사창가에 돈도 받지 않고 던져주고 오겠어.”

울먹이면서도 래티샤는 공손하게 엎드려 머리를 땅에 대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쓸모없어서.. 앞으로 더 쓸모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래티샤의 문제점은 레인을 주인이 아닌 사랑하는 대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레인은 겉보기에도 위압감을 찾아볼 수 없는 외모였다. 이전이었다면 래티샤를 어떻게라도 써먹을 생각을 했지만, 애초에 노예상인이 노예에게 기대려는 자세가 문제라는 것을 어제와 오늘을 통해 레인은 배웠다. 물론 레티샤가 없으면 청소나 빨래, 식사 준비를 할 노예가 없으니 스스로 해야 하고 그것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수고로움일 뿐이다. 고작 그런 잡일을 위해서 응석받이 구제불능 노예를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다른 조교를 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이런 애완동물 같은 녀석은 말이야. 길들여야 한다고. 너희 둘 다 같은 노예신분일지는 몰라도 이것과 넌 큰 차이가 있어. 적어도 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머리가 있다는 거지. 그런 네가 이 동물과 똑같은 짓만 반복하며 나에게 응석을 부렸어. 그래서 내가 널 때린 거야. 이제 좀 이해가 가니?”

“네.. 흑...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어려워요.. 뭘 하면 되고, 뭘 해서는 안 되는지.. 제가 해낼 수 있을지... 모든 것이요.”

막상 때려놓고 나니 괜히 미안해지는 것 같았지만 위로는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이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조련시킬 때다.

“블랙펄.”

“우웅...”

래티샤가 레인에게 맞는 걸 보곤 기가 죽어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왜? 너도 맞을까봐?”

레인이 부드럽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눈빛을 반짝이며 행복해하며 안겼다.

“잘 봐둬. 내가 어떻게 이걸 길들이는지. 적어도 어제 내가 이 녀석을 씻기며 했던 짓들처럼 너도 네 몸을 전력을 다해서 쓸 만큼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걸 말이야.”

“에헤헤...”

“목줄이 불편했구나? 풀어주고 싶지만 가야할 곳이 있어.”

목에 걸린 부분이 아닌 가구에 매어진 부분을 풀곤 목줄을 당기자 일어서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블랙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오늘 네가 마음껏 뛰어 노는 걸 봐야겠다.”

래티샤와 블랙펄을 데리고 레인이 도착한 곳은 겟세마네 정원이었다. 정원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에게로 다가갔다.

“노예 당 입장료는 2골드입니다. 집까지 안전한 배송을 원하신다면 노예 당 3골드를 더 주셔야 합니다.”

“노예 둘, 안을 어지럽히거나 파손을 하면 비용은 어떻게 되죠?”

“딱히 파손할 만한 물건은 없습니다만.. 배상책임을 묻는 규정은 없습니다.”

레인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4 골드 여기에 있어요.”

고개를 숙이는 경비병을 뒤로하고 정원 안으로 들어오자 편안하고 아름다운 그림 같은 정원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와...”

래티샤는 감격스러워하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을 반짝였고, 블랙펄은 킁킁거리며 꽃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데 여념이 없었다. 여긴 본래라면 자신의 일을 능력 이상으로 잘 수행한 노예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포상으로서 길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휴식을 주기 위한 장소지만, 그 설명을 나중에 하기로 하고 할 일이 먼저다.

“블랙펄.”

“에헤헤...!”

기분이 좋아져 헤벌쭉하며 레인에게 매달려 머리를 비볐다. 이 암컷은 레인이 자신을 아끼는 수컷이라는 인식을 정확히 하루 만에 하게 되었고, 레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갈 것이다. 

“마음껏 뛰어.”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해도 의미는 전달이 되었는지 귀를 쫑긋거리곤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정원을 둘러싼 벽은 약 5m가 넘는다. 탈주해서 엉뚱한 곳으로 튀어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와... 지치지도 않네요...”

“그렇지? 저건 야생에서 사는 늑대와 비슷한 거야. 저렇게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살아왔지. 그러니 갑갑했을 거야. 래티샤, 내가 왜 저 멍청한 짐승한테 잘 대해주는 것 같아?”

“그야.. 그래야 말을 들을 테니까요.”

“아니야, 난 저게 내 말을 알아듣기를 바라는 게 아니야.”

“네? 그럼 어째서...”

“저 녀석이 스스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들려는 거야. 그 다음에 어떤 교육이 더해져야만 해. 그렇지 않고선 당장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할 거니까. 저런 녀석에게 세상은 단순해. ‘좋은 것’과 ‘나쁜 것’ 아주 명확하지. 잘 대해준 이유는 다른 게 아냐. 저 녀석이 슬레인으로 떨어져 겪은 일은 모두 ‘나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좋은 것’을 선물해 준거야. 반대로 슬레인이 물러 터져서 저 녀석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곳이었다면 난 반대로 행동했겠지.”

“그럼 좋은 것을 주셨으니 이제 뭘 가르치실 생각인가요?”

“잘 봐.”

“우하하하하!!! 우우우우!!!”

즐거워하며 꽃밭을 마구 뛰어다니며 몸을 재빨리 비틀 듯이 회전을 하여 또 다른 방향으로 뛰어간다. 앞에 보이는 거대한 나무를 몇 번의 도약으로 올라가서는 나무줄기에 매달려 더 멀리 뛰어서 굴러 착지를 하곤 더 내달린다.

“참 잘 달리네요..”

“난 저걸 백마로 키울 생각이야.”

“백마라면... 저번에 설명해주신 그것이군요..”

틈틈이 레인은 이곳에서 노예의 가치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들을 래티샤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여전히 배우는 속도는 더디지만 의욕이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검투사보다 더 위험하다고... 분명히..”

“맞아. 저렇게 미친 듯이 달리기만 하면 아마 십중팔구.. 아니 100% 경기가 끝나기 전에 목이 머리와 분리되고 다리는 잘려져 나가 있겠지. 그리고 난 걸레짝처럼 밖으로 튕겨져 나가 굴러서 어디가 부러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고, 비웃음을 사며 실려 나가겠지.”

“그럼 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설명해 줄게.”

설명을 들은 래티샤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반면 레인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걸렸다.

약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미친 듯이 달리기를 반복한 끝에 블랙펄은 꽃밭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얌전해져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넘치다 못해 인간인지 의심 가는 수준의 체력이다. 만약 여기서 더 좋은 양질의 식사까지 더해진다면? 상상만 해도 레인은 눈앞의 갈고 닦여지지 않은 보석이 마음에 들었다.

“펄 기분은 좀 어때?”

“에헤헤!! 우가!! 아우아우 가우!!”

일단 무척 기분이 좋아서 기쁜지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동안 갇혀서 많이 힘들었지?”

“멍멍!!”

“그래, 오늘도 아주 잘 했어. 손!”

“멍!”

척-!

레인의 명령에 앞으로 다가와 쭈그리고 앉아 레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리곤 칭찬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강아지 귀와 동물의 손을 모티브로 한 귀여운 장갑을 씌워 더욱 개처럼 보인다.

“그래~ 아주 잘 했어. 우리 블랙펄은 정말 똑똑한 걸?”

“우헤헤~”

“짖어!”

“멍멍!!”

“엎드려. 누워! 옳지! 착하다!”

블랙펄은 완벽하게 개처럼 행동했다. 일반적으론 펫 플레이는 인간에게 가르치는 것이지만, 블랙펄은 그 자체가 동물이나 다름없었고 이를 응용해 아주 약간의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먹이를 주는 보상으로 가볍게 몇 가지 명령어를 가르칠 수 있었다. 레티샤가 옆에서 먼저 동작을 따라하고 보상을 받으면 블랙펄도 따라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행동을 가르치면 된다.

“자, 그럼 이번엔 이거야.”

끝에는 7개의 구슬들이 붙어 있고 마치 풍성한 강아지의 꼬리털을 연상시키는 애널 꼬리였다.  그 용도를 알지 못하는 블랙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 했다.

“멍?!”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블랙펄을 자신의 허벅지 위로 몸을 올리라고 손짓하자 의심하지 않고 침대위로 올라와 누워선 애교를 부렸다. 

“이건 선물이야.”

보지가 처녀인데 애널이 개발되었을 리는 더더욱 없다. 이걸 억지로 밀어넣는다면 고통스러울 것이다. 적어도 이 노예에게 레인은 불편함과 고통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은 최소화 해야만 한다. 설령 고통을 주더라도 그 고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전까진 말이다.

“하응...”

그녀의 애널을 혀로 핥자 깜짝 놀라며 블랙펄은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이런 애무자체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놀라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을 아주 잠시 보이더니 스스로 엉덩이를 레인의 입에 부비며 더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더럽게 냄새나네.. 하지만 참자. 이 년이 가져다 줄 영광을 생각하며 말이야.’

레인은 성심성의껏 구석구석 핥으며 손가락으로 꽃잎 주변을 애무했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감각에 서서히 몸이 느슨해지며 블랙펄은 만족한다.

“자, 이제 이걸 쓸 거야. 조금 아파도 참아야 해.”

“멍??”

레인은 애널꼬리에 약간의 최음성분이 들어있는 촉수괴물의 액을 발랐다. 이 액으로 인해 아무리 발달되어 있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 조교는 절반이상 성공한 것이 된다. 이 짐승을 복종시키기 위해선 쾌락과 고통이 병행되어야 한다. 

“악?! 아아아아!!!”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 블랙펄은 레인에게 잡혀 꼼짝도 못한 채 애널 꼬리의 구슬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힘을 빼야 덜 아픈데, 쯧쯧..”

억지로 다 밀어 넣고 나자 손으로 애널꼬리를 빼려고 시도하려고 하기에 레인은 곧바로 제지했다.

“기다려.”

“멍!! 멍멍!!”

눈물을 아프고 힘들다고 항변하였지만 행동을 멈췄다. 추가적으로 다행히 이 노예는 이제 개처럼 짖는 것을 잘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야만인처럼 짖는 것보단 백배 나았다.

“그래, 착하지? 됐다. 예쁘네!”

애널 정조대를 입히고 자물쇠까지 잠그자 완벽한 펫의 모습이 되었다. 블랙펄은 아픈지 다리를 스스로 벌리고 힘을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프지? 고생시킨 걸 생각하면 찢어죽이고 싶은데 말이야. 그래도 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거든? 그러니까 아직은 즐거운 일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야. 어때? 행복하지?”

레인은 얼마 남지 않은 촉수괴물의 애액을 손에 듬뿍 발라 블랙펄의 보지 안으로 쑤셔 넣었다.

“하윽?!! 멍... 멍멍..멍!!!”

허리를 뒤틀며 절정에 순식간에 올랐다. 이 애액은 적어도 5시간은 갈 것이다. 혼자서 미친 듯이 쾌락에 젖어 결국 잠이 들 것이고 눈을 뜨면 애널꼬리를 자연스럽게 신체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며 스스로가 더 원하게 될 것이다. 아주 잠깐 아픈 기억 뒤로 심어준 기분 좋았던 기나긴 기억들을 떠올리며.

“노예새끼가 내 방에서 혼자 자는 건,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잘 자라, 개새끼.”

레인은 끝까지 다정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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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561골드

지출내역: 

겟세마네 정원 이용료: 4골드

애널 꼬리 구입: 10골드

강아지 귀 구입: 5골드

강아지 손 구입: 5골드

촉수괴물의 애액: 10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블랙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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