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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145-100+600=645 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래티샤 브랜드 타투 & 블랙펄 처녀 접수>
3월 18일 오후
“대단해요! 600골드라니!!”
“하하.. 봤지? 사실 노예도시에서 거래되는 것 중에선 노예의 몸값이 제일 비싸. 다른 생필품들은 그에 반해서 무척 싸지. 그래도 이걸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네?”
“역시 주인님은 대단하세요. 어젯밤 이비와 어디에 다녀오신 거예요?”
“다른 불행한 노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설득을 했어. 자꾸 반항만 하게 되면 결국 자신의 운명은 더욱 비참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울더니 나에게 순순히 사과를 하더라고. 그래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조교를 시도했지. 그래도 그 꼬맹이가 머리는 좋아서 배운 걸 금방 익히더라고.”
“와아... 정말 대단하세요... 주인님이 왠지 더 거대해지신 것 같아요.”
은연중에 래티샤는 레인의 아우라가 조금 상승했음을 느낀 것이다. 그 사실에 레인은 약간의 흥미가 느껴졌다.
“혹시 뭔가 공기가 흐르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
“앗! 맞아요!! 어떻게 아셨죠?”
“아무래도 넌 마법사로서의 소질이 조금은 있는 것 같은데?”
“제가요?! 마법이라니.. 그런 건 제가 사는 곳에선 없었어요.”
“하하,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곳으로 온 노예들은 생전에 가지고 있던 능력 말고도 자신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래티샤가 그런 아이면 정말 좋을 텐데.”
“헤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배워 볼게요.”
“하하... 문제는 마법을 가르칠 만한 시설이 전혀 없다는 거지.”
집안은 휑하고 몇 개 없는 가구들이 이곳이 무언가가 사는 공간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쓸데없이 넓은 만큼 마법연구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쓸데없는 곳에 골드를 낭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설령 래티샤가 마법에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배워봐야 쓸 일도 거의 없다. 간혹 마법능력을 가진 노예를 구하기도 하지만 래티샤를 지금으로선 팔 생각도 없고 팔아서도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
“자, 선물이야. 어쨌든 네가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 오는 길에 사왔어.”
“와아.. 이건 뭐죠?”
“초콜릿인데 몰라?”
“네. 이런 건 처음보네요. 검고 냄새도.. 먹어도 될까요?”
“물론.”
“와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래티샤는 레인이 건넨 초콜릿을 조금 부숴서 먹으려다 레인을 보곤 절반보다도 더 크게 잘라 더 큰 쪽을 레인에게 두 손으로 내밀었다.
“주인님도 드세요.”
“하하.. 이런, 내가 래티샤에게 완전히 당했는 걸?”
“헤헤.. 어려운 처지인 건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아는 걸요. 주인님은 자상하시고 상냥하신 분이셔서 아마 제게 줄 것만 사시고 말았을 거예요. 주인님보다 더 나은 식사를 노예가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가 메이드로서 살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죠. 여관에서 요리하다 조금 탔거나 손님들이 남긴 것을 먹어왔으니까요.”
“정말 기특한 걸?”
얼굴은 평범하다 못해 조금 못났지만 레인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노예였다. 사실 어제 옷을 사주었기 때문에 또 어떤 선물을 한다는 것은 자칫 노예가 응석받이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짓이기도 했지만 작은 기쁨이 즐거워 자신도 모르게 사버리고 만 것이다. 다행히 노예는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면서도 올바른 행동을 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완벽하게.
“우와?! 정말 달고 맛있어요?! 꿀보다도 다른.. 독특한 맛이에요!!”
눈을 반짝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에서 불편한 환경에 지쳐있는 노예에게 필요한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더 성공하면 더 큰 상이 기다릴 거야.”
“헤헤.. 사실 어젠 제가 아무것도 도와드리지 못해서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 대신에 내가 없는 동안 집안을 말끔하게 청소해 뒀잖아? 아까 화장실을 봤는데 그 때는 어떻게 지운 거야?”
“집에 남아있던 양잿물 조금에 물을 많이 탄 다음 수세미로 계속 밀었어요. 더 좋은 물건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거의 다 지워내서 기뻐요.”
“헤에... 힘들었을 텐데..”
“주인님이 고생하시는 거에 비하면 작은 노력인 거죠. 앗?!”
레인은 더 이상 래티샤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하앙!! 여기서... 흐읏!”
치마를 걷어 올리고 곧바로 자신의 물건을 삽입하고 허리를 흔들었다. 래티샤는 갑작스런 강간에 가까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오히려 더 쉽게 삽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확실히 래티샤는 사랑스러운 노예였다.
“흠,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네?”
뜬금없는 레인의 말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한 래티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슬레인은 허점이 많은 도시 같아.”
“어떻게요??”
“자기 능력이 없더라도 어쨌든 노예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키워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죠.. 꼭 내가 키운 노예만을 팔아야 한다는 건 없으니까요.”
“노예상인들끼리도 노예를 두고 내기를 하거나, 서로 사고팔기도 하지. 조금 더 가능성 있는 노예를 사서 개발을 하고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그 돈으로 다른 노예를 사서 더 비싸게 파실 생각인가요?”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지. 난 명성도 제대로 된 내 브랜드문양도 없는 걸.”
“그렇군요.. 브랜드문양이라면 혹시..”
“맞아요. 인두로 지져서 모양을 박아 넣는 게 보통이죠.”
“...”
곧바로 래티샤의 얼굴은 굳어졌다. 레인이 편하게 대해준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입장은 노예인 것이라는 것을 상기했기 때문이었다. 메이드로 일하던 시절 실수로 요리를 돕다 팔을 데인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 흉터가 남아있다. 문제는 인두로 지지는 것은 그 이상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된다는 사실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법으로 하면 제일 좋긴 한데.. 제가 그럴 능력은 안 되니까 타투점에 가면 되요.”
“타투요?? 그건 뭐죠?”
“몸에 그림을 새겨 넣는 거죠. 테크노스피어에서 손을 쓰지 않는 한, 영구히 사라지지 않는 그림을 그려서 브랜드를 알리는 거죠.”
“그건.. 많이 아픈가요?”
“인두보다는 덜하겠죠?”
“그건 분명하지. 흠.. 래티샤, 타투 하러 가볼까?”
“네?! 지금요?”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그 김에 노예시장에 들러서 오늘의 물건도 한 번 체크할 겸해서.”
“그럼 채비를 할게요.”
래티샤는 곧바로 일어나 식사로 쓸 사료를 그릇에 담고 정성스럽게 천으로 싸매었다.
“그럼 나갈까?”
레인은 래티샤에게 옷을 벗고 나갈 것을 요구했다. 분명 래티샤는 순응적이고 얌전한 노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 아주 작은 특혜의 시작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어때?”
“전보다는 덜 쑥스럽네요.”
“좀 더 자연스럽게 걸어. 가슴도 펴고. 가리려고 애쓰지 마.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네.. 죄송합니다.”
“많이 힘들지?”
살짝 울먹거리는 래티샤의 머리를 레인은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 처음엔 다 어색하고 힘든 거니까. 조금 더 사정이 좋아지면.. 그래, 그러면 저기 지나가는 노예처럼 제대로 된 옷을 입혀줄게.”
“네.. 힘낼게요, 주인님.”
레인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래티샤는 뒤를 졸졸 걸었다. 이곳 방랑자의 구역엔 몇 가지 중요한 장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 아저씨의 타투점-
“여기인가요?”
“그래. 어때? 화려하지?”
“와.. 몸에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끔찍한 상상을 했는데.. 막상 보니 아름다운 그림들도 많네요.. 저건 천사님의 날개 같아요.”
막 타투를 끝내고 나오는 여자노예의 등에는 아름다운 날개가 새겨져 있었다. 키가 크고 탄탄한 몸으로 봐선 아마 검투노예로 쓰일 모양이었다.
‘검투 노예도 쓸 만한 것이 있다면 참 좋은데 말이지..’
자신의 명성을 빨리 퍼뜨리는 데는 검투노예의 성공만큼 빠른 것이 없다. 하지만 검투노예는 그로서는 감당할 재간이 없었기에 그림의 떡일 뿐..
“어서 와. 뭘 하고 싶어서 왔지?”
엄청나게 배가 나오고 팔이 굵은 수염 난 건장한 남자다가 인자하고 푸근한 미소와 함께 레인을 맞아주었다.
“개인 브랜드 타투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응? 정말? 그 노예는 척 봐도 노예시장에 납품될 때 10골드도 하지 않은 저질 같은데?”
“보기완 다르게 재주가 많거든요..”
“흐음...”
“앗?!”
보 아저씨는 래티샤의 가슴을 손으로 만지고 쿡쿡 찔렀다. 래티샤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레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반항을 하진 않았다.
“다시 보니 얼굴은 그다지 예쁘진 않지만 꽤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군. 이 노예를 나에게 팔겠나? 1000골드를 주지.”
“네?!”
레인은 깜짝 놀랐다. 1000골드라면 어지간한 극상의 조교되지 않은 노예를 살 수 있을 만큼 큰돈이기 때문이었다.
“왜 싫어?”
“싫습니다.”
“주인님..!”
사색이 되었던 래티샤는 환하게 웃으며 레인의 손을 잡고 뒤로 숨었다.
“허허! 확실히 순결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군. 아래쪽은 조금 때가 타긴 했어도 여전히 하얗군. 노예라기 보단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데. 아주 좋은 향기가 나.”
“진심일까요?”
귓속말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래티샤에게 레인도 조용히 답했다.
“모습은 인간 같지만 사실은 아니야. 카미라 가문에 소속된 사람 중엔 인간이 없으니까.”
“세상에..!”
“후후.. 잡설이 길었군. 브랜드 타투라. 별 것 아니지. 자네의 브랜드 문양을 보여주게.”
“그게.. 얘가 첫 노예거든요.”
“내가 대충 만들어 줄까? 나중에 문양이 싫다고 후회해도 그건 내 책임이 아니라고. 흠.. 이 순결함이라면 날개문양이 들어간 것이 좋겠어. 보 아저씬 예쁜 걸 좋아하지. 그리고 분홍색으로 가운데 하트를 그려 넣고.. 어때? 이걸로 하겠나?”
“예쁘네요..”
래티샤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레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다가 박아줄까?”
“가슴사이로 해주세요.”
“흐흐흐.. 정석적이로군. 이리로 와라.”
“네..”
래티샤가 의자에 앉자 곧바로 보 아저씨는 의자에 설치되어 있는 손발을 구속하는 끈을 매었다.
“혹시라도 움직이면 머리 아프거든. 괜히 타투가 어긋나거나 엉뚱한 곳에 물이 드는 걸 보 아저씨는 싫어하지. 테크노스피어놈년들이 내가 그린 작품을 지운다고 하는 짓들이 난 도저히 용서가 안 되거든.”
“괜찮아. 긴장 풀고 있어.”
레인도 사실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 굵고 투박한 손가락으로 어떻게 정교한 타투를 그린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구경해보기로 했다.
보 아저씨의 도구들은 꽤 겁나 보였다. 그는 특별한 메이커가 붙은 바늘세트와 나무망치로 문양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레인의 예상보다도 더 정교하고 아름답게 날개의 문양 구석구석을 신경 써서 그려내더니 곧 하트에 연분홍빛을 입히기 시작했다.
“어때? 간단하지?”
“아프지 않았어?”
“그게.. 몸이 조금 근질거렸어요.”
“흐흐흐... 마음씨는 순결해도 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 혹시 다른 노예가 더 있나? 이런 좋은 눈매를 가졌으면 어리진 않더라도 딱 이 정도 나이까지는 한 번 사보고 싶네만?”
“구하면 곧장 달려오죠.”
“흐흐흐.. 기대하고 있지. 조금 건방져도 상관없으니까 생기거든 꼭 나에게 가져오라고. 우리의 앞날에 좋은 거래를 기대하며 원래는 10골드지만 5골드만 받기로 하지.”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가는 둘을 본 보 아저씨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꽤 좋은 소재를 눈앞에 두고도 써먹질 못하는 찌질이라니. 멍청하군. 그냥 2000골드를 부를 걸 그랬나? 요즘 노예들에게선 볼 수 없는 순수한 맛인데 아쉽군.”
둘은 화이트 타운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신경 쓰여?”
“헤헤.. 많이 아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았어요.”
“예쁘네. 잘 어울려.”
“이걸로 주인님의 노예라는 표시를 얻어서 너무 기뻐요. 아깐 절 곧바로 파실 줄 알고..”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겠어? 래티샤는 내 가장 소중한 노예라고.”
“감사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모실게요.”
래티샤는 자신이 갑작스런 상황에 갑작스런 이유로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가치가 그 정도로 높게 책정될 리도 없고 누군가가 흥미를 가질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은 브랜드 노예를 파는 날이 아닌데?”
노예시장의 경매소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키가 크고 갑옷을 입은 남자가 레인을 붙잡아 세웠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팔 생각도 없고요.”
“그럼 이곳에 왜 데리고 온 것이지?”
“나름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요.”
“노예가? 웃기는 녀석이군. 딱 한 가지만 말해 두지. 안에서 소란을 피우면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안에는 너 같은 구질구질한 녀석들 말고도 귀족분들도 계시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가자, 래티샤.”
“네, 주인님.”
래티샤는 레인의 뒤를 졸졸 따라오며 물었다.
“저기, 사람 보는 눈이라뇨? 전 그런 게 없는데요..”
“알아.”
“그럼 왜..”
“그냥 저 녀석들이 황당해 하는 걸 보고 싶었어.”
“가끔 주인님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가? 하지만 너무 널 낮게 평가하지는 마. 너도 너 나름대로 장점이 많으니까.”
“네, 주인님.”
경매소에 들어서자 보인 것은 무대였다. 무대 위에는 야비한 얼굴이 인상적인 족제비 귀를 가진 수인 파라드가 서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오늘의 열 번째 상품입니다! 평범한 농경세계에서 온, 단순 노가다 노동자의 딸인 귀여운 카티아입니다! 경매 시작가는 30골드입니다. 자, 어떤 분이 먼저 응찰하시겠습니까?”
“내꺼야! 내꺼! 어디 가격을 올려봐라! 인간놈들!! 내가 갈갈이 찢어 줄테니!! 10골드 더!”
“입찰됩니다! 40골드, 하나... 자, 여러분 이제 마음의 결정을 하십시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40골드, 둘! 얼마나 건강하고 생기가 넘치는지 눈으로 확인하십시오.!”
“큭큭큭큭.. 넌 내꺼다.. 따뜻하고 야들야들하게 생겼군.”
군침을 흘리는 거대 늑대수인과 경쟁할 만큼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노예상인들은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단상에 서 있는 노예는 자신의 운명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파들파들 떨고 있다.
“셋! 낙찰되었습니다!”
“싫어... 제발...”
“흐흐흐.. 걱정마라, 아가야. 집에 가서 잘 먹어 줄 테니.”
“도와주세요! 아무나!! 제발!!!”
반항하는 노예를 털이 수북한 손으로 잡은 늑대형 수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침을 흘리고 경매소 밖을 나갔다. 곧 커튼 뒤에서 새로운 노예가 단상위로 올라왔고 피라드는 침을 튀기며 노예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 정말.. 끔찍하네요.”
“그걸 말하라고 여기 데려 왔겠어? 노예들을 잘 봐.”
“무엇을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노예들의 상태를 보는 법을 익히라고. 난 너를 팔지 않고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네 역할을 충실히 해냈을 때 이야기야. 일반적으로 노예상인들은 자신이 조교하고 있는 노예를 제외하곤 보통 비서를 하나 정도 두지. 노예를 관리하고, 집안 재정을 관리하고, 청소와 음식을 해오는 일을 주로 하는 충실한 심복 말이야. 네가 내 곁에 계속 있고 싶다면 그런 것들을 지금부터 배워야 해.”
“아.. 죄송해요.. 그런 깊은 뜻도 모르고...”
“괜찮아.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
노예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세히 훑어보며 무엇이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모습이 레인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분명 그녀는 똑똑하지는 않지만 열정적이고 다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향은 시간을 들여 가르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기본적인 기질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레인 같은 초보에겐 매우 귀중한 능력이기도 한 것이다.
“낙찰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렇게 많은 노예들이 낙찰되고 또 낙찰되고 있었다. 어느새 경매는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다음 상품!! 선사시대에 세계에서 온, 용감한 여전사 부족이 길러낸 특출 나게 힘세고 탄탄한 몸의 여 사냥꾼 블랙펄입니다!! 시작은 20골드 입니다! 자, 어떤 분에게 낙찰이 될까요?”
“주인님 저건 어때요?”
“하하.. 저런 건 쓰지도 못해. 봐.. 척 봐도 머리가 나빠 보이지?”
“네.. 그렇네요..”
“저 정도로 키가 크고 탄탄하고 힘이 센데 왜 저렇게 가격이 쌀까 생각해봐.”
“음.. 그렇군요..”
“우가우가!!!”
키가 약 170cm 정도 되는 검고 긴 생머리의 가무잡잡한 노예는 무척이나 더럽게도 오물을 덮어쓰고 있었고 알몸인 상태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지내왔으니까. 분명 힘은 세지만 검투사 노예로 쓰기엔 한계가 있다. 머리가 나빠서 무기를 쓰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할 것이고, 그 전에 말이 통하질 않는데 힘까지 세기 때문에 레인으로서는 가장 버겁고 난감한 상대가 될 것이다.
“하하하!! 이거 난감하군요!! 아무도 응찰자가 없다니!! 좋습니다. 15골드!! 15골드로 이 노예의 소유권을 넘기겠습니다!”
“고기가 많이 나오겠군! 내가 사지!”
“15골드! 더 없으십니까? 없다면 곧바로 넘기겠습니다. 하나, 둘.”
“20골드.”
“어? 주인님?”
래티샤는 깜짝 놀랐다. 레인이 손을 들고 20골드를 부른 것이다. 방금까지 저 노예가 쓸모없음을 설명해놓고 10초도 되지 않아서 말을 바꾼 것이다.
“20골드! 조금 더 골드를 쓰십시오! 이 노예가 줄 기쁨을 상상해 주십시오!”
“그럼 네가 쓰던지!”
“하하하하!!!”
장내는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 저런 쓸모없어 보이는 노예에게 돈을 건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고, 미끼를 덥석 문 것이 낡아빠진 옷을 입고 있는 땅딸막한 작은 소년이었기 때문이었다.
“20골드, 셋! 낙찰!!”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레인에게로 집중되었다. 단상에서 발버둥치는 노예를 중갑옷을 입은 남자 둘이 어깨를 들어 레인의 앞으로 전달해 주었다.
“우가!! 우가가가!!!! 우가!!!”
씩씩거리는 모습은 분명 화를 내고 있다는 건 확실한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퍽-!
“주인님?!”
래티샤는 깜짝 놀랐고 주변사람들은 아무런 조교가 되어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노예의 뺨을 주먹으로 있는 힘껏 때린 새로운 주인을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가!! 우가가가!!”
블랙펄은 갑자기 자신의 입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더니 몸을 비틀며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툭-
“썩은 이빨이...”
“이제 괜찮지?”
“우가!! 우우우!!”
블랙펄은 자신의 운명을 여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눈앞의 수컷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우가!! 우가!! 우가가!!”
“어떻게 이빨이 썩은 걸 아신 거예요?”
래티샤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궁금한 것을 곧바로 물었다. 오는 동안 물어보고 싶었지만 제멋대로 방향을 틀거나 호기심에 킁킁거리는 블랙펄 때문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스스로 도움이 되는 길은 주인의 귀찮은 일을 성실히 수행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기특하게도 잊지 않고 수행했다.
“턱을 잡고 고개를 흔들다가 짜증을 내는 모습이 왠지 그런 것 같아서.”
“헤에.. 대단하세요.. 방금까지 절대로 저런 노예는 걸러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면서 입찰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래티샤, 이 일은 단순한 것 같지만 의외로 알아야 할 것도 많아.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통찰력이야. 우린 우리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 일을 해 나가야 해. 그러기 위해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먼저 보고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만 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어?”
“네. 주인님 정말 대단하세요..”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노예를 레인은 직접 쓰다듬어 주었다.
“자, 그럼 어서 가서 밥을 준비 해줘.”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우우... 오오?! 우가우우 우가우!”
블랙펄은 집이 마음에 드는지 제멋대로 이리저리 다니며 마음껏 구경하고 있었다. 거대 수인족이나 몬스터들이 살아온 집이기에 블랙펄이 살아온 야생과도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 드는 내부구조였고 블랙펄은 이 환경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듯 벽에 귀를 맞대고 소리를 듣거나 탁자 아래에 들어가 배시시 웃으며 기뻐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우가!! 우가갸!!”
“그렇다니 다행이네. 이빨은 어때?”
“우가? 우갸갸! 우가!”
“아 해봐. 아!!”
“우가? 아아!!”
입을 열자 꽤 예쁜 얼굴과는 별개로 무척 지독한 입 냄새가 풍겨왔다.
“똥을 먹인 모양이군.”
노예시장에 납품이 되면 먼저 물건들의 질을 확인하기 위해 이름과 했던 일, 온 지역에 관한 것들을 때론 간략하게, 때론 자세하게 물어보게 된다. 블랙펄과 같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엔 노예시장의 마스터인 대마법사 프룸이 직접 와서 정신을 강제로 억제시키고 과거의 기억을 엿본다. 그걸 토대로 노예경매 진행자인 피라드는 관중들에게 블랙펄을 소개한 것이리라.
“우가우우!! 우우가우!!”
“그래, 착하지.”
반짝거리는 눈으로 레인을 신뢰하는 눈빛을 보이다가도 곧장 다른 곳에 흥미를 느끼고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 저러다가 밖으로 나가면 곤란한데..”
레인은 노예시장에서 급하게 사온 목줄을 꺼냈다.
“우우!! 꺄우!!! 우꺄꺄!! 우캬!!”
흥분을 하며 자신의 기다란 생머리를 마치 풍차처럼 세차게 흔들며 거부의 의사표시를 했다.
“알았어. 안하면 되잖아. 성질내긴.”
레인이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고 목줄을 저 멀리 던지자 박수를 치며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목줄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모양이었다.
킁킁-!
예쁜 눈을 반짝거리며 블랙펄은 더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앉아라.”
말을 들을 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지능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저기.. 주인님.. 정말 저런 아이를 어떻게 조교하실 생각인가요?”
“뭐, 그러려고 준비했잖아. 다 됐어?”
“네.. 향신료가 없어서 야채샐러드에 과일 조금, 소금에 간을 한 삶은 돼지고기인데.. 이거 정말 괜찮겠어요? 돈이...”
“그럼, 우리도 언제까지 사료만 먹을 순 없잖아? 오늘 정돈 사치를 부리자고.”
“우갸!! 우갸갸!!! 우.우.우.우!”
흥분의 도가 지나쳐 이제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더럽지만 않았다면 그대로 탄력이 넘치는 허벅지 사이로 자리한 꽃잎을 쑤셨겠지만 지금으로선 오물이란 오물은 다 뒤집어쓰고 있기에 도저히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리 나왔습.. 꺄악!”
래티샤를 밀치고 블랙펄은 냄비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우꺄꺄꺄꺄!!!”
당연히 펄펄 끓는 물에 손이 닿자 뜨거움에 마구마구 더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곤 옷장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소리를 마구 질러대기 시작했다.
“큭큭큭.. 아이고 배야.. 괜찮니?”
“네.. 죄송해요.. 기껏 산 고기가 바닥에...”
래티샤가 울상이 된 것도 당연했다. 사실 이 고기는 그녀에겐 돼지고기라고 일러뒀지만 이름 모를 어느 처자의 인육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굳이 래티샤에겐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돼지고기라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실제로 사용한 액수는 5골드 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비용이지만 돼지고기는 아무리 싼 부위더라도 10배는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상관없어.”
“네? 그럼..”
“저기 있는 바보가 먹을 음식이지. 그 전에 호되게 당했으니 꼴좋잖아? 이럴 땐 웃어도 돼. 너무 딱딱하게 지내진 말자고. 큭큭큭...”
레인은 옷장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두들겼다.
쾅-!
아무래도 싫다는 의사표시. 레인은 집개로 고기 덩이를 하나 꺼내 문 앞에서 냄새가 나도록 자극을 했다.
“우캬!!!!”
다시 문을 열고 뛰쳐나와 미친 듯이 돌아다닌다. 아무래도 이 노예는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블랙펄, 앉아!”
“우가우가!!”
팔을 붕붕 휘두르며 빨리 고기를 줄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블랙펄의 눈을 레인은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표정을 지었다.
“헤헤헤.. 우우...!!!”
손을 뻗자 레인은 고기를 뜨거운 냄비 안에 넣었다.
“먹고 싶으면 얌전하게 행동해야 해. 앉아.”
“우우!! 키익!!!!”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기싸움이다. 동물의 서열정리와도 같다.
“앉아. 뜨겁다? 뜨거워. 앗 뜨거!! 자!! 어쩔래?”
“우우... 에우...에우...”
조금 슬픈 표정으로 애원하는 표정이 되며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기 시작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레인은 블랙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헤헤헤...”
마치 주인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개처럼 블랙펄은 레인의 손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더러운 냄새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지만 레인은 참으며 블랙펄을 칭찬했다.
“참 착하구나. 먹고 싶어?”
“우우!!”
꼬리가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세차게 흔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렬한 반응이었다.
“조금 뜯어 줄게.”
뜨거운 고기를 집게로 뜯어 입으로 후후 불어서 블랙펄에게 건네주자 눈을 반짝이며 입으로 받아먹었다.
“오오!!! 오오오!!”
꽤 맘에 들었는지 머리를 연신 위아래로 흔들며 박수를 친다. 곧 산만해지고 마구 방안을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우우우!!”
“안 돼. 앉아.”
“우웅?”
다시 시작된 눈싸움. 결국 이번에도 블랙펄은 순응하는 쪽을 택했다. 여전히 긴 시간이 걸렸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시간이 줄었다.
“오오!!”
“어때? 맛있지?”
“오오!!!”
“오오!! 라고 소리치면 좋다는 뜻인가 봐요.”
“나름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긴 했겠지. 우리처럼 깊고 자세하게 표현하는 법은 없어도 말이야.”
“헤헤헤..”
배시시 웃으며 바닥에 누워선 자신의 배를 내밀며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복종을 하겠다는 뜻. 결국 이 멍청하다 못해 수준이하의 짐승이 저질수준의 노예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헥헥헥...”
마치 개처럼 행동하는 걸 봐선 아마 과거에 개와 어떤 일을 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개와 소통을 하며 사냥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걸 알 길은 없었다.
‘어쩐지 난 개와 인연이 깊은 걸?’
래티샤도 개와 친척인 늑대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구해서 얻었고, 블랙펄은 그냥 개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이 사지 않았더라면 곧바로 도축이 되었거나 그게 아니었더라도 살이 찌워져 농장에 팔렸을 것이다.
“후우!! 후우!!!!”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나자 블랙펄은 만족한 표정으로 드러누워 배를 두들겼다.
“이제 저걸 씻겨야 하는데.”
“제가 해볼게요.”
“됐어. 능력 밖이잖아. 날뛰면 어떻게 감당할 건데?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치료비만 더 깨진다고.”
“네.. 죄송해요. 자꾸 도움이 못 돼서..”
“내가 저걸 어떻게든 시선을 끌 테니까 넌 씻기는데 집중해.”
“네!”
레인은 블랙펄에게도 다가가 발로 툭툭 찼다.
“우?? 웃우!!!”
감사함을 표시하는 듯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쭈그리고 앉아 명령을 기다리는 개처럼 헥헥거렸다.
“좋았어. 아주 잘 했어. 이제 저기로 가볼까?”
“우우??”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도 레인이 움직이자 뒤따라 움직인다. 본능적으로 눈앞의 남자의 서열이 자신보다 높고, 그를 따르면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뜨겁진 않지?”
“네. 약간 차갑게 미지근해요.”
“블랙펄!”
“우우??”
“이리로 들어가.”
“우웅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곤 레인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또 다른 먹이를 달라는 의미인데 그럴 음식은 더 이상 없다.
“들어가라고! 하, 참.. 단 한 마디도 알아먹질 못하니?”
“우우...”
레인이 화를 내는 것 같자 감정을 읽었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할 수 없지. 너랑 같이 똥물에 굴러야 하는 팔자라면.”
레인은 옷을 벗지 않은 채 스스로 허름한 욕조로 들어갔다.
“우우??”
“이리와.”
물을 참방거리며 위치를 지정해주자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 욕조로 뛰어 들었다.
첨벙-!
“켁... 이런...”
몸에 묻어있던 똥오줌이 물에 닿으며 순식간에 혼탁해지고 있었다. 레인조차도 태어나 써본 적이 없는 입욕제를 개만도 못한 지능의 노예에게 쓰고 있는 것이다.
“헤헤헤...”
레인을 스스로 안아주며 스스로 몸을 비비곤 어리광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녀도 다른 노예와 마찬가지로 슬레인으로 떨어져 편안한 대접을 받은 것은 처음이리라. 일관되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자 조금씩 응답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래티샤, 몸 구석구석을 문질러.”
“네!”
샤워용 타월로 블랙펄의 몸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블랙펄은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 레티샤, 괜찮아.”
“우우?!”
손가락으로 래티샤를 가리키며 자신에게 부당한 행동을 한다고 주장을 하였지만 레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곧 울상이 되면서도 래티샤가 자신을 만지지 못하도록 더러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웃우?”
레인은 블랙펄을 안아서 부드럽게 등과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애무하자 깜짝 놀라며 잠깐 꿈틀거렸지만 다시 적응이 되었는지 편안한 표정으로 애무를 즐기기 시작했다.
“아이구, 착하네? 옳지...”
“우웃?!”
“성감대가 여기구나? 더 기분 좋게 해줄까?”
“우우!! 헤헤헤...”
꽃잎 사이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매만져주며 마사지를 해주자 기분이 한결 좋아지며 표정도 밝아졌다.
“우와... 신기하네요.”
“...구경났니? 빨리 씻겨. 날 언제까지 똥물 안에서 고생시키진 말라고.”
“앗! 네!! 죄송해요..”
멍하게 레인의 행동을 보며 신기해하던 래티샤만 괜히 혼나고 말았다.
“웃우!!!”
목욕이 끝나고 샤워를 마치고 나자 한결 개운해졌다는 표정으로 기지개를 펴며 머리카락을 세차게 흔들었다. 당연히 뒤따라 나온 둘에게 그대로 물이 다 튕겼다.
“... 정말 활기차네요.”
“이럴 땐 민폐스럽다고 말해도 괜찮아.”
“그래도 씻겨놓으니까 꽤 예쁘네요.. 가슴도 제법 크고.. 솔직히 부러워요.”
“그러면 뭐하냐. 너도 저 얼굴을 가지는 대신에 멍청해져볼래?”
“... 죄송해요. 실언했어요.”
“농담이야. 목욕하나 시키는데도 더럽게 피곤하네..”
“고생 많으셨어요. 설마 주인님이 직접 나서실 줄은..”
“저 녀석의 주인은 나잖아. 다른 노예들이야 네가 도와주었다고 해도 내 명령인 것을 인지하겠지만, 저 띨띨이는 내가 직접 해주지 않으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그러니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수발을 들어줘야지.”
“어쩐지 노예와 주인이 바뀐 기분이 드네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노예상인들도 그렇고 대부분의 노예를 소유한 놈들의 생각은 하나같이 똑같아. 말 안 들으면 때리고, 윤간하고, 더럽히고, 괴롭혀서 포기하게 만들지. 공포심과 절망으로 서서히 조교를 시키다가 완벽하게 과거를 포기하게 되는 시점에서 복종심을 얻어낸다고. 그건 무척 쉬워. 그런 노예는 팔기도 좋지. 문제는 그러려면 대마법사 정돈 되던지, 아니면 자신의 아우라가 노예를 압도할 정도로 강해야 되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노예의 능력을 진정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건 또 별개의 문제라고 봐. 가령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때리고 강간하고 했었더라면 지금처럼 행동했을까?”
“글쎄요.. 감히 주인님께 그런 짓을 할리는...”
“괜찮아. 이럴 땐 솔직하게 말해도.”
“... 아마 불편해 했겠죠.”
“그렇지. 그게 보통 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생명체가 가지는 기본적인 생각이야. 너도 네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일과 억지로 한 일이 어떤 결과의 차이를 보여주는지는 알고 있잖아? 난 그걸 시험해 보고 싶어. 자발적으로 노예가 자신의 긍정적인 사고로 스스로 옳은 판단을 하고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말이야.”
“헤헤헤...”
“그래, 착하다. 그럼 주인님이랑 같이 방에 갈까?”
“우우!!”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래티샤는 방으로 들어가는 둘을 배웅하곤 똥오줌이 온통 엉망으로 떡칠되어 묻어있는 집안 곳곳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에헤헤헤...”
“좋니?”
“오오!!”
블랙펄은 자신보다 작은 레인에게 안겨 머리를 부비며 애정을 과시했다.
“네가 날 어디까지 신뢰하는지 보기로 할까?”
“우웃?”
레인은 블랙펄에게 키스를 했다. 열심히 씻긴 덕에 입에서도 아까와 같은 똥냄새가 더 이상 나지는 않아 안도했다. 아마도 기를 꺾고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으로 노예시장에서는 육변기나 소변기 역할을 강제로 시켰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체력이 넘치고 튼튼하다는 건, 피라드의 주장대로 건강만큼은 자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우...”
“아쉬워?”
“오오!!”
다시 부드럽게 혀를 움직이며 간절한 설득을 하듯 블랙펄을 자극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몸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되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무지한 노예상인들은 그저 때리고 학대하는 방법으로만 이 노예를 쓰려고 했다. 그는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과연 이 멍청하지만 탄탄한 몸을 가진 노예가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 자신도 호기심이 생겼다.
“참 착하네. 그렇게 좋았어?”
“응응!!”
레인은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힘을 넣었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애간장이 타도록 긴장을 유도했다.
“호오??”
블랙펄은 놀라워하며 자신의 다른 쪽 가슴을 스스로 만지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섹스를 한 경험이 없는 것이다.
“왜 기분이 이상해?”
“호오오...”
장난기가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를 것만 같은 블랙펄이 눈이 띄게 얌전해졌다. 본능적으로 앞으로 자신이 일어날 일에 대해서 이해하며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우아아..”
블랙펄의 꽃잎 전체를 손으로 주무르며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자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새로운 감각에 황홀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몸이 잘 발달되어 있는 만큼 아주 민감한 모양이었다.
“하아... 하아...”
부드러운 꽃잎 마사지를 즐기던 블랙펄은 스스로 자신의 허리를 움직여 레인의 손을 축축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어때? 맘에 들지?”
“후아아... 으음...”
블랙펄은 스스로 레인에게 키스를 하며 자신의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더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는 암컷의 신호를 보낸 것이다. 레인은 자신의 위에 올라탄 멍청한 노예를 교육하기 위해 몸을 굴려 블랙펄이 아래쪽으로 가도록 하고 입을 떼었다.
“우우...”
더 하고 싶다는 표현을 하며 이제는 스스로가 손으로 레인이 했던 애무를 재현하기 위해서 애쓰기 시작했다.
“처음은 조금 아플 거야. 할 수 있겠어?”
“우으? 아읏!!”
기다란 다리를 벌린 레인은 곧바로 자신의 자지를 꽃잎사이로 집어넣었다.
“아읏!! 아읏!!!”
한줄기의 피가 흘러나오며 아픔을 느낀 블랙펄은 다리를 버둥거리며 힘을 주었고 그 조임에 곧바로 사정할 뻔 했지만 레인은 필사적으로 참았다.
“괜찮아. 내 눈을 봐.”
“에...?”
“괜찮아. 그렇지?”
“응응...”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범하는 수컷을 믿는다는 제스처를 보이자 레인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
“아으!! 아으... 아으!!!”
블랙펄의 독특한 교성을 들으며 혹시 인간은 태고적으로 야생에서 저런 울음소리와 함께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확실히 그녀의 몸은 타고난 명기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온 몸이 근육질이었지만 전혀 우락부락하지 않았고 날씬했으며 그 탄력에서 나오는 조임은 놀라울 정도로 엄청났다. 자칫 잘못하다간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강력한 조임에 참는 것이 한계가 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블랙펄에게 키스를 하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응....하아....우웅..”
레인의 키스를 받으며 반쯤 눈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처녀임에도 첫 관계에서 이렇게 느끼는 건 그만큼 섹스를 즐길 자세가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또한 자신을 범하는 수컷인 레인을 신뢰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레인은 이 독특하고 야만적인 노예가 퍽 마음에 들었다. 고작 20골드에 산 것이 미안할 정도로.
“으읏?!”
참는데 한계를 느낀 레인은 블랙펄의 동굴 안으로 사정을 하였고 그 뜨거운 감각에 블랙펄은 놀라워하고 있었다.
“휴.. 엄청나군.. 많은 걸 가르칠 순 없어도 그냥 섹스 하는 것만으로도 널 기를 가치는 있어 보이던걸? 아주 잘 했어.”
“헤헤헤...”
블랙펄은 기뻐하는 눈으로 레인을 안으며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레인은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 이처럼 순응적이고 잘 느끼는 노예가 들어왔으니 밤이 끝날 때까지 몸 구석구석을 가지고 놀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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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595골드
지출내역:
브랜드 타투(5골드)
노예 구매: 20골드
고기 및 야채 구매: 10골드
강철 목줄: 10골드
입욕제 구입: 5골드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블랙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