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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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지금: 145골드.

현재 소유 중인 노예: 래티샤

3월 17일

“헤헤.. 어젯밤은.. 정말 대단했어요..”

래티샤는 온순한 한 마리의 암컷으로 변해 있었다. 스스로 알몸으로 자신의 주인에게 몸을 비비고 애교를 떨며 마치 사랑스러운 애인행세를 하는 모습에 레인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그녀는 유일한 자산이다. 언젠가 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이 눈앞의 소녀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실험은 다 해 볼 생각이다. 

“잘해주었어. 나도 사실 어제 글로리아와 한 게 처음이었거든. 래티샤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주인님은.. 타고나신 소질이 있으신 것 같아요. 엄청.. 대단했어요..”

“지금까지 해본 남자들보다도?”

“핏! 처음을 바친 남자를 빼면 주인님이 처음인 걸요. 그리고...”

래티샤는 몸을 떨었다. 잊고 있던 불안했던 기억 때문에 두려움이 밀려와 스스로 레인을 안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레인은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물론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다.

“오늘도 밖에서 다른 노예를 찾아볼 생각인가요?”

“그래야지. 10일에 50골드야. 벌써 어제 5골드 집세에 우리 둘이 먹은 식사량만 2골드야. 사료야 일주일 치 정도 남았지만 들고 있는 돈은 150골드가 전부지.”

“아무쪼록 빨리 원하시는 일을 얻으시면 좋겠어요.”

“하하... 그러게.. 그래도 어젠 돈값은 했잖아. 이렇게 귀여운 래티샤와 시간을 보냈고.”

“후후, 저도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노예로 떨어졌다는 두려움도 컸는데.. 그래도 주인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청소와 빨래가 전부죠.. 이런 저라도 만족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조금 희망이 보인 기분이 들어요.”

“그래, 절대로 널 팔지는 않을 거야. 넌 나에게도 특별한 존재니까.”

“감사합니다. 아침에도 남자의 것은 커지네요.. 입으로.. 봉사해드려 봐도 될까요?”

“주인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에 입으로 봉사해서 깨우는 것도 조교스킬에 있어. 예전에 노예상인길드에서 배웠는데 알람시계라고 하는 거야.”

“제가 매일 주인님의 알람시계가 되어도 될게요.. 츄릅... 츄르릅...”

래티샤는 무척이나 어설펐다. 입술로 자지를 조이는 테크닉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움직임도 서툴렀으며 혀는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성공해 보이겠다는 자세가 레인에게도 느껴졌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겨우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는지 조금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부드럽게. 혀를 움직여 봐. 그리고... 옳지! 딱 지금 그 느낌이야.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몸으로 숙달 되어야 해. 그대로.. 으읏!!”

“켁켁... 하아... 죄송합니다.”

정액이 익숙하지 않은 노예는 주인의 것을 뱉어내고 말았다. 이보다 덜한 일로도 폭력이나 학대, 강간 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이곳 슬레인이지만, 레인은 참을성을 가지기로 결심했다. 아직은 그가 오히려 그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어이, 꼬맹이. 앞을 잘 보고 다녀라. 퀘엙!”

“네. 주의하지요.”

방랑자의 거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린 몬스터 계열의 주민들이 많다. 방금 부딪친 것도 싸이클롭스, 한쪽 눈 밖에 없는 키가 적어도 4M에 달하는 거대괴물이었다. 자신의 우람한 자지를 숨길 생각이 없는지 이 천박하고 생각이 짧은 괴물은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길거리를 자신의 나무 몽둥이만은 든 채, 레인의 곁을 지나쳤다.

‘적어도 인간에게 칼을 맞는 일은 적겠군.’

솔직한 한줄 평을 한 레인은 싸이클롭스가 막고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조련사님?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요? 판매, 구매, 아니면 교배에 필요한 가축을 빌리시려는 겁니까?”

레인을 맞아주는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방금 마주친 싸이클롭스보다 조금 작은 키였지만 더욱 탄탄해 보이는 몸을 가진 중간정도의 크기의 미노타우르스였다. 

“이곳에 막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려고 나왔어요.”

“그러시군요. 마음껏 보십시오. 이곳만큼 커다랗지만 온순한 동물들을 취급하는 큰 농장도 보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자부하건데 가장 훌륭한 농장은 아닐지 몰라도 최고의 농장으로 고객님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있지요.”

흉악한 외모와는 달리 무척이나 친절한 미노타우르스의 태도에 레인은 조금 놀라면서도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흠.. 돼지에 소, 말...”

“거기 있는 암소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할 것입니다. 제가 보증하지요. 쿡쿡쿡...”

소대가리의 몸이 인간과 유사한 괴물이 암소에게 했을 일을 굳이 묻고 싶지는 않았기에 레인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가축들은 오히려 인간노예보다 비싸게 취급된다. 슬레인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는 안개의 숲을 통해 지옥으로 떨어진 여자들의 고기가 거의 95%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남은 5% 역시도 다른 경로로 은밀하게 밀수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보이는 곳에서 이런 가축들을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건 뒷 배경에 있는 존재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 것일지 레인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혹시 노예가 필요하십니까? 인간노예는 문 맞은편에 있습니다. 종류별로 분류해 두었으니 보시면 대번에 용도를 이해하실 겁니다. 가축들의 품질 확인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저희는 원망하지 않습니다만, 분별력 있는 분이시라고 믿기에 굳이 사설을 길게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하하.. 고마워요.”

레인은 친절한 미노타우르스가 가리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냄새 한 번 죽이는군.”

깨끗하고 정돈된 동물들의 사육장과는 달리 이곳은 똥오줌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고 눈에는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노예들이 즐비했다. 

“야옹... 야옹...”

“멍멍!! 멍!!!”

“꿀꿀꿀...”

저마다 레인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지 필사적으로 동물 울음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것은 여자들이었다. 과연 관리인(?)의 말대로 종류별로 섞이지 않고 잘 분류가 되어 각각 목줄로 매어져 있었다.

“안녕? 이름이 뭐니?”

“멍멍!! 멍!! 멍멍멍!!”

“쯧쯧, 완전히 맛이 가버렸네.”

노예 중에서도 가장 질과 급이 떨어지는 노예는 완벽하게 정신이 무너져 이렇게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자신을 스스로 동물이라고 자각하며 완벽히 이성을 잃어버린 노예다. 더 이상 무언가를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의지도 없다. 그저 자신이 아는 행동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것만을 한다. 노예조교가 이래서 어려운 것이다. 이렇듯 망가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훌륭하게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할짝할짝-!

“그래, 참 착하구나.”

눈앞의 어린 소녀는 척 봐도 겨우 10살을 넘겼을 것 같은 외모였다. 

“멍멍!!”

“귀엽네. 자, 더 핥아봐.”

“멍!”

레인이 내민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빨고 애무하며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엉덩이를 흔들어 대었다. 이곳에 떨어진 노예들은 처음부터 이런 운명을 타고난 것은 보통 아니다. 조교를 하다가 실패하거나,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경우 주인이 아주 싼 가격에 이곳으로 팔아 치워버린다. 그리고 나면 이렇게 이곳으로 목줄이 매여져 도축이 되는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실제로 살이 잘 오른 가축들은 곧 팔릴 것이라는 도장이 엉덩이에 찍혀져 있다.

‘이런 곳에 조금이나마 멀쩡한 년이 있다면 좋으련만..’

고기로 쓰일 용도밖에 없기에 가격이 무척이나 싸다는 것 또한 레인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다음에 볼 일은 없겠지만, 부디 맛있는 고기가 되렴.”

“멍!!”

자신에게 죽어라는 말을 하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불쌍한 노예를 뒤로한 채 레인은 밖으로 나왔다. 별다른 소득 없이 오전이 흘러갔다.

“흠? 어디서 본 얼굴인데..”

“레인입니다. 안젤리카씨. 어제도 왔었죠.”

노예길드 안에 들어온 레인은 이곳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가슴과 보지를 가린 속옷에 가터밸트가 달린 스타킹만을 신고 한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 채찍을 들고 있는 퍽 보기에도 무척이나 독특한 여자다.

“아, 그랬었지. 미안, 워낙 존재감이 희미해서 말이야. 그런데.. 이름이 뭐라고?”

“레인입니다.”

“그래, 무슨 일로 왔지, 꼬맹아?”

슬레인에서 모든 여자는 노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최상위 계층의 자녀들은 이렇듯 남자들의 위에 군림하는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진 존재가 안젤리카다. 지금까지 수많은 노예상인들의 최후를 지켜보며 더욱 오만하고 건방지게 바뀐 그녀의 엉덩이를 감히 때릴 남자는 슬레인에서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일거리를 찾으러 왔죠.”

“좋아. D- 랭크 이상의 펫으로 조교하면 돼. 이 계약의 선급금은 60골드야. 보너스 금액은 잘 알다시피, 아니군. 넌 성공한 기록이 없는 걸 보니 특별히 설명해 줄게. 보너스 금액은 조교 속도와 키워낸 노예의 품질에 따라 다르게 지급된다. 질문은?”

“하아... 전 하인 밖에 키울 수 있는 노예가 없다니까요.”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가 네 입맛에 맞춰서 일거리를 줘야하는 의무가 있나? 너 같은 찌질이 병신이 하루에 수십, 수백 명도 넘게 이곳으로 와서 날 귀찮게 하지. 자신이 없어? 걱정 마. 실패하면 네게 지급되는 60골드와 쓰레기 같은 노예 한 마리의 값으로 널 정육점에 넘길 테니까. 자신 없으면 내일 다시 와. 자, 다음!”

‘저 하얗고 탱탱한 볼기짝을 언젠가 시뻘겋게 물들여 주고 말겠어.’

레인은 D-랭크 계약에 쓰일 노예의 모습을 보았다. 키가 고작 150cm 밖에 되지 않는 레인의 키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작다. 예쁘지는 않지만 무척 고집이 세 보이는 눈매를 가지고 있다. 잡혀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반항적인 싹이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고 자신의 가슴과 보지를 손으로 애써 가리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좋아요. 주세요.”

“큭큭큭.. 어리석긴. 좋아. 데려가 봐. 계약기간은 10일. 보수는 250골드야. 그 이후로 데려오면 일수에 따라 보수는 깎이니까 명심하도록. 그리고 30일이 지나면 널 펫으로 조교시켜 주겠어. 바로 내가 말이야.”

짜악-!

“아앗!!”

반항적인 눈매를 보이는 노예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후려치자 비명을 지르며 레인에게로 억지로 안긴 꼴이 되고 말았다.

“절대로...지지 않아...”

그렇게 D-랭크의 노예조교 계약이 성립되었다.

“이거 풀어줘! 이 나쁜 놈!”

손목이 단단히 묶여 알몸을 드러내고 욕설을 퍼붓는 여자노예를 레인은 무시했다.

퍽-!

“이 미친년이.”

“왜? 맞으니까 억울해? 내가 겪고 있는 일을 보라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험악한 욕설이 화이트타운에서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레인과 노예에게로 집중되었다. 모두의 시선은 정확히 일치했다. 비웃음. 저런 작고 힘없는 노예하나 어떻게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맞기까지 한 레인에게 보내는 최악의 모욕이었다. 그들의 눈에선 며칠 후 길거리에서 죽어서 굴러다닐 레인의 몸뚱어리가 보였다.

퍽-!

“꺄앗!”

레인은 소녀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자신의 머리로 받아버렸다. 주먹질도 어설프게 잘 하지 못하는 자신이기에 어설픈 짓으로 오히려 위엄을 잃는 것보단 확실하게 아프게 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아프냐?”

사실은 자기 머리가 더 아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아파!! 흐아아앙!! 엄마.. 보고 싶어... 이 나쁜 새끼야!!”

슬슬 골머리가 아파왔다. 레인은 품안에 숨겨둔 나이프를 꺼내 소녀의 목을 살짝 긋자 살짝 베인 목에서 피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아아....”

“왜? 이제야 감이 오나? 네가 최소한의 복종심도 가지지 않는다면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널 최대한 흠집 내지 않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걸 이해했으면 좋겠군.”

“....”

“일어서라.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일어서지 않으면 이대로 저쪽에 있는 정육점에 넘기지. 차라리 그 비용에 몇 십 골드만 보태면 끝나는 일을 귀찮게 시간 낭비할 생각이 난 없다.”

소녀가 순순히 일어나자 레인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파... 제발...”

자신이 받은 모욕과 소녀의 고통 어느 쪽이 더 무거운가? 답은 정해져 있다. 머리카락 채로 잡고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아악!! 아파.. 아파요.. 제발... 잘못 했어요...”

레인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화이트타운을 나올 때까지 질질 끌고 갔다.

“흑흑흑... 흐아아앙....”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노예는 울기 시작했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아주 난감한 상황. 말을 들을 생각은 씨알도 없고, 그렇다고 정신력이 강한 것은 또 아니며, 반항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예의 정신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아우스펙스 마법이 있지만 그것을 쓰기 위해서는 2골드 동전을 써야만 한다. 그 한 푼이 아까운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또 반항하면 그 다음엔 머리카락 자체를 다 뽑아버리지. 어차피 난 D-랭크에 맞는 노예를 조교해 바치면 그만이다. 머리카락이야 어차피 자라는 것이니 노예에 흠집을 낸 건 아니고, 넌 아플 테디 이보다 좋은 건 없지, 안 그래?”

“흑흑흑...”

레인의 손에서 뜯겨져 나온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며 소녀는 흐느꼈다. 

“주인님, 오셨어요? 어라??”

래티샤는 깜짝 놀랐다.

“D-랭크 펫이야.”

“펫이요? 아.. 혹시..”

“맞아. 네가 어제 길에서 봤던 고양이나 개 같은 거.”

“아...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음, 일단 저녁밥부터 먹자. 배고파.”

“네.”

차릴 음식은 사료와 물이 전부였기에 금방 조촐하게 상이 준비가 되었다.

“너무 더럽네요... 밥 먹고 씻겨도 될까요?”

“음, 그래줄래?”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 싫어...”

소녀가 레인의 집에 와서 한 첫마디였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난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는데.. 흑흑... 이런 냄새나고 역겨운 걸 먹으며 살아야 해? 돌아오는 건 두들겨 맞고 유린당하는 것이 전부인데...”

레인은 당장이라도 일어나 목을 잡고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고 싶었지만 따뜻하게 웃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니까.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고 그런 거야.”

“으으으...”

붉게 충혈 된 눈과 떨리는 입술은 욕을 퍼붓고 싶은 모양새였지만, 이곳까지 오며 당했던 아픈 기억들 때문에 입을 차마 떼지 못했다.

“주인님은 자상하신 분이에요. 솔직해지고 순응하면 상을 주실 거예요.”

‘이 년도 미친 건가? 어떻게 저런 미친놈에게서 저런 말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토록 학대당하고 맞다보면 결국 저렇게 고분고분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또 다른 두려움이 몰려왔다. 옷은 벌거벗겨져 있고 의자에 닿는 엉덩이에는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런데 주인님, 이 아이 이름이 뭔가요?”

레인은 그제야 자신이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데려오며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하자니 래티샤가 다른 낌새를 챌 우려가 있었다.

“네가 직접 자기소개를 하렴.”

래티샤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단검을 꺼내 노예의 허벅지를 살짝 칼등으로 긋는 시늉을 하자 소녀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제 이름은.. 이비에요..”

“예쁜 이름이네. 언니랑 같이 씻을까? 씻고 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기도 해.”

“아.. 아니에요! 혼자 씻을 수 있어요!”

“그래? 그럼 할 수 없겠구나.”

레인은 둘 사이를 끼어들어 못을 박았다. 쓸데없는 말을 래티샤가 듣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을 생각인 것이었다. 최대한 그녀를 쓸모 있게 쓰기 위해서는 레인은 아주 슬레인스럽지 않은 노예상인 연기를 어느 정도 해야만 한다. 적어도 그녀가 맹목적인 수준의 충성을 바치기 전까진..

목욕을 하고 나온 이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이비, 안으로 들어와. 래티샤 넌 저쪽에서 쉬고 있어. 새로 침낭을 사왔으니까 안에서 자도 돼.”

“네. 알겠습니다.”

래티샤가 순순히 레인의 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침낭을 펴고 눕는 것을 확인하곤 자신의 방의 문을 잠갔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은 건 칭찬해 주려고.”

“시끄러.. 보아하니 밖에 있는 년 앞에서는 설설 기는 것 같던데, 어디 한 번 네가 한 짓을 오늘 그대로 떠들어 볼까?”

짝-!

“으으..”

“정말 건방지네. 하아.. 이런 답답한 년을 조교해서 뭐에 쓰려는 건지 원..”

다시 때리려고 주먹을 쥐고 드는 시늉을 하자 팔을 뻗어 자비를 구걸했다. 

“시키는 대로 해라.”

조용히 흐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자 조교가 시작되었다.

“엎드려. 동물처럼. 개로 해보자고. 짖어봐.”

퍽-!

“멍..멍...”

“짖는 건 되었고, 그 다음엔 기어봐.”

억지로 하는 티가 팍팍 났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순종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때리지만.. 마세요.. 아픈 건 싫단 말이에요.”

“그럼 좀 더 마음을 담아서 해야지.”

퍽-!

“흑흑... 너무해...”

거의 3시간이 넘도록 씨름을 했건만 그다지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레인으로선 답답했다. 자신이 너무 모르는 분야이기도 했고, 펫 조교는 조교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것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펫 조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발적인 참여와 순응성인데, 이 노예는 기본적으로 글러먹었다. 더군다나 이미 신나게 두들겨 팬 탓에 그런 자발성을 되찾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난감하군..”

이미 밖은 저녁을 향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다른 구역과는 달리 방랑자의 구역은 오히려 밤이 되면 더욱 생기가 돈다. 몬스터들의 주 활동시간대가 밤이기 때문이었다. 밖을 보니 사냥터를 향해 움직이는 수많은 괴물들과 숙련된 사냥꾼들이 보인다. 

“이런 걸 왜 즐거워하는 거지? 남을 짓밟고 그 위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건가?”

“그럴지도. 하지만 난 달라. 나에게도 꿈이 있지만 당장으로선 먹고 살고 싶은 거지.”

“흥.. 잘 됐군. 내가 30일만 버티면 너와 저기 있는 골빈 년의 목도 날아간다는 거지? 좋아, 누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레인은 참을 수 없는 독설에 배를 발로 차기 위해서 다가갔지만 오히려 이비는 당당해졌다.

“때려 봐. 때리면 소릴 지를 거야. 그리고 네가 무슨 짓을 내게 했는지 알릴 거야. 난 지금 이 순간부터 잠도 자지 않겠어. 네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널 죽일 거야.”

레인 같은 스스로의 아우라가 약한 자에겐 이렇듯 쉽게 노예들이 반항하고 저항한다. 심지어 상대 노예는 고작 10살이 넘었을 법한 어린 아이인데도 말이다. 이비의 아우라가 레인의 아우라를 압도하며 잡아먹는 형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역으로 조교를 당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한심한 일이다.

‘잠깐.. 펫? 큭큭큭...’

레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우스워졌다. 

“좋아. 내가졌어. 인정하지.”

“흥! 분수도 모르는... 잠깐?! 뭐하는 거.. 읍?!”

레인은 자신의 냄새나는 양말을 벗어 이비의 입에 틀어막았다. 그리고 손목을 묶을 때 썼던 밧줄을 이비의 입에 감은 후 목줄이 되게끔 처리했다.

“으읍?!”

“소리를 지르면 칼로 눈을 찔러주겠어. 그럼 네 운명은 더욱 분명해지겠지. 어느 종마의 좆집으로 쓰일 거야.”

“으읍!”

이비를 들쳐 메고 문을 열자 구석에서 침낭에 몸을 웅크리고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래티샤가 보였다. 일어나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자고 있으니 오히려 더 잘된 일이었다.

“영업시간은 끝났습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침에 들렀던 농장에 간 레인은 묶어둔 이비를 들이밀었다.

“노예를 파시려고 오신 건지요? 죄송하지만 이 노예는 너무 약합니다. 고기로 쓸 만한 부위도 거의 없군요. 반항적인 눈매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귀찮은 년을 구매하는 것을 저의 마스터는 동의하지 않으실 겁니다.”

“틀렸어요. 당신이 이 노예를 하루만 맡아 주세요.”

“제가 이 노예를 조교해라는 말씀입니까?”

“비슷한 거죠.”

“전 노예상인이 아닙니다만...”

“딱 아침이 밝고 내가 이곳에 오는 시간까지만 원하는 대로 가지고 놀아 주세요. 사례는 100골드 드리죠. 단, 부러뜨리거나 고칠 수 없는 수준으로는 말고요.”

“이해를 못하겠군요. 스스로의 노예를 망가뜨리고 싶은 겁니까?”

“그냥 이런 어린년의 보지에 미노타우르스의 우람한 물건을 받아들이게 되면 얼마나 헐렁헐렁해지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거예요. 개인적으로 거대한 수인이 노예를 범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슬레인은 넓고 취향은 가지각색이다. 그 어떠한 이해가 가지 않는 욕구라고 해도 그것이 여성에게 해당하는 것이라면 인정이 되는 것이 이곳의 법. 미노타우르스는 레인을 그런 이상한 취향을 가진 남자라고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년들과 비슷한 꼴이 될 텐데 괜찮겠습니까?”

“읍!! 으읍!!!!! 읍!!!”

“완전히 망가지지만 않게 해주세요. 다른 실험도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요.”

“쿡쿡쿡.. 알겠습니다. 그럼 100골드를 주십시오.”

“50을 먼저 드리죠. 남은 50은 성공여부를 보고 결정하겠어요.”

“희미하지만 당당한 아우라가 느껴지는군요. 낮보다는 더 강해진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하지요.”

미노타우르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비의 목을 거대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으으으읍!! 으읍!! 으읍!!”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질렀지만 레인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며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푹-!

“으!!!!!!!!!!!”

말처럼 우람한 미노타우르스의 자지가 작고 여린 꽃잎을 그대로 꿰뚫자 피가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처녀막이 찢어진 것이다? 틀린 말이다. 아예 보지자체가 파괴되는 충격이 단박에 가해진 것이다. 이비의 복부는 팽창한 미노타우르스의 자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정신을 잃었네요.”

“흔히 있는 일입니다.”

미노타우르스는 자신의 자지에 이비를 꽂아둔 채로 소들이 마시는 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비의 얼굴을 물에 담궜다가 빼며 허리를 흔들었다.

“푸헉.. 프흡...”

“죽으면 안 되니까 살살 부탁해요.”

레인은 환하게 웃으며 미노타우르스가 앉아있었던 따뜻한 난로가 타고 있는 의자에 앉아 이비의 앞날에 축복이 깃들기를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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