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24)

 ########################## 24화 USB ########################## 

- 괜찮냐?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친구의 음성이 조심스러웠다.

 “괜찮아. 신경 써줘서 고맙다.”

 친한 사이에 하기엔 너무 상투적인 말 같지만, 이런 상황에선 딱히 뭐라 할 다른 대답도 없었다.

 성훈은 그렇게 새 아빠 소식을 듣고 뒤 늦게 연락 온 정호에게 답 했다.

 갑작스레 죽은 스미스였다.

 장례도 미국에서 치렀어서 친구들에게 연락도 하지 못했다.

 - 좋은 데 가셨을 거야. 너무 상심하지 마. 

 “......, 그래 고맙다.”

 스미스 얘기를 하니 스미스와 모니카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도대체 스미스랑 모니카는 무슨 사이였던 걸까......, 아니, 둘은 얼마나 그래왔던 거야?’

 이렇게 느닷없이 떠오르는 질투의 감정은 성훈의 상처 난 가슴에 소금을 쏟아 부었다.

 ‘그런 관계였으면서도 나를 속이고.......’

 마구 끓어오르던 성훈의 감정은 친구 정호의 말에 잠시 멈췄다.

 - 언제 종원이랑 셋이 얼굴이나 보자. 아! 나 너한테 줄 거 있다.

 “줄 거?”

 - 어, 저번에 우리 술 이빠이 마셨던 곱창 집 있잖아. 너네 아버님 서울 오셨을 때. 그때 갔던 집 종원이랑 둘이 다시 갔었는데 그날 네가 잃어 버렸다던 파우치가방 거기 있더라. 주인아주머니가 챙겨 두셨던 거 내가 가져왔어.

 “아 그래? 잘됐네. 여름이라 지갑이랑 핸폰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귀찮았는데. 그래, 조만간 얼굴이나 보자.”

 - 어, 그래. 일해라.

 “어, 들어가.”

 ‘아, 거기에 스미스가 맡겼던 USB 도 있었지? 뭐가 든거지? 열어보지도 않았네.’

 하지만 성훈의 이러한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모니카 하나였다.

 ‘모니카......,’

 “작가님, 촬영 준비 다 됐어요.”

 “네? 네, 금방 갈게요.”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성훈은 자신을 부르는 매니저의 음성에 급히 문자 하나를 남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럼 갔다 올게.”

 “어. 잘 다녀와.”

 “바로 밑에 층에 가는 건데 뭘 잘 다녀와야. 호호.”

 “그래도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일해. 정 사장님 말 잘 듣고.”

 “아. 알았어. 그럼 간다~”

 늦었다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이레네가 나가자 집안에 적막감이 돌았다.

 ‘오늘 좀 화장이 진하지 않았나? 아직 어려서 화장 안한 게 더 예쁜데······. 하긴 한창 예뻐지고 싶어 할 나이지.’

 이레네의 화장이 너무 짙었던 게 아닌가 했지만, 모니카는 딸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띡똑-

 이레네가 벗어둔 옷들을 주워 빨래를 돌리려던 모니카에게 핸드폰 문자 소리가 그녀를 멈추게 했다.

 ‘누구지?’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던 모니카의 미간이 주름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문자를......,’

 문자를 보며 모여 있던 모니카의 미간이 한동안 펴지지 않았다.

 생각은 조용한 방에서 길고 깊게 숨을 쉬었다.

 마침내 일어선 그녀는 이레네의 옷가지들을 들고 세탁실로 가서 세탁기를 돌렸다.

 위잉-, 위잉-

 세탁기 모터가 돌아가고 그 속에서 헝클어진 옷가지들이 뒤엉키며 섞여졌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뒤 돌아선 모니카는,

 일단은 씻기 위해 화장실로 몸을 돌렸다.

 ***

 “사장님. 사장님~”

 정 사장은 문 열리는 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만 듣고도 누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빙긋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에구 깜짝아.”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자기 옆에 붙어 자신을 올려보고 있는 이레네가 보였다.

 “아니 쥐 잡아 먹었어? 입술이 왜 이렇게 빨게.”

 자신도 모르게 나온 핀잔이었다.

 울룩 불룩......,

 대뜸 나온 정 사장의 화장 평가에 이레네의 고운 볼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나온 말이,

 “꼰대. 흥!”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삐져 있었다.

 헉-!

 아직 40대의 정 사장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꼬....... 꼰......., 꼰대라니. 아직 장가도 안 갔는데! 그럴 순 없지.’

 “아니......, 너무 강렬해서 이쁘다고. 쥐새끼들도 이런 섹시한 입술이라면 막 잡아먹히고 싶을 거야.”

 그래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이레네였다.

 “하하하, 우리 가게에 이렇게 이쁜 알바생이 있으니까 오늘은 장사 대박 나겠는데? 오늘 우리 밤새 일해야겠다. 하하하, 어쩌나. 성훈이 이렇게 이쁜 동생 오늘은 못 보겠네. 에구.”

 휙-. 고개를 돌려 정 사장을 바라보는 이레네였다.

 크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거침없이 정 사장과 눈 마주쳤다.

 “동생 아니거든요.”

 확실히 못을 박듯 대답하는 이레네였다.

 ‘성훈이랑 싸웠나?’

 의미를 알 수 없어 지레짐작하는 정 사장에게 이레네의 다음 말이 들려왔다.

 “근데......, 진짜 이뻐요?”

 배시시 웃으며 수줍게 물어보는 말이 예쁘다니까 기분은 좋나보다.

 ‘아직 애기라니까.’

 “그럼. 이레네가 제일 이쁘지.”

 “엄마보다 더요?”

 “그, 그, 그럼~. 이레네가 최고 이뻐!”

 정 사장은 위기를 무사히 모면했다.

 룰루랄라~

 “사장님, 저 뭐부터 할까요?”

 테이블 사이를 깡총거리며 이레네가 물어왔다.

 그 모습을 귀여운 듯 바라보며,

 ‘예쁜데 좀 힘들어.’

 혼자 생각하는 정 사장이었다.

 ***

 딸깍-.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모니카는 현관문 소리에 깜짝 놀라 긴장했다.

 ‘지금 집에 가요.’

 조금 전, 걸려온 성훈의 전화는 짧고 간결했다.

 급하게 준비한 오늘 음식들을 식탁에 차리고 모니카는 심란한 마음으로 성훈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성훈 도련님?”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니카는 차마 내다보지 못하고 현관으로 향하는 벽에 숨어 성훈을 불렀다.

 “.......”

 대답이 없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방으로 도망치고 싶은 다리를 참아가며 모니카는 조금 더 기다렸다.

 “도련님?”

 신발을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니카의 심장이 가슴에서 벗겨지듯 두근댔다.

 “왜 여기 있어요?”

 어느새 들어온 성훈이 자신 앞에서 내려 보고 있었다.

 휴-.

 모니카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러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성훈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모니카 앞에서 성훈이 말이 없자,

 “이런 차림을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순 없으니까......,”

 창피함에 손을 모아 자신의 에이프런을 만지며 작게 아까의 대답을 했다.

 “내 앞에선 괜찮고요?”

 자신의 두 볼이 붉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성훈의 문자는 집에서 저녁을 할 테니 자신을 맞이해 달라는 거였다.

 에이프런만 입고 모두 벗은 채로.......

 ‘역시 거절했어야 했나?’

 모니카는 속으로 후회했지만, 이미 뒤 늦은 후회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녀의 뒷모습처럼 허 하기만 했다.

 성훈의 마음이 풀릴까 해서 응해준 모니카였다.

 “식사 준비 됐어요. 어서 가세요.”

 앞에는 레이스가 달린 하얀 앞치마로 가렸다지만 어깨와 풍만한 가슴까지 다 가리기엔 목에 건 끈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긴 머리카락을 양쪽 앞으로 내려 윤기 나는 젖무덤을 가렸다. 하지만, 뒤는 아니었다.

 ‘부끄러워,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성훈이 어서 앞서길 기다리는 모니카였다.

 쓰윽.

 언제 올라 왔는지 성훈의 손이 앞으로 늘어뜨린 모니카의 머릿결을 뒤로 넘겼다.

 놀란 모니카에게, 뜨거운 시선이 드러난 깊은 가슴골 깊숙이까지 느껴졌다.

 수치심에 꼭 감은 모니카의 두 눈에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이제 그만,’

 한 참을 자신을 바라보는 성훈의 시선을 견디다가 그의 손이 자신의 목과 쇄골에 닿자 모니카는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치려 했다.

 “많이 아파요?”

 떨리는 그의 목소리와 조심스런 손길이 전해 졌다.

 어젯밤 멍든 상처들을 조심조심 쓰다듬으며 성훈이 묻고 있었다.

 모니카가 바라본 그의 두 눈이 진짜로 아파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성훈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모니카가 앞장서 식탁으로 갔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스프 다시 데울게요.”

 아무것도 없는 매끈한 등허리를 타고 풍만한 엉덩이가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

 바람이, 다리 사이로 느껴지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모니카는 성훈의 앞에서 전라의 뒷모습을 보이며 음식을 준비했다.

 계속된 성훈의 시선이 음식 준비 내내 느껴졌지만,

 부끄러웠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다 됐어요. 식사하시오. 도련님.”

 뎁힌 스프를 성훈의 자리에 놓는 모니카의 몸도 성훈의 계속된 시선에 달아 있었다. 

 모니카의 식사는 준비하지 않았다.

 ‘이런 차림으로 도련님과 같이 식사를 할 수 없어.’

 자신의 자리가 비었을 눈치 챈 성훈이,

 “여기 뭐가 있는데요?”

 하고 자신의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네? 어디요?”

 “여기요. 여기 물기가 있어요.”

 식탁의 빈 곳을 가리키는 성훈의 손가락을 따라 모니카가 몸을 기울였다.

 “뭐가요? 청소 잘 했는데......, 뭐 있어요? 아학!”

 “여기요. 여기 물기가 있잖아요.”

 몸을 숙인 모니카의 엉덩이 사이로 들어온 성훈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하악.”

 “여기, 벌써 많이 젖었는데?”

 더욱 깊이 파고드는 성훈의 손가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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