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두 여자 ##########################
밤, 깊은 새벽,
인적이 없는 골목길 고장 난 가로등 밑에서 검은색 세단 한대가 서 있었다.
“저기야?”
모퉁이 단독주택을 향해있는 차 안에서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자의 붉은 입술이 열리자 차안에 가득 찼던 페로몬 향이 더욱 짙어지는 것 같아 왕이펑은 정신이 잠시 혼미했다.
“어, 저기야.”
말을 놓는 그를 여자가 잠시 째려봤지만, 왕이펑은 아까부터 여자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냐. 그냥 옆에만 같이 있어도 죽겠네 그냥.’
그런 왕이펑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로레나는 ‘피식’ 미소 지으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차 앞유리에 비친 로레나의 모습이 환상처럼 희미하게 왕이펑을 유혹했다.
“언니랑, 이레네가 저런데 살고 있단 말이지? 밖에서 보기에는 주위 집들이랑 비슷해서 잘 모르겠네. 잘들 있으려나?”
“잘들 있을 걸? 내가 얼마 전에 안에 있던 고약한 돼지 한 마리를 치워 줬거든.”
“무슨 소리야?”
그때, 빠르게 모자를 눌러쓰며 자리에 깊게 몸을 파묻는 왕이펑이었다.
“궁금하면 지금 잘 있나 봐. 저기 이레네 나오네.”
일층에 ‘대원양꼬치’ 불이 꺼지며 중년의 남자와 젊은(?) 아니 아직은 어려 보이는 여자 하나가 같이 나왔다.
단발머리를 귀엽게 한 쪽만 묶은, 동화 속 주인공 같은 하얀 피부와 밝은 표정의 소녀였다.
“어머, 제가 이레네야? 예쁘게 컸네. 우리 이레네.”
“오랜만에 봐?”
“어, 꼬맹이였을 때 보고 처음 보거든. 내가 좀 집을 일찍 나왔거든. 어머, 이제 숙녀가 다 됐네.”
누가 자신들을 훔쳐보는 줄도 모르고 가게 앞에서 수다 떨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로레나 옆에서, 왕이펑 역시 눌러쓴 모자 아래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레네를 바라봤다.
“아직 꼬맹이야.”
웃는 얼굴로, 차에 오르는 정 사장을 배웅하는 이레네를 보면서 왕이펑은 지난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빵순이.......’
뒤돌아 집으로 올라가는 이레네였다.
며칠 만에 보는 이레네의 뒤 돌은 엉덩이가 유독 크게 보이는 것 같아 왕이펑은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
“이레네,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성훈의 뒤로 이레네를 깨우는 모니카의 음성이 들려왔다.
허리를 곧게 세워 식탁에 앉은 성훈은 피곤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귀를 종긋 세우고 모니카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쓰고 있었다.
아침에 모니카가 깨우러 올라왔을 때 성훈은 놀랐었다.
‘날 미워하지 않는 건가?’
어젯밤, 모니카를 학대하듯 거칠게 다뤘던 성훈이다.
그동안 쌓여 있던 모니카에 대한 배신감과 참아왔던 욕정이 충돌하여 성훈은 모니카를 여자가 아닌 욕정의 대상으로 탐했었다.
사랑의 감정을 배신당한 남자의 감정으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방안을 메웠었고, 고문 같은 거친 체위에 여기저기 상처 입고 멍이 들었었다.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어젯밤 모니카는 한 번도 성훈의 강압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픔에 반응하고, 고통에 신음 했지만, 성훈의 리드를 거부하거나 반항하지 않았었다.
그녀가 식탁에 놓고 간 아침 요리 위로 하얀색 김이 피어올라 성훈의 앞에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모니카는......, 왜 그랬을까.
“오빠!”
“에구 깜짝아!”
이 집안에서 성훈을 놀래킬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다.
“히힛,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옆에서 똥 머리를 하고 핑크색 잠옷을 흐트러지게 입은 이레네가 성훈을 보고 웃고 있었다.
“아, 아니야. 음식 맛있겠단 생각.”
‘아, 이레네가 있었지.’
뽀얀 피부에 크고 맑은 눈으로 웃음 짖고 있는 이레네를 보며 성훈은 저번 일로 뭔가 죄진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은 뭐든 맛있지. 음...... 그 갈색 나는 콩 들어간 찌개만 빼고. 윀.”
모니카가 가끔 해주는 청국장이 생각났는지 이레네는 짧은 혀를 빼고 눈을 감아 찡그렸다.
싱긋.
그 모습이 귀여워 성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 지었다.
“너는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면서 언제 먹어 봤다고 그런 표정을 지어? 도련님이 좋아 하시는 거라 종종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빨리 익숙해져.”
“칫, 엄마도 그거 안 먹잖아.”
접시를 들고 와 성훈의 앞자리에 앉은 모니카에게 이레네가 투정 부리듯 대답했다.
더운 여름인데도 긴팔에 라운디티를 입고 있는 모니카였다.
“엄마는 이제 먹어. 그리고 너 옷이 그게 뭐니? 빨리 단추 안 잠가?”
무슨 소린가 하고 옆에 앉은 이레네를 내려 봤던 성훈은,
Good Morning!
벌어진 잠옷 레이스 사이로 뽀얀 언덕을 깊숙이 볼 수 있었다.
핑크색이 깃든 지점까지.
I'm Energy Up!
......., 헉!
그러다 마주친 커다란 눈망울.
“뭐해! 빨리 잠가!”
“알았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주섬주섬 큰 것을 가리를 이레네였다.
아까 자신과 마주친 이레네의 커다란 눈이 웃고 있던 것 같아 성훈은 벌게진 얼굴로 몸이 굳어 있었다.
No~ Using me. Using me plz.
단추를 잠근 이레네가 성훈의 몸에 물컹한 몸을 붙이곤 한 손으로 가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는 봐도 괜찮아.’
재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는 이레네 옆자리에서 성훈의 머릿속이 뭔가 혼란스러웠다.
식탁 밑, 성훈의 동생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Gazua~~~!!!!!
***
“아얏.”
청소를 하던 모니카가 통증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떠오르는 어젯밤의 기억들이 모니카의 고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온 몸 여기저기가 상처와 멍들이었다.
‘너무해, 도련님.’
속으로 작은 원망을 뱉어보는 모니카였다.
“엄마, 어디 아파?”
소리를 들었는지 방에서 나온 이레네가 부은 눈을 비비며 물어왔다.
성훈이 출근하기 전 아침을 같이 먹고, 성훈이 출근하면 방에 다시 들어가 잠을 자던 이레네였다.
“아, 아니야. 잠깐, 몸이 결려서 그래.”
“으응......, 난 또 뭐라고. 근데 엄마 안 더워? 이 여름에 웬 긴팔이야?”
“.......”
어제 생긴, 성훈이 밤새 자신을 괴롭혔던 상처들을 가리기 위해 긴 팔 티셔츠를 꺼내 입은 모니카였다.
‘도련님이 보면, 또 가슴 아파 하실지 모르니까......’
딸에게 보이기 싫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저런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반팔 티셔츠를 다 빨아서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넌 더 들어가서 자.”
에둘러 핑계를 대고 모니카는 새벽에 들어오는 딸을 걱정했다.
“다 잤어. 나 씻고 나올게.”
그리고선 뒤돌아 화장실로 가는 길에 잠옷을 훌렁 벗는 이레네였다.
뽀얀 피부의 뒷모습이 팬티만 가려진채 환한 여름 햇빛에 드러났다.
“들어가서 벗어!”
살짝 뒤돌아 ‘메롱’ 하고 빠르게 들어가는 이레네였다.
‘이레네도 다 컸네.’
닫힌 화장실 문을 보며 모니카는 방금 봤던 이레네이 몸이 이전과는 다르게 더 여성스러워 졌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하는 행동은 애야. 아얏.”
다시 청소를 하는 모니카의 입에서 살짝 비명이 나왔다.
통증에 잠시 멈춰 있던 모니카는,
‘어제 일로 도련님 마음이 좀 풀어졌을까?’
미안한 마음에, 사랑하는 마음에, 더욱 성훈이 원하는 것들에 맞춰줬던 어제 일을 떠올렸다.
그 덕에 자신은 죽는 줄 알았지만......,
‘어멋,’
어제 일을 생각하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젖은 몸을 발견하고 모니카는 얼굴을 붉혔다.
‘아프기만 했는데......,’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 생각하며 모니카는 바지 속에 손을 넣고 확인해보았다.
귓가로 씻고 있는 이레네의 물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 또 다시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있던 모니카는,
하악-,
“저 방도 청소해 놔야겠지.”
상기된 얼굴의 손을 빼고 스미스가 쓰던 방을 바라봤다.
‘오늘 밤도 또 부르실지 모르니까......’
걸레를 들고 어제의 그 방으로 향하는 모니카가 발걸음이 떨고 있었다.
한편,
으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거품으로 몸을 닦은 이레네가 몸을 씻기 위해 샤워기 물을 틀었다.
그리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평소보다 더욱 깨끗하게 정성들여 몸을 씻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일 끝나고 몰래 오빠 방에 가 봐야지?’
아침에 식탁에서 성훈의 표정을 떠올렸던 이레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