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혼란 ##########################
불안했지만, 시험은 합격이었다.
하지만, 축하해줄 누구도 없었다.
‘오빠는 미국에 갔고, 엄마는 아파서 누워만 있고, 스미스 아저씨는 죽었어.’
창밖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이레네의 두 눈이 멍했다.
며칠 새 계속된 사건과 혼란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두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이레네 자신조차 심란하고 지친 마음에 자신의 합격소식이 남의 일처럼 덤덤하게 느껴졌다.
여름 하늘은 파랗고 눈부셨다.
병원에서 아저씨를 살해한건 왕이펑이었다.
CCTV 속에 골목에서 봤던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병실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정 사장과 이레네가 확인했다.
‘그런데 이펑이가 왜?’
자신이 노려보면 찍 소리 못하고 몸을 움츠리던 왕이펑이 아저씨를 살해한 사람이란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 이레네였다.
‘진짜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고 했지...’
모든 게 거짓이었다.
창살에 부딪힌 햇빛이 다시 돌아가며 이레네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 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저씨의 관계도 거짓이었어...’
둘의 관계가 어디까지였는지, 그리고 오빠는 둘의 어떤 모습을 어디까지 보았는지 이레네는 알지 못했다.
자신만 모르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비밀이 이레네를 불안하게 했다.
작은 이레네의 어깨가 좁아지며 더욱 웅크려졌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무릎 속으로 얼굴을 묻는 이레네였다.
‘오빠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작아진 여자아이는 자신을 사랑을 떠올렸다.
‘오빠는 괜찮은 걸까?’
그리고 작은 여자아이의 사랑은 날개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 없었다.
아저씨의 장래식이 오늘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성훈은 자신과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 꺼진 방에 혼자 올라가 문을 잠그고 침묵에 자신을 묻었다.
접근을 거부하는 그의 상처에 이레네는 떨기만 할뿐,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침묵이 어느 쪽으로 깨져 그 날카로움을 누구에게 드러낼지 모른 체 집안은 조용했다.
찾아온 경찰에 불려 나갔다온 오빠는 죽은 나무처럼 차가웠다.
‘스미스가 죽었어.’
놀란 모니카는 쓰러질 듯 비틀거렸고 이레네는 그런 모니카 때문에 놀랄 기회를 잃어버렸다.
‘잘못하면 오빠가 살인자로 몰릴 뻔 했어...’
왕이펑의 계획된 의도인지, 아니면 어쩌다 시기가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럴 수도 있었단 사실에 이레네는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넘어가는 오후의 햇살에 기댈 곳 없는 작은 여자아이 하나가 거실에 웅크리며 남겨졌다.
***
가라앉은 에메랄드빛 두 눈이 커다란 여행 가방을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다.
‘떠나야 해.’
방안 구석에서 꺼낸 커다란 가방을 바라보며 모니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각형의 커다란 캐리어가 큰 입을 벌린 채 모니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에 더 있을 이유도, 면목도 없어졌어. 무슨 낯짝으로 내가 도련님을 볼 수 있겠어.......’
겹겹에 개어져 쌓아올린 침대 위 옷가지들을 가방 속에 집어넣는 모니카의 손이 떨고 있었다.
옷들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미안해요. 도련님.’
그 날 밤, 자신을 바라보던 성훈의 눈빛이 떠올랐다.
‘너무 아픈 눈빛이었어.......’
모니카의 가슴이 갈라지듯 아파왔다.
‘도련님은 그런 상황에서도 내겐 손도 대지 않으셨어. 욕도, 질문도, 심지어 눈빛도 주지 않았었어.’
스미스를 무지막지하게 폭행했던 성훈이다.
하지만, 그와 침대에 있던 자신에겐 아무런 폭력도, 폭언도 없었다.
‘차라리 때리고 욕을 했더라면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이라도 했을 텐데......’
물방울이, 자꾸 들어가지 않으려는 옷들을 밀어 넣는 모니카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 미안해요.’
조금씩 흔들리던 어깨가 점점 커지며 파도처럼 흔들렸다.
시간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흔들리며 흘러갔다.
잠시 뒤,
“엄마...”
어느새 들어온 이레네가 뒤에서 모니카를 불렀다.
급히 눈물을 훔치고 돌아보는 모니카의 두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어디 가게?”
큰 눈으로 모니카를 바라보는 이레네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응, 이제 이 집에 못 있어....... 우리 다른 곳으로 가자.”
힘없는 모니카의 목소리였다.
이레네의 굳은 얼굴이 그 목소리 앞에 서 있었다.
“왜?”
“.......”
“왜 나가야 되는데?”
눈물이, 커다란 눈동자에서 흘러 내렸다.
“....... 미안해, 미안해 이레네.”
모니카의 어깨가 다시 흔들렸다.
“난, 못가. 아니, 안갈 거야.”
캐리어에서 옷가지들을 다시 꺼내는 이레네였다.
“여기 나가면 갈 데도 없잖아. 오빠도......, 아무 말도 안했고, 아저씨도 없는데 우리가 왜 나가? 못 나가, 안 나가.”
울면서 옷들을 모두 꺼내는 이레네 뒤에서 모니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닥에 팽개쳐진 옷가지들이 두 여자의 마음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삐리릭, 삐리리릭-
모니카 옆에 놓인 핸드폰에 불이 들어오며 전화가 울렸다.
눈물로 흐려진 시아를 닦고 액정을 바라본 모니카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미국에서, 사모님이었다.
***
“오빠, 왔어?”
미국에서 돌아온 성훈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반긴 건, 이레네였다.
일부러 애쓴 흔적이 역력한 이레네의 표정에 성훈은 말없이 노란 단발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위층으로 올라갔다.
모니카는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위층 성훈의 방은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다.
‘가정부라.......’
피곤이 담긴 감정 없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 성훈은 가방을 대충 팽개치고 침대에 누웠다.
12시간이 넘는 비행의 피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네.......’
모니카가 저녁을 준비하는 지 밑에 층에서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니카......’
감겨진 성훈의 눈꺼풀 뒤로 복잡한 생각들이, 몰려오는 졸음에 깊이 잠겨갔다.
.......
한여름의 아침 햇살이 따갑게 성훈의 얼굴을 쓸었다.
찌푸려진 눈으로 고개를 뒤척이던 성훈은 실눈을 뜨며 현실 속으로 깨어났다.
하지만, 성훈을 깨운 건 따가운 아침 햇살이 아니었다.
‘뭐지?’
여느 때와 다른 이상한 감각이 아침의 멍한 의식 속에서 피어나 성훈의 잠을 깨웠다.
‘음......, 어, 어?’
그 이상한 감각의 진원지를 찾던 성훈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하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뭐, 뭐야?”
얇은 여름 이불이 불룩하게 솟아나 누군가 거기에 머리를 넣고 자신의 존슨을 빨고 있었다.
놀란 자신의 외침에 이불 속 움직임이 정지하고 살짝 이불 밖으로 작은 얼굴이 보였다.
“......, 오빠. 일어났어?”
화로에서 나온듯한 시뻘게진 얼굴의 이레네가 촉촉한 두 눈으로 성훈을 바라봤다.
“이, 이레네. 너 거기서 뭐해.”
놀란 성훈의 목소리가 왔다리 갔다리 떨고 있었다.
“오빠 깨워줄라고. 처음이라 잘 안되네......, 기다려봐.”
다시 이불속으로 덮여 사라지는 이레네의 얼굴이었다.
“야? 으....... 응.”
놀라서 흐물흐물해진 성훈의 존슨이 어느 따뜻하고 촉촉한 곳으로 들어갔다.
왕복하는 도톰한 핑크색 입술이 서툴지만 부드럽게 성훈의 동생을 애무했다.
따뜻한, 혹은 살짝 뜨거운 동굴 안에서 축축한 벽면에 닿아 기분 좋게 활력을 되찾아가는 존슨이었다.
“음......, 이, 이레네. 너....”
자신을 부르는 성훈의 목소리가 느려질수록 이레네의 입술은 더욱 빨라졌다.
츄릅. 츄릅.
점점 딱딱해져 이제는 빨기 좋아진 성훈의 동생을 속도 높여 애무하며 이레네는 이젠 침이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미끄덩거리는 침에 섞인 성훈의 냄새가 이레네의 입을 타고 코 속으로 풍겨왔다.
“아... 그, 그만... 으.”
이레네는 멈추지 않았다.
처음보다 상상도 못 해봤을 정도로 커진 성훈의 동생이 이레네의 작은 입속을 꽉 메웠다.
꽉 문 입술에 도드라져 올라온 성훈의 힘줄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나와.”
급히 허리를 빼며 이레네의 머리를 드는 성훈이었다.
하지만, 저항하는 이레네였다.
성훈의 동생 끝에, 가장 민감한 부위를 입술을 오므려 놔주지 않는 이레였다.
“으, 읔”
터질 듯 참고 있던 연유 빛 액체들이 이레네의 입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응.......,”
화끈한 꽃 냄새를 풍기며 뜨겁고 끈적거리는 액체들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이레네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뱉었다.
“읔...... 하아.”
꿀렁거리며 마지막까지 사정을 마친 성훈의 동생이 지친 듯 쓰러졌다.
스읔.
그제야 허리를 세워 성훈의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이레네였다.
여전히 화로 속에 들어갔다 나온듯한 시뻘건 얼굴로 이번엔 두 볼을 부풀려 무언가를 머금고 있었다.
촉촉해진 두 눈이 당황하고 힘 빠진, 복잡한 표정의 성훈을 쳐다봤다.
“배... 뱉어.”
급히 티슈를 뽑아 이레네한테 건네는 성훈이다.
쥬르륵-
끈적끈적한 액체가 길게 늘어지며 작은 손에 든 하얀 휴지 속으로 떨어졌다.
“맛없어.”
입에 든 것을 모두 뱉은 이레네의 첫 마디였다.
“...... 미, 미안.”
성훈의 바보 같은 대답이었다.
“엄마가 밥 먹으래, 나와.”
“어, 어?”
휴지를 작은 주먹에 쥐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이레네였다.
“나쁘지 않았지?”
뭐가? 하는 눈으로 크게 뜨고 바라보는 성훈이다.
“다음엔......, 더 좋은 거 해줄게. 내려와, 아침 먹자.”
빠르게 방문을 나가는 이레네 뒤로 은은한 밤꽃냄새가 여름 햇살에 혼란스레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