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위험 ##########################
“어때?”
어두운 방안에서 촉촉한 입술이 벌려지며 누군가에게 물었다.
모니터의 불빛이 그 붉은 입술을 스치듯 핥고 지나갔다.
“......”
앞에 앉은 헤드셋을 쓰고 집중한 남자는 말이 없었다.
녹음기를 틀었는지 모니터 화면에 촘촘히 그려진 그래프가 톡톡 튀며 날카로운 파장을 만들어냈다.
장미는 말이 없는 남자의 어깨를 손을 올렸다.
흑인 남자의 단단한 골격과 튼실한 근육이 남자의 어깨에서 전해졌다.
“음...”
머리에서 헤드셋을 벗으며 남자가 장미를 바라봤다.
“네 말이 맞는 거 같은데... 분명 문 여는 소리야.”
불 꺼진 방안에서 남자가 모니터를 등지자 가뜩이나 어두운 남자의 피부색 때문에 표정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장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부드러운 시선만은 볼 수 있었다.
“어떻게, 경찰에 연락해서 근처 CCTV를 검사해 볼까?”
“아니, 그러면 눈치 채고 놀라서 숨어버릴걸. 누군지도 아는데 그냥 우리가 가서 잡는 게 났지 않아?”
장미의 하얀 손이 올라가 남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었다.
검은색 남자의 피부가 감미롭게 손에 느껴졌다.
“그 일층 알바생?”
“응, 그 애 말고 누가 있겠어. 어리다고 그냥 감시자 역할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새벽에 문을 따고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제법이야.”
뒤로 넘어가 남자의 귓불을 애무하는 장미의 하얀 손이었다.
장미를 보는 남자의 눈이 깊어졌다.
“지금 준비하고 바로 갈까?”
남자의 말에 허리를 굽히며 그의 얼굴로 다가오는 장미였다.
“아직 가게 문 열라면 많이 남았어. 그전까지 준비해야 될게 많을 거 같은데.”
꿀을 품은 촉촉한 장미의 입내음이 남자의 코끝을 달콤한 향으로 유혹했다.
아-
그 입술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신음이었다.
어느새 장미의 젖가슴을 움켜진 커다란 검은 손이 범인이었다.
“준비는 늘 완벽하게 할수록 좋지.”
또 다른 검은 손이 장미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
모니카는 하마터면 ‘그래요.’라고 말할 뻔 했다.
달아오른 모니카의 뺨이 홍시처럼 붉었다.
‘앙~’하고 큰 입을 벌려 모니카가 먹여주는 음식을 맛있게 받아먹던 성훈이었다.
너무 즐거웠던 것일까?
어젯밤의 냉랭함이 사라진 둘은 소꿉놀이를 하듯 다정했었다.
툭-
성훈의 장난에 웃으며 먹여주던 모니카의 어깨가 흔들렸고, 손에든 음식이 성훈이 바지위에 떨어졌다.
“아, 죄송해요.”
당황해서 급하게 떨어진 음식을 짚는 모니카였다.
“어?”
단단한 무언가가 그녀의 손에 느껴졌다.
Teach me. Teach me Plz.
꿈틀거리는 성훈의 동생이었다.
“죄, 죄송해요.”
급하게 손을 빼는 모니카였다.
바라본 성훈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있었다.
“음... 흠, 난, 난 괜찮아요.”
‘뭐가 괜찮다는 거야. 바보.’ 모나카는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대답하는 성훈이 귀여웠다.
“닦으세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책상에서 티슈를 뽑아 건네는 모니카였다.
“.......”
큰 눈이 데구루루 굴러가는 소리가 방안에 들리는 듯 했다.
‘왜 그러시지?’
모니카가 의아하게 성훈을 바라봤다.
“닦... 닦아줘요.”
“네?”
불타오르듯 뻘건 얼굴로 부탁하는 성훈에게 놀라 되묻는 모니카였다.
“모니카가 닦, 닦아줘요. 나 손 올릴 힘도 없어서 모니카가 밥도 먹여주잖아요. 근데 그걸 어떻게 닦, 닦아요.”
뻘겋다 못해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는 얼굴로 부끄러워하며 억지 부리는 성훈이었다.
“......, 변태.”
모니카의 짧은 말에 성훈은 모니카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도련님, 이렇게 변태였어요?”
모니카가 그런 성훈이 귀엽다 생각하면서 더 몰아 세웠다.
“남, 남자가 변태인 게 어때서요.”
지진 난 동공으로 다른 곳을 보며 우기는 성훈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코끝에 맺혀 있었다.
“어머, 그럼 진짜 변태였어요?”
조금 과장된 표전으로 묻는 모니카에게
“.......”
성훈은 아무 말도 못했다.
성훈을 괴롭히는 모니카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네, 모니카한테 만요······.”
낮고 굵은 목소리가 찐하게 모니카를 덮쳤다.
“어머,”
이번에는 진짜 놀란 모니카의 두 눈이 동그라졌다.
“왜... 내게만.......”
모니카의 음성이 잦아들어가 들리지 않았다.
“......, 어서요.”
재촉하는 성훈에 의해 더욱 붉어지는 모니카의 고은 두 뺨이었다.
쿵쾅쿵쾅, 콩당콩당,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방안에서 뛰고 있었다.
"......."
Hallelujah.
모니카의 손이 스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성훈의 동생이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얇은 천위로 느껴지는 성훈의 동생에 콩당콩당 모니카의 심장이 더욱 빨라졌다.
‘내가 미쳤나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모니카가 민망함에 급히 손을 떼려 했다.
그 손위로 포개지는 성훈의 커다란 손이었다.
“더 해줘요.”
굵고 탁한 성훈의 목소리가 떨고 있었다.
따듯한 성훈의 손에 덮인 길고 고운 모니카의 손이 뜨겁고 단단한 성훈의 그것을 덮고 있었다.
“.......”
차마 성훈을 보지 못하고 손을 오므리는 모니카였다.
단단한 기둥이 손 전체에 느껴졌다.
콩당콩당, 두근거리는 모니카의 가슴마냥 성훈의 동생도 뛰고 있었다.
타오르듯 붉어지는 얼굴의 모니카는
덮인 성훈의 손이 인도하는 데로 위아래로 고운 손을 따라 움직였다.
고개를 돌린 모니카의 고개가 수줍은 듯 숙여 있었다.
언제부턴지 성훈이 움직이지 않아도 혼자서 행위를 계속하는 모니카였다.
방안의 공기가 음란하게 뜨거워졌다.
“음...”
이상한 소리를 낸 성훈이 모니카의 손을 멈춰 치우게 했다.
“........?”
스윽-
한 번에 속옷까지 벗은 성훈의 하체에서 ‘툭’ 하고 화난 무언가 나타났다.
“모니카?”
성훈이 불렀지만 모니카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두근대는 심장이 목구멍을 막고 있었다.
성훈의 손이 모니카의 손목을 잡고 끌어갔다.
아까보다 뜨거운, 뜨거운 성훈의 화난 동생이 모니카의 손에 잡혔다.
손안에서 툭 튀어나온 그곳의 혈관이 두근대는 게 느껴졌다.
다시 아까의 행동을 계속하는 모니카였다.
Use mouse, Use mouse.
성훈의 동생이 눈물을 흘렸다.
“모, 모니카... 입으로 해줘요.”
모니카는 하마터면 ‘그래요.’라고 말할 뻔 했다.
달아오른 모니카의 뺨이 홍시처럼 붉었다.
주저하는 모니카의 어깨를 성훈의 두 손이 눌러왔다.
허물어진 상체에 숙여진 모니카의 얼굴이 푸른빛이 도는 긴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
‘오빠는 뭐하고 있을까?’
빨대에 작고 도톰한 입술을 대고 음료를 빠는 이레네였다.
학원 휴게실에 앉아 바나나 항아리 우유를 먹는 이레네는 작은 손을 들어 단팥빵 봉지를 잡았다.
“또 단팥빵이야? 질리지도 않아?”
앞에 앉은 마른 멸치 같은 붉은 머리의 청년이 에너지음료를 손에 들고 말했다.
“이게 왜 질려? 얼마나 맛있는데.”
봉지를 찢고 ‘앙’ 하고 한입 베어 무는 이레네였다.
“진짜 징하게도 먹는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못 참고 먹는 거야?”
“배고프단 말이야. 어제 새벽에 응급실 갔다 와서 아침 못 먹고 왔어.”
“병원 갔었어? 어디 아파?”
왕이펑이 짐짓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레네를 바라봤다.
“응? 아, 내가 아니고 오빠가 다쳤어. 앙.”
“건물주님이? 어쩌다가?”
“새벽에 오빠 방에 갔다 내려오던 엄마가 우릴, 아. 나와 스미스 아저씨를 보고 귀신인줄 알고 소리 질렀거든. 그래서 놀란 오빠가 계단을 뛰어 내려오다 우당탕 굴렀지 모야. 앙.”
오물거리며 할 말을 다하고 다시 빵을 한 입 무는 이레네였다.
에너지음료를 한 모금 마신 왕이퍼이
“아... 그랬었구나......”
하고 혼잣말 하다 놀라 이레네의 눈치를 봤다.
“앙.”
이레네는 불 켜진 눈으로 단팥빵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래서, 많이 다치셨어?”
“아니, 발목 인대가 놀란 거래. 다행이지 모. 깁스도 했으니까 며칠 있으면 다 날거야.”
“큰일 날 뻔 했네. 깁스 했으니까 이제 계속 집에만 있어야 되겠다.”
“아마도? 앙.”
이레네가 마지막 한 조각을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입안에 넣었다.
불룩 나온 볼로 우물우물 빵을 씹는 모습이 귀여웠다.
“근데......, 츄르륵”
빨대로 남은 우유를 끝까지 빨며 빵을 넘기는 이레네였다.
“응?”
“어제 가게에 모 두고 간 거였어? 우리 병원 갈 때 보니까 너 다시 돌아오더라?”
“.......”
왕이펑의 작은 실눈 속에 검은 눈동자가 커지며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딩동댕-
“종쳤다. 수업 들어가자.”
왕이펑의 대답도 듣지 앉고 별일 아니라는 듯,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레네였다.
휴게실을 나서는 이레네의 뒷모습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왕이펑은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