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고백 ##########################
“비 온다. 파라솔 쳐라.”
왕이펑이 가게에 오자마자 정 사장이 말했다.
“저 빨간 차는 모죠?”
건물 맞은편에 못 보던 빨간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건물주님 손님 같던데, 가정부 오고 여자 손님이 없었는데... 하여간 능력도 좋아.”
성훈의 능력에 내심 부러워하며 경탄하는 정 사장 이었다.
“여자였어요?”
“어, 게다가 이뻐.”
정 사장의 정보에 왕이펑의 눈이 살짝 빛났다.
왕이펑이 느릿느릿 테라스 파라솔을 치기 시작했다.
“이펑아~ 빨리하자.”
“네!”
정 사장의 재촉에 입으로만 대답하는 와이펑이었다.
잠시 뒤,
늘씬한 몸매에 약간 통통한 볼을 한 미녀가 건물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찰칵.
미리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들고 어색하지 않게 몰래 사진을 찍었다.
- 둥지 방문. 조사바람
짧은 문자와 사진을 전송한 왕이펑이었다.
반짝였던 그의 눈빛이 사라지며 다시 빠르게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선글라스를 낀 여자의 시선이 백미러에 비춰 그를 보고 있었다.
***
달달달달-
소파 테이블 위에 놓인 주스 잔에 미세한 물결을 일렁였다.
소파에 안자 다리를 떠는 성훈이었다.
검지를 입에 문체 검은색 동공이 초점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언제 갖다 놓은 거지?’
장미를 내보내고 들어온 집은 음산할 정도로 조용했다.
꽉 닫힌 모니카의 방문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봤나?’
위층 소파 테이블에 올려 진 다과 쟁반을 보며 성훈은 다시 소름이 돋았다.
방에서 자신과 장미가 키스하는 것을 모니카가 봤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며 심장이 내려앉았다.
‘날 쓰레기라 생각하겠지... 모니카와 방금 전 그 짓을 하고 바로 집에 여자를 불러 또 그 짓을 한다고 생각할거 아냐...’
“아아~ 아~~”
심란한 마음에 성훈이 답답한 탄성을 내지른다.
“난 쓰레기야.”
자학하는 성훈이었다.
‘장미 씨는 왜 와서...’
장미 탓으로 돌렸다가,
‘올라 왔으면 무슨 인기척이라도 하지...’
모니카의 탓으로 돌렸다가,
'아냐, 했는데 내가 정신이 팔려 못 들었을 수도 있어... 그래서 문을 조용히 열었다가... 아악!‘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성훈이었다.
‘아. 망했다.’
‘어떡하지... 이에 뭐 묻어서 떼어 준 거라고 할까.’
혀로?
말도 안 되는 핑계거리를 억지로 만들려니 머릿속이 터질 듯 아파왔다.
한동안 썩은 짚단처럼 소파에 너부러져 있던 성훈이,
“하...”
‘일단은 부딪혀 보자.’
벌컥 벌컥.
준비되었던 주스 두 잔을 연속으로 다 마신 후 쟁반을 들고 밑으로 내려갔다.
***
딱 딱 딱 딱 딱-
주방에 내려오니 모니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죄 진 게 있으니 살금살금 주방으로 들어온 성훈이었다.
쟁반을 들고 바라보는 모니카의 뒷모습은 평소와 변함없어 보였다.
그리고...
큰 키에 완벽한 곡선을 이룬 모니카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특히 딱 붙는 칠보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니카의 엉덩이는...
꿀꺽-
방금 전에 계단에서 그곳에 자신을 짚어 넣었단 사실이 성훈은 믿기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참.’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생각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덜컹.
식탁에 쟁반을 내려놓는 소리에 모니카가 돌아봤다.
“도련님?”
“네... 네?”
모니카가 자신을 부르니 긴장되어 말까지 더듬었다.
“거기 두고 가세요.”
잠시 얼음이 되어 있는 성훈에게 모니카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 끝인가?’
‘그래, 좀 진정된 다음에 물어봐도 될 거야.’
용기 내어 내려온 성훈이지만, 모니카와의 한 번 대화에 쪼그라진 심장이 그를 다시 올려 보내려 했다.
응흥흥~
뒤 돌아 나가는 성훈 뒤로 주방에서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
‘콧노래? 설마... 지금 기분 좋은 거야?’
다시 돌아본 모니카는 요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 모니카.”
“네?”
고개를 돌려 대답하는 모니카의 얼굴을 다시 살펴보니 화나거나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 괜찮아요?
“뭐가요?”
“아까... 장미씨...”
“아... 뭐... 좀... 그래도 도련님 손님인걸요...”
더듬거리며 말은 했지만, 모니카는 그렇게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
‘보지 못한 건가? 그냥 장미 씨랑 마주치기 싫어서 문 밖에 놓고 내려간 거?... 아싸~!’
성훈의 머릿속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고... 고마워요.”
영문 모를 성훈의 고맙단 인사였지만 모니카는 환하게 웃어 줬다.
그 미소에 졸았던 성훈의 마음이 살살 녹아 흐물흐물 해 졌다.
모니카는 다시 뒤 돌아 요리하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모니카의 엉덩이가 다시 성훈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계단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사이였다.
성훈이 용기를 내어 뒤에서 한 발 다가갔다.
“뭐 만들어요?”
모니카의 어깨 너머로 하고 있는 요리를 묻는 성훈이었다.
모니카의 은은한 체향이 성훈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모니카가 무슨 외국 이름을 말 했지만 성훈의 귓가에 들려오진 않았다.
“맛있겠다...”
모니카의 귓가에 살짝 애기하며 보다 접근하는 성훈이었다.
농염한 모니카의 커다란 엉덩이가 성훈에게 닿아 물컹했다.
“어머.”
살짝 놀라 모니카는 잠시 하던 일을 멈췄다.
하지만 다시... 약간 상기된 얼굴로 하던 요리를 계속 하는 모니카였다.
모니카의 등 뒤에 붙은 성훈의 허리가 조금씩 앞으로 나와 모니카의 엉덩이를 문질렀다.
모니카의 체향이 더 짙어지는 듯 했다.
딱, 딱, 딱, 딱-
“아까... 계단에서...”
요리하는 소리 뒤로 성훈의 목소리가 작게 속삭였다.
귓가에 불어오는 성훈의 따뜻한 바람에 모니카의 고개가 움찔 거렸다.
성훈의 손이 모니카의 허리에서 올라가며 매끄러운 그녀를 쓰다듬었다.
“......”
모니카의 두 손이 다시 멈췄다.
“아흥.”
모니카의 큰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니 모니카가 작은 비음을 흘렸다.
“하지 마세요. 방에 이레네 있어요. 아... 흐응.”
모니카의 커다란 젖가슴을 주무르며 이미 딱딱해진 하체의 물건으로 모니카의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모니카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성훈의 손이 허리를 타고 앞으로 와 모니카의 하의 속으로 사라졌다.
미끄덩거리는 액체가 성훈의 손끝에 만져졌다.
“... 그만,”
달뜬 목소리의 모니카가 손을 들어 성훈을 손을 잡았다.
“담에... 담에 해요. 우리.”
성훈에게 돌아서 말하는 모니카의 두 뺨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름다웠다.
성훈의 두 손이 다시 젖가슴을 주무르며 덮쳐왔다.
하지만, 이번엔 모니카의 저항이 완강했다.
“나중에...”
작은 소리로 성훈을 달래듯 모니카가 말했다.
그리고선 실망한 성훈의 얼굴에,
쪽-
짧게 뽀뽀해 줬다.
잠시 멍해있던 성훈이 미소 지었다.
“저녁 맛있게 먹을게요.”
“네, 이따 부르면 내려오세요.”
미소 띤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서 있었다.
***
응흥흥~
가벼워진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성훈에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장미의 등장으로 모든 일이 꼬이나 걱정했는데, 결국은 해피엔딩!’
신난 성훈이었다.
“응?”
계단을 다 오르자 먹구름으로 어두워진 실내에 살벌한 기운이 느껴졌다.
“... 이레네?”
소파에 앉아 있는 이레네가 돌아보지도 않고 테이블 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이레네, 언제 올라왔어?”
성훈이 수상한 이레네의 낌새를 눈치 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불길했다.
‘얼굴에 가면만 쓰면 지금 딱 다스베이던데...’
이레네가 풍기는 분위기에 성훈이 긴장했다.
“오빠.”
자신을 부르는 이레네의 목소리에 감정이 없었다.
약간 슬퍼 보이기까지 한 큰 눈이 흐리멍덩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아까 그 언니 모야?”
성훈이 긴장했다.
“장... 장미?”
되묻는 성훈의 목소리가 쫄아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관계냐고.”
미간을 좁히며 올라간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말했잖아. 그냥 일하다 만난 사이라고.”
말없이 성훈을 노려보는 이레네의 눈에서 눈동자에 불꽃이 일며 쌍심지가 켜졌다.
“일 하다 만나면 막 키스해?”
헉.
성훈은 한 방 먹은 듯 외마디 비명을 겨우 참았다.
“봐... 봤어?”
부르르 떠는 이레네의 몸에서 물이 차올라 큰 눈에 고였다.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건 사고였어... 장미 씨가 일방적으로... 난 당한거야.”
“가만있던데?”
‘맙소사... 어디까지 본거야...’
성훈은 머릿속이 하얘지며 백지가 됐다.
놀라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는 성훈을 보며 이레네가,
주르륵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레네의 눈물에 착한 성훈이 더욱 당황했다.
“남... 남자는 그렇게 당하면 보통... 어쩔 수 없게 되... 그게 여자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다 그래. 그래도 바로 뿌리치고 보냈잖아. 내가 막 화도 내고 그랬어.”
당황한 성훈이 아무 말이나 막 지껄였다.
“지금 싫은 데도 했다는 거야?”
“아니... 남잔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잠시 얼음이 된다니까. 네가 여자라서 모르는 거야. 이건 남자의 생리적인 부분이야. 네가 이해해야 돼.”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성훈은 일단 우기기로 했다.
‘이레네가 왜 이렇게 까지 상처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진정시키고 봐야겠다.’는 성훈의 생각이었다.
“그 말을 지금 믿으란 거야?”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거야. 나도 당한 거래니까. 그 담에 바로 장미 씨 보냈잖아. 막 나가라고 소리쳤어. 내가.”
성훈이 굴하지 않고 막 우기자 이레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성훈이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살피며,
“나도 싫었어. 당해서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끝까지 주장을 꺾지 않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골똘히 무엇을 생각하던 이레네가 고개를 들어 성훈의 눈을 똑바로 보더니 다가온다.
“당한 거라고~?”
비틀린 이레네의 어조에서 성훈이 뒤로 몸을 젖혔다.
“그... 그래.”
“시험해 봐야겠어.”
이레네의 입술이 성훈의 입술을 덮쳤다.
픽.
퓨즈가 나간 거처럼 성훈은 머리가 정지했다.
이레네의 혀와 몇 번 놀아난 뒤 이레네가 입술을 떼어서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음... 그럼, 앞으론 나한테만 당해.”
붉게 상기된 얼굴로 휙 돌아서 계단을 급히 내려가는 이레네였다.
애긴 줄 알았던 이레네의 향기가 농염이 실내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