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화 (95/96)

형수님이 안 된다고 하자 몹시 아쉽기도 하고, 약간의 원망도 들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형수님과의

섹스를 미련없이 마음에 담아두고 훌훌 잊어버리기로 했다.

얼마 후 대학결과 발표가 났고, 당연히 난 대학에 떨어졌다. 예상한 결과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집에 내려갈까, 취업이나 할까 한참을 고민한 결과 형과 상의 끝에 재수를 하기로 했다.

얼마나 열심히 할지 자신은 없었지만 남들 다가는 대학은 왠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렵게 재수를

결심했다. 재수를 결심하고 부모님들이 올라와 같이 자취할 방을 보러 다녔다. 창민형의 집에 계속 살고

싶긴 했지만, 신혼집에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었다. 여러군데 보러다닌 끝에 부모님과 나는 재수학원에서

가까우면서 가장 싼 방을 선택했다. 학원에서 위치도 괜찮았고, 남자 혼자 살기엔 나쁘지 않게 방도 깨끗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형 집에서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먼 곳이라는게 조금 아쉬웠다.

부모님은 나의 이사를 도와주고 내 방에서 하룻밤 묵었다 가셨다. 터미널까지가서 부모님을 배웅하는데 괜시리

속만 썩여드리는 것 같아 죄송했다.

"남자녀석이..울먹거리긴.."

"죄송해요..아버지.."

"됐어~ 어차피 니가 결정한거니..열심히 하고..알겠냐?"

"네!! 열심히 할께요~"

"그래..그럼 들어가~"

"네..가끔 찾아뵐께요~"

"됐어~ 공부하는데"

그렇게 부모님이 가시는 모습을 배웅하고 집으로 오는데 자꾸만 맘이 찡했다. 불효자식이라 그런건지..

집에 와 방정리를 마저하고, 근처의 재수학원에 접수를 하고 오니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로가 몰려와 이불도 펴지않고,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을 정신없이 자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깼다.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하암~~ 몇 시지..흐음...9시...9시!!!!으악~!! 첫 날부터 지각이야~ 돌겠군!!"

난 서둘러 일어나 대충 세수를 하고, 아무 옷이나 걸쳐입고 학원으로 뛰어갔다. 뛰는내내 배가 고파

죽을 거 같았다. 학원 첫날부터 밥도 못 먹고 지각이라니..참 한심했다. 학원에 도착하니 9시30분이었다.

조심조심 뒷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니 수업은 한참 진행중이었다. 빈 자리가 없나 두리번 거리던 중

딱 한 자리 비어있는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가 자리에 앉으니 옆에 있는 여학생이 날 보며 웃었다.

"오늘 처음 본 애 같은데..첫 날부터 지각이야?"

"어??어어..그렇게 됐네;;"

"왠 반말??몇 살이야?"

"너부터 반말했잖아.."

"웃기네..난 21살이거든~"

"21살? 난 20살인데..;;그럼 너 올해가 삼수하는거야?"

"이게 죽을라고~!! 삼수얘기하지마~ 그리고 너라니!"

"거기~~!! 떠들려면 밖에서 떠드세요~"

선생님의 지적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흘낏 우리를 째려보고 지나갔다. 우린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만을

바라봤다. 옆에 있던 여자는 날 째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너~ 수업 끝나면 두고봐!!"

"왜~내가 뭘..."

그렇게 정신없는 첫 수업이 끝나고, 오전수업이 끝나니 12시였다. 배도 고프고 옆에서 계속 째려보는

누구(?)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야~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왜??"

"이게 죽을라고~ 가자면 가는거지~"

이름도 모를 그 여자는 나의 귀를 잡아당겨 밖으로 이끌었다.

"아아~~~ 아파~ 이것 좀 놓고~ 따라갈께~"

"진작에 그럴 것이지ㅋㅋ 내가 근처 맛있는 식당 섭렵하고 있으니까 따라오기나 해~"

"어련하실까...삼수인데..ㅎㅎ"

"야~!! 너 뭐라고 했어?"

"아냐~ 누나~ 헤헤..맛있는 거 사주세요~"

"웃기시네..좀 전까지 반말하더니~ 야 존댓말하니까 징그럽다 그냥 반말해~"

"알었어..ㅎㅎ"

"근데 넌 남자가 먼저 이름도 안 말하냐? 매너없게~! 난 세진이라고 해~ 넌?"

"난 정민이야~"

"그래?ㅋㅋ 흔한 이름이네~"

"너는.."

"너? 이게 누나라고 하랬지~"

"알앗어~ 누나~ 세진누나~ 됐지?"

"그래~ㅋㅋ"

좀 정신없이 말이 많은 거 빼곤 괜찮은 거 같았다. 얼굴도 꽤나 귀여워보였고, 긴 생머리도 맘에

들었다. 학원에서 처음 사귄 사람치곤 나쁘지 않았다. 덕택에 공짜밥도 얻어먹고 말이다. 

학원생활이 일주일쯤 지나가자 점점 적응이 되어가고, 지각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친해진 사람이라곤 세진누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세진누나에 대한 나의 호감도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자꾸 친구이상의 이성으로 느껴져 마음이 복잡했다. 

'휴..나같은건 남자로도 안 볼텐데~ 에구..'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진누나는 항상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나를 대했다. 그럴때면

남자로 날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몹시도 아쉬웠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수업을 마치고 세진누나가 

나한테 연락이 왔다.

"야~ 수업 마쳤냐?"

"어~ 오늘 왜 오후 수업 안왔어??"

"일있어서~ 오늘 바쁘냐?"

"아니 괜찮아~ 왜?"

"나 학원 앞인데 안 나오냐?"

"공부 좀 하고 갈라 그랬는데.."

"시끄러~!! 얼른 나오시지~"

난 세진누나의 말에 영문도 모르고 학원 밑으로 내려갔다. 세진누나는 학원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패션으로 옷을 입고 있었다. 짧은 미니스커트와 가슴쪽이 파인 브이넥티를 입고 있었다. 난 갑자기

침을 꿀꺽 삼켰다. 내 자지가 단단해져 오는 느낌이 들었다.

"호호~ 놀랬니?"

"어?아니~ 놀라긴..ㅎㅎ"

"뭐~ 놀랐구만~"

"아니래도~"

"알았어~ 그건 그렇구 오늘 안 바쁘댔지?"

"어~ 왜 그래?"

"그럼 너네집에가서 술 한 잔 하자고~ 술 못 먹는거 아니지?"

"아니~ 술이야 마실 줄 알지~ 알았어 가자~"

난 세진누나를 나의 집으로 데려갔다. 집으로 가는내내 세진누나쪽으로 자꾸 시선이 가 흥분되서 죽을 거 

같았다. 평소엔 청바지에 무난한 티만 입어서 몰랐는데, 이런 옷을 입으니 가슴도 제법 크고, 엉덩이도

상당히 풍만한 편인 거 같았다. 우리는 집 앞의 편의점에서 맥주랑 소주, 안주를 잔뜩 사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곤 깔끔하네~"

"뭐..그냥 그렇지~;;"

"아냐~ 내가 본 집치고 제일 깔끔하다~"

"내가 본 집??다른 집도 가봤단 얘기야??"

"너 지금 질투하니~호호~ 그냥 구경만 했단 얘기거든~"

"질투는 무슨;; 그냥 물어본거지~"

"알았어~ 질투라고~ 질투해도 돼~ㅋㅋ"

"으휴~ 못 살어~"

세진누나와 잡담을 하며 난 술상을 차려왔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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