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3/96)

사정하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눈이 감겼지만 억지로 참으며 버텼다. 보영이는 내 정액을 입술에

살짝 뭍히곤 해맑게 웃으면서 일어났다.

"헤헤~ 그러니까 앞으로 조심해~ 알았지?"

"하아..하아..그래~ 한 번만 더 그랬다간 내 자지 안 남아나겠다~"

"그래..히히~"

그렇게 정신없이 차를 몰아 어느새 우린 서울에 다 도착해가고 있었다.

그런 일들이 있은 후 난 또다른 일(?)들을 만들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보영이가 갑자기 바빠지는

바람에 다른 일들을 전혀 계획할 수 없었다. 보영이네 회사가 바쁜건지 지난주에 일요일까지 근무해서

이번주는 조금 한가하나 싶었는데, 이번주도 바쁜지 토요일 오후인데 일이 많다고 나가버렸다. 

마땅한 약속도 잡혀있지 않았던지라 난 일주일동안 밀린 빨래며 설거지, 청소나 해 줄 생각으로

구석 구석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거의 일주일동안 청소를 제대로 안 하고 살다 보니 집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금방 끝날 것 같던 청소가 무려 5시간이나 넘어가서야 어느 정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꽤나 힘들긴 했지만, 주말도 없이 일할 보영이를 생각하니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안정리가 다 되었고, 난 마무리로 쓰레기를 버리려고

뒷베란다로 나가 쓰레기통을 부어서 분리수거를 하려고 했다. 근데 쓰레기통을 거꾸로 붓는데

똘똘 뭉쳐진 팬티스타킹이 하나 보였다. 근데 대충 상태를 살펴보니 꽤나 멀쩡해 보이는 팬티스타킹이었다.

'뭐지..정신없어서 빨려고 하는 걸 여기 버렸나..'

난 혹시나 빨려고 하는 걸 잘못 버렸나 싶어서 팬티스타킹을 구석구석 살폈다. 다리쪽은 별 이상이

없다 싶어 위쪽을 보니 팬티스타킹의 팬티쪽 중앙부분이 정확하게 길게 쭈욱 찢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찢기라도 한 것처럼..

'뭐지..정확하게 보지있는 부분인데...'

난 혹시나 내가 최근에 팬티스타킹을 입히고 보영이랑 섹스를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봤다. 분명 바빠서

정신이 없었지만, 지난 일주일동안 보영이랑 두 번의 섹스를 한 게 기억에 남아있었고 팬티스타킹을

입힌 체 섹스를 한 기억은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설마 바람피나??...에이 그럴리가..'

난 뭔가 찜찜하긴 했지만, 내가 괜한 오해를 하는게 아닌가 싶어 그냥 넘겨버렸다. 그렇게 쓰레기까지

다 치우고 나니, 허기가 져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뒤 편안하게 앉아서 티비를 틀어놓고 쇼파에

누웠다. 오랜만에 이렇게 혼자서 있는 한가한 시간이라 그런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보영이랑 둘이 같이 붙어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자세도 편하고, 배가 불러서인지 나는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쇼파에 누워 한참을 곯아떨어져서 자다가 깨보니 시간은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뭐야??완전 오래잤네..겨우 그깟 청소 좀 했다고 몸이 이리 피곤한가...아휴~ 나도 운동 좀 해야겠군..'

"그나저나 얘는 왜 안 오는거야~"

난 저녁도 혼자 먹으려니 왠지 홀아비같아서 보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보영이는 바쁜지 신호음만

가고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저녁도 혼자 먹어야겠군~ 이거 원~ 일주일만에 내 신세가~"

난 혼자서 식탁에 앉아 신세한탄을 하며 저녁을 먹었다. 혼자 먹어서 그런지 입맛도 그다지 없어

대충 몇 술 뜨다고 치우고 다시 쇼파에 가서 누워 티비리모콘만 만지작 거렸다. 이상하게 보영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귀찮았다. 계속 누워 뒹굴거리고 있는데 벨소리가 울렸다.

초인종을 보니 보영이었다. 난 얼른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왔어~~ 울 보영이 수고 많았어~"

"으응~ 많이 늦었지~ 미안해 일이 좀 많아서~"

"아냐 괜찮아~ 저녁은 먹었어?"

"어~ 회사에서 그냥 대충..오빠는?"

"나두 먹었지~"

"그래 잘했네~~ 난 또 혼자 있어서 굶나 했더니"

"굶긴~ㅋㅋ 내가 오늘 집안청소도 다 했다~ 잘했지?"

"그래~ 잘했네요~ㅋㅋ아휴~ 근데 무지 피곤하다~"

"그래~~ 얼른 씻고 좀 쉬어~"

"어어~ 알았오~ 나 일찍 잘래~ 내일도 출근이거든"

"내일도?? 일이 그렇게 많어?"

"어~ 좀 그렇네.."

"그래.."

난 그렇게 안방으로 들어가는 보영이를 지켜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영이의 까만 스타킹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도 팬티스타킹인가...'

뭔가 꺼림칙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내 예상인지라 난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있다 안방에 들어가보자 보영이는 피곤했는지, 씻고나와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많이 피곤한가..코까지 고며 가네..아~~ 섹스 안 한지도 몇일째야~~ 죽겠군...그나저나 내가

괜히 이상한 생각한거 같네..이리 피곤하게 자는 애를...'

난 괜시리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한 것만 같아 보영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낮잠을 많이

자서 잠이 안와 나가서 티비나 보려고 나오려는 그 순간 휴지통 구석에 똘똘 뭉쳐진 뭔가가 보였다.

'스타킹!!'

난 조심스레 몰래 스타킹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스타킹을 펴 보았다. 역시나 팬티스타킹이었다.

그것도 아까처럼 보지쪽이 길게 찢어져있는!!....

'뭐지..회사 갔다 온 사람이 왜 이렇게 이런거지..휴...갈피를 잡을 수가 없네..'

분명히 회사를 간다고 했는데 날 속이고 있는건지, 아니면 다른데를 간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쇼파에 앉아 아무리 혼자 머리를 굴려봐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일 미행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난 보영이가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일부러 누워서 자는 척을 했다.

"오빠 안 일어나?? 나 지금 나간다~"

"어~ 그래 나 조금만 더 누워 있을께~"

"알았어~~"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난 일어나서 얼른 대충 옷을 챙겨입었다. 이미 샤워는 미행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씻은 상태였기때문에 따로 씻을 필요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내 차로 가려고 보니 보영이의 차가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아파트를 나가고 있는게 보였다. 

난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고 조심히 보영이를 미행했다. 한참을 따라가 보영이가 선 곳은 놀랍게도

회사였다.

'뭐야..그럼 회사에 간 게 맞는거야??'

난 머릿 속으로 상황정리를 해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그 스타킹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냥 단순한 내 오해였던 것인가.. 차에 앉아 한참을 생각해봐도 내 오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난 괜시리 보영이를 오해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보영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냐..미친 놈..;;'

난 혼자서 자책을 하다 좋은 생각이 들었다. 보영이에게 깜짝 도시락을 싸들고 갈 생각을 한 것이다.

시계를 보니 이제 10시30분이었다. 난 근처의 피씨방에 들어가서 대충 시간을 죽이며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피씨방에 와서 그런지 딱히 할 것도 없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졌다. 10분이 지날때마다 거의 한 번씩 시계를 보다보니 드디어 시계는 12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됐다~ 나가자..아고~ 지루해..젊었을때 피씨방에서 뭘 했나 신기하군..ㅎㅎ 이리 할 것도 없는데..'

난 얼른 피씨방비를 지불하고 나와 근처의 일식집에 들어가 보영이와 둘이서 먹을 도시락을 사서 나왔다.

'ㅋㅋ 보영이가 좋아죽겠군~ 이런 이벤트는 상당히 오랜만이니~ㅎㅎ'

난 보영이가 기뻐서 나에게 안기는 즐기는 상상을 하며 보영이의 회사건물로 들어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수위아저씨 외에는 아무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어 상당히 한가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무도 타지 않고, 8층까지 가는데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일요일이라도..특근하는데..왜 이리 한가하지..점심들을 다 시켜 먹나~'

난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긴했지만, 별 신경쓰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보영이가 근무하는 

사무실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무실로 가는 내내 사람들 인기척도 들리지 않고, 사람들도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았다.

'보영이 혼자 특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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