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96)

"ㅋㅋ 수고했다~ 얼른가라~"

"네에..허억..즐거운 시간되십시오.."

웨이터는 거친 숨소리를 고르며 옷을 입고 룸 밖으로 나갔다.

"ㅋㅋ 저 년 저러고 있으니~ 진짜 졸라 걸레같지 않냐?ㅋㅋ"

보영이는 힘든지 테이블 위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야~ 우린 먼저 갈테니까 저 년 수습해서 집에 잘 데려가라~ 오늘 잘 놀았다~"

"네에~ 형"

"아~ 그리고 수진인가 얘는 우리가 데려갈께~"

"형~ 무슨 짓 하면 안돼요~"

"알어~ 나도..ㅋㅋ 새꺄~ 내가 무슨 강간죄로 잡혀갈 일 있냐~ 알아서 택시 잘 태워서 보낼테니까

저 년이나 잘 챙겨~"

"알았어요~ 형~ㅋㅋ"

민호형과 기태는 수진이를 업어서 데리고 나갔다. 난 보영이에게 다가갔다.

"흐흑...이제 만족해?"

"보..보영아.."

"이제 만족하냐고...흐흐흑...나 완전 창녀년 같지? 그치? 이제 만족하냐고...흐흑..이게 오빠가

바라는 내 모습이야?"

"그..그게.."

보영이는 천천히 일어나 온 몸을 물티슈로 닦고 옷을 입었다.

"보..보영아..그게 그러니까.."

"됐어..오빠 말 듣고 싶지 않아..흐흑.."

"미..미안해..내가 잘못했어~ 응?"

"됐어..놔..잡지마..나 생각할 시간 좀 줘..흐흑..생각 좀 하고 연락할께.."

"보..보영아.."

"갈께..흐흑.."

보영이는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룸을 걸어갔다. 나가는 보영이를 보며 도저히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내 욕심때문에 무슨 짓을 한 거지..안 돼..가지마..가지마..'

하지만 그 말은 입 속에서 맴돌뿐 말로 나오지 않았고, 한참을 난 멍하니 룸에 앉아 있었다. 바보같이

멍하게 있다 도저히 그냥 보내면 안 될거 같아 따라나가니 이미 보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보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발..제발 받아라..제발 받어!!!'

그런 내 마음과는 반대로 보영이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10번을 해도, 20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자취방에

가서 보영이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는 애가 우리 집에 올 리는 없었지만, 혹시나

집에 와 기다렸지만 보영이는 끝내 오지 않았다. 보영이의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 기숙사에 들어왔냐고 

물어봤지만 보영이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집에 간 거 같다는 추측만이 들었다.

'휴..어딜간거야..대체..전화도 받지 않고...미치겠군...내가 미쳤지..내가 미쳤던거야..'

계속해서 후회를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내가 내 욕심에 일을 저지른거니 백 번, 천 번 

잘못했다는 말 이외에는 내가 할 말은 없었다. 밤을 꼬박 새우며 그녀에게 가끔 전화를 해 보았지만,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음성만이 나오고 있었다. 아침이 되었지만, 끝내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미칠 것만 같았다. 내 욕심에 그 착한 애를 그렇게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

'바보..멍청이...쓰레기 같은 놈...이게...휴...'

끝없는 한숨과 눈물이 나왔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보영이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가끔 학교에 찾아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연락을 한 사람도 본 사람도 없다고

했다. 하긴 방학이라 학교는 잘 오지 않을꺼라 생각은 했지만, 조금의 기대를 하고 왔지만 결국 건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에게 물어도 알지 못했고, 보영이의 집에 있을꺼야라는 생각만 할 뿐 찾아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집에 찾아갈 순 없었다. 그리고 연락이 끊긴 지 10일째 

되던 날 보영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오빠 집 앞 공원이야..나와..'

정말 살면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난 문자를 받고 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지, 내가 오늘 씻긴 했는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지금 중요한건

보영이를 지금 최대한 빨리 봐야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공원에 도착하자 앉아있는 보영이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무척이나 수척해진 보영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거 같아

마음이 아파왔다.

"나....왔어.."

"그래...좀 앉아..."

우린 그렇게 말없이 계속 앉아있었다. 너무나 서먹 서먹한 사이가 된 거 같았다. 일주일 조금 넘는 시간동안

이미 우리는 모르는 사이가 된 거 같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런 어색한 침묵을 깨고 먼저 말문을 연 건 

보영이었다.

"나...생각 많이 했어..."

"그래...어떤 말이든 받아들일께.."

"많이 생각해 봤는데...나 아직도 오빠 사랑해.."

그 말이 정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수 없이 보영이에게 들어왔던 말이었지만, 지금 그 말은

너무나 특별했다. 그건 나에게 있어 한 줄기의 희망과도 같았으니 말이다.

"그..그래..나도 사랑해..미안해 정말.."

"그래..이제 미안하다는 말은 그만해.."

"어어.."

"근데..묻고 싶은게 있어...나한테 꼭 그랬어야 했어?"

"어?어??미..미안해..내가 미쳤었나봐.."

"아니..지금 뭐라고 탓할려고 하는게 아냐..그냥 궁금해.."

"뭐가...?"

"그냥..오빠랑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동안 오빠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어..남자는 누구나 3s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

"그래.."

"그걸 참기 힘들었던 거야..? 그 욕구를 꼭 채우고 싶었던거야?"

"휴........그런 거 같아...."

"그래...그래서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과 하게 한거야?"

보영이는 처음부터 있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 말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니.. 더 이상은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었다.

"휴...미안해..정말..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래서..만족했어?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랑 하는게?"

"솔직히...얘기해?"

"어어..솔직히 말해줘..."

"그래...이런 상황에 무슨 거짓말을 하겠니..솔직히 좋았어..처음엔 나도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많이하구..죄를 짓는거 같아 미안했는데..점점 그게 더 좋아졌어...그래서 나도 주체를 할 수 없었어.."

"휴...그랬구나...알았어..그래.."

"그래..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왔구나..받아들일께.."

"아니? 나 헤어질 생각 없어.."

"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분명 모든 걸 알고 헤어질 분위기로 말을 하더니..갑자기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나..자기가 생각하는 그런 음란한 여자가 될꺼야.."

"무..무슨 소리야? 지금..나한테 화나서 그래?"

"아니..나 많이 생각해봤어...솔직히 처음엔 오빠가 미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나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정말 오빠를 죽이고 싶을만큼 싫었는데..점점 마음을 가라앉히며 생각을 하니..조금씩 생각이 변해갔어..

그리고 내가 그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쾌감같은 걸 느꼈다는게 생각이 났어..분명 내가 죽어도 싫었다면...

그 순간이 끔찍했을텐데..이상하게 그 순간을 생각하면 너무 흥분해 참을 수 없었다는 기억만이 났거든.."

"그..그래서.."

"그리고 오빠는 나 만나기전에 다른 사람이랑 몇 번 했었다는 말도 생각이 났고..그래서 나 이제 좀 더 음란한 사람이

될꺼야..오빠도 다른 사람이랑 많이 했는데 나는 왜 못해? 그리고 오빠도 좋아하잖아..그러니까 나 음란해질꺼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