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허억..아고..힘들어.."
"모야...1년 사이에 체력이 떨어진고얌?히힛.."
"아니야~ 그냥 오랜만에 해서 그렇지.."
"알았어요~ 장난친거야~ 얼른 샤워하러 가자~"
보영이와 난 같이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맘 같아선 샤워하며 한 번 더 하고 싶었지만, 후진
자취방의 욕실인지라 욕실이 너무 추워 얼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보영이는 나의 팔에 기대어 있다가
피곤했는지 어느새 잠이 들었다. 보영이의 자는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난 보영이를 꽈악
끌어 안아 한 번 안고서는 보영이를 안은 체 나도 같이 그대로 잠이 들었다.
보영이와 즐거운 밤을 보내고, 며칠 뒤 보영이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머해?"
"머~ 그냥 있지~ 왜?"
"오빠~ 오늘 시간 돼?"
"오늘? 어~ 뭐 별로 할 일은 없는데 무슨 일인데?"
"아~ 나 오늘 어학연수때 봤던 사람이랑 보기로 했는데 오빠도 나올래?"
"그래?? 몇 명이서 보는데? 좀 사람 많으면 부담되는데~"
"몇 명 안 돼~ 두 명 나와~"
"그래? 그럼 나가지 뭐~ 몇 시에 보기로 했는데?"
"있다가 저녁7시에~ 괜찮지?"
"어~ 그 때 나갈께~ 어디서 기다리면 돼?"
"교보문고에서 기달려~ㅋㅋ"
"그래 알았어~ 그럼 있다보자"
"웅~ 오빠야 쉬오~"
안 그래도 지루하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학을 했더니 찾는 놈들도 없고, 너무 심심했는데
간만에 술약속이 잡혔으니 나에겐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어학연수에 갔던 사람들이 약간 궁금하기도 하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시간이 어찌나 안가는지 티비보다가, 컴퓨터 게임 하다가 열심히 시간을 죽이니
드디어 약속시간이 다되갔다. 대충 입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조금 기다리자 보영이가 왔고, 보영이를 따라
나갔다. 두 사람은 먼저 술자리에 가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근데 누구야?"
"아~ 나 어학연수 갔을 때 잘해준 오빠랑 언니~"
"뭐??오빠?????"
"뭐야~ 그 눈빛은?ㅋㅋ 설마 질투하는거심?"
"그래~ 질투한다!! 무슨 사이야??얼른 불어보시지!"
"사이는 무슨..ㅋㅋ 그냥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라니까~"
"어허~~~ 남자가 여자한테 그냥 잘해주는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휴~!!세상 남자가 다 오빠 같을까~ 그 오빠 나한테 흑심없거든요~"
"없어? 너가 어떻게 알어? 물어봤어~ 물어봤냐고!!"
"그건 아니지만;;하튼 아냐~ 질투 그만하고 얼른 가십시다요~ 그리 궁금하면 오빠야가
그 사람한테 물어보든가~"
"알았어~ 내가 직접 물어보지~ 이것이 감히 우리 보영이를~"
"됐네요~ 요상한 소리 그만 하고 얼른가~ 기다리겠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보영이가 다른 남자랑 하는 모습을 봐도 질투가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단지 잘해줬다는 느낌만으로 묘한 질투심이 생겼다. 나에겐 잘해줬다는 의미가 보영이를 좋아한다는
의미로 계속 생각이 들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하튼 기분이 그닥 좋진 않았다.
'별 걸로 질투를 다 하는군..뭐..정말 물어볼까? 그건 너무 유치한가;;'
진짜 물어볼까 생각해봤지만, 생각대로 너무 유치할꺼 같았다. 그래서 그냥 안 물어보기로 했다. 아니면
술을 좀 먹이고 물어보든가 해야지..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남녀가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보영이 남자친구분이시죠? 얘기 많이 들었어요 보영이한테~ 박지민이라고 해요~"
"아~ 네..반가워요 전 이창민입니다. 그쪽은?"
"아~ 전 박영민입니다."
"네~"
미우면 다 밉게 보인다고, 어째 이름도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새끼 왜 나랑 같이 민자가 들어가..기분 나쁘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두 사람 다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어려서 편하게 말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근데 어째 대화가 자꾸 어학연수쪽으로 이어져 난 그닥 할 말이 없어서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뭐야..이건 왕따도 아니고..완전 심심하네..젠장할..괜히 나왔나..'
내가 지루하게 보인게 느껴졌는지 보영이는 나에게 착 달라붙었다.
"오빠야~ 지루해??우웅?"
"그냥 뭐...난 잘 모르는 얘기들이니..ㅎㅎ"
"그래?? 많이 심심해?"
"아냐~ 아냐~ 계속 얘기들해~ 그냥 뭐 듣는 것도 나쁘지 않네~"
보영이가 나에게 그렇게 얘기하자 두 사람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진작에 물어보든지..심심해 죽을려니 물어보는군..눈치도 없는 것이야..--'
두 사람은 나의 나이, 학교, 취업준비, 연애 등등 이것저것을 한 참을 물어봤다. 아까 나한테
말 안 시킨 것 보상이라도 해주려는지 정말 엄청나게 물어댔다. 이것저것 다 대답을 하다보니,
어느새 두어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보니 둘 다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닌 거
같았다. 나름대로 성격도 괜찮았고, 술도 잘 마시고 뭐 괜찮은 사람들 같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차도 끊겼고, 그냥 들어가려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자자~ 다들 내일 별 일 없으면 내 자취방 가서 2차 어때? 다들 방학이잖아~ 뭐 바쁜 사람 있어?"
"아뇨~ 좋아요!! 가요~"
지민이와 영민이는 모두 좋다고 했고, 보영이도 흔쾌히 승락했다. 우리는 다 같이 택시를 타고 나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자취방 앞에서 지민이와 영민이는 술과 안주를 사온다며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보영이와 나는 먼저 자취방으로 들어와 보일러를 켰다.
"좀 춥지?"
"응~ 추워~ 좀 있으면 괜찮아 지겠지?"
"그래 방금 보일러 켰으니까 곧 따뜻해지겠지~"
"웅~ 오빠 근데 두 사람 어때? 괜찮지?? 둘 다 좋은 사람들이야 헤헷~"
"그래~ 뭐 나쁘지 않더라~ 근데 왜 자꾸 강조해~ 헤헷거리면서..;; 너 다른 맘 있는 거 아냐?"
"뭐야;; 아까는 그 사람이 나한테 흑심 있는거 아니냐더니..이제 나까지 의심해?"
"그런건 아니고~ 그냥 뭐..아니다;;"
"그래..뭐.."
분명 보영이말대로 좋은 사람은 분명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말 보영이하고 영민이하고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순전히 나의 느낌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까
슬쩍 슬쩍 보영이를 보던 영민이의 눈빛은 글쎄..순수한 오빠, 동생 사이의 느낌이 아니었다.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보영이가 계속 아니라고 하니 그냥 찜찜하지만 그렇게 넘겼다.
조금 있자 지민이와 영민이가 안주와 술을 사 들고 들어왔다.
"아우~ 안에 들어오니 좀 살겠네~ 밖에 완전 추워~ 오빠"
"그래~ 추운데 고생했다~ 얼른 앉아~"
"자자~ 1차는 맥주 마셨으니, 2차는 소주입니다요~"
비닐봉지 안에는 소주 몇 병과 마른 안주들이 들어 있었다.
"맛있겠네~ 얼른 술판 벌이자~ㅋㅋ 올만이네 이렇게 내 자취방에 손님들이 많은건~"
우린 쓸데없는 농담에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해대며 즐겁게 술을 마셨다. 보영이는 역시나 술이
약한 관계로 얼마 안 가 곧 구석에 누워 잠이 들었다. 셋이서 한참을 떠들며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 이제 술도 다 먹었고~ 그만들 자자구~ 피곤하네.."
"그래~ 그렇게 해 오빠~ 자자 영민아~"
"벌써? 아~ 아쉽네~ 술은 더 사오면 되는데"
"저 새끼~ 완전 술꾼 아냐?ㅋㅋ 아님 내가 약해진건가;;"
"그래~ 형이 약한거라구~"
"야야~ 박영민 오빠가 약한게 아니라 니가 술꾼인거고..ㅋㅋ 얼른 잠이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