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와의 첫 만남 - 설레임과 두려움
내 나이가 지금 24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내 주변엔 남자들이 그리 없었다.
남자 형제도 없었고 남녀 공학이라고는 초등학교(당시엔 국민 학교)밖에 다닌 적이 없었다.
그 이후엔 여중, 여고, 여대를 졸업했기에 사실 남자들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過言)이 아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서야 남자 몇 명이랑 같이 공부했었고
그러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는 교직과목을 이수하여 교원임용고사를 치른 후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公告)를 보고는 지원을 해서 지금의 이 학교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교사(敎師)는 내 어릴 때부터의 꿈이자 소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중간에 단 한 번도 그 꿈을 접어 본 적이 없었고 줄기차게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내 교사로서의 첫 발령지는 서울 강북에 있는 모 사립 중, 고등학교의 고등학교였다.
요즘 중,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남녀 공학임에도 이 학교는 아직까지 남학교만을 고수하고 있었고
전체 학생 수는 대략 800여명 정도로 각 학년마다 8학급씩 총 24학급의 중형급 학교였다.
사실 사립학교이다 보니 면접도 꽤나 까다로운 편이었는데 대학 4년간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했다는
사실과 대학과 대학원 재학 중 모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문단에 시(詩)부문과 수필 부문에서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것이 아마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단지 외모가 치명적 약점이라면 약점인데 오히려 그것이 이 학교에서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나보다.
내 치명적(致命的) 약점(弱點)…,
이렇게 말하면 독자(讀者)들은 아마도 내가 ‘외모(外貌)상으로 무슨 문제가 있나보다’ 라고 생각하기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내 외모(外貌)는 그리 못 나지 않았다. 오히려 미스코리아 감은 아니더라도 소설가이자 국회의원이 되었던 모 인사(人士)와 결혼한 탤런트 최 명○이랑 비슷하다고들 한다. 한마디로 예쁘다는 말이다. (물론 착각은 자유지만 적어도 남들이 말하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 말하는 내 가장 치명적(致命的) 약점(弱點)은 바로 내 키이다. 내 키는 우리 집안의 유전(遺傳)인가 보다. 따라서 내 체구도 나의 부모(아빠는 160cm, 엄마는 156cm, 그런데 내 유일한 여동생의 키가 168cm이다. 내 동생은 왜 그럴까? 돌연변이(突然變異)일까?)를 닮아서 그런 지 그리 크질 않아 150cm대 중반밖에 되질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153cm이다. 155cm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체중도 41kg밖에 나가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뒤에서 내 모습을 보노라면 영락없는 중학생 정도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아리따운 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슴은 83cm(32.6inch)정도이고 허리는 63.5cm(25inch), 히프는 약 88cm(34.6inch)정도로 날 보는 사람들마다 내 쓰리 사이즈(B, W, H)는 아주 괜찮아 보이는 S자형 몸매라고들 한다. 단지 신발 사이즈가 225mm로 작아 중국 여인들처럼 작고 귀엽다고들 하기도 하며, 손가락도 가늘고 긴 편이라 피아노치기에 아주 좋은 손가락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작은 체구의 내가 남자 고등학교에 임용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풀어나갈 지 막막하기만 하다.
오늘은 임용 후 첫 출근 날, 3월의 첫 주일의 월요일,
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공들여 화장(化粧)을 한 후 옷을 몇 번이나 벗었다 입었다 하다가 결국 대학 졸업식 때 새로 사서 입었던 살구 색 투피스 정장을 입은 후, 9cm짜리 하이힐을 신고 부푼 가슴을 안고 학교로 가는 4호선 전철에 탔다. 아침부터 웬 사람이 이리도 많은 지…, 키 작은 나로서는 어디 의지하고 서 있을 만한 데가 없다. 그냥 사람들이 밀면 밀리는 대로 당기면 당기는 대로 지하철 안의 출입문 한 복판에 서서 내 목적지의 역까지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내 주변으로는 온통 교복 입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교복의 학교 마크를 보니 내가 출근하려는 학교의 마크다. 난 반가운 마음에 이 학생들 따라서 내리면 되겠다는 설레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학생들은 네 명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키가 175cm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 중에 한 학생은 훨씬 커 보여서 대략 180cm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하지만 몇 학년인지는 교복을 봐서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길 얼마 지나지 않은 후, 아마도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릴 역을 서너 개 남겨 놓은 시점에서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굴까 싶어 돌아다 봤더니 아까 그 네 명의 학생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나는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학교 바깥이고 또 사람들이 많은 전철 안이어서 이들을 제어(制御)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은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야~ 궁뎅이 빵빵한 게 죽인다. 흐흐흐….”
아마도 자기들끼리 귀엣말로 속삭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내게 들려왔을 때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전율(戰慄)이 일어났다. 나는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서 그들 사이를 뚫고 출입문 쪽으로 움직여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네 명의 학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피해줄 생각조차도 없는 것 같다.
“좀 비켜 주시죠? 내리게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알아서 밀치고 나가요.”
하지만 내 작은 체구(體軀)로는 도저히 이들을 밀치고 나갈 수가 없다. 아무리 내가 밀고 나가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직 이른 초봄(3월 첫 주니까)인데도 지하철 안은 덥다. 벌써 온 몸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열심히 밀치고 나가려는 데 뒤에서 또 누군가가 이번엔 내 다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관계로 몸을 구부려 누구인가를 확인할 수가 없다. 나중에 보니 누군가의 손인 줄 알았던 그것이 그 네 명 중 한 명의 발이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양발을 벗은 상태의 맨 발로 내 스타킹 신은 다리를 쓰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서 어느 역인 지는 몰랐지만 그냥 밀치고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가려고 하는 학교가 있는 역(驛)의 한 정거장 전(前)이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역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학교까지 갔다. 그 때의 시간이 월요일 오전 8시 10분경이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벌써 교무실엔 전체 직원 조회를 위해서 수많은 선생들이 자리를 정렬해 앉아 있었다. 나는 첫 날부터 지각(遲刻)이라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정 은우 선생 맞죠? 어서 와요. 조금 늦었네. 자~ 이리로….”
교감 선생으로 보이는 듯한 약간 대머리의 50대 한 분이 나를 맞는다. 그리고는 자리를 잡아 준다. 수많은 눈들이 나를 쳐다보는 데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보는 듯하다.
“자~ 지금부터 새 학기 첫 직원 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다 같이 일어나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겠습니다.”
드디어 내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訓話)가 잠시 있은 후 교사들 간의 상견례도 있었다. 나 외에도 새로 발령(發令) 받아 부임(赴任)한 신입 교사가 세 명이 더 있었다. 그 중에서 여 교사가 나까지 포함해서 두 명이고 남교사가 두 명이었다.
“정 은우 선생은 우리 학교가 첫 임지니까 2학년 반을 맡도록 해요. 그리고 저기 저 분이 학년 부장 선생님이시니까, 저 선생님을 따라가서 여러 가지 주의 사항들을 듣고 지도 편달을 받으세요. 배정된 시간표도 받아야 하니까…, 그건 아마 오후쯤에 나올 거예요.”
“네, 교감 선생님.”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학년 부장 선생님을 따라가면서 몇 가지 주의 사항도 들었다. 그리고 내가 맡아서 가르쳐야 할 내게 배정된 반을 확인 하고 학년 부장 선생님과 함께 그 반까지 들어갔다. 나는 2학년 3반의 담임이었다.
“자~ 오늘 새롭게 발령받아 우리 학교에 오신 아리따운 여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하겠다. 오늘부터 1년간 너희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너희들의 담임선생님이신 정 은우 선생님이시다. 모두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기 바란다.”
내가 2학년 3반의 교실로 들어가자 한창 소란스럽던 반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야! 웬 여고생이냐?”
“임마! 여고생은 무슨…, 여중생 아니냐? 흐흐흐!”
“저 쬐끄만 여자가 우리 담임이래…, 근데 가슴 하나는 죽이게 빵빵하다. 흐흐흐!”
“자~ 자~ 조용히 하고 이제 담임선생님 인사말씀이 있을 것이니까 조용히 하고 경청(敬聽)하도록! 자. 정 은우 선생님, 저는 이제 제 역할은 끝난 것 같으니 제 반으로 갈게요. 자~알 하시기 바랍니다.”
“네, 고맙습니다. 부장 선생님!”
부장 교사가 나가자 반은 또 다시 아수라장이 되어 간다. 누구하나 날 쳐다보는 사람 없이 자기들끼리 웅성웅성 거리면서 산만한 분위기로 되어져 간다. 그런데 갑자기,
“야, 이 새끼들아! 담임이 한 말씀 하신 다잖아. 좀 조용히들 해라. 이 새끼들아!”
한 학생이 뒤편에서 일어서서 외치자 갑자기 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진다. 아마도 내가 담임하게 될 이 3반의 싸움 짱인가 보다. 나는 그 학생이 누군가 싶어 쳐다보다가 그만 놀라고 말았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본 그 네 명의 학생 중 한 명, 그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여겨졌던 바로 그 학생이 아닌가, 어쨌든 나는 그 학생 덕분에 내가 하고자 할 말을 겨우 할 수 있게 되었다.
“에…, 여러분, 정말 반가워요. 전 사실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아직 아무것도 잘 몰라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길 바래요. 일단은 여러분과 좀 더 친해지고 싶고 여러분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서로 서로 도우면서 아주 분위기(雰圍氣) 좋은 우리 3반을 만들어 보도록 해요.”
대략의 요지(要旨)는 이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모르겠다. 너무 떨리고 더군다나 35명의 남학생들이 날 쳐다보는 그 눈길에 내가 눌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은 너무 떨렸기 때문에 겨우겨우 아침 조회를 마친 것 같다. 마침 그 날은 1학년 입학식도 있고 해서 아침 조회를 하고 입학식을 한 후 바로 교실로 들어와 새 학년을 이끌어 갈 임시 반장과 청소 당번을 뽑은 후 첫날은 그렇게 마쳤다. 정상 수업은 내일부터 하기로 하고…,
한 주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한 주간을 보내고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다. 토요일 날은 주로 CA라고 해서 각자 학기 초에 신청한 특기나 취미를 살려 그것을 좋아하는 학생들과 지도 교사가 함께 하는 시간으로서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CA의 종류가 약 30가지 정도 되었다. 나는 사진 반 지도 교사가 되었다. 나는 그 날 CA를 마치고 종례를 끝낸 후 반을 나가려는 데 한 학생이 내게로 다가와 내게 말을 건넨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 반을 말 한 마디로 조용히 시켰던 바로 그 학생이다.
이름은 이 태수, 학교 안에 학생자치활동 클럽이 총 20여개가 있는데 그 중 운동부 클럽은 세 개이다(축구부, 아이스 하키부, 유도부). 그 중에서 태수는 유도부 부 주장(주장은 3학년만 한단다.)이면서 아이스하키 학교 대표선수이기도 하단다. 학교 안에 일진(一陣) 비슷한 음성 폭력서클이 두어 개 자리 잡고 있는 데 그 중에 한 집단의 짱이기도 하고…, 물론 학교 전체의 짱이라고도 한다. 이 사실은 물론 훗날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한 주간이 지나는 동안 학생들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갈 즈음,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눈여겨보았던 태수에 대해서 내가 파악한 정보는 대충 이 정도이다.
한 주간이 다 지나가는 금요일 종례를 막 마친 후 태수가 다가왔다. 나는 교단 위 내 자리에 앉아 있다가 그가 다가오자 일어섰다.
“누, 누구지?”
나는 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치 모르는 척 물어보았다.
“아, 예. 저… 지난 월요일 아침에는 정말 실례가 많았어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태수라고 합니다.”
“아, 태수 학생…, 그 날이라… 아! 그 일! 그 날 아침의 일은 나… 이미 잊었어요. 됐어요. 그러니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이제… 그만 가… 봐요.”
“네….”
태수라는 남학생은 내가 알기로는 내가 맡은 3반에서 제일 크던지 아니면 두 번째로 큰 것으로 안다. 태수가 교단 아래 서서 날 보고 이야기 하는 데 나랑 맞보고 이야기 할 정도로 키가 크다. 교단 높이가 대략 30센티인 걸로 아는 데 그렇다면 이 학생과 나와의 키 차이도 대략 그 정도 난다는 이야기다. 덩치도 좋아서 대충 보아도 85~95kg은 충분히 되어 보인다. 낮은 저음(低音)으로 말하는 데 괜스레 오금이 저려온다.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후 한 시 반쯤 학교를 나섰다. 퇴근을 하기 위해서다. 지하철 역 쪽으로 걸어가는 데 가로수 한 편에서 아까 종례 시간에 내게 와서 이야기를 걸었던 태수가 서 있다가 다가온다.
“어머! 태수 아니니? 여기 왜 서 있니?”
“저… 선생님 기다렸어요.”
“나, 날? 왜….”
“선생님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이제 우리 반 담임 맡으신 지 한 주간도 지나셨잖아요. 선생님과 제자가 가까워지는 게 뭐 나쁜 일인가요?”
“그, 그렇지만… 지금은 학교 안도 아니고 학교 바깥인데….”
“저, 선생님 기다리느라 아직 점심도 안 먹었어요. 선생님 밥 좀 사주세요.”
정말 난감하다. 덩치가 산만한 학생이 옆에 서서 걸으니 왠지 주눅이 든다. 그런데다가 밥까지 사달라고 한다. 거절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그, 그러지 뭐….”
“고맙습니다. 저 많이 먹는 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뭐, 뭘 먹고 싶은데?”
“음, 대낮에 삼겹살 사달라면 사 주실까 모르겠네.”
“으, 응…, 사 달라면 사 줘야지…, 근데 나는 많이 못 먹는데….”
“그럼 이렇게 해요. 선생님은 점심 드셨으니까 저만 먹는 걸로 하구 점심은 중국집에 가서 짱깨로 때울 게요. 대신 선생님이 저녁을 삼겹살로 사 주세요.”
“어머, 저, 저녁까지? 나 집에 가 봐야 하는데….”
“대신, 제가 선생님 댁까지 바래다 드릴 게요.”
‘히잉~, 어떻게 하지?’
혼자서 어떻게 할까 머리를 굴리다가 앞으로 내가 교사 생활을 조금 편하게 하려면 이 학생을 잘 사귀어 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그래서 일단은 이 학생이 요구하는 대로 좀 더 따라가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 그렇게 하지, 뭐…, 대신 오늘 주말인데 너무 늦게까지 날 붙잡아 두면 안 돼. 알았지?”
“네,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해서 그들은 둘이 전철을 타고 집 근처로 가지를 않고 오히려 시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로데오 거리 쪽으로 나가 일단은 중국 음식점을 먼저 찾았다.
“잠깐만요.”
태수는 나와 같이 중국음식점에 들어가기 전에 잠간 나를 밖에 세워둔다. 그리고는 어딘가를 향해 뛰어간다. 나는 중국 음식점 앞에 서서 한 5분여를 기다렸다. 잠시 후 누군가 내 어깨를 친다.
“많이 기다렸어요?”
“어머!”
뒤를 돌아다보니 좀 전까지 교복을 입고 있었던 태수가 어디선가 청바지에 티셔츠인 사복으로 갈아입고는 가방도 없이 내 뒤에 서 있다. 키도 큰데다가 사복을 입어 놓으니 영락없는 대학생 같아 보인다.
“어머! 교복이랑 가방은? 이 근처 어디 아는 사람 집 있니?”
“에이~ 그런 건 묻지 마시구요. 자 들어가시죠. 와우~ 배가 너무 고프네.”
간 자장 곱빼기와 탕수육 한 그릇, 그리고 군만두 한 접시를 시키고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방 다 없애 버린다. 정말 식욕이 좋다. 저 식욕이 좋은 만큼 힘도 좋을까? 은근히 그의 먹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그의 팔뚝을 본다. 굵어 보이는 팔뚝, 건장한 체구만큼이나 손도 크다. 나는 내 작은 체구를 원망하면서 덩치 큰 사람들을 언제부터인가 흠모(欽慕)하는 버릇이 생겼다.
“와, 정말 잘 먹네. 이게 다 들어가?”
“에이~ 이까짓 거 가지고 뭘요. 지금 우리 나이 땐 한참 먹을 나이잖아요.”
“지금 나이가 17살인가? 18살인가?”
“고 2면 우리 나이로는 18살이지요. 선생님은요? 우리 학교가 초임(初任)이랬으니까 그럼 대학 졸업하고 바로 오신 거겠네요. 그럼 스물세 살?”
“나? 아니, 올해 스물네 살이야.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울 학교에 임용(任用)된 거야. 단지 어릴 때 초등학교를 1년 빨리 들어 갔거덩. 나… 그렇게 안 보이지?”
“네, 키가 너무 작아서 그런 지 그렇게 안 보였어요. 키가 도대체 얼마에요?”
“태수는 얼마야? 키가?”
“나요? 정확히 안 재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185cm나 186cm쯤 될 거에요. 우리 반에서는 민수 다음으로 제가 크지요. 하지만 난 아직도 크고 있으니 그 놈을 따라 잡을 지도 몰라요.”
“그래? 민수는 얼만데 키가?”
“걘 아마 191cm이나 192cm쯤 될 거에요. 선생님은요?”
“나? 묻지 마. 부끄러워.”
“키 작은 게 뭐가 부끄러워요. 부모님이 그렇게 낳아 주신 건데….”
나는 2센티 정도를 더 올려서 말했다. 그래봤자 태수에겐 거기서 거기겠지만….
“음…, 아마 155cm쯤 될 거야.”
“어휴, 나랑 거의 30cm정도 차이 나네. 그래서 그렇게 작아 보였구나…, 그건 그렇고 자, 이제 다 먹었으니 우리 이제 뭐 하죠?”
“뭘 하긴 이제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냐?”
“저녁 먹기로 했는데 무슨 집에를 가요. 우리 노래방 갈래요? 아님 PC방?”
“나 컴퓨터 게임 잘 못해. 차라리 노래방을 갈까?”
“그래, 그럼 우리 노래방 가요. 노래방은 선생님이 쏠게요.”
“뭐야? 어휴~ 순 자기 맘대로네. 호호호!”
“하하하!”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노래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노래방은 한낮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 태수 왔구나. 짜식, 오래 만에 로데오로 진출했네.”
“어? 형! 오래만이에요. 좋은 방 하나 주세요.”
“누구냐? 새로 사귄 애냐? 쬐끄마한 게 귀엽게 생겼다.”
“에이~ 형! 무슨 말씀을…, 우리 학교 선생님이에요. 이번에 새로 부임(赴任)해서 제 담임이 되셨어요.”
“어이쿠! 그래? 아이고~ 선생님, 이거 미안합니다. 제가 그만 실례를 범했네요. 이거, 이거… 용서하십쇼.”
“네, 됐네요. 대신 우리… 시간이나 넉넉히 넣어 주세요. 제가 하도 작다보니 그런 소릴 많이 들어서 이젠 면역(免疫)이 되었네요.”
“아이고~ 예, 예. 그럼요. 시간은 충분히 넣어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고마워, 형~.”
낮 시간이라고 사람이 별로 없다고 우리를 특실로 넣어 준다. 특실은 무척 넓었다. 성인 1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노래 불러도 될 정도로 넓은 방이다. 너무 넓어서 오히려 을씨년스러워 보이고 춥기까지 하다. 할 수 없이 주인의 성의(誠意)는 고마웠지만 우리는 구석방으로 아담하고 조용한 방으로 바꿔서 들어가기로 했다. 그 방은 대략 4~5인용 방으로 조용하면서도 아담했다.
“여기 노래방 주인하고 친하나봐. 태수랑은….”
“아, 예. 잘 아는 선배에요. 가끔 여기 놀러 와요. 그래서….”
“누구랑? 여자 친구들이랑?”
“뭐…, 그렇기도 하고….”
“태수는 키가 크고 인물도 훤해서 따르는 여자 친구 많겠어.”
“자, 제가 노래 넣어 드릴 게요. 일단은 우리 한 곡조씩 불러 젖히죠.”
태수는 내게 자기가 가장 듣고 싶은 노래를 먼저 신청을 한다면서 자신은 가수 장 윤정의 “어머나”를 부르겠단다. 그리고 내게는 김 수희의 애모(愛慕)를 신청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안돼요! 왜이래요! 묻지 말아요.
더 이상 내게 원하시면 안돼요.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걸요.
헤어지면 남이 되어 모른척하겠지만
좋아해요 사랑해요 거짓말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말해 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바람입니다.
안돼요! 왜이래요! 잡지 말아요.
더 이상 내게 바라시면 안돼요.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걸요.
헤어지면 남이 되어 모른척하겠지만
좋아해요, 사랑해요, 거짓말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말해 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말해 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대략 이런 노래다. 태수는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이 노래를 나를 쳐다보면서 부른다. 잘 올라가지도 않는 높은 음을 악을 쓰면서 불러 젖힌다. 그리고는 나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면서 나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가 애모(愛慕)라고 하면서 애모(愛慕)를 불러 달란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너머 우리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얼마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요.』
이런 노래다. 나는 이 노래를 별로 안 좋아하는 데 태수가 불러 달라 하니 일단 불렀다. 태수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데 내 앞에 서서는 내 양 어깨에다 자신의 두 팔을 올려놓고 날 잡으면서 약간의 블루스 비슷한 형태의 춤을 부드럽게 춘다. 그 긴 다리로 내 앞에서 약간 구부리면서 나와 얼굴을 마주대면서 열창하는 내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아이~ 이러지 마!”
노래 부르다 말고 그의 얼굴을 피한다. 그는 내가 피하려 하면 날 잡은 양 어깨에다 힘을 준다. 내가 벗어날 방법은 없다. 노래방기기에서는 여전히 애모(愛慕)에 대한 반주가 흘러나간다. 간주 후 다시 노래가 흘러나간다. 나는 아예 눈을 감고 열창(熱唱)을 한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요.』
‘당신은 나의 남자요’ 라는 이 대목을 부르면서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태수를 올려다보았다. 태수는 그윽한 모습으로 내 양 어깨에 여전히 두 손을 얹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노래를 끝마치자 나를 자기 가슴으로 깊숙이 끌어안는다. 나는 그의 넓은 가슴에 안겨 숨이 막힐 정도로 포옹(抱擁)을 당했다.
“어머! 얘. 숨 막혀! 나 좀 나 줘, 응?”
“선생님을 처음 보는 순간 내가 선생님께 필이 ‘파악!’ 꽂혔다는 거 아세요?”
“나 같이 작은 여자에게 뭐얼…, 그리고 태수 보다 나이도 훨씬 더 많잖아.”
“사랑엔 국경(國境)과 나이가 없다는 거 모르세요? 여자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에요.”
그는 한참을 나를 꼬옥 껴안은 채 곡목(曲目)도 모르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든다.
그러다보니 아주 자연스레 블루스 댄스가 되어 버렸다.
그리 크지 않은 홀을 서너 바퀴나 돌았을까 갑자기 내 등허리에 두른 손에 힘을 주더니
나를 조금 든다. 그리고는 나를 자기 신발 위에다 내려놓는다.
나는 졸지에 9센티 하이힐을 신은 채 앞부분만 태수의 신발 위에 올라 선 채
그가 이끄는 대로 춤을 추게 되었다. 다시 그가 나를 포옹하는데 갑자기
내 배꼽 있는 부분에 뭔가가 묵직한 것이 닿는 느낌이 든다.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려니 그것은 바로 태수의 남성(男性, Symbol)이라는 생각이 들자
온 몸이 갑자기 전율(戰慄)이 오려 한다. 그러는데 갑자기 이마 부분이 뜨거워지는 거 같더니
어느 샌가 태수는 자신의 입술로 내 이마에 키스를 감행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 깊숙한 곳에서 어떤 기별(寄別)이 오는 것만 같고 팬티의 그 부분이
이미 축축해 져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나 밀착되어 있으니 내 심장 소리가
그에게 전달될 것만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마치 시속 100km는 넘는 속도(速度)로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태수는 나를 품에 안고서는 한참동안이나 이마에 키스를 하더니
나를 안은 채로 블루스를 춘다. ‘고등학생이 이런 블루스를 출 줄 알다니…’ 하는 의구심(疑懼心)도
들긴 했지만 하지만 더 이상 나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그저 지금의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노래방 기기에서 나오는 음악은 태수가 신청했던 “사랑밖에 난 몰라”였다.
노래는 저 혼자 흘러가고 있었고 태수는 여전히 눈을 감고 나를 포옹(抱擁)한 채 홀 안에 서 있다.
나 역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리고는 태수의 가슴에 머리를 옆으로 댄 체 묻었다.
그랬더니 태수가 한 손으로 내 옆머리를 쓰다듬는다. 한참이나 돌더니 노래가 끝나갈 무렵
그가 나를 떼고는 소파에 앉는다. 그러면서 나를 번쩍 안아 들더니
자신의 한쪽 무릎위에 옆으로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나를 한 팔(그의 오른 팔)로 내 등 뒤로 해서 나를 꼭 껴안고는 약 45도 정도로 약간 눕힌다. 그런 이후에 내 입술에 깊은 키스를 감행하면서 왼 손으로는 내 가슴을 열고 들어온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 살구 색 투피스 정장(正裝) 중 상의(上衣)는 그가 나를 앉히면서 벗겨 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흰색 블라우스 밖에 입지 않은 상태이고 하체는 짧은 미니스커트인데 그의 무릎 위에 앉는 바람에 많이 올라가 버렸다.
그는 내 블라우스 단추를 두 개를 열더니 바로 브래지어를 가슴 위로 밀어 올려 버린다.
그리고는 내 연하디 연한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그의 입에서는 약간의 신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 남자, 이 학생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가? 그도 지금 나를 만지면서 많이 흥분(興奮)이 되는가 보다. 흥분(興奮)이 많이 되었는지 그는 신음을 내뱉었고 그가 신음을 내뱉자 나도 신음이 나왔다. 그의 키스를 받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그만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 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앞서자 내 젖가슴을 만지는 그의 손을 막으려 하였으나 이미 그 손을 막기에 내 손의 힘은 미약(微弱)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신의 두 넓적다리 위를 침대 삼아 자신의 오른편쪽으로 나를 비스듬히 눕혀 놓고 있다. 그리고 내 목을 받치면서 등을 돌아 나온 오른 손으로는 내 아름다운 오른 쪽 유방이며 겨드랑이와 옆구리 주변을 만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술로 내 입술까지 훔치고 있었고 그의 왼 손은 블라우스를 젖힌 채 남은 한 쪽 유방이며 배꼽이며 그 주위를 온통 훑고 다닌다. 그러면서 키스를 통하여 그의 입이 내 입을 막게 되자 나는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 졌다.
“으, 음…, 헉! 헉!”
하지만 그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었다. 자세의 불안정성(不安定性) 때문에 내 왼 손은 그의 목을 감고 있었고 남은 오른 손을 들어서 그의 왼 손을 제지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강력한 키스에 그만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잡고 말았다. 그러는 순간 어느 사이엔가 다리 쪽 부분이 허전해 짐을 느끼게 되었다. 내 배꼽 주변을 만지고 있던 그의 왼 손이 어느새 내 치마 속으로 들어와 내 삼각지대(三脚地帶)를 훑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내 팬티는 내가 흘린 액으로 인하여 젖어 들면서 끈적거리고 있었다. 어린 학생의 손에 의해 내 음부(陰部)가 지금 젖어 들고 있다.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다. 어찌 해야 하나? 막을 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고등학교에 처음으로 부임(赴任)하여 어린 고등학생 제자(弟子)에게 이런 일을 당하다니…, 사실 지금까지 내 몸에 남자의 손이 닿은 적이 거의 없었다. 대학 때도 미팅을 하던지 혹은 커플끼리 MT를 갔을 때도 내 옆의 남자에게 나는 손조차 별로 내 준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서서히 몸이 달아올라져 감을 느낀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몸은 열병(熱病)을 앓듯이 뜨거워진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스물 네 해를 살아오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선생님!”
“….”
“선생님?”
“으, 응….”
“기분 좋아요? 선생님 보지에서 액이 무지 많이 나오네….”
“어머! 그런 말을….”
태수가 갑자기 나를 일으키더니 날 자기 앞에 세워놓는다. 그리고는 정장 미니스커트의 옆 호크를 풀고는 지퍼를 내리더니 치마를 땅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내 다리를 하나씩 빼게 만들더니 치마를 소파위에 놓는다. 속에다 나는 팬티스타킹을 입고 있었는데 팬티위에 그것만 입고 있는 것 자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무척 부끄러워했고 쑥스러워 했다.
“선생님 팬티 무지 이쁜 거네요. 무지 작고 귀엽게 생긴 거네.”
“몰라…, 지금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단 말이야.”
“내 손 안에 쏙 들어올 것 같은 것이 내가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보다도 작아 보여요. 이런 걸 어떻게 입고 다니지? 후후후!”
“자꾸 그런 말 하지 마! 나 이상해져….”
“이제 선생님 팬티를 벗길 거예요.”
“몰라…, 하지 마…, 응? 제발…, 그리고….”
하지만 태수는 더 이상 아무소리 하지 않더니 묵묵히 자기의 할 일만 한다. 그리고는, 내 귀에 대고,
“그리고 뭐요?”
“있잖아…, 태수야…, 나 처음인데… 처음을 이런데서 하고 싶지 않아…, 응? 내 맘 알어?”
“선생님! 처음이세요? 정말루요?”
“응. 부끄럽지만…, 처음이야, 나 아직까지 남자를 몰라…, 태수는 여자가 내가 처음이 아니지?”
“네…, 처음이 아닌 거는 맞지만…, 음….”
“그래서… 처음을… 이런데서 맞이하고 싶지는 않아….”
“알았어요. 그럼 어디서 맞이하고 싶어요?”
“몰라….”
“몰라요? 흐음…, 알았어요. 그럼 우리 집으로 가죠.”
“오늘? 지금 이 시간에?”
“아뇨. 다음 주말에…, 오늘은 그냥 노래만 몇 곡 더 부르고… 다음 주말… 다음 주말에 우리 집 비거든요. 부모님이 집안에 행사가 있어서 지방 가시니까….”
태수는 껴안고 있던 나를 일으키더니 꼭 안아 준다. 마치 아빠 품에 안긴 아이처럼 태수의 품이 포근하고 따스하다. 그리고는 다시 내 치마를 입혀 주고는 옷단장을 하도록 도와 준 후 나를 껴안고 한 두곡 더 노래 부르고는 노래방을 나왔다. 태수는 우리 집까지 나를 데려다 주고는 돌아갔다. 다행히도 그와의 첫 만남은 이런 식으로 종결(終結)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와의 만남이 얼마큼 발전할 지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그리워진다. 마치 그가 내 오빠 같고 보호자(保護者) 같이 다가온다. 내가 왜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