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부구멍안으로 내가 정신이 다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박음질을 해오면서,
수줍게 봉오리를 닫고 있는 국화꽃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점막과 점막 사이의 얇은 벽을 통해 자기 성기를 꾸욱 꾸욱 누르는 남자.
그때마다 참기 어려운 떨림이 끊이지 않고 느껴지는 음부속살과 내 국화꽃 거기..
[아아~~이상해.. 빼! 하아~~아우~!!]
이넘 이거 진짜 변종이네..저번에는 자기 손가락을 성기와 함께 내 음부구멍에 채우더니..
이번에는 별 희안한 변태짓을..마..맙소사! 그럼 지금 내 몸구멍 두 군데가 동시에..?
아우우~~이러다 내가 먼저..가겠는데..이잉?
이 당시 가정주부였던 나는, 성교는 남자와 여자가 일대 일로 치루는 행위인줄만 알고있었지,
한 여자를 두 남자가, 아니면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상대하는 그런 성행위는,
꿈에서 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내 몸의 또 다른 구멍을 통해 느껴지는 그 쾌감의 아찔함은,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황홀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수연과 서준 이 남자가 국화꽃성교를 했다는 사실에 혐오감마저 가졌었는데 말이다.
[윽윽! 으..은애야...우리..]
사정감을 느낀 것일까?
갑자기 죽는 소리로 신음을 퍼질러대던 남자가 성기와 손가락을 쑥 빼더니,
털푸덕 침대바닥에 주저앉아서는 내 몸을 휘까닥 돌려 마주보게 했다.
[학학! 나..나, 하마트면...!!]
[으~~조..좋았어..?]
[변...태! 아이~~잉]
양팔로 남자의 목을 끌어안은 나는 젖무덤을 최대한 밀어붙이며 성기를 몸안에 가두었다.
엉덩이를 뒤로 해 받아 들일 때 보다는 좀 얕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그네가 마치 제 집을 찾아든 것처럼 주제넘게 불끈거리고 있는 남자의 열기를 느끼며,
내 암팡진 엉덩짝으로 천천히 위 아래로 방아를 찧어나간다.
때론 맷돌짝 돌리 듯 엉덩이를 살살 휘돌리며 덩더쿵 덩더쿵 방아질을 해대던 나는,
슬그머니 눈을 내리 깔아선 내 움직임을 도와주는 남자의 아랫도리쪽을 훔쳐보았다.
[흐으~~뭐..뭘 보냐? 하여튼..은애..너! 샘물은..그야말로 지천이다..
아까 내가 그렇게 빨아 삼켰는데.. 또 홍수가..]
[하아~~몰라! 한 번만 더 놀리면..으으~~응!! 나 그냥 집에..갈거야..학학!!]
밴질밴질 빨갛게 익은 남자의 성기기둥이 뜨거운 열탕속에서 마악 꺼집어 낸 쇠막대같다.
내 음부에서 흘려낸 액에 흠뻑 젖은 그것은,
비맞은 스님 머리에서 하얀 김이 풀풀 피어오르 듯이 그렇게 잔뜩 달궈진 모습이다.
[아아~~자기..넘 오래 버티네..하아~ 학학! 나, 힘들어..응?]
[그래..? 그럼 이번엔 내가..]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며 방아를 찧어대던 내 몸을, 말하기 무섭게 침대위로 밀어 눕히는 남자.
이내 나의 양쪽 발목을 살짝 움켜 쥐어잡더니 가랑이가 쩍 벌어지게 좌우로 벌려버린다.
발라당 자빠진 개구리 모양이 된 나는, 가지끈 펼쳐진 사타구니 음부입구에,
퍽퍽! 도끼질을 해대기 시작하는 남자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박자도 리듬도 없이 무대포로 도끼를 휘두르던 남자의 숨결이 급격하게 거칠어진다.
그리곤 음부구멍을 빠르게 드나드는 성기가 "불끈" 한번 더 몸통을 부풀리는데..
[하아~~아..안돼! 안에는..바..밖에 싸!!]
오르가즘의 문턱에서 절정의 고개를 넘지 못하는 나는,
온 몸이 뒤틀리는 아쉬움으로 침대시트를 쥐어잡아 뜯으며 끙끙거렸고..
내가 엉덩이를 뒤로 쓰윽 빼며 소리친 그 순간, 남자는 재빨리 자신의 성기를 쑥 빼내더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끄트머리를 훑어대면서..
마치 한 마리 상처입은 야수처럼 우우~길게 울음을 터트려내었다.
[아아~~나..나두...아우~어떻게.. 이..이런..일이.. 하으~~으으~응!]
호흡을 딱 멈춘 내 젖가슴위로 쭉~쭈죽! 쭉쭉 뿌려지는 남자의 허연 사정액.
내 몸안에 싼 게 아닌데도...배와 유방엔 물론 얼마나 세찬 분출인지,
입술에까지 튀어온 남자의 그 흔적에.. 나는 아스라히..색다른 오르가즘을 느껴간다.
남자의 성기가 빠져나간 음부속살도 찌르르한 수축을 계속해서 해대며,
내 젖가슴에 뿌려지는 그 사정액을..마치 음부속 안에 받아들이는 것처럼 떨림을 이어갔다.
[하아~하~~사..사랑해...은애야..!]
[학..학학!! 바..보..]
힘없이 무너지며 내 몸을 덮어오는 남자..나는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미끈미끈한 사정액이 작은 틈도 없이 맞닿은 배와 젖가슴에 접착제처럼 눌러붙어 있었지만,
그다지 불쾌감이 밀려오는 기분은 아니었다.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
* * * *
사랑...해? 나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나, 은애를 사랑한다?
나와 서준 이 남자는 우연한 사고를 빌미로 인연이 만들어져 살을 섞었고,
지금은 조건이 전제된 상황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행위에 집중하였지만,
사랑은 순수해야 한다는 그 구절에 엄연히 배치되는 불륜일 뿐인데..
서로의 벗은 몸을 보여줘, 내면을 표현했다고 해서 쉽게 가까워지고,
상대를 신뢰하고 깊히 배려하는 마음만으로 사랑을 느낀다는 것일까..?
부끄럼마져 노출하고 바닥부터 시작된 우리의 관계가 욕구를 발현한 지금에사,
서로의 존재 가치를 조금이나마 인식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회의속에서 조차 내가 변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의 일탈을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해 위장막을 덧씌우는 건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적인 욕구를 배제하는 사랑도 순수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빠와 민주, 남편과 수연, 나와 동건씨, 이 남자와 은애..그리고..일탈속의 남녀들,
사랑은 구속이다, 성행위는 탐욕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순수라는 단어로 겉만 화려하게 포장해 상대방을 붙잡아 옭아매는 욕심은 아닐른지 모르겠다.
사랑, 구속, 순수, 욕심...!
탐욕으로 점철된 나 자신의 욕망이 순수한 남편의 사랑을 곡해하고, 여지껏 구속해 온 것이라면..
오빠가 나만의 남자라고 생각했듯이..나란 여자역시 과연 남편만을 위한 여자인걸까..?
얼마 동안이나 두 사람이 포개져 있었을까.
남자의 성기는 줄어들어 처음 만큼의 팽창감은 물론 단단함도 사라지고,
서로의 몸을 접착제처럼 눌러 붙이고 있는 사정액이 점점 식어가는 느낌이다.
갑자기 치솟는 의구심과 말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에 푸르르 몸을 떨며 일어난 나.
내 몸 여기저기에 잔뜩 뿌려졌던 사정액이, 찌지직! 종잇장 찢어지는 것같은 소리를 뱉어,
저만큼 던져 놓았던 나의 이성을 차갑게 일깨우며 남자와 갈라지게 만든다.
이 남자의 사랑이 아무리 강력한 순간접착제라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고,
서로 다른 극성을 띈 지남철처럼 착 달라붙어 한 몸이 되었던 우리가,
어쩌면 다시는 영영 맞닿을 수 없는, 끝없이 평행선을 그어가는 기찻길의 레일처럼,
서로와 서로에게 간극을 두고 자기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모든 욕망이 한 순간에 타들어 간 불꽃처럼 시들어 가는 시간,
욕실로 들어가 대충 남자의 흔적을 지우고 나온 나는, 속옷을 챙겨입기 시작한다.
거울을 쳐다보니, 미친 년처럼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한 여자가,
본능의 음란함에 흠뻑 적셔졌던 그 속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서둘러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묶어 올린 나는, 치마바지를 위로 올려 본래의 모습을 갖춰간다.
[으,음! 갈려구..?]
언제 일어나 다가왔을까..남자는 풀기가 다 빠진 표정으로 멀뚱하니 내 앞을 가로막는다.
[시간이 너무..늦어서..말했쟎아! 남편 퇴근전에는..]
[음..그렇네..참, 내가 오늘 정신이 없어놔서...]
남자는 아쉽다는 얼굴로 블라우스 버튼을 채우고 있는 나를 말끄러미 바라보더니,
옷걸이에 걸려있던 바지 포켓에서 장지갑을 꺼내 하얀 봉투 하나를 집어내었다.
그리곤 아주 조심스럽게..내가 들고왔던 핸드백속으로 밀어넣었다.
[그 봉투..모야..?]
[..이건...]
[뭐냐니깐..?]
[그냥..봉투..흐음! 은애가..댓가성이니 선수금..뭐, 그런 생각하지 않도록 오해없이 전해 달랬어..]
[뭐..? 광고주..그 남자가...?]
대답대신..무언으로 긍정을 나타내며 고개를 외로 꼰 서준은 씻지도 않은 몸에 바지를 꿰입는다.
그러나 나는 왜 샤워도 하지않고 옷을 입느냐고..묻지않았고,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스폰계약을 맺은 것도 아닌데..돈봉투를..? 하며 의아해 했을 뿐,
더 이상 길게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나는 남자보다 한걸음 앞서 방문을 나서야했다.
호텔을 나온 우리는 아파트를 향해 오는 내내 어색한 침묵을 지킨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볼 수 없음을..알기에,
그리고 우리가 나누었던 관계를 가슴언저리 어딘가에 묻어두고,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감지한 때문일까.
남자는 저만큼 우리 아파트단지가 보일 때쯤 큰길가 차를 멈추며 입을 열었다.
[남의 눈도 있고.. 아파트앞까지 데려다주지 못하니..여기서..]
[응, 오늘 정말..고마워!]
내가 남자의 뺨에 가볍게 볼키스를 해주고 몸을 돌리는데, 그가 내 팔을 살짝 잡는다.
[으응, 모레 갈때 전화해..우리 계약은 오늘로써 끝났는지 모르지만..그분 댁까지 데려다 줄게]
차분하려 했지만, 하지만 마음은 어수선하여 애써 굳은 표정을 숨긴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은 채 말없이 차문을 밀치고 땅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선, 헤어짐을 앞두고도 끝까지 배려를 아끼지 않는 남자를 보며,
어쩌면 서준 이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내가 걸어 가야 할 길을 나 스스로 결정해 한 발을 내딛었 듯이..
남자 역시 더 이상의 미련은 갖지 않았으면 하고 마음으로 바래본다.
하지만 조수석 윈도우를 내리고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오래도록 시선을 던진 채 나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 * *
신경안정제를 복용했지만 악몽을 꾸고 난 뒤라 그런지 쉬 잠을 청하지 못했던 나는,
엊그제 있었던 그 일들을 그렇게 몽조리 되더듬어 머릿속에서 리와인딩했고,
그러던 사이 나도 모르게 설핏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에효~ 도대체 얼마나 깊이 잠을 잤으면..오빠 혼자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크게 기지개를 켜며 눈을 반짝 떤 나는 곁에 남편이 없음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평소 늘 하던대로 조반준비를 마칠 때쯤 안방으로 들어온 내가..
오빠의 머리를 부드럽게 긁어주거나, 새벽참에 힘이 불끈 실린 거시기를 살짝 어루만지면..
"으응, 이쁜아!" 하고 빙긋 웃으며 잠을 깨곤 했는데..
맙소사..더군다나 오늘은 내게 중요한 약속이 있어, 티 안나게 더 잘 해도 모자랄 판에..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엉덩이를 한참이나 간지럽혀서야 눈을 뜨다니..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발가벗은 알몸에 네그리제도 걸치지 않고,
안방에서 거실로..주방으로 두 눈을 휘저으며 부랴부랴 뛰쳐나왔다.
"우리 이쁜이 곤히 자길래.. 나 그냥, 혼자 아침 챙겨먹고 출근한다..
무슨 고민이 있나..기가 약해졌나 하고 걱정했는데..병원에 안 가봐도 될려나..?"
식탁 한가운데 자리잡은 촛대에 눌러져, 내 눈에 화악 밟혀오는 하얀 메모지 한 장.
마치 갓 입학한 초딩처럼 게발 세발..유난히 글씨를 못쓰는 나완,
비교할 수 조차 없는 수려한 오빠의 필체..
한 자 한 단어 읽어나가던 나는 어느새 허둥대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음을 느낀다.
그리고 비록 짧은 메모였으나 구구절절 나만을 생각하는 오빠의 맘 씀씀이에,
메모지를 와락 움켜 입술에 대서는 쬭쬭 키스하듯 입맞춤을 해대었다.
"휴우~뭐라고 둘러대나..? "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그나마도 잠시, 저녁에 있을 약속을 떠올리자 가슴이 두근두근 심하게 방망이질 친다.
힘없는 손길로 전화기를 찾아 든 나는 남편의 단축번호를 천천히 찍어 눌렀다.
[여..여보!]
[으,응! 이쁜아..여기 공장안이라.. 잘 안들려..]
[미안해요..제가 너무 깊이 잠들어서..]
[응, 괜챦아...메모봤구나..그래, 병원엔 가보지 않아도 되겠니..?]
[네, 그보다..저기...]
웅웅거리는 기계소음에 섞인 탓인지 중저음의 남편 목소리가 들렸다 끊어졌다..한다.
이것저것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놓든 나는, 전화기를 잠시 손으로 막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어..오빠! 오늘 저녁에..나, 여학교동창회 모임이..있는데...]
암만 잔머리를 굴려보아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짬을 낼 만한 핑게거리가 쉬 떠오르지 않아,
나는 그냥 순간적으로 동창회 모임이 있다고 둘러댄다.
[응..응, 알았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수다 많이 떨고 잘 놀다 와!]
[저녁식사는 차려놓고 나갈께요..좀 늦을지 모르구요]
[어? 아냐..나도 오늘저녁 어디 갈데가 있어서..밥은..]
[그래요..?]
[후~어쩌냐..? 그나마 우리 이쁜이 걱정 안시키고..공장을 꾸려 나갈려면..
사회적으로 약자인 내가..선물꾸러미..한 번 더 찾아가..사정이라도 해봐야지..]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급매물로 내 놓았지만 경기가 좋지않은 때문인지,
부동산에서 보러오는 일도 없고, 그나마 한두 사람 다녀가긴 했지만,
터무니없이 매매가를 낮춰 얘기를 해왔던터라 내가 나서서 상담을 거절하고,
여지껏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남편은 공장 운영문제로 본사 전무의 집에까지 찾아갈 모양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났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저번 때(광고주와의 약속을 동건이 집에 찾아오는 바람에 펑크낸 날)는
이렇게까지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종일 뜬구름 잡는 기분이다.
서준의 고백을 받아 수연의 음모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닌데,
왠일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집안을 서성거리기만 한다.
"후~스폰계약 선금쪼로 받은 그 돈봉투 때문인가..?"
서준이 내 핸드백에 넣어준 그 하얀 봉투..
거기에는 1 이란 숫자 다음에 동그라미가 7개나 그려진 푸릇푸릇한 종이 딱지가
무려 5 장이나 들어있었다.
일금 5천 만원..누구네 집 애들 이름도 아니고, 아무리 가진 게 많은 사업가지만,
내가 하룻 저녁 식사준비를 해주는 댓가치고는 너무나 큰 금액이 아닐수 없었다.
더군다나 신인들은 돈다발을 싸 짊어지고 와서 들이대어도 될까 말까 하다는,
대기업의 홍보모델 자리를 따 논 당상처럼 보장까지 받는다니..
"은애..너! 정말 순진한 건지..아님 진짜 세상 물정 모르는 숙맥인지.."
머릿속에서 언젠가 스폰 문제로 얘기하던 중에 나를 힐난하며 비웃는 듯한 말을 했던,
서준 그 남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울려온다.
"이제 순수는 커녕.. 꼬리가 몇 개 달린 여우로 변신해 버린 난데.."
나는 그제서야 남자의 그 말뜻을 똑똑히 해석할 수 있었고,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이 낯선 떨림의 원인이 무엇인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고 그런 평범한 가정주부에게, 거금과 함께 미시모델이란 타이틀을 준다는 것은 곧,
나 역시 그 댓가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그 늙은남자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곤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는데..
그만한 돈에 모델이란 명성, 그리고 앞으로의 구두 계약에 따라 받게 될,
플러스 알파의 금전적인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지명도 높은 현역 연예인뿐만 아니라 까리삼삼한 처녀들을 얼마던지 취할 수 있을텐데
왜 굳이 미혼의 처녀도 아닌 나같은 미시..그것도 30대의 아줌마를..하는
의구심이 한편으로 들지 않을 수 없다.
"하긴..뭐, 동건이나 서준 그 남자와의 관계를 떠나..그래..오빠 사업이 어렵지 않고..
조용히 살림만 하는 내게 누군가 내 몸을 필요로 해 조건을 제시해 온 상황이었다면..
그랬다면.. 5 억 아니라 50 억을 준다고 해도.."
순간, 공주병이 도진 나는, "한미모 하는 나 정도되니까 뭐..그럴 수도 있지" 라고
며칠전 같았으면 꿈에서 조차 상상 할 수 없었던 타협을 그렇게 현실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내 가슴속 한귀퉁이를 비집고 자리잡은 막연한 불안감은,
생각을 점점 더해 갈 수록 두려움 정도로 커지고 있었는데..
"후우~ 내 몸은 기본일테고..옵션으로 뭔가 더 원하는 게 있지않을까..?"
수연의 음모를 몰랐으면 모를까..혹시 남편과 나를 갈라 놓으려는 수연이 뇬과,
연관성이 있는 요구를 내게 해 오는 것은 아닐까..라고, 나는 막연하게 추측만 할뿐..
그 늙은 남자가 나에게 가해 올 충격적인 뵨태행위를 이때 당시 나는 모르고 있었다.
집안 정리를 다 끝내고 마악 옷을 갈아입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조금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서준 그 남자의 말을 외면했는데..
"으,음..어떻게..분명 서준일텐데..받아야 하나..?"
입고 있던 스타킹을 마저 올리고 핸폰을 집으러 갔지만 전화가 뚝 끊긴다.
"잘못 걸린 전환가...? 괜히.."
안 보면 보고싶고 마주 보면 시들하다더니..참으로 간사한 게 여자의 마음인가 보다.
전화해 달란 말을 외면하구선 남자가 먼저 전화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입술을 삐죽이며 혀를 쏙 내미는데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울려대는 벨소리..
[서준입니다..지금 은애씨 아파트 입구에서..]
"치이~이틀 사이에 개과천선을 하셨나.."
늘 자신만만하게 둘리던 음성이 마치 목감기라도 걸린 듯한 쉰 목소리다.
그러나 또박또박 경어를 사용하여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쩔려구..아파트까지 찾아와요? 혼자 갈 수 있는데..]
[그 분 집이..시 외곽에 위치해..은애씨 혼자 가시기엔 불편할 겁니다..
얼른 준비해 내려오세요..누군가의 눈에 띄는 게 불안하시면..]
난 그냥 생각없이 말을 했는데..아차! 그러고 보니 앞동 아파트에 사는 동건씨..!
혹시 우연히.. 저 남자의 차에 오르는 나를 목격한다면..?
폰을 귀에 댄 채..나는 서둘러 투피스 정장 상의의 소매를 팔에 꿰었다.
그리고 아직은 바깥이 환했지만, 분명 나보다는 남편이 먼저 귀가할테고..
그렇다면 내가 마중도 하지 못하는데 집안에 깜깜하게 불까지 꺼져있으면..싶어,
거실과 주방 조명은 확 켜두고 현관을 나왔다.
[어? 서준씨! 당신 얼굴이..그게 뭐에요?]
[안전벨트 매세요, 곧장 출발합니다]
[네..? 얼굴이 왜 그러냐니까..?]
[사흘동안 줄창..주량도 약한 술을..약으로 알고 퍼질러서..그렇습니다]
[아..아무리..그래도 그렇지, 고작 만 이틀 사이에..]
남자의 얼굴은 한마디로 반쪽이었다.
가끔 우수에 젖긴 했지만 나를 만날 때마다 늘 서글서글하던 두 눈은,
마치 지하철 역사를 헤메도는 노숙자처럼 퀭했고,
눈두덩 애교살 아래에..다크서클까지 생겨 거뭇하게 매달려있다.
그리고 버터를 쳐 바른 것처럼 밴질밴질 느끼해 보이던 낯짝이,
수염을 깍지않아 덥수룩한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기같이 통통하던 볼 살이 얼마나 담배를 빨아댔는지 모르지만,
아주 그냥 볼따구에 내 주먹 하나가 쑥 들어갈 만큼 되버려 광대뼈까지 도드라져 보였다.
[신경쓰실 필요없습니다]
[누가 뭐..신경쓴대요..? 사춘기 소년도 아니구..나같은 여자가 뭐라고..
실연의 고통을 맛 본 사람처럼.. 울기까지 했나보네.. 차 세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