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37)

분노의 감정과 함께 경계하고 미워해야 할 연적 대상 1호인 수연.

하지만 나 자신도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흥분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너무 쉽게 그녀의 손자극에 발딱 발기하는 내 젖꼭지.

그동안에도 내 어깨에 자신의 턱을 받치듯이 기대고 선 수연은,

유두를 꼬무작꼬무작 만지는 그 손길을 좀체 멈출 생각을 하지않았다.

남자의 가슴..건포도 알맹이같은 젖꼭지를 마치 코딱지 후벼파 듯이 배배 비틀어,

손톱끝으로 콕콕 찍어내는 손 동작..

혹 이 여자 내 남편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그렇게 의심의 마음을 담아보았지만..설마? 하곤 생각을 떨쳐버린다.

[으,응..난..남자보다는..왠지 여자가..은애니까 말인데 말야..

 은애처럼 아름다운 몸을 보면 막 만지고싶고 장난치고 싶고 그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면 좀 이상하지...?]

 "구미호같은 뇬이 별 미친..연막을 다 쳐대네..그런다고 내가 믿을 것 같애? 흥!"

[그..그런 거는 난, 잘 몰라...근데 샵에서..남자 옷도...만드나 봐..?]

[남자 옷이라니..? 우리 의상실은 오로지.. 미녀들을 위한..]

[으,응..그냥 물어봤어.. 아까 행거에서 남자 셔츠를 본 것 같아서..]

[아~그거 ..그 셔츠 우리 앤거야..내가 특별히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두 벌 제작했지,

 한 벌은 언젠가..내가 립스틱을 잔뜩 묻히는 바람에..갈아입혀 보냈고...

 호호! 은애야..나, 여자 몸 좋아하는 성향이랑은 좀 다르게..

 별난 취미 하나가 있는데..말야..호호!

 집에 돌아가서 마누라랑 섹스 못하게 하느라고..우리 앤 자지털도 깍아줬다..]

수연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날 있었던 셔츠 갈아입힌 얘기와,

지털 제모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다 털어놓았다.

[나..남자 거시기 털을..? 그럼, 수연씨.. 애인이란 그 남자때문에 이혼을...?]

[이혼? 민주가 얘기 안했나? 크크..나 앤이랑 바람피다 걸려가지구...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사실은 가을쯤에.. 앤이랑 결혼할 거야..

 그래서 일부러 전남편 식구들에게 들키게 해설랑...]

결혼..결혼...? 수연이 말하는 애인이라면 분명 오빠일테고..

더구나 그 아내인 내가 이렇게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이 여자 그런 이야기를 서슴치않고 장본인인 내앞에서 이리 쉽게 할 수 있을까.

수연이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것은 도대체 무얼까? 

나는 도무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수연의 언행에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어느새 내 등뒤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린 수연의 손이 팬티 고무줄에 닿는다.

순간 나는 낮으막한 신음을 입안에서 씹어 삼키며 눈을 살짝 감는다.

마치 낯선 남자앞에서 내 뒷모습을 드러낸 듯 그 이상한 감정이 다시 솟아났기 때문이다.

[후우~은애는.. 예쁘지않은 부분이 없네..응? 엉덩이는 또 왜 이렇게 팽팽하면서

 부들부들 살비듬이 좋은거야..아~킁킁..!! 여자 냄새도 진하구..여긴..]

[읏!]

내 엉덩짝에 뺨까지 부벼대며 감탄을 해대던 수연이, 

부지불식간에 내 부끄러운 음부 거기에 코를 갖다대곤 킁킁 냄새까지 맡아댔다.

[하..하지마! 어..어딜...?]

두 손으로 엉덩이 골짜기를 좌우로 헤집어 벌린 수연은, 

그렇쟎아도 아까부터 살짝 젖어있는 내 음부입구에 입술을 갖다대며,

입맞춤이라도 할 것처럼 액션을 취해왔다.

재빨리 허리를 뒤틀어 피하긴 했지만..

왜 수연이 내 몸에 집착하는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나로써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수연에게는 내가, 한끼 식사거리도 안될 만큼 만만하게 보여진 탓일까.

적과 아군으로 명명백백하게 갈라져 피튀기는 싸움을 시작한 이 마당에 말이다.

불과 몇 초면 벗길 속옷을 한참 동안을 "밍기적밍기적" 

내 몸 여기저기를 만져대고 냄새를 맡고..살펴 관찰해 댄 후에야 겨우 벗겨낸 수연은, 

그야말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나의 알몸을 향해 뚫어져라 거울속으로 눈을 던진다.

흡사 그 눈빛에 쏘인 내 심장이 구멍나 터져버릴 것 같은 강렬한 눈빛으로 말이다.

[딱! 한 마디로 짱 부럽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은애야..]

[부..부럽긴..몇 년 지나면 4학년 될 아줌마인걸..] 

[그렇지만...난 낼 모레면 벌써..후~! 이 나이되도록 그동안 뭘 했나 몰라..자, 팔 잠깐만..]

 "뭐야..이 옷은...또 왜 이 모양이야?"

나는 뭐 이번에는 몸 전체를 어느 정도 가려줄 옷이겠거니 하고 여유있게 팔을 들었는데..

[서대표가 귀띔하는데..말야..선발전 최종심사는 수영복대신 한복치마로 한대나 봐..

 은애도 케이블 TV 같은데서 봤을걸..미인대회 예선전 때 후보 아가씨들 치마만 입은 그림..]

[저고리는 벗고..치..치마만 입다니..? 난 한 번도 못봤는데...]

[얼마전까진 공중파 방송에서도 중계해 줬지..요즘은 케이블방송으로 넘어갔지만..

 여자들이 패드도 없는 수영복 입고 워킹하는 모습..호호! 푹 패인 도끼 자국이..]

[도..도끼 자국은...또 무슨...?]

[은애..너, 내숭이야..? 정말 순진한거니..? 여기 말야! 보지틈새! ]

민주는 그렇다쳐도 교양이 있어보이는 수연까지 저속한 은어를 사용하다니..

나는 갑자기 양 볼이 화끈 달아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수치심마저 살짝 느낀다.

그러나 내가 민망함을 느끼고 뺨을 붉힌 것은, 보지 틈새를 도끼 자국으로 칭해서가 아니고,

수연이 내 젖가슴위로 펼쳐 입혀주는 그 옷 때문이었다.

[이 치마는 정말..수연샵 디자이너가 특별히 신경써서 만든..]

[아니..이 건..치마가 아니라..]

[입어보면 곧 알겠지만..넘 환상적인 디자인...아마 인기 캡!..]

수연앞에서 내가 열기를 느낀탓일까.

젖가슴 맨살에 닿는 옷감의 감촉이 여름인데도 차가운 느낌이다. 

명색이 치마처럼 생긴 그 옷은 가슴을 모두 가려주며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긴했다.

하지만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했으니..

마치 무슨 항아리치마를 입은 것처럼 내 몸매의 굴곡을 모두 나타내는 8자 형태에,

더군다나 매미날개같이 얇은 천을 눈가림하기 위해서인지,

유방부분에 겨우 젖꼭지만 살짝 가려주는 살구색 반창고같은 작은 패드가 붙어있고..

몸 뒤에서 찍찍이로 치마솔기를 여미는 디자인이었다.

선발전이 열리는 무대위의 조명이 얼마나 밝을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은애가 기가 막혀 기가 막혀!" 뭐라 입을 열지못 할 정도다. 

브래지어는 물론 팬티까지 홀랑 벗은 몸에,

지털이 뭐야..음부속살까지 고스란히 다 보일 정도로,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자루 치마 하나만 덜렁 젖가슴에 걸치고 나간다면...

아~생각만해도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카락이 쭈삣 하늘로 치솟는 아찔함이 느껴진다.

[심사는 형식적이겠지만..그래도 위원들 눈이라도 즐겁게 해주면..응? 은애야..]

[마..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세상에 어느 누가 치마만 하나 걸치고..게다가..]

[그건, 은애 니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변태스런 광고주는 어떻하는 줄 아니?

 숫제 비공개로 선발전을 열어요..물론 최종심사는 당연히 누드..]

수연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그만두라는 식으로 사람 비위를 긁어대는 말들을 해댔다.

[응..헤어는 미용실에서 다듬겠지만..치마 패션에는 생머리 보단 이렇게 하는 게..]

내 뒤에서 이리저리 흝어보던 수연은 긴머리카락을 손으로 묶어 구름처럼 틀어올린다.

[어머! 훨씬 더 좋다~은애야..봐 바!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쇄골과 가는 목선이..다 드러나 너무 아름다워.. 

 아~정말..내 눈이 다 어지러울 정도로 우아하다..그치..? 잘 봐! 은애야..!]

앞서 입어보았던 드레스가 서양식의 화려한 섹시미를 그대로 나타내는 노출이미지라면.

지금 입은 이 치마는 동양여인의 선명하고 고운 선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우아하고 고전적인 관능미를 가린 듯 보여주는 은근한 이미지였다.

거울속 여인은, 가냘픈 어깨선과 쇄골은 물론, 

풍만한 젖무덤과 유연한 굴곡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실눈을 뜨고있는 모습이다.

그 여자의 실체인 나 자신조차도 깊이 빠져들만큼..매혹적인 그림. 

하지만 수연앞이라 그런지, 

진짜 발가벗고 무대 한가운데 내버려진 듯해 약간의 창피함마저 느껴졌다.

가끔은 오빠랑 잘 때도 잠옷을 챙겨입고 침대에 들만큼 아직도 보수적인 성향이 남아있는 나.

이렇게 노출이 파격적인 무대복과 파티복은,

먼 나라 여자들이나 밤무대의 쇼걸들에게나 어울리는 패션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따위 옷같지도 않은 옷을 입고 어떻게 선발전에 나가고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아찔한 생각들은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릴 뿐 수연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전체를 봐 바..서대표 고생한 보람이 있네...그래..

 별 하나 만들어 내기가..어디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운일이니..]

[스..스타는 무슨...아직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미시모델인데..]

[아냐, 은애야..! 내가 장담하건데.. 너랑 서대표 천생연분인가 봐..

 참, 서준.. 저 남자는 어떻게 처음 만났니..?]

[그게...으,응! 어머나!] 

[와우~~! 으..은애씨! 히야~~역시...]

피팅룸 문이 열려있었나..? 

의상실을 어슬렁어슬렁 둘러보고 있던 남자가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져,

놀란 입을 채 다물지도 못하고 나를 바라보며 찬사를 늘어놓았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농익어 터질듯한 신화속의 여신의 지체에,

서준은 마른 침까지 꿀꺽 삼키며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룸천장에 매달린 조명탓으로 속살이 비쳐보이는 실루엣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관능적으로 드러난 몸매의 전체적인 굴곡은 서준의 두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빛이 났으니까..

[엉큼하게 뭘 훔쳐봐요..서대표..문닫아 주고 나가있어요]

[후후..넵! 실장님]

손을 등 뒤로 가져가 찍찍이 하나를 살그머니 풀른 수연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서준은 이내 아쉽다는 표정을 남기며 피팅룸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나는 혹시 남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훔쳐본 것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이렇게 수연과 우연히 조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농담처럼 호텔갈까? 이야기를 했는데..

또 얼마나 기대를 하고 기다릴지..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호호! 남자들이란..하긴 뭐..같은 여자인 내가 다 반했는데..서대표야 오죽할려구..

 쭉 뻗은 날씬한 S라인 몸매...! ..내가 벌써 몇 번 말했지만..어차피 시작한 일..꼭..응?

 그래야..은애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을테고..]

[내 몸값이 치솟다니...수연씨! 갈수록 이상한 말만..]

수연의 그 말은 광고주와의 사전 미팅을 꼭 가지라는 강요쪼로 내 귀에 들려, 기분이 좀 언쟎았다.

[호호, 아냐..얘..! 내 말뜻은..당연 순수미와 섹시미를 고루 갖춘 여자는 은애..너뿐일테고..

 선발전 후보들중에 분명 최고일테니...그렇게 우승만하면..

 희소가치가 확 치솟을 거 아닌가 그 말이야.. 더군다나 은애 넌..임자있는 미시니까..]

 "질시가 섞인 말인지..정말 내 몸을 인정해서 하는 말인지 분간이 어렵네..여우같은 뇬"

[은애 남편..복 받았는 걸.. 아니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아직 몰라도...

 후후! 이런 몸의 여자..아저씨니까 망정이지.. 한 두 남자로는 잽도 안될텐데...]

그러나 나는 복 어쩌고 하는 말만 들었을 뿐, 뒷담화로 수연의 입안에서만 씹혀진,

수연의 그런 속내가 담긴 비아냥은 듣지 못했다.

얼마후..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내 등뒤에서 수연이 다시 말을 걸어온다.

[은애야! 좀 전에 하던 그말 말야...서대표랑 우연히..승용차 사고때문에 만났다는 거..]

[...............?!]

[저 남자 꽤 괜챦은 남잔데..여직 장가가 안가고..은애와 인연이 있어서 그랬나..?]

[무슨 소리를...나.. 결혼한 미시야..수연씨!  그리고 서준씨완...

 우리 그냥..신인모델과 에이전트..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야..비약시키지 마!]

[알아..남편이 늘 잘해줄텐데..은애같은 지고지순한 열녀가 뭐..오죽하겠어..

 아무렴 서대표가 아무리 훌륭해도.. 남편 발치에도 못미치겠지..]

[잘 알면서 왜 자꾸..내게...?]

[오해하지마..난 그냥..서대표 정도면 남자답고..해서, 내게..애인이 없으면 꼬셔볼 정도니까..]

[수연씨..정말..이상하다...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면서..내가 무슨..]

퉁을 주는데도 수연은 내 말은 못들은 척, 남자를 은근히 칭찬하면서,

나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듯한 꼬득임 말을 늘어놓았다.

 "미친..여우뇬이..나는 뭐 배알도 없는 즐 아나 봐...확..그냥 "

사람이 아무리 순순해도 참는 데는 한도가 있는 법인데..

나는 손톱을 바짝 세워 뇬의 맨질맨질한 낯짝을 팍 긁어주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다.

[저기..흥분하지 말구..은애야..응? 내가 샵 운영하면서 서대표를 겪어봐서 잘 아는데..

 서대표만큼 점잖고, 매너 좋은 남자 드물어..요즘 뭐..애인 한 둘 없는 사람이 어딨니..?]

[아무리..우리가 얼마나 친하다구..그런 말을..함부로..갈께! ]

한 마디 거칠게 쏘아붙인 나는 의상실 문을 탁 닫고 나와 버렸다. 

은애야..은애씨! 미친.. 나는 놀라 붙잡는 서준 그 남자의 손마저 뿌리치고,

큰길쪽으로 도망치 듯 걷기 시작했다.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

타세요..은애씨..! 왜.. 두 분 다투셨어요?]

[가요, 가면서 얘기할테니...]

어느새 뒤쫓아 차를 끌고왔는지,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내 옆으로 차를 멈추며,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흐,음..왠만하면 은애씨가 참으시지 않구선.. 민실장 저 여자 성깔있는 여자라서..

 한 번 앙심을 품으면..두고두고 앙갚음을 하는 스타일인데...]

 "흥! 지 까짓 게...내게 앙갚음하면..나두.."

낮으막히 한숨을 내쉰 남자는 지나가는 말처럼 수연의 성격에 대해서 얘기한다.

순간 나는 마음속으론 야무지게 전의를 다지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지만,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할 때 이미 수연에게 몇 수 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크던 작던 싸움에서 이기려면..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한다.

근데 수연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환하게 다 꿰고 있는 듯 자신감이 넘치지만,

나는..이제 겨우 뇬의 존재를 확인하고,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심증을 굳힌 것뿐이다.

그리고 집안 내력이나 지성미, 경제력 등,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는 나로서는,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마치 크다란 바위에 눌린 듯 암울하고 참담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 스폰을 확실하게 맺어서..수연이 뇬 콧대를 확 눌러 줘야해.."

[오늘은 의상만..보구...나머지..헤어, 왁싱, 얼굴 화장까지..다 부탁해 뒀는데..

 후~ 한 성질하는 민실장과 싸우다니..]

[어머머! 서준씨..당신,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에요? 꼭 수연이와 한 통속인 것처럼..]

[허어~ 그런 거 정말 아니래두 그러네..중요한 시기에 두 사람이 다퉜다니..걱정되서..]

[싸우긴..뭐..내 비위를 깐죽깐죽 긁어대는 바람에.. 그냥, 기분상해서 나온거지..]

[흠, 그렇담 다행이구..음..음! 아..아파트로 바로 갈거야?]

[바로 가지않음..? 한참 신경썼더니...좀 피곤하네..]

[으, 응..아까 오면서 호텔갈까..하길래...]

[풋! 농담한 걸 가지고.. 오라, 그래서..수연이랑 다퉜냐면서 내 기분 살폈구나..]

[누..누가 뭐...은애가 농담했다는 거 몰라..? 안전벨트나 매! ]

[깜짝이야..! 사람 놀라게 갑자기 큰소리는 치고 그러냐..? 남자가 쪼잔하게..

 옷갈아 입은 내 몸 훔쳐보니까..응? 흥분되더라..남자답게 솔직히 그렇게 말하지...]

수연과의 이상한 만남으로 내내 찜찜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일부러 유혹하는 속삭임을 남자에게 흘려보내며 생긋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외간남자와 호텔을? 그것도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오후 시간에?

하지만 뭐 남자를 처음 만난 사이도 아니고 이 남자 치기가 묻어나는 소년처럼,

장난이 심하긴 해도 내겐 진지한 면을 보이니.. 

수연과 한 패가 아닌가 의심하던 나는 선택의 기로에서 일방향을 정해버린다. 

아파트로 곧장 가자던 내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작은 백에서 콤팩트 거울을 꺼내,

얼굴도 이리저리 살펴보고, 화장을 손질하기 시작하자,

남자는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힐끔 곁눈질을 해온다.

 "하여간 이 남자 눈치 하나는..금새 내 속을 알아차리네..저..저, 바지앞 좀 봐."

남편 몰래..외간남자와 호텔행을 선택한 나 자신, 

불안과 긴장감으로 걱정을 해도 시원치 않을 처지에, 

남자의 불룩해진 바지앞을 흘끔 쳐다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다..?

불현듯 이게 진정 나란 여자의 참모습인가 하는 의아심이 훅 일어나,

나는 거울속에 비치는, 그 뻔뻔해진 얼굴을 잠시 노려보았다.

그렇게 순수와는 거리가 먼, 음란한 색기를 풀풀 뿜어내는 또 다른 나란 여자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컬러의 립스틱으로 입술에 관능을 그리고 있다.

남자가 차를 멈춘 곳은 말로만 들어오던 러브호텔..

서낭당 나뭇가지에 치렁치렁 매달아 놓은 천조각처럼 인공넝쿨이 축축 늘어진 주차장.

내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 하나를 얻기위해 눈에 보이지않는 가면을 얼굴에 두르긴 했지만, 

막상 남자가 열어주는 차 문에서 몸을 내리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는 긴장감이 엄습한다.

더 이상 이 남자에게 쉬운 여자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가다듬으며,

애써 태연한 척 그를 뒤따라 호텔로 들어갔다.

대실료를 지불한 남자가 키를 받아들고는 앞장서 성큼 걸어간다. 

두 사람이 타면 딱 맞을 듯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 남자의 등뒤로, 

러브호텔을 처음 들어온 여자답지않게..주위를 둘러보는 주도면밀함도 잃지 않고..

나는 마치 그림자처럼 얼른 모습을 감춰갔다.

일탈의 경계를 넘어서 또 다른 세계로의 경험을 체험하기 위해, 내 몸을 실은 느낌이랄까.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남자의 손를 꼬옥 잡았다.

약간 어두운 복도의 불빛에 나는 다소나마 안심을 한다. 

[은애..정말, 러브호텔은 처음이야..?]

[치! 사람을 어떻게 보구...그 딴걸 물어..? ]

[아~ 난, 그냥.. 남편이랑 한 번쯤은 와보지 않았을까 해서..]

차에서 내리기전까지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떠들어 대던 나는,

갑자기 벙어리가 된 것처럼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남자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는 나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는, 방문이 열리면서 훅 하고 불결한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 그 느낌과 함께,

싸~한 냄새가 내 코끝을 찔러오는 듯해 고개를 살짝 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화났구나..? 내가 괜히 입방정을 떨어서..기분 잡쳤지...?]

남자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볍게 자기 가슴쪽으로 안아왔다. 

 "훗!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더니..잘 하면..수연이의 정체를.."

[나란 여자를 모르는 것도 아니구..누군들 그런 말 들으면 기분좋겠어..?]  

[미안..미안! 일단 들어가자..들어가서..내 꼼짝않고 있을테니..내 입을 꼬집던지..

 뺨따구를 후려패던지..은애가 하고 싶은대로...응?] 

안으로 들어서니 입구 왼쪽으로 커다란 월풀 욕조가 자리잡은 욕실이 보였고, 

룸안에는 이상하게 생긴 의자와 둥근 원형침대가 놓여 있다.

[어어? 뭐..뭐야...? 거울이 왜.. 저기 달려있는 거야..?]

방안을 둘러보는 그때, 하필이면 고개를 든다고 들어 천장을 쳐다본 내 눈에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디따 큰 거울이..천장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