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지금 보구있어..다들 수준높은 작품들 같아서..쉽지는..않네!]
[가격대에 부담갖지 말구..서대표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잠깐만..전화 좀 받을게]
하나같이 최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진 듯한 옷들은 나름대로 각기 개성을 살려,
패션에 문외한 내가 봐도 똑같은 스타일로 디자인 된 옷은 한 벌도 없었다.
그 사이 왠지 귀에 익은 듯한 전화벨이 울렸다고 생각은 했는데..
나는 구경하느라 미처 그 벨소리와 흡사한 컬러링을
오빠 전화기에도 사용한다는 걸 눈치 차리지 못한다.
수연은 기분좋은 미소를 활짝 지어보이며 내 곁을 떠났고..
나는 그렇게 손에 만져지는 부드러운 옷감의 감촉만을 느끼고 있었다.
"어우~ 뭐야..이 옷들..거의 전부가 노출이 심해서..이걸 어떻게..입어?"
휴우~~그랬다..메인 행거에 쭈욱 걸려있는 옷들은 정말 하나같이,
구경하는 내가 다 아찔한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쇼걸(본적은 없지만)들의 무대복처럼 아예 노출을 위해 만들어진 옷들 같았다.
천 조각 몇 개를 이어 붙여 매달아 놓은 것 같은 드레스도 있었고..
가느다란 메탈 체인으로 연결된 네크라인에 동그랗게 브래지어 형태만,
가슴부분에 장식된.. 외계인에게나 어울릴 듯한 옷이 있는가하면,
롱드레스 하나는 사이드 슬롯이 아예 허리까지 타개져있어,
만약 내가 그걸 입고 워킹이라도 하게된다면,
아까 길거리에서 처럼 하얀 엉덩이가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옷이었다.
그리고 화려한 디자인의 얇은 톱드레스는 무슨 천을 사용했는지,
하늘하늘하는 천사이로 속살이 다 비쳐보일 것처럼 만져보는 내 손바닥이 훤히 보였다.
"미쳤어..성인영화에 나오던 그 여배우도 이보다는 다 많이 가렸던데.."
"여기 있는 옷을 입느니..차라리 발가벗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행사장엔 많은 사람들이 모일지 모르는데 실제로 노출이 심한 이런 옷을 입고 나갈 수는 있을까.
내가 만약 입게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옷구경을 하면서 아무리 상상을 해보았지만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없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가 마악 또 다른 드레스를 뒤적뒤적 살피는데..
"어? 남자 셔츠가 왜...? 아니, 이..이 셔츠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퍼뜩 든 나는, 얼른 그 셔츠를 행거에서 벗겨 이만큼 들어보았다.
버튼이 달린 목부분에 예쁜 프릴장식이 달려있고..가슴쪽 포켓에 이니셜이 새겨진 셔츠는,
접때 남편이 바꿔입고 왔던 하얀색 실크와이셔츠와 디자인이 비슷해 보인다.
"蓮" 나는 그것이 무슨 디자이너의 독특한 로고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좀 더 가까이 자세히 살펴보니 뷰티샵 유리문앞에 새겨겨 있던 그 한자..蓮이었다.
맞아! 연..수연의 이름 끝 글자..연..연! 아~그렇담 그날 남편은 수연과 함께...?
[옷 어때? 아니..왜? 아직도 맘에 드는 걸 고르지 못했니? ]
[으,응..고..고르긴 했는데...너무 야해서..]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수연이 내곁에 다가와 있다.
나는 드레스 사이로 얼른 셔츠를 감춰 걸고는 아무 옷이나 한 벌 집어들었다.
[오우..은애 눈높다..꽤 괜챦은 걸 골랐네..입어 봐!]
[이..이만큼 노출이 심한 옷을 어떻게..?]
[훗! 다 입을 수 있게 만들어진 옷이야..난, 서대표랑 밖에서 기다릴테니..어서!]
피팅룸으로 안내해 준 수연은 내 등을 떠밀다시피 문안으로 밀어넣는다.
얼결에 옷을 가슴에 안고 들어오기는 했으나 조금은 난감한 기분이다.
내 머릿속에선 옷을 입어볼 여유도 없는 듯, 셔츠의 환영만 맴돌고 있었고,
수연의 실체를 한 꺼풀 벗겨낸 작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그 사이로,
언젠가 남편이 백화점에서 어렵게 골라 사왔다는 내 원피스까지 팔랑팔랑 살아 떠오른다.
"너무 짧은 치맛단..속허벅지가 반쯤 보일만큼 아슬아슬했던 그 옷..
차 사고 감출려고 남편앞에서 꼭 한 번 입긴했지만...
근데 백화점에서 파는 옷이 아니라..그래, 맞아! 여기 수연의 샵에서..맞춤된..원피스였어.."
그렇담 수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오빠는 왜 백화점에서 어렵게 사왔다고 거짓말까지 해야 했을까..
근데 나를 경계해야 할 수연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원피스를 선물했을까?
뻔히 들킬 줄 알면서 바보처럼 남편 셔츠를 갈아입혀 보내고..
혹시 오빠의 지털을 제모한 여자도 수연이 아닐까?
도무지 이해가 안돼! 내가 오빠의 아내임을 알면서 그런 행동들을 한다는 건..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그러나 도무지 그 두께를 알 수 없는 비밀의 문은 좀체 열려질 기미를 보이지않는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풀리지않는, 수수께끼처럼 나를 혼돈속으로 몰아넣었다.
근데 내가 피팅룸안에 들어간 그 사이, 수연과 서준은...!
(잠깐! 회원님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막간에 삽입했습니다.
물론 은애는 모르는 내용이구요)
바닥이 유리도 덮여진 응접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
은애에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끊임없이 사근사근 친절을 보여주던 수연이,
방금전과는 180도 달라진 표정으로 그 고운 아미를 잔뜩 찌푸린 채,
힐난하는 목소리로 남자를 다그치고 있었고,
서준은 잘못을 저지른 초딩이 선생님에게 훈계라도 듣는 얼굴로,
멀뚱멀뚱 피팅룸 문쪽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듣고 있다는 시늉을 하고있다.
쌩 찬바람이 감도는 분위기속에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
[준! 너 쪼다아냐..? 내가 그만큼 일렀는데.. 여지껏 도대체 뭐 한거야?]
[뭐..일정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그래도 스폰제의 승락까지 받아내고..
오늘 의상실에 데리고 왔으니..]
[참..나..이 바보야! 스폰제안은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어 있어..
지금의 은애 입장에서는..거절하고 말고 할 처지가 못돼..알어?]
[아니, 그럼..굳이..나를 통해서 시키실 필요도 없지않습니까..근데 왜..?]
[이런..이런 맹추! 보안을 유지하려면..그래, 여태 작업하던 니가 해야지..누가 해?]
[음..그건 그렇고..스폰제의를 은애씨가..당연히 받아들이다뇨? 나 모르는 무슨..?]
[뭐..그딴 이유는 나중에 차차 알게될테니까...그래..반지는?]
[반지는..그동안 시간이 없어서..오늘 여기 오기전에...전했습니다]
[순순히 받디?]
[그럴리가요..남편있는 유부녀 운운하시면서 어찌나 완강하던지..겨우..]
[바보야..우연한 기회에 사진 몇 방만 찍어 뒀으면 이런 성가신 일 없었을 거 아냐,
멍청하게스리..아니지.. 너 혹시..? 그날 뭔 일 저지르고 내게 숨기는 건 아니지?]
[그럴리가..있습니까..]
[행여 내게 거짓말하고 그러지 마...시궁창같은 바닥인생 다시 살기 싫으면..]
[흠! 잘 압니다...실장님이나 광고주님 그 은혜..
나도 최선을 다해서..작업하고 있으니..그런 의심은..]
[미안해..의심하는 쪼로 말한 건 내 취소할게..아무튼 은애 눈치차리지 못하도록 조심하구..
으,음..그 동안 쟤..뭐 다른남자 생긴..그딴 기미는 안보이디?]
[네..말하는 거나..내게 하는 행동으로 봐선..아직까지 ]
[하긴 뭐 하루 24시간 내내 감시하고 다니는 것두 아니니..알 수없지..
민주 말로는 사고난 그날 마사지샵에 들렀대는데...그냥 마사지만 받고 나왔나?]
[샵에서 마사지받은 그 문제는..모르겠구..우리 바~에서 한 번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민주씨랑 세 분이..술 드시는 그날..]
[숙맥인지..내가 그만큼 부추기는 액션을 취했는데도..줄창 술만 마시더라구..]
[흐,음..저어.. 실장님!]
[왜..?]
[이런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왜, 은애씨 부부를 갈라 놓으시려고..]
[..서대표는 내가 믿지만...그렇다고 함부로 그 이유를 말해줄 수는 없어..
어쩌면 내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지도..
그만큼 중요한 비밀이니까..더 묻지 말고..그냥 하던대로 일이나 해줘!
그리고 준 너도 나쁘지는 않쟎아..어디..은애만한 순수미인을 얻기가 쉬워? 안 그래?]
[하긴 그렇죠..실장님 비밀을 내가 뭐..굳이 알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나중에.. 이 일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릅니다만..
은애씨 남편이 아무래도 마음에 결려서..솔직히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순간 서준은 그 좋은 짱돌을 빠르게 회전시킨다.
민수연이 함구해서 무덤까지 가져갈지도 모를 그 비밀이란 과연? 하는..
그리고 무언가는 모르지만.. 그 비밀이 발단이 되어,
은애를 망가뜨리고 남편과 갈라서게 하려는 의도라면..
결론적으로..부부가 쪽난 뒤..그래, 이혼까지 당한 돌싱..민수연이 얻는 게 뭘까?라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구..그딴 쓸데없는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저쪽에선 우리들이 일을 벌린지를 몰라..아암!
노파심에서 말이지만 절대 알게해서는 안되지..준은 물론 나까지 크게 다칠테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실장님은..어떻게 걱정도 하지말라..그런 말을..
사람들의 일에는 만약이란 게 있지않습니까?]
[어어! 준, 너..많이 약해졌네..여자같이..쯧쯧! 나를 믿으라구...내가..장담하건데...
만약에 준이 우려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하더라도..아저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저씨..? 혹..은애 남편과 실장님..옛날부터 아시는..연인이셨습니까?
아님 무슨 은애씨와 원한 관계라도..?]
[더 이상 묻지 말랬쟎아..음! 한 가지만 말해줄까? 그래, 준이 불안해 할만도 하지..
은애 남편...옛날..뭐 아주 옛날은 아니지만..유명한 건달이었어..!]
[거..건달이라구요..?]
[풋~! 남자가, 여자 말..한 마디에 쫄고 그래.. 난, 피팅룸에 가볼테니 좀 있다 봐!]
* *
그 동안 나는, 잠자리날개처럼 너무 얇고 부드러운 천으로 지어진 옷을,
반쯤 몸에 걸친 상태로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어깨는 물론 등 부분이 숫제 없는 그 옷은 입김만 훅 불어도 끊어져 버릴 것 같은,
그야말로 극세한 끈을 목에 걸어 입게되는 아찔한 디자인의 드레스였고,
더군다나 수연이 오는 바람에 얼떨결에 집은 탓인지..
온통 몸의 요기저기 맨살이 다 내다보이는 극한의 노출패션이었다.
그리고 맨살에 착 달라붙는 감촉은, 쉬폰소재의 아까 그 시스루룩처럼,
하나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마치 몸에 아무 것도 입지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은애야..아직 멀었어? 내가 들어가 봐 줄까?]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선 대답을 할려는 찰나 피팅룸 문을 덜컥 열고 수연이 들어선다.
[크. 뭐야? 아직도 이러고 있으면..자, 이리봐 바..]
라인을 정리하고 가느다란 목끈을 뒤에서 매듭묶고..있는 듯 마는 듯한 지퍼를 올리고,
그렇게 수연이 익숙하게 손을 움직이는 동안, 나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다보고 있었다.
[서대표는 밖에 있구..우리뿐이쟎아..맘 편하게..어디 이렇게 해봐...
어머! 어쩜.. 진짜 잘 골랐네..이거 딱! 은애 옷이네.. 정말 딱이다..딱! ]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몸짓을 보이며 매무새를 잡아주는 수연의 그 동작이,
내 눈에는 왠지 두터운 가면을 쓴 이중적인 행동같아서 맘속으로 거부감만 느껴진다.
그리고 거울속에 비친 내 모양새를 바라보던 나는,
옷이라기 보다는 천조각에 불과한 드레스를 걸친...
내 본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여자가..그 곳에 서 있는 것 같아 몹시 어색한 기분이다.
피팅룸안에 우리들 여자뿐이다..?
그치만 그 여자가 수연이란 사실 때문인지..나는 나도 모르게,
거울속의 전혀 낯선 나를 발견한 순간 낮으막한 신음을 끄응 내뱉으며 눈을 감아버렸다.
[햐아~~정말 너무 아름답다..우리 은애...우승은 따 논 단상이네..
어느 회사 모델 선발전인지..그 회사 광고주..대박이다..대박!]
우리 은애..은애..? 나는 그 호칭이 마치 "이년 저년" 하는 것처럼 들려,
우승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칭찬에 온 몸에 닭살이 돋는 듯한 한기마저 느껴갔다.
[한번 봐..눈 감지말구..완전..어쩜..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 따로없네..
서대표 이 남자 정말 사람볼 줄 아네.. 응? 그치 은애야..?]
수연의 채근에 마지못해 천천히 눈을 뜨긴 했으나,
차마 거울속에 비치는 나란 여자를 쳐다 볼 용기가 나지않아 한참을 눈만 껌뻑거리는 나.
젖가슴의 꼭지 부분만 겨우 아슬아슬하게 가려주면서 목 뒤로 이어진 끈,
두 개의 삼각형을 이루며 아래로 쭈욱 흘러내린 드레스의 앞모양은,
생명의 원천지인 배꼽마저 살짝 드러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미친! 그리스 여신 좋아하네...후~간신히 젖꼭지만 가린 이따위 옷을 입고 파티에?"
길이는 또 얼마나 짧은지..
남편앞에서 딱 한 번 입었던 그 미니원피스와 비슷한 드레스끝 단은,
입김만 훅! 불어도 음부둔덕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만큼..
그야말로 초..초...초 마이크로 미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
<광고주와의 미팅에서 은애가 겪게 될 색다른 경험,
그리고 홍보모델로 선발된 은애가 축하리셉션에서 받아들여 할...!
에구~~앞으론 욕먹을 글만 계속 이어질텐데..회원님들 어떻해요?>
* * * *
옷을 입는다기 보다는 겨우 중요부위만 가린 채,
맨살이 드러난 것처럼 내 몸의 굴곡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 그 드레스는,
잠자리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유혹하여 욕정을 자극시키는 섹시한 슬립이나 마찬가지였다.
[뒷모습도 한 번 보구...이 옷도 입어봐..]
수연의 꼬드김에 상체를 뒤틀어 고개를 돌리며 뒤로 기울여 본 거울속에는,
어깨에서 부터 쭈욱 내려가며 브래지어끈은 물론 등의 맨살이 다 보이고..
맙소사..얼마나 깊이 파 놓았는지 엉덩이의 꼬리뼈가 살짝 보일 정도다.
쉽게 말해서 아예 천이란 그 자체가, 등 부분에는 한 조각도 없는 셈이었다.
[입어보긴..그 옷도 비슷하쟎아...파티복이 아니라 란제리같은 걸..]
아무튼 나는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되어서,
차라리 발가벗었으면 발가벗었지 그 드레스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수연은 교묘한 립서비스로 나의 자존심을 슬슬 긁는 말을 한다.
[괜찮다니까..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내가 보기엔 정말 잘 어울려..
그리구 은애가 고른 옷인데.. 자신없는 식으로 말을 하면 어떡하니..]
그나마 브래지어와 통이 넉넉한 면팬티를 입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트면 구미호같은 수연의 눈앞에서 스트립 쇼걸처럼..
천한 눈요기감으로 전락해 망신을 당할 뻔했다.
더군다나 모든 걸 다 알고있는 수연에게 나의 치부만 더 드러낸 것같아 마음이 많이 불편했고,
솔직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호! 그건 그렇다치고..은애야..! 명색 사장 사모님이 브라랑..팬티가..]
[무슨 말이야? 내 속옷이 어때서.. 그리고 우리 남편은..어떻게 알고 들먹여..?]
[성깔있네..발끈하긴...! 민주에게 들어서 알고있을 뿐이니까 오해하지마..
은애 남편 끝내주는 남자라며..칭찬을 입이 마를 정도로 하던데...
덩치도 좋구..힘도 좋은데다..공장 운영하는 사장님이라구 말야,
근데..호호..이게 뭐니...? 아줌마처럼 속옷이 ]
남편과 민주 그리고 수연이 삼각구도로 얽혀있는 그 관계를 모를 때 같았으면,
"아~ 민주에게서 얘기 들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을텐데,
수연이 바람을 피웠다는 그 상대남이 내 남편이 아닐까 하는 심증이 굳어지면서 부터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몸의 모든 신경총이 예민하고 반응을 하고있었다.
[이 옷은..브래지어도 벗고.. 입어야 할텐데...]
야릇한 여운의 말을 남기며 내 등뒤로 가만히 앞가슴을 밀착시킨 수연.
언제 들고 들어왔는지..연한 자주빛깔이 은은하게 감도는 매미날개처럼 얇은 옷을,
스르르 소리도 나지않게 한옆으로 흘려놓는다.
"흥! 니깟 년이 별 수 있을라구..벗으라면 벗고, 입으라면 입어야 할 인형이.."
나보다 먼저 수연의 의상실을 다녀갔을 다수의 여자들..
나 역시 그녀들과 맥락을 같이하는 회사 홍보용 신인모델에 불과한데..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을 수연이 혹 그런 생각은 하고있지 않을까..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한풀 죽은 자괴감을 느낀다.
하지만 남편을.. 민주와 수연 두 여자가 언제 채 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나로 하여금 전의를 일깨우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내가 주눅들 필요.. 뭐 있어..어차피..까짓거..으응"
나는 민주는 물론 수연에게..절대 져서는 안된다는 오기 비슷한 감정이 일어나,
가슴 앞부분에 매달린..브래지어 호크를 잡아오는 수연의 손등을 가볍게 힘을 줘 제지했다.
[음..꼭 그래야 해? 그럼..내..내가 벗을께..]
믿었던 친구 민주가, 남편과 엮여있고, 이 여자 수연도 남편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이라면,
굳이 약한 모습을 내 보일 필요가 없지않을까.
그리고 그녀들이 쳐 놓은 올가미에 내가 단단히 걸려든 것이 불문가지라면,
어떻게하던 그 올가미를 벗어나 내 남편을 내 힘으로 지켜야 할 것이다.
[가..가만있어 봐..내가 도와줄게..으,응..어쩜 살결도 이렇게 부드러울까?
은애..너, 혹시...전신마사지 받으러 다니니?]
[마..마사지...?]
내심으로 전의를 활활 불태우며 마음을 야무지게 다잡아 채는 순간,
수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마사지란 단어에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움찔 놀라버린다.
마사지사 동건씨를 통해서..내겐 이빨을 드러내고, 남편에겐 꼬랑지를 살랑거리는,
꼬리가 아홉달린 두 마리 구미호의 실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런가 보구나..여성전용 마사지 샵에는 얼짱에 근육맨들만 있다던데..정말 그래?
난 한 번도 마사지샵엔 가본적이 없어서..말야..]
"앙큼한..호스트바~에서 잘도 남자를 요리하더니..마사지를 모른다구..?"
내심 그렇게 욕지기를 하고 있었지만..
수연이 내게 물음을 던진 의도가 전혀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서대표..이것저것 부탁하던데..전신마사지는 받지않아도 되겠구..얘기 좀 해봐...응?]
[응, 뭐.. 딱 한 번 가보긴 했지만.. 얘기해 줄 건덕지도 없어...
여자마사지사가..하는 데 가서..그냥, 뭉친 근육 좀 풀어주고..허브오일로 마사지해서..]
브래지어 호크를 소리도 없이 풀어낸 수연의 손이 어깨끈을 슬며시 잡아내린다.
이내 가슴전체를 다 가려주는 컵이 벗겨지고, 자랑스럽게 출렁 튀어오른 젖무덤.
[응, 그래...? 어머나..! 세상에..어쩜 이렇게 이쁜 유방이 다 있었네..]
[아이~ 가..간지러워..남의 젖은 왜..만질려구..]
[잠깐만...으응? 야~ 우리 나잇대에..이만큼 탄력있는 젖가슴은..어쩜어쩜..
은애가 남편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따로 있었구나..]
또 다시 남편을 들먹이며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은 수연은,
희귀한 장난감이라도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내 젖가슴을 슬쩍 어루만진다.
아래에서 받쳐주지 않아도..정말 약간의 처진감도 없이 고개를 꼿꼿이 들고있는 가슴,
마치 수연에게 보란 듯..아니 나의 자부심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거만하게 솟아있어,
주인인 내가 봐도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흥! 오빠가..내 젖가슴을 실루엣으로 딱 한 번 보곤..죽자사자 매달린 거..
수연이 너..크으~ A컵..몰드브라나 착용할 껌딱지가..알려나 몰라."
저 구미호같은 뇬 벗은 몸을 본적은 없지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콧방귀를 날리며 좀 더 앞으로, 젖가슴을 쑥 내밀었다.
근데..이상하다.
민주와 목욕을 하면서 한두 번..그녀 손에 자극받은 경험은 있지만,
그때와는 확실히 또 다른 감촉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