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약한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지리리" 한 촉감이 팔에서부터 어깨로,
그리고 머리끝까지 쭈욱 번져 치달리는 느낌에 저절로 내 몸이 움찔해진다.
그런 나의 반응을 남자도 감지한 걸까?
아니면..자신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나?
동건씨 역시 흠칫하면서 여자처럼 하얀 그 손을 가볍게 떠는 것 같았다.
둘만의 공간..서로의 눈동자속으로 상대방을 깊이 끌어넣은 탓인지,
우리집에서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의 물결이 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굽이 낮은 여름용 샌들이 내 발에서 벗겨지는 동안,
우리의 두 손은 마치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떨어지지를 않았다.
서로를 밀어내는 N과 N극이 아닌, 마치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N과 S극의 자석처럼,
꼭 맞잡아 찰싹 붙여진 손과 손.
남자는 한결 부드러워진 시선을 내 눈에 고정시킨 채, 내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
[제가 왜 누님을 아파트로 모셨는지 궁금하실테니..먼저, 저쪽으로 가 보실래요? ]
[..............??!]
[전 이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누님을 제게 보내주신 저 위에 계신분이..
아직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이 다하지 않았음을..예지해 주셨다고 믿고 싶습니다.
현수를 만나..제가 이 집으로 이사오게 되었고..그리고 이렇게..누님을..]
"인연..인연이라구..? 나의 도화살때문이 아니구..? "
[누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저는 분명 보통 인연은 아니라고..]
[나..나는 잘..모르겠어요..뭐가..뭔지...]
나는 잘게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남자가 이끄는 대로 거실밖으로 향했다.
[누님! 여기 이걸로..]
[벼..별 구경하는 망원경은.. 왜..?]
[별을 보는 망원경..? 그런 용도가 아닙니다..일단 한 번 보세요]
[어멋!..어머나?! 우..우리집이..! ]
남자의 안내로 베란다로 나간 나는 버티칼 커튼 뒤쪽에 세워져있는 망원경에
한쪽 눈을 대 보고는 기겁을 하며 깜짝 놀랐다.
내..내가 방금전에 현관문을 잠그고 나온 우리집..거실..주방이..
곧장 내 눈속으로 화악 당겨져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셨다면..정말 죄송합니다..누님! 아니, 당연히 놀라셨겠죠..
먼저 사과부터 드려야..현수의 몫까지..물론 저 역시..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아무튼 녀석 성격이 좀..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인연이란 생각이..]
남자는 그 동안 있었던 사연들을 낱낱이 얘기했지만..
내 귀에는 잘 들리지않았고, 한 마디도 제대로 머릿속에 인식되는 단어가 없었다.
다만 누군가가 우리 집을 훔쳐보고 있었다는 그 충격적인 사실에,
나는 현깃증이 어찔! 일어나 다리를 휘청하며 기우뚱 쓰러지고 있었다.
[누..누님! ]
[괘, 괜챦아요..갑자기 이상한 일을 겪게되니..눈앞이 조금 어지러워서..]
[더 자세한 자초지종을 말씀 드릴테니.. 일단 저기 소퍼에..]
부리나케 나를 부축해 거실 소퍼로 옮긴 남자는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온다,
시원한 쥬스를 가져온다..비상 상비약을 찾는다..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어느새 얼음조각이 휘감긴 물수건까지 만들어와서 내 이마에 대여주었다.
[마..맙소사..그럼 밤마다..]
[그건 아닙니다..저도 일나가야 되고..녀석도..시험준비 때문에..
근데..누님, 제가 누님을 여기로 모신 것은...으, 음]
몰래 남의 집을 훔쳐보다 우연히 나를 발견하곤..아~ 이 여자 나와 인연이다..
그래서 나를 찾아왔고, 여기로 데려와 자신의 속내를 고백했다..?
여자의 좁은 소견으로 생각해도 그건 일부분에 지나지않는 이유일 뿐..
우리집에 도청기까지 설치할 정도면 무언가 더 중요한 진실이 숨어있다.
내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생각들을 정리하는 동안,
그는 쉽사리 입을 열기 어려운 그 진실을 차마 나에게 말하기 힘든 듯,
입을 열듯 말듯 하면서 나를 조바심태웠다.
참다못한 내가 한 모금 들이켰던 쥬스잔을 탁자위에서 쥐어잡으며 말했다.
[뭔데 그래요..? 아무리.. 뻔뻔하게.. 어쩜 남의 사생활을...]
[누님! 그 문제는 제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으,음...]
[알만하신 분이..나 참 어이가 없네요. 고작 그래..저걸 보여주려구 나를 데려온 거에요?]
[그건 아닙니다..제가 이런 말하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까지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소중하신 누님이기 때문에..]
[구질구질하게..변명이에요? 뭐에요? 요지가 뭔지 어서 말해보세요..]
[후~ 실은..형님에게...]
[나..남편에게 무슨..?]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마주 부비면서 남편을 들먹이곤..잠시 또 망설이는 남자,
그 입술을 노려보던 나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시커먼 먹구름이 "뭉글뭉글"
갑자기 내 가슴속에서 피어오름을 느껴간다.
남자의 입에서 폭탄선언이라도 흘러나올 듯한 불안감과 초조!
그런 내 눈길을 피하듯.. 남자는 천장으로 시선을 던지며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했다.
[..여자가..]
[에엣? 뭐라구요..? ]
청천벽력같은 남자의 말 한마디에..순식간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간다.
내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툭! 떨어진 유리컵이 "쨍그랑"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거실바닥위에 나뒹군다.
두 갈래 세 갈래..쩍! 벌어져 금이 가버린 유리컵은,
마치 남편과 나의 불길한 앞날을 예언하는 파경처럼 힘없이 조각나고 있었다.
[정말 우연입니다..젊은 남자 호기심에 현수 권유로..누님네 아파트를 보게 되었구요..
무..물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절대 고의적으로 훔쳐본 건 아니라는..]
[그..보다..나, 남편에게 여자라뇨..? 그걸 어떻게..?]
[여기..현수아파트로 짐을 옮긴 다음날..103동 14층 아파트 여자가..단박에 누님이란걸..
오..하나님 신령님..스쳐지나 간 바람처럼 그렇게 잊혀지나 애태우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누님의 모습을..보니까..얼마나 반가웠는지..눈물이..다..]
[그, 그건..우리 관계를...오래 가져가면 안될 거 같아서..
일부러 전화연락도 끊고...그 보다..여자..여자얘기부터 해보세요..어서요!]
[이 주일쯤 전인가요..저녁인데..아파트에 불이 꺼져있길래..두분 외출을 하셨나했죠..]
[아~그때, 나..일다니고 있었어요...그래서요?]
[..초저녁인데...웬 여자분과 형님.. 당연히 저는 그 여자가 누님이신줄 알았죠..
근데..거실에 불이 켜지는데 보니까...웬걸..누님이 아니더라구요]
[트..틀림없어요? 다른 아파트를 훔쳐보거나..잘못 본거는 아니에요?]
[잘못보다뇨..제 시력이 이래뵈도..며칠전에는 또 다른 여자가..누님 아파트에..]
[예엣..? 하..한 명도 아니구..두 명씩이나..요]
[하, 누님..정신차리세요..제가 이럴 것 같아서 말씀드릴까 말까 망설였던 것인데..]
[오..오빠에게..정말 여자가..아~어쩜 좋아..어떻해..나, 나..동건씨!]
남자는 어쩌면 오늘 저녁때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그 때문에 우리집 거실과 주방에 도청기를 몰래 설치했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 듯 "후덜덜" 떨려 도무지 진정을 할 수 없었던 나는,
곁에 앉아있던 남자의 가슴에 무너지듯이 얼굴을 묻어야했다.
제발 나만의 기우이길 바라고..설마..설마했는데..그동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기가 탁 막힌 나는, 사고의 능력을 잃어버린 백치처럼 한 동안 멍~하니 정신을 놓고있었다.
갸냘픈 내 어깨를 꼬옥 끌어안아준 남자는 내 등을 토닥이며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온다.
[충격이 크시겠지만..누님,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후~ 기운차리세요..네?]
[아니에요..모두가..내가...일탈을 저지른.. 죄값을..하지만..나,나..어떻해요..정말..]
빛의 강약, 온도, 공포나 승리감 같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몸의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나는 내 가슴속 감정의 세포들을 오므렸다 펴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것같다.
그 얘기를 들은 처음엔 세상이 무너지고 땅이 푹 꺼지는 듯한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으나..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 다정한 말 한 마디에 어느새 나는 조금씩 이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휴우~ 좀 더 자세히 말해봐요..동건씨!]
[그 당시는 대화를 들을 수 없어서..형님이랑 그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고..]
[서..성..관계는요...했어요? 남편이랑..그 여자가..?]
[으,음..거기까지는...주방에서 식사를 하면서..스킨쉽은 하는 것 같았는데..
아무튼 이따 직접 보시면..그리고 도청기로 말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테니..확실한..]
[그..그리구..또 다른 여자랑은요..?]
[그게 글쎄...형님이 혼자 식사를 차려 드시는데..여자분이 나타나셔서는..]
[함께 나갔군요? 그렇죠? 오빠랑 그 여자가...그날이 언제였죠?]
[네.. 4일전인가? 그리구선..오늘..정말 어렵게 결단을..내려서는..누님에게..]
[아~ 나는 그것도 모르구..미안해요..동건씨! 그리고 과정은 어찌되었던 알려주셔서 고맙구요..]
4일전이면..남편이 술에 취해서...팬츠를 뒤집어입고..셔츠가 바뀐 채 귀가한 그 날이다.
그렇게 남편의 그 강한 기가 느슨해졌음은 이미 짐작했었지만,
남자의 충격적인 얘기속에 또 다른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한 것은 나로서도 의외였다.
옷차림이나 헤어, 얼굴형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걸루다,
동건씨가 처음 본 여자는 민주가 분명한데..
두 번째 여자는 얼굴은 보지못하고 뒷모습만 잠깐 봐서 아리송하다고..
나와 비슷한 키에 몸매가 풍만하다는 말만으로는 누군지 쉽사리 짐작이 되지않았다.
언뜻 집히는 여자는 수연 선배뿐인데..수연은 나보다 키가 컸다.
[치이! 나쁜 사람..변태처럼..매일밤 남의 사생활을..훔쳐 보고는..]
[아, 아닙니다..누님..정말이지 저는..]
상념을 걷어내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 나는 남자의 가슴을 손주먹으로 토닥토닥 두드렸다.
[됐네요..이 손이나 이제 놔줘요]
[오피스텔에서 관계를 맺은 후부터..오늘 지금까지..제가 얼마나..누님을..]
[피이! 하늘같이 믿었던 남편두..나 몰래...아, 아네요..근데..어디까지 훔쳐봤어요?]
누워서 침뱉기 식이다..
나 자신 오빠에게 몇 번이나 거짓말하구 일탈을 저질러 비밀을 만들었는데..
언감생심..남편 외도를 들먹이며 매도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몸을 섞었던 외간남자앞에서..말이다.
[그..글쎄요, 그보다 누님..내가 그날 밤 얼마나 누님 생각하면서...
그 때..아시죠? 내가 누님의 레이스달린 꽃무늬 팬티를 슬쩍한 거요..
그 팬티루다.. 아! 나 쑥쓰럽네요..]
[아이~ 그..그 얘긴 왜...오웃! 수.. 숨막혀요..더워..!]
손을 치워달랬더니 오히려 더 강한 힘으로 나를 옥죄이듯이 포옹하는 남자.
탱탱볼같은 내 젖무덤이 떡반죽 으깨지듯이 "지지지" 뭉그러들며,
남자의 가슴패기 사이에서 납작하게 그 형체를 잃어버린다,
은근히 그의 입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내 마음,
근데 스칠 듯 말듯 가까이 다가오던 남자 입술이 내 볼을 지나쳐 귓가에 머문다.
처음 화면에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멋진 정원을 가진 커다란 집이 나오다가,
서서히 크로즈업 되면서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날씬한..여자와,
그리고 남자가 나오지 않을까.
뭐 그런 예상아닌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갑자기..비친 장면은..
"아휴~~ 마..망칙해.."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기 조차 거북한..화면속 여자배우의 행태..
가랑이를 쩍 벌린 외국여자가..
우동사발, 아니 메론만한 커다란 유방을 가슴에 매단 채,
그 탄력있고 덜렁거리는 젖무덤을 자랑스럽게 한 손으로 움켜 쥐어잡고,
손가락으로 유두를 만지작거리면서..
다른쪽 손에.. 괴..괴상하게 생긴 기구를 들고는..
립글로스를 바른 듯 촉촉한 물기가 베여 반짝이는 입술에 대고는 "날름날름.."
그 기구의 끄트머리를 핥고 있는 기막힌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괴상하게 생긴 기구는 마치 여름더위에 아이들이 즐겨 사먹는 스크류 아이스바처럼,
막대의 끝부분이.. 움푹 움푹 패여있어서.. 요철처럼 굴곡이 심한 형태였다.
적게 잡아도 약 30센치는 될 듯한 길다란 방망이같은 그 기구를,
마치 사랑하는 애인의 심벌이라도 되는 양.. 황홀한 눈빛으로,
"쬭쬭" 소리가 나게 빨고 "할할" 핥아대는 섹시한 여자의 알몸이,
그렇게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며 내 눈을 팍! 찔러온 때문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 것이다.
[주..중지시킬까요..누님?]
별안간 내 입에서 뱉어진 비명에, 동건씨가 더 놀란 듯 얼른 리모컨을 집어들며 물었다.
이런 것이 여자의 내숭일까..
막상 남자가 "껄까요"하고 물어오니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망설여진다.
[하..한 번쯤 보는 거 나쁘진 않을겁니다..원래..외국 포르노영화란 게..거의..]
[도..동건씨..! 저..저런 영화.. 자주보세요?]
[솔직히..누님..! 요즘은..고딩들도..아무튼 인터넷때문에..섹스문화가 많이 개방된 건..사실..]
[그래요..? 휴~ 나는..어머나..! 어머머!!]
"혼자 고상한 척 내숭떨 필요는 없지 뭐.. 청소년 애들도 다 본다는 데.."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놀라서 심하게 벌렁거리는 가슴을 두 손으로 껴안듯이 부여잡았다.
속으론 "그래, 뭐 어떨라구..호기심에 한 번쯤 봐도 괜챦겠지" 하고 눈을 떴으나..
다시 한번 놀란 비명을 내지르며 들어올린 고개를 돌린 나.
근데 하필이면 동건씨 가슴쪽으로 얼굴이 돌려져 자연스럽게..품에 안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러갔을 때처럼, 몸을 살짝 떨며 놀란 여자에게,
바로 남자의 듬직한 팔이 휘감겨 포근히 감싸오듯이..
동건씨는 내 등뒤로 한 팔을 두르며 목덜미를 자연스럽게 살그머니 어루만진다.
[그 동안 누님두..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근육이 좀 뭉쳐있네요]
[으, 음...그..그러지 말아요, 스트레스 받은 일.. 없는데..]
[제 눈, 아니.. 손은 못 속이십니다..
보통 일상의 스트레스에..이렇게 목 근육이 굳어지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원인은..굳이 말씀하실 필요 없지만..그 대신 마사지는 좀 받으셔야겠습니다]
"치! 이 남자..괜히 내몸을 만지고 싶으니까..."
내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남자는 정확하게 내 몸 상태를 짚어낸 것 같았다.
오빠를 속이고 일탈을 저지른 그 죄책감이 얼마나 내 마음과 몸을 짓눌러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요 며칠 사이, 낯선 여자의 등장으로 내가 받아야했던 그 스트레스..
불안과 긴장의 연속에.. 질투심으로 눈이 먼 화난 감정,
또한 광고주와의 만남 약속 등으로 극도로 예민해진 심리상태였으니..당연한 진단이었다.
[잠깐만..제가 누님 뒤에 앉아서..]
[아이~ 괜챦대두요..여..영화 안봐요?]
[전 대충 봤읍니다...사실은 내용이 너무 강해서..그래서 누님에게 물어보구...
아무튼 이왕 이렇게 시작했으니..전 어깨너머로 함께 보죠 뭐..마사지가 우선이니까..]
나와 나란히 소퍼에 앉아있던 남자는 내 몸뒤로 자리를 잡아 옮겨간다.
마사지샵에서 한 번..이런 자세로 동건씨에게 안긴 것 같은데...
남자는 털이 숭숭난 종아리와 단단한 허벅지를 넓게 벌려,
자신의 두 다리 사이에 내 하체와 동그란 엉덩이를 가두는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나의 어깨위로 두 손을 올린 후, 조물조물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는 남자.
더 이상의 내숭은 역효과가 나지않을까?
이미 마사지샵과 오피스텔의 정사때..내 감정을 어느 정도 열었던 나는,
젊은 연하남의 근육질 허벅지를 의자의 팔걸이삼아 두 팔을 가만히 올리고는,
듬직한 그의 가슴팍에 편안하게 등을 기대앉았다.
그러자 은근하게 내 엉덩이에 전해지는 남자의 심벌 촉감,
흥분했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의 단단함이 전해져온다.
다리를 좀 더 벌리곤, 내 엉덩이를 자신의 허벅지사이에 바짝 끌어당겨 앉힌 그는,
그러나 더 이상의 진도는 보류한 채, 마사지에만 집중을 했다.
[어때요..? 누님! 좀 시원해지십니까?]
[네, 도..동건씨 손은...그..근데, 왜...나같은 여자를?]
[아까 말씀드린대로...몇 일동안 많은 생각을 했죠..누님 마음이 얼마나 상할까..
근데.. 나까지 끼어들어서 혼란스럽게 해버리면..실망만 안겨드릴텐데..하구요]
[갑작스런 변화가 두려워서..나두...많이 힘들었어요..]
[저도 누님 마음압니다...우리가 이상한 관계로 맺어지긴했지만...
누님이 형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지...해서, 어떻게하면 누님에게 좀 더 잘해줄 수 있을까..
믿으실지 모르지만.. 요 며칠 쭉~그런 것만 생각했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만원 빚도 갚는다고..나는 다시 한 번 남자의 진심어린 말에 감동을 먹어간다.
"아~ 이 남자가 진정으로 나를 염려하고 애정어린 관심을 기울이네" 라고..생각을 하자,
비록 옷위로 느껴지는 남자의 손길이지만 더 다정다감한 것 같았다.
[그리고..누님! 이제와서 고백합니다만..저 솔직히..형님 진면목을 훔쳐본 뒤로..
많이 캥긴 것두 사실입니다..현수가 그러더군요..형님 벗은 몸을 본적이 있다구..
농담처럼 조폭 출신아닌가 말하던데...]
[.............!?!]
동건씨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속에서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나와 결혼전에 유명한 건달이었고, 구치소에 수감당했던 적도 있었다"라고
차마 그렇게 남편의 과거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부적절한 관계가 발각되기라도 한다면..최소한 중상아니면 사망이라고...
우회적으로 귀띔하려는데..동건씨가 조금은 비장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형님이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누님은 내가 목숨을 걸만큼 사랑할 가치가 있는...여자..]
[그, 그만하세요..동건씨! 그만요!!]
[누...님!! ]
남자는 갸냘픈 내 어깨를 두 손으로 꼬옥 끌어안으며 내 볼에 한쪽 뺨을 부딪쳐온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변화되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의 신세가 이럴까.
남자에게 안겨있는 내 몸은 곧 폭발해버릴 것 같은 활화산이 되어,
뛰는 맥박도..온 몸의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남편, 남편을 두고 내가...은애가...
젊은 연하남과 일탈의 사랑을...?
[아무리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도..아니, 제 몸이 재가 되어..목숨을 다한다..해도..
누..누님을 이렇게.. 꼬옥 안고 그 길을 가고싶습니다..]
[아~ 안돼요..동건씨..나, 나란 여자는..이미...그리고 동건씨는 아직 젊은....]
[아무 말도 하지마세요..누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누..님!! 사랑합니다!]
큐피트의 사랑의 화살을 내 가슴 한가운데를 향해 시위를 당긴 남자..
안되는데...안되는데..
더 이상의 일탈은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마지막 한계인 윤리적 갈등이 모조리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제발 나에 대한 사랑은 멈춰줬으면 하고 간절한 염원을 담아보았으나..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남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해서 단념을 해야했다.
그 와중에 나는 어느새 두 팔을 뒤로 돌려 남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비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현실과 환상속을 오락가락 헤매는 나란 여자.
내 귓불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남자의 마력에 정신이 몽롱하다.
그의 입김이 닿는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자마자 열기가 피어오르는 남자의 입술이 와 닿는다.
"쭙..쬬옥!! 쭙쭙!"
우리의 두 입술은 그렇게..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일탈의 약속도장을 다시 한 번 꾹꾹 눌러갔다.
그 사이 남자의 손길은 내 어깨를 지나 겨드랑이를 타 내리며,
심하게 고동치고 있는 젖무덤 아래를 부드럽게 감아온다.
[절대 누님에게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는..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약속해 주세요.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여자의 본능...누님의 그것을 제가 지켜 드릴 수 있도록..]
[아아~ 모..모르겠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두려워요]
[더 이상은 강요하지 않겠습니다..누님! 오늘은 그냥...저기..화면에만..]
치맛단 사이로 끼워넣은 블라우스 자락을 마치 고속도로 통행권 뽑아내 듯이
스르르 들쳐올리는 남자의 손..
이내 아랫배의 하얀 속살이 보여지고, 군살없는 매끈한 복부의 굴곡이 드러난다.
블라우스 버튼이 아래서부터 하나씩 풀러지는 동안 나는 나약한 모습으로 가볍게 떨기만했다.
[어머!! 아이~ 망측하게스리..]
나는 일부러 TV화면에 집중하려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내 몸은 남자의 마사지 손길을 느끼면서..
두 눈은 연신 크다랗게 뜨졌다, 가늘게 실눈이 되었다가..
고개도 외로 꼬았다가 세우고..또 손을 들어올려 눈을 가렸다가..
그렇게 벼라별 앙큼스런 내숭제스처를 다 취한다.
하지만..두 눈은 화면에 꽂혀있어도 온 몸의 신경은 남자의 손끝에 예민한 촉각을 세웠다.
[저 의식하면서 불안하게 그러지 마시구요..그냥 편하게 보세요..누님!]
[네? 아..네..그..그렇지만..으, 응...하우~~]
[누..누님 살결은.. 매끄럽기가..거울면 같아서..작은 흠이라도 날까...조심조심!]
아랫배 배꼽 주변을, 배 아프단 어린아이를 어미가 자상한 손길로 부드럽게 쓰다듬듯,
살살 어루만져오는 남자 손의 그 자극은, 색다른 느낌의 기분이 들게한다.
"영화배우라서 그런가..정말 이쁘네..근데 저 정도 아름답게 생긴 여자가
뭐 할게 없어서 이상한 영화를 찍었을까? "
영화는 장면이 바뀌어 여자배우는 스크류처럼 생긴 그 기구를 입술에서 떼서는,
자신의 사타구니 음부 거기에 대고는 슬슬 부벼대고 있었다.
"후~ 원래 지털이 없는 건가...?"
크로즈업된 여자의 삼각 둔덕은 정말이지 털오라기 하나 없는 맨숭맨숭한 맨살..
황금색과 눈처럼 하얀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배색된 듯한 피부는,
무슨 마사지 오일이라도 바른 것처럼 반질반질 윤기마져 자르르 흐른다.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할 만큼, 여자의 음부는 환상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기구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데..여자의 몸중에서 가장 예민한 핵심 부분을